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1-12-20 00:21:32
소중한 것이 그 자리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 피닉스
대체할 수 있는 기만, 대체할 수 없는 마음.
고통으로 이루어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돌아온 넬리는 레네와 함께 고향으로 갑니다.
그러기 위해 검문소를 거치는데 고통으로 침철된 상처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시대의 참혹함을 들여다볼 수 있었죠.
더 고통스러운 것은 얼굴 재건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전과는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술로도 원상태로 돌릴 수 없었던 겉모습과 마음은 조니의 흔적에서는 찾을 수 있었는지 만류하는 내네의 말에도 조니와 함께합니다.
그와 함께하면서 시작된 기만을 비롯한 연극이 비극의 끝을 향하고 있는 걸까요.
넬리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추억이 조니에게는 바래진 추억일 뿐이라는 게 슬퍼졌습니다.
그렇게 당연하게 여겨진 것을 잃어가며 소중한 것을 되찾게 되길 바랄 뿐이었죠.
복수보다 무서운 용서가 마지막을 맴돕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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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라이브즈 | 현생과 전생 사이에서 부유하는 인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2살의 '해성'(유태오)는 첫사랑 '나영'(그레타 리)를 갑자기 잃는다. 그녀의 가족 모두가 뉴욕으로 이민을 떠났기 때문. 이후 12년이 지나도록 해성은 현생을 열심히 살아간다.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에 가고, 취업을 걱정한다. 그러나 그의 마음 한 편에는 나영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 그래서 그는 SNS를 통해 나영을 찾기로 결심한다.
한국을 떠나 12년 간 뉴욕에서 살아간 나영. 노벨 문학상 수상을 꿈꾸던 소녀는 여전히 작가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어느 날, 나영은 SNS에서 어릴 적 풋사랑의 주인공이었던 해성이 자기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에게 연락한다. 그렇게 가까스로 닿은 인연을 또 다른 12년 간 간직한 두 남녀. 마침내 해성은 나영을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스쳐 지난 수많은 "만약"의 순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공식을 거부하다
바에 나란히 앉은 세 주인공. 그들의 대화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두 목소리가 들려온다. 주인공 셋을 관찰하며 그들의 관계를 유추한다. 그 내용은 마치 관객의 머릿속을 들여다본 듯하다.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동양인 남녀를 커플 비슷하게 생각한다.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 서양인 남성은 친구 내지는 가이드일 거라고 여긴다. 추측은 계속 바뀌지만, 그들의 의견은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의 구도 안에 갇혀 있다.
대부분의 로맨스 영화라면 평범한 순간이다. 애초에 로맨스 장르의 틀은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 해피엔딩이든 배드엔딩이든 그 결말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속내용도 새로운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사랑의 힘으로 현재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와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셀린 송 감독의 첫 장편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면 알 수 있다. 위의 오프닝 시퀀스는 선전포고였다는 것을. 실제로 <패스트 라이브즈>의 끝은 전혀 다르다. 로맨스 영화에 기대하는 바를 완전히 벗어나는 감성의 여운을 선사한다. 그 중심에는 전생과 이민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이는 <패스트 라이브즈>가 신인 감독 작품인데도 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 노미네이트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기시감 가득한 시작
초반부는 익숙하다. 해성과 나영의 유년 시절을 보여준다. 초등학교에서 성적을 두고 다투던 라이벌. 그와 동시에 단순한 친구 이상의 호감을 지닌 두 베스트 프렌드. 그들의 풋사랑은 나영이네 가족이 모두 이민을 가면서 자연히 깨진다. 그렇게 둘은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노벨 문학상을 꿈꾸던 소녀 나영은 미국에서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공대생이 된 해성은 취업하기 위해 분투한다.
길이 갈린 두 친구가 재회한 계기도 익숙하다. 해성이 군대에서 훈련을 받던 중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린다. 그는 나영의 아버지가 유명 영화감독이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SNS에서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그의 노력 덕분에 나영도 해성이 자기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에게 연락한다. 그렇게 그들의 인연은 12년 만에 극적으로 이어진다.
