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토로2021-04-17 16:37:25
어느 누구의 무엇의 베테랑인가
베테랑(2015)
배우와 스토리, 음악, 까메오까지 즐거웠던 영화다.
하지만 '어이없다'와 '어처구니없다'가 널리 쓰이고 있어서 둘 다 표준어로 삼는다고 한다. 사실 영화의 내용이나 흐름상 어처구니보다는 어이가 더 잘어울려서 그런 게 아닐까 싶지만. 결국 유행어까지 되었으니 성공했다.
Relative contents
-
- 내가 구찌가 될 상인가.
이 글은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수선화"와 "나르시시즘"이란 단어 사이에는 매우 큰 간격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단어가 이야기로 엮이게 되면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를 알게 된다.
알쓸 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말씀하셨듯, 이야기는 그 무언가를 기억하게 하고, 잘 전달하게끔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이토록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무작위로 뽑은 단어들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살을 붙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얼핏 보면 "구찌"와 "살인"도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 둘 사이의 거리도 좁혀질 수 있을 만큼의 접점이 존재한다고 속삭인다.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전해주는 이야기이니, 믿고 시간과 우리의 마음을 맡겨도 손해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그 애매함을 넘어서기.;두 주연이 이뤄내는 반란.
사진 출처:다음 영화
숫자 2는 참 이상하다.
소수(Prime number, 참고 1) 중 유일한 짝수인 점도 그러하지만. 성공적인 영화의 2편(혹은 후속편)의 제작은 가장 많은 욕을 먹을 각오로 제작해야 하는 리스크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형만 한 아우 없다는 속담만 들어봐도 이 2라는 숫자가 가진 위치와 애매함은 불완전함, 혹은 사족을 뜻하기도 한다.
두 주연 배우에게도 이 2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많은 부담을 안게 하는 숫자였을 것이다.
한 번 일한 배우와는 일을 안 한다는 말이 돌 만큼 캐스팅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리들리 스콧과 전작인 [라스트 듀얼]에 이어 두 편의 영화를 찍는 영광 아닌 영광을 가진 아담 드라이버에게도.
[스타 이즈 본]에서 성공적인 연기를 보였지만, 소포모어 신드롬(Sophomore syndrome, 참고 2)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는 두 번째 작품으로 이 영화에 참여한 레이디 가가에게도 말이다.
두 번째.
하지만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줘야만 하는 단 한 번의 기회.
이 상황에서 두 배우는 서로의 손을 잡아 불안한 하나 보다 온전한 둘이 되는 것을 택했다. 숫자 2에 숨은 또 다른 의미를 슬며시 끌어온 것이다.
덕분에 영화는 걱정했던 불완전함이 묻어나 껄끄럽거나 삐걱거리지 않는다. 안정적이고 세련된 연기로 영화 내내 관객의 마음을 오롯이 구찌 가문의 안위만을 걱정하는데 쏟게 한다.
껍데기의 싸움.;결국 껍데기는 알맹이를 이길 수 없다.
사진 출처:다음 영화
화투.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정마담이 영화 타짜 1편의 시초가 된 화투를 그렇게 정의했다면, 구찌 가문의 또 다른 축이었던 알도 구찌(알 파치노)는 이 모든 가족 싸움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구찌 가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껍데기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구찌가 만들어낸 상품들이 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기도 했겠지만, 실제로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자신들이 원하고 탐하다 못해 선택해서는 안 되는 방법까지 기꺼이 행하게 하는 "Gucci"라는 껍데기를 차지하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혹자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혹자는 자신에겐 허락되지 않은 이름을 결혼을 통해서라도 갖기 위해.
또 누군가는 아들에게 이름을 물려주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독을 바른 손톱을 잔뜩 세워 희생양이 사정권 안에 들어오기를 몸을 낮춰 기다리며 상대를 찔러보는 싸움을 하고 있지만. 마우리치오 구찌(아담 드라이버) 만큼은 이 껍데기가 죽도록 싫어 벗어나려고 애쓰는, 혹은 사업을 위해 매진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자신은 이런 싸움은 관심이 없는 듯한 독야 청청한 자세로 목을 꼿꼿하게 세우고서. 나는 "당신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몸으로 소리치듯이.
하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구찌라는 이름을 버린 적이 없었다. 소극적인 태도, 정면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뉘앙스로 구찌를 원하지 않는 척했을 뿐. 그는 항상 그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것"이라는 껍데기를 찾아 익숙한 것에서 도망치려 했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늘 가지려 애썼다는 점에서는, 어쩌면 그 역시도 같은 인물일 뿐이었던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러나 언제나 결말이 그러하듯.
아무리 화려한 껍데기라도 알맹이를 이길 순 없었다.
구찌는 가짜들의 싸움이 아닌, 진정으로 구찌의 가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간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만 했던 "껍데기"구찌와 알맹이 구찌가 모두 같은 고귀한 모습을 지니기를 바란 사람들이 이긴 셈이다.
명감독은 명감독이다.;이걸 누가 이기니.
사진출처:다음 영화
가끔 캐릭터가 가진 모든 이야기의 끝까지 다 박박 긁어 쓰는 영화를 만날 때가 있다. 애석하게도 그런 캐릭터는 배우의 연기에 상관없이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영화가 나눠 가져야 할 처절함이나 진중함을 캐릭터 하나 몽땅 갈아 넣는 것으로 됐지?라며 선심 썼다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가 조금은 다르다고 느껴지는 지점은 아마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그의 전작들도, 그리고 이번 영화에도 처절한 인물들은 늘 등장하지만, 어쩐지 그가 만들어낸(혹은 실존한) 인물들은 소모된다는 인상보다는 함께 숨 쉬고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이며 영화에 참여하다 보면,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에는 그 어떤 캐릭터도 소모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인물들의 몸짓과 말 하나하나에 마치 폐부를 찔린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영화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감독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는다.
