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노라마 2021-11-07 21:26:49
베스트 키즈
제이든 스미스, 성룡 주연의 액션영화이다.
타지로 이사온 주인공 드레가 쿵후를 배운 또래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한 아저씨에게 쿵후를 배워 그 괴롭힌 아이와 쿵후 대회의 결승에서 붙게되고 이기는 성장, 액션영화이다.
일단 중국에 이민한 미국인이라는 소재가 처음에 신선하게 다가왔고, 주제를 중국의 문화로 잘 넘긴다. 그리고 대회를 준비하고 부터는 액션의 비중이 늘어나며 더 흥미로워 진다. 또한 이민인 꼬마가 쿵후를 배운다는 메인 스토리 라인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사랑, 한 아저씨의 과거 가족사 등 여러 흥미로운 점을 계속 주어서 좋았지만 마지막에는 그런 것들을 이어붙이기 위해 원래 엄청나게 엄격한 주인공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사과 편지 한번에 표정이 풀리면서 대회에 딸을 구경하러 보내는 것을 허락하거나, 한 아저씨의 과거 와이프와 말싸움을 하다가 차가 미끄러져 자신을 제외한 가족이 죽는다는 과거,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스토리가 너무 이해하기 어렵고, 빠르게 진행된다는 단점이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영화의 흥미를 위해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액션 또한 눈에 띄었다. 쿵후라는 특이한 무술의 액션을 카메라 무빙에 꽤 잘 담아낸 것 같았다. 특히 처음 한 아저씨가 드레를 괴롭히던 패거리를 상대할때 옷으로 다리를 빠르게 묶는 기술이나, 그런 연출들이 창의적이었고, 또한 서브스토리의 전개로 전체적인 액션의 완급조절이 아주 좋았다.
마지막에 웅장함을 더하면서 쿵후 대회를 이기고 영화가 끝나는 것 또한 깔끔했다고 생각한다.
출처 . 에디터_OREHFILL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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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릿한 얼굴 위로 하얀 빛
SYNOPSIS.
그녀는 하오하오와 헤어졌지만 그는 늘 그녀를 찾아냈다. 주술이나 최면에 걸린 것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녀는 늘 돌아왔고 스스로 다짐했다. "은행에 있는 50만 대만달러를 전부 써 버리면 그를 영영 떠날 거야"
그녀는 클럽에서 잭을 만났다. 잭은 항상 그녀를 데리고 다녔고 그녀를 가장 친한 친구처럼 대해 줬다.
이 일은 10년 전인 2001년의 일이었다. 세계는 21세기를 맞이했고, 새로운 밀레니엄을 축하했다.
POINT.
✔️ <비정성시>, <카페 뤼미에르>, <쓰리 타임즈>, <자객 섭은낭>...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자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작품
✔️ 세기말 청춘의 정서를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작품.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이 작품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의 빠른 속도 속 젊음을 담았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 대배우 서기의 저력을 볼 수 있는 작품. 시나리오 없이 시놉시스로 시작해서 촬영한 영화라고 (아니 뭐라고?) 해요.
✔️ 금마장 영화제 촬영상, 영화음악상, 음향효과상 + 겐트 영화제 감독상. 칸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초청받았어요.
✔️ (재)개봉은 2024년 12월 31일. 밀레니엄처럼 찾아올 새해의 새벽에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빛이 어슴푸레한 터널 안으로 배우 서기가 분한 '비키'가 터널을 가로질러 걸어간다. 뚝뚝 비트가 떨어지는 음악 위로, 긴 머리가 흩날리고, 현란한 무늬의 옷에 감싸인 팔을 휘적거리기도 하고... 그 위로 영화 시놉시스가 내레이션으로 등장한다. 헤어져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연인과 매인 듯 자꾸 돌아가게 되는 연인. 3인칭으로 담백하게 풀어낸 내레이션 이후 터널 끝에서 계단을 내려간 비키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나면, 방금 들은 내레이션이 영화에 그대로 펼쳐진다. 영화 전반은 비키의 내레이션이 나온 후 그 내용을 화면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내레이션은 2001년으로부터 '10년 후', 즉 2001년작인 이 영화를 기준으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비키는 '나'라는 1인칭 대신 '그녀'라는 3인칭을 사용해 내용을 풀어낸다. 우연히 만나 불 같은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버리고 서로에게 엉겼던 진득한 풋사랑은, 회상의 말보다 영상 속에서 더 지리멸렬하다.
어리고 철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연인의 관계는 대부분 어두운 조명 속에서 흘러간다. 밤의 간접 조명, 거의 블랙라이트 조명에 가까워 흰 옷이 푸르게 비치는 클럽의 조도, 희미한 빛, 깜빡이는 불빛 아래서나 그들은 서로를 원하고 있다. 그들에게 투명하고 올곧은 직사광선은 내리쬐는 법이 없다. 아침이 되어도 빛은 간유리나 비닐이 덕지덕지 발린 창을 투과하여 들어오며, 그나마도 끊임없이 소리를 빚어내는 유리 문발에 걸려 갈가리 조각난다.
유리알 부딪는 소리는 이내 관계의 파열음으로 발전한다. 목욕 수건과 샤워 타올 차림으로 경찰을 맞이하는 이 커플의 결말은 결국 (이 시대 창작물에 흔했던 방식 중 하나로) 비키를 몰아넣으며 일단락되지만, 내레이션에서 "주술" 같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이 사랑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사람이 파멸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까닭은 아마도... 파멸의 원인이 남긴 자욱이 너무 깊어, 설령 내게 해롭다는 사실을 안다 해도 떼어내기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무감하게 삐그덕거리며 공허하게 지속된다. 하오하오가 몇 번이나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강조하듯 상반된 빛이다. 검푸른 클럽 디제잉의 빛을 집안에까지 가져오는 하오하오와 달리, 붉은 계열 물건이 많은 비키의 방은 언제나 난색 조명으로 밝혀져 있다. 간유리와 유리 발로 깎이고 깨져 들어오는 빛일지언정 같은 빛 안에 있던 날들은 이미 바랬다.
