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5-03-27 07:36:46
‘본질적’ 남성성을 향해 달리는 로드무비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
1977년 제작되어 제1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8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나, 일본 문화 수입이 금지되어 있던 터라 50여 년이 흘러서야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온 영화 〈행복의 노란 손수건〉을 보며 두 가지 감상이 내내 교차했다.
첫 번째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 감수성에 코미디를 더한 매력적인 로드 무비와 극의 주요 서사가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수성이다. 우발적 살인으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광부 시마는 우연히 만난 켄야, 아케미와 함께 차를 타고 홋카이도 곳곳을 떠돌며 배회한다. 사실 시마에게는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하는 집이 있다. 한때 거칠게 방황하던 시마는 아내 미츠에를 만난 후 ‘인생을 고치고 싶다’고 다짐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렸다. 그러나 아내가 이전 결혼에서 유산했다는 사실을 알고 비뚤어져 거리에 나섰다가 취객과 다투고,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6년의 형기를 마치고 나온 시마. 그는 자신의 못난 마음을 후회하며 아내에게 사과하고 싶고, 다시 그녀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자기가 먼저 아내를 버리고 떠나 범죄에까지 휩쓸렸다는 죄책감에 출소 후 엽서 한 통만 보내고 직접 찾아가지는 못한다. 엽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집 앞에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줘.” 시마가 다시 용기를 내 미츠에에게로 향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켄야, 아케미와 빚어내는 우정 등의 순간이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통속적이지도 않게 적당한 균형감을 이루며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우리는 사랑과 번뇌, 그리고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속죄와 용기의 테마를 마주한다.
두 번째 감상은 이 영화가 시대를 거슬러 개봉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에는 규범적·이성애적 남성성이 연장·계승되는 두 번의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먼저 시마와 켄야. 여자를 밝히는 양아치로 그려지는 켄야는 새로 뽑은 차에 여자를 태우고 돌아다니며 욕구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런 그에게 개인사적 맥락으로 지친 아케미가 눈에 들어온다. 역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시마와도 합류해 여정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아케미를 성적 대상으로만 삼는 켄야의 욕망은 계속 빗나가고 아케미는 그런 켄야에게 거부감을 표한다. 켄야는 아케미가 너무 ‘비싸게 군다’며 불평한다. 그러자 시마가 툴툴거리는 켄야를 자기 앞에 앉힌다. 그러고는 여자는 ‘보호해줘야 한다’고, 그것이 남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준엄하게 꾸짖는다.
천방지축처럼 굴던 켄야와 그런 켄야를 밀어내면서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 아케미. 두 사람은 시마의 사연을 듣고는 감동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시마를 아내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여기서는 남성성의 스승과 제자가 뒤바뀐다. 시마는 고향 집을 코앞에 두었는데도 아내를 보러 가지 않겠다며 방향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아내가 이미 다른 남자를 만나 자기를 잊었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의기소침한 시마를 북돋고 그를 ‘행복의 노란 손수건’으로 이끄는 건 켄야와 아케미다. 두 사람은 시마의 우유부단함에 분개하고, 그를 끝내 아내 미츠에 앞에 세운다. 시마의 남성성 수업이 그의 인생사와 결합해 발휘한 힘에 켄야와 아케미가 감응하고, 이제는 두 사람이 그 힘으로 시마를 ‘진짜’ 남자의 길, 즉 홀로 남편을 오래 기다린 미츠에를 ‘보호’해주는 길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남성성을 포용한 시마는 힘차게 펄럭이는 무수한 노란 손수건 아래서 아내를 되찾고, 내내 거절만 당하던 켄야는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는다. 내내 실패하고 미끄러지기만 하던 낭만적 이성애 관계가 서로 다른 세대의 두 남성의 상호 작용으로 회복되고, ‘보호하는 남성’과 ‘보호받는 여성’이라는 무너진 젠더 질서는 다시금 재확립된다.
