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2021-11-28 22:29:00
우리는 왜 역사를 배워야 되는가
<메이제주데이> 영화 리뷰
< 메이제주데이, 강희진 >
우리나라는 참 많은 역사적 사건이 있었고 그 역사적 사건들 중 많은 이들이 희생당한 전례를 갖고 있다.
기억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도 더 큰 힘과 의의를 갖는다. 이들의 기억과 증언은 시간이 지나도 현쟁, 미래에 존재할 것이며 사라지지 않고 보다 더 그 의미를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역사 교육을 받은 이들이라면 4·3 사건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시험 위주의 수업과 교과서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짧게나마 이 사건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우리가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어야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건 당시 어린이였던, 그리고 지금은 생존하고 있는 70-80대의 생존자들에게 찾아가 그 이야기를 묻고 그들 개인의 경험을 말함으로써 우리는 함께 그 일을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러한 기억과 증언이 역사 교육의 의의이자 앞으로 한국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생각해볼 만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꾸준히 배우고 기억해야 우리는 그 아픈 기억들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단순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픈 일이라고 읽힐까봐 걱정이 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될지를 꾸준히 생각해보고 싶다.
끝으로 도민들의 생생한 사투리로 제주방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지방에서 자란 이들이 서울과 같은 수도권으로 상경했을 때 공식적인 자리가 아님에도 표준어를 쓰기를 강요당하며 자신의 말을 잃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있었다. 말이 갖는 아름다움이 꾸준히 보존되고 그 자체로 존중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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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욱신욱신하는 모든 이의 이름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의학발전은 인정하기 싫게도 과거 사람들에게 행해진 생체실험 덕분이라는 말이었다. 그래, 인정하기 싫게도, 맞는 것도 같다. 수많은 이에게 규칙적으로 바닷물 주사를 투여하지 않았다면 비브리오 패혈증의 존재는 보다 늦게 알려졌을 것이다. 바닷물이 혈액을 대신 할 수 있다는 거짓으로 판명된 가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인간에겐 하진 않고 실험용 동물을 쓴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과정은 비인간적이었으나 결과는 인간을 위하는 것일 때도 있다. 그 판단을 어떤 사람도, 어떤 시대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우리는 시대 아래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가 펼쳐놓은 판에, 말이 되어 이리저리 움직인다. 시대가 만약 신이라면 참 체계적인 큰 손이 아닐까. 때맞춰 부딪히는 이념을 널어두고, 갈등을 만들어내면서 사람을 시험한다. 우리는 시험당하고 시험하는 존재이다. 태어날 때도 내 원이 아니었건만 사는 것도 내 원이 아닌 바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러나 '소용'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 말이다. 쓸모가 있고 득이 되는 것. 살아가는 것은 쓸모와 득으로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영화 <동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그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말했다. 일제강점기 하에서 윤동주와 송몽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윤동주는 당대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으나 그의 시는 대대손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송몽규는 일제강점기에서 열심히 앞장서 싸웠으나 결국 이름 하나 남기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이준익 감독 또한 윤동주는 과정은 좋지 않지만 결과가 좋았고, 송몽규는 결과는 없지만 과정은 훌륭했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동주의 아름다운 결과와 함께 과정이 아름다웠던 송몽규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름을 훗날 길이길이 남기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내 이름이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칭송을 받는다면야 그보다 좋을 일은 없다. 그러나 동주와 몽규가 그랬을까. 둘이 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보았다. 동주와 몽규에게만은 적어도 과정과 결과, 그런 이분법을 두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그게 영화에서 불편하던 포인트였던 것 같다. 그건 마치 영화 구석구석 드러나던 선택지와 같다. 처음 영화 시작부터 나타났던 신앙과 공산주의에 대한 고민. 일본순사가 교실을 박차고 들어와 내밀던 개인주의냐 전체주의냐, 일본사람이냐 아니냐, 하던 불편한 선택지. 혹은 아버지가 내미는 진로선택의 일침과도 같았다. 이과냐, 문과냐.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쓸모냐 의사가 되어 사람을 구하는 것이 쓸모지. 마지막 자기 확신에 빠져 있는 일본 취조인의 이야기와도 같다. 야만이냐, 문명이냐. 국제법에 대강 끼워맞춰서 자발적인 듯 보이게 진술서를 받으면 문명이고, 그런 것조차 모르는 무지한 조선인은 야만이고. 이분법은 수많은 경우와 변수를, 이야기의 목을 댕강 잘라버린다. 마찬가지다. 과정과 결과는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이분법이다. 무엇이 과정이고, 무엇이 결과인가. 나에겐 동주와 몽규 모두 과정도 좋았고, 결과도 좋았다. 평생을 애써 자신이 뜻하는 바에 다가가려한 과정이 훌륭하다. 한스럽게 숨을 거뒀지만 이렇게 지금 다시 살아나 남은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결과가 훌륭하지 않은가.
아주 확고하게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동주는 몽규의 그림자이자 2인자였다. 마지막엔 무려 동주가 절규하면서 몽규의 그림자인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동주가 수동적이며, 재능이 없고, 목적과 이유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주는 몽규에 비해 수동적인 것처럼 보인다. 동주가 먼저 몽규를 부르지 않는데 비해 몽규는 영화 내내 '동주야'하면서 그를 부른다. 가장 귀에 많이 익은 대사이기도 하다. 동주가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 여자에게 쭈뼛쭈뼛하면 몽규는 모르는 척 도와준다. 날 선 대화로 서로에게 흠집이 되는 말을 나눈 직후에도.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고 기뻐하기는 커녕 동주 상심하지 않게 말할 것을 먼저 고민하는 몽규다. 그는 당선되지 않아 시를 꽁꽁 매어두는 동주에게 직접 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하자고 제안한다. 원하던 대학에 붙고도 동주가 붙지 않으면 바로 대안을 찾느라 바쁘다. 몽규는 기분이 상한 동주가 좋아하는 정지용, 백석의 시집을 가져다 주면 이윽고 동주가 자신과 눈을 맞추리란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극단적으로 몽규의 일방적인 적극성과 헌신, 동주의 일방적인 소극성과 고집으로 이뤄진 것인가? 형만한 아우없다더니 역시 동주는 몽규같은 형을 만나 재능을 알아봐주고 뒤늦게 날개를 펴게 된 건가? 아니다. 몽규와 동주는 서로 다른 사람이다.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서로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한다. 몽규는 시보단 산문의 힘을,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을 중요시하고 동주는 문학, 시 그 자체의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중요시한다. 몽규는 다른 이를 말로 설득하고 총을 들고, 동주는 시를 계속 쓴다.