사랑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와도 발을 내딛어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는 사랑을 징검다리처럼 밟아야만 발을 내딛는 이들이 있다. 땅 위에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서는 대신, 사랑에서 다음 사랑으로, 때로는 불안한 발을 서서히 옮기느라 두 개의 돌 위에, 발을 괴고 있는 것이다.
휘적휘적 걷던 비키는, 유리알 같은 파열음을 남기며 끈질기게 이어져온 하오하오와의 인연이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섰을 때 잭을 만난다. 잭은 의아하리만큼 충성스러운 자세로 비키를 보호한다. 억지로 약을 빼앗아야 했던 하오하오와 달리, 그는 부엌에 서서 비키에게 먹일 무언가를 요리한다. 끊임없이 괜찮다는 말을 해준다.
그러나 잭의 요리는 비키의 입맛에 맞지 않아 매운 소스를 몇 번이나 다시 뿌려야 하고, 반대로 잭의 담배는 비키에게 너무 강하다. 도무지 맞지 않는다. 내레이션이 먼저 펼쳐진 후에 영상이 펼쳐져 비교적 알기 쉬웠던 전반부와 달리, 잭의 시간은 영상이 먼저 펼쳐진 후 내레이션으로 정리된다. 하오하오에 비해 잭은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엉망진창으로 자기를 좀먹는 관계라는 걸 알았다 해도, 요즘 같으면 인터넷에 올리자마자 헤어지라는 댓글이 빗발칠 (아니면 <무엇이든 물어보살> 나와서 서장훈에게 한 소리 씨게 듣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박제될) 하오하오여도, 그와의 관계는 최소한 비키에게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잭이 아무리 "친구처럼" 대해 주었다 해도 그는 비키에게 미지의 세계다. 그가 해결하려고 애쓰는 일이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 수 없다.
결국 잭과의 관계 속에서도 비키의 얼굴은 내내 흐릿하다. 잭의 집 부엌에는 큼직한 창이 나 있지만, 비키에 앉아있는 거실은 여전히 난색 조명으로만 겨우 밝혀져 있다. 잭의 자동차를 타고 그에게 얼굴을 온통 기대고 있을 때조차, 비키의 얼굴은 터널 속에서 스치는 조명으로 짧고 흐릿하게만 보인다.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조차 햇빛이 유리에 푸르게 반사되어 얼굴은 흐릿하다. 손에 쥔 머그컵에도 흐린 얼굴 무늬가 찍혀 있다.
영화 내내 비키의 얼굴은 흐릿했다. 흐릿한 간접 조명에 그림자 져서, 클럽의 검푸른 조명에 실루엣만 남아서... 심지어 일본 혼혈 형제와 함께 향했던 유바리 시에서 신나게 눈밭을 뛰어 다니던, 모처럼 생기 있어 보이던 그 날조차 눈밭에 푹 찍은 얼굴은 흐릿한 흔적만을 남겼다. 사랑 비슷한 것에서 사랑 비슷한 것으로, 제 발로 땅 딛고 가기보다 불안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겅중겅중 넘어온 비키의 사랑이 그랬듯.
그러나 영화의 마지막에서 눈 쌓인 유바리 영화의 거리를 걸을 때, 낯선 외국어를 입내 내어 따라할 때 비로소 비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난다. 그 순간에 이르러서야 내레이션은 잭과 하오하오의 순간들을 무감하게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에 대한 감상을 밝힌다. 그리움이 묻어 있던 잭의 외투를.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는 눈사람처럼 느껴졌던 하오하오, 그의 불안을 끌어안고 사랑을 나눈 추억을. 비로소 비키는 사랑의 온전한 서술자가 된다.
그 자리에 영화가 있다. 정갈하게 낡아 가는 오래된 포스터들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우리의 흐릿한 얼굴을 비춘다. 흰 눈처럼 빛을 반사해 우리 마음을 들여다 보게 하고, 1인칭의 언어로 나의 사랑을 서술하게 한다. 아무 것도 없이 흰 눈만 내리는 것 같은 그 거리에, 영화가 있다. 우리의 마음이, 있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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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 대신 음식으로 인간의 상실을 따뜻하게 케어해 준다
상실감을 잊기 위한 폭력 대신 이해와 포용, 과거는 과거일 뿐
모든 인간은 본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신의 무언가를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실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는 몸속에서도 가장 깊숙한 부위에 위치해 있어 쉽게 낫지도 않습니다. 상처가 주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기에 이 고통을 피하고 회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다 그 고통에 잠식되어, 어딘가 뒤틀린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이때 상실로 인한 고통을 앓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해하지 못할까요? 상실을 다루고 있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 어떤 영화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먹질을 비롯한 폭력으로 그 고통을 잊으려는 듯한 모습을 비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그>는 상실을 경험한 자가 또 다른 상실을 경험한 자에 대해 이해와 더불어 위로를 건네며, 깊은 부위에 숨어 있는 상처를 드러내게 하여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영화입니다.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영화 <피그>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인물이 어떠한 인물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나레이션이나 대사는 일절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 은유가 담긴 영상을 통해 어렴풋이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힘겹게 걸린 시동과 함께 잠깐 움직이고 퍼져버린 낡은 트럭과 동일한 듯하게, 롭을 녹슬어버린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연출이 그 예 중에 하나입니다. 이처럼 좋은 의미로 불친절한 인물 묘사가 이어짐으로써 롭이 과거에 범상치 않은 존재였음을 관객들이 짐작할 수 있지만, <피그>는 과거의 인간관계가 어떠했는지가 중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상실이란 공통된 공감대를 중심으로 롭과 아미르,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의 현재 관계를, 그로 인해 변화하는 본인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상실에 대한 따뜻한 우화, <피그>
불친절하지만, 은유로 가득한 캐릭터 소개
상실이 만든 상처와 고통을 안고 가는 법, 이 또한 자신의 일부일 뿐
세 인물 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롭과 아미르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만남을 비출 때, 오직 아미르만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더불어 롭이 자신의 납치된 돼지를 찾으러 아미르의 도움을 받아 도시로 이동할 때에도 그는 아미르의 차 안에서 틀어놓은 클래식을 꺼버리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합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든 기행을 벌이는 롭, 마치 세상과 담을 쌓고 마음을 닫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돼지를 찾는 여정을 거치면서 그들 간에 오가는 대화가 점점 길어지고 많아지는, 소통이 오간다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롭은 아미르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건네며, 요리도 가르쳐 주기까지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러 롭은 돼지를 찾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식당에서 헤어질 때, 처음과 달리 아미르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오두막으로 복귀하며, 아미르는 본인이 직접 클래식을 꺼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이 여행을 통해 둘 사이의 관계가 개선되고 상실이란 공통된 상처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를 극복하는 성장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냈습니다.
