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2021-05-16 13:25:37
경찰의 무지가 부른 비극 [넷플릭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미국 드라마
케이틀린 디버 Kaitlyn Dever
우리는 범죄 피해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피해자의 행동을 해석하려고 한다.
그러나 범죄피해를 겪어보지 못한 이들의 해석은 잘못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범죄해석의 지식이 없는 이들의 단호한 판단이 얼마나 사람을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특히 경찰이 무지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줄거리
한 소녀가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피해자로 대우받던 그녀는 점점 이상한 행동을 하고, 가까운 지인은 물론 경찰까지 소녀가 거짓말로 관심을 얻으려 한다고 의심한다. 결국 소녀는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하고 만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소녀가 살던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불법 침입 강간 사건이 일어나고, 한 집요한 형사가 수사를 시작하는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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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섬'에서 완벽한 짝 찾기
우리는 나에게 잘 맞는 완벽한 짝을 찾는다. 단순히 성욕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는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요즘은 연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그 존재를 찾기도 하고 인터넷의 커뮤니티나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메일이나 전화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메신저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좋은 사람을 찾는다.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자신에게 정말 잘 맞는 사람을 어떤 식으로 잘 찾아낼 수 있을까.
처음 볼 수 있는 정보는 상대방이 등록해 놓은 프로필을 통해서다. 간단한 문장과 나이, 정보와 사진을 바탕으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판단한다. 그 사람이 나에게 완벽한 짝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 사람과 맞을 확률은 반반이라는 의미다. 누군가를 찾고 싶다는 욕구는 그 낮은 확률에 기꺼이 도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누가 나올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건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과 같다. 오늘 이 사람과 잘 안되더라도 내일 또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기회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더 완벽한 사람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는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앱 개발자의 이야기
넷플릭스에 공개된 시리즈 [썸바디]는 데이팅 앱 개발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김섬(강해림)이라는 캐릭터는 천재적인 앱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썸바디라는 데이팅 앱을 개발해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 스펙트럼의 양상 중 하나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김섬은 개인주의 성향이 있고,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조금 다른 교육을 받아 훈련해왔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었지만 그에게도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짝을 찾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데이팅 앱 썸바디에서 계속 채팅 상대를 찾는다. 우연히 연쇄살인범 윤오(김영광)와 채팅을 시작하고 실제로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게 이끌리고 결국 가까워지는 과정이 이야기 내내 이어진다.
이야기 속 김섬은 이름처럼 수많은 동료와 친구 사이에서 '섬' 같은 존재다. 일반 사람과는 조금 다른 특성 때문에 직장에서도 친구 사이에서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채팅 AI를 개발해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즐긴다. AI이긴 하지만 유일하게 그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라면서 엄마를 제외하면 그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지는 못한 것 같다. 기원(김수연)이라는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들이 완전히 서로를 이해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기원은 친구로서 김섬을 걱정하긴 하지만 원래 성향과 성격을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김섬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전히 친구에게 드러내지는 못한다.
연쇄살인범인 윤오는 우연히 앱을 통해 만난 여자를 살해하게 되면서 남을 속여 살인하는 행위를 즐기게 된 인물이다. 첫 살인 전에는 평범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살인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지만 철저히 자기 자신을 '섬'으로 만든다. 스스로 만든 그 섬에서 자신만의 취미인 살인을 계속해나가고 꽤나 완벽하게 뒤처리를 해낸다. 그가 그런 어둠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매개체가 바로 김섬이 만든 썸바디라는 앱이다. 썸바디를 통해 누군가를 만나면서 자신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꽤 긴 시간 동안 살인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각자의 '섬'에서 맞는 짝을 찾는 과정과 그 안의 기묘한 분위기
원래 성향 때문에 사회적으로 '섬'에서 따로 살았던 김섬이 우연히 후천적으로 '섬' 속에 살고 있는 윤오를 만나면서 동질감을 느끼는 건, 아마도 당연할 것이다. 각자의 섬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벗어나 자신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완벽한 짝을 만난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고 영화 중반 이 둘이 실제로 만나 대화를 하고 에로틱한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영화가 스릴러의 외피를 쓴 멜로처럼 보인다.
