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2 15:08:44
저스틴 민이 사랑한 <중경삼림>
저스틴 민의 영화 취향을 알아보세요!

최근 넷플릭스 예능 <데블스 플랜2>에 출연해 큰 화제가 된 배우 저스틴 민의 영화 취향,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저스틴 민은 과거 Variety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본 것, 특히 <중경삼림>"이라고 답한 바 있는데요.
그의 영화 취향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중경삼림>의 명대사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이번 주말은 저스틴과 함께 왕가위 감독 필모그래피 정주행 어떠신가요?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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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내 마음속엔 네가 있어” -쁘띠마망
비밀이 있어,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 넬리
<쁘띠마망>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시골집으로 내려온 '넬리'와 엄마 '마리옹'의 이야기다.
시골집, 어린시절 엄마의 추억이 깃든 그 곳에서 본인과 같은 나이의 '마리옹'을 만나면서, 단숨에 서로에게 친밀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넬리는 비밀을 알게 됐다며 말한다.
" 나 비밀이 있어.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영화는 넬리가 요양원에서 다른 방의 할머니들과 안녕을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방 마다 들어가며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넬리의 할머니가 머물렀던 방에서 짐 정리를 하는 엄마 마리옹을 보며 들어간다.
의도적인지 요양원 방을 정리하는 마리옹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영화제목이 나타난다.
Petite Maman
이 첫 장면과 같이 영화는 내내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골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예전 마리옹의 방에서, 거실 쇼파에서, 숲에서의 넬리와 마리옹을 보여주며 이 관계가 얼마나 친밀하고 사랑하는지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보여준다.
넬리와 마리옹은 8살의 같은 나이대로, 숲에서 우연히 만나서 동화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
마리옹을 만나기 전 넬리의 주변 색감은 늘 푸른톤이었는데, 마리옹을 만나며 주변에 붉은 빛의 색감이 드는 것이 참 좋았다.
마리옹을 만나고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느낀 감정을 색으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생각나기도 했다.
마리옹과 함께 많은 놀기도 하지만, 현재 자신들의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꿈,미래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묻지 못했던 질문을 털어놓고 나누기도 한다. 그런 장면들이 인상 깊었는데, 친구 만난 지금도 서로에게 안정감을 주는 사이인 것 같아 보였다.
영화 내내 서로의 이름을 많이 부른다. 여러 세대가 썼던 이름이라, "이미 내 마음속엔 네가 있었어"라는 8살의 마리옹이 넬리에게 한 말처럼, 같은 시간을 공유한 넬리와 마리옹 말고도 같은 이름을 썼던 인물들도 함께 기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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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살 아이에게 배우는 '이별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아끼던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렸다. 어떤 옷이든 잘 어울리면서 은근히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라서 즐겨 신던 양말이었다.
방 이곳저곳을 뒤적여도 보이지 않자 괜히 아쉬운 기분이 든다. 고작 양말 하나에도 마음이 이렇게 허전한데,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는 존재와의 이별은 더 괴로워진다.
함께 보낸 추억이 많고 진심으로 사랑했을수록 상실감의 크기는 커진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의 주인공 '사야카(닛츠 치세)는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동명의 단편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8살 '사야카'가 반려견 '루', 동네에서 '레이디버드'라는 바를 운영하는 할아버지 '후세(오이다 요시)' 등
다양한 존재와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화이다. 이 영화의 새로운 만남은 항상 이별에서 시작한다. '사야카'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반려견 '루'가 세상을 떠나고
'루'와 추억을 쌓은 장소를 매개로 후세 할아버지와 그가 데리고 있는 강아지를 만나게 된다.▼예고편을 통해 영화의 내용을 미리 확인하세요.
영화 속 만남과 이별이 더 아련하게 느껴지고 관객에게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화면의 힘이 크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를 연출한 하시모토 나오키 감독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등 일본의 유수한 영화 제작에 참여했었다. 그 간의 경험을 발휘하여 섬세한 연출과 청량한 색감으로 '사야카'의 일상을 한 편의 서정시로 그려냈다.
