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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hilarious2021-07-28 20:47:23

You are alone, but you are not lonely.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놀라 홈즈 리뷰

Enola Holmes, 이름만 들어도 누구와 관련있을지 알만한 이 소녀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범죄만을 탐닉한 염세주의자 탐정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자, 마이크로프트 홈즈, 셜록 홈즈 두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는 두 형제를 키워낸 엄마에게서 철저히 교육받은 막내딸이다. 하지만 이 소녀, 이름이 좀 특이하다. Enola, 거꾸로 줄이면 Alone. 그 시절, 남자에게 사랑받으며 안전하게, 우아하게 살아가라고 여성스러운 이름을 지어줘도 모자랄 판국에 이 소녀의 엄마는 딸이 혼자 살라고 아주 고사를 지내려는지 아예 혼자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런 딸을 본인만의 교육 철학으로 집에서 홈스테이식 교육으로 가르치던 그녀의 엄마가 소녀가 16살이 되던 생일 날 증발했다. 아무도 모르게. 엄마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자, 어렸을 때 말고는 얼굴 코빼기도 안보이던 두 매정한 오빠, 셜록과 마이크로프트가 납셨다. 두 오빠는 소녀를 정숙한 여인으로 거듭나게끔 교육할 기숙학교에 보내려고 하는데, 소녀는 기숙 학교는 가기 싫고, 엄마는 찾아야 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소녀는 엄마가 자신을 훈련시켜온 여러가지 방법들을 모두 동원해 엄마를 찾는 여정에 뛰어든다. 과연 이 소녀, 무사할 수 있을까?

관습을 거부하고, 허를 찌르는 아이, 에놀라 홈즈.

 

산업 혁명 시기, 영국에서 여자의 존재는 좋은 남자를 만나 시집을 잘 가는 것이 여자의 인생의 꽃이라고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좋은 여자가 된다는 것은 정숙함을 지닌 여성이 됨을 의미했고, 정숙한 여성이 되어서 신사적이면서 부자이기까지 한 남자에게 시집 가는 것이 여자의 인생의 목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놀라의 엄마는 결혼 생활 속에서 내조의 여왕의 비결이 될 바느질, 요리 등은 일절 가르치지 않았다. 그녀의 엄마가 허구헌 날, 가르치던 것은 퍼즐 맞추기, 체력 훈련의 일환인 펜싱, 싸움의 기술 등이었다. 그 시대에서는 여자에게 가르치기엔 상당히 마초적인 교육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두 오빠가 와서 여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관습적인 교육을 받도록 강요하는 부분은 그녀에게는 일종의 폭력이었을 것이고, 그녀가 오빠들을 골탕먹이고, 도망가는 장면은 그녀가 얼마나 사회에 관습에 물들지 않은 모습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집 안에서 오빠 셜록보다 더 빨리 엄마가 남겨놓은 힌트를 이해한 그녀는 수많은 변장을 거쳐 런던으로 향한다. 그녀가 변장에 특출난 능력을 보이는 것은 그녀가 마초적인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들어놓은 틈을 비집고, 관습이 주는 안정감을 탈피했을 때, 관습적인 누군가는 허를 찔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무슨 그렇게 대담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 그 시대 남자들의 오만이 그녀를 도망갈 수 있게 게속 틈을 만들어 줬던 것이 아닐까. 그녀가 셜록 홈즈의 비서라고 둘러대며, 귀부인처럼 입고 나오거나, 남자 옷을 입고 돌아다니던 이쁘장한 소녀가 갑자기 요조숙녀 복장을 하고 나타나기만 해도 쉽게 알아채지 못할 만큼 여성의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낮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21세기의 평범한 여자가 얻는 교훈이 있다면, 그녀에게는 탐정의 능력인 추리력, 대담한 행동력 등으로 산업 혁명 시기 영국 사회에 도전장을 던졌다면, 평범한 나에게도 뭔가 무기가 될만한 독특한 알맹이가 있을 텐데, 그 알맹이가 뭔지 알게 되기만 한다면, 나도 이 사회의 관습이 만들어놓은 허점을 뚫고, 나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그녀가 정숙함을 거부했듯이, 나도 이 사회가 만들어놓은 여성스러움에 대한 관습에 협조할 생각이 없고, 내 길이 뭔지 아직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처럼 홀로 외로이 조금 불안하더라도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해결한 것은 폭탄이 아니라 소녀의 영리함

