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2-23 00:00:00
넷플릭스 영화 <레베카> 뮤지컬과 비교해본다면?
뮤지컬과 초점이 달랐던 영화 레베카
인생 뮤지컬 중 하나인 레베카. 그런 레베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개봉해 보게되었다. 1940년대 원작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접해보지 않은 관계로 나에게 있어서 레베카에 대한 비교 대상은 뮤지컬 밖에 없었다. 그런데 뮤지컬과 주인공의 초점/시점이 분명히 달라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 레베카 시놉시스
영화 레베카는 갓 결혼한 젊은 여성이 남편 드윈터 가문 소유의 저택에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량한 해안과 대비되는 웅장한 저택.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그녀는 남편의 전처인 레베카의 그림자와 싸우게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레베카이지만 그녀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
영화의 이야기는 영화 속 인물들 중 드 윈터 부인의 초점에 맞춰서 진행된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드윈터 부인이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 하다 못해 하인들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만 드 윈터 부인은 절대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여행 비서로 일할 때에는 고용인의 매니저로서 불리다가 호텔에서 만난 막심 드 윈터의 부인이 되면서 드 윈터 부인이라고 명명될 뿐 여자 주인공 캐릭터의 원래 이름은 알 길이 없다.
이렇게 캐릭터의 이름을 등장시키기 않는 이유는 아마 영화 속에서 단 한번도 그 실체가 등장하지 않는 레베카를 강조시키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의 이름은 일부러 지우고 등장하지 않는 인물의 이름을 계속 노출시킴으로써 보이지 않는 존재를 계속해서 호명하며 레베카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보다는 덜 했던 레베카의 존재
영화가 드 윈터 부인에게 개인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명하지 않았고, 집안의 물건들을 통해 레베카의 존재를 계속해서 드러냈지만 개인적으로는 뮤지컬보다 레베카의 존재는 크게 각인되지 않았다.
아마 이것은 시점의 문제인 듯 싶다. 뮤지컬은 그 시점이 레베카를 모시던 댄버스 부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를 끔직이도 사랑했던 감정이 관객들에게 공유가 되고 광기 어린 집착을 통해서 레베카가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시점이 댄버스 부인이 아니라 드 윈터 부인에게 맞춰지면서 드 윈터 부인과 레베카의 대립적인 구도가 형성된다. 즉, 관객의 입장에서는 드 윈터 부인의 감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편에 있는 레베카보다는 드 윈터 부인의 존재가 더 쉽게 각인이 된 것 같다.
그 이후 삶의 이야기가 있어서 좋았다
레베카의 존재감이 뮤지컬보다 덜 했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라는 이 그로테스크함이 크게 않아서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흡입력이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가 충분히 좋았던 이유에는 2가지가 있다. 먼저 드 윈터 저택의 화재 이후의 삶을 다뤘다는 점과 드 윈터 부인이 굉장히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뮤지컬에서 드 윈터 부인은 댄버스 부인에게 거의 농락당하다 싶이 결정권도 없으며 힘도 없어 본인의 삶이 타인에게 휘둘리는 가녀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드 윈 부인은 막심과 레베카의 관계를 파악한 후 그 사건을 덮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모든 판을 짜는 인물로 성장한다. 더불어 저택의 화재 이후 그 저택을 나와 아직 악몽에 시달리긴 사지만 새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남편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드 윈터 부인의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영화가 끝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후반부의 내용 덕분에 뮤지컬과 그 주제를 달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뮤지컬이 댄버스 부인의 광기 어린 집착을 나타낸 작품이라면 영화는 드 윈터 부인이 레베카라는 과거의 흔적을 지워내고 사랑을 쟁취하는 것을 그린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드 윈터 부인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제시됐다면 훨신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약간 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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