특히 기찻길에서 시작하는 오프닝은 영화의 모든 내용을 한 장면으로 설명한다. 전철을 기다리며
'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기억과 '루'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야카'의 모습이 연이어 보인다.
전철이라는 소재는 영화 중반부 '후세' 할아버지와 잃어버린 존재들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모습과 연결된다.
전철이 교차로를 지나가는 동안 사야카는 눈을 감은 채 바람을 느끼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사진을 찍는 셔터음과 함께 화면이 정지한다.정지한 '사야카'의 표정이 첫 장면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의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순수한 표정에서 사연을 숨긴 듯한 느낌을 동시에 표현한다.
'사야카'를 연기한 '닛츠 치세'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딸이다. 사실 '닛츠 치세'는 누군가의 딸이라고 불리기 무색할 정도로 4살부터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여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으며 데뷔할 땐 감독인 아빠와 배우인 엄마의 존재를 밝히지 않아 당당히 실력을 증명했다.
또한 일본의 인기 걸그룹 푸린의 멤버로 활동하며 다재다능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닛츠 치세의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새해 인사 영상을 추천드려요!
Q. 사랑하는 존재와 어떻게 이별해야 할까?
'닛츠 치세'의 연기는 어린아이와 강아지라는 소재로 인해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영화가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중한 친구를 잃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아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더 깊고 어둡다. '루'의 목줄이 잡고 있는 것처럼 허공에 손을 움켜쥐고 산책하는 모습은 쓸쓸하고
'후세'할아버지와 이별한 후 가만히 방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눈빛엔 아무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안쓰럽다.정반대로 상처 입은 아이는 성숙한 태도로 어른을 위로하기도 한다. 마당에 앉아 세상을 먼저 떠난 친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친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걸거나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후세' 할아버지에게 무작정 찾아가 깨어날 때까지 손을 잡고 옆자리를 지킨다.
*직접 그린 영화 속 한 장면두 모습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기차역 장면이다.
홀로 있는 '사야카' 앞에 어떤 존재가 생명을 다하면 기차를 타고 먼 여행을 떠난다는 상상의 기차역이 생긴다.
그곳에서 '사야카'는 떠나보낸 존재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다. 그사이 기차는 떠날 준비를 하고 '사야카'는 결국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기차역에서 제대로 된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 아이에게 새로운 인연이 찾아온다.
사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별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아닌 척 웃어도 마음속에 상처가 남고 슬픔과 상실감으로 남몰래 눈물짓게 되기 마련이다.
떠난 이들을 따라 먼 곳으로 따라갈 수 없기에, 쉽지 않더라도 내일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제 겨우 8살 된 어린아이가 '이별을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사랑했던 것들과 제대로 작별 인사하고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과 공감하며 살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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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영화의 가능성
영화는 평범한 방에서 평범한 인물들의 인터뷰를 비추며 시작된다. 헨드헬드로 촬영한 구도나 인터뷰 영상처럼 연출된 화면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림보 스테이션은 어딘가에 있을법한 평범한 장소이며, 시오리는 현실 세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현실과 환상 사이의 불분명함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떠올린다. 모호한 경계에서 <원더풀 라이프>는 영화로써 삶을 조명한다.
기억은 주관적인 것이라며, 대신 꿈이나 미래를 선택하면 안되냐고 묻는 이세야의 질문에 카와시마는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한다. 삶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가 있음에도 반드시 스스로 기억을 선택해서 연출하도록 한 설정은 영화의 주요한 메세지를 관통한다. 사실은 순간에 불과하다. 비디오 테이프와 기억에 기반해 연출한 영화는 다르듯이 우리가 떠올리는 기억은 주관적이다.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흘러가야만 하는 우리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간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 기억, 비디오 테이프가 아닌 영화이다.
달은 이와 관련된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모치즈키는 달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매일 똑같은 달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시오리에게 나카무라는 '늘 똑같더라도 빛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니 달은 참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나카무라는 림보의 책임자이며, 이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고 관찰자에 머무른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장면은 메세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듯하다.
