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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 your bunny2021-09-23 22:20:16

<토베 얀손>, 인생 구석구석을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기억하며

귀엽고 따스한 캐릭터 '무민'을 만들어낸 토베 얀손의 일, 사랑, 내면에 대한 이야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토베 얀손>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영화 <토베 얀손>은 무민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귀엽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 '무민'은 잘 알지만, 정작 무민을 만든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크게 토베의 예술가(돈을 벌기 위한 예술가와 진정으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야기, 가부장적인 시대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의 갈등 이야기, 아토스와 비비카와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토베의 일과 사랑에 주목한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녀의 화려한 업적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에너지, 고뇌, 갈등 등의 '내면'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은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구석구석 탐험해야죠.

극중에서 토베가 직접 꺼내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토베의 삶을, 그리고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토베는 살아가면서 단순히 무민 만화를 그리며 돈을 버는 예술가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

끊임없이 모험하고 탐험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이자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에 영화를 보며 '부럽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생은 하나의 모험이다.

그리고 그 모험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은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나도 토베처럼 구석구석 탐험해나갈 것이다.

- 독창성은 제 특기예요.

토베는 자신의 독창성을 살려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무민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연재했고, 직접 쓴 무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독창성은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특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특기를 살려 무언가를 해낸다는 점에서 토베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자동적으로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던 장면이 있다.

바로 신문에 주기적으로 무민 만화를 연재하면서 많은 인기와 큰 성공을 얻은 토베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설렘가득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독창성과 순수함이 깃든 토베의 마음이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시리 마음 한 켠이 몽글몽글해지는 장면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토베는 아토스와 비비카를 사랑했다.

토베가 제일 사랑했던 사람은 비비카였다.

서로를 못 만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토베는 여전히 비비카를 사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를 전부 다 하고 싶다는 토베의 말에 비비카는 다 하라는​ 말을 건넨다.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고뇌하던 토베는 비비카의 '다 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가슴 속 어딘가에 응어리 져 있던 것들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있을 때 주변의 누군가가 선뜻 다 하라는 말을 건네준다면 참 큰 힘이 될 것 같다.

 

 

 

 

토베는 비비카를 제일 사랑했다.

비비카는 도시 파리를 정말 사랑했다.

이 사실을 온전히 깨달은 토베는 자신의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빌려 비비카에게 '너를 야생으로 놓아주겠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내겐 이제 그만 우리 둘을 서로의 추억 속에 묻어두자, 라는 말로 들렸다.

 

 

 

 

 

다소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토베는 아버지의 앨범 하나를 건네받는다.

바로 토베가 신문에서 연재하던 무민 만화를 모두 오려서 모으고 있었던 아버지의 앨범이었다.

앨범이 펼쳐지고, 정성스럽게 스크랩된 무민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이 장면 속의 토베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는 어찌 됐든 토베의 작품을, 토베의 예술을 사랑하고 응원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자던 토베의 집안에 강한 바람이 들어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커튼이 강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며 토베는 무언가를 깨달은듯한, 하지만 조금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토베가 미완성 그림인 <시작하는 사람>을 그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시작하는 사람'.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일을 모두 할,

인생의 구석구석을 탐험할 '토베 얀손'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참 멋있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한 예술가의 삶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볼 때는 항상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다.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이다.

아마도 삶을 마감하기까지 끊임없이 했던 그들의 고뇌와 시행착오, 내면에 응어리 져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기 때문에 드는 생각 같다.

<토베 얀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스터, 영화의 오프닝, 영화의 중반부, 영화가 끝나고 난 후의 엔딩크레딧에 토베 얀손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해소하듯이 열심히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 춤추는 장면을 통해 그녀의 심정이 얼마나 복잡한 상태일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토베가 춤추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분출하고 싶다는 그녀의 감정이 스크린 바깥의 나에게까지 잘 전달되어 괜히 나까지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인생을 어느 하나에 규정짓지 않고

구석구석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이 영화를 통해 접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민'과 그녀를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작성자 . I am your bunny

출처 . https://blog.naver.com/meyou_saline/22251461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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