레이디 가가, 아니 파트리치아 구찌가 마지막 대사를 내뱉을 때,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지저분한 가족사를 관음증 환자처럼 끝까지 들여다본 관객은 어떤 껍데기에 집착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참고 1
소수는 1을 제외하고 자신만이 약수가 되는 수를 말함. 즉 3은 1과 3. 5는 1과 5. 이런 식의 숫자를 말함. 2는 유일한 짝수인 소수임.
참고 2
소포모어 신드롬(Sophomore syndrome), 혹은 슈퍼 루키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첫해에 정말 엄청난 활약을 보인 선수가 두 번째 해에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국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쪽으로 해석한다는 사람도 있으며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뭐 어떻게 매년 잘하냐.
[이 글의 TMI]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2022의 새해 스케줄의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놓기 직전에 마치 휴식처럼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조금 빨리 입장한 영화관에서 내 자리를 찾던 도중, 어둑어둑한 상영관 안에서 작은 노트를 펼쳐놓고 글(이라고 추정함)을 쓰시는 분을 발견했다.
순간 아주 많은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보통 기억력이 좋지 않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어서 대충 잊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며칠이 지나도 계속 잔상처럼 그분의 글 쓰시던 자세나 분위기가 마음에 남아 맴돌았다.
마치 알게 모르게 계속 글이 쓰고 싶었는데 그런 내 마음의 응어리가 모여 현실로 쨘 하고 나타난 것처럼.
결국 나는 글 쓸 시간을 짜내기 위해 앞으로 회사에서 대충 샐러드를 저녁으로 퍼먹고 집으로 오기로 했고, 덕분에 이번 주말에나 겨우 쓸 수 있을까 말까 점쳐야 했을지도 모를 영화 리뷰글을 쓰고 있다.
혹시라도 뭐 그럴 리 없겠지만.
그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그것도 여기까지 읽으시는 불상사(?)가 생긴다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롯데월드타워 금요일(1/14) 19시에 하우스 오브 구찌를 보시던 그분. 덕분에 약간 정신 차릴 수 있었습니다.
진짜 감사합니다.
#리들리스콧 #하우스오브구찌 #레이디가가 #아담드라이버 #자레드레토 #구찌는커녕팔찌도없음 #영화인플루언서 #네이버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브런치작가 #영화리뷰어
-
- 100% 픽션보다 약간의 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는 법
댓글부대 (Troll Factory, 2024)
100% 픽션보다 약간의 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는 법
개봉일 : 2024.03.27.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블랙코미디
러닝타임 : 109분
감독 : 안국진
출연 :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짚고 갈 것은 <댓글부대>는 실화가 아니다. 영화의 도입부에 이건 실화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피하기 위해 익명화했다는 상진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이는 영화가 상진의 글과 생각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오는 나레이션일 뿐이다. 영화의 크레딧을 보면 이는 허구라는 안내문이 추가로 나온다.
1980년대 중반, 개인 이용자 간 통신이 가능해진 일명 ‘PC 통신의 시기’가 시작된 이후 약 40년. 통신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여 현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사이 같은 취미,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은 폭발적으로 확장됐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나와 뜻이 비슷한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으거나 함께 소통하고, 어떠한 사회적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는 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갖고 있는 단점 또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대표적인 단점으로는 익명화(본인 인증 후 가입을 한다 해도 실제 내 이름으로 활동하진 않으니까), 사실 확인이 불가능한 이야기의 확산(루머), 쉽게 형성되는 군중심리 등이 있다.
온라인상에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범람하고 있는 시대. 항상 앞서 말한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는 이 자주 들어봤을, 살짝 삐끗하면 뻔해질 위험이 큰 주제를 지루하지 않은 방식으로 풀어낸다.
동명의 소설 [댓글 부대]를 원작으로 한 영화 <댓글부대>는 한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가끔은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는 ‘여론 조작 댓글 알바’의 세계를 깊이 파내려 가는 이야기다. 그냥 ‘이 회사 제품 좋아요~', ‘제가 써보니 좋아요~’ 하는 식의 속이 빤히 보이는 댓글 알 바가 아니라 군중 심리를 이용해 여론을 움직이는 댓글부대 청년 3명과 사회부 기자 임상진의 이야기다.
임상진은 모두가 피하는 대기업 ‘만전’의 비리 폭로 기사를 쓰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오보 판명이 나며 정직을 당한다. 말이 정직이지 사실상 그 업계에서 매장된 거나 마찬가지고 비리를 제보한 피해자인 중소기업 사장은 죽은 상황. 사장의 장례식장을 찾아간 상진은 직원의 ‘경쟁사의 기술은 우리와 다른 것이며 사장님은 피해의식이 심했다’는 말을 듣고 오보 판정에 이어 두 번째 충격을 받는다. 갈 곳도, 할 일도 없어진 상진은 쇼파에 누워 자신에게 온 욕 메시지들을 천천히 넘겨본다. 그러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한 언론학 교수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그와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상진의 앞에 나타난 건 나이 지긋한 언론학 교수가 아닌 자신이 온라인 여론 조작을 하는 댓글부대라 주장하는 한 청년이었다. 과연, 이 청년의 말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현실과 픽션의 적절한 조합, 흥미로운 주제와 높은 몰입도
김성철, 김동휘, 홍경. 젊은 세 배우의 훌륭한 합
극 중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100% 진실보다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진실 같다.”