마지막 무렵에 영화에 등장하던 달이 사실은 그림이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이 지점에서 달은 영화와 연결된다. 인물들이 달이라고 믿던 것은 사실 달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이라고 믿었던 마음은, 그들이 느낀 아름다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림보에서 찍는 영화는 비디오테이프와 동일할 수 없고, 우리의 기억은 사실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야할 것은 사실이 아닌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이다. 영화를 찍는 시선 역시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유사하다. '무엇을 찍을지'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찍을지'이다. 그때 영화는 하나의 삶이 된다.
모치즈키는 쿄코가 마지막 기억으로 자신을 선택한 것을 알게 된 뒤 비로소 기억을 선택한다. 50년 동안 행복한 기억을 찾아 헤맨 뒤 자신도 누군가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참으로 멋진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모치즈키의 기억을 촬영하는데, 쿄코와의 순간이 아닌 림보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한 것이 밝혀진다. 빛의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달처럼,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자신도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모치즈키는 다시 한 번 다른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동료들과 함께 기억을 연출하고 추억을 선물하며 지내온 림보에서의 50년 세월도 삶의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기억을 선택하는 과정은 자신의 시선으로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와타나베는 살아있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었던 자신을 회상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삶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결국 와타나베는 아내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러간 기억을 선택한다. 그저 그런 삶, 그저 그런 결혼 생활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어쨌건 그의 삶은 그곳에 존재했다. 향수와 회한이 섞인 그 추억은 와타나베가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는 증거이다.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왔다고 이야기하는 야마모토는 기억을 선택하면 나머지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여기며 어릴 적 어둠 속 옷장에 숨은 기억을 선택한다. 선택의 가치는 선택할 수 있었던 것에서 온다. 삶은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위에 놓인다. 야마모토의 선택은 사실 선택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삶의 요소들을 마주하고 선택하기를 회피함으로써 선택의 가치와 책임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와타나베의 말은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기억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세야는 회피하는 대신,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함으로써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진다. 이세야는 젊은 인물이며 배우 본인의 이름을 사용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삶과 영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긍정하는 감독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졌고, 부드러운 영상미가 설득력을 더했다. 조금 더 깊게 고민한 <어바웃 타임> 같았다. 삶에 대하여, 어찌보면 간편한 대답일수도 있으나 그럼에도 겸허한 마음이 느껴져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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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실의 슬픔에 줌 인(zoom-in)
상실 이후, 적절한 추모 기간은 얼마일까? 언젠가부터 사건사고, 재난에 희생된 사람들을 다루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을 졸이게 된다. 당장은 모두가 가족‧동료‧친구를 잃은 슬픔에 공감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제 그만하라’고 손가락질하는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피해의식은 아닐 것이다.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 중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전개한 이후부터였을까? 우리 사회가 슬픔에도 유통기한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상실이 우리에게 남긴 흔적과 그 흔적이 나의 일부가 되어가는 과정을 천천히 좇는 영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어린 사야카는 우연히 동네 펫숍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개 ‘루’를 발견한다. 루는 ‘믹스견’이라 품종이 분명치 않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함께하기로 한 사야카와 루는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추억을 쌓아 올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파트너가 되어준다. 루가 수개월 만에 심장병에 걸려 갑자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는.