이 빌드업은 익숙한 그림을 연상시킨다. 해성과 나영은 곧 재회할 것이다. 같이 살던 옛 동네에서 추억을 공유하며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이 반가움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성인이 됐으니, 이성적인 감정으로 커질 것이다. 물론 현생은 그들을 편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원거리 연애라는 제약도 있고, 취업을 비롯한 미래의 문제가 그들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은 끝내 해피엔딩에 도달할 것이다.
두 번의 변곡점
그런데 <패스트 라이브즈>는 예상된 그림을 자꾸 벗어나며 관객과 밀당을 벌인다. 해성과 나영은 재회하지 않는다. 둘은 영상 통화만 나눈다. 그조차도 오래가지 않는다. 서로에게 빠져들고, 서로의 존재가 너무나도 익숙해지려는 찰나에 그들은 교류를 끊는다. 온라인상의 관계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자 그들도 서로의 관계를 스스로 정의하지 못한다. 그렇게 해성과 나영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다시 예상대로 되돌아오기는 한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미련을 끝내 버리지 못한 나머지 뉴욕에서 재회한다. 해성과 데이트를 즐기며 혼란스러워하는 나영. 해성을 질투하는 나영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 조심스럽지만 자기 마음을 숨기지는 않는 해성까지. 로맨스에서 빠질 수 없는, 삼각관계라는 익숙한 풍경이 마침내 펼쳐지는 듯 보인다.
이 기대는 한 번 더 깨진다. 셋이 오프닝 시퀀스의 술집으로 향하자 긴장감은 최고조에 다다른다. 작은 불꽃만 튀어도 터질 것만 같다. 하지만 해성과 나영은 아서를 빼놓은 대화 끝에 서로를 사랑한 게 아니라 어린 시절이 그리웠을 뿐이라고 결론 내린다. 그렇게 영화는 불륜도, 운명적 사랑도 아닌 오래되고 특별한 우정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로맨스 영화의 공식을 오가는 작법 덕분에 <패스트 라이브즈>는 기술적으로 퍽 흥미롭다.
전생과 현생 사이에서
물론 혹자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시나리오를 비판할 수도 있다. 확실한 맛이 아니라며 게으르거나 흐릿하다는 지적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개의 변곡점을 잇는 멋진 선 덕분에 <패스트 라이브즈>의 변주는 더욱 아련하다. 영화는 나영의 대사를 통해 거듭 '인연'을 강조하고, 그 결과 '전생(Past Lives)'이라는 제목에도 새로운 의미가 깃든다.
아서에게 나영은 말한다. 부부로 맺어지려면 전생에 8천 겁의 인연을 맺어야 한다고. 1겁이 10년의 28 제곱이니, 부부의 연이 얼마나 특별한 지를 강조하는 고백인 셈이다. 이는 해성과 노라의 관계에도 해당이 된다. 1만 킬로미터가 넘는 공간과 수십 년의 시간 차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끊어지지 않는 사이니까. 그들 스스로도 본인들의 전생을 궁금해할 정도로. 이 특별함은 아련함이 되고, 몽글몽글한 감정은 스크린을 휘어잡는다.
그 특별함은 결말에도 더 힘을 싣는다. 아무리 과거의 인연이 질기더라도, 부부의 연은 결국 나영과 아서의 몫이다. 전생의 인연이 더 강렬해 보여도 현생의 인연보다 진하지는 못하니까. 그렇지 않다면 이미 전생의 인연은 전생이 아닐 테니. 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논리적으로 귀결되기에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히려 더 감성적이다. 해성과 나영의 인연을 일반적으로 풀었다면 판타지겠지만, 그 길을 가지 않았기에 울림이 더 깊다.
돌풍의 원천
이 지점에서 <패스트 라이브즈>의 또 다른 특이점도 엿볼 수 있다. 전생과 현생의 개념을 공간적으로 시각화한다. 그래서 해성과 나영이 결코 연인이 되지 못할 인연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암시한다. 그들의 현생은 따로 있다. 나영은 미국, 해성은 중국에서의 삶과 관계가 그들의 현생이다. 그들이 그리워하는 어린 시절은 이미 떠난 보낸 한국에서의 삶이다. 즉, 한국이라는 장소와 그곳에서의 시간이 그들의 전생인 셈이다.