두 번째로 롭과 아미르의 아버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식사보다 돼지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만큼 롭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도시의 모든 이들과 연을 끊었음에도 소중한 돼지를 납치한 자를 찾기 위해 그 도시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됩니다. 돼지의 소재를 수소문한 끝에, 납치한 장본인은 포틀랜드에서 트러플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는 롭의 아버지였습니다. 롭의 돼지를 별거 아닌 듯이 말하며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그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그의 화를 돋우고도 남을 법 합니다. 하지만 롭은 말없이 그의 집을 나오고 아미르와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와 아내에 관한 과거를 아미르를 통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롭 역시 사랑하는 자를 잃은 고통을 피하고 싶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음을 오두막에서 끝까지 재생하지 못하고 중단시켜버리는 씬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롭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자에 대해 폭력 대신, 그와 아내 사이의 소중한 추억을 장식했던 음식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마치 자신 또한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으며,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주는 아픔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더불어, 아미르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롭 또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바라보며, 그 고통을 안고 가는 듯한 성장한 모습을 마무리에서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끝까지 재생하지 못했던,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끝까지 재생하는 씬을 통해서 말입니다.
영화는 크게 세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 챕터의 제목은 모두 음식의 이름으로 붙여졌습니다. '시골식 버섯 타르트', '엄마표 프렌치토스트와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 '병, 새, 그리고 소금 바게트'와 같이 특이한 음식의 이름들은 각 챕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음식들이기도 합니다. 마치 음식에 이야기를 담아내어 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으로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리, <피그>는 음식을 요리하고 식사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고, 비추더라도 흐릿하게 비추기만 할 뿐입니다. 마치 이 영화는 음식을 보여주고 그 음식을 즐기는 게 주가 아닌 영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피그>는 인간관계에 관해, 그리고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한 인물이 치유받는 과정을 멀리서 보여주기만 할 뿐입니다.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식을 주로 하지만 음식이 주가 아니라고 말하는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자를 통한 한 인물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이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각자의 이야기는 각자가 써나가는 법
어두운 기운 가득한 배경과 아쉬운 촬영,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부활
영화 <피그>의 배경이 되는 숲과 포틀랜드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강물과 광활한 숲을 비추는 오프닝 시퀀스는 평화로운 분위기라기보다는 긴장감이 역력해 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와 첫 시퀀스를 보면 마치 이 영화 역시 피비린내 풍기는 복수극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극이 진행되면서 복수와는 거리가 먼 영화임을 깨닫게 되지만, 그래도 어두운 분위기는 좀체 가시지 않습니다. 상실이 주는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여전히 그 상처는 몸에 남아있으며 결코 희망차게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아님을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치유와 성장의 힘이 그 어두움 속에 따뜻함을 담아내었습니다. 이처럼 모두 모두 행복하게 살게 되었답니다 식의 밝은 분위기가 아닌,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배경을 영화의 주로 삼고 있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불어, <피그>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력 역시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의 명품 연기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에, 최근 파산 위기에 몰려 필모그래피를 신경 쓰지 않는 다작으로 인한 평판의 추락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고 다시 재기할 날이 오기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그>는 그 재기의 발판이 되어준 영화였습니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모든 이야기가 롭을 중심으로 따라가고 있는 만큼 배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상실과 슬픔에 빠진, 회한 가득한 눈빛을 중심으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보여주는 연기는 오랜만에 과거 전성기 시절의 그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만, <피그>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카메라 워킹과 관련된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피그>에서는 유독 핸드헬드로 촬영한 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정 장르의 영화에서 생동감을 주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카메라 기법이 정적이고 가볍지 않은 영화에서 사용되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핸드헬드가 어울리는 특정 씬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영화의 여백을 관객들이 체감하고 채워나갈 수 있도록 가만히 비춰주어야 함에도 화면을 고정시키지 않고 핸드헬드로 느리지만 끊임없이 흔들어대어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한두 번 그런 거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다만, 이러한 촬영이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니 이해를 넘어 짜증을 불러일으키까지 하였습니다. 정말 이러한 촬영 의도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과거 전성기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연기의 재림
어둡지만 따뜻함이 숨어 있는 배경, 그리고 그 배경이 가지고 있는 여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끔찍한 핸드헬드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의 <피그>는 여러모로 이전에 리뷰했던 영화 <애플>을 떠오르게 합니다. 두 작품 모두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며, 상실이라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함을 <피그>는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며, 처음 보는 배우들보다는 좋아했던 배우의 등장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피그>에 더 후한 평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첫 장편 영화 치고는 정말 나쁘지 않았고 흥미로웠던 작품을 탄생시킨 마이클 사노스키,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궁금합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프랜차이즈>를 마무리하고 어떤 신선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기다려집니다 :)
당신이 늘 하고 싶다던 가게가 뭐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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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하지만, 류승완이라서 끝내 아쉽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화학 공장이 들어선 군천 앞바다. 바닷물이 더러워지자 해녀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고 만다. 이에 '춘자'(김혜수)는 리더 '진숙(염정아)'을 설득해 살 길을 찾아낸다.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가 바로 그것. 그러나 밀수 작업 도중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고, 둘도 없는 친구였던 진숙과 춘자는 불구대천 원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춘자는 진숙 앞에 다시 나타난다.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가 군천에서 밀수판을 키우기로 했으니 다시 협업하자는 것. 사고 이후 생계가 막막했던 진숙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군천 밀수판의 주인 '장도리'(박정민)가 사업에 끼어들면서 춘자의 계획은 조금씩 꼬여 버리고, 군천 앞바다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류승완이라서 기대했다
대한민국에서 믿고 보는 흥행 감독 중 하나인 류승완. 그의 필모그래피는 퍽 흥미롭다.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부당거래>부터 그의 영화는 자기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욕구를 저격할 줄 알았다. 그러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군함도>로 실패를 겪은 뒤 담백하고 깔끔하게 스토리를 담아내는 데 집중한 <모가디슈>를 내놓은 것처럼.
