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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2025-05-29 15:28:47

혼돈의 정치적 상황 속 해체를 감당하는 가족

<퀸즈>



 클라우디아 레이닉 감독의 <퀸즈>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국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상영을 했다. <퀸즈>는 균열이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 딸과 아빠의 여행과 일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애프터 썬>과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퀸즈>는 그보다 깊게 페루의 당시 역사적 환경을 보여주며, 그 속 시민들이 처한 환경을 시사한다.

 

 집을 떠나 사는 아버지는, 딸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그 연장선으로 딸들의 불신을 얻는다. 그런 아빠가 딸들과 함께 바다로 떠나는 행위는 일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된다. 당시 페루의 환경과 일상에서 벗어나며, 두 딸과 아빠는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1990년대 페루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2, 페루의 54대 독재자 후지모리는 친위 쿠데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10년여간 탄핵이 될 때까지 103개여월 동안 재임하며 권위주의적, 반인류적 독재 정치를 자행했다. 후지모리는 일명 콜리나 부대를 창설해 민간인 50여명을 학살했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등의 부패를 거행했다. 이중국적이었던 후지모리는 일본으로 도주하지만, 결국 페루로 송환되고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2011, 2016년에 페루 대선에 진출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후지모리 일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1990년 페루 독재의 형태, 그로 인해 민간인들이 위협당하는 모습이 <퀸즈>에서도 등장한다. 카를로스는 당시의 경제적 침체로 인해 택시 기사의 일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벌이를 하지 못한다. 가족들에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그가 선택한 거래 방식은 타이어 물물 교환인데, 이는 누군가의 차에서 훔친 타이어였다. 훔친 타이어도 화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당시의 경제적 침체를 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등장하는 당시 독재 정치의 잔상은 통금 시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통행 금지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밤 늦게 거리를 다니기 위해서는 취한 사람인 척해야 했으며, 이는 총을 맞을 위기까지 가져오는 행위로 묘사된다.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빠 카를로스와, 혼란스러운 페루를 떠나 띨들과 이민을 갈 계획을 세우는 엄마 엘레나의 대립이 종결되는 사건 또한 통금 시간으로 발생한 사건에서 종결된다. 두 딸은 엄격한 엄마에게서 도망쳐 아빠를 찾는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 과정에서 둘은 통행 금지 시간을 어기게 되는데, 두 딸은 군인들의 성적 희롱 대상이 되며, 결국 군인에게 끌려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밤을 샌다.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고집하던 엘레나는 딸들이 집을 떠난 이유가 아빠를 찾는다는 이유 때문이었기에 페루에 남기를 택한다. 아빠를 필요로 하는 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딸들이 정치적 환경으로 인해 위험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딸들을 미국으로 보내고자 한다.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미성년자 출국 동의서를 작성해 주지 않던 그의 변화가 발생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엘레나는 가정부를 고용할 정도로 재력이 있는, 페루에서도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가정을 꾸리고 있음에도 이러한 경험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카를로스-엘레나 가족의 형태는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딸들을 생각하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지점이 바로 이 사건이다. 엘레나는 아빠와 헤어지길 원치 않는 마음으로 미국에 가기를 포기하고, 카를로스는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국에 가는 것을 동의한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 가게 되는 딸들과 엘레나의 모습은, 정치적 사랑은 가족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을 고사하고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들이 처한 국가의 모습에 일종의 굴복을 하는 모습은 씁쓸한 면을 보여준다.

작성자 . 하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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