영화에는 목원(김용지)이라는 무당도 등장한다. 기원의 친한 언니인 이 캐릭터는 레즈비언인데 어찌 보면 이 캐릭터 역시 남들에게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섬'에 살고 있다. 그래서 김섬과 친구인 기원은 김섬이라는 인물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목원은 김섬의 성향과 하고자 하는 바를 꽤 명확하게 이해하고 도움을 준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섬'에 살고 있는 김섬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목원의 감정이 꽤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시리즈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의 작품이다. 특이한 캐릭터인 김섬이라는 캐릭터를 천천히 설명하고 연쇄살인범 윤오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냈다. 특히나 여배우인 강해림을 주연으로 등장시키면서 김섬이라는 인물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꽤나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김섬의 특성과 성향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첫 주연을 맡은 강해림도 과감한 연기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연쇄살인범 윤오 역을 맡은 김영광은 무척 어둡고 무서운 인물을 무척 잘 소화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김영광의 이미지와 완전히 상반된 배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속도는 다소 느리다. 그만큼 각 인물들의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의미다. 각자의 '섬'에 살고 있어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줌으로써 인물들이 가는 방향을 보여주면서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이 인물들은 모두 완벽한 짝을 찾으려 노력한다. 이야기 안에서도 그들은 데이팅 앱에서나 바에서 자신이 원하는 짝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찾은 짝과 어떤 결말이 지어질지 궁금해하며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게 된다.
초반 에피소드에서 느린 전개 속도로 조금 따라가기 힘들기도 하지만 후반부에는 영화가 가진 기묘한 느낌이 이야기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일반적인 멜로나 스릴러보다는 조금 독특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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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2025) 개봉 예정
감독: 하정우
출연: 하정우, 김의성, 이동휘. 박병은 등
개봉일: 2025년 4월 2일(한국 기준)
배우 하정우가 영화 <로비>로 10년 만에 감독으로 돌아왔습니다. <롤러코스터>, <허삼관>에 이은 세 번째 연출작인데요. 오는 4월 2일 개봉 예정입니다. 아직 개봉 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3월 31일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로비는 골프장을 무대로 두 회사 대표 창우(하정우)와 광우(박병은)가 각자 검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권모술수를 동원한 로비를 하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입니다. 2013년 처음 연출했던 롤러코스터 또한 블랙코미디 장르로서 재치있는 대사와 특유의 리듬감으로 큰 사랑을 받았었죠. 블랙코미디 장르에 두각을 나타냈던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하정우만의 독특한 유머로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유튜브 채널 <파이아키아>에 출연하여 다양한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는데요. 대화로 극을 이끌어가는 버벌 코미디 특성 상 배우 간 앙상블 연기를 살리는 것을 가장 중시했다고 밝혔습니다. 30명이 넘는 출연자가 모여 10번 넘게 전체 대본리딩을 할 만큼 말맛을 살리기에 진심이었다고 하죠. 캐스팅 단계부터 배우들의 연기방식과 말의 리듬, 센스를 모니터링하며 청사진을 그렸다고 하니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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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던 나는 정말 행복했었는지
새해가 지나고 더욱 내 자신의 앞길에 많은 고민이 들었었다. 지금은 누군가에게 말하기 창피하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영화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몇 안 되었고, 영화를 종종 찍기도 하는 배우였으니 꾸준히 이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회로 같은 거. 나는 그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영화 업계에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고, 일을 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보단 쉽지만 아무튼 그래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니 더 이상 일을 하기가 싫었다. 코로나로 인해 월급은 줄었는데 팀원도 줄어 일하기가 더욱 힘들었던 요즘, 나는 내 미래와 꿈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 많았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치달았고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고,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잠에 드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야근을 하고, 월급도 못받아가면서 영화를 개봉시키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게으르지만 내가 추구하는 성취감을 얻지 못하면 항상 구렁텅이로 빠지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굉장히 힘들었었다. 지금부터 말하려는 <소울>은 그럴 때 보게 된 영화고, 정말로 적절한 타이밍에 날 찾아왔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학교의 재즈밴드 선생님이지만, 궁극적인 자신의 꿈은 '재즈 밴드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이 유명한 재즈 뮤지션과 함께 공연을 하기로 한 날, 너무 들뜬 나머지 발 밑의 맨홀 뚜껑이 열린 것을 보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다. 그리고 그의 영혼은 지구에 아직 태어나기 전인 영혼들이 머무르는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다.