두 남자의 연대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 있다. 바로 켄야의 자동차다. 켄야는 순전히 여성을 꼬시겠다는 목적으로 새 차를 구입했다. 즉, 빨간색 새 차는 켄야의 남성성을 위한 도구 혹은 켄야의 남성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갈 무렵, 켄야의 차는 여러 여정을 거치며 흙먼지로 가득 뒤덮였고 여기저기 망가졌다. 그러나 켄야의 남성성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침내 아케미를 품에 안음으로써 ‘도구’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한 토대를 갖추어 거듭났다. 자동차가 자본주의적 생산품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는 더한층 의미심장하다. 시마와 켄야가 주고받은 남성성 수업이 자본주의를 ‘초월’할 만큼 근본적이라는 점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감동적인 드라마’로 평가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같은 ‘비본질적’인 무언가에 흔들리지 않는 ‘본질적’인 것으로서 남성성을 소환하고, 우직한 남자(시마)와 가벼운 남자(켄야), 즉 서로 다른 남성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젠더 동인을 포장하는 방식으로서 ‘보편적’인 감동 코드를 차용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감동’을 멋들어지게 설파하는 이 영화가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 미츠에와 아케미의 서사와 감정이 계속 궁금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마와 켄야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남자’로 거듭나는 동안 미츠에와 아케미는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들의 과거는 어떠했으며 그들이 두 ‘남자’와 만들어갈 미래는 어떠할까? 행복을 향해 힘차게 펄럭이는 노란 손수건은 세월을 거슬러 우리에게 ‘행복’의 토대와 의미를 확장적으로 재정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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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된 공간에서 진행되는 영화 9선
단조로운 공간 활용의 단점을 극복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한 영화 9편을 준비했습니다.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러닝타임을 가진 영화들로 준비했으니, 영화와 함께 금요일 저녁을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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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빛 청춘에게 스민, 아픈 사랑 이야기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대만표 청춘 영화들이 있다.
올래는 어떤 작품이 국내에 들어올까 궁금하던 차에, 〈나의 아픈, 사랑이야기(Love sick)〉를 만났다.
우연히 보게 된 포스터 속 태그라인이 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 끌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어, 영원히
이 문구가 과연 무슨 의미일까. 머릿속에 작은 물음표를 띄운 채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시놉시스
꾀병이 사랑병이 되었다…
오진으로 암 선고를 받은 남쯔제.
퇴학을 피하기 위해 계속 연기하면서 반장 여쯔제의 특별 케어를 받게 되고,
식단부터 공부까지 관심과 감시가 시작된다.
그땐 몰랐다. 티격태격 꾀병이 가장 아픈 사랑병이 될 줄은.
본리뷰는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동명이인으로 시작된 인연
같은 반, 같은 이름. 하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두 사람이 있다.
사고를 몰고 다니는 문제아 남쯔제와, 원칙과 규율을 중시하는 모범생 스타일의 반장 예쯔제.
서로의 세계에 발을 들일 이유가 없던 두 사람은, 남쯔제가 교장 차를 들이받는 황당한 사고를 계기로 얽히게 된다.
그 사고로 병원행이었던 남쯔제는 병원에서 '위암'이라는 오진을 받는다.
그 오진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퇴학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다. 몸을 챙기지 않는 위암 환자. 도시락 대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여전히 천덕꾸러기처럼 구는 그가 못내 신경 쓰였던 걸까.
담임의 권유로 예쯔제는 남쯔제의 케어를 맡게 된다.
그날 이후 매일 같은 자리에서 먹는 도시락이 두 사람 사이의 작은 다리가 됐다.
예쯔제가 가져다 주는 도시락은 늘 밍밍하고 소박한 음식이었지만, 그 속에는 환자를 향한 정성과 원칙이 담겨 있었다.
처음엔 맛없고 귀찮기만 여겨지던 도시락이, 기다려지는 점심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병원에서 시작된 또 다른 인연, 천리
오고 가는 도시락 풍경을 묵묵히 바라보던 또 한 사람, 천리.
그는 예쯔제의 오랜 도시락 메이트이자, 남쯔제보다 먼저 그녀를 좋아했던 인물이었다.
단정한 겉모습과 달리 뇌전증을 앓았던 그는, 병원에서 예쯔제를 처음 만났다.
