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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파2025-08-29 18:53:11

남성들은 환호하고 여성들은 불쾌해하는 영화의 뒷면

애마

 

*스포 포함

 

<애마> 메인 포스터. ‘벗기려고만 하는 시대, 화끈하게 뒤집는다’는 문구 아래 주연 배우들의 사진이 단관극장 간판처럼 구성돼 있다. 넷플릭스 제공

 

애마는 유명한 19금 영화 <애마부인>을 모티브로 만든 시리즈이다. 시리즈를 보기 전에도 제목만 듣고서는 애마부인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애마부인은 오로지 "야함", "자극"으로 유명한 영화인데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가장 궁금했다. 보기 전에는 이하늬, 조현철, 진선규 등 연기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하여 더욱 기대감이 컸다.




1980년대 영화 시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서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가 말을 타고 <애마부인>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이 드라마는 새로운 신인배우인 주애(방효린)가 기존 유명 배우인 희란(이하늬)을 재치고 애마 부인으로 스타덤에 올랐다는 내용을 담는다. 희란을 보고 꿈을 키워온 신인 배우 주애는 노출, 19금 장면이 가득한 자극적인 각본들에도 성공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 걸 바쳐 성공한다. 언제까지나 표면적으로 보면은 그렇다.

 

드라마의 배경은 1980년대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민주화 운동을 얘기할 것이라는 예고다. 애마 역시 그렇다. 극 중 <애마>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시련은 시대 배경 때문에 발생한다. 야한 장면을 넣고 싶은 감독(조현철)의 요구 또한 올바른 문화를 만든다는 정부에서 컷 당하고, 희란을 포함한 여러 배우가 윗선에서 하는 모임, 파티 등에 끌려가 속된 말로 술집 여자처럼 춤추고 옷을 벗고 그들의 방 안까지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들에게 잘 보이지 않으면 영화는 없다.

 

영화사 사장(진선규)은 배우들을 팔아넘기고 주변 스태프들은 침묵한다. 말하면 죽여버리겠다는 경고에 쉽게 말할 수도 없고 배우들은 착취의 길로 빠져 죽기까지 한다. 도무지 인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 사장은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아 그들과 연을 만들고, 장부를 만들어 윗선을 견제할 생각까지 한다.

 

극 중 계속 나오는 단어가 썅X인데 주인공인 희란은 초반에는 나에게 못되게 대하는 여자, 감당하기 힘든 여자로서의 썅X으로 묘사되다가 후미에서는 이런 그지 같은 상황 속에서 악바리로 버티는 썅X으로 감히 존경스럽게까지 여겨진다.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희란은 자신의 먼저 걸어온 길을 후배들이 겪지 않기 하기 위해, 굴복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더 뻣뻣이 드는 썅X이 된다. 그런 희란의 노력 덕에 주애는 모욕을 참지 않는 사람, 영화를 위해 나까지 버리지 않는 사람이 된다.

 

마지막 화쯤 되어서, 희란은 이런 시대의 고리를 완전히 끊기 위해 배우 인생을 놓을 각오를 하고 진실을 밝힌다. 그들을 돕는 사람들도 목숨을 다해 진실을 알리고자 하고, 영화를 위해 배우를 팔던 사장은 그토록 원치 않은 안기부로 들어간다. 다른 의미의 새 시대의 영화를 맞이한 것이다.

 

 

야한 영화의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 속 곽인우 감독(조현철·가운데)이 <애마부인> 촬영 현장을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애마의 스토리, 연출, 호불호야 어쨌든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뭐냐, 이 드라마의 의의가 뭐냐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초반에 나온 이 말을 뽑겠다. " 각본이랑 XX하지 말고, 실제 여자랑 좀 해." 극 중 어리숙하고 현실에서는 말도 잘 못하는 감독의 노출, 욕망, 말도 안 되는 에로티즘을 그득히 넣은 각본을 보고 10년 차 배우인 희란이 하는 말이다. 희란이 받아본 각본은 도대체 주인공이 어디서 어떻게 욕망을 느낀다는 건지 이해는 어렵지만, 여하튼 감독이 보고 싶은 것이 분명한 것들로 꽉꽉 차있다. 다르게 말하면 "더럽고 저급하지만 보고 싶은" 장면들의 연속이다.

 

 감독은 은근한 것을 원했다. 은근히 꼴리는 거. 사람들이 찾는 것. 그것이 아니지만 그것을 상상할 법한 것. 1970년대까지의 영화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자 한다. 다만 영화사 사장은 새 시대가 열렸으니 대놓고, 모두가 알만한 야한 장면을 원한다. 충실한 욕망, 자극적인 19금. 그저 잘 팔리고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예술적 욕망을 원하는 감독이든, 상업적 욕망을 원하는 영화사 사장이든 그중 어느 것도 "여성의 욕망"의 형태는 없다. 그래서 희란은 "새로운 애마부인"을 요한다.

 

 감독은 말한다. 여성이 소심해서 직접은 말하지 못하지만 속으로는 은근 원하고 있던 그 욕망을 윗집 사는 첫사랑이 여성을 거칠게 억지로 범하는 것으로 해소하는 것이라고. 이것이 숨겨진 여성의 진짜 욕망이라고. 다만 희란은 새로운 1980년대를 본다. 사장은 대놓고 19금으로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희란은 여성도 납득 가능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단순히 벗는 얘기가 아닌 정말 여자의 이야기. 남자에서 벗어나 여성 둘이서 새 인생을 찾아가는 이야기.

 

 외압에 의해 사장의 손으로 그 더러운, 잘 팔리는, 남성은 환호하지만 여성은 불쾌한 영화가 세상에 나왔지만 희란의 이야기는 뒤늦게라도 오리지날레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현재까지도 영화사 사장의 상업적인 야한 영화나 감독 같은 은근히 예술적으로 야한 영화가 지판에 널리고 널렸지만 희란의 "진짜 여성의 욕망"을 넣은 영화는 드물다. 19금은 남성의 전유이고, 그들의 욕망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2025년까지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링 위에서 이를 악물고 관심을 받기 위해 이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 옷을 벗는 여성 배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도 이 말을 대신 바치고 싶다. "각본이랑 하지 말고 실제 여자를 좀 만나라"라고.

 

  

애마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에서 톱스타 희란(이하늬·오른쪽)과 주애(방효린·왼쪽)가 말 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애마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분명했으나 아직 내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되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다. 희란이 많이 참고 있었고 할 말을 했다는 건 알겠지만, 민주화 단체의 활동이나 그들의 조력자가 어째서 마음을 굳힌 건지 등의 이야기는 분량 상인지 그닥 도파민이 돌지 않아서인지 많이 빠져있다. 그래서 마지막 화가 나왔을 때는 조금, 아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말을 타고 가는 장면은 영화 <러브라이즈 블리딩>의 마지막 부분이 떠오르기도, <델마와 루이스>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일부로 판타지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나 생각했다. 다만 당혹스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짧은 화 탓에 충분히 킬링타임 용으로 좋았고 이하늬, 진선규, 특히 조현철의 연기가 연기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다만 인물 간 관계성이나 개연성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6화는 많이 짧았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많은데 킬링타임용은 되어야 해서 그것을 생략하고 축약하다가 살짝 아쉬워졌지만 그 덕에 접근성은 좋아진 듯하다.

 

웃기지만 생각할 만한 주제가 있는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 추천한다.

 

작성자 . 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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