rewr2025-03-27 07:36:46
‘본질적’ 남성성을 향해 달리는 로드무비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1977년 제작되어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나,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되어 있던 터라 50여 년이 흘러서야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온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을 보며 두 가지 감상이 내내 교차했다.
첫 번째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 감수성에 코미디를 더한 매력적인 로드 무비와 극의 주요 서사가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수성이다. 우발적 살인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광부 시마는 우연히 만난 켄야, 아케미와 함께 차를 타고 홋카이도 곳곳을 떠돌며 배회한다. 사실 시마에게는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하는 집이 있다. 한때 거칠게 방황하던 시마는 아내 미츠에를 만난 후 ‘인생을 고치고 싶다’고 다짐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렸다. 그러나 아내가 이전 결혼에서 유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비뚤어져 거리에 나섰다가 취객과 다투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6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시마. 그는 자신의 못난 마음을 후회하며 아내에게 사과하고 싶고, 다시 그녀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아내를 버리고 떠나 범죄에까지 휩쓸렸다는 죄책감에 출소 후 엽서 한 통만 보내고 직접 찾아가지는 못한다.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집 앞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줘.” 시마가 다시 용기를 내 미츠에에게로 향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켄야, 아케미와 빚어내는 우정 등의 순간이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통속적이지도 않게 적당한 균형감을 이루며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랑과 번뇌, 그리고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속죄와 용기의 테마를 마주한다.
두 번째 감상은 이 영화가 시대를 거슬러 개봉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에는 규범적·이성애적 남성성이 연장·계승되는 두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먼저 시마와 켄야. 여자를 밝히는 양아치로 그려지는 켄야는 새로 뽑은 차에 여자를 태우고 돌아다니며 욕구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개인사적 맥락으로 지친 아케미가 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시마와도 합류해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아케미를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켄야의 욕망은 계속 빗나가고 아케미는 그런 켄야에게 거부감을 표한다. 켄야는 아케미가 너무 ‘비싸게 군다’며 불평한다. 그러자 시마가 툴툴거리는 켄야를 자기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여자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그것이 남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천방지축처럼 굴던 켄야와 그런 켄야를 밀어내면서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 아케미. 두 사람은 시마의 사연을 듣고는 감동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시마를 아내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여기서는 남성성의 스승과 제자가 뒤바뀐다. 시마는 고향 집을 코앞에 두었는데도 아내를 보러 가지 않겠다며 방향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아내가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나 자기를 잊었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의기소침한 시마를 북돋고 그를 ‘행복의 노란 손수건’으로 이끄는 건 켄야와 아케미다. 두 사람은 시마의 우유부단함에 분개하고, 그를 끝내 아내 미츠에 앞에 세운다. 시마의 남성성 수업이 그의 인생사와 결합해 발휘한 힘에 켄야와 아케미가 감응하고, 이제는 두 사람이 그 힘으로 시마를 ‘진짜’ 남자의 길, 즉 홀로 남편을 오래 기다린 미츠에를 ‘보호’해주는 길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남성성을 포용한 시마는 힘차게 펄럭이는 무수한 노란 손수건 아래서 아내를 되찾고, 내내 거절만 당하던 켄야는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는다. 내내 실패하고 미끄러지기만 하던 낭만적 이성애 관계가 서로 다른 세대의 두 남성의 상호 작용으로 회복되고, ‘보호하는 남성’과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무너진 젠더 질서는 다시금 재확립된다.
