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25 11:56:48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코코 2> 제작 진행 중, 2029년 개봉 목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가 새로운 속편으로 돌아옵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코코 2>가 현재 픽사에서 제작 중이며, 2029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편과 동일하게 리 언크리치와 애드리안 몰리나가 감독직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픽사는 <코코 2> 외에도 <엘리엇>, <호퍼스>, <토이 스토리 5>, <인크레더블 3>, <카 4> 제작 및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이슨 본> 프랜차이즈, 넷플릭스로 넘어가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이슨 본> 프랜차이즈의 판권을 잃으며, 현재 다른 스튜디오들 사이에 경쟁이 붙은 가운데,
과연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스카이댄스, 애플, 넷플릭스가 로버트 러들럼 재단과 접촉하여 판권 인수를 논의 중이며,
시리즈의 부활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맷 데이먼이 다시 주연을 맡을지, 혹은 완전히 리부트될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 신작, 니콜라스 홀트 출연 확정

<아토믹 블론드>, <스턴트맨>을 연출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신작에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제목 미정의 이 작품은 은행 강도단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범죄를 중계하며,
경찰과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루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또한 애초 레이치 감독이 내년 촬영 예정이었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의 신작보다
먼저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드니 스위니, 레딧 원작 영화 주연 맡는다

드라마 <유포리아>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시드니 스위니의 차기작 소식입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조 코트(Joe Cote)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단편 소설을 워너 브라더스가 영화화한 프로젝트며,
<플라워 킬링 문>, <포레스트 검프> 등을 집필한 에릭 로스가 각색을 맡은 작품입니다.
원작은 한 젊은 여성이 10년 전 실종된 18세 소녀인 척하며 그 가족을 속이고,
결국 그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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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세 얼간이> 이후 인도 영화를 고르라면
시놉시스
2001년 인도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한<뒤바뀐 신부들>은 같은 기차에서 길을 잃은 두 어린 신부의 모험을 그린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사건들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과 여성성, 인생 자체에 대해 엄청난 발견을 한다.
EDITOR AMY
인도의 국민 배우이자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아미르 칸이 제작하여 화제를 모은 <뒤바뀐 신부들> .
결혼식을 마치고 풀과 디팍은 발디딜 틈도 없는기차에 오른다.
기차에서 졸던 디팍은 도착지에 도착한걸 알게 되자 베일에 쌓인 신부를 깨우고 황급히 내린다.
하지만 신부는 폴이 아닌 다른 신부임을 깨닫는데..기차에 남겨진 신부 풀, 비밀을 숨기는듯한 또다른 신부 자야.
폭력적인 자야의 남편과 애타게 풀을 찾는 풀의 남편 디팍까지, 인도의 전통적인 문화를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낸다!
인도문화
‘인도의 결혼식’이 주 내용인 만큼 영화는 인동의 전통적인 문화와 특성을 녹여냈다.
인도의 사회적, 종교적 특성을 보여주는데 카스트제도는 물론, Pativrata라 하여 결혼한 여성은 남편에 복종하고 정절을
지킬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하는 힌두교 도덕관, 결혼을 할때 신부측에서 과도한 지참금을 마련해야하는 악습,
인도의 가부장적 가족제도에서 가정폭력 등 듣기만 해도 구시대적이고 무거운 내용들이지 않은가?
영화는 사회고발을 택하는 대신, 블랙 코미디를 활용하여 뒤트는 방식을 선택했다.
부패한 경찰들은 최선을 다해 돈을 뜯고, 이제 막 결혼한 커플의 남자에게 어른들은
지참금을 얼마나 받았냐며 대놓고 조롱한다. 이런 당당한 태도들이 관객을 더 웃음짓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의 여성
뒤바뀐 두 여성 풀과 자야. 그 둘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소극적이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풀은 본인이 살던 주소는 물론 시댁 주소도 모르는 멍청한(?) 면모를 보인다.