천리와 예쯔제의 첫 만남, 위암 오진으로 환자가 된 남쯔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그의 이모, 그리고 함께한 봉사활동.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병원이라는 장소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병원은 세 사람을 이어주는 장소임과 동시에 잔잔한 불길함을 피어오르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왜 이들의 서사 속에 병원이 반드시 있어야 했을까.
순간,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에서 읽었던 한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그 문구는 이야기의 끝을 어렴풋이 예감하게 만들었다.
작열하는 햇빛 아래, 초록빛 풍경 속에서 반짝이던 청춘들. 그 빛이 너무 찬란해, 내 예감이 틀리길 바랐다.
천리는 언젠가 ‘해저 우체통’ 이야기를 꺼냈다. 바다 속 깊이 잠긴, 외딴섬 아래의 우체통.
뇌전증이 완치되면 꼭 그곳에 편지를 넣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연한 접촉사고가 치명타가 되어, 천리는 세상을 떠났다.병원에서 시작된 인연은 그렇게 병원과 가장 가까운 비극으로 끝이 났다.
그들에게 병원은 함께 웃었던 기억과 깊은 슬픔이 동시에 스민 장소로 남았다.거짓말과 진심 사이
천리가 남쯔제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간단했다.
예쯔제를 좋아한다면, 거짓말 하지 마.
남쯔제는 그제야 마음속 무거운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은 위암 환자가 아니었고, 퇴학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예쯔제는 자신을 속여왔던 남쯔제에게 분노했고, 대학생이 된 후에는 그와 단호히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남쯔제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친구를 통해 영상 편지를 전했고, 그의 진심은 흘러 흘러 예쯔제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다시 가까워진 그들에게 행복해질 일만 남은 듯 보였다.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예쯔제의 병세는 급격히 악화됐다. 그녀가 늘 밍밍한 도시락을 싸오고, 결벽증에 가깝게 손 소독을 반복하던 이유가 문득 선명해졌다.백혈병 환자였던 그녀는 아픈 티를 내기 싫었고,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남쯔제 곁에서 끝까지 단단히 살아가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남쯔제는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가족, 친구, 사랑 소중한 것들이 바스라지며 그의 곁에서 사라져 갔다.
그럼에도 그는 상실을 홀로 견디지 않았다.
예쯔제의 부모를 찾아가 아들처럼 그들의 곁을 지켰고, 그녀와 함께한 시간을 마음 깊숙이 간직했다.
그리고, 천리가 말했던 그 해저 우체통을 찾아간다. 예쯔제에게 전할 편지를 들고.
도시락을 건네던 손길, 함께했던 병원 봉사, 스쿠터를 타고 달리던 오후, 아쿠아리움 데이트
그녀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이 그의 가슴 속 깊이 잠겼다.
그리고 그가 잊지 않는 한, 그녀는 영원히 그의 청춘 속에서 반짝일 것이다.그리하여, 그들의 순간은 영원이 되었다.
추천 한마디
올여름, 대만표 청춘 영화가 다시 한 번 스크린 위에서 반짝인다.
윤슬처럼 반짝이는 청춘들을 놓치지 않길 바라며,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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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부국제 가지 못했으니까...
사실… 부러워만 했던…부산국제영화제🥲
괜찮아요… 개봉(공개)작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다른 영화들도 얼른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며!
여러분이 가장 기대하는 개봉(공개) 예정작은 무엇인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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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베를린 영화제에서 공개 이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는<파묘> .
<검은사제들> <사바하>를 연출하며 한국 오컬트계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요. 이도현과 김고은의 파격 변신으로 벌써부터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파묘>!
이번주 개봉예정작 함께해보아요.
파묘
Exhuma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공포 | 한국 | 134분
감독: 장재현
출연: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
개봉: 2024.02.22.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CINE PICK!