다시 지구로 돌아가 재즈 공연을 해야하는 그는 마음이 급하지만, 무턱대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조는 아직 지구로 가지 못한 영혼 '22'의 멘토가 되기로 결심한다. 지구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지구 통행증을 발급 받으려면 영혼의 불꽃이 반드시 필요한데, 영혼 22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불꽃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는 어떻게 해서든 22의 불꽃을 찾아주고, 대신 통행증을 받으려 한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놀란 것은, 픽사는 절대 뻔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영화의 끝은 '조'가 자신의 몸에 다시 들어가고, 재즈 공연을 멋지게 성공시키며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조가 영화 초반부터 닳도록 외치던 꿈이었으니까. 그렇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며, 찝찝함 없이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라고 혼자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 갑작스럽게 조와 22는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 제대로 몸을 찾은 것이 아니라, '조'의 몸에는 '22'의 영혼이 들어가고 그 옆에 있던 고양이의 몸에 '조'의 영혼이 들어간다. 지구 생활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영혼이 성인의 몸을 제대로 다룰리가 없었다. 조는 22와 함께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이끌고 그 몸을 되찾기 위한 길을 떠난다. 이 순간부터 <소울>은 나, 그리고 우리가 짐작하던 스토리와는 별개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는 어느샌가부터 '꿈'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매체 및 미디어에서 특별한 '꿈'을 가진 사람들, 그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사연에 쉴 틈 없이 노출된다. 모두들 자연스럽게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꿈을 이루려 부던히도 노력한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룬 이후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실 내가 가진 '꿈'과 그것을 이루는 것만 보통은 생각하지 꿈을 이룬 이후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이동진 평론가와 김이나 작사가의 <소울> GV 영상을 보고 공감한 부분인데, '꿈'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거치는 정류장 같은 것이지, 단순히 꿈은 인생의 '종착역'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삶, 인생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만 존재하면 안된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느끼는 맛있는 음식, 친구들과의 대화, 잠깐씩 느끼는 기분 좋은 바람. 이것들을 느끼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인생이고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소울>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조'에 완전히 이입했었다. 꿈이라고 믿었던 재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았던 조. 나도 한때는 '영화 일만 하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라고 굳게 믿었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막상 일을 해보니 좋은 순간들도 물론 있었지만, 아닌 적이 더 많았고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도 이렇게 불행할까?"라고 곱씹던 적이 많았다. 대학생 때부터 온갖 영화제 대외활동을 하며 영화계 일을 하는 그 순간을 꿈꿔왔지만, 현실은 그렇게 눈부시지 않았고 다른 직장인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내 꿈은 영화계에서 일해서 성덕이 되는 거야" 입 버릇처럼 말했지만 내가 영화계에 일한다고 해서 그 일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고, 기쁜 순간에 비해 힘든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얼어붙은 영화계에 관객들은 발을 돌리기 시작했고 나는 더욱 더 일할 의미, 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잃었던 것 같다. 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영화 일을 하는거지? 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을 영화를 위해 내가 이 개고생을 왜 해야하는 거지? 라고 하루에 쉴 틈 없이 물음표를 떠올렸다. 그렇게 지쳐있던 내게 <소울>은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네줬다. "네가 바랐던 꿈이 네 인생의 끝이 아니야"라고. 내가 겪는 모든 순간들이 인생의 일부분이며, 일상을 겪어내는 순간들이 내 인생 자체고 그것이 소중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네가 틀리지 않았어. 괜찮아. " 그렇게 누군가 말해주길 바랐던 거 같다.
항상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이 업계 언젠가 떠야지"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좋은 영화를 보면 그랬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런 영화로 마케팅하면 정말 재미있고 신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는 이 업계의 노예인가 라는 생각도 한다.
<소울>을 보고 나서도 딱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고.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힐링'이 된다. '힐링'은 이제 너무나도 많이 쓰여 닳고 닳은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세계, 만나지 못할 캐릭터들이 내 마음을 울리는 보편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것들은 나를 가만히 토닥여준다. 그 어떤 사람과의 대화보다도 가끔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 그들의 행동이 내게 위안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나는 그래서 어쨌거나 한동안 계속 영화를 사랑할 예정이다. 끊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야근몬스터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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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의 모든 것이 싫었던 어떤 요리사의 일갈
단 12명에게
담배 좀 피우지 마. 남자 타일러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여자에게 잔소리 한마디 한다. "왜?" "우리 진짜 쩌는 셰프한테 가는 거라고. 담배 피면 후각이 둔해져." 에휴. 여자 마고는 '그래도 1,250 달러를 내줬는데..' 하는 마음으로 담배를 끈다. 타일러와 마고는 초대장을 받았다. 이 초대장을 받으면 전 세계 최고의 셰프가 대접하는 한 끼 식사를 먹을 수 있다. 가격은 무려 1,250달러. 신형 맥북 가격이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같이 가는 일행 수도 적다. 단 12명이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섬으로 초대받은 12명의 사람들. 12명의 인원은 배를 타고 외진 섬으로 향한다. 약간의 탑승수속 절차를 거치는 사람들. 마고도 예외는 없다. 셰프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 이상한 걸 느낀다. 어? 원래 오기로 한 사람이 안 왔는데? 타일러에게 문의하는 직원. 타일러는 "갑자기 일정이 바뀌었다"라며 직원에게 해명한다. 같이 섬으로 가는 일행은 다방면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셀럽, 요리평론가, 방송사 직원 등등. 기 센 사람들 아니랄까 봐, 너도 나도 뻐드럭거리며 배 안에서 섬으로 이동했다.