어느 순간 몽규에게 동주는 동주이면서. '윤 시인'이다. 동주말마따나 시집도 안내고 등단도 안했는데 왜 시인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는걸까. 그건 영화 속에 나온 것처럼 동주가 그림자도 2인자도 아니며, 전혀 수동적인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을지언정 시에 대한 그의 뚝심은 영화 내내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존경하던 정지용 선생님이 시를 그만 쓰라고 하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내내 우리말로 시를 쓰고 모아둔다.
다카마쓰 교수가 그에게 시를 써보는 게 어떻냐고 물었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동주는 사실은 시를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출판을 하지 않아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쓰고 있다고. 그 때 다카마쓰교수는 조선어로 된 시라서 출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며 한 마디를 날렸다. 그가 쟁여두고 있어서 출간하지 않았던 이유보다도 더 큰 이유는 시대가 정해놓은 한계이기도 했다. 그것을 교수가 지적한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대의 잘못이라고. 출간이 자유로웠다면 그는 아마 못이기는 척, 부끄러워하면서도 출간했을 것이다. 그가 부끄러운 것은 시를 줄곧 써서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숨어드는 것 같은 자책이다.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자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 시를 선뜻 낼 수 없는 시대때문이다. 다른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우물에서 울리는 파장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시대가 막아놓은 둑에서도 물 한방울씩을 알뜰히 모아두고 있었을 뿐인데.
영화에선 쿠미라는 일본인 학생의 도움으로 영어로 시집을 출판하려 했다. 겁이 없이 진행된 해외 출간. 수동적인 이미지의 동주라면 마지막까지 쿠미가 알아서 빨리 출간을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엔 그 원고를 쿠미가 아니라 동주가 직접 보내겠다고 한다. 그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이. 그걸 하려고 그는 잡힐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몽규와 함께 가지 않고 하루를 꼬박 기다렸다. 그건 수동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 실제로 윤동주는 직접 한정판이나마 출판을 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고, 출판이 실패하고 다른 사람에게 원고를 넘겨두기도 했다. 동주는 학교의 필수적인 교련도 거부하고, 창씨개명도 최대한 늦게 하려한다. 그 거짓부렁이 진술서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런 윤동주의 과정이 좋지 않고, 결과만 좋다고 할 수 있을까.
몽규 역시 마찬가지다. 몽규는 결과가 없지만 과정이 좋은 사람인가. 과정과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동주와 몽규 사이의 과정과 결과를 생각해보면 의미는 달라진다. 동주를 '대기는 만성이다'하면서 질투에 휩싸이게 할 정도로 이른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술가락'이 있다. 홀연히 독립군 활동을 하고 돌아오고 공부를 시작하곤 잡지 <문우>를 직접 발간했다. 거기엔 동주의 시도 있지만, 몽규의 우리말 뜻인 꿈별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시 '밤' 이 있다. 조선일보에 실렸던 <하늘과 더불어>까지. 영화에 나오지 않았으나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의 시만큼 몽규의 작품도 좋고 궁금해져서 나눠본다.
< 술가락 >
- 송한범(송몽규 아명)
우리부부는 인제는 굶을 도리밖에 없엇다.
잡힐 것은 다 잡혀먹고 더잡힐 것조차 없엇다.
「아- 여보! 어디좀 나가 봐요!」 안해는 굶엇것마는 그래도 여자가 특유(特有)한 뾰루퉁한 소리로 고함을 지른다.
「………」 나는 다만 말없이 앉어 잇엇다. 안해는 말없이 앉아 눈만 껌벅이며 한숨만 쉬는 나를 이윽히 바라보더니 말할 나위도 없다는 듯이 얼골을 돌리고 또 눈물을 짜내기 시작한다. 나는 아닌게 아니라 가슴이 아펏다. 그러나 별 수 없었다.
둘 사이에는 다시 침묵이 흘럿다.
「아 여보 조흔수가 생겻소!」 얼마동안 말없이 앉아 잇다가 나는 문득 먼저 침묵을 때트렷다.
「뭐요? 조흔수? 무슨 조흔수란 말에 귀가 띠엿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아니 저 우리 결혼할 때… 그 은술가락말이유」
「아니 여보 그래 그것마저 잡혀먹자는 말이요!」 내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안해는 다시 표독스운 소리로 말하며 또 다시 나를 흘겨본다.
사실 그 술가락을 잡히기도 어려웟다. 우리가 결혼할 때 저- 먼 외국 가잇는 내 안해의 아버지로부터 선물로 온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술가락과 함께 써보냇던 글을 나는 생각하여보앗다.
「너히들의 결혼을 축하한다. 머리가 히도록 잘 지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이 술가락을 선물로 보낸다. 이것을 보내는 뜻은 너히가 가정을 이룬뒤에 이술로 쌀죽이라도 떠먹으며 굶지말라는 것이다. 만일 이술에 쌀죽도 띠우지 안흐면 내가 이것을 보내는 뜻은 어글어 지고 만다.」 대개 이러한 뜻이엇다.