100%의 진실, 100%의 거짓보다 약간의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믿을만하고 재밌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야기도 100%의 픽션, 100%의 현실보다 약간의 진실이 섞인 픽션이 더 재밌게 느껴지는 법이다. <댓글부대>가 딱 그런 영화다. 너무 비현실적이지도 너무 현실적이지도 않은. 픽션에 약간의 현실을 섞어놓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댓글부대>는 2017년에 있었던 촛불 시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도둑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마녀사냥과 신상 털이, 댓글 부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속 글, 밈, 갑자기 터진 의문스러운 마약 스캔들, SNS 등을 하나의 장치로 사용하며 이야기의 현실감을 높인다.
그리고 그 현실감 위에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의 연기력이 얹히니 영화 자체의 몰입도가 훨씬 올라간다. 손석구 배우의 우직한 연기력이야 이제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이번 영화에서 강조해서 언급하고 싶은 건 김성철, 김동휘, 홍경 배우다. 어울릴 거라 생각해 본 적 없는 이미지의 배우들인데, 셋 사이의 합이 정말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각자 연기력도 딱히 흠잡을 곳이 없다고 느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홍경 배우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감정을 막 내뿜는 게 아닌 딱 적절한 수준까지만 끌어왔다 다시 꾹 눌러 담는 표현 방식이 정말 좋았다. <악귀>를 통해 홍경 배우의 연기를 처음 봤을 때, “이 사람.. 곧 내 마음에 들어오겠다..”싶었는데 <댓글부대>를 통해 확실해졌다.
소설 원작과의 차이점
불쾌감은 줄이고 약간의 대중성을 더하다.
소설 [댓글 부대]는 국정원 여론조작 의혹 사건을 모티프로 시작되고, 영화 <댓글 부대>는 한 기업의 여론 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소설에 비해 한결 부드럽게 정리되었고 여론 조작의 결과에 죄책감을 느끼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소설에 나왔던 불쾌감을 주거나 논란이 될만한 부분들은 대부분 쳐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설엔 숨길 수 없는 불쾌감이 둥둥 떠다니는데 영화에는 불쾌감이 아닌 의심과 경계심을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엔딩에 대한 호불호
직선이 아닌 돌고 돌아가는 이야기. 흥미롭지만 지루한 느낌도
<댓글 부대>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한 영화다.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며 사건을 직선적으로 풀어가기보단 사건의 조각들을 천천히 모으며 돌고 돌아가는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특징은 영화의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약간의 지루함을 유발하기도 한다. 나는 영화 속 사건들과 비슷한 현실 속 사건들을 떠올리며 영화를 봤기에 개인적으론 크게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빠르고 정확한 전개를 선호한다면 이 영화의 진행 속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다.
그리고 <댓글 부대>의 큰 불호 포인트 중 하나, 엔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 물론 나도 엔딩이 아쉽게 다가오긴 했다. 이런저런 조각들을 모아놓고 한순간에 파앗- 흩뿌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영화의 주제를 생각했을 때, 더 좋고 깔끔한 엔딩 아이디어로는 어떤 게 있겠냐고 묻는다면.. 그건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이 영화의 엔딩은 꽤 괜찮은 편인 것 같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모이기 쉬운 만큼 흔들리기도 흩어지기도 쉬운 군중
인터넷 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예전에 비해 더욱 쉽고, 빠르고, 넓게 인터넷 통신과 그를 통한 소통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통신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 극중 인터넷 유료화 시위엔 큰 인원이 모이지 못했고 인터넷 통신이 활발해진 시대엔16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런 소통은 사회적 부당함을 무찌를 수 있게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해체되거나 누군가를 해하기도 한다. 연예인 마녀사냥이나 일반인 신상 털이 사건, 스캔들이나 찌라시 글에 함께 달려들어 욕하다가도 "아니면 말고" 하며 뒤돌아서 흩어지는 익명의 아이디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인터넷을 통한 소통과 여론 형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위험한 것인지 확 와닿을 것이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다. 게다가 익명성까지 주어지니 이 안에 있을 동안 '나'를 내려놓는 사람들이 참 많다. 자극적인 것에 바로 반응하고 달려드는 사람들. 극 중 댓글부대인 팀알렙은 이들의 심리를 이용한다.
찻탓캇과 임상진이 1인 시위 사건을 이야기하는 장면, 찻탓캇은 1인 시위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철폐를 주장하는 이용철의 시위를 막기 위해 그의 딸을 온라인 마녀사냥의 사냥감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는 한 그의 딸은 억울하게 욕을 먹는다 해도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진행하지 못할 테니 아버지가 시위를 그만둘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한다. 임상진은 '너희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랑 명예훼손이 다른 건 아냐'라고 묻는다. 찻탓캇은 당연히 알고 있다고 답한다. 그리고 뒤이어 '하지만 사람들은 사실적시인지 그냥 명예훼손인지 그런 거엔 관심이 없다.'라고 말한다. 찻탓캇의 이 말은 보통 이러한 자극적 여론 몰이에 달려드는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중요한 게 무엇인지 딱히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이런 사람들의 심리를 제대로 이용해 진실과 거짓을 섞어 여론을 조작한다.
가짜 이름의 믿을 수 없는 제보 / 사라진 루머의 유포자
"(제 이름은) 잊어버리기 쉬워요. 너무 평범해서."
찻탓캇은 상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다가 마지막으로 신뢰의 한방을 날리듯 자신의 이름이 '이영준'이라고 말한다. 신분증같이 증명할 만한 것을 내밀진 않지만 지금껏 현실 같은 이야기를 들어온 상진은 영준의 말을 믿고 그의 이름과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둔다. 하지만 영준은 기사가 나온 뒤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웹 소설 카피 논란까지 생긴다. 이후, 이야기는 어떤 걸 믿어야 할지, 어디까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말려들어간다.