두 남자의 연대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있다. 바로 켄야의 자동차다. 켄야는 순전히 여성을 꼬시겠다는 목적으로 새 차를 구입했다. 즉, 빨간색 새 차는 켄야의 남성성을 위한 도구 혹은 켄야의 남성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 무렵, 켄야의 차는 여러 여정을 거치며 흙먼지로 가득 뒤덮였고 여기저기 망가졌다. 그러나 켄야의 남성성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음으로써 ‘도구’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토대를 갖추어 거듭났다. 자동차가 자본주의적 생산품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는 더한층 의미심장하다. 시마와 켄야가 주고받은 남성성 수업이 자본주의를 ‘초월’할 만큼 근본적이라는 점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같은 ‘비본질적’인 무언가에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것으로서 남성성을 소환하고, 우직한 남자(시마)와 가벼운 남자(켄야), 즉 서로 다른 남성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젠더 동인을 포장하는 방식으로서 ‘보편적’인 감동 코드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감동’을 멋들어지게 설파하는 이 영화가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미츠에와 아케미의 서사와 감정이 계속 궁금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와 켄야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남자’로 거듭나는 동안 미츠에와 아케미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들의 과거는 어떠했으며 그들이 두 ‘남자’와 만들어갈 미래는 어떠할까? 행복을 향해 힘차게 펄럭이는 노란 손수건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에게 ‘행복’의 토대와 의미를 확장적으로 재정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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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다는 게 틀린 건 아니니까, <위국일기>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절연한 언니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소설가 ‘마키오’는
홀로 남은 조카 ‘아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아사’를 향해 수군거리고
이를 참지 못한 ‘마키오’는 홧김에
‘아사’를 집으로 데려오는데…
서로 다른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을까?
🔖평범하지만 특별한 동거
누적 판매 180만 부를 기록한 야마시타 작가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위국일기>. 베스트셀러 작가 '마키오'가 절연한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언니의 딸이자 자신의 조카인 '아사'를 본인 집으로 들이게 된다. '버려진 대야 같은 신세'라고 사람들로부터 낙인이 찍힌 '아사'를 보고 충동적으로 보호자를 하기로 결정한다. '마키오'는 자신의 언니한테는 장례식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만큼 나름의 악감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의 화살이 '아사'한테까지 갈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른 나라에서 쓰는 일기', '어긋난 나라의 일기' 라는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마키오'와 '아사'는 서로 다른 생활방식, 성격으로 함께 사는 데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 혹은 '언니' 라는 인물을 향한 감정 자체가 다르기에, 그 갈등은 더 심해져갈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 듯하며 끊길 듯 안 끊기는 이 관계를 지속하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한다.
😭귀엽고 예쁜 여자 캐릭터의 축복이 끝이 없다..
만화 원작을 안 봐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나니 개인적으로 만화를 꼭 보고싶은 마음이다. 물론 러닝타임이 130분이 넘어 꽤 길었음에도 평온하고 따뜻한 방법으로 관객을 집중시켰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가 여전히 들어가도 '성장'이라는 건 누구나 다 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한편으론 아라가키 유이 배우가 맡은 '마키오' 배우의 감정선이 다소 갑작스럽게 보였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인물의 심경 변화 서술이 쪼금 평이하게 다가왔다. 그치만 원작의 전부를 다루지 않았으며 '아사'가 밴드에 들어가 노래하는 부분에서 결말이 맺어진다는 점이 더욱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깔끔하게 끝났다는 느낌이다. 실제 다른 후기들을 찾아보니까, 원작에 비해 분위기가 밝다는 평이 꽤 보이던데 맞는듯하다.
사실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연출, 원작 비교 등등 다 괜찮고 보통이었지만!!! 어쩜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마다 다 귀엽고 예뻐서.. 원작 만화도 이런가?? 싶은 생각이었다. (이 부분 때문에 더더욱 만화를 찾아보고 싶음..) 만화찢고나온 여자 배우들이 계속 해서 나오는데 그래서 몰입이 더 잘 되었던 기분이었다.
별점 3.5 / 5 일본 작품의 훈훈한 분위기를 가볍게 느끼고 싶다면!! 보는 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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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 앳 love at second sight
오랜만에 로맨스 영화를 찾아보았습니다.
최근에 액션, 판타지, 스릴러 영화를 주로 봐서인지 사람이 죽거나 우울하게 끝나지 않는 밝은 영화가 보고 싶었거든요.
밝은 로맨스 영화가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죠.
넷플릭스에 최근에 새로 올라온 영화 중에 <러브 앳>이 눈에 띄었습니다.
프랑스의 로맨스 영화였는데 예고편도 나쁘지 않았고, 정보를 찾아보니 평점도 높았습니다.
