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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LAB2021-08-30 09:51:51

혼자이기를 택해야 했던 이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리뷰

"근데 사실 저도 혼자 밥 못 먹는 것 같아요.

혼자 잠도 못 자고 버스도 못 타고 혼자 담배도 못 피우고.

사실 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아요. 그냥 그런 척 하는 것뿐이지."

 

 

 

 

 

홍성은 감독의 <혼자 사는 사람들>(2021)은 1인 가구 비율이 31.7퍼센트(2020,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가 된 세태를 중심으로 거기 속한 인물들의 군상을 조명하는 영화가 아니라 혼자 사는 사람(여성)이 마주하는 여러 종류의 불안감과 1인분의 삶을 소화해내느라 분투하는 이의 외강내유한 내면을 살피는 작품이다.

 

 

 

 

 

 

 

 

 

 

 

노아 바움백의 영화 <프란시스 하>(2012)에 대한 김혜리 기자의 평문 중 "일상을 열심히 전시한다고 그 사람이 반드시 자랑할 만큼 인생을 만족스러워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족하려고 열심히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낼 뿐이다."라는 문장에 오래 머문 적 있다. 어쩌면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혼자 해결하는 사람에게도 이것은 비슷한 종류일 것 같다. 가령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은 그것이 좋거나 편해서이기보다 타인과의 식사가 불편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수 있다는 뜻이다. 혼자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불편해서.

 

'진아'(공승연)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곁에 사람이 아닌 기계적 장치로 '혼자가 아닌 것처럼 혼자 보내기'를 행한다. 거기에는 주로 이어폰과 같이 자신과 타인의 영역을 구분하는 수단이 자리 잡는다. 점심시간마다 홀로 찾는 국숫집에서, 혹은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진아'는 예능이나 먹방을 보고 있다.

 

그러니, 식사를 같이 하자고 살갑게 따라오는 신입 직원 '수진'(정다연)이나 자신에게 신입 교육을 떠맡기는 사수이자 팀장 '해나'(김해나)나 교회에 나오라고 별 용건 없이 전화하는 아빠(박정학)는 '진아'에게 불편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거실도 아닌 방 안에 모든 살림을 밀어 넣은 '진아'가 혼자의 일상을 간신히 살아내는 동안 영화 안에서는 조금씩 그 일상을 뒤흔드는 일들이 일어나고, '진아'의 태도에도 일말의 변화가 생겨난다. 그가 누군가에게 "잘 가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못 챙겨줘서 미안해요."라고 어떤 순간에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불과 90분밖에 되지 않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혼자 사는 사람들>은 섬세한 연출과 각본으로 (1인 가구라는 삶의 형태에 주목하는 게 아니라) 혼자인 채로 사는 이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자신과 타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혹은 혼자이기를 택해야 했던 마음을 들여다본다. 어떤 장면에서 '진아'는 더 이상 이어폰을 꽂고 있지 않다. 그건 삶의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라 혼자의 일상을 좀 더 잘 보내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해나가는 중이기 때문일 것이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에서 업로드한 게시글입니다. 

작성자 . CINELAB

출처 . https://brunch.co.kr/@cosmos-j/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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