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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한2025-09-23 09:39:28

폭력은 어디에서 유영하는가

영화 <분노의 이면>(2018) 리뷰

균열의 확산

© 퍼니콘

문병민 감독의 단편 <분노의 이면>은 콜센터 상담원(조연진)의 하루에 스며든 공포와 분노를 몽환적으로 그린다. 흔들리는 카메라와 과장된 심장박동음이 불안을 조성하고, 엘리베이터·거리·편의점을 떠도는 동안 타인의 입에서 “죽여”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노란 셔츠의 남성은 뒤에서 다가와 몸을 더듬고 “냄새 좋아요”라 속삭이며 폭력을 행사한다. 한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바울)은 여성 손님을 몰래 촬영하려 하고, 술병에서 쏟아진 더러운 액체에 짜증을 터뜨리다 폭언 전화를 건다.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콜센터 상담원, 그녀다.

 

 

직설과 과잉


© 퍼니콘

 

영화는 일상적 폭력과 서비스 노동의 감정노동을 환청과 현악, 날 선 편집으로 체감하게 한다. 흰→노랑→빨강으로 이어지는 색의 이동은 순응에서 오염, 그리고 폭력의 표면화로 번져 가는 정서 곡선을 압축한다. 더치 앵글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휘청이는 주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만, 과도한 직설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쇼트의 누적이 서사의 설득력을 갉아먹는 듯하다. 작품은 복수의 카타르시스보다 분노의 기원을 추적하지만, 결말에서의 분노 표출 방식이 주제 의식을 흐릿하게 만든다. 이미지의 호흡을 한층 절제했다면 제목처럼 ‘이면’의 층위가 더 깊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품은 “폭력이 어디에서 유영하며, 어떻게 몸을 통해 새어 나오는가”라는 질문을 선명히 남긴다.

 

작성자 . 려한

출처 . https://brunch.co.kr/@ryeohan/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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