마블에서 많이 나오는 평행세계 개념을 로맨스 영화로 가져온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다른 평행 세계로 간 한 남자가 이전 세계에서 부인이었던 여자와의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영화 <러브 앳>은 남녀 주인공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Story
아내 올리비아(조세핀 자피)와 다투고 만취 상태로 잠에서 깨어난 베스트셀러 작가 라파엘(프랑수아 시빌)은 평행세계에서 눈을 뜬다.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라파엘은 중학교 선생님이고, 베프 펠릭스(벤자민 라베른헤)는 탁구광이고, 아내 올리비아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어 있다. 라파엘은 올리비아와 다툰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사랑을 얻으면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올리비아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올리비아에게는 마크라는 애인이 있지만, 친구 펠릭스의 도움으로 그녀를 공략한다. 하지만, 원인이 그것이 아님을 알고 라파엘은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과연 라파엘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 Positive.
1. 전체적으로 밝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두 사람의 로맨스를 아름다운 배경과 좋은 분위기, 거기에 적당한 유머까지 곁들여서 재미있게 보여줍니다.
2. 여주인공 조세핀 제피의 상큼한 매력이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현재까지는 주로 조연으로 출연한 신인급인데,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입니다.
3. 예상과 다르게 마무리된 마지막 장면은 깔끔합니다.
보통 이런 영화는 원래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마무리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아서 약간 의외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마무리 또한 좋았습니다.
4.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특별한 이벤트 없이 평범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몰아가는 것 없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합니다.
5. 영화의 배경이 아름답습니다.
파리의 풍경도 시골 마을의 풍경도 예쁘게 그려집니다. 집도 예쁘고 소품들도 예쁩니다.
6. 영화의 코미디는 과하지 않고, 적절한 유머는 미소 짓게 합니다.
보통 코믹을 담당하는 주인공의 친구 캐릭터는 오버하거나 과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러브 앳>에서 친구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적절한 위트와 진지함을 함께 보여주는 멋진 사람입니다.
<노팅힐>에서의 주인공 친구와는 천지차이죠.
| Negative.
1.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조금 짜증나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친구에게 하는 상처를 주는 말도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 프랑수아 시빌 Francois Civil - 라파엘 역
1990년생 프랑스 파리 출신 배우입니다.
2005년 영화 <Le cactus>로 데뷔했고, 영화 <프랭크>(2014)에서는 직접 연주도 합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영화 <프랭크>(2014), <프랑스 대테러>(2016),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2017), <러브 앳>(2019), <트루 시크릿>(2019) 등이 있습니다.
| 조세핀 자피 Josephine Japy - 올리비아 역
1994년생 프랑스 배우입니다.
| 벤자민 라베른헤 Benjamin Lavernhe - 펠릭스 역
1984년생 프랑스 배우이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러브 앳>(2019), <큐리오사> (2019),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2020) 등이 있다.
| 카미유 룰루슈 Camille lellouche - 멜라니 역
1986년생 프랑스 파리출신 배우, 코미디언 및 가수이다.
유투브에서 유머러스하고 음악적인 공연과 프랑스어 버전의 The Voice에 참여하면서 알려졌다.
| Amaury de Crayeoncour - 마크 역
1984년생 프랑스 베르사유 출신 배우이다.
| 총평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밝고 사랑스럽고 유쾌한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 기분 좋은 프랑스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호흡이 좋이서 진부한 스토리지만 영화가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영화를 보게 되면 여주인공 조제핀 자피의 매력에 빠질 겁니다.
러브 앳 평점 8.0 (작품 8, 재미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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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 웹 |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를 코마에 빠뜨리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뉴욕 시내를 바쁘게 가로지르는 구급대원 '캐시 웹'(다코타 존슨). 여느 때처럼 교통사고 때문에 다친 시민을 돕던 그녀는 강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동료 '벤 파커'(아담 스콧)의 도움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구한다. 하지만 그날 이후 캐시는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먼저 보는 환영에 시달리고, 미래의 사고와 비극을 먼저 알았지만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그녀는 거미처럼 천장을 기어 다니는 적 '이지키얼 심스'(타하르 라힘)가 세 여학생 '줄리아'(시드니 스위니), '아냐'(이사벨라 메르세드), '매티'(셀레스터 오코너)를 죽이는 미래를 목격한다. 그들을 구하려다가 싸움에 말려든 캐시는 미처 몰랐던 이지키얼과의 악연을 발견하고, 그를 막기 위해 '마담 웹'으로 각성한다.