지식은 조금 모자랄지 몰라도 생활면에서 야무진 모습을 보이고, 반대로 금기시 되는 남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것
뿐만 아니라, 명문 대학교에 갈 정도로 비상한 머리를 지니고 있는 자야는 결혼한 남편에게 벗어나기 위해
홀로 탈출 계획을 세운다. 전통적인 여성, 현대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주체적인 여성을 제시한다.
폴과 자야, 최선책을 택해야만 할까?
두 여성은 자신이 선택한 삶에 최선을 다한다.
폴은 그토록 바래왔던 남편과 재회에 성공하고, 자야는 사람들의 오해와 의심의 눈초리를 벗겨내어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 꿈꿔왔던 대학교로 향한다. 영화는 전통과 현대 둘 중 한편에 발을 올리지
않고 공존을 택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질문은 한국에도 대입을 해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비혼이 급증하면서 결혼과 비혼에 관한 토론이 뜨겁다.
서로가 맞다며 기혼자는 비혼자를 비난하고 기혼자는 비혼자를 비난해야만 하는걸까?
스스로 택한 삶이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봐야한다.
어떤 선택을 하던 폴과 자야처럼 우리가 행복할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게 최선책이 아닐까.
EDITOR A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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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너를 닮은 사람>
<너를 닮은 사람> 포스터 (사진출처 : JTBC)
너를 닮은 사람 (2021)
편성 : JTBC, 16화 완결 │ 장르 : 한국, 드라마·멜로
연출 임현욱 │ 극본 : 유보라 │ 출연 : 고현정(희주), 신현빈(해원), 김재영(우재) 외
등급 : 19세 이상 관람가 │ 원작소설 : 정소현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매혹적이고 특별한 무드의 드라마
길고 풍성한 머리에 창백한 화장의 고현정 배우를 보고 처음 이 드라마의 특별한 무드를 느꼈다. 왜 창백한 것일까. 울적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드라마의 색감은 또 뭐지. 마찬가지로 울적한 음악까지 맞물리면서 나는 깊게 드라마에 빨려들었다. 음울하고 슬픈데 소름 끼치게 아름다운 분위기였다.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이다.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렸다
드라마의 원작은 젊은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의 수상 작가인 ‘정소현’의 첫 소설집 <너를 닮은 사람>이다. 8가지 이야기를 다룬 소설집에서 한 편의 짤막한 단편소설이었던 이 이야기는, 드라마 작가 ‘유보라’에 의해 각색되어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유보라 또한 이 소설에서 어떤 치명적인 흡입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녀는 “소설이 끝나고도 계속 곱씹게 되는 강력한 서사의 힘을, 나는 보았다”라고 말한다. 궁금했던 나는 드라마에 이어 원작 소설까지 섭렵했다. 두 이야기를 모두 읽어본 결과, 소설과 드라마는 어느 하나가 덜하고 못하고 없이 공통의 무서운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건, 짧은 소설에 비해 드라마는 16화라는 긴 호흡이었으나, 원작의 그 음울하고도 파괴적인 분위기를 손색없이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어느 날, 과거가 나를 찾아왔다
주인공 ‘희주(고현정 분)’는 재력이 든든한 남편을 만나 물질적 안정 속에 살아가고 있는 여자다. 그녀는 유년시절 몹시도 가난했기 때문에 인과적으로 물질적 안정을 추구했던 것 같다. 좋은 집, 화가라는 멋진 직업, 물심양면 지원해주는 남편, 바르고 예쁜 두 아이들. 그녀의 인생은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그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어느 날 ‘해원(신현빈 분)’이 희주의 집으로 찾아온다. 그녀는 희주의 오래전 기억 속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다. 한때 희주는 그녀에게 그림을 배웠고, 자신과 달리 가난함에도 위축되지 않고 밝고 씩씩했던 그녀를 몹시도 부러워했었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해원은 전혀 다른 사람이다. 희주가 사 준 10년도 더 된 낡은 코트를 떨쳐 입고 ‘과거에 붙들린 망령’처럼 서있는 그 장면은, 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해원이 희주를 망치러 왔다는 걸.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내 이야기의 시작은 역시 너다
희주는 해원에게 죄를 지었다. 해원에게 전부였던 그녀의 연인 ‘우재(김재영 분)’와 과거 밀회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주에겐 지나가는 사랑이었다. 불안정하고 동화 같은 사랑보단 물질과 풍요가 중요했던 희주는 결국 우재를 떠났고, 두고두고 그 일을 후회했다. 해원만 몰라준다면 영원히 묻고 싶은 과거의 일이었다. 그러나 희주에게 스치는 바람에 불과했던 그 일이 해원의 인생을 뒤흔들었고, 건강하게 빛나던 해원은 이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나 희주를 겁박한다. 나도 망했으니 너도 망해보라고. <너를 닮은 사람>의 긴장감은 바로 그 두 여자의 숨 막히는 심리전과 비밀스러운 과거에 포진되어 있다.