그러나 지금 쌀죽도 먹지 못하고 이 술가락마저 잡혀야만할 나의 신세를 생각할 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를 뿐이다마는 굶은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없이 「여보 어찌 하겟소 할 수 잇소」 나는 다시 무거운 입을 열고 힘없는 말로 안해를 다시 달래보앗다. 안해의 빰으로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잇다.
「굶으면 굶엇지 그것은 못해요.」 안해는 목메인 소리로 말한다.
「아니 그래 어찌겟소. 곧 찾아내오면 그만이 아니오!」 나는 다시 안해의 동정을 살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없이 풀이 죽어 앉어잇다. 이에 힘을 얻은 나는 다시 「여보 갖다 잡히기오 발리 찾어내오면 되지 안겟소」 라고 말하엿다.
「글세 맘대로 해요」 안해는 할 수 없다는 듯이 힘없이 말하나 뺨으로 눈물이 더욱더 흘러내려오고잇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전재산인 술가락을 잡히기에는 뼈가 아팟다.
그것이 운수저라 해서보다도 우리의 결혼을 심축하면서 멀리 ××로 망명한 안해의 아버지가 남긴 오직 한 예물이엇기 때문이다.
「자 이건 자네 것 이건 자네 안해 것-세상없어도 이것을 없애서 안되네」 이러케 쓰엿던 그 편지의 말이 오히려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숟가락이건만 내것만은 잡힌지가 벌서 여러달이다. 술치 뒤에에는 축(祝)지를 좀 크게 쓰고 그 아래는 나와 안해의 이름과 결혼 이라고 해서(楷書)로 똑똑히 쓰여잇다.
나는 그것을 잡혀 쌀, 나무, 고기, 반찬거리를 사들고 집에 돌아왓다.
안해는 말없이 쌀음 받어 밥을 짓기 시작한다. 밥은 가마에서 소리를 내며 끓고잇다. 구수한 밥내음새가 코를 찌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위가 꿈틀거림을 느끼며 춤을 삼켯다.
밥은 다되엇다. 김이 뭉게뭉게 떠오르는 밥을 가운데노코 우리 두 부부는 맞우 앉엇다.
밥을 막먹으려던 안해는 나를 똑바로 쏘아본다.
「자, 먹읍시다.」 미안해서 이러케 권해도 안해는 못들은체 하고는 나를 쏘아본다. 급기야 두 줄기 눈물이 천천이 안해의 볼을 흘러 나리엇다. 웨 저러고 잇을고? 생각하던 나는 「앗!」하고 외면하엿다. 밥 먹는데 무엇보다도 필요한 안해의 술가락이 없음을 그때서야 깨달앗던 까닭이다.
<밤 >
- 꿈별(송몽규 필명)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 하늘과 더불어>
- 꿈별
하늘-
얽히여 나와 함께 슬픈 쪼각하늘
그래도 네게서 온 하늘을
알 수 있어 알 수 있어..
푸름이 깃들고
태양(太陽)이 지나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엿보고
너하고만은 너하고만은
아득히 사라진 얘기를 되풀고싶다
오오- 하늘아-
모-든것이
흘러 흘러 갔단다.
꿈보다도 허전히 흘러갔단다.
괴로운 사념(思念)들만 뿌려 주고
미련도 없이 고요히 고요히...
이 가슴엔 의욕(意欲)의 잔재(殘滓)만
쓰디쓴 추억(追憶)의 反(반)추만 남아
그 언덕을
나는 되씹으며 운단다.
그러나
연인(戀人)이 없어 고독(孤獨)스럽지 않아도
고향(故鄕)을 잃어 향수(鄕愁)스럽지 않아도
인제는 오직-
하늘속의 내맘을 잠그고 싶고
내맘속의 하늘을 간직하고 싶어
미풍(微風)이 웃는 아침을 기원(祈願)하련다.
그 아침에
너와 더불어 노래 부르기를
가만히 기원(祈願)하련다.
몽규는 연희전문학교에 들어가 2등으로 졸업했다. 그 때 그는 분노할 때 분노하는 사람이었다. 2등 상이 어이없게도 대동아공영, 일본의 군국주의를 정당화하는 책이었고 받자마자 이따위 것을 상으로 준다며 집어 던져버렸다. 그것이 세상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 있던 불편한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 세상 속 시원하게 바꿔주었을 것이다. 동주와 일본으로 유학길을 떠날 땐 다시 교토제대에 합격했던 코스를 보면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있었던 능력자였다. 다만 동주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관여하는 일, 독립군 활동, 일본 내 유학생을 규합하려던 사건 등은 일이 목적대로 이뤄지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이다. 몽규는 영화에서 동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딪히고, 싸우고, 도전하며 멋진 형이자 동반자로 등장했다. 끝까지 동주보다 먼저 태어나 조금 늦게 세상을 떠났으니 참 인연은 인연이다. 그의 좋은 결과는 간략하게 설명하려 한다.