다시 혼자가 된 사야카. 그는 루가 떠난 후에도 일상의 모든 공간에 남은 루의 흔적과 마주하며 우울한 기분에 빠져 지낸다. 루와 행복했던 만큼, 그 공백도 크게 느껴져서다. 그러던 중 오래전 아들을 잃은 동네 할아버지 후세와 친구가 된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상실이 남긴 흔적이 무엇인지를 차근히, 느린 속도로 마주해나간다.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개월 전 루를 떠나보낸 사야카와 수십 년 전 아들을 먼저 보낸 후세가 느끼는 슬픔의 크기는 같다. 오랜 시간이 후세의 슬픔을 덜어주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제 마을에서는 아들을 잃은 후세의 이야기가 슬픔이 증발한 건조한 소문으로만 떠돌지만, 후세는 여전히 수십 년 전에 머무르며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후세의 슬픔을 '과거'로 흘려보내는 동안, 후세는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홀로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상실의 슬픔은 진정 어린 공감과 연대의 마음으로 승화될 수 있다.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후세와 사야카가 끝내 미소 지을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서로의 슬픔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만난 후에야 사야카와 후세는 상실한 존재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 공감과 연대가 어렵다면 상대가 ‘이제 괜찮다’고 말할 때까지 마냥 기다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무엇이든, 타인의 슬픔에 유통기한을 정해놓고 그만하라 닦달하는 것보단 낫다.
영화에는 성인이 된 사야카의 내레이션과 어린 사야카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는 사야카가 루를 잃은 상처와 ‘함께’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슬픔은 ‘극복’되어 ‘사라져야 할’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상실로 인한 슬픔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성숙한 존재가 될 수도 있고, 타인의 슬픔을 존중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 수도 있다. 다시 한번, 상실의 슬픔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루를 떠나보낸 사야카의 슬픔과 사야카가 이 슬픔을 마주하는 과정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가까이서 보여준다. 내게는 이 영화가 상실의 슬픔에 줌 인(zoom-in)함으로써 슬픔마저 ‘죄’로 몰아가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로 읽혔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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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라는 도피처를 선택한 아이들
줄거리
일곱 살 소녀 다리아(다샤)는 여느 또래처럼 엘사를 좋아하고 자전거를 잘 타는 활동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5개월째, 침대에 누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다리아 가족의 망명 신청이 거부되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감상 포인트
1.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
2. 어른들의 갈등으로 인해 언제나 피해 입는 것은 아이들이다.
3. 체념 증후군에 빠진 아이들은 희망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깨어날 수 있다.
감상평
체념 증후군은 정신적 외상을 입고 극도의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이들, 특히 난민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2003년부터 사례가 보고되었으니 비교적 역사가 짧은 질병이라 할 수 있겠다. 나타나는 증상은 똑같다. 점점 말수가 줄어들면서 누워만 있다가 먹는 양이 줄어든다. 그리곤 이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당시엔 이런 소문들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속이는 거다, 아픈 척하는 것이다'
(중략)
모든 테스트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외부의 조작은 전혀 없었던 거죠.
정말로 아주 심각하게 아픈 아이들의 얘기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순수함의 결정체로 보는 동시에 가장 악한 존재로 인식하기도 한다. 상처받고 아픈 아이들에게서 어른들은 꾀병일 것이라는 의심부터 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정말로 아팠다. 극도로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자 완전한 잠의 세계로 빠져든 것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즉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죽음의 공포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체념 증후군으로 잠들었다.
[체념 증후군의 기록]은 40분가량의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흔한 우울 증세를 겪는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도 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아니다. 아이들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아픔을 잊고 있으니까. 현실의 아픔과 고통이 끝나면 아이들은 깨어날 것이다.
아이들을 진찰할 때 부모님들께 말하죠.
아이의 상태 때문에 고통받는 건 부모님들이라고요.
아이는 아프지 않아요.
백설 공주처럼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에요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끔찍해서 그런 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거죠.
아이는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깨어나면 다시 원래대로 활기차게 살 수 있어요.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꿈을 꿀까? 꿈을 꾼다면 그 안에서는 행복할까? 혹여라도 그 아이들이 꿈속에서마저 고통받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제발 그 꿈에서라도 행복하길 비는 것만이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판의 미로]가 생각났다.
다큐멘터리는 체념 증후군을 겪는 세 아이의 가정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이유로 쫓기듯 스웨덴에 도착했지만, 아이들이 잠들어 버렸다는 공통적인 결과를 얻었다.