그래서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기대가 컸다. 본연의 색깔, 대중성, 새로운 시도가 한 데 어우러진 듯 싶었기 때문이다. 예고편은 짧게나마 감독 특유의 색깔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B급 액션 범죄영화 같은 분위기, 만화 같은 연출, 센스 있는 대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말해봐야 입만 아픈 캐스팅은 케이퍼 무비에 최적화됐고, 해녀가 참여한 밀수라는 소재와 수중 액션은 익숙한 장르에 신선함과 계절감을 더할 듯 보였다.
결과물도 나쁘지는 않다. 여름 시장 텐트폴 무비의 첫 주자는 충분히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러나 끝끝내 아쉬운 지점도 있다. 특히 아쉬움은 결말에 집중된다. 류승완의 각본은 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회비판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밀수>는 마지막 순간 과감함이 살짝 부족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빛나는 이유
<밀수>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극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결말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밀수>에서 의외로 가장 눈을 사로잡는 지점 역시 스토리다. 예고편에서 미처 드러나지 않은 짙은 우수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혜수와 염정아의 얼굴을 한 채 스크린을 사로잡기에 더욱 인상적이다.
영화는 1970년대 감성으로 가득하다. 단순히 레트로풍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산업화 시대의 감성이 짙다. 방법과 절차에 관계없이 생존이 최우선 되는 그 시대의 얼굴을 비춘다. 당장 해녀들은 굶어 죽을 위기다. 군천 바다 옆에 생긴 공장 때문에 전복이 다 폐사하는 지경이니. 그들이 밀수업에 가담하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진숙과 춘자가 있다. 춘자 주도로 금괴를 담은 상자를 옮기다가 세관에 적발된 해녀들. 체포되는 과정에서 진숙은 아버지와 동생을 잃은 반면, 춘자는 도망치는 데 성공한다. 이에 진숙은 춘자가 보상금을 챙기기 위해 밀고 했다고 오해하고, 춘자는 자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자책하며 오해를 풀지 않는다. 영화는 이처럼 오해가 쌓여 애정이 애증이 되고, 어떻게든 살기 위해 악을 쓰는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그러다 보니 전반부는 느슨한 듯 싶다가도 예상치 못한 순간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감정선은 음악 덕분에 배가된다. 음악감독 장기하가 만든 70년대풍 신곡과 70년대 가요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며 구슬픔과 애달픔을 강조해 준다. 미장센도 한몫한다. 다방과 나이트 등 당시 시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한 세트, 의상, 소품, 프로덕션 디자인 덕분에 진숙과 춘자의 삶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충분하지 못한 자맥질
다만 전반부 드라마가 주는 감흥에 비해 후반부의 장르적 쾌감은 다소 부족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짜임새가 문제다. 다이아몬드 밀수 과정을 보여주는 방식 자체는 분명 화려하다. 가이 리치의 범죄 영화 같다. 그는 한 편의 영화를 각기 다른 인물의 시점과 시간대로 분해한 뒤 새로운 모양으로 다시 짜 맞추는데 능한데, <밀수>도 마찬가지다. 하루 전과 하루 뒤, 몇 시간 전과 몇 시간 후를 넘나들며 관객을 현혹하려 한다.
정작 내실은 부족하다. 돈이나 보석을 쟁취하려는 이전투구가 없어서 케이퍼 무비 특유의 긴장감을 찾기 어렵다. 각자 목적이 다르다는 게 일찌감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목적의 무게감과 톤도 제각기 다르다. 일례로 진숙의 계획에 비해 장도리의 목적은 너무 가볍다. 진숙은 사무친 원한을 풀려고 하고, 장도리는 단순히 이익을 좇는다. 그러다 보니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문제의 금괴나 다이아몬드 모두 그저 장르의 논리에 따라오는 부속물에 불과하다.
물론 불협화음을 없애려는 시도는 있다. 먹먹한 서사와 장르를 엮는 역할을 춘자에게 맡긴다. 하지만 춘자에게도 이 임무는 벅차다. 그녀가 관객을 사로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녀가 숨긴 이야기도, 모든 사건의 전말도 클라이맥스 직전에서야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 색깔도 온도도 다른 두 장르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유리되어 있다. 화려한 편집과 기막힌 선곡이 때로는 두서없이 느껴지고, 초반부터 쌓아온 빌드업에 비해 마지막 쾌감이 부족한 이유다.