이는 나영과 해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이민자에게 미국은 현생이고, 떠나온 고국은 전생이나 다름없다. 장소뿐만 아니라 그곳에서의 사람과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민자라면 누구에게나 나영과 해성 같은 사랑이나 우정이 있었을 테니. 인연과 전생, 윤회라는 개념에 착안한 점도 나름 신선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이를 이민자의 삶에 결부시켰기에 보편적인 공감대를 자아내지 않았을까 싶다.
나영에게 해성은 고국과 전생에 대한 향수와 추억이다. 반면에 아서는 미국에서의 정착과 현생을 뜻한다. 이때 끝내 아서를 택한다는 것은 모든 이민자가 결국 미국에서의 삶과 가치,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수용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이자 결말인 셈이다. 그래서 <패스트 라이브즈>가 유독 미국에서 반응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뻔한 말도 이토록 감성적일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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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테스와 보낸 여름> 눈부신 싱그러움과 흐뭇한 성장기
테스와 보낸 여름 (My Extraordinary Summer with Tess , 2019)
<테스와 보낸 여름>은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떠난 바닷가 근처의 휴가지 여행을 떠오르게 합니다. 휴가지의 낯선 풍경과 함께 여름을 간 다양한 사람들, 거기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이 주는 낯선 느낌은 이제껏 겪어왔던 세상과는 달랐던지라 신비스럽기도 하고, 다양한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휴양지 테르스헬링에서 펼쳐지는 조금 엉뚱한 소년 샘과 그보다 더 엉뚱한 미지의 소녀 테스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하고, 코로나로 집에 발이 묶여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을 환기 시켜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영화일 것입니다.
포스터의 색감만 봐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온 샘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공룡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궁금해하는 조금 엉뚱한 소년입니다. 자연의 시간 순리 상 부모님과 형이 먼저 떠나게 될 것이므로 나중에 자신이 홀로 남겨졌을 때를 대비하여 휴가지에서 휴가보다는 외로움 적응 훈련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던 와중 만난 소녀 테스!
만나자마자 샘에게 살사를 추자고 권하는 샘보다 조금 더 엉뚱하고 발랄한 이 소녀는 무언가 꿍꿍이를 감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스의 엄마가 운영하는 민박집에 어른 남자인 휘호를 숙박 이벤트 당첨자로 초대하고, 어쩐지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은 테스가 야속한 샘. 그런 샘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그 비밀로 새로운 일들을 맞이하게 되는 두 사람. 생각지 못했던 테스의 비밀은 직접 확인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 아래부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언젠가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걱정일까?
아쉽게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세상에 혼자 남겨질 운명입니다. 아마 샘처럼 가족 중 막내인 경우라면, 그럴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제 기억으로, 저도 이런 두려움을 가졌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턱대고 엄마에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엄마만큼은 무조건 나보다 하루 더 살아야 돼!라고 말한 적이 있었죠. 샘도 그런 두려움이 있었는지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느라 하루의 정해진 시간만큼 혼자 바닷가에서 놀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홀로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던 도중, 밀물이 들어오는 갯벌에 발이 빠져 그의 노력과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모두를 두고 가장 먼저 떠날 뻔하게 되죠. 그때 만난 바닷가 근처의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로부터 혼자이지만 기억할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이 많아 괜찮으니, 더 늦기 전에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죠.
외로움 적응 훈련중이랍니다.
아이가 하는 걱정이나 어른이 하는 걱정이나 맥락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은 세상에 혼자 남겨질 걱정을 하며 외로움 적응 훈련을 하진 않지만, 그와 비슷한 부류인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한 걱정,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 등 매우 기우 스러운 걱정을 하며 현실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을 방해 받습니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면 이런 부류의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들에 노출되지만, 선택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될 것들을 걱정하며 지금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그렇다면 그 걱정을 지속할 것인지 벗어날 것인지를요. 영화는 매일에 충실하고 순간의 추억을 만들며 기억할 수 있는 추억들을 쌓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샘을 통해 묻고 있는 듯합니다.