베를린 영화제 공개 이후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파묘>. 이도현의 첫 상업영화 출연작, 최민식이 출연하는 첫 오컬트 영화로 예고편 공개 직후부터 각 배우들의 파격 변신으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사전 예매가 벌써 11만 명을 넘어서며 설날의 침체된 한국 영화관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33분
감독: 알렉산더 페인
출연: 폴 지아마티, 더바인 조이 랜돌프, 도바닉 세사
개봉: 2024.02.21.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시놉시스
함께 있지만 그들은 언제나 혼자였다 1970년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텅빈 학교에는 세 사람이 남게 된다.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폴’, 문제아 ‘털리’ 그리고 주방장 ‘메리’ 이들은 원치 않았던 동고동락을 시작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순간,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면서 특별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CINE PICK!
할리우드의 명품 조연 ‘폴 지아마티’가 <바튼 아카데미>의 주연을 맡으며 세계 유수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작품으로 외로움과 대한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 영화입니다.
윌레스와 그로밋 더 클래식 컬렉션
Wallace & Gromit The Classic Collection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영국 | 89분
감독: 닉 파크
출연: -
개봉: 2024.02.21.
배급: 주식회사 에이컴즈, CGV ICECON
시놉시스
천재 발명가라기엔 2% 부족한 주인 월레스 그의 동반자 천재 반려견 그로밋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수상한 손님들이 나타났다!? 치즈를 구하러 달나라로 ‘화려한 외출’을 떠난 어느 하루와 비밀을 숨긴 하숙생과 펼치는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으로 인한 그로밋의 수난시대까지!
CINE PICK!
영국의 단편 클레이 애니메이션 시리즈 <윌레스와 그로밋>은 영국 문화의 아이콘으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인데요. 영화는 ‘화려한 외출’ ‘전자바지 소동’ ‘양털 도둑’등의 단편들과 국내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특별 에피소드까지 포함하여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운드 오브 프리덤
Sound of Freedom
ⓒ 네이버영화
개요: 범죄 | 미국 | 131분
감독: 알레한드로 몬테베르드
출연: 제임스 카비젤
개봉: 2024.02.21.
배급: (주)NEW
시놉시스
아동 성범죄자를 추적하는 정부 요원 ‘팀 밸러드’. 288명의 범죄자를 체포한 에이스 요원이지만, 정작 피해 아동은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는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거대 인신매매 조직에 잠입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하는데…
CINE PICK!
작년 미국에서 개봉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한 흥행작 <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 구출작전을 펼친다는 미국 비영리단체의 인물 중 하나인 팀 발라드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제작비의 10배나 되는 흥행을 기록한 작품입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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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주저앉은 진심 사이 찾아온 죄책감의 그림자.
매그너스 본 혼 감독이 연출한 <바늘을 든 소녀>는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이다. 연쇄살인마 다그마르 오베르뷔의 실제 사건을 각색한 작품으로 전쟁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고통과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군수 물품을 생산하는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카롤리네는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아침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남편이 전쟁터로 떠난 뒤 그의 소식은커녕 생사도 알 수 없었던 터라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남편의 죽음을 짐작했던 카롤리네는 공장 사장이 관심을 가지는 마음에 이끌려 사랑을 나눈다. 그 후 임신을 하게 된 카롤리네 지금보다 나은 삶을 꿈꾸지만 그녀의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져있던 그때, 카롤리네는 다그마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희망을 다시 찾아가는데...
자신이 겪은 것이 쾌락에 가까운지 고통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결단의 순간, 비로소 자신만의 선택을 한다. 그 과정을 그리는 방식이 극단적이라 느낄 수 있지만 처음으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비로소 상처를 공유하게 된 이들은 온전한 사랑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거듭 희망을 갖고 자신의 삶의 변화를 꿈꾸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으며 세상은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가져서는 안 될 것을 가진 것처럼.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죄책감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직 이 위기를 홀로 감당해야 했던 그녀의 선택을 감히 비난할 수 없다.
