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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_Rec2025-09-25 03:14:22

혐오와 편견으로 조각한 ‘아름다움’ 뒤엔

영화 <얼굴> 리뷰

[얼굴] (2025)

감독: 연상호



시놉시스

“이 분이 저희 어머니라고요?”

태어나서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그의 아들 ‘임동환’에게 경찰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40년 전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것.

얼굴조차 몰랐던 어머니가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임동환’은

아버지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PD ‘김수진’과 함께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40년 전 어머니와 함께 청계천 의류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의 기억을 통해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출처: KOBIS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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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추하다’는 건?

영화 <얼굴>은 단순히 외모에 대한 편견을 넘어, 타인의 평가, 군중심리, 뒤틀린 욕망과 같은 -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관점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40년 전 도망간 줄 알았던 임동환의 어머니 ‘정영희’가 백골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동환의 아버지이자 전각 장인 ‘임영규’를 다큐멘터리로 담고 있던 김수진 PD의 취재로, 영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사건은 전개된다.

 




수진과 동환은 어머니 ‘정영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주변 인물들을 만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영희는 못생겼었다”는 말뿐이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도대체 얼마나 못생겼길래?’라는 의문을 품게 되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정관념을 마주하게 된다. 흔히 말하는 미의 기준 - 큰 눈, 오똑한 코, 날렵한 턱 - 의 반대편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 중요한 순간에서조차 그저 “못생겼다”는 말만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허망함과 무력함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 겉모습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되돌아보는데 이토록 비중 있게 언급되는 걸까? 결국 어떤 ‘얼굴’을 떠올리든, 영희가 겪은 부당함은 정당화될 수도 이해될 수도 없음을 깨닫는다.


영규의 이야기에서도, 함부로 - 정말 ‘별 의미 없이’ - 던져지는 평가와 편견이 얼마나 큰 의미와 영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영규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의 도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사람들은 그를, 아니 그의 도장을 아름답다며 칭송하게 된다. 왜 영규가 추함을 혐오하고 아름다움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안겨준 인정과 성공, 소속감은 결국 그의 가치관을 왜곡시킨다. 



 

영규가 처음 영희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건, 아무도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을 때 진심으로 다가와 교감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마음이 결혼으로 이어진 건 무의식적으로 마음에 담아둔 주변의 평가 때문이 아니었을까. “영희가 예쁘다”, “부럽다”는 말들 속에서 그는 ‘예쁜’ 사람과 결혼한 ‘부러운’ 인생을 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정작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깨운 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다가온 영희였음을 망각한 채 말이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이 절대적인 기준이자 세상이 된 영규는, 누군가 영희를 ‘못생겼다’고 말하는 순간 배신감과 모멸감에 잠식된다. 물론 극단적으로 그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압도되어 모든 것이 좌우되는 그 어떤 군중심리의 단면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했다. 

 

 

이렇게 ‘악’과 ‘약’은 대물림된다. 실체 없는 말이 영규에게는 곧 실체가 되고, 의미가 되고, 믿음이 된다. 평가와 편견의 피해자였던 영규. 그러나 그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혐오와 두려움은 영희에게 향하며, 그를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든다. 약자가 약자에게 혐오를 돌려주며 ‘악’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정작 그 혐오를 만든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오래된 과거, 잘 기억나지 않는 이야기로 치부된다는 점이 무섭게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박정민 배우의 1인 2역이 이러한 대물림 현상을 상기시키는 장치였지 않았나싶다. 그는 아버지 영규와 아들 동환을 동시에 연기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동환이 아버지의 폭력을 덮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영상을 지워달라 부탁하는 장면은, 자신이 마주한 (그러나 애써 외면한) 진실보다 타인의 시선을 우선하는 모습으로 이어진다. 부조리와 방관의 고리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얼굴>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 중 1970년대 급속한 성장을 이루며 우리는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착취했는지를 질문하며 작품을 구상했다는 답변을 보았다. 영화를 보며 우리는 물질과 시간,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혐오와 편견을 경계하려는 마음과 여유까지 소모하며 살아온 건 아닌지 잠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작성자 . Cine_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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