▶ 사랑스러운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이름도 어려운 두 배우, 소니 코프스 판 우테렌, 조세핀 아렌센은 영화 내내 사랑스러움 그 자체입니다. 이전 연기 경력이 없는 배우로 캐스팅했다더군요! 그래서인지 연기를 꽤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서툴고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들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와 잘 어울립니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사춘기 소년소녀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또 또래이더라 하더라도, 그 나이 때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이 키가 더 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영화에서도 테스 역의 조세핀 아렌센이 키가 조금 더 큽니다. 감독의 디테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네덜란드 아동 문학가 안나 왈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9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 국제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영화제 통산 16개의 수상 경력이 있다고 합니다.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은 어린이 영화 대상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심사위원들이 선정하는 상이라고 합니다.)
또 영화를 보는 내내 눈에서 하트가 튀어나오게 하는 영화의 배경지, 테르스헬링 섬(Terschelling)도 분명 영화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전체 매력 포인트에서 약 1/3가량은 차지할 듯 ㅎ ) 네덜란드의 서 프리지아제도에 딸린 섬이라고 해요. 가져올 수 있는 이미지가 없는 게 아쉬운데, 그쪽으로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의 블로그에서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멋져요!
▶ 한 줄기 영화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입니다. 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 소년단에 입단한 소년 조조와 그의 집에 몰래 숨어있던 소녀 엘사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입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2차 세계대전과 나치 통치하의 세상, 히틀러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시종일관 밝은 톤을 유지하고 있으나, 찬찬히 관찰해보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비극과 참상은 더 슬프고 잔인한 것 같습니다. 조조의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를 연기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유쾌한 연기가 더해져 제 기준 작년 최고의 영화로서 매우 강력히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
두 소년소녀의 싱그러움에 흐뭇하고, 그들을 보며 나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는 <테스와 보낸 여름>, 코로나로 따로 멋진 휴가지를 가지 못하셨다면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예쁜 이야기들과 경치에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좋은 영화를 보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주관 가득 별점 : ★★★★
- 여름 휴양지, 못 다녀오셨다면 꼭 보세요!
- 음악, 색감, 연기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눈도 마음도 즐겁습니다.
* 본 콘텐츠는 블로거 그린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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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마지막 주 개봉영화 소개 with 씨네랩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
매 주 화요일!
한 주의 개봉작 중에서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은 작품을
씨네랩이 직접 큐레이션하여 소개드리는 콘텐츠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씨네랩은 영화의 다양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무부분별하고 방대한 영화 정보를 자체 검증 시스템을 통하여 선별하여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큐레이션 매거진입니다.
씨네랩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Film Library' 서비스는
현재 상영영화와 개봉 예정 영화의 정보 제공 아카이브인데요.
영화의 상영일과 줄거리는 물론 검증된 시스템을 통하여 선별된
씨네랩 크리에이터들의 영화 평점과 코멘트 또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영화/OTT의 모~~든 콘텐츠 정보를 아주 쉽고 편리하게 제공받으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그럼 씨네랩과 함께하는 12월 마지막 주의 개봉 신작을 소개하겠습니다!
1. 해피 뉴 이어(A YEAR-END MEDLEY)
멜로/로맨스 | 한국 | 138분
감독 : 곽재용 | 출연 :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원진아, 김영광, 이광수, 서강준, 이진욱 등
개봉 : 2021년 12월 29일 개봉/ 티빙 동시 공개
배급사 : CJ ENM, 티빙
5년째 남사친에게 고백을 망설이는 호텔리어 ‘소진’. 그런 소진의 속도 모른 채 여자친구 ‘영주’ 와의 초고속 깜짝 결혼을 발표하는 ‘승효’.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짝수 강박증으로 고생하는 호텔 대표 ‘용진’.
뮤지컬 배우의 꿈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든 하우스키퍼 ‘이영’. 공무원 시험 낙방 5 년 차,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호텔 투숙객 ‘재용’ 에게 걸려온 뜻밖의 모닝콜 오랜 무명 끝 전성기를 맞이하고 함께하는 마지막 콘서트를 앞둔 가수 ‘이강’ 과 매니저 ‘상훈’ 40년 만에 우연히 첫사랑 ‘캐서린’을 다시 만난 호텔 간판 도어맨 ‘상규’ 매주 토요일 호텔 라운지에서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는 맞선남 ‘진호’까지..