영화는 시대적 고통 속에서 개인이 내리는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을 깊이 있게 다룬다. 또,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 영화는 전쟁이 남긴 상흔을 섬세하게 드러내고 그 상흔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넘나들고 있는지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 남성에게는 얼굴에 남은 상처를, 여성에게는 몸에 남은 상처를 보여주는 식이다. 용기와 결단,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비극이라는 다른 양상을 보이지만 공통점은 그 누구에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잔혹함과 그로 인한 고통이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여성으로서 느끼는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는 용기와 결단이 드러나는 부분이 명확히 그려져 좋았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죄책감을 딛고 용기를 내는 부분이 마음을 울린다. 그러나 돌아온 남편의 이야기와 그의 상처에 대해서도 좀 더 상세하게 다뤘다면 영화의 깊이가 더욱 풍부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남편이 전쟁에서 돌아오면서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상처는 단순히 전쟁의 피해자로서의 모습을 넘어 전후 사회에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 같다.
영화가 전개되며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초반부 다소 모호하게 표현되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온전히 들여다보기엔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다. 마치 똑바로 현실을 바라보라며 바늘로 관객을 콕콕 찌르는 듯한 연출이 인상 깊었다. 잔잔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였다. 초반부와 후반부가 전혀 다른 반전이 인상 깊었던 영화였다. 그만큼 에너지가 폭발적이지만 관객도 따라서 진이 빠지는 빠지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믿음은 양면적이면서도 모순적이다. 전쟁의 시작처럼, 모든 관계의 시작은 믿음과 신뢰지만 한 번에 무너지는 잔혹함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다. 거듭 사람에 의해 배신을 당하면서도 계속해서 우리의 삶을 꾸려나가게 되는 것은 여전히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극은 마치 결말이 정해진 것처럼 당연하게 시작됐다. 그 이름을 미리 알려줘도 알아채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참혹한 시대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다소 잔잔한 흐름이다. 오히려 우울하기까지 하다. 초반에 기대했던 강렬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이지만 충격적인 장면이 잔잔하게 가슴을 후벼 판다. 시대가, 사회가, 그리고 개인이 분열되는 그 순간을 포착하는 작품이다.
영화 상영 정보
10월 3일 16:30 CGV 센텀시티 5관
10월 6일 20: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10월 10일 20:00 CGV 센텀시티 7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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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w close
<클로즈(Close)>(2022, 루카스 돈트)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걸>이 그러했듯 <클로즈>는, ‘다름’을 재단하는 시선 자체보다는 ‘남다르다’, ‘예민하다’고 여겨지는 영혼들이 그것에 영향을 받는 모양에 집중한다. 다만 <클로즈>의 카메라는 <걸>만큼 집요하지 않았고, 보다 인물의 공간을 존중하며 참을성 있게 움직였다.
감독 본인이 짚기도 했듯, ‘close’는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먼저 ‘closeness가까움’의 그것이다. 레미와 레오는 서로의 배를 베개 삼아 눕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고, 나란히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한 침대에서 잠들곤 한다. 때로 레미의 엄마 소피까지 합류하기도 하는 몸의 맞닿음은 친밀감과 편안함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그렇다면 어떤 행동까지는 우정으로 분류되고, 어디서부터는 로맨스인가. 어느 정도 가까워야 ‘정상’이고,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이상’한가. 관계에 물음표를 던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레오와 레미. 기성의 언어로 규정되지 않는 그들의 유대에 타인의 불필요한 시선이 섞여들며, ‘close’의 두 번째 쓰임이 등장한다.
이 ‘close’는 ‘closing닫음’과 ‘closet클로짓’의 그것, 타인과 연결을 끊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벽장에 가두는 행위다. <걸>의 카메라가 호의를 가장한 폭력을 감당하던 라라의 얼굴을 관찰했듯, <클로즈>의 카메라는 ‘사소한’ ‘의심’이나 ‘장난’을 감각하는 레오의 얼굴을 관찰한다. 어쩌면 별 악의조차 없을 듯한 말들이 어떻게 레오에게, 이어 레미에게 침범하는지를. 이성애규범적 관습이 촘촘히 스며든 집단 사회가 무의식적으로 그들의 ‘다름’을 삭제하는 과정을.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 남들보다 섬세한 -혹은 서로 덕에 그 섬세함을 보존해 온- 두 소년의 세계는 평범하게 무신경한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깨진다. 레오는 제 일부를 닫고 레미와 단절되고, 레미는 내면으로 파고들다 끝내 욕실 문을 닫아 건다.