섬에 도착한 일행. 섬에는 신기한 것이 많았다. 여직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셰프는 여기서 요리를 직접 수확합니다. 또 우리 요리사들은 한 곳에서 함께 숙식하죠. 셰프의 숙소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설명을 이어가는 여직원 엘사. 숙성 기간 계산을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음식 재료를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한다. 뭐지? 느낌이 싸하다. 뭔가 찝찝한 마고. 그런데 일행인 타일러는 어딘가 행복해하는 듯하다. 식당 안으로 들어온 타일러와 마고. 문 앞에 덩치 좋은 남자들이 버티고 있다. 입구가 막힌 건가? 불안한 느낌이 그대로 이어지는 것 같다. 첫 번째 코스는 그럭저럭 맛있었다. 아니, 사실 첫 번째 요리부터 어딘가 기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점점 뒤틀리고 있는 코스 요리들. 화려한 음식들 아래 숨어있던 코스의 어두운 내면이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요리의 특성을 활용하다
영화의 강점으로 뽑을 수 있는 부분은 요리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당연히 음식일 것이다. 이 요리들은 실제 음식들을 갖고 온 구석이 몇 군데 보인다. 그런데 어느 코스를 지나고 나서는 감독이 이런 음식들을 창작했다. 여기서 요리의 분위기로 영화의 정서를 이끄는 과정이 신선했다. 이는 두 번째 요리가 특히 그렇다. 이 두 번째 요리에 대한 발상 자체는 익숙하다. 뭔가 예전 전래동화에서 볼 수 있는 느낌? 그러나 극에서 제시되는 ‘이 요리가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히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창의성이었다. 이 두 번째 코스요리 이후 극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음식으로 치환하는 형태가 반복되는데, 살짝만 어긋나면 작위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의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완성된 요리의 형태를 제시했기 때문에 극에서 지적하고 싶은 한 집단의 위선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만약 예를 들어서 상위층의 위선을 폭로하기 위해 ‘너희들은 라면이나 끓여먹여라’라고 한다면 감정적으로 들끓을지 몰라도 확실히 몰입에 아쉬운 지점이 생길 것이다. 유치해지는 것이다. 셰프 슬로윅의 장점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장르적인 특성이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요리는 우리가 아는 ‘요리’의 이미지를 1차원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영화에서 ‘코스요리’라는 키워드가 우리가 먹을 수 없는 어떤 것으로 표현되는 장면이 몇몇 있다. 영화에서 연출로 방점을 쾅 찍는 부분이기도 하다. 윗 문단에서 적었던 두 번째 코스요리처럼 이런 방식의 아이디어 자체는 왠지 익숙하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를 영화에서 전개하는 방식은 확실히 신선하다. 세 번째 코스요리였나? 이 요리가 제시되고 난 다음 영화의 이야기가 갑자기 전복된다. 영화에서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를 쌓다가 폭발하는 이야기.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의 전복을 요리로 치환할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이 머릿속에 잘 박힌다. 글쓴이는 이에 대한 감독의 설명이 비평가 캐릭터와 방송업계 종사자 캐릭터를 삽입했기 때문에라고 생각한다. 이는 여러분이 직접 보고 판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거 이렇게 될 것 같은데?'를 뒤집는 이야기 전개가 이 요리를 통한 비유에서 나왔다고 느낀다.