때론 아찔하고, 때론 애틋하고, 때론 눈물나게 행복한 올해의 마지막, 호텔 엠로스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관전포인트* : 지금의 배우 전지현을 슈퍼스타로 만들어준 작품으로 유명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연출한 곽재용 감독의 차기작입니다. 곽재용 감독은 영화 <클래식>의 연출자이기도 한데요.
이 작품 역시 지금도 많은 영화팬들에게 인생 멜로작품으로 꼽히는 영화입니다.
가장 기대되는 점은 아무래도 배우, 출연진일 것입니다. 14인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인만큼 개성있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여 저마다의 사연을 그려낼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한지민, 이동욱, 강하늘, 윤아, 이광수 등 국내외에서 사랑을 한껏 받고있는 배우들의 출연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훈훈할 것 같습니다. 연말과 어울리는 영화인만큼 시기적절한 영화이기도 하네요! :)2. 램 (Lamb)
스릴러 | 아이슬란드, 스웨덴, 폴란드 | 106분
감독 : 발디마르 요한손 | 출연 : 누미 라파스, 할미르 스나에르 구오나손, 비욘 흘리뉘르 하랄드손
개봉 : 2021년 12월 29일 개봉
배급사 : 오드 AUD
"눈 폭풍이 휘몰아치던 크리스마스 날 밤 이후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선물 받은 '마리아' 부부에게 닥친 예측할 수 없는 A24 제작의 호러"
*관전포인트* :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오리지널리티상 수상(주목할만한 시선), 제54회 시체스영화제 3관왕,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노미네이트된 작품으로 일찍이 화제를 모은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 <유전>을 제작한 호러 명가 제작사 A24의 제작작품이라는 점이 영화관객들의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게 아닐까요?
또한 포스터나 예고편에 줄곧 등장하는 '어린 양'의 비주얼은 영화의 독특한 소재처럼 느껴지며, 궁금증을 품게합니다.항상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서스펜스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메이드in 'A24 호러작품'인만큼 당연하게도 기대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이네요.
마지막으로 주인공 '마리아'역을 맡은 누미 라파스 배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입니다.<밀레니얼>, <월요일이 사라졌다> 등 에서 항상 눈에 띄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인만큼 영화 <램>에서 역시 얼마만큼의 파급력있는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3. 노웨어 스페셜 (Nowhere Special)
드라마 | 영국, 이탈리아 | 96분
감독 : 우베르토 파솔리니 | 출연 : 제임스 노턴, 다니엘 라몬트
개봉 : 2021년 12월 29일 개봉
배급사 : 그린나래미디어(주)
서른네 번째 생일을 맞은 창문 청소부 ‘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
바로 네 살짜리 아들 ‘마이클’에게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것. 세상에 혼자 남을 아이를 위해 ‘존’은 특별한 부모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아직 어리지만, 말도 잘 듣고 예절도 잘 지켜요. 내 아이를 키워줄, 새 부모를 찾습니다”
*관전포인트* : 제36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
그리고 전작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4관왕에 오른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차기작입니다.우연히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이 신문을 보고 '불치병에 걸린 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어린 아들의 새 가족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알게되고 그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프로젝트라고 전해집니다.
또한 차기 제임스 본드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배우 '제임스 노턴'의 감정연기, 그리고 아역 배우와의 연기 앙상블 또한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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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이 추천하는 12월 마지막 주 개봉신작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께서는 12월 마지막 주 개봉예정인 작품 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이 있을까요?
씨네랩의 본 콘텐츠가 여러분들이 좋은 영화, 마음에 드는 영화를 pick하는데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럼 오늘 하루도 안전하게 마무리 잘하시고,
다음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돌아오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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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온다, 다들 가슴 속에 품고 있던 붕어빵같은 영화쯤은 있잖아?!
다코야끼 - 윤희에게.
파란색, 눈 특유의 시원한 향이 날 것 같고, 겨울 되면 아른아른하게 생각나던 첫사랑.