인터넷에 떠도는 여러 글과 카더라들을 보면 대부분 최초 유포자를 찾기 어렵다. 누군가 피해를 보고 사회적인 파장이 일어나도 처음으로 그 글을 쓴 사람, 유포해선 안될 것을 유포한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흔한 이름과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댓글부대에 제보만 남기고 사라진 찻탓캇은 하나의 카더라를 퍼트리고 사라진, 찾을 수 없는 최초 유포자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상진은 찻탓캇이 지어낸 그의 제보를 착실히 옮겼고, 그가 미리 써둔 대본(웹 소설)이 세상에 공개되자 순식간에 정의를 구현한 대기업 저격수가 아닌 망상증을 가진 기레기가 된다. 사람들은 상진이 쓴 글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집중하지 않는다. 보이는 건 상진이 사라진 찻탓캇의 글을 카피했다는 것뿐이니까. 잊어버리기 쉬운 평범한 이름의 이영준(찻탓캇), 그는 잊어버리기 쉬운 자신의 이름 대신 더욱 강렬하게 각인될 카피라는 주제를 던져놓고 상진을 궁지에 몰아넣는다.
한 번에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 진실
여러 개의 문, 복도가 있는 복잡한 댓글 부대 팀알렙의 집
찻탓캇이 처음 댓글부대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 찻탓캇은 혼자 웹 소설을 쓰고 있고 다른 방에 있는 찡뻤킹과 팹택이 “빨리 와봐!” 하고 소리치며 다급하게 찻탓캇을 부른다. 찻탓캇은 책상에서 일어나 방을 통과하고 또 문을 열고, 긴 복도 같은 부엌을 지나 또 문을 연다. 댓글 부대의 집은 크기에 비해 꽤 복잡한 형태로 되어있고 찻탓캇을 부른 실체인 찡뻤킹과 팹택은 한 번에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댓글 부대>의 이야기 진행도 이런 형식이다. 사건에 숨겨진 실체와 진실은 한 번에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는 돌고, 돌고, 또 돈다. 보는 이를 계속 헷갈리게 만들던 이야기는 결국 시원하게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
어디까지가 진실,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영화의 엔딩, 결말 의미 해석, 관람차
조작 프로세스 글에 달린 조지 오엘의 댓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댓글 부대>는 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별해 주지 않는다. 엔딩도 그렇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데?"라는 의문이 들것이다. 이는 영화가 남긴 찝찝함을 가진 채 군중 심리, 진실과 거짓, 커뮤니티의 맹점, 각자의 해석 등을 계속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려는 제작자의 의도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이다처럼 범죄자, 대기업 때려잡기! 사회 정의 구현! 을 실현했다면 그건 또.. 멋이 없었을거다. 하지만 전혀 감이 오지 않고 답답함만 쌓여있는 상태라면, 다른 이들의 해석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는 상진이 주인공, 만전이 악당이라고 생각한다. 찻탓캇은 실제 만전의 댓글부대 중 한 명이고, 거짓으로 댓글 부대 제보 시나리오를 짠 다음에 그걸 웹 소설 사이트에 미리 올려둔 후, 상진을 자극해 다시 한번 기사를 쓰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카피 논란에 휩싸이게 만들어 사회적인 타격을 줬다고 생각한다. 상진은 처음 찻탓캇을 만났을 때, 찻탓캇의 얘기를 믿지 않기에 녹음기를 바로 켜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데, 찻탓캇은 그런 상진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본인이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고, 누군가는 죄책감을 느꼈고, 감옥에 갈지도 모른다 느꼈다.. 하며 어리고 약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이름을 알려주는 것 모두 상진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행위였고 상진은 결국 찻탓캇의 말을 믿었다 뒤통수를 맞는다.
찻탓캇이 말하는 팀알렙의 모습이 나올 때, 그들의 집 창가엔 커다란 관람차와 유원지가 보인다. 보통 이런 시끄러운 유원지 바로 앞에 가정집이 입주하는 경우는 흔치 않고, 반짝이는 관람차는 왠지 꿈같은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는 찻탓캇이 말하는 팀알렙의 이야기가 모두 꿈같은 허상, 거짓이라고 느껴졌다. 찡뻤킹이 납치를 당하고 관람차의 불이 꺼진 모습이 나온 후 찻탓캇의 이야기는 끝나는데, 그 이후 상진의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시작된다. 관람차의 불이 꺼졌다는 건 그의 거짓 이야기가 끝났고, 이제 현실의 사건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 느낌이다.
극 중에서 댓글부대 프로세스 글에 '조지 오엘’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이거 올리고 살아계신가요?’라고 적은 댓글이 나온다. 이는 소설가 조지 오웰과 소설 [1984]를 떠오르게 만든다. [1984]는 1949년에 쓰인 오래된 이야기임에도 현대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소설로 정보 기술의 발달로 개개인의 사생활과 신상정보가 쉽게 노출되는 독재 국가에서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주인공의 윈스턴 스미스가 겪는 사건이 담겨있다. 모두가 국가의 감시를 받고 복종하는 사회에서 윈스턴 스미스는 감시를 피해 국가가 숨겨놓은 물건을 사고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키워간다.
<댓글 부대>의 이야기와 결은 다르지만 현대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짚어낸 소설이기도 하고, 어떠한 통제(여론 조작/독재 국가) 안에서도 진실을 찾으려 하는 윈스턴 스미스의 모습이 영화 속 상진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하니 한 번쯤 읽어보시길.