왜 영화를 볼까
왜 영화를 보기 시작했을까? 왜 <박하사탕>에 꽂혔을까? 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꽂혔을까? 왜 이런 글을 쓰는 걸까? 글쓴이가 갖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재밌으니까. 또 일상이 지칠 때 어떤 영화에 기댈 수 있다는 건 축복 같은 일이다. 내가 싫을 때 <매그놀리아>를 보는 것. 나만 안 되는 인간관계에 <벌새>를 보는 것. 나만 안 되는 짝사랑에 속상할 때면 <리코리쉬 피자>를 본다. 그 이유가 단지 그것 때문이라면 다행이다. 이런 글쓴이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첫 시작은 그랬을지 몰라도 과연 나 자신이 사람들에게 허영을 부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영화는 이런 글쓴이에게, 또 우리에게 맛있는 코스요리를 제시한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란 영화가 있다. 항간에 알려진 바로는 이 영화 진짜 어렵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렵다. 극후반부까지 이야기를 점점 쌓다가 엔딩부에서 모든 내막이 밝혀진다. 여기까지 가는 것이 대부분의 관객들에게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쓴이는 이 영화에서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고 영화를 봤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을 올린다. 이때의 나에게 묻는다. 이걸 굳이 올리는 이유는 뭘까? 질문의 답은 인정하기 싫은 사실로 옮겨간다. 정말 내가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있는 걸까? 이런 고상한 취향 가졌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이 <더 메뉴>는 음식이라는 소재에 집중한다. 음식이 뭐야? 의식주의 일부분을 차지하는 인간의 필수요소다. 음식 안 먹으면 인생 못 산다. 그러면 무언가를 먹는 것이 그 자체의 목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가끔 같은 티켓 가격 내고 다른 사람 위에 있고 싶어 할 때가 아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이런 점에서 영화나 음식이나 공통점을 가진다. 그냥 그 자체로의 목적을 가질 수 있는데, 이에 힘입어 나 자신을 표현할 소재가 되는 것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이런 흐름을 타서 발전하지 않았나. 더 높은 권위를 찾고. 혹은 그 권위에 다가가려 하고. 이 <더 메뉴>는 권위를 만드는 방식, 그 이면을 드러내 여러분에게 ‘더 주체적으로 다가가라’라고 말한다. 영화에서 블랙코미디적인 특색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유는 하고자 하는 말을 신선하게 했기 때문
창작자에 대한 은유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과 평론가들을 조롱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창작자들에게 냉기를 뽐내기도 하고 있다. 일단 영화를 보다 보면 극 안에서 반복되는 어떤 사건이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는다. 주인공인 슬로윅은 셰프다. 이 요리사는 어떤 계기를 통해 마음을 먹고 돌아가기 위해 이 일을 벌인다. 여기서 이 ‘어떤 일’이 아무리 납득이 간다고 하더라도 방법론이 옳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글쓴이는 이렇게 방법이 극단적이라는 장르적 특징이 창작자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조롱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돌아가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다는 '너무 멀리 왔다'식의 한탄인 것이다.
이는 영화에서 슬로윅과 나머지 셰프들 간의 위치 묘사를 통해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슬로윅이 전체 코스요리의 스토리텔링을 이끌고 있다는 건 감독이 하는 일과 비슷하다. 엘사가 맡은 일은 조연출쯤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슬로윅 아래에서 인물들의 구체적인 동선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로 슬로윅의 부주방장이 나온다. 이 부주방장은 영화에서 배우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영화는 직업이라는 인간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를 계속해서 드러낸다. 또 이 영화는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닌가? 셰프들이 요리를 한다. 그런데 그 요리를 하는 이유가 직업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 과정 중에서 예술가가 뭔가를 창작하는 이유가 뭔가 숭고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몇 있다. 뭐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마스터>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물고 물리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묘사하기 위해라고 생각하면 그의 천재성에 대해 어림짐작 하곤 한다. <마스터> 같은 발상과 이야기는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다 보면 웅장한 이유가 있더라도 그 내면에는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모순적인 특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이를 묘사한다. 창작자들이 엄청난 걸 만들어서 일반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방식과 의도가 보이는 것에 잡아먹혀 매 번 옳게 전달된다고 맹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더 메뉴>는 창작자들의 그런 이중성을 꼬집어 풍자한다. 옳은 것만 좇는답시고 허영심에 빠져 본질을 잃어버린 예술가들을 불태운 것이다.