<마담 웹>, SSU 최악의 자충수
<아이언맨>과 <어벤져스>로 슈퍼 히어로 영화의 전성기를 열어젖힌 MCU. 이에 다른 스튜디오들은 MCU의 성공 방정식을 허겁지겁 벤치마킹했다. 그 결과 2010년대 할리우드에는 시네마틱 유니버스 열풍이 불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을 앞세운 DCEU, 고질라와 킹콩을 내세운 몬스터버스, 프랑켄슈타인이나 드라큘라 같은 고전 괴물을 엮어 만든 유니버셜의 다크 유니버스 등이 연달아 출범했다.
SSU(소니의 스파이더맨 유니버스)도 후발주자 중 하나다. 소니 픽처스는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MCU에 출연하는 상황을 활용해 스파이더맨의 빌런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꾸렸다. 시작은 좋았다. 톰 하디의 <베놈>이 월드와이드 8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다. <베놈 2>와 <모비우스>로 MCU와의 연계를 시도하며 세계관도 확장했다.
하지만 SSU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베놈> 시리즈와 <모비우스>의 경우 비주얼은 화려하나 서사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또 MCU와의 연계에만 목을 맬 뿐, 스파이더맨을 언제 어떻게 등장시킬지 확실한 로드맵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개된 신작 <마담 웹>은 끝내 SSU를 혼수상태에 빠트렸다. 히어로 영화로서도, SSU의 일원으로서도 무엇 하나 확실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녀들의 보호자를 꿈꾸다
히어로 영화의 구성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영웅으로 거듭나는 서사, 빌런과의 대립, 액션을 비롯한 볼거리. 안타깝게도 <마담 웹>은 셋 중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우선 <마담 웹>은 새 히어로의 당위성을 제시하지 못했다. 물론 히어로 영화로서의 콘셉트는 존재한다. 모성애를 중심으로 여성 서사를 풀어나간다. 그러나 콘셉트의 설득력이 부족했다.
입양아로 자라난 캐시는 평생 친엄마를 원망했다. 그녀가 아마존에서 만삭의 몸으로 거미 연구를 진행하다가 출산 직후 사망했기 때문. 하지만 캐시는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의 기원을 파헤치던 중 미처 몰랐던 진실을 발견한다. 엄마가 자기 희귀병을 고치기 위해 거미 연구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는 사실을. 이에 그녀는 엄마의 모성애와 희생정신을 본받고, 거미에게서 받은 예지 능력을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더 나아가 캐시는 자기처럼 가족 문제로 고통받는 소녀들을 보살피고, 그들이 히어로로 거듭나는 길을 알려주는 멘토로 거듭난다. 그렇게 그녀는 엄마가 정신병원에 갇힌 줄리, 부모가 불법이민자라 추방당한 아냐, 사업가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매티와 한 가족이 된다. 이러한 여성 서사를 강조하는 장치도 여럿이다. 캐시의 아버지에 관한 언급이 전무한 점, 이지키얼 심스와 벤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여성인 점이 대표적이다.
설득력 없는 시나리오
하지만 <마담 웹>의 헐거운 각본은 영화의 콘셉트와 히어로의 신념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캐시와 나머지 세 캐릭터가 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순전히 우연이다. 캐시는 미래에 히어로가 될 세 캐릭터가 이지키얼 심스에게 살해될 미래를 '우연히' 목격하고, 이에 그녀들을 구해준다. 도망치던 중 캐시는 셋 모두와 '우연히' 마주친 인연이 있고, '우연히도' 셋 모두 가족 무제가 있음을 깨닫는다.
계속되는 우연 외에 캐시가 이들에게 그토록 강한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 세 소녀가 캐시를 엄마처럼 신뢰하는 이유는 제시되지 않는다. 그들이 서로 유대감을 쌓는 서사도 얕다. 식당에서 다른 남자애들과 눈이 맞아 노는 장면, 캐시가 CPR를 알려주는 장면 정도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의 유지, 희생정신울 계승하겠다는 결심은 공허해진다.