 

영화 속 에놀라의 엄마는 여성의 참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테러를 계획하고 있었다. 비밀여성혁명 집단의 리더였던 그녀는 과격한 방법으로 여성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그 계획의 일부를 딸에게 들켰다. 그 엄마의 그 딸이라서 딸은 엄마의 계획을 퍼즐맞추기로 추리해 내었다. 고향에서 런던으로 도망나올 때부터, 자신과 우연히 마주친 귀족 툭스베리 둘 다 쫓아다니는 자객의 존재를 수상히 여기던 찰나, 엄마의 계획이 실행되려면, 이 연약한 귀족 남자의 의회에서의 한 표가 중요함을 깨닫고, 툭스베리와 한 패가 되어 툭스베리가 죽임을 당하지 않게끔 그를 죽이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 추리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운 점은 약자를 구하는 강자의 포맷을 사용하고 있기는 한데, 그 강자가 여성이다. 남자보다 여성이 더 싸움을 잘하고, 남자는 연약하고, 순박하다. 이 영화는 이 순박한 툭스베리를 에놀라가 지키는 포맷이고, 이 남자를 지킴으로써 그녀의 엄마의 계획이었던 여성 참정권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게 되었다는 포맷을 선보이고 있다. 에놀라의 엄마는 남성들의 마초적이고 관습주의적인 모습을 뚫을 방법은 테러, 폭력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에놀라는 애초에 엄마가 떠나기 전까지는 관습에 물들지 않았던 인물이므로 엄마와 문제 해결 방법이 달랐다고 볼 수도 있다. 두 여자의 해결 방법의 차이는 그 시대의 영국 사회에서 사회적인 문제를 꼬집을 여성 세대의 세대 교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여성으로서 좋은 대접을 받으려면 결혼이 필수였던 우리 엄마의 세대와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을 외치는 우리 세대의 차이를 통해 여성으로서 가질 수 있는 불만들이 물밀듯이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린 에놀라 엄마 세대와 에놀라 세대의 중간 어디쯤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폭탄까지 쓰지는 않지만 에놀라 엄마 세대처럼 여성에 대한 강한 권리 주장과 추리 능력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한 에놀라처럼 여성의 기본적인 지적인 능력의 향상으로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에 남자의 그늘이 필수적이지만은 않은 요즘 시대의 여성들의 모습들이 이 영화에 모두 밀집되어있는 듯 하다. 

그녀의 조력자들

 

끝으로, 에놀라는 모든 것을 혼자 해내었다. 아니, 혼자 해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버린 줄 알았던 엄마는 딸에게 독립심을 가르쳤고,  특히, 오빠인 셜록은 자신의 동생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가 하는 일을 방해하지 않음으로써 그녀의 계획이 성공되기까지 도움이 되어 주었다. 그녀는 철저히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녀의 가족들이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며, 그녀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었고, 특히, 툭스베리는 그녀의 행보에 걸림돌의 형태로 사실 그녀의 성장에 가장 기여했다. 인생에 걸림돌이 없다면, 누구도 성장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영화 속에서 툭스베리 캐릭터는 로맨스 라인을 형성하는 데에 의의를 두는 것보다 편견에 맞서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고 있는 한 소녀의 삶에 계속 걸리적거리면서 그녀의 성장에 일조한다. 남자에게 기대어 살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치며 살기 바랐던 그녀의 엄마에게는 딸 길들이기 프로젝트에 등장한 툭스베리의 존재는 오히려 딸에게 위기를 선사함으로써 딸이 한 단계 성장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매개체와도 같았다. 이렇듯 영화 속에서 남자와 여자가 등장한다고 그 관계가 모두 로맨스는 아님을 이 영화가 보여주고 있고, 영화 말미에 두 남녀가 어떻게 동반자적인 관계로 발전할 지 아주 기대가 되기도 했다. 

작성자 . Anonymoushilarious

출처 . https://brunch.co.kr/@lanayoo9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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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 쿠니
    2020.10.13. 19:14

    반전포인트와 소소한 스토리

    쿠니
    2020.10.13. 19:14

    11.01 에 본영화 .배우들의 다양한 배역과 입체적인 캐릭터, 90년대 후반의 시대를 엿보는 맛은 쏠쏠하지만,다른 성별이 판단한 여자의 모습을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때, 참으로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몇 가지 있는건 어쩔 수 없는 한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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