-
- 시작과 끝이 무한히 반복되는, 깨지 못할 한때의 꿈
-
퀴어 (Queer, 2025)
시작과 끝이 무한히 반복되는, 깨지 못할 한때의 꿈
개봉일: 2025.06.20.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37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다니엘 크레이그, 드류 스타키, 레슬리 맨빌, 제이슨 슈왈츠먼, 엔히 자가
개인적인 평점: 3.5 / 5
쿠키 영상: 없음
나에게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는 딱 이 한 문장으로 정립되어 있다. ‘펄떡이는 것들로 그득한, 살아있는 영화’. 들끓는 욕망과 한순간 솟아오르는 치기, 따가운 햇살, 뜨끈한 피, 생생한 피부의 촉감. 온갖 감각이 넘치는 그의 영화는 매번 내 둔해진 감각을 새롭게 재생시킨다.
이 모든 감각들의 시작점엔 바로 ‘사랑’이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그리는 사랑은 맹렬하고 솔직하기에 아름다우면서 동시에 추하고 외롭다. 개인적으론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화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라고 생각하며 당연하게도 나의 루카 구아다니노 최애작 또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로도 온전한 소유를 목적으로 한 카니발리즘 로맨스 <본즈 앤 올>, 세 주인공 사이의 다자간 사랑의 랠리 <챌린저스>처럼 여러 독특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쉼 없이 발표했고 나는 그때마다 그의 뜨거운 욕망과 변태력에 큰 박수를 보내곤 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영화.. 어떻게 한 번 더 안 되는 걸까…’하는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퀴어>를 정말 오래 기다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닮은 구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진 채. 그런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뭐지? 이건 또 봐야 알 것 같은데?”
<퀴어>는 언뜻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닮아있는 듯하면서도 매우 다르다. 본격적으로 영화 <퀴어>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느낌을 기대하고 있는 감독의 팬들에겐 이렇게 말하고 싶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언제 떠올려도 아름다울 한여름 밤의 꿈이라면 <퀴어>는 마음을 걸어 잠가도 비집고 들어오는 칼바람 같은 꿈이라고.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생생한 감각들을 떠밀어주는 영화라면 <퀴어>는 스스로 인물의 감각을 더듬어내야 하는 버석한 영화에 가깝다고.
<퀴어>는 동명 소설 [퀴어]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기존 질서에 반항하고 기행을 일삼았던 비트 세대의 주요 인물이었던 원작자 ‘윌리엄 버로스’는 다이내믹했던 자신의 생을 그대로 투영한 문학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퀴어]는 그중 한 편으로, 약물 금단증상에 시달리던 그가 멕시코에서 한 청년을 만나며 겪은 경험을 담은 책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줄기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영화 <퀴어>는 원작에 비해 주인공의 감정이 비교적 아름답게 표현되었고, 이야기 사이 공백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갔던 원작에 비해 갈피가 잡혀있는 편이다. 하지만 원작과 영화 모두, 한 번 놓치면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 어지러운 작품이니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대략 피곤한 날 관람은 피하시라는 말이다.)
영화 <퀴어>의 주인공인 작가 ‘리’는 마약 단속을 피해 미국에서 멕시코시티로 이주한다. 그는 모아둔 돈으로 방탕한 생활을 즐기며 인생을 함께할 짝을 찾는 중이다. 그런데 곱게 말해 ‘짝을 찾는다’고 표현한 거지, 그는 사실 아름다운 청년들에게 열심히 추파를 던지는 중이다. 하지만 리에게도 명확한 기준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퀴어여야 한다는 것.
하지만 리와 같은 퀴어, 그것도 진심으로 사랑을 나눌 퀴어를 찾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처음 등장하는 앳된 청년은 퀴어가 아닌 것처럼 보이고 퀴어임이 확실해 정사를 나눈 청년은 육체적인 사랑. 그 이상을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더해 퀴어가 아닌 이들은 리를 대놓고 괄시하니 리는 항상 사랑을 하면서도 외롭다.
그러던 어느 날, 열기 가득한 길거리. 리는 수많은 인파 너머로 지나가는 유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노골적인 표현과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유진의 옆자리를 사수한다. 리는 지금껏 다른 청년들에겐 퀴어인지, 퀴어가 아닌지. 말과 몸을 동원해 거침없이 질문해왔지만 유진에겐 같은 질문을 던지지 못한다.
그렇게 설레면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가득한 날들이 지나가고 리는 온갖 노력 끝에 유진과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몸을 맞췄으니 이제 마음을 맞춰갈 순서가 아닐까. 리는 기대감에 부풀어 유진을 다시 찾는다. 하지만 유진의 태도는 점점 미스터리하게 변하고 유진을 향한 리의 갈망과 애정. 외로움은 쉼 없이 몸집을 키운다. 그리고 그것에 짓눌린 리는 유진의 사랑을 얻기 위해 또 다른 것에 집착하게 된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Queers가 아닌 Queer
영화의 중심인물은 리와 유진, 두 사람이고 영화의 사건 또한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이어진다. 하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퀴어들(Queers)’이 아닌 ‘퀴어(Queer)’다. 그 이유는 리의 이야기 속에서 동성인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한 퀴어는 리뿐이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 유진의 신체, 행동, 젊음은 리의 시선에 의해 끊임없이 대상화되지만 리의 모습은 그렇게 표현되지 않는다. 리는 유진에게 욕망을 느꼈지만 유진은 리에게 진짜 욕망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진이 퀴어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후, 리는 유진이 퀴어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그의 몸에 손을 얹는다. 유진은 리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함께 밤을 보낸다. 리는 이를 유진이 퀴어이고 자신을 허락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유진은 리와 같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유진을 향한 리의 마음이 사랑이라면 리를 향한 유진의 마음은 호기심에 가깝다. 유진에게 리는 ‘가보지 않은 다른 동네 퀴어바’ 처럼 그저 궁금한 것. 딱 그 정도인 거다.