영화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괜찮지 않음’의 조각들을 포착한다. 레미의 조각은 레오의 눈동자가, 레오의 조각은 카메라가 담는다. 레오는 설명하기 힘든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외부의 기대에 스스로를 맞추려 하고, 레미는 기대 자체보다는 그에 대한 레오의 반응에 반응한다. 레오는 레미를 밀어내고, 레미는 거리를 알아채고 속상해한다. 레오는 상대방의 아픔을 감지하고 자신도 아파하지만, 벌려 놓은 거리를 좀처럼 다시 좁히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미가 죽는다. 레오는 제대로 슬퍼하지 못한다. 침대를 적시고, 죽음의 순간을 상상한다. 레미의 집을 찾아가지만 도망쳐 나온다. 마음의 상처가 손목의 부상과 함께 물리적으로 드러나고, 그는 애도를 가로막았던 죄책감을 털어놓게 된다.
레미의 마음 속에서 일어났던 일을 짐작해 보았지만, 결국 알 수 없는 것으로 남겨두어야 했다. 관객은 레오가 느끼는 만큼만 알 수 있으므로 그가 레미를 저도 모르게 벼랑으로 몰아간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허나 적었듯, 그건 레오가 느끼는 바다. 레미는 생각이 밀려와 잠을 이루지 못하곤 했다. 그가 욕실 문을 잠그면 소피는 불안해했다. 레오는 곁에서 그의 불면을 감각하고 수면을 돕거나 함께 뜬눈으로 밤을 보내는 이, 레미를 세상에 붙잡아 두는 존재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연결이 끊기지 않았다면 무언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 해도 ‘역할’을 인지하고 감당하기에 레오는 너무 어렸다. ‘레미의 죽음은 레오의 탓이 아니다.’ 그의 자책을 듣고 소피는 그렇게 답했어야 했지만, ‘내리라’고 했다 하여 아이를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레오는 뒤늦게 고백했고, 소피는 뒤늦게 그를 쫓아갔다. 그들은 엉엉 울며 너무 늦지 않게, 서로를 끌어안는다.
레미와 레오의 놀이터였던 꽃밭은 레오의 일터가 되었다가, 둘 다가 된다. 실물의 꽃을 키우는 일은 내면의 연약한 꽃을 지키는 일과 닮았다. 영화는 ‘꽃을 재배하는 소년’과 ‘꽃밭에서 뛰노는 소년’ 모두를 레오에게 드리운다. 레오가 하키 수트를 입고 레미와의 거리를 벌리며 누르려 했던, ‘남자답지 않은’ 남성성이 거기 있다. “아빠는 태어났을 때부터 남자였을까?” <걸>에서 라라의 아빠가 딸에게 위로를 건네며 했던 대사다. 두 영화의 중심에는 물음이 자리한다, 우리가 강요된 답을 학습하고 수행해 왔기에 물을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걸>의 물음이 ‘WHAT is a Girl?’ 이었다면, <클로즈>의 물음은 ‘How close two boys can be?(두 소년은 얼만큼/어떤 식으로 가까울 수 있는가?)’다. <클로즈>에는 또 하나의-그리고 앞선 것들과 이어지는, ‘남자됨’의 정체에 관한 물음(‘How boys should behave?’)이 있다. (그러므로 레오가 겪은 상실을 ‘소년이 남자가 될 때’, ‘성장통’ 따위로 수식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면, 아무리 영화에는 다양한 감상이 따른다 해도- 틀렸다,고 말해야겠다.)
엔딩, 레미와 함께 달리던 꽃밭을 레오는 홀로 달린다. 뒤돌아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는 활짝 핀 꽃 한가운데에 있다. ‘꽃밭을 달리는 소년’의 남성성, ‘함께 꽃밭을 달리는 두 소년’의 관계. 영화는 그 규정불가한 아름다움을 담는다. 그동안 수많은 소년들의 내면에서 닫혀 버린 것들을 애도하고, 남아 있는 것들이 지켜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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