클라인, 그건 분명 너였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과 다시 인연이 닿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먼지 쌓인 박제 같은 외양 때문이었는지 불쾌하고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원작소설 <너를 닮은 사람> 中<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정소현의 중반부, 유보라의 중후반부
소설과 드라마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저 과거에 머물렀던 우재가 드라마에서는 현재의 희주 앞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거기서부터 드라마는 소설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은 중후반부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의미에서 숨 막히고 아름다웠다. 희주의 안정을 위협하는 해원과 우재, 과거에 붙들린 두 망령들로부터 벗어나려는 희주. 그러나 여전히 과거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까지. 그 모든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폭죽처럼 터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걸 보고있자면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너와 달리 그는 모든 것이 지나쳤다. 지나치게 자신만만했고, 지나치게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모순적인 감정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었기에 아름다웠다. …
그는 너 몰래 찾아와 내가 보고 싶었다고 하며 나를 그리곤 했다.
원작소설 <너를 닮은 사람> 中<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나는 당신을 경멸합니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해원보다는 희주에 가깝다. 친구랑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과거에 붙들려 현재의 나를 돌보지 않는 일은 너무 미련한 것이라고.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남자에게 집착하고, 과거에 나를 힘들게 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느라 현재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그렇다고 희주의 잘못이 가벼웠던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빛을 잃고 낭떠러지로 돌진하는 해원의 모습이 안타깝고 불행해 보였다. 그리고 누군가의 불행을 인지하지 못한 채 긴 세월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며 살아온 희주 또한 안타깝고 불행해 보인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파괴하는 동시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파괴했던 게 아닐지.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과거의 것들과 결별할수록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드라마의 후반부, 희주는 점점 옥죄어오는 과거의 위협이 결국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으려던 자신의 욕망, 한 사람에겐 전부였던 사랑을 가볍게 탐한 죄, 그 모든 것들의 무게가 희주의 가족을 망치려 할 때 희주는 결심한다. 그 과거를 끌어안고 자신이 사라져야겠다고. 그러나 왜인지, 자신의 뜻대로 희주가 파멸하자 해원은 행복해하는 대신 울음을 터뜨린다. 모든 게 끝나고서야 해원은 깨달은 걸까. 비이성적인 앙갚음이 결코 자신을 구원할 수 없었다는 걸.
철드는 건 나쁘거나 대단한 게 아니에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의 무게를 온전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예요.
원작소설 <너를 닮은 사람> 中<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모든 욕망을 내려놓은 자에게 들리는 종소리
푸른 파다, 푸른 초원과 함께 절경을 이루는 아일랜드의 모허(Moher) 절벽. 희주와 우재가 서로의 가족과 연인을 속인 채 밀회를 나눴던 그곳에서, 우재는 이런 말을 했었다. “수도원에 있던 한 은종이 호수에 빠졌는데, 맑은 영혼한테는 그 종소리가 들린대” 희주는 자신이 욕망으로 가득한 존재라는 걸 알았기에 그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결국 죽게 된 우재의 시신을 유기할 때까지도 당연히.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우재를 없애고 현실로 돌아가고자 했던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가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잠적했을 때. 희주의 귓가에 별안간 희미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물질, 탐욕, 이기심을 모두 내려놓은 그 끝에였다. 그 장면은 너무도 인상 깊은 장면이자, 소설에는 없지만 소설의 메시지를 가장 명확하게 짚은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희주가 결국 그 종소리를 듣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것이 구원이라면 말이다.