난민 문제에 대해서 쉽사리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순한 해결책이라면 갑자기 강력한 마법사가 나타나 세계 평화를 이뤄준다는 허무맹랑한 방법 밖에는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인류가 완전히 멸종해버리고 지구가 폭발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도 고통 때문에 자신을 잠재워버린다는 병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어쩌면 눈에 보이는 바이러스만 막느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마음을 침투하는 것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왜 문제는 어른들이 일으키는데 고통은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가.
나는 고스란히 그 아픔을 물려주고도 뻔뻔하게 '미래는 너희가 책임지렴'하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받기 싫은 고통은 남도 받기 싫다. 그리고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라고 해서 더 강하지 않다. 아이는 오히려 약하다. 더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줄거리에 소개했던 다리아의 가족은 다행히 스웨덴에 무사히 정착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다리아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예전처럼 활발하게 지낸다고 한다. 이렇듯 아이들은 가족에게서 희망의 기운을 느끼면 언제고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반면, 11개월째 체념 증후군을 앓고 있는 '레일라'의 가족은 여전히 망명 신청 중이고, 언제든 추방당할 수 있다. 암울한 현실에 이젠 레일라의 언니마저도 체념 증후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웃는 다리아의 모습에 안심이 되는 한편, 레일라와 그 언니가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아픔을 물려주지 않을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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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문턱에서 거짓말로 살아남은 자의 고백
한 유대인 남자가 독일군에게 끌려가 총살되기 전 갑자기 외친다. 자신은 페르시아인이라고. 그는 이전에 샌드위치와 맞바꾼 페르시아어 책으로 페르시아인으로 위장해 살아남는다. 이에 긴가민가하던 독일군은 페르시아인을 찾던 장교에게 그를 소개한다. 그렇게 페르시아어는 아빠밖에 모르는 그는 한순간에 페르시아어 선생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 매일 엉터리 페르시아어라도 가르쳐야 하는데....... 과연 그는 이 사실을 들키지 않고 목숨을 보전할 수 있을까?
1. 비정한 전쟁 속 피어난 불안한 우정
유대인 질은 독일군 장교 코흐에게 자신을 페르시아인 레자 준이라고 소개하고 매일같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 그에게 가르쳐야 한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단어들을 외우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그에게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고비를 거쳐 코흐에게서 특혜를 받는다. 다른 이들이 다른 수용소로 가 죽고 있을 때 그는 수용자 명부를 작성하고 페르시아어를 가르치면서 말이다.
그렇게 코흐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코흐는 레자와 우정을 쌓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질은 그저 얼음판 위를 걸었던 것이다. 코흐는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산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없었기에 몰랐겠지만. 빵이라고 가르쳤던 단어를 나무라고 잘못 말했을 때 그의 편애가 폭력으로 변하는 것을 겪어내며 질은 깨닫는다. 코흐의 친절은 언제 어떻게 죽음으로 되돌아올지 모르는 것이라는 것을. 그는 어쩔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2. 전쟁 중 우정은 사치스러운 위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특혜는 질에게 독이 되었다. 그의 특혜 때문에 코흐의 독일군 부하들은 그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흐에게 무시당하던 한 군인은 그가 유대인임을 어떻게든 알아내어 분풀이를 하려고 했으며 열등감을 표출했다. 코흐의 편애는 '내가 저 열등한 유대인보다 못할 리 없다' 라는 전쟁 시기 만연했던 인종차별에 기름을 붓는 행동이었다.
코흐는 수용소 내에서 지배 계급이고 질은 피지배 계급임을 감안하면 수용소 내에서 지배자 계급 내에서 알게 모르게 벌어지는 눈치 싸움에 질이 끼어들어버린 셈이다. 코흐의 친절은 질이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도 피지배 계급인 질에게 그저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전쟁 중 꽃피어난 우정이라고 하기엔 질과 코흐의 위치가 너무나 달라 그들에게 동질감을 생길 수 없었다. 질에게 코흐의 친절은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되게 했으며 이 사실이 그가 걷고 있는 얼음장을 더 얇게 할 뿐이었다.