그 결과 <마담 웹>은 러닝타임 116분 중 첫 20분만 흥미롭다. 캐시가 예지 능력을 처음 깨닫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은 플래시백과 포워드를 오가는 편집 덕분에 꽤 신선하다. 그녀가 예견한 비극을 못 막았다며 자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캐시와 벤 파커의 티키타카도 다른 세 소녀와의 대화에 비하면 합이 잘 맞는다. 기승전결 중 기가 가장 눈길을 끄는 부작용이 발생한 셈이다.
역할이 없는 빌런
이에 더해 빌런 이지키얼은 별다른 존재감이 없다. 히어로 영화에서 빌런은 히어로를 위기에 빠트린다. 그는 히어로를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하지만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히어로는 빌런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더 굳은 신념을 지닌 영웅이 된다. 배트맨이 조커를 만난 후에 다크나이트가 되듯이. MCU의 스파이더맨이 그린 고블린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선함을 믿고 싸웠듯이.
이지키얼의 경우 마담 웹의 아치 에너미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예지 능력을 갖고 있는 마담 웹은 자기 능력을 활용해 미래를 바꾼다. 반면에 이지키얼은 예지 된 미래를 바꾸려고 발버둥치지만 끝내 실패한다. 즉, 그들의 운명과 자유 의지의 차이점을 대조하는 식으로 이야기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물론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히어로 영화에서 신선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데드풀 2>,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 모두 같은 문제를 다뤘기 때문.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이지키얼 때문에 캐시의 엄마가 죽었으니, 둘의 대립을 감정적으로 격화시킬 수도 있었다. 자유와 통제라는 가치의 충돌을 배경으로 우정 싸움을 다뤘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처럼.
하지만 <마담 웹>은 이지키얼에게 이렇다 할 플롯을 전혀 부어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가 왜 캐시의 엄마에게 접근해서 거미를 훔쳤는지, 훔친 거미를 어떻게 활용해서 뉴욕을 주름잡는 거물이 됐는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다. 이 모든 이야기를 관객이 직접 추측하고, 유추해야 한다. 이처럼 빌런이 평면적이고, 플롯 상의 도구로만 느껴지다 보니 <마담 웹>은 긴장감이 현저히 부족하다.
볼품없는 액션
심지어 세 번째 구성 요소인 볼거리도 미흡하다. 히어로 영화에서 액션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단지 화려함 때문이 아니다. 액션은 히어로와 빌런의 대립이 절정에 달했음을 암시하고, 또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영화와 관객이 맺은 암묵적이고 장르적인 약속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액션 대신 원더우먼의 일장연설로 클라이맥스를 채운 <원더우먼 1984>가 당혹스럽다고 실망스럽다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던 이유기도 했다.
<마담 웹>의 액션은 일단 분량이 부족하다. 기차역, 식당, 뉴욕 시내와 부두에서 펼쳐지는 시퀀스 4개가 전부다. 액션의 구성도 인상적이지 않다. 캐시가 먼저 본 미래를 피하는 전개가 되풀이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없다. 캐시를 제외한 나머지 세 주인공이 히어로로 각성해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도 없고, 전작인 <베놈>과 <모비우스>에 비해 CG도 어색하다. 종합하면, 히어로 영화에 기대하는 최소한의 액션도 보여주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 대목이야말로 <마담 웹>의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SSU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으니까. 사실 <베놈> 시리즈나 <모비우스>에서도 영웅이나 안티 히어로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빌런과 싸워야 하는 동기나 원인도 뚜렷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열연과 CG에 힘입은 액션과 비주얼만이 강점이었다. 그런데 <마담 웹>은 SSU의 마지막 미덕조차도 갖추지 못했다.
SSU에 비수를 꽂다
더 나아가 <마담 웹>은 존재 의의조차 의문이다. 쿠키 영상조차 없기 때문. <베놈 2>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홈>과 연결되는 쿠키 영상으로 기대감을 키우며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상쇄한 바 있었다. <모비우스>도 벌쳐와 모비우스의 만남을 보여주며 SSU의 미래를 궁금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마담 웹>에서는 쿠키 영상도 없고, 극 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이나 다른 빌런을 암시하려는 시도를 전혀 찾을 수 없다.