장르의 관성에 잡아먹히다
쾌감이 부족한 다른 이유는 결말에서 찾을 수 있다. <밀수>는 더 과감할 수 있는 지점에서 몸을 아끼는 듯하다. 진숙은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하는 데 성공한다. 악인들을 처절히 징벌한다. 그런 그녀에게 다이아몬드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다이아몬드와 금괴는 그간의 고생을 전부 안다는 듯이 해녀들의 얼굴을 환하게 비춘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마무리다. 가장 자연스러운 전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말의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결말이 뻔해서가 아니다. 씁쓸하기 때문이다. 춘자는 몰라도, 사실 진숙은 단 한 번도 다이아몬드가 목적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잃었던 우정을 되찾고, 가족의 복수를 하고, 빼앗겼던 아버지의 배도 되찾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에게 금괴와 다이아몬드는 값비싼 물건이기 이전에 비극의 시작점이었다. 그러니 아픔 가득한 다이아몬드가 그녀에게 과연 적절한 보상일지는 의문이다.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에서 뻔한 길을 가지 않은 전적이 있다. 남북한 사람들은 함께 부둥켜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담담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에 비하면 <밀수>의 결말은 편의적이다. 케이퍼 무비이니 살아남은 이에게 전리품을 안긴 셈이다. 장르적 관습에 캐릭터 개개인의 서사가 종속된 듯 보이기도 한다. 물론 텐트폴 무비로서 깔끔한 마무리인 것은 맞다. 다만 '류승완이니까' 아쉬움이 남는 끝맺음일 따름이다.
그래도 류승완은 류승완이다
하지만 유달리 영화에 생동감이 느껴지는 몇몇 장면 덕분에 호불호가 갈릴 단점 내지는 약점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고민시의 존재감이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권 상사의 역할도 눈에 띈다. 스토리텔링의 중심을 염정아 김혜수가 잡고 있다면, 조인성은 마치 액션을 향한 류승완 감독의 열망이 담긴 캐릭터 같다.
사실 권 상사는 전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판을 깔고, 판을 키우고, 퇴장한다. 하이스트 영화에서 꼭 있어야 할 캐릭터다. 그런데 이 전형성이 오히려 반갑다. 등장 자체는 많지 않지만, 제 역할을 다한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불꽃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드라마는 권 상사가 칼을 빼 든 순간 갑자기 장르를 전환한다. 차분하다면 차분하고 답답하다면 답답한 전개가 그제야 본격적으로 풀린다.
언제나 류승완의 장기인 액션도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물론 액션 분량 자체가 많지는 않다. 전작인 <모가디슈>도 후반부 추격전을 제외하면 액션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적은 느낌이다. 스케일의 차이도 한몫한다. 그러다 보니 텐트폴 무비에 기대할 만큼 화끈한 임팩트를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퀄리티는 살아있다.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나이프 액션은 박진감과 타격감을 제대로 전달하며, 의외로 잔인한 면도 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수중 액션도 인상적이다. 보통 한국 영화의 액션은 수평적인 경우가 많은데, 바닷속이라는 환경을 살린 수직적인 움직임이 특히 신선하다.
<밀수>가 류승완 감독의 정점은 아닐 것이다. 완성도 면에서는 전작인 <모가디슈>도 넘어서지 못했다. 상업적으로는 차기작인 <베테랑 2>를 기대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 본연의 색채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매력 포인트는 확실하다. 개성, 완성도,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솜씨도 여전하다.
관건은 흥행이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330만 명. 전통의 강자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간신히 300만 관객을 넘기는 극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마냥 낙관적이지는 않다. 다행히도 개봉 타이밍은 잘 잡았다. 1주일 동안 온전히 극장가를 장악할 수 있다. 출발도 좋았다. '문화의 날' 덕분에 첫날 30만이 넘는 관객이 <밀수>를 선택했다. <더 문>과 <비공식작전>이 쫓아오기 전에 <밀수>가 과연 얼마나 도망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Acceptable 무난함
서사와 장르의 미묘한 엇갈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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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하는 것, 도리를 찾아서
'남다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남다르다'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보다 유난히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다르다'의 다른 말은 '같지 않다'이며, 반댓말은 '같다'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같음'과 '다름'을 대하는 태도는 과연 어떨까?
‘그 애는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어.’
가령 어떤 사람을 두고 위와 같은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말하는 '남다르다'는 '특출나다'의 다른 말로 쓰였을 확률이 높다.
이 문장의 뒤에는 "그 애는 공부며 운동이며 뭐 못하는 게 없었지." 같은 말이 이어지리라.
혹은 포털 사이트에 '남다른' 이라는 말을 검색해보라.
그것은 대개 '평균 이상' 혹은 '잘남'이라는 의미로 쓰였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소위 말하는 '보통', 혹은 '평균 이상'의 대상에 한하여 '남다르다'라는 말을 다소 남발한다.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같음'을 보통, 평균으로 규정하고, 그것을 말미암아 우리의 기준에 부합하는 '남다름'만을 선호한다.
그래서 '남다르다'라는 술어의 주어가 될 수 있는 대상은 무척 한정적이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생각해보라.
혹은 '일반적이지 않은' 취미를 가진 '괴짜'들이나, 그 밖에 우리 사회의 '다수'가 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보라.
대중은 그들에게 쉽게 '남다름'의 칭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많은 경우 이들은 그저 '남'이다. 그들의 개성은 독특한 것이 아니라 이상하고 저급한 것으로 치부된다.
그로써 그들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 '틀린' 존재가 된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간과되곤 하는, 다른 차원에서 '남다른' 자들의 이야기다.
도리를 찾아서
주인공 도리는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고 있고, 니모는 한쪽 지느러미 왜소증을 앓고 있다.
도리의 친구 행크는 바다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고, 고래상어 데스티니는 심각한 근시로 고생하며,
그들의 벨루가 친구 베일리는 본인이 초음파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그들의 또다른 우루우루 조력자인 베키, 끊임없이 바위를 탐내는(그래서 다른 물개 플루크 등이 끊임없이 경계하는) 물개도
'보통' 물고기가 보기에는 '제 정신이 아니다'.