<너를 닮은 사람> 스틸컷 (사진출처 : JTBC)
선악을 모두 품은, 인간이라는 존재
<너를 닮은 사람>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나뉘어있지 않다. 희주와 해원과 우재 모두가 서로에게 죄를 짓고 죄를 당하며 얼기설기 얽혀있을 뿐이다. 내 안에도 해원과 우재와 희주가 있다. 시기와 질투, 물질과 안정에 대한 욕망, 잘못된 징벌의 심리까지도. 모두 서늘하게 나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그 선과 악에 대해, 그것이 끊임없이 공존하고 교차하는 게 인간의 속성이라는 것에 대해,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이야기를 써낸 정소현 작가와 유보라 작가가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정말이지 열렬히 바라게 됐다. 파멸과 자멸의 끝에, 희주와 해원 그리고 우재가 자신들을 옥죄던 그 무엇들로부터 해방되었기를.
글쓰는 우두미
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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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구심과 배덕감 사이의 스릴러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메이 디셈버'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을 가리키는 영어의 관용구이다. 영화 <메이 디셈버>는 이 관용구를 그대로 가지고 와 실제로 인생에서 초여름에 놓인 남자와, 겨울에 놓인 여자 그리고 그 둘을 관찰하는 제삼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13살 소년 조와 사랑에 빠진 36살 여자 그레이시는 복역 후 결혼을 하고, 무려 23살이나 차이가 나는 둘의 러브스토리는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이들의 사랑이 영화화가 결정되고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는 이들의 삶을 관찰하여 연기에 도움을 얻고자 한다. 엘리자베스는 과연 대중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들의 사랑을 볼 수 있을까. 아니, 그 들의 사랑을 애초에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23살의 나이차이를 뛰어넘은 사랑의 대상이 아동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그레이스와 조의 사랑은 이성애로 아무렴 시간이 지나고 둘 사이에 자녀가 있음에도 쉬이 인정받지 못한다. 2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장성한 청년이 된 조와 여전히 아름다운 그레이스를 보자면 그저 나이차이가 나는 커플일 뿐이라 생각되지만 그 들의 시작이 아동성범죄자라는 얄팍한 토대 위에 세워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를 깊이 탐구해 보고자 하지만, 실제 그녀가 얻은 것은 입체적이라기보단 단편적인 것에 가깝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엘리자베스가 결국 그녀를 고뇌하는 한 명의 인간이 아닌, 색욕을 지닌 인물로 그리니 결국 그녀는 조와 그레이스에게 그저 질문하는 이의 역할만을 하고 떠난 것이다.
그러나 엘라지베스가 던진 질문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보이는 조와 그레이스 삶의 큰 파동이 되었기에, 무시할 수 없다. 동년배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은 아이를 대학교에 곧 입학시키는 부모이지만 한 명은 이제 결혼을 앞둔 미혼이다. 얼핏 보면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 이는 아이를 가진 아버지 쪽에 가까워 보이지만 그는 아들보다도 여리고 어릴 뿐이다. 엘리자베스에게 '제가 원해서 그랬어요'라는 말을 24년이 지나도 똑같이 내뱉는 조의 말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 뿐이다.
