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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2025-08-19 12:06:34

신은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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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에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명의 인물과 하나의 이유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사이비 스릴러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을 미리 보고왔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를 만나게 된 신부'라는 설정에서 느껴지는 딜레마가 엄청났다. 아주 진득한 드라마를 기대하게 하는 로그라인처럼 영화의 오프닝도 흥미진진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진선교'의 신도가 어두운 숲길을 운전해간다. 어둠의 공포를 이기려는듯 크게 틀어놓은 교리녹음본과 차 안 군데군데 붙은 이상한 부적이 스릴러적 오프닝을 도운의 엄마, 오진숙이 살해 후 매장당하는 시퀀스로 포문을 열었다.

 


① 어머니의 살인자를 만나게 된 신부, 도운.
갓 신부가 된 도운(신승호)은 어느날 한 신자의 고해성사를 받게 된다. 사람을 죽여도 용서받을 수 있냐는 묻던 그는 도운에게 오래 전 실종 된 어머니 오진숙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녀 역시 자신들이 죽였음을 고백한다. 교리와 인간적인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하던 도운은 다음날 그를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게 되고, 그의 집 안에 붙어 있는 이상한 부적과 괴한들의 흔적으로 사이비 '진선교'를 쫓던 형사 윤주영을 만나게 된다.

 

 

② 사이비를 쫓는 형사, 주영

주영은(한지은) 최근 실종 된 대학생의 행방을 좇다 진선교라는 사이비 단체를 추적하며 도운에게 정보를 제공하려는 피해자의 여동생 호연을 통해 심광운이라는 무당을 찾아가게 된다.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잊어버리고 싶었던 유산의 트라우마를 경험하지만, 굴하지 않는 집요한 추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모두 아픈 가족이 있었으며 도운 역시 유가족임을 알게 된다.

 

 

③ 아들을 살리고 싶은 사이비, 수연

한편 전신교의 실제적인 행동책인 백수연(전소민)은 겉으로는 남편과 함께 따뜻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전신교의 교리에 따라 살아있는 제물을 바친 뒤 목을 잘라 바치는 일종의 희생제의를 저지른 야차 같은 인물이다. 그녀의 남편은 '공실장'이라 불리며 실제적인 행동대장을 맡고 있다. 주영의 수사와 여동생의 폭로로 제물이 될 인물을 물색하기 위해 심광운(박성훈)의 점집과 일종의 제휴를 맺고 마음이 약한 사람들을 찾아왔던 것이 밝혀지고,

 

 

여기서부터 영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백수연을 잡기 위해 실종된 대학생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에 동참하게 된 도운은 백수연에게 정체를 들켜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그 순간 천벌을 내리듯 내리치는 천둥과 광기에 쌓인 도운은 '아이를 살리고자 한다면 내 말을 들으라'는 세뇌로 공실장을 굴복시킨다. 도운의 카리스마에 압도된 공실장은 홀린 듯 아이를 살리기 위해 아내 백수연을 죽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일에 가담하게 된 도운, 일상을 되찾아 고해성사를 받는 그의 앞에 한 꼬마가 찾아온다. 아이는 수연의 아들로, 도운은 그 아이에게 자신의 죄를 고하게 된다. 아이는 고민에 빠진다. 부모의 원수를 용서할 것인가, 말것인가?

 

 

흥미로운 인물군상이 있는 스릴러 영화

그러나 아쉬운 전개

 

연출적으로도 수미상관을 사용해 자신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다 결국 자신의 가족 모두가 파멸에 빠지게 된 부모의 서사도 흥미로웠고, 이성적인 형사이면서 아이를 잃은 후 자책감과 조용한 분노를 품고 사는 주영의 캐릭터도 입체적이라 사건 안에서 여러가지 반전 요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전신교(빌런 캐릭터)의 실체였다. 약하게 표현되지만 전신교에 가담한 이들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아픈 가족'이라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왜 목을 자르는 의식과 연결되는지는 납득되지는 않았다. 잔인한 이미지와 약한 가족을 지키고 싶은 욕망은 어떤 관계가 있는걸까? 그 부분이 밝혀졌다면 도운을 비롯한 모든 인물에 대해 더욱 몰입하며 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은 정말 듣고 있을까?


 

"두려워 말라. 죽은 것이 아니라 잠든 것이다."

 

 

도운이 두 부부를 협박하는 장면에서 마치 주문처럼 외던 성경문구는 굉장히 임팩트가 있었다. 궁금했다. 저음의 목소리를 가진 신승호 배우가 도운역에 캐스팅이 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공실장이 미혹되어 아내를 살해하는 전말은 뜨악했지만 그와 별개로 궁금했다. 사제는 정말 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가? 신은 눈을 뜨고 이를 지켜 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세상에 나타난 병과 아픔은 모두 우리가 겪어 마땅한 일인가? 작품 속에서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인간들은 모두 자신 앞에 나타난 두가지 갈림길 최선을 다한 선택을 할 뿐이었다. 그것을 정의로 평가하거나 부정으로 평가하는 것 역시 인간의 일이고, 순간의 일이다. 일반인에게 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도운은 사제 역시 한낱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경계의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 질문들에 대한 답도 관객 개인에게 맡겨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신만이 아신다 vs 경계인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의 원작

 

원작이 있는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경계인>이라는 제목으로 오펜 시나리오 대상으로 선정된 고준석 작가의 작품이 있었고 그것을 영화화하면서 제목은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으로 바뀌어 나온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를 영화의 원작이라고 표현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제목이 바뀌는 정도라면 리메이크라 느낄 정도의 다른 해석(방향성)이 있지 않았을까? 유추해보게 된다. 원작의 제목을 보니 왜 이 작품 안에서 인물들 한 명 한 명의 서사가 선과 악, 인간적인 이해와 원칙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연으로 직조되어있는지 훨씬 더 잘 이해가 되는 것도 같았다. 아쉬운 점은 많았지만 인물에 들어간 정성이 느껴지는 스릴러였다. 

작성자 . 서덕

출처 . https://blog.naver.com/aleakyhouse/223967237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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