극장에 가서 못 본 게 한이 되어 지금까지 끙끙대고 있다. 겨우겨우 인디스페이스에서 12/18일에 상영해준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예매를 했다.(인디스페이스사랑한다 …) 윤희에게는 영화도 영화대로 정말 좋지만, 그 분위기자체를 사랑한다. 상상을 해보자, 코가 빨개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을 막기 위해서 목도리를 하나 두르고, 그 향기를 맡으며 첫사랑을 보러가는 듯한 마음으로 윤희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나리오북 마저 완벽하다! 바깥부분이 천으로 되있는 듯한 느낌으로 부들부들해서 쓰다듬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내가 소장하고 있던 책은, 여름방학 때 바다에 가서 휴가를 즐기며 읽던 것이라 묘하게 바다향기가 나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군고구마 - 트루먼쇼
-굿 모닝,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잇! 언제든 든든하고, 보면 힘이 난다! 힘이 나!
보면 힘이 난다. 어느 사람들은 보면 소름이 돋는다고도 하고, 그냥 슬프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보다보면 힘이 난다. 그가 나를 보고 전하는 인사는 힘이 된다. 굿 모닝, 굿 에프터눈, 굿 이브닝, 앤 굿 나잇.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의 하루는 굿! 하면 좋겠다고 나에게 전하는 느낌이 든다. 또한 주인공이 결국에는 밖으로 나가게 된다. 자신의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은 세상에 대해 실망을 할 수도 있고,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탈출했던, 바로 그 순간을 기억하며 언제든 자신이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게 나를 힘낼 수 있게 만든다.
붕어빵 - 시네마 천국
-알프레도가 전하는 말들 속에 달콤한 영화의 추억들, 슈붕이든 팥붕이든 달달하다.
겨울의 초반에 보면 좋을 영화. 살바로테와 알프레도가 영화를 보는 그 눈빛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을 볼 때 그 느낌이다. 달달하다, 달달해. 이 영화는 가끔 좋아하는 것이 식어도, 돌아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던. 마치 붕어빵 가게가 겨울 그 날씨에 가면 환하게 불을 켜둔 듯이. 딱 이런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랑했던 것은 다시 보면 뭔가 뭉클해지고 꿈틀대는 것들이 있다. 보다보면 눈물 젖은 달콤함이겠지만, 퍽퍽한 것도 가끔은 맛있다. 좋아하는 영화이니, 가끔 꺼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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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문제 맛보기
호주에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는 <드라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진실을 감추고 온전히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 가뭄이라는 뜻의 제목 <드라이>에 맞게 영화는 오랜 기간 가뭄이 이어진 마을 키와라를 배경으로 해들러 일가족 사망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가물어져 바닥이 갈라지고 땅의 맨바닥이 드러나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지만 진실은 갈라진 바닥에 숨어 도통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 애런 포크(에릭 바나 분)는 그 진실을 찾아 마을을 샅샅이 뒤지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20년 전에 벌어진 엘리 디컨의 죽음에 사사건건 부딪히고 해들러 가족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지만 갈라진 키와라의 땅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엘리 디컨은 죽었을 때 바지 주머니에 애런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넣은 채 발견되었는데 이로 인해 애런은 엘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겨져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가물어질수록 작물은 말라가고 사람들도 함께 죽어가지만 애런은 도저히 진실을 찾을 수가 없다. 왜 <드라이>는 하필 가뭄이 든 마을을 배경으로 한 것일까?