유진은 리와의 관계를, 퀴어와의 관계를 체험한다. 그는 리와 나란히 앉아 함께 술을 마시고, 같은 메뉴로 저녁 식사를 하고, 같은 영화를 보며 발을 맞춘다. 하지만 리가 그토록 바랐던 순간이 지나간 후, 유진의 호기심은 급속도로 사라진다. 유진은 첫 정사 이후 리가 여운에 빠져있는 사이 리의 성기에 닿았던 손을 리의 셔츠에 닦거나 키스를 나눈 후 입술을 닦거나, 더 이상 리와 같은 메뉴를 먹지 않는 -첫 정사 이후 장면들에선 리 앞엔 술. 유진 앞엔 콜라가 놓여있다.- 등 거리를 두는 행동을 보인다. 금전으로 얽힌 2장 이후의 관계는 예를 들 필요도 없을 만큼 한눈에 봐도 건조하고 일방적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실제인지 리의 환상인지 경계가 모호하긴 하지만 영화의 끝에 가선 유진이 ‘저는 퀴어가 아니’라 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사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첫 정사 전, 저녁 식사 장면에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리가 식사를 미뤄두고 진지하게 퀴어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동안 유진은 리의 말에 집중하지 않고 게걸스레 식사를 이어간다. 이 때 카메라가 식당 밖에서 두 사람을 비추는 컷에선 유진이 앉아있는 쪽은 벽으로 가려져 있고 리가 앉은 쪽만 유리로 되어있어 마치 리가 앞에 앉은 유진이 아닌 두꺼운 벽에 대고 홀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는 영화 내내 통할 수 없는 벽, 유진을 향해 열심히 사랑을 이야기했고 또 자신과 같길 바랐다. 하지만 유진에게 리와 리의 사랑은 구토를 불러오는 술 같은 존재였다. 유진은 리의 집으로 가던 날 밤. 리에게 맞춰 술을 마셨고 마지막으로 집에서 리가 직접 따라준 술을 한 잔 마시고는 결국 토를 하고 만다. 리는 ‘술은 별로 안 마시지 않았나?’라며 유진을 걱정함과 동시에 약간의 의아함을 가진 채 화장실 밖에서 그를 기다린다. 리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아무리 유진을 사랑하고 또 사랑해도 만족하지 못하지만 유진은 리가 건넨 술과 사랑을 구역질과 함께 뱉어낸다. 그렇게 유진이 사랑을 뱉어내는 동안 리는 유진이 그어놓은 선 밖에서 괴로워할 뿐이다.
무한히 새로 시작되는 잘못된 사랑과 그것을 향한 진심
리는 유진을 위해 자신이 그어놨던 선을 하나 둘 넘는다. 리는 첫 번째로 만난 청년에겐 “너 퀴어 아니지?”라고 물으며 그를 추궁하고 청년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 판단한 후 자리를 뜬다. 두 번째로 만난 청년과 밤을 보낸 후엔 돈을 줘서라도 그를 잡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지갑을 닫는다. 그런데 유진을 처음 본 후, 리는 거짓말을 쳐 유진을 십아호이에 불러내고, 하룻밤을 보낸 남자들에게 집을 털렸다는 친구 조에게 “털리기 싫었으면 집이 아닌 모텔로 가지.”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은 유진을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유진에겐 지갑을 여는 걸로도 모자라 십아호이의 일부를 인수하기까지 한다. 더 나아가 리는 텔레파시를 가능하게 해준다는 식물, 야헤에 집착하고 다시 약에 손을 대며 또 다른 선을 넘게 되는데 이 모든 건 유진과 얽힌 사랑, 외로움이라는 감정 때문이다.
리는 선을 넘으면서까지 진심으로 사랑을 쟁취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를 잘못 골라도 너무 잘못 골랐다. 리와 유진이 여행을 떠나기 전, 1장의 후반부에서 리는 메리와 함께 있는 유진에게 찾아가 돈을 줄 테니 자신과 함께 남미로 떠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유진은 그의 제안에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때 메리가 두 사람 쪽으로 다가와 리와 유진 사이에 있는 체스판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조금 전에 리가 손댔던 체스 말을 옮기며 “이거 여기 아니잖아.”라고 말한다. 둘 곳이 아닌, 두면 안 되는 칸에 자리를 잡은 체스 말처럼 리는 ‘퀴어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유진의 세계에 잘못 발을 들여버린 것이다.
하지만 리는 유진을 포기하지도, 그를 죽이지도, 자신을 죽이지도 못한다. 유진을 미워하고 또 사랑하기 때문에. 리가 마지막으로 본 환상 속엔 방 안에 누워있는 유진과 ∞ 모양의 지네 목걸이와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빨간 뱀이 나온다. 이 뱀은 꼬리를 삼키는 자 ‘우로보로스’를 떠오르게 하는데, 이는 ‘시작이 곧 끝’이라는 의미와 영원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리의 사랑은 이 뱀과 지네처럼 시작과 끝이 영원히 반복되는 ∞ 모양을 따라 움직인다. 리는 지독한 외로움에 벌벌 떨다가도 무심히 얹어진 유진의 발에 안정감을 느끼고 환상 속에서 유진을 죽이고도 그를 껴안고 눈물을 흘린다. 사랑하기에 미치도록 증오스럽고 사랑하기에 감히 죽일 수도 없었던 외로운 그의 사랑은 매일같이 부서졌다가 또 새롭게 시작된다. 심지어는 숨을 거두는 날까지도 말이다.