이 쯤되면 영화의 제목이 왜 <동주>여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 영화의 포인트 상으론 몽규도 같이 담겼어야 할 텐데 말이다. 게다가 왜 영화는 흑백이었을까. 어느 한 순간도 빠짐없이. 하지만 알 것도 같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동주, 몽규, 이렇게 성을 떼고 부르게 된다. 멀리 있는 분들이 가깝게 느껴진다. 동주는 윤동주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동주야, 하고 부르던 몽규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살아남아 동주의 시를 같이 고민하고, 동주의 시를 출간해준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동주는 대명사인 것이다. 마음의 색이 흑백으로 강제로 물들고, 모든 선택이 흑백같이 이분법으로 재단되던 시대에 좋은 과정을 보여주려 끊임없이 노력하고도 자신을 부끄러워했던 이들, 우리는 설사 모른다 하더라도 이토록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이렇듯 감사하게 건네준 수많은 이들의 숨, 눈빛, 목소리, 마음이 담겨 있는 대명사. 들으면, 부르면 마음 한 켠이 욱신욱신해지는 그 모든 이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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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을 원하는 시대와 세대
경기도에 살았던 나. 어릴적 동대문 두산타워를 밤늦게 올라가 밤새서 돌아다녔던 수많은 나날들. 여자친구와 데이트 한다고 청계천에, 인사동에, 뮤지컬을 보러 올라가던 그때. 수원은 서울에서 가깝지만 멀었다. 그나마 화서역이란 곳은 아주 오래전부터 정차할수 있었기에 논 밭이 가득했던 그때 나는 발에 땀나도록 서울을 놀러다녔다. 그러나 경기도에 사는 사람들이 놀러 서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보내야하는 일터라면 그것은 이해의 판도가 달라진다. 그렇게 오가는 길의 멀고먼 거리속에서 사람들과 마주해야하는 상황. 능동적이고, 외향적이고, 밝고, 에너지틱한 사람들을 좋아하는 세상. 그곳에서 함께 해야하는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들. 그러면서 점점 힘이 빠져가는 사람들.
그런 가운데 하루를 그저 견디듯 하는 염미정. 그녀는 어느날 구씨를 향해 절규하듯 몰아붙이며 말한다. “나를 추앙해요. 그 추앙함을 통해서 다음 봄에는 새로운 사람이 되는 거에요.” 술에 중독되어,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술로 채우던 구씨. 그러나 그녀의 그 말은 해방을 꿈꾸게 한다. 그리고 철옹성 같이 변하지 않던 구씨의 세미한 추앙의 모습들이 그녀에게도 해방 틈을 벌여준다. 누군가를 추앙했더니 삶이 견딜수 있게 되고, 작은 소망들이 솟아난다.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동네는 경기도. 서울이 노른자라면, 주위를 감싸는 흰자같은 동네. 그나며 경기도가 흰자라면 지방의 소도시들은 계란을 튀길수 있게 만드는 배경같은 카놀라유 정도 되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저 염미정의 하루가, 구씨의 하루가 버겁다. 아주 오래되고 버석거리고 딱딱해 입천장 까지게 만드는 바게뜨 같은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 거기에 해방이란 단어는 모두에게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무표정하다가도 사람이 들어오면 미소짓게 되어버린 굳은 가면들 속을 쓰고 조직과 마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해방은 생각만해도 좋은 사람이란 것을 드라마는 꾸준하고 치열하게 우리에게 알려준다. 하루살이가 버거운 이 상황에 결국이 모두들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것은 해방이 아닐까. 그리고 산포라는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동경하는 그들 역시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을 계속해서 갈구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나의 해방일지>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는가? 그리고 드라마를 보는 우리도 계속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지쳐갈 때 즈음 이 드라마는 그들을 생각나게 만든다. 부담 스럽고 버거운 부모님. 시끄럽고 귀찮은 언니 오빠, 심지어 술에 중독되어 그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가는 구씨. 그리고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어떻게 해방될수 있겠는가? 그리고 답하지 않는다.
나는 이 시대에 그리고 이 시대에 질문하고 싶다. "무엇으로 부터 해방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해방 할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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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 - 테렌스 맬릭
황무지 - 테렌스 맬릭
많은 영화 목록을 들여다보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보기 시작했는데, 이 영화를 '클라이테리온'에서 배급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느리게 움직이는 화면. 단조롭고 물기 없이 메마른 화면의 나열, 미국중북부의 평범한 주, 사우스다코타의 가난한 동네는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한국(남한)보다 두 배나 넓은 면적의 땅에 인구는 70여 만 명에 불과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가난한 지역이다.
이른 아침, 쓰레기 청소차가 골목을 지나가면서 두 사람이 집앞마다 쓰레기통을 들어 차에 옮긴다. 청년 키트(마틴 쉰)는 무심한 표정으로 쓰레기통을 옮기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홀리(씨씨 스페이식)의 나레이션으로 진행한다. 홀리는 고등학생이고, 여기 사우스다코다주로 오기 전에 텍사스주에 살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텍사스를 떠나 사우스다코타주로 이주하는데, 홀리의 아버지는 간판을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먹고 사는 문제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집도 비교적 깨끗하다.
홀리는 학교에 다니지만, 아직 친구도 없고, 혼자 집에서 곤봉 연습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홀리와 키트는 우연히 만나고, 두 사람은 홀리의 아버지를 피해 점점 깊은 관계를 갖는다.
지루하고 심심할 것만 같은 영화는 키트의 돌발적 행동으로 급변한다. 홀리의 아버지는 키트에게 경고하고, 두 사람이 만나지 말라고 말한다. 키트는 홀리의 집에 몰래 들어가 홀리의 가방을 싸고, 홀리의 아버지와 맞닥뜨리자 그를 살해한다. 첫번째 살해다.
놀라운 것은 홀리의 태도다. 자기 아버지가 키트에게 총맞아 죽었지만, 홀리는 놀라지도, 비통하게 울지도 않는다. 다만, 죽은 아버지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걱정한다. 키트는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범행을 녹음한 싱글 LP판을 집앞에 놓고 홀리와 함께 도망한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이 있었다. 1957년 미국 네브라스크주 링컨에서 연쇄살인을 하던 커플이 있었다. 찰스 스타크웨더와 카릴 앤 퍼게이트가 그들인데, 나이가 19살, 13살이었다. 이들은 약 10여 명의 사람을 살해했고, 1959년 찰스는 전기의자로 사형, 카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영화의 흐름도 실제 찰스의 범행과 매우 비슷하게 진행한다. 이 영화가 놀라운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주인공의 태도가 비정상적으로 차분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을 죽이면서 감정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두 가지 경우로 추측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지 못하는 싸이코패스이거나,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한 비정상적인 인물일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행위가 비정상인 상황에서 두 사람이 갖는 감정 역시 '정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키트가 사람을 마구 죽이는 것을 보면서도 홀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 매우 닮았다.