그레이스를 변호했던 변호사는 엘리자베스에게 그녀는 스스로를 그저 잘생긴 소년과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정도로만 여겼다고 말했지만 이전에 조에게 보낸 그레이스의 편지에서 이미 그녀가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음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으로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를 중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레이스이지만 매일밤 불안함에 눈물바람으로 조에게 안긴다. 할머니와 손녀뻘이라는 나이차이를 이기지 못해 자식과의 불화도 겪으니 오히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반면 조는 성장한 3명의 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른의 화법을 알지 못한다. 그레이스 몰래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는 여성과 마치 소꿉놀이에 신난 아이처럼 함께 공통의 관심사인 나비를 보러 가자며 해맑게 묻지만 이내 돌아오는 것은 결혼하지 않았냐는 물음뿐이다. 일반적인 연애를 하고, 관계를 가져본 30대 중반의 기혼남성이라면 자신의 물음이 어떠한 파장을 가지고 올 것임을 알기에 쾌락을 위해 행동하거나, 혹은 자중할 것이다. 조는 그조차도 알지 못한 채로 마치 엄마와 몰래 친구와 약속을 잡는 어린아이처럼 문자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그리하여 조와 엘리자베스의 섹스는 이 영화에서 큰 변곡점을 가진다. 자신을 좋아해서 섹스한 줄 알았다는 조의 처연한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그저 어른의 일이었음이라 말한다. 그 의미 없는 섹스를 통하여 조는 자신이 미처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연히 깨달았고, 늦게나마 그레이스에게 그동안 차마 묻지 못한 질문을 건넨다. '어쩌면 당시 나는 어렸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을지도 몰라'라는 의구심. 이에 그레이스는 어렸던 조에게 책임을 돌리며 먼저 시작한 사람은 조임을 주입시키지만 알맹이 없는 그 외침은 그레이스의 묵혀둔 배덕감을 채 가리지 못한다. 조는 아이들의 졸업식 날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들을 보며 눈물이 고인다. 그 눈물에 담긴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처럼 보인다.
<메이 디셈버>를 굳이 하나의 장르로 분류해야만 한다면 스릴러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진실에 대해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를 애써 마주 보지 않는 이의 배덕감과 자신이 보호받았어야 할 존재였음을 뒤늦게 깨달은 이가 품은 의구심. 그 둘 사이에서 질문하는 자는 그저 어떠한 답도 가져가지 못한다. 평범한 사람의 비도덕적인 면을 깊이 탐구해보고 싶었던 엘리자베스에게 남겨진 것은 혐오일 뿐이다. 애당초 엘리자베스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기에, 영화는 그녀의 물음에는 명쾌한 답을 내린다.
다만 남겨진 이들이 서로의 진실을 외면할지 혹은 마주 볼지에 대해선 오로지 관객의 상상에 맡긴다. 미처 질문하지 못한 진실과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에 사이에서 과연 진실됨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토드 헤인즈는 <메이 디셈버>를 통해 자극적인 소재 안에 숨긴 철학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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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4월의 반절이 벌써 지나갔네요.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하니 유의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또, 일교차가 매우 크다고 하니 감기도 조심하길 바라겠습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개봉 주 주말의 관객 수'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NEW)▶ '신비한 동물' 시리즈 중 세 번째 시리즈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의 교장 선생님인 '덤블도어'의 젊은 시절을 다뤄 해리포터 팬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33만 737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7만 6218명을 돌파하였습니다.이번 주에도 많은 영화가 개봉 예정에 있지만,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1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에 마법사들이 개입하게 되면서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의 힘이 급속도로 커진다. 덤블도어는 뉴트 스캐맨더에게 위대한 마법사 가문 후손, 마법학교의 유능한 교사, 머글 등으로 이루어진 팀에게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친구들은 머글과의 전쟁을 선포한 그린델왈드와 추종자들, 그의 위험한 신비한 동물들에 맞서 세상을 구할 거대한 전쟁에 나선다. 한편 전쟁의 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상황 속에서 덤블도어는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고, 서서히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는데…2. <수퍼 소닉2> (▼1)▶호평을 받았던 <수퍼 소닉2>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개봉으로 1위에서 2위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주말 관객 수는 4월 8일 ~10일과 비교했을 때 약 40%가 하락했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6만 720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0만 9596명을 돌파하였습니다.3. <모비우스> (▼1)▶<모비우스>는 개봉 후 한 주마다 한 단계씩 하락하여, 이번 주말에는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였습니다. 관객 수는 저번 주말보다 71%가 하락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1만 811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6만 222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5회 예측 이벤트는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4월 2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먼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실제 관람객 연령과 성별에 따른 관람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아주 근소한 차이로 비율을 더 차지하고 있고, 2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주동안 씨네픽 이벤트의 참가자분들 중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관객 스코어에 가장 근접한 예측치를 보인 건 건
20대 초반 남성(350,666명)과 30대 후반 남성(315,278명)이었습니다.
