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머더 : 이웃집 살인사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2018년에 미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콜로라도주의 평범한 한 가족에게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범인이 가장인 크리스였다. 아내와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신고를 한 것은 죽은 크리스의 친구이자 직장 동료였고, 남편 크리스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냥 사라졌다고 말한다.
섀넌은 임신 상태였고, 어린 두 딸이 있으며, 사건이 발생하기 얼마 전부터 두 사람은 별거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별거의 직접 원인은 섀넌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으로 보이는데, 크리스의 어머니가 손녀들에게 준 음식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이 있었고, 이걸 두고 섀넌이 시어머니에게 크게 화를 냈다고 했다. 게다가 섀넌과 크리스의 결혼식에 크리스의 부모는 참석하지 않았는데, 섀넌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했다. 크리스의 입장에서는 축복받지 못한 결혼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고, 크리스가 섀넌을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며 구애했고, 섀넌은 크리스의 구애를 여러번 거절했지만, 결국 그와 결혼하게 되고, 두 사람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갔다고 섀넌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일상을 꾸준히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 건 섀넌과 시어머니의 충돌 뿐이었고, 그것도 시간이 조금 지나서 섀넌이 크리스에게 사과했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시어머니에게 대들고, 험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섀넌과 결혼할 때 110kg이었던 크리스는 꾸준히 운동해서 84Kg까지 감량하고, 탄탄하고 보기 좋은 몸이 되는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과 잠깐 놀아주고 계속 운동만 하는 크리스를 보면서 섀넌은 미칠 것 같다고 친구에게 말한다.
섀넌과 아이들의 실종 직후, 경찰은 크리스에게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을 용의가 있느냐고 묻고, 크리스는 동의한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크리스의 대답은 거짓말로 탐지되고, 수사관들은 진실을 말할 때가 되었다고 설득하는데, 이 과정에서 크리스가 운동을 매우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 몸무게가 많이 줄고, 몸이 탄탄하고 보기 좋게 바뀐 것을 언급하면서,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이 질문은 나중에 드러나지만,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수사관들은 섀넌과 아이들의 사진을 크리스에게 보여주며 묻는다. 실종 직후부터 지금까지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도 당신은 울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라진 것이 슬프지 않은가. 크리스는 아이들이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장면을 보는 사람이라면, 크리스가 너무나 덤덤하게 반응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크리스는 수사관들에게 아버지를 불러달라고 말하고, 아버지와 둘이 있는 자리에서 자백한다. 섀넌이 아이들을 먼저 목졸라 죽였고, 그걸 알게 되어서 자기도 섀넌을 목졸라 죽였다고 말한다. 바깥에서 영상으로 크리스의 자백을 확인한 수사관들이 들어와 크리스에게 곧바로 묻는다. 새년과 아이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크리스가 아내와 아이들을 살해한 직접 동기는 새로 만난 여자와 새로운 출발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보통이라면 정식으로 이혼하고 새출발을 하지만, 크리스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이 친정에 가 있는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났고, 카드를 쓴 것이 아내에게 들통났다.
크리스는 충동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미 살인을 계획하고 있었고, 아내 섀런을 먼저 살해하고, 트럭에 싣고,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으로 가서 두 아이를 목졸라 살해해 거대한 오일탱크에 떨어뜨렸다. 크리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거나 거짓말을 하면서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수사에 혼선을 주었다.
재판 과정에서 크리스는 검사가 제시한 모두 아홉 건의 범죄를 모두 시인했으며, 그 내용에는 섀런의 살인, 두 아이의 살인, 세 명의 시신 유기 및 훼손 등이 포함되었다. 재판부는 크리스에게 세 번의 사형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고, 그는 지금 감옥에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평균 세 명의 가족 가운데 누군가 살해당하고 있는데, 이들을 살해하는 대부분은 가장인 남성이며, 남성들의 가족 살해는 우발, 충동이 아닌, 사전 계획된 살인이라고 한다.
크리스는 가족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는 전과가 전혀 없는, 매우 건실하고 평범한 중하층 가정의 백인이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 그는 마약도 하지 않고, 결혼 전과 후에도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직장에서도 성실하다고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왜 가족을 살해하게 되었을까. 단지 새로운 여자가 생겨서? 자기가 새출발을 해야 하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걸림돌이라고 생각해서? 보통의 평범한 사람이라면 설령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고 해도 아내와 아이를 죽이겠다는 생각은 언감생심, 상상도 하지 못한다. 게다가 섀넌은 죽기 직전까지 크리스에게 더 좋은 아내, 아이들에게는 처음부터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즉, 가정을 파탄낸 것은 크리스였으며, 그는 섀넌과의 애정이 식었다고 수사관에게도 말했다. 별거 이야기가 나온 상태였고, 섀넌이 결혼 생활을 지속할 의지를 보이자, 크리스는 새로 만나고 있는 여성과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이혼을 하게 되어도 이혼소송과 소송비용, 섀넌에게 주어야 하는 절반의 재산과 세 아이 - 섀넌은 임신하고 있었다 - 가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강한 압박이 있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크리스를 싸이코패스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미 수사관들은 크리스가 경찰서 심문실에 들어오는 순간, 범인이라는 걸 확신할 정도로, 크리스의 태도는 매우 어설프고, 자기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걸 드러나게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는 크리스의 이웃집에 사는 사람도, 자기집 CCTV를 경찰에 보여주면서, 크리스가 평소와 많이 다르다고, 수상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태도는 정상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즉, 크리스는 새로운 여자를 만났고, 지금의 결혼생활을 후회하며 끝나길 바라지만, 아내 섀넌은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하고, 이혼하게 되면 많은 압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 결국 가족을 살해할 마음을 갖게 되지만, 자신이 한 짓이 얼마나 참혹하고 어처구니 없는 짓인지 알지 못하는 한심하거나 멍청한 남성의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코언 형제가 만드는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멍청하고 한심한 계획들이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미국 전체에 알려지면서 충격을 준 사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