감독 테렌스 맬릭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이후 테렌스 맬릭의 작품들을 보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마쳤으며, 서른 살이 되기 전에 MIT에서 철학과 조교수로 강의를 할 정도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서른 살에 저예산으로 이 영화를 만들어 감독 데뷔를 하자, 헐리우드에서는 천재 감독이 나타났다는 반응이었다. 영화와 관련 없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놀라운 영화를 만들면서 등장한 것이다.
데뷔 작품부터 테렌스 맬릭 감독의 영화는 영상으로 철학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은 뛰어난 영상 이미지와 그 속에 함축되어 있는 철학적 의미를 모색하는 장치를 내재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극단적 무심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를 생각하면, 영화가 단순히 미장센으로서의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사회를 관통하는 시대적 상황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서도 그랬지만, 영화에서도 두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열정도, 의욕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좀비'같은 인물인 것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엄청나게 성장하고, 물질문명의 첨단을 달려왔지만, 70년대의 미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베트남 전쟁을 일으켜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극심한 자본주의의 폐해에 저항하는 히피운동이 일어나고, 이때부터 미국에는 남미에서 들어오는 마약이 급증하면서 마약중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너는 왜 노력도 하지 않고 절망하며, 분노하는가'라고 충고하는 건 꼰대가 하는 말이거나, 자본의 비웃음일 뿐이다. 70년대 미국의 청년들 가운데 특히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은, 평생 다른 주로 넘어가지 못한 채 자기가 살던 마을에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부'는 고르게 퍼지지 않았고,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커졌으며, 욕망의 대상은 주로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집중했다. 발버둥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함정에 갇힌 것같은 답답한 상태의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대도시로 떠나고, 일부는 체념하며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극히 일부는 범죄자가 된다.
미국의 평범한 하층민은, 하루 노동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맥주를 마시며 텔레비전을 본다. 주급을 받으면 월세를 내고, 일주일치 식량을 구입하고, 다시 주중에는 노동을 하고, 주말에는 비 새는 지붕을 고친다.
평생 이렇게 살 것이 뻔하다는 걸 아는 청년들은, 이 삶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고향을 떠나야 한다. 그곳이 어디인지,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무조건 이 낡고 더러운 고향을 떠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한다.
키트는 극단적 방법으로 고향을 떠난다. 그는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지만, 아마도 자기 부모를 먼저 살해하고 홀리의 집을 찾아온 것일 수 있다. 그렇기에 홀리의 아버지를 아무렇지 않게 살해한 것이고, 계획적으로 홀리를 데리고 떠난 것이 아닐까.
이후,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일관성이 있다. 그를 추적하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살해하고, 자기와 함께 쓰레기 청소부로 일하던 동료의 집을 찾아가 그를 죽이고, 그 동료를 찾아온 남녀를 지하실에 가두고 총을 쏜 다음 도망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두 사람은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을 살해한다.
하지만 키트가 죽이지 않은 두 사람이 있는데, 부잣집에 들어가 주인과 하녀를 감금하고 나올 때, 이 두 사람은 살려둔다. 왜 죽이지 않았을까. 부자가 키트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었기 때문에? 저항하지 않고, 신고도 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찰스와 홀리가 만난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은 가난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은 모두 죽었다. 오직 부자와 부자의 하녀만 살려두었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 키트가 살해하는 대상이 특정 계층이나 계급에 있지 않다는 걸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즉 키트는 20대 청년이지만 대단히 어리석고 무지한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냉혹한 싸이코패스가 아니라, 시골 구석에서 배우지 못하고, 사회적 윤리와 도덕에서 비껴 있는 소외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외'는 철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키트는 자신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그것을 자각한다는 것은 사회와 자기의 위치를 인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키트는 그럴만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가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을 읽으면서 키득거리는 것을 보면, 그가 문맹은 아니라는 것이고, 어느 정도 학교 교육을 받았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자각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증거로 보긴 어렵다.
건조하고 냉담한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테렌스 맬릭의 관점은 키트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이입하지 않는 것, 그래서 오로지 인물의 행위만을 관찰하면서 인물과 상황을 객관화하고, 관객으로하여금 인물의 감정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장치는 이후 짐 자무시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과 같은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철학적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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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형사와 함께 펑펑 터져볼래?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범죄도시 2>가 개봉했다! 1편이 거의 나의 취향저격이었기 때문에 2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목 빠지게 기대하고 있었다. 이 시리즈 1편이 처음 개봉할 때는 영화를 지금같이 딥(?)하게 파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알던 정도였다. 근데 분명하게 알던 건 마동석 배우 특유의 캐릭터였다. 2015년에 <부산행>과 2016년 <베테랑>이 개봉했다. 여기서 나왔던 마동석 배우는 모두들 알다시피 싸움 잘하는 아저씨였다. 근데 싸움만 잘하냐? 아니다. 그 마초스러운 이미지에 귀여운 애교까지 장착하기 시작했다. 외적으로는 이랬고 또 배우의 본업 내적으로도 성과가 좋았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부터 <부당거래>까지 든든한 조연으로 필모그래피를 하나, 둘 씩 쌓아놓고 있던 터라 그가 잘 되는 건 그냥 시간문제였다. 아무튼, 이 영화 <범죄도시>는 이 배우의 유명세에 기름을 부은 작품이 됐다. 나 역시 마동석표 액션이 재미있다. 이런 사람들의 기대치에 힘입어 이 작품은 대박이 났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나 하얼빈의 장첸이야!!!!'나 '어 싱글이야'같은 유행어들이 우리나라를 강타했다는 건 아마 모두들 기억하실 것 같다. 나도 영화가 한참 유행할 때 보진 않았음에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중에서야 이 영화를 보게 된 나. 요즘에서야 책도 어느 정도 읽었고 영화도 보고 있지만 내가 나의 취향을 어림잡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내가 한국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아저씨>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최애까진 아니더라도 '마음에 든다'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나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시리즈의 후속작을 엄~청 기다렸고, 정식 개봉일인 19일보다 며칠 일찍 극장에 가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K-슈퍼히어로였다! 2008년의 대한민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 일이 있고 4년 후
장첸과의 한바탕이 있었던 4년 후. 금천구 강력반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경찰 업무를 하고 있다. 그렇게 공을 세웠는데도 뭔가 처우가 개선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이 금천구에 사건이 일어났다. 정신병동을 탈출한 남자가 여대생 하나와 가게 주인을 데리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었다. 홍석과 상훈, 동균은 상황에 어쩔 줄 모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석도의 행방을 찾는 금천구 강력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쿵쿵 걸으며 마석도가 등장했다. 흉기를 휘두르는 남자를 손쉽게 기절시킨다. 그런데 기절시키다 못해 일이 벌어졌다. 남자가 주먹 한방 맞고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은 것이다.