또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관객 수 스코어 예측의 정답자 비율은 (오차범위 +-10,000) 전체 참가자의 18%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주말 스코어 예측 이벤트에 참여한 20/30대 비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4. <스텔라> (-)
▶ 박스오피스 중 유일한 한국 영화이자, 유일하게 저번 주말과 순위가 동일한
영화 <스텔라>가 4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3만 927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만 8783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앰뷸런스> (▼2)
▶ 배우들의 몰입감 높이는 연기력과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전개에 호평을 받은
영화 <앰뷸런스>가 5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주말 동안 (4월 15일~17일) 관객 수 1만 146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0만 824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그리고 <Father Stu>가 주말 박스오피스에 새롭게 등극했습니다.
주말 동안(15일~17일) <Fantastic Beasts: The Secrets of Dumbledore>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43,000,000 (한화 약 528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4월 15일 ~ 2022년 4월 17일)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4300만 달러 (누적 4300만 달러)2. <수퍼 소닉2> 3000만 달러 (누적 1억 1961만 달러)3. <로스트 시티> 650만 달러 (누적 7857만 달러)4.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618만 달러 (누적 1769만 달러)5. <Father Stu> 570만 달러 (누적 802만 달러)...씨네픽의 4월 셋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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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캐릭터와 아쉬운 관계성
6★/10★
복권에 당첨되었으나 그 돈을 금세 말아먹는 사연은 흔하다. 직접 목격하진 못했더라도 누구나 해외 토픽에서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다. 레슬리도 그중 하나다. 〈레슬리에게〉는 한 작은 마을의 술집 앞에서 레슬리가 기쁨에 겨워 환호하는 장면을 담은 뉴스 화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6년 후. 레슬리는 철저한 빈털터리가 되었다. 숙박비를 내지 못해 모텔에서 쫓겨난 후 여기저기 부탁을 하고 연락을 돌려보지만 그녀를 받아주는 사람은 없다. 레슬리는 복권 당첨 후 이미 마을의 유명 인사가 되었고, 당첨금 19만 달러를 빠르게 탕진해 빈털터리가 됨으로써 또다시 화젯거리(조롱거리)가 되었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알코올중독자를 받아줄 사람은 이제 마을에 없다.
결국 레슬리는 다른 도시에 있는 아들 제임스에게 간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제임스는 육체노동을 하며 차근히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중이다. 제임스는 레슬리를 따뜻하게 안아준다. 맛있는 밥과 깨끗한 옷을 주고 새로운 계획이 생길 때까지 얼마든지 집에 머물라고 다정하게 말해준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제임스가 집에 머무는 동안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규칙으로 ‘술 마시지 말 것’을 요구하는 장면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짐작 가능하듯, 레슬리는 제임스가 제시한 단 하나의 규칙조차 지키지 못한다. 심지어 술을 마시기 위해 제임스의 하우스메이트 돈에 손을 대기까지 한다. 결국 제임스는 폭발한다. 제임스가 어릴 때, 레슬리는 제임스를 친구에게 맡겨둔 채 술을 마시다 그를 두고 떠난 적이 있다. 때문에 레슬리의 ‘규칙 위반’은 아들의 상처를 또 한 번 후벼 파는 일이다. 제임스가 과거 일을 묻지 않고 따뜻하게 받아줬는데도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한 레슬리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레슬리는 다시 자신이 떠나온 마을로 되돌아간다. 과거 제임스를 맡겼던 친구 집에 신세를 지지만 금세 쫓겨나고 술집, 길거리, 폐건물을 전전한다. 정말 이제 레슬리가 갈 곳은 아무 데도 없는 듯 보인다.