리는 침대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며 유진과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왼쪽으로 돌아누운 리의 발 위로 같은 방향으로 누운 유진의 발이 겹쳐지고 리는 마지막 숨을 뱉는다. 과거 현실에선 벌벌 떨면서 허락을 받고 나서야 겨우 자신을 등지고 있는 유진과 발을 한 번 겹칠 수 있었는데.. 리는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나마 잠시 유진과 자신의 자리를 바꿔본다.
사랑을 지켜줄 것이라 믿었던 여행의 끝
리에게 남미 여행은 사랑을 지킬 마지막 기회였기에 그는 여행에 최선을 다했고 죽을 때까지 이 여행을 잊지 못한다. 반면 유진에게 이 여행은 당시 하고 있었던 신문사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일 정도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유진은 여행이 마무리되자마자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여행의 결말은 1장에서 두 사람이 영화관에서 함께 봤던 영화 <오르페>의 흐름과 비슷하다. <오르페>는 장 콕토의 영화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신화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사랑에 빠진 오르페우스과 에우리디케가 결혼을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는다. 슬픔에 빠진 오르페우스는 저승의 신에게 아내를 돌려달라 간청해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려올 단 한 번의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앞서 신이 걸었던 조건을 잊고 실수를 저지르고 또 한 번 에우리디케를 잃는다. 유진을 얻었다 잃고, 다시 그를 얻기 위해 야헤가 있는 정글로 뛰어들었지만 영영 그를 다시 볼 수 없게 된 리의 이야기는 오르페우스 신화와 닮아있다.
의식을 한 겹 깨부수고 심장을 토하고도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은 파편화된 감정만을 남긴다. 혼자 남은 남자, 리는 그 파편들을 끌어안는다. 그것들은 리의 마음을 날카롭게 찌르지만 그는 절대로 그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정말 끝 맛까지 참 쓰디쓴 드라마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
- 테넷 / TENET
/ 감상평 /
주인공이 왜 그 역할을 맡게 되었는지, 어쩌다 저 일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오페라일에 어쩌다 참여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영화 초반에 긴 설명없이 휘리릭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그들이 임무에 투입되는 것을 보아야 했고, 이러한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하다보니 꽤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앞서 말했다시피 2시간 동안 이어진 놀란식 주입식 교육을 통해 인버전에 대하여 어느정도 이해가 된 상태에서 30분정도되는 마지막 임무 씬을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
.
영화를 보고나서 이런 스토리를 생각해 낸 놀란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어렵게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가 인버전이라는 어려운 이론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그가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아는 시공간 마술사라는 것은 이미 잘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메멘토,인셉션,덩케르크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렇게 까지 어려운 방식으로 시공간을 표현한 적은 없었는데, 이런 방식을 택하면서까지 그가 이러한 시공간왜곡을 보여준 의도가 너무 궁금하다.
역시 또 봐야 되는 것인가...
.
.
1시간 30분 정도 흐르면 지나갔던 그 전 씬들과 지금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씬들이 겹쳐지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히 놀랍다.
흔한 총격전 혹은 격투씬이라고 여겨진 장면들이 사실은 이미 계획되어진 일들이라는 것,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들을 깨닫게 될 때 이 영화의 진가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가장 소름돋은 부분은 캣이 요트에서 바다로 다이빙하는 씬이었다.
그녀가 그렇게 부러워 했던 자유로운 여성이 사실 미래의 본인이었다는게..
.
.
이 영화의 스토리도 놀라웠지만 사실 난 연출에 놀랐다.
뒤로감기 편집 하나하나 다 어떻게 했나 싶고,
영상을 뒤집으면 어떻게 찍힐지 계산하고,
전에 찍은 씬과 똑같이 찍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
.
테넷을 다 본 후 서치를 하면서 알게 된 흥미로운 주장이있다.
바로, 닐이 캣의 아들인 맥스일 것 이라는 주장이었다.
그에 대한 근거
1. 맥스의 나이는 10살정도로 되어보이는데 미래의 기술로는 20대 중반정도(닐이 자신이 물리학 석사라고 말한 부분을 통해 유추가능) 되어보이는 닐이 자신의 과거 (10살 맥스시절) 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_ 근데 사실 나는 이게 왜 근거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2. 이 영화에서 캣은 계속해서 자신의 아들인 맥스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근데, 정작 맥스는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다.
영화에서는 쓸데없는 장면이나 대사가 나오는 일이 거의 없다. 특히 놀란의 영화라면 그럴일이 절대 없다. 그런데 영화에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맥스에 대한 언급이 정말 잦다. 캣이라는 캐릭터가 모성애로 가득찬 캐릭터로 보일 정도로.
3. 닐은 캣이 부상당했을 때 그녀를 처음 마주하는데,
닐이 캣을 쳐다보는 눈빛이 애틋하다.
_ 진짜 그렇다. 나는 보면서 뭐 둘이 러브라인 생기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을정도로
4. 닐의 머리색과 눈동자색은 맥스의 것과 동일하다.
5. 이 영화의 내용은 캣&닐의 모자관계와 닐&주인공의 우정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간략하게 적어 놓아서 그렇지 그 근거가 진짜 꽤 괜찮았다.
( 궁금한 사람들은 한 번 찾아보시는걸 추천)
만약 진짜 닐이 캣의 아들이라면 닐이 이 임무들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캣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에 대한 개연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다.
.
.
TENET은 거꾸로 뒤집어도 TENET 이다.
마치 그들이 과거로 돌아가는 회전문처럼.
N을 기준으로 ET로 똑같다.
이 또한 과연 우연일까..