이쯤 되면 소니가 극장 개봉을 선택한 이유도 의문이며, 자연히 SSU가 치러야 할 대가도 꽤나 가혹해 보인다. SSU를 향한 얼마 안 되는 신뢰와 기대치마저 무너뜨렸으니, 다음 주자인 <크레이븐 더 헌터>와 <베놈 3>의 전망은 밝으래야 밝을 수가 없다.
Dreadful 끔찍한
지금이야말로 OTT를 활용할 타이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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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이중성을 궤뚫어보다, 은비적각락 (隐秘的角落, 2020)
국내에서는 ‘나쁜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지만, 원제인 ‘은비적각락’은 은밀한 구석이라는 의미로, 극 중 인물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면모들을 하나둘씩 펼쳐내며 전개에 속도가 붙는 방식으로 전체를 이끌어간다. 많이 봐왔던 추리 범죄물과는 달리, 시청자가 직접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방식이 아닌 1화에서부터 전체에 화두가 되는 사건을 보여주고, 범인 또한 드러낸다. 하지만 메인 사건을 기점으로 또 다른 사건들이 일파만파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년궁의 여름방학 동안 많은 일이 휘몰아친다. 가장 메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학교인 소년궁에서 발생한 추락사건, 뒤이어 몇 건의 살인사건까지. 재밌는 점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이 모두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관계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실마리를 다 풀어보면 그들은 평행선에 놓여있다.
이 드라마의 핵심 도구는 인간의 ‘이중성’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사람은 완전히 좋은 사람이거나, 또 완전히 나쁜 사람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극의 특성상 선과 악이 뚜렷이 존재해왔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은비적각락>은 그 경계를 굉장히 모호하게 풀어낸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정적이고 아이들을 좋아하며 가르침에 열의가 있는 소년궁의 수학 선생님 장둥셩과 다소 소극적이지만 항상 시험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인 주차오양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둘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저 선한 사람일 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들이 있다. 이런 요소들은 등장인물들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앞으로의 일들을 예측할 수 없게 해 긴장감과 왠지 모를 불안감을 선사한다. 특히 장둥셩이 살인을 한 중요한 단서가 주차오양과 친구들에게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어쩔 수 없는 잦은 만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위험 요소가 된다.
본래에는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한 의도였다 한들,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결과적으로 나쁜 행동들이었다는 것 또한 드라마의 주요 포인트이다. 주차오양과 그의 친구인 옌량과 웨푸가 동생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둥셩에게 증거를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것과 아내를 사랑해서였지만 거듭된 살인을 저지른 장둥셩처럼 말이다. 후반부에 장둥셩은 주차오양을 자신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도록 의도하지만, 아이는 다행히도 선의 영역에 좀 더 머무른다. 끝내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버린 장둥셩은 불행한 마지막을 맞게 되고, 주차오양은 자신의 선에서 다시 회복 가능한 방법을 나름대로 찾는다.
한여름 밤의 악몽 같은 나날들이 지나고, 소년궁의 새로운 학기가 다시 시작된다. 아이들은 다시 제자리를 찾고, 또 새로운 나날들이 그들을 맞이한다. <은비적각락>을 보면서 가장 크게 와닿은 생각은 아이들이 과연 ‘나쁜 아이들’로 정의될 수 있는가이다. 아이들의 의도는 너무도 순수하고 지극히 이타적이며, 그래서인지 12화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이 나쁘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장둥셩과 같은 어른들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나중엔 자신의 이득이나 미래를 위해 엇나가고 만다. 결국, 세상은 아이들의 사려 깊은 마음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렇게 <은비적각락>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선과 악의 본질을 섬세하게 궤뚫어본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잔잔한 템포를 유지하지만, 사건에 점점 다가갈수록 속도감을 낸다. 특히 아이들의 압도적인 연기와 매 화의 엔딩은 드라마의 매력을 한층 더해준다. 이런 촘촘한 서사와 연출이 있는 작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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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으세요. 굶으면 구원받습니다.” 극단주의의 메커니즘
6★/10★
몇몇 사람이 집단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배경에 대한 온갖 말과 추측이 난무할 것이다. 명확한 것은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뿐이니까. 사람들은 금세 혀를 찰 것이다. 파편화된 채 흩뿌려진 근거는 그 어떠한 경우에도 집단 자살을 할 만한 그럴듯한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죽은 자들은 곧 ‘극단주의자’, ‘정신이상자’ 등으로 불릴 것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은 금세 그들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갈 테다. 그러나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집단 자살에 동참한 사람 중 그들처럼 ‘상식적인’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면? ‘상식적인’ 사람을 정신적으로 취약하게 만들어 위험한 신념을 품게 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면? 죽은 자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성급히 단정 짓는 일은 왜 그들이 그런 선택에 이르렀는지 질문할 기회를 박탈한다. 〈클럽 제로〉는 상상력을 발휘해 왜 누군가가 극단주의의 강력한 추종자가 되는지, 그 과정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질문한다. 다양한 형태의 극단주의가 난립하는 요즘 시대에 긴요한 상상력이다.