재미있는 영화
뭐 이렇게 요리와 영화의 비유를 바탕으로 창작자들에 대한 조롱과 반성을 담은 이 <더 메뉴>.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인 이유는 그냥 이중적인 메타포를 잘 때려박아서가 아니다. 그냥 영화가 재밌는 영화다. 호러/스릴러/미스터리의 장르 특성을 잘 잡은 느낌? 예고에도 나오는 슬로윅의 박수, “예스. 셰프!’하는 비명소리. 칼을 이용한다는 직업적 특성까지 요소요소 하나마다 이야기에 새긴 냉기는 스릴러로서 영화를 봐도 충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를 위해 랄프 파인즈가 내면을 알 수 없는 인물의 눈빛, 표정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냥 손님들이 와서 요리만 먹다 가면 장르 전복에 이질감이 느껴질 것이다. 이에 굴곡을 부여하는 좋은 퍼포먼스였다. 뿐만아니라 안야 테일러 조이의 연기도 전형적이지 않은 주인공 연기를 잘 보여줬다. 이 인물은 다른 사람들과 색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특징을 구현하기 위해서 굳이 안야 테일러 조이라는 슈퍼스타가 필요했을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배우가 고유하게 품고 있는 매력을 꼬집어내어 관객에게 설명한다. 유달리 이 영화에서 헤어와 코디가 잘 어울리게 나온다. 또 영화의 주요 조연 중에서 뇌리에 박힌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이 부분은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요리와 영화의 상관관계를 내세우며 창작자와 관객을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정말 재미없는 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코멘트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식당에 가서 요리를 먹다가 귀뚜라미가 나온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귀뚜라미 나왔어’라고 항의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게 단순히 예술이라는 이유로 모든 창작자의 의도를 좋게 판단하는 건 너무 저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이 지점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면 더 품이 넓은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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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MZ DOCS] 로드킬 동물에게서 자신을 본 여자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타국의 하늘(Foreign Sky)
US, Japan/2005/72min/금선희 감독 작품
당신이 길거리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을 본다면 어떤 행동을 할까?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잠시나마 애도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타국의 하늘〉을 연출한 금선희 감독은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없이 동물의 사체를 바라봤다. 동물의 사체에게서 자기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운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금선희 감독은 재일조선인 3세다. 가난한 소작농이었던 그의 증조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먹고 살기가 낫다는 소문을 듣고 1920년대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간도 대지진이 일어났고,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고 의심받아 수없이 살해당했지만, 증조할머니는 다행히 이 비극을 비켜 갔다. 해방 후에는 200만 명의 재일조선인 중 70만 명이 일본에 남았다. 남은 자들은 쓰레기장에서 살며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들이 판 고철은 무기가 되어 한국전쟁 중인 남한에 수출되었다 한다. 먹고살기 위해 한 일이 동족을 목숨을 겨냥한 지독한 아이러니로 이어진 것이다.
재일조선인은 특유의 근면함으로 ‘조선 특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일본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그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일조선인은 남한과 북한 중에서 국적을 선택하라고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한 사람들의 국적은 사라진 나라 ‘조선’으로 표기되었다(심지어 일본과 대립했던 북한은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자녀도 ‘외국인’으로 남았다.
조선에서 왔고, 일본에서 정착했으나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재일조선인에게 손을 내민 건 북한 정권이었다. 일본에서 학교 폐쇄 등의 탄압을 겪던 이들은 북한의 도움으로 학교를 건설하고 ‘민족’ 교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재일조선인 아이들이 ‘김일성이 영원히 젊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노래를 기꺼이 부르는 건 이 때문이다. 항상 차별만 받다가 10일간의 북한 여행에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았다는 감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은 재일조선인이 기댈 유일한 구석이었다.
그러나 재일조선인의 북한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일본이 보도하는 악마화된 북한의 모습과 공존할 수 없다. 금선희는 지독한 혼란에 시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조선인 학교 규정으로 치마저고리를 입고 다니던 그는 이중의 분노를 느꼈다. 첫 번째 분노는 치마저고리를 경멸하듯 쳐다보는 일본인을 향하고, 두 번째 분노는 여학생에게만 민족의 옷을 입힌 학교를 향한다. 금선희는 두 번의 분노로 ‘재일조선인’인 동시에 ‘여성’인 자신의 정체성을 자각했다.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관한 고민은 그가 미국 유학을 택한 계기이기도 했다. 요컨대 금선희는 복수의 억압된 정체성에서 오는 지독한 소외를 자기 성장의 자원으로 삼았다.
이제 우리는 왜 금선희가 로드킬 당한 동물의 사체에서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의 모습을 동시에 봤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금선희와 도로 위 동물 모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단단하게 자리 잡은 길 위에 던져진 연약한 존재다. 가해자는 그들의 존재를 기억조차 못 한다.
때문에 동물의 사체를 도로 옆 땅에 묻어주는 금선희의 행위는 동물을 애도하는 일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 재일조선인 모두를 애도하는 일이다. 이제 남은 건 길을 만든 사람, 길 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몫이다.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살아가는 동안 피해자는 자신의 슬픔을 모두를 위한 윤리로 확장하여 질문을 던졌다. 이미 부패가 시작된 동물의 사체는 길 위에 끈적끈적한 흔적을 남겼다. 동물의 사체가 길 위에 남긴 흔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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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MFF 인터뷰] ‘배우’ 임현식의 포부, “언젠간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는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경쟁 장편 상영작이다. 아이돌 그룹 비투비 멤버이자 솔로 아티스트인 임현식의 미니 2집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개막식 다음 날인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임현식 배우를 만났다. 그는 ‘배우’라는 호칭에 민망한 듯 웃었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진지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음악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바다를 닮아 깊고 푸른 그의 이야기는 내내 신중했지만 막힘이 없었다.