이러한 이들의 모습은 우리 인간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소수자들을 연상케한다.
많은 경우 이들은 놀림거리, 골칫덩이, 제대로 되지 못한 존재로 취급되고,
다수의, 다수를 위한, 다수에 의해서만 굴러가는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한다.
<도리를 찾아서>의 위대한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아웃사이더들이 위와 같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여정을 해내고 말았으니까.
아주 작은 물고기가 두 번씩이나 바다를 횡단하고, 지상을 넘나들고 하늘을 날았다.
이를 어찌 위대하지 않다고 할 수 있으랴.
물론 이런 '남다른'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서사는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이 영화 속에서 약자를 바라보는 인물들의 따뜻한 시선 때문이 아닐까 한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다른 예로, 인기있는 디즈니 영화 시리즈 중 라이온킹3의 사례를 살펴보자.
티몬과 품바는 문제나 일삼고 냄새나 풍기는 골칫덩이로 여겨진다.
그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
'가치있는 인물'임을 증명하고 나서야 가족과 사회로부터 비로소 인정받는다.
'약자를 주인공으로 한 서사'의 대부분이 대체로 이러하다.
즉, 대다수의 이야기에서 마이너리티에 해당하는 주인공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에 자신의 가치를 검증하고나서야 비로소 사회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그러나 <도리를 찾아서>의 인물들은 다르다.
주인공들이 만나는 숱한 엑스트라 해양생물만 보아도 그렇다.
도리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많은 경우, 그들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길 잃은 어린 도리를 돕고자 했던 녹색 물고기 부부,
성인 도리가 아쿠아리움을 빠져나갈 때 '파이프를 따라 가라'고 일러줬던 해초 깎는 게 부부를 떠올려 보라.
도리를 찾아 나선 말린 부자에게 기꺼이 등을 내어주었던 바다거북 크루크네 무리와
길 잃은 도리가 탈출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해 도왔던 아쿠아리움의 해양생물들도!
그들은 도리네가 특출나서 도운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했기에 도왔다.
말린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가 '보통'이라고 감히 규정하는 인물의 전형인 것처럼 보인다.
다소 소심하고 경계심많은 그는 언제나 걱정스러워하고 곤란해한다.
도리의 기억상실증에 곧잘 신경질도 내고, 심지어는 실언도 하고 만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을 금세 뉘우치며, 도리가 부모님을 찾게 도와주는 가장 큰 조력자이자,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는 도리의 부모님도 그렇다.
그의 부모님은 도리의 단기 기억 상실증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아이 앞에서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아이가 밝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그들은 아이를 바꾸는 대신 아이가 길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올 수 있도록 조개 길을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는 숨겨야 되는 것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결코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하나의 개성이다.
도리와 친구들은 도리/기억을 찾아나서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성장한다.
타인과 자신의 '남다름'을 찾아 나가면서. 누군가를 기꺼이 위하는 과정에서.
도리의 방식!
초반의 도리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캐릭터처럼 그려진다.
그녀에겐 말린이 필요해 보였고, 그래서 말린은 최대한 그녀를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두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를 진정 위하는 일이 아니었음은 극이 전개되면서 차츰 밝혀진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도리는 스스로 부모님을 찾아가고, 말린을 구하고, 행크를 설득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을 바다로 돌려보낸 것 역시 그녀였다!
그리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한다.
"네가 해냈어."
"그래, 내가 해냈어!"
이 무모하고도 용감한 해양생물들은 그래야 할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래서 이 대단한 모험을 했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므로.
***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나의 '다름'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는가?
타인의 '다름'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나는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등을 내어주고 '조개길'을 만들 수 있는가?
아직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우리는 언제든 우리 자신과 우리 이웃을 찾아나설 수 있다.
자, 도리와 친구들처럼 기꺼이 지느러미, 아니 손을 내밀어 보자. 그들의 남다름을 찾아보자.
당신이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누군가의 폭풍이 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브런치 토리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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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7 노 타임 투 다이 / 007 No Time To Die, 2021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많은 영화들이 부득이하게 극장에서의 개봉을 포기하거나 개봉일을 연기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물론, "코로나19"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현재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가 전 세계 7억 달러를 넘겼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이번 사태 이후 첫 북미 2억 달러를 목전에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예전의 극장가는 아니지만, 또 한 편의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드디어 개봉을 했습니다.이미, 제작비만으로도 <007>시리즈 가운데 최고 제작비로 주목을 받은 <노 타임 투 다이>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물론, 개봉이 미뤄진 만큼 스트리밍의 가능성도 점쳤지만 제작사가 6억 달러를 부르며 "극장 개봉"을 끝까지 고수했습니다.
그러면서, 영화의 손익 분기점은 9억 달러까지 치솟았으니 걱정이 드는 건 제작사뿐만이 아니라 팬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아무튼, 이번 <007 노 타임 투 다이>은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의 감상을 "SCREEN X"로 한 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날을 보내던 '본드"에게 "CIA"의 "펠릭스"는 하나의 임무를 부탁합니다.
내용은 납치된 과학자를 구출하는 것으로 현지의 요원과 함께 수행만 한다면 문제없이 끝날 임무였죠.
하지만 이번 일에 "CIA"뿐만 아니라 "MI6", 그리고 "스펙터"까지 있음을 알게 되면서 가벼이 끝날 일이 아님을 감지하는데...마지막이라 굽쇼?
1. 뭐가 그렇게 하고 싶었을까?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을 소개하는데, 앞서 이번 영화는 <007>시리즈에서 25편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시리즈'가 흥행이 보장되는 단어이나 이게, 누적됨에 따라 새로운 관객들을 이를 따라가기에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미뤄둔 학습지들처럼 봐야 하는 작품들이 쌓여 관람을 하기에도 앞서 포기하고 맙니다.