-
-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
오늘의 영화는 바로,
21일 개봉 예정에 있는 <헝거>입니다.
<헝거>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성장통을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헝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주)디오시네마
정보
개요 SF | 한국 | 67분
감독 강다연
출연 김유나, 최윤우, 하시연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부유한 빌딩 도시 속 삶은 여유롭다. 하지만 ‘유지’는 행복하지 않다. 가난한 이들이 산다는 하촌에 가면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유지’의 권태로운 하루하루가 뒤집힌다.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던 성장통, 그 아픈 순간의 이야기.<헝거>의 T.M.I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의 감독
<헝거>의 강다연 감독은 SF 소설집 『저기 인간의 적이 있다』에 참여한 작가이자, <블랙 뷰티>,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강다연 감독의 영화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제 노미네이트 작품
<헝거>는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선택 - 장편' 부문과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경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힘"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는 '유지' 역을 맡은 김유나 배우를 필두로 '유민' 역의 최윤우 배우, '서진' 역의 정민정 배우 등
여러 아역 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힘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우리들>, <벌새>, <남매의 여름밤> 등과 같이 아역들이 이끌어가는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가 있다.
<헝거>도 앞선 작품들에 이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독립영화 속 SF 장르"
출처: (주)디오시네마
독립영화 속 SF 장르는 그렇게 흔한 장르가 아니다 보니 <헝거>가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헝거>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보는 것인 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관객들이 보고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헝거>는 제작비 4000만 원이 채 안 들어간 저예산 영화지만, 시각적으로도 매우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였다.
특히 메인 예고편 마지막 즈음에 나온, 허허벌판 속 커다란 구가 떠있는 모습은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는 배고픔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지만,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이라는 뜻도 가진 단어입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보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유지'는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그리고 '유지'는 마침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과연 '유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낯선 재미와 아역 배우들의 열연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지금까지 영화 <헝거>였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Hizy
-
- [SIWFF 데일리]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그 속에 메세지도 있었던 영화!
감독:윤단비
출연: 최정운(옥주 역),양홍주(아빠 역),박헌영(고모 역),박승준(동주 역),김상동(할아버지 역)
시놉시스
옥주와 동주는 아빠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할아버지 집으로 이사를 간다. 하얀색 다마쓰(흰 승합차)에 짐을 많이 싣고 운전하는 아빠는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옥주와 동주를 먼저 내리게 한다. 사실은 할아버지가 몸이 많이 아파서 아빠가 병원에서 데려와야 되는데 먼저 집으로 들어간 옥주와 동주는 2층 방을 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 싸운다. 결과는 옥주가 2층 방을 차지하면서 동주는 창고에 있는 방으로 쫓겨난다. 할아버지가 도착하자 옥주와 동주는 할아버지에게 인사한다. 손주들을 오랜만에 본 할아버지는 들어온 가족들과 함께 콩국수를 먹는다. 그리고 반가운 고모가 들어오게 되고 옥주와 동주는 할아버지를 돌보는 아빠와 함께 이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 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할아버지 집에 얹혀살게 된
옥주, 동주, 아빠, 고모
이들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메세지가 있었던 영화!
저마다 사연 있는 가족들이 할아버지 집에 모였다!
아빠는 길거리에서 나이키 신발을 파는 상인이었고 옥주는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로 인해 쌍꺼풀 수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빠에게 70만 원을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충분히 이쁘다는 대답만 들을 뿐이었고 썸남에게 나이키 신발을 선물하지만 나중에 짝퉁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고모는 자신의 남편과 싸우고 집에서 나와 할아버지 집에서 살게 된다. 연애를 많이 해본 고모는 옥주에게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하면서 그래야지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이 영화를 만든 윤단비 감독은 고등학교 때까지 광주에서 자라면서 레이디버드의 주인공의 고향인 새크라멘토처럼 정말 아무 변화도 없고 너무 작은 도시라는 걸 느꼈고 영화에서 나오는 거대한 사건과 화려한 주인공의 모습과는 접점이 없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을 다뤘지만 그 속에서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점을 다루라는 피드백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윤단비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공개했을 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 무서웠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서 안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상실을 겪는 과정을 진행하는 것을 다루는 영화인데 배우들에게 이런 상실의 경험을 겪은 적이 있냐고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을 이 영화에서 풀어냈고 옥주에게 많이 투영이 됐을 수도 있었는데 완전히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누군가 굉장히 외로운 순간에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으며 작지만 위안이 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다고 한다.
남매인 옥주와 동주가 할아버지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영화!
※ 내레이션은 박정민 배우님이 맡으셨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08/25(목) - 09/01(목)
2022-08-27 16:00 - 17: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2022-08-31 16:00 - 17:44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5관
-
- 완다비전 예고편으로 놓치면 안되는 마블의 미래
#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02:18 하우스오브엠
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
-
- 넷플릭스 <우리 함께 아웃백으로!>공식 예고편
이번 연말, 추격전이 시작된다! '프리티 보이'라는 유명 코알라와 함께, 치명적인(?) 동물들이 호주 야생동물 공원에서 달아나 아웃백으로 돌아가는 대장정에 오른다. 위험할 정도로 귀여운 녀석들의 탈출기를 만나보자. 아일라 피셔, 팀 민친, 에릭 바나, 가이 피어스, 미란다 탭슬, 앵거스 임리, 키스 어번, 아이슬린 데르베스, 재키 위버가 출연하는 가족 코미디 신작.
-
- 영화 <아네트> 메인 예고편
예술과의 도시 LA, 오페라 가수 '안'과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는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린다.함께 인생을 노래하는 두 사람에게 무대는 계속되지만, 그곳엔 빛과 어둠이 함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