‘더 영 맨 앤드 더 딥 씨’가 영화제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임현식 배우님 어머님도 티케팅이 실패하셨다고요. (웃음)
어제 개막식 참여해 레드카펫 밟았는데 낯설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개막식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제가 영화인의 길에 발을 내딛은 느낌이라 설레고 감사했습니다. 팬분들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어머니는 개막식만 보시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셨습니다. (웃음)
가수로서 영화제 참석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습니다. 출품할 때 비경쟁 부문이라도 선정되기를 바랐는데 작품을 좋게 봐주셨는지 경쟁 부문까지 선정해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차분하고 무뚝뚝한 편인데 감독님께 전화로 소식 듣고 오랜만에 ‘하이’한 상태가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 믿기지가 않았어요. 출품 후 영화제 시작까지 굉장히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었습니다.
‘청년과 바다’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
기절할 정도로 고생해 찍은 뮤직비디오, 모든 순간이 고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 영화 제목을 지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 노인이 멋있다고 느꼈어요. (웃음)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게 너무 대단해 보였고, 혼자서 묵묵히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꿈을 좇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저도 솔로 앨범을 준비하면서 더 빛나는 저를 위해,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 고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며 더 고독해지려고도 했고요. 그래서 헤밍웨이의 작품을 오마주해서 ‘청년과 바다’ ‘청년과 심해’의 느낌을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분들이 영화에서 집중해서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나 포인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이 뮤직비디오를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CG도 많이 썼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런데 한 장면도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았고 모든 수중 촬영을 바다에서 했어요. 이런 도전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수중에서 촬영하다 보니 체력적, 정신적으로 힘든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제가 너무 행복하게만 보이지 않나 싶기도 해요. 정말 그때 ‘내가 미쳐 있었나 보다’, ‘어떻게 했지’ 싶은 장면이 많을 정도로 고난도의 촬영을 했는데, 이 부분을 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안 담겼는데, 영화에는 제가 정말 오래 숨을 참고 있는 장면이 나와요. 편집하면서 그 장면 볼 때 울컥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메이킹 필름의 형태로 공개하지 않고 영화로 제작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악을 직업으로 하고, 음악을 사랑하지만 저는 정말 다양한 예술을 사랑해요. 영화도 그중 하나고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거 좋아했고 작업할 때도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거든요. 언젠가 영화음악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같은 맥락에서 이 영화가 영화제까지 온 것도 하나의 도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영화 음악에도 도전하신다면 어떤 장르의 영화 작업을 해보고 싶으신가요?
제가 엔니오 모리꼬네를 정말 좋아해요. 정말 다양한 장르의 영화음악을 하셨잖아요. 그중에서도 사랑스러운 곡들,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강조되는 곡을 좋아해요. 이번 앨범에는 제 이야기가 많이 담겼지만 언젠가는 두 연인의 로맨스를 담은 영화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님은 RESCUE 자격증이 있으실 정도로 다이빙을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해도 장비 없이, 그것도 뮤직비디오 촬영을 바다에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위험하니까 테스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사전 답사 때 포인트들을 다녀봤지만 매일이 다르니까요. 몸이 뜨지 않기 위해 몸에 무게도 다양하게 달았고, 의상과 헤어도 쉽지 않았고, 표정도 그랬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몇 시간 동안 계속 눈을 뜨니까 안 보이는 느낌이 들던 때였어요. 눈도 못 뜨겠고, 떠도 안 보이더라고요. 눈이 잘못됐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마지막 신이 물속에 가라앉는 신이었는데 몇 번 촬영하는 동안 코에도 물이 들어와서 뇌까지 바닷물이 차는 느낌이었어요. 앞은 안 보이고, 숨은 못 쉬겠고, 코로는 물에 들어가는 이러다가는 기절하겠구나 싶더라고요. 기절하면 누가 구해주겠지 하며 마지막 촬영을 했어요. (웃음)
영화를 보면, 날씨가 늘 변덕입니다. 예상보다 더 예쁜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많았을 것 같아요. 배우님이 ‘재난영화급 날씨’라고 말한 날도 있었잖아요.