상류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에 노백이 영양교사로 임명된다. 노백은 늘 끝까지 단정하게 단추를 채운 카라티를 입고 다니며 흥분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한다. 옷차림부터 언행까지, 노백이 특정한 형태의 완벽주의/극단주의의 상징임이 암시된다. 그는 다양한 이유로 식이법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그들에게 ‘의식하며 먹기’를 제안한다. 처음에는 심호흡하며 먹기 등의 간단한 요법만 제시하던 노백은 점차 식사량을 줄이고 마침내는 아무것도 먹지 않음으로써 얻게 될 자유를 설파한다. 학생들을 자신의 신념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백이 사용하는 기술들은 기묘하고 절묘하다. 이런 유의 얼토당토않은 극단주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참고할 만하다.
먼저 학생 개별에 밀착하여 각자의 사연에 맞는 계몽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들을 주체로 호명한다. 호명은 주체화의 조건이다. ‘너는 새로운 식이법의 주인공이야’라는 속삭임은 자기 쓸모와 미래를 고민하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다. 방황하는 인간이 갖기 어려운 주체로서의 역능과 효능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체성의 토대가 마련되면, 그에 반하는 행동(즉, 먹기)에 죄책감을 느끼게끔 한다. 힘에 부칠 때는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고 북돋는다. 이탈자나 회의자가 생기기도 하지만 지속적인 계몽으로 이것이 자유를 향한 고난의 길임을 강조한다. 당연하게도 기성 사회의 상식에 반하는 가치, 즉 진정한 자유의 추구에서 과학적 사고는 거부된다. ‘옳은 일’에는 과학 따위가 들어설 곳이 없다.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신념을 잘 따라오는 자에게는 포상이 주어진다. ‘클럽 제로’라는 비밀 조직에 입회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클럽 제로 입회가 자유를 성취했다는 증거라는 사고의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비밀 임무를 주어 내부자들의 결속과 소속감을 다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선민의식을 낳는다. 진짜 자유를 아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위계가 생기는 것이다. 같은 신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총화總和하면서는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신념을 재확인한다. 내부 구성원 이외의 관계망을 약화시키거나 끊는 건 필수다. 이 영화에서는 자녀의 거식拒食을 걱정하는 부모가 그 관계망의 핵심이다. 부모의 애정 어린 간섭의 의미를 자유에의 훼방으로 뒤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조차 구성원 간 신념의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이 신념 공동체를 완전히 이탈하지 못한다. 먹지 않아 쓰러지는 친구 옆에서 몰래 먹으며 눈치를 볼 뿐이다. 구성원들에게 이 신념 공동체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사회적 사망 선고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건 이때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부모, 학교 당국이 논의를 시작하지만 이미 늦었다. 노백을 해고해도 아이들은 바뀌지 않는다. 그의 신념은 아이들에게 이미 깊숙이 새겨졌다. 식이법에 대한 학생들의 간절함에서 시작된 노백의 극단적 신념 공동체는 그들이 클럽 제로 입회 후 ‘위대한 길’로 갔다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혹은 ‘구원’받는)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그 아이들이 정말 ‘낙원’으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족‧학교에 머물며 만들어갈 미래가 사라졌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모와 학교(사회)는 진작 더 촘촘하게 아이들(구성원)의 마음을 살폈어야 했다.
