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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2025-06-25 12:42:09

뛰기만큼 아름다운 쓰러지기.

댄서

이형기의 낙화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군가가 은퇴를 선언한 순간

그의 과거를 톺아보려는 시도는 많이 있었다.

 

발레의 이단아라 불리던 세르게이 폴루닌의 서사를 생각하면

그가 은퇴를 선언한 시점,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드는 것은 당연하다.

 

<댄서>는 젊은 무용수가 발레를 그만두는 시점에서 자신의 역사를 톺아보는 영화다.

그가 발레를 시작한 순간부터 그가 자신의 은퇴 무대를 준비하고 끝내기까지의 과정.

 

위에서 언급한 부분은 시의 첫 연이다.

다음 연에서는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세르게이 폴루닌은

가난했지만 발레를 사랑한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의 '봄 한철'을 추억한다. 그러곤 과감히 이 사랑하는 일을 멈추고자 선언한다.

그의 선언은 발레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사랑이 저물고 있음에 대한 경각심에서 비롯된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라고 이어지는 구절처럼, 발레를 그만두기로 한 그의 선택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 하는 것'이 된다.

이미 허공으로 뛰어버린 그의 발끝은 다시 바닥에 다을 수 없는 거시앋.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꽅답게 죽는다."

 

라고 선언하 듯,

무성한 녹음 속에서 춤추는 그의 마지막 춤

Take me to church는

자신의 청춘(발레)에 대한

애달픈 연서이면서도

가차 없는 이별 통보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을 추억하듯,

그의 뛰기는 섬세하고

그보다 인상적인 넘어지기와 구르기가

이 댄스비디오를 지배한다.

 

그의 작품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코

 

이형기가 낙화의 마지막 연에서 말하듯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처럼 슬프지만 성숙한

때론 담담하고 의지에 불타있는

그의 들숨과 눈빛이 아닐까.

작성자 . 다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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