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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ofilm2021-03-24 00:00:00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2020)

흑인 문화에 바치는 헌사

* 이 리뷰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정보

개봉: 2020.12.18

감독: 조지 C.울프

출연: 비올라 데이비스, 채드윅 보스만, 글린 터먼, 콜랜 도밍고, 마이클 포츠, 테일러 페이지 등

원작: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 <Ma Rainey's Black Bottom>


블루스의 어머니, 그리고 흑인문화

 1927년, 미국 남부에서 '블루스의 어머니'로 통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는 음반 녹음을 위해 시카고의 녹음실을 찾는다. 그녀는 굉장히 거만하고, 괴팍하며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1세대 블루스 음악의 대가로서 상업적인 인기를 크게 누리고 있기에 백인 음반 제작자들마저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녀의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는 '레비(채드윅 보스만)'는 자신의 음악에 엄청난 포부와 자신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마 레이니'는 물론, 밴드의 일원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작곡도 할 줄 알고, 트렌디한 편곡까지 가능한 능력캐임은 분명하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마 레이니', 그리고 '레비'를 비롯한 밴드의 일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음반 녹음을 하는 과정이 그려질 뿐 뚜렷한 사건 전개와 줄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한된 장소에서 짤막한 스토리가 이어질 뿐이지만, 인물들이 내뱉는 수많은 대사와 감정 표현들을 통해 당시 흑인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줄거리보단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다.

연극식 전개, 대화에 중점

 앞서 언급했듯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는 극을 관통하는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의 원작이 극작가 '어거스트 윌슨'이 쓴 동명의 연극이고, 영화 역시 원작의 연극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다. 마치 연극처럼 등장하는 공간도 녹음실과 연습실 단 두 곳 뿐이고, 인물들이 겪어온 과거의 삶이나 사건사고들이 단 하나의 회상 장면도 없이 오직 대사로만 풀어진다. 따라서 극의 재미가 상당히 떨어져 보일 수도 있지만, 사건의 공백을 인물들의 입체적인 연기만으로 충분히 채워나간다. 특히 관록의 연기력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비올라 데이비스'와 대사만으로 '레비'라는 인물의 아픈 역사를 가늠시켜주는 '채드윅 보스만'의 연기는 가히 탁월하다. 대사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연극을 관람하는 기분으로, 조금씩 극에 빠져들게 된다.

음악영화라고만 생각하면 오산

이 작품은 음악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지만, 극을 감상해보면 음악은 그저 재료로 사용되었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극에 등장하는 블루스 음악은 음악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노예해방이 이뤄졌음에도 백인들의 착취로부터 완연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의 흑인문화를 상징한다. 흑인문화에서 비롯된 블루스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백인 음반제작자들이 '마 레이니'를 비롯한 밴드의 재능을 착취하고, 차별을 일삼는 것은 시대적 상황과 인종 간의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마 레이니'의 태도다. 그녀는 오만방자하고 고집불통인 모습으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하며 눈쌀을 찌푸려지게 만들지만, 그녀의 태도에는 다 이유가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아티스트들과 차별받아왔던 오랜 세월, 자신을 아티스트가 아닌 노동력 착취의 대상 정도로만 바라보는 업계 백인 종사자들의 거슬리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을 감내해왔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확고한 신념과 거친 언행은 백인이라는 타자에 대한 증오와 자신이 겪어온 고통의 역사를 대변한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를 터뜨린 직후 그녀의 표정에서는 공허함이 느껴진다. 자신이 돈이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이었을 테니까. 그녀의 분노를 이해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덩달아 함께 분노하게 된다.

채드윅 보스만, 신들린 연기

 "마 레이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극의 에너지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은 '채드윅 보스만'이다. 허름한 스튜디오에서 벗어나지 않는 제한적인 공간 속에서 그는 가장 많은 대사를 소화하며 극을 진행하는데, 말과 표정만으로 서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특히 그 어떠한 회상 장면 없이도 어린 시절 자신과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과 백인으로부터 받았던 수모의 역사를 설명하는 장면은 그의 연기만으로 당시 상황에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는 제한적인 공간 내에서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음악에 들뜬 재능 있는 청년부터 '듀시 메이(테일러 페이지)'에게 플러팅을 거는 매력적인 남성, 가족의 아픔에 분노하는 아들, 백인으로부터 받은 핍박에 열변을 토하는 저항자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유형이 허름한 연습실 단 한 공간에서 모두 나타나는데, 단순히 그의 연기력 하나만으로 모든 캐릭터를 소화한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채드윅 보스만'의 명연기에 상당 부분 기댄 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괜히 어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이 그의 손에 쥐어진 게 아니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 popofilm -

작성자 . popofilm

출처 . https://blog.naver.com/ksy1327/22226134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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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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