3.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
이 영화는 각 인물의 마지막 장면이 정말 압도적으로 인상적이다. 전쟁 후 벨기에인으로 위장해 페르시아에 입국하려던 코흐는 공항에서 엉터리 페르시아어를 구사하다 공항에서 잡히고 질은 전쟁 이후 파견된 조사관에게 자신이 기억하는 수용자들 이천 여 명의 이름을 외운다. 이는 그가 코흐에게 가르쳤던 그 언어가 이들의 이름에서 비롯됐고 이 엉터리 언어로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뇌에 넣어야 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그가 그들의 이름을 이렇게 외우고 있지 않으면 죽어야 했던 아이러니한 그의 처지를 대변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이들의 이름을 이렇게 외우고 있는 질을 보고 있자면 전쟁 중 유실된 희생자들의 이름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어서, 또 몇 년 간 질이 레자로서 살아온 위태로운 시간을 엿볼 수 있어 마음이 아리고도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총평
이 마지막 장면을 보기 위해 영화관으로 가도 될 정도로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임팩트 있는 장면 중 하나였다. 실화 기반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생존을 위한 거짓말이 한 장교의 예기치 못한 친절을 만나 파지배 계급으로서의 복수로 이어지는 서사라니, 영화로 만들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완벽한 서사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두 사람이 엉터리 페르시아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두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암호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유대감 조차 불안함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언제 질의 거짓말이 들킬 지 모르는 일이기에.
* 해당 영화의 시사회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참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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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건
제작: 찰스 로븐, 피터 새프런, 월터 하마다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각본: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외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존 머피
촬영 기간: 2019년 9월 23일 ~ 2020년 2월 28일
제작사: DC Films logo, 사프란 컴퍼니,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트롤 코트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21년 8월 6일영화정보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각본: 데이비드 에이어
제작: 리처드 서클, 찰스 로븐, 콜린 윌슨 (기획), 잭 스나이더 (기획), 데보라 스나이더 (기획), 제프 존스 (기획)
출연: 윌 스미스, 마고 로비, 비올라 데이비스, 자레드 레토, 조엘 킨나만, 자이 코트니 등
촬영: 로만 바시야노프
장르: 슈퍼히어로 영화, 액션
음악: 스티븐 프라이스
촬영 기간: 2015년 4월 13일 ~ 2015년 8월 24일[1]
제작사: DC 엔터테인먼트, 랫팩-듄 엔터테인먼트, 애틀러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개봉일: 2016년 8월 3일
상영 시간: 123분
제작비: 1억 7,500만 달러
마케팅비: 1억 5,6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325,100,054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746,846,894 (최종)
국내 총 관객수: 1,898,121명 (최종)등장인물/캐릭터
할린 퀸젤 / 할리 퀸 - 마고 로비
로버트 듀보이스 / 블러드스포트 - 이드리스 엘바
크리스토퍼 스미스 / 피스메이커 - 존 시나
릭 플래그 - 조엘 킨나만
조지 하크니스 / 캡틴 부메랑 - 자이 코트니
싱커 - 피터 카팔디
폴카도트맨 - 데이비드 더스트몰치언
랫캐처 - 다니엘라 멜키오르
사반트 - 마이클 루커
술 소리아 - 앨리스 브라가
블랙가드 - 피트 데이비슨
마테오 수아레스 - 호아킨 코시오
실비오 루나 - 후안 디에고 보토
틸라 - 스톰 리드
T.D.K.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네이선 필리언
? - 타이카 와이티티
존 이코노모스 - 스티브 에이지
위즐 - 숀 건
자벨린- 플룰라 보르크
플로 크로울리 - 티나시 카제세볼덴
에밀리아 하코트 - 제니퍼 홀랜드
루이스 - 훌리오 세자르 루이즈
킹 샤크 - 실베스터 스탤론 (목소리)
아만다 월러 - 비올라 데이비스
스타로 - ?#더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 #수어사이드스쿼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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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성인이 되어 보육원 퇴소를 앞둔 도윤 앞에 15년 만에 아버지 승원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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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한 우주 최후의 서바이벌!
2242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로 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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