엘리 디컨이 죽었을 때의 정황 중 특이점은 엘리가 강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사건이 말라가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것과는 정 반대다. 또한 애런의 회상 신은 대부분이 강가를 배경으로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친구인 루크, 그레첸, 엘리와 강가에서 놀곤 했던 애런은 엘리에게 짖궂은 장난
이라기엔 엘리가 죽을 뻔했지만을 치던 루크 해들러를 떠올리며 루크가 정말로 자신의 가족을 몰살하고 자살했을지 모른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루크의 부모님은 그럴 리 없다며 애런에게 수사를 부탁한다. 확실히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이상한 점이 많다. 막내딸인 갓난 아이만이 살아남았다는 점이나 사살에 사용된 탄약이 평소 루크가 사용하던 것과는 다른 종류였다는 것 등이다.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던 엘리와는 달리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가물어진 마을 한복판인 집에서 벌어진다. 물을 배경으로 죽음을 맞이한 엘리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그 진실을 알려주지만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가물어질수록 증거가 하나씩 드러난다. <드라이>의 배경이 가물어진 마을을 배경이어야만 했던 이유는 건조한 날씨에 서로에 대한 불신이 깊어져가는 긴장감을 상징하는 동시에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는 배경으로서도 가뭄이 유용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한편 가뭄 이외에 영화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지만 어느것 하나 깊이 들어가지 않고 맛보는 데 머문다. 엘리가 죽었을 때 애런은 루크와 사건 정황에 대해 입을 맞추는데 같이 다른 곳에서 토끼 사냥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회상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성인이 된 그레첸(제네비브 오라일리 분)이 실제로 토끼 사냥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영화 후반부에 밝혀지는 진실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기도 하지만 죄없는 토끼가 날조에 이용되거나 마당에 숨어든다는 이유로 사살당해도 되는지 관객에게 의문을 품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고많은 야생동물 가운데 토끼가 사살 대상이 된 이유는 작고 연약한 동물인 동시에 빠르지 않아 쉽게 사살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20년 전 죽은 엘리 디컨에 대한 비유로 기능하는 것처럼 보인다. 엘리의 죽음은 엘리에 대한 애도보다 애런과 루크에 대한 혐오 면에서 더 크게 작동한다. 평소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소녀임에도 엘리가 죽자 마을 사람들은 크게 동요하고 비난할 누군가를 찾는다. 확실한 증거가 없음에도 알리바이가 딱히 있지도 않았던 애런과 루크는 엘리의 죽음에 책임을 지게 되고 결국 애런은 아버지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이 부분 또한 서로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 진실 그 자체를 찾기보다는 그저 비난에 초점이 맞춰지는 사회현상을 가볍게 보여주지만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영화는 현상을 바라볼 뿐이다.
엘리의 죽음은 의문투성이인 동시에 관객은 애런이 20년 전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혼란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애런은 20년 전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을까? 애런이 사실대로 말했다면 애런은 엘리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음에도 책임을 져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거짓말은 용인되는 것인지, 혹은 애런이 무고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아버지에게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당연한지 은연중에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도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가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자 하는지 궁금해하지만 수많은 질문 가운데 초점이 맞춰지는 질문은 없다. 이 수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20년 후 일가족의 몰살까지 이어지지만 사실 엘리 디컨의 죽음과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은 독립적인 사건임이 영화가 진행될수록 드러난다. 영화가 무심코 던져주는 질문들은 영화 진행을 위한 맥거핀으로 기능하며, 애런은 이 맥거핀을 충실히 따라가며 관객의 혼란을 유도하는 동시에 본인도 혼란 속으로 들어간다. 애런이 이 혼란을 벗어나는 것은 결국 윤리적인 질문을 피해 객관적인 증거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순간이다. 사건에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모두 걷어내고 객관적인 실체를 마주한 애런은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가물어진 마을에서 얼마 안되는 숲에 불이 질러질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구해내고 숲 또한 보전된다.
숲이 보전되었다는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가지고 해들러 일가족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낸 애런은 다시 마을을 떠날 채비를 하며 엘리를 기리는 마음으로 숲을 향한다. 엘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은 반대로 애런의 감정이 촉발한 행동에서 드러난다. 엘리와 시간을 보내곤 했던 장소에서 엘리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던 애런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결국 엘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알게 된다. 엘리의 죽음에 진정으로 책임이 있는 자가 밝혀질 때 또다시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가볍게 관객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역시 깊이 들어가지 않고 맛보기만 함으로써 관객은 다시금 어리둥절해진다. 영화는 이런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문제들을 단순히 몰입감을 위한 장치로서 소비할 뿐인가. <드라이>는 밀도 높은 서사를 가지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영화지만 사회적 문제들을 맥거핀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쉬운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면 이제 관객은 현실로 돌아와 영화에서 제기되었던 문제들을 맞닥뜨려야 한다. 영화가 묘사한 다양한 종류의 혐오들은 정당한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허용할 수 있는 거짓말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몰입도 높은 수사 서사를 가진 <드라이>가 모든 진실을 알려준 후에도 극장을 떠나는 관객의 뒷맛이 깔끔하지 않은 이유다.