그런 점에서 <노 타임 투 다이>도 '시리즈'에 해당되는 영화로 이전 자기들에서부터 나왔던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을 그대로 가져옵니다.전작들을 썼는데도, 163분?
무엇보다 '시리즈'가 좋은 점은 러닝 타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고, 분량의 제한 없이 할 수 있기에 '시리즈'라면 응당,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의 러닝 타임은 163분으로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입니다.
특히, 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잠시 휴식시간을 주자는 "인터미션"이 논의되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 의 181분과도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많아 저 같은 새로운 관객을 포함해 기존 시리즈 팬들에게도 충분히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숫자입니다.2. 시리즈의 패착
그렇다면, 이렇게나 러닝 타임을 많이 할애했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할 텐데요.
이런 이유에는 이미, 예고되었듯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시리즈>라는 외부적인 의견도 있겠지만 전작 <스펙터>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물론, 전작을 챙겨보지 않았던 입장이라 상세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에서 "스펙터"가 끊임없이 언급됩니다.
특히, 전작에서 악역을 맡았던 "크리스토프 왈츠"와 본드걸 "레아 세이두"가 출연해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의 새로운 악당 "라미 말렉"과 새로운 본드걸 "아나 디 아르마스"가 등장하지만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주지 못하는데요.<스펙터>를 지웠어야 했다.
이로 인해서, 느껴지는 <노 타임 투 다이>은 전작 <스펙터>을 수습하는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입니다.
정도로 말하면, 저처럼 전작 <스펙터>에 못 본 관객들은 이번 <노 타임 투 다이>보다 더 궁금증을 만들 정도이니 주객전도가 된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의 새로운 악당 "라미 말렉"이 맡은 "사핀"은 이야기적으로 많은 아쉬움이 생깁니다.
극 중 "매들린"의 아버지와 얽힌 세대 간의 복수가 "스펙터"까지 확장된 것으로 보이나 이게, 관객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습니다.3. 007도 해보는 그 대사
영화는 관객들과 '매들린'에게 '사핀'을 소개하는데, "노"라는 일본 정통극 가면을 씁니다.
하얀색의 이목구비가 있는 평범한 가면은 얼핏 보면, 화가 났거나 무섭게 보일 만큼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인상이 달라지는데요.
이를 썼다는 건 관객들에게도 '사핀'이라는 캐릭터를 '어디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의 야심으로 비칩니다.
하지만, 앞서 영화가 <스펙터>를 수습하면서 해야 하는 "사핀"의 설명은 생략하니 때아닌 "다도"와 "다다미", 그리고 정원의 구성까지 "와패니즘"스러운 장면들은 뜬금없이 다가옵니다.내가 니 아빠다!
여기에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의 엔딩에는 많은 불만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007"의 이미지는 악당에게 "본드. 제임스 본드"로 멋들어지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는 쿨한 이미지입니다.
근데,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의 엔딩에서 보여주는 "제임스 본드"의 모습은 그동안 보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로 인해서 "사핀"은 앞서 보여준 야심과 다르게 위협하는 평범한 악당이 되었으며 이를 대처하는 "제임스 본드"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법한 특수 요원 아빠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4. 그래도 즐길 수만 있다면야...
그런 점에서 영화 <노 타임 투 다이>는 시리즈 영화에서 예고한 "마지막"이 아쉬운 영화입니다.
마지막인 만큼 수많은 감정이 오갈 텐데, 특수 요원 아빠라니 이것 참...
물론, 이에 대한 설명이 충분했다면 눈물 한 바가지쯤이야 쏟아낼 수 있겠지만 황당함이 먼저 생기는 이유는 이야기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일 겁니다.
무려, 163분인데도 말이죠.진흙탕에서도 연꽃은 피어난다.
그래도, 영화 <노 타임 투 다이>는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이런 이유에는 "SCREEN X"로 보는 카 체이싱을 비롯한 액션도 있지만,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에 새로운 본드걸 "팔로마"로 등장하는 "아나 디 아르마스"의 모습이다.
극 중 요원이라는 설정으로 격한 액션신도 있지만, 보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허당미"를 선보여 갭 차이를 보여주는데요.
비록, 짧은 분량이나 캐릭터성으로는 이번 <노 타임 투 다이>에 가장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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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맣게 순수한 아이들의 누아르
언프레임드 - 반장선거 (Unframed, 2021)
개봉일 :2021.12.08. (왓챠 공개)
감독 : 박정민
출연 : 김담호, 강지석, 박효은, 박승준
까맣게 순수한 아이들의 누아르
프레임 안에서 연기를 펼치던 4명의 배우들이 프레임을 넘어,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에서 각자가 품어온 이야기를 펼치는 새로운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박정민, 손석구, 최희서, 이제훈 배우까지. 그들이 바라본 세상의 조각들이 이토록 애틋하고, 원초적인 빛깔을 띠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언프레임드>에 담긴 4편의 단편영화를 보면 그들이 영화와 이야기를, 이 세상을 얼마나 골똘히 바라보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감정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꼭 긴 시간을 쓰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다.
언프레임드의 첫 번째 에피소드 <반장선거>. 처음 만나는 초등학생 누아르
언프레임드의 에피소드 1은 박정민 배우가 연출한 <반장선거>다. 초등학생이라 하면 가장 먼저 순수한 모습을 떠올리게 되지만, ‘생각해보면 나의 초등학생 시절은 순수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그는 힙한 초등학생 누아르를 내놓기에 이른다.
초등학생과 누아르? ‘에이 초등학생들이 해봤자~’라고 생각한다면 섭섭하다. 카메라에 담긴 배우들의 다양한 표정들엔 어른들 못지않은 서늘함과 긴장감이 팽팽하게 들어차있다. 특히 주연인 강지석 배우와 김담호 배우의 연기가 가히 압권이다. 서늘한 눈빛과 목소리를 뽐내는 강지석 배우와 귀여운 외모와 단단한 집중력을 갖춘 김담호 배우의 상극에 위치한 매력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케미가 상당하다.