사전답사에서 장소 헌팅을 하다가 너무 말도 안 되는 파도를 만났어요. 살면서 본 파도 중에 가장 무서운 파도였고요. 그래서 가려던 포인트는 결국 못 가고 장소를 변경해서 갔는데 그 바다에서 정말 큰 만타를 만났어요. 그때 만타를 처음 봤어요. 촬영 전에 행운을 주는 느낌이었어요. 날씨가 안 좋을 때마다 감독님과 우리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더 좋은 결과가 있으려고 이러나 보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바로 받아들이고 촬영에 임했죠. 오히려 덕분에 더 고독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팔라우가 참 아름다운 곳이지만 너무 화창하고 밝게만 나오면 덜 고독해 보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비투비 멤버,
제 음악으로 삶이 바뀌었다는 팬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
영화 속 비투비 멤버 인터뷰를 보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인 만큼, 임현식 배우님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지향해온 사람인지 잘 알고 있고 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멤버들을 초대해서 영화를 함께 볼 계획이에요. 영화관을 대관해서 멤버, 지인, 가족, 팬들을 초대하려고요. 저도 편집 과정에서 멤버 인터뷰를 봤는데 우리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잘 지내와서 멤버들이 나라는 사람을 잘 알고 있구나 싶어 너무 감사했어요. 멤버들이 영화를 보고 더 놀라지 않을까 싶어요. 뮤직비디오만 보고도 ‘미친 놈’ 소리를 듣긴 했는데 영화를 보면 ‘내가 알던 현식이보다 더 미친 놈이구나’ 하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고독한 바다(La Mar)’ 뮤직비디오 공개 후 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만든 음악을 듣고 그 음악에서 힘을 얻는 팬들의 반응이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제일 기분 좋은 말이에요.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큰 힘이 돼요. 팬분들이 저로 인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씀도 해주시는데, 너무 놀라워요.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음악에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티스트이자 배우 임현식이 앞으로 걸어갈 길도 궁금합니다.
제 MBTI가 P이긴 한데요, (웃음) 장기적인 계획이 정말 많아요. 영화음악 작업도 해보고 싶고, 제가 팀으로서는 많은 곡을 발표했는데 솔로로서 임현식의 음악은 아직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앨범도 내고 싶고요. 솔로에 대한 갈증이 커요. 당장 가까운 미래로는 정규 앨범을 내고 싶어요. 음악공부도 계속 하고 싶고요. 악기 레슨도 받고 있어요.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영화음악까지 하게 된다면 좋겠네요. 계속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더 많은 분이 영화 볼 수 있도록 계획 중
언젠가는 영화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7일에 ‘원 썸머 나잇’ 공연도 예정되어 있는데요.
바다 주제 영화이다 보니 바다 관련 곡을 준비했어요. 기분이 좀 다를 거 같아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출품된 영화제의 음악 무대에 선다는 게 상상만으로도 참 좋아요. 제가 제 입으로 배우라고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웃음) 가수이자 배우인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저로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저는 고독해지려 했는데 결국 제가 빛나는 건 제 옆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로 인해서더라고요. 이번 앨범 작업에서 더 많이 느꼈어요.
영화제에서 관람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기회가 더 있을지 궁금합니다.
확정되진 않아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많은 분이 봤으면 좋겠어서 준비를 하고 있고요. 영화관 대관 상영이나 OTT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어요. 팬분들뿐 아니라 다이버분들, 영화인들, 바다를 사랑하는 분들,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처럼 수중 촬영에 관심 있는 분들도 영화를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추후 영화를 만날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린단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정말 죽을 각오로 촬영한 뮤직비디오고 영화이니까, 저의 진정성을 잘 봐주시고, 보시고 괜찮다 싶으시면 제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제를 통해서 저는 더 빛나는 사람이 됐는데, 고독해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반복할 저의 모습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영화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늘 성장을 갈망한다는 임현식 배우는 노인이 되어서도 어떤 형태로든 예술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돌에서 솔로 아티스트, 배우로 자기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그가 만들어갈 예술의 행로의 빛깔은 다채로울 것이다. 언젠가 그가 영화음악 감독으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다시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계와 경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 임현식이 만들어갈 길이 주목된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박해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문숙, 김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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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복도많지#강말금#독립영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다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영화는 제가 보고 올게요! 마스크 꼭 쓰고 다니세요~ 토요일엔 역사 컨텐츠가 올라갑니다. 참고로 엔딩곡 꼭 듣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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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4주 최신 개봉영화(연애 빠진 로맨스, 유체이탈자, 싸나희 순정, 메이드 인 이태리, 엔칸토 마법의 세계)
[WEEKEND CHOICE MOVIE] 2021년 11월 4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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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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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이름 3번의 인생 3번의 살인 ""난 마스크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8월 18일, 오직 넷플릭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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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첫 마블 영화✨ 2월,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캡틴 아메리카가 온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티저 예고편 최초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