노백이 아이들을 휘어잡는 과정의 서스펜스 강도가 더 높았다면 좋았겠다 싶다. 그러나 동시에 바로 여기서 영화 속 극단주의와 우리 주변의 극단주의를 면밀히 비교해볼 적당한 비평적 거리가 생기기도 한다는 점은 감안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극단적 신념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적이 있던(지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사람으로서, 영화는 적당한 객관화의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극단적 신념의 메커니즘을 미스터리 장르로 버무려내는 시도는 장르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 일이다. 그러나 끝끝내 남는 질문도 있다. 어떠한 극단적 신념이 정말 옳은 것이라면? 그 신념으로 부조리한 세계를 뒤집어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역사는 때때로 극단주의가 옳았음을 증명한다. 때문에 ‘극단주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이 ‘좋은’ 극단주의인지를 감별하는 안목과 구성원이 ‘나쁜’ 극단주의에 거리를 둘 수 있게끔 하는 사회의 자정 능력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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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현재 일본 영화감독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인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Our Apprenticeship>이 프랑스에서 촬영될 예정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줄거리나 출연진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본 소녀가 파리에서 공부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랑스-일본 합작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며, 곧 제작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본 작품은 2019년 제작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2020년 팬데믹으로 폐기되었던 프로젝트를 부활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Our Apprenticeship>는 하마구치 감독의 첫 비일본/비한국 제작 작품으로, 프랑스인 게이 커플, 시리아인, 벨기에인, 한국인, 일본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젊은 출연진이 등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봉준호 감독 <미키 17>,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오는 2월에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될 예정입니다. 최근 워너브라더스에 의해 여러 차례 개봉일을 변경한 바 있는 해당 작품은 국내 개봉 2월 28일, 북미 개봉 3월 7일로 개봉 일자를 최종 확정 지었습니다.
한편, 주연 배우인 로버트 패틴슨이 1월 20일에 내한하여 푸티지 상영회, 무대인사 등 만남의 자리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클레어 드니 신작 <The Cry of the Gurads>, 이달 촬영 예정
클레어 드니의 신작 <The Cry of the Gurads>가 1월 세네갈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주연으로 예정되었던 ‘라일리 키오’가 하차하면서 영화 <하우 투 해브 섹스>로 신예로 떠오른 미아 맥케나-브루스가 새롭게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영화는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살인마 잭의 집>의 맷 딜런, <죽음은 두렵지 않다>로 클레어 드니와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이삭 드 번콜도 함께 출연할 예정입니다.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 뉴욕에서 차기작 촬영 예정
자파르 파나히와 더불어, 이란 영화계의 거장으로 칭송받는 아스가르파르하디 감독이 올해 뉴욕에서 차기작을 촬영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경 외에 줄거리나 출연진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2024년 1월 Le Monde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0년 동안, 이란의 예술가들은 억압과 검열에도 불구하고 매년 창작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특히 영화 제작 부문에서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저 역시 더 이상 같은 조건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 없다."라며 현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당분간 이란에서 영화를 제작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습니다.
아스가르 파르하디는 이전에도 스페인과 프랑스에서 각각 두 편의 영화를 촬영한 바 있습니다.( 스페인 <누구나 아는 비밀>, 프랑스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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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JIMFF 이호현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메이드 인 제천 #오늘의장내 의 #이호현 배우님 본격 탐구! ?♀️ #하이스트레인저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메이드 인 제천 [오늘의 장내]의 이호현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8월 25일 대개봉!! ??
? 씨네픽쳐(스틸컷 퀴즈) 절찬리 진행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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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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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청춘열애> 메인 예고편
뛰어난 실력과 아름다운 외모를 갖춘 무용수 리마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만을 바라는 원차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조직에 얽혀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된 펑쯔.
한 편의 영화 같은 인생을 살기를 꿈꿨던 세 청춘의 사랑, 고난 그리고 성장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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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리카투> 리뷰 예고편
푸줏간(도축장)에서 도망친 물소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고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 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있는 집단 경기다.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벌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의 <잘리카투>는 잘리카투 경기를 묘사하는 영화는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