전일만은 금천구 강력반의 반장이다. 상관에게 불려 가서 와장창 깨졌다. 윗동네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업무 지시사항을 마석도에게 전하게 된다. 그 지사사항은 '베트남에 가서 범죄자 하나를 인도해와라'였다. 듣자 하니 무슨 자수를 했다고 한다. 오케이. 그럼 휴가 쓰는 셈 치고 가지 뭐. 전일 만과 마석도는 더듬더듬 영어실력과 함께 베트남 비행기에 탑승한다. 어렵지 않게 베트남 영사관 쪽 담당자와 연결하고, 그 자수했다던 놈을 심문하기 시작하는 둘. 둘은 베트남에서도 진실의 방을 만들며 하나하나씩 정보를 얻기 시작한다. 뭔 베트남에서 베트남에서의 연쇄살인사건과 강해상이라는 인물에 대해 알기 시작한다. 장첸과는 다른 부분으로 악랄한 강해상. 이 강해상은 극악무도한 범죄수법으로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나쁜 놈을 때려잡는 마석도의 이야기가 영화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데 익숙해서 웃겨
5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그 이유인지 전작에 대한 오마주가 몇 개 보인다. 초반부 마석도가 등장하고 칼을 휘두르는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의 구도만 봐도 1편를 차용한 느낌이 난다. 또 예고편에서 나왔던 장이수 캐릭터 활용법도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다. 또 정인기 배우의 지역 경찰 계급 서장 캐릭터나 휘발유가 다시 등장하는 부분도 전 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팬서비스 차원에서 만족할만하다. 엔딩부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 날 것 같다.
근데 이런 전편에 대한 오마주가 단순히 캐스팅에서 짠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사실 어찌 보면 뻔하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알고 봐도 웃기다. 예고편에도 나오지 않나? "넌 뭐야?" "까불인데요" "까불고 있어"식의 말장난이 극에서 자주 나온다. 이런 유머 방식은 1편에서 많이 쓰였다. "혼자 왔니?" "어 싱글이야"가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지? 이런 유머 포인트가 1절 만하고 딱 끝나는 선이 아니라면 좀 식상해지기 쉽다. 그냥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같은 패턴의 유머를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보면 딱 느껴지지 않나. 진짜 재미없어서 말도 걸기 싫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다르다. 뭐 말장난식 유머만 재밌는 게 아니다. 초반부 반장의 존재 유무도 재미있다. 또 반장이 서툰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거 2007년에 <무한도전>에서도 봤던 유머인데도 웃긴다. 뻔뻔하게 재미있는 영화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근데 또 막상 웃기기만 한건 아냐
이 영화가 단순히 웃기고 재밌고 이런 것에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다른 강점 중 하나는 촬영이다. 이 영화의 가장 첫 번째 장면에서 영화는 베트남의 풍광을 묘사한다. 베트남에서의 이야기와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무게감이 살짝 다른데, 어쩌면 난잡해질 수도 있는 영화의 톤을 나름의 영상미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해외 로케이션을 경제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타지의 모습과 범죄의 잔혹성이 매치가 잘 되니 연출의 승리였다. 그냥 자연스러운 풍광만 예쁜 것이 아니다. 베트남의 한 경찰서, 협소한 아파트, 봉고차 안, 식당까지 그냥 단순히 인물이 거기에 있어서가 아닌 소재를 활용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적절한 촬영은 베트남에서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니다. 가령 중후반부의 마석도 혼자 걸어가는 장면, 최후 반부의 특정 신은 감독이 이 장면에는 '관객이 이런 걸 느껴야 해!'를 생각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아. 촬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롱테이크 신이 있다. 이 부분은 그냥 직접 보시라. 아마 올해의 베스트 신 TOP 3 안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 당연히 액션이다. 액션 연출이 좋았다. 초반부 마석도가 흉기를 든 남자를 제압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마석도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을 보면 무슨 돌로 사람을 머리 찍는 소리가 난다. 난 이걸 처음 들을 때 솔직히 작위적이라고 생각한다. 뭐 내가 적응을 해서인지 이 사운드에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가 전개될수록 맞은 인물들의 리액션이 나오는데, 이거랑 잘 맞는다. (이거 외엔 할 말이 없다. 극 중에서 마석도가 성장하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퍽 퍽 때리는데 역시 뛰어난 연출이 극의 생동감을 부여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사운드 연출이 아니더라도 맨몸 액션 자체가 확실히 보는 재미가 있었다. 초반부를 지나 한 30분쯤 됐을 때 마석도의 액션신이 나오는데, 뭐 사람 하나몇 대 연속해서 때리지 않아도 이 사람이 얼마나 센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맨몸으로 두들겨 패기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장소마다 지형지물을 잘 활용하는 모습까지 있으니 몰입에 도움이 된다. <이터널스>의 길가메시보다 인물 연출이 뛰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마석도 캐릭터만 액션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강해상 캐릭터의 액션 연출도 탁월했다. 강해상 (일당)은 민첩성이 좋다. 이 인물은 갑자기 튀어나와서 사람을 습격하는 방식의 캐릭터다. 앞에서 썼던 소리 연출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조용하다가 쉭쉭 나타나서 공격하는데 그냥 간단하게 인물 액션만 보여주고서는 이런 디테일을 살릴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인물 설정을 십분 발휘했던 액션신도 기억에 남는다. 이 <범죄도시> 시리즈의 주요 재미 포인트는 무서운 빌런이 한몫할 텐데, 장첸과는 다른 연기 역시 보는 맛이 있었다. 주인공과 악역 액션 설정만 좋았냐? 아니다. 예고에서도 나왔던 장이수의 카체이싱, 다른 경찰 캐릭터들의 액션까지 전작 1편에서 너무 마석도에게 집중되는듯한 분량을 인물의 적절한 활용을 통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방식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역시 이상용 감독이 인물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난다.