*본 리뷰는 씨네랩 시사회 초청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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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아름, 뿌연 카메라로 결혼을 질문하다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박강아름과 그녀의 남편 정성만. 둘은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는 아름의 꿈을 좇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 도중 아이도 낳는다. 아내인 아름은 학교를 다니고 남편인 성만이 가사노동과 육아를 한다. 얼핏 보면 낭만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다. 〈박강아름 결혼하다〉에는 이 과정의 고난함이 담겨있다.
사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 참여자를 재현하는 방식의 윤리성, 자기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의 진부함 등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바로 이 어수룩한 지점에서 의미를 획득한다.
공부, 출산, 육아 등의 고된 노동을 프랑스라는 낯선 곳에서 해나가는 아름‧성만 부부는 시시때때로 갈등을 겪는다. 영화에는 사랑스럽고 유쾌한 순간만큼이나 긴장감 넘치는 장면도 많다. 고민하던 아름은 근본적 질문에 다다른다. '도대체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왜 나는 결혼을 그토록 갈망했을까?'
영화가 급격히 흔들리고 방향을 잃는 건 이 질문이 나오고 난 후부터다. 신혼부부의 삶을 담은 생활 밀착형 고난 이야기는 이 질문 이후 진지한 표정으로 돌변해 답을 찾으려 든다. 하지만 끝내 답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만다. 아름이 답을 얻기 위해 몇 쌍의 부부, 커플을 만나는 장면이 자아내는 지루함이 그녀의 실패를 대변한다. 아름은 자기가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이야기를 나눠준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이 장면에서 영화의 ‘실패’는 본격화된다.
그러나 결혼의 의미를 탐구하던 아름의 실패는 아이러니한 방식으로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의 마지막, 아름은 덩케르크로 가족여행을 떠난다. 영화에 바다의 풍경을 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날씨가 문제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성만은 아프다는 이유로 내내 뚱한 표정이다. 아름이 기대하던 아름다운 여행은 없었다. 성만과 아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카메라는 비에 젖어 점점 뿌예진다.
뿌연 카메라와 뾰로통한 얼굴. 이것이야말로 아름이 답을 갈구하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왜 수많은 갈등에도 결혼으로 묶인 둘 사이는 여전히 공고할까? 사람들은 이들과 같은 문제를 겪음에도 왜 결혼에 애착을 거두지 않을까? 왜 여전히 결혼은 미래 행복의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여겨질까? 이 모든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 속에서도, 사람들은 결혼의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끼는 걸까? 그 행복은 어떻게 결혼을 지속시키며 동시에 결혼을 교란할까?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이중 어떤 것에도 명쾌히 대답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민이 야기하는 혼란을 외면하지는 않는다. 여기에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아름의 태도에서 모두가 감당하고 있는 삶의 무게를 엿본다. 길을 잃었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건 박강아름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우리 모두의 은유다. 그녀가 혼란을 마주하고 고민하는 일을 멈추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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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Rabbitgumi 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한 지 한 주가 지났습니다.
여전히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고 있는데요.
최근 마블 영화들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죠.
이번 닥터 스트레인지는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마블 영화에요.
완다의 서사가 꽤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어, 시리즈인 완다비전의 내용을 알고 가야 캐릭터 이해가 될 것 같아요.
여러가지 영화에 대한 느낌을 전달 드립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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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보와 태형 시사회에 가다! 영화 마이뉴욕다이어리 시사회 후기 | 씨네마사지 ?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랩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시사회에 초대 받은 황보와 태형
이들이 본 마이뉴욕다이어리는 과연 어땠을까...?
*시사회 초대는 영화 전문 플랫폼 [씨네랩]에서 제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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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데시벨> 런칭 예고편
소음 반응폭탄 x 대규모 도심테러 압도적 스케일의 [데시벨] 런칭예고편 전격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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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앰뷸런스> 메인 예고편
브뤼셀에 한 학교에 17살 두 소년이 자살 폭탄 테러를 하기 위해 뛰어든다.
한명은 현장에서 즉사하지만 다른 한명은 현장에서 사라진다.
한편, 1번 구급차의 응급요원들은
부상자를 응급차로 병원으로 실어 나르는데,
부상자 몸에 부착된 폭발물을 보고
이 부상자가 사라졌던 테러리스트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어린 테러리스트가 깨어나게 되면서
끝난 줄 알았던 숨막히는 테러가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