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1-02-25 00:00:00
라미란에게 제 41회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 <정직한 후보>
현실에서도 코미디가 섞인다면 무관심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코미디 영화여서 노미네이트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왜 사을 주세요." 지난 제 41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탄 라미란의 수상 첫마디였다. 여우주연상을 탈 만큼 영화 <정직한 후보>에서 라미란은 혼신의 코미디 연기를 해냈고, 작품 역시 재밌게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영화 정직한 후보 시놉시스
영화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이다. 2014년에 개봉해 브라질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주상숙은 국민들 앞에서는 서민의 일꾼을 자처하는 둘도 없이 청렴하고 믿음직한 국회의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서민을 자신의 일꾼으로 여기며 4선 당선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옵션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거짓말을 잃어버렸다는 스토리라인은 ‘만약 내가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면?’이라는 아찔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장유정 감독은 “거짓말쟁이 국회의원이 거짓말을 전혀 못하게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아주 재미있었다. 거짓말을 잃어버린 사람이 과연 어떤 이야기까지 쏟아낼 것인가라는 부분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원치 않게 갖게 된 ‘진실의 주둥이’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주상숙’의 촌철살인 팩트 폭격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주는 웃음뿐만 아니라 답답한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을 선사하며 복잡한 세상 거짓없이 속 편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영화이다.
사건에 심각하게 몰입하지 않아도 됐던 가벼운 정치 영화
정치 영화하면 굉장히 무겁고 느와르 분위기의 엄숙하고 비리가 가득한 그런 류의 작품이라고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는 굉장히 가벼운 정치 콤디에 해당하는 작품이었다. 그렇다고 씁쓸한 웃음을 남기는 블랙코미디가 아니라 정말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 작품이었다.
거짓말을 통해 쌓아올린 정치인의 명예를 적당히 풍자하고 정치 선거판을 희화화하면서도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은 하지 않도록 그 선을 잘 지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리를 저지른 주상숙에 대해 실제 정치인들의 비리가 폭로됐을 때처럼 실망과 분노의 감정이 들기보다는 뭔가 애처롭고,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진짜 정치인의 속내는 어떨까?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진짜 정치인의 속내는 어떨까?' 였다. 극 중 주상숙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비리도 저지르고, 거래도 하며 거짓말을 일삼고 있었지만 거짓말을 못하게 되며 자신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날 때에 '부자 동네'라는 단어를 말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자신의 선거구를 부자 동네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진심이었다.
그래서 현실 정치인들의 공약과 그들이 하는 말 중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국민을 대표하지만 결국 어떤 국민도 대표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강해서 과연 그들에게 진심을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미지가 그렇다고 해서 정말 진심 하나도 없이 국회의원 노릇을 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판타지이긴 하지만 현재 내 지역구의원도 어디까지가 현실화 가능한 공약이고, 진심인지 알고 싶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들려면 코미디 전략이 필요할 수도
대부분의 정치 영화들이나 드라마 작품들을 보면 굉장히 소재를 무겁게 다루면서 비리의 실상을 보여주며 흑막을 밝혀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그려낸다. 이러한 영화 제박 문법을 통해서 관객들은 대부분 희생자의 피해에 동조하며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이뤄지게 된다. 그래서 가해자로 설정되는 정치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현실과 맞물려 더욱 안좋아지기 마련이다. 이미지의 타락은 정치인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이어지고 이는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영화 <정직한 후보>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나 스스로 국회의원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혀 동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직업군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내 지역구 의원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현실 정치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필자는 정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함께 웃을 수 있는 코미디 전략이 잘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존재의 의미 마저 희화화 시키지 않는다는 범주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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