사실 손석구 배우 작품 처음 봅니다
요즘 <나의 해방 일지>인가? 손석구 배우의 인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드라마는 사실 손이 잘 안 가는 나. 그의 활약상을 잘 보지 못했다. 목소리도 아예 처음 들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좀 놀랐다. 이 배우가 엄청나게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물론 지금도 충분히 잘 나가고 있는 배우지만 이 사람은 <베테랑>의 유아인처럼 여기서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장첸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빌런이었다. 뭐 강해상 역시 감정을 참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뭔가 절제하고 여유 있는 살인마였다. 이때의 강해상이 입에 품고 있는 미소 + 왠지 모를 자신감 + 꼼꼼한 성격까지 다방면의 특성을 가진 인물을 소화해냈다. 전작에서 윤계상-김성규-진선규 세 배우의 뛰어난 연기가 임팩트가 커서 아마 이 셋의 악역을 지울 수 있을까 싶은 분도 있을 텐데, 아마 이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셋의 존재감을 캐릭터 설정과 좋은 연기로 잘 틀어막았다.
통통 튀는 조연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조연들이다. 물론 마동석의 마석도, 손석구의 강해상의 카리스마는 탁월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 둘이 빛나기 위해 조연들이 배경을 깔아주다시피 했다. 인물들은 각각의 개성을 보여주며 이야기에서 적지 않은 위치를 차지하는데, 감독의 인물 설정을 알맞게 소화한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작 1편에서 장이수 캐릭터가 살짝 허무했다고 생각한다. 흑룡파 3인방이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캐릭터의 개성을 줄였다고 하면 사실할 말은 없다. 물론 극에서 장첸에게 한방 먹이기에는 성공하지만 이것 말고는 좀 끌려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가리봉동의 대표 조폭 아니었나? 장첸의 카리스마에 찍소리도 못하는 게 사실 좀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이수가 2편에서는 단순히 유머 소재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 인물이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쌓아놨던 성격과 서사가 극에서 경제적으로 잘 쓰인다. 이런 인물 설정은 다른 조연들에게도 적용된다. 전일만-오동균은 전편이나 지금이나 마석도의 응원단장 같은 느낌이다. 사실 당연할지도 모른다. 장첸이나 강해상이나 싸움 자체는 잘한다. 그래서 이 둘과 전면전을 붙으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각각의 특정 시점을 지나가면서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홍석-상훈 둘에게 액션신을 준 것도 이 둘이 그냥 나이가 비교적 어리고 무력이 약하다고 해서 소모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둘은 다른 부분에서도 주체적으로 활약한다. 그리고 한 특정 인물에 대해 쓸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입체적인 인물이 등장했다. 후반부는 거의 이 인물 덕에 극이 전개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시리즈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캐릭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가 좋을 것이다.
그냥 재밌는데 어떡해
사실 길게 이 영화의 장점을 쓰지 않아도 된다. 이 영화는 그냥 재미있다. 한 줄 요약. 잘 만든 영화다. 코로나19 여파로 우리나라 기대작들이 개봉이 많이 밀렸다. 이제 6월이 되고 나서야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이 레이스의 좋은 스타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놀러 가서 봄 극장 나들이 하기 딱 좋은, 그런 잘 만든 킬링타임 영화다. 부럽다! 안 본 사람이 있어서! 이 시리즈의 3,4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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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독특한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 <데시벨>의 개봉부터
22년 만에 리메이크가 되는 <동감>의 개봉까지!
그럼 11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데시벨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10분
감독: 황인호
출연: 김래원, 이종석, 정상훈 등
개봉: 2022.11.16
배급: 마인드마크줄거리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이 벌이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
관전 포인트
소음 반응 폭탄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영화 <데시벨>은 대규모 로케이션과
현실감 넘치는 생생한 사운드 효과로 눈과 귀를 사로잡아 관객들에게 대체할 수 없는 시네마틱
스펙터클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감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한국 | 114분
감독: 서은영
출연: 여진구, 조이현 등
개봉: 2022.11.16
배급: CJ CGV줄거리
1999년의 ‘용’과 2022년의 ‘무늬’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
관전 포인트
배우 유지태와 김하늘이 주연을 맡았던 로맨스 <동감>을 22년 만에 리메이크하여 완전히
새로워진 감성을 선보인다. 청춘의 풋풋한 매력과 아련한 감성을 선사하여 설렘과 공감을
자극할 예정이다.
폴: 600미터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영국, 미국 | 107분
감독: 스콧 민배우: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등
개봉: 2022.11.16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줄거리
내려갈 길이 끊겨버린 600m TV 타워 위에서 두 명의 친구가 살아남기 위해 펼치는 사상 최초의
고공 서바이벌.