<반장선거> 스토리
반장선거는 제목 그대로 한 학기 동안 학급을 관리할 반장을 뽑는 ‘반장선거’를 주제로 한다. 반장 후보로 각각 남자, 여자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유장원, 주선영과 수줍은 성격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정인호가 등록되고, 아이들은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노래를 부르고 간식을 돌리고 열심히 공약을 뽐내고 심지어 싸우기까지 한다. 장원, 선영의 지지자들이 요란하게 싸우는 동안 지지자 없이 단독으로 출전한 인호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거나 책상과 천장의 중간 어딘가를 바라보고만 있다. 어떠한 비밀을 숨긴 채 말이다. “너 반장할래?” 유장원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리며 선거의 전말이 밝혀진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드는 리듬감
<반장선거>의 배우들만큼이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리듬감이 아닐까 싶다.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컷들과 그 안에 꽉 채워진 어린 배우들의 순수하고 뜨거운 숨결, 마미손의 힙한 음악이 합쳐지며 만들어내는 리듬감과 긴장감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귓가와 머릿속을 빙빙 맴돈다. 어릴 적 한 번쯤 들어봤을 ‘기호N번 000!’이라는 아이들의 선거 송과 세련된 음악의 만남이라니. 여태껏 상상해 본 적 없었지만, 상상 그 이상으로 찰떡 그 자체였다.
순수하지 않았던, 또는 너무 순수했던 초등학생 시절
공교육의 범위를 벗어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지라 지금도 그런진 모르겠지만, 나의 초등학생 시절도 박정민 배우의 그 시절처럼 딱히 새하얗게 순수하진 않았던 것 같다. 나만이 아니라 모든 친구들이 말이다. 순수하긴 했으나 새까맣게 순수했다고 해야 할까? 나는 초등학생 시절을 너무 순수해서 본능에 한 발짝 더 가까웠던 순간들로 기억한다.
본능적으로 강자의 편에 서고, 그를 믿고 따르며 무언가 떨어지길 기대하는 본능. 그렇게 편을 가르고 서로의 세력을 뽐내고 견제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았다. 특히 ‘이거 선영이가 주는거다-’라며 간식을 돌리던 컷에서 내면의 웃음이 터져버렸다. 반장선거가 가까워질 때면 왠지 간식이 풍족하게 뿌려졌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게 정말 ‘기분 탓’이 아니었구나, 우리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인생은 역시 누아르
어른이 되어 다시 들여다본 아이들의 세계가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말 한마디도 한껏 진지하게, 온 힘을 다해 싸우던 그때. 그놈의 반장이 뭐라고.. 선생님도 아니고 반장인데.. 하지만 그땐 그 자리가 그렇게 대단해 보였더랬다. 국회의원도 대통령 선거도 아닌 반장선거지만 이 선거는 나름 진지한 투쟁이자 세력 다툼이다. 어른들의 다툼을 축소해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선거 한 판이 이토록 흥미로울 줄은 몰랐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가뿐하게 씹어먹고 있는 까맣게 순수한 영혼들을 보며 우리의 인생은 역시 판타지보단 누아르에 가까운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여본다. 역시 강한 자의 편에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인생이지!
하지만 마지막 결과를 보자면..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한발 떨어져서 투표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이 투표, 다시 하고 싶다.. 그래도 이렇게 인호가 친구들이랑 잘 어울리면 그걸로 된 건가? 아니다. 역시 조금 쓰다.
상대적으로 큰 키에 그늘진 얼굴로 문밖에 올라서있는 강지석 배우와 빛을 받고 있는 동그란 얼굴로 강지석 배우를 올려다보는 김담호 배우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유장원과 정인호라는 캐릭터에 어쩜 이렇게 잘 맞는지.. 두 배우가 보여준 집중력과 연기에 감탄했다.
강지석 배우는 최근에 <좋은 사람>을 통해 발견한 이효제 배우와 참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젠가 두 배우가 같은 프레임 안에 있는 모습도 꼭 보고 싶다. 오늘부터 소원 빌어야지. 앞으로 쑥쑥 클 일만 남은 배우님들.. 랜선 이모가 응원할 예정이니 바르게만 자라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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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 리뷰 - 누군가의 혁신이 불법으로 되버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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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이후 6개월 간의 악전고투 이야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한국의 우버로 불리며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TADA).
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유저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던 중 택시업계의 반발로 법적 공방에 휘말린다.
뜨거운 논란 속 치러진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날, 모든 팀원들은 함께 모여 ‘종이컵 와인 파티’로 자축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단 14일 뒤, ‘타다금지법’이 통과됐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오는데...
그들은 이 최악의 위기를 뚫고 타다를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을까?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의 이야기로 세상에 공개되는
‘스타트업’에 대한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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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스트 스나이퍼> 메인 예고편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혹한의 겨울,
독일군에게 크게 패한 러시아군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이후 승리에 도취된 독일군들 앞에
‘레드 고스트’라는 보이지 않는 러시아 저격수가 나타나고,
그들을 한 명씩, 한 명씩 사살하면서 공포에 떨게 만든다.
한편, 전방으로 향하던 소수의 러시아군은
‘레드 고스트’의 행적을 쫓던 독일군과 마주하게 되고,
곧이어 그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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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톨: 함정> 메인 예고편
늦은 밤 홀로 우버에 탑승한 ‘캐미’는
낯선 길로 들어서는 운전사 ‘스펜서’가 의심스럽다.
그 순간 발생한 정체불명의 사고.
“이 도로는 폐쇄됐으니 우회하여 통행료를 낼 것”
휴대폰도 차도 고장 난 새벽 3시,
두 사람은 도움을 구하러 가까운 마을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때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존재가 서서히 다가오는데…
‘그’의 세계에 갇힌 자. 통행료는 오직 죽음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