관전 포인트
작가 스티븐 킹이 극찬 리뷰를 남겨 화제를 모은 작품 <폴: 600미터>는 <47미터>,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등 제작진이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배가 시켜 높은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산 리덕스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한국 | 151분
감독: 김한민배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등
개봉: 2022.11.16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줄거리
1592년 임진왜란 초기, 조선의 운명을 건 해전을 앞둔 이순신 장군의 고뇌와 전투에 임했던
이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관전 포인트
기존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21분 15초 추가된 감독 확장판 버전인 <한산 리덕스>.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와 거북선의 활약 등 숨겨진 명장면을 추가하여 한층 깊어진
이야기와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심야카페: 미씽 허니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한국 | 103분
감독: 정윤수배우: 채서진, 이이경, 신주환 등
개봉: 2022.11.17
배급: (주)영화특별시SMC줄거리
결혼식 당일 사라진 연인을 찾아 나선 윤이 밤 12시부터 해 뜰 때까지 문을 여는 시공간이 초월된
‘심야카페’에 초대되며 펼쳐지는 로맨틱 판타지.
관전 포인트
2020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시즌 3까지 국내와 글로벌 히트를 이어오고 있는 웹드라마 <심야
카페>의 극장판 <심야카페: 미씽 허니>는 시공 초월 세계를 스크린으로 담아낸 영화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연출한 정윤수 감독이 12년 만에 복귀하는 작품이다.
파이어버드
ⓒ 네이버 영화
개요: 멜로 | 에스토니아, 영국 | 107분
감독: 피터 리베인
배우: 톰 프라이어, 올렉 자고로드니 등
개봉: 2022.11.17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
줄거리
모든 게 금지된 냉전 시대, 젊은 군인 ‘세르게이’와 전투기 조종사 ‘로만’의 위험한 사랑을 그린 퀴어
로맨스 영화.
관전 포인트
영화는 러시아 배우 세르게이 페티소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톰
프라이어는 주연뿐만 아니라 각본, 제작에도 참여를 하며 화제를 모았다.
OTT 공개 영화
크리스마스 스피릿
ⓒ Apple TV+
개요: 뮤지컬 | 미국 |
감독: 숀 앤더스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윌 페럴 등
공개: 2022.11.18
스트리밍: Apple TV+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령들을 만나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되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영화
관전 포인트
찰스 디킨스의 고전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재해석한 작품 중 최초로 유령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크리스마스 스피릿>은 <라라랜드>, <위대한 쇼맨> <알라딘> OST에 참여한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 콤비가 OST를 작곡했으며, 에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클로에 아놀드가 안무를 맡아
기대를 높이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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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말없이 걱정과 위로를 전하는 심장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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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의 단편 신작으로 찾아온 이창동 감독. 그의 작품을 전주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나고 싶었지만 티켓팅 시간을 놓쳐 대차게 예매를 실패하고 안타까워하며 어쩔 수 없이 전주돔에서 하는 심장소리 + 박하사탕 릴레이 상영을 예매했다. 그래도 운이 좋게 무대인사를 통해 이창동 감독을 만나볼 수 있어서 나름 위안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영화 <심장소리>는 여덟 살 철이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다가 왠지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혀 선생님께 화장실에 간다고 말한 뒤 곧장 집으로 달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 이 이후로는 영화 <심장소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어린 아이의 슬픔
영화 <심장소리>는 우울증에 걸린 엄마와 부당해고를 당한 뒤 크레인에서 홀로 농성을 하는 아빠 사이의 초등학생 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 대부분의 장면이 아들 ‘철이’가 뛰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초반에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뛰는 장면만 보다보니 도대체 저 아이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 것일까? 안쓰러운 마음과 함께 담답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보면 아이의 기행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는 말미에 엄마의 불안한 심리와 아빠의 경제적 위기라는 환경을 제시하면서 그 의문점을 풀어준다. 단편임에도 짜임새 있는 구조와 관객들의 몰입감을 불어넣어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신의 엄마가 잘못됐을까봐 걱정하는 한 아이의 마음이 오롯이 전달이 돼서 더욱 먹먹할 수밖에 없었다. 아빠는 농성으로 인해 떨어져 있고, 현재 자신에게 가장 가깝고도 의지하는 사람이 엄마이기에 엄마마저 잘못된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 어린아이가 얼마나 다급하고, 엄마를 걱정하는지 그 모습을 달리기를 통해, 그리고 무모하게도 베란다로 집을 들어가는 행동을 통해 어린아이가 하나에 집중하면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는 그 모습을 잘 그려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심장소리로 전하는 위로의 말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 <심장소리>에 대한 정보를 거의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포스터로 보여지는 이미지와 심장소리라는 영화 제목을 통해 주인공이 아픈가?하는 생각을 했었다. 심장이 아파서 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지나,,,? 혼자 이상한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심장소리>는 아이가 아픈 것이 아니라 되려 엄마가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설정이었다. 그런 엄마를 둔 아들 철이가 아침에 본 메모가 유서라고 착각을 하고 학교에서도 불안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결국 철이는 교실을 박차고 나와 엄마가 있는 집으로 달려가지만 집 문은 굳게 잠겨있고, 갖은 노력 끝에 집에 들어오지만 엄마는 집에 없고, 옥상에 엄마가 있다는 소식을 듣자 불안한 마음에 다시 달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엄마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달래는 중이었고, 철이는 그런 엄마를 안아주며 위로를 전한다.
“철아, 왜 이렇게 심장소리가 크게 들려”, “엄마도 심장이 뛰어요”라는 말을 통해 서로가 살아있음에, 그리고 함께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에 위로를 전하고, 위안을 받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 헤매며 뛰어왔을 아들에게서 느껴지는 가쁜 숨소리와 큰 심장소리를 통해서, 하지만 그 걱정에 대한 말은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을 꼭 안아주는 아들을 통해서 엄마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큰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감히 유추해본다.
영화 <심장소리>는 정말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위안에 대해 너무나도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절로 박수가 나왔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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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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