이후 영화는 막다른 길에 몰린 레슬리가 모텔 주인 스위니의 호의로 조금씩 책임감을 배우고 자기 삶을 다시 꾸리는 과정을 담는다. 알코올중독 아내가 있었던, 자신 역시 누군가의 호의로 ‘괜찮은’ 삶을 꾸려나가던 스위니는 다른 사람들처럼 레슬리를 조롱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스위니의 호의를 어떻게든 빼먹을 생각만 하던 레슬리도 조금씩 그의 기대에 부응해나가며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미래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늘 술 마실 궁리만 하며 폭력적으로 구는 레슬리에게도 남들이 보지 못한, 보지 않은 면이 있음을 드러낸다. 레슬리는 마을 사람들의 짓궂은 조롱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기거나 들이받는 식으로 ‘시원하게’ 응징하지만 속으로는 언제나 자신이 ‘괜찮은 사람’일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그리고 벼랑 끝에서 이를 알아봐 주는 스위니를 만나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으나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남겨둔 꿈을 펼쳐낸다.
스위니가 레슬리의 관계에서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자격’을 묻고 따지지 않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믿음에 기반한 호의가 가능케 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을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쓰레기’가 된 삶이라도 누군가가 손 내밀어주고, 그로 인해 관계가 시작된다면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섬세하고 치밀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둘의 관계가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의 노동계급판 변주로 읽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과 더 높은 위치에서 누군가를 ‘구원’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 차이는 한끗 차이로 결정되기도 한다. 〈레슬리에게〉는 분명 전자의 관계 양상을 지향한 듯하지만, 후자의 의구심을 완전히 지울 만큼 탄탄하지는 않다. 결국 이런 유의 영화에서는 스위니 같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재현하는 데 그 성패가 달려 있기 마련인데 〈레슬리에게〉가 여기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분명 적당한 감동을 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레슬리에게〉가 끝내 자기 메시지를 온전히 전하는 데 실패한 듯 보이는 것이 유독 아쉬운 이유는, 레슬리 캐릭터의 힘과 이를 연기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빼어난 열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의 공허함, 허탈함, 분노 그리고 동시에 아주 깊은 곳에 깃들어 있는 희망을 응축한 캐릭터와 이를 설득력 있는 리얼한 연기로 선보이는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영화의 성취에 대한 개인의 판단과 별개로 분명 많은 사람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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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탄력성을 잃은 사람들에게
간만에 좀 울림이 있는 드라마를 보았다. 요 근래 한국의 콘텐츠들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액션이 필수인가 싶을 정도로 몰아치는 서사에 지쳐있었는데, 잔잔한 듯 하면서 몰아치는 드라마를 만났다. 정신병원이라는 일종의 금기시되어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애환부터 그 병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따뜻하긴 한데 알게모르게 마음이 아프다. 결국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으로 치유받는다는 진리를 담은 이야기이기에 오늘도 어디선가 마음이 다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겼다가도 사람을 갈구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전까지의 콘텐츠들은 정신병 환자들을 집중 조명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체로 주인공의 애물단지 주변인물 정도로는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이 왜 아픈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다양한 정신병도 보여주기도 하지만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암흑 속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새계로 자신을 몰아넣는다든지, 갑자기 다운된 자신을 극 하이텐션으로 끌어올린다던지 등등 모두 암흑 속에 갖힌 자신을 지켜내려고 발버둥치는 그들의 각기 다른 모습들을 다양한 연출적인 요소들을 이용해 표현해내었다.
조울증 환자들이 왜 감정 기복이 심한지, 그 기복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것인지 혹은 망상 환자가 왜 갑자기 게임 세계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가는지 등등 그들의 시각을 대리경험할 수 있게 한 연출이 탁월했다.
참 별거 아닌 말들인데, 상처가 오래 남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
이건 누군가에 희생하면서 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이다. 이런 말 다음에 아프다는 사람에게 소심하다는 둥, 의지가 박약하다는 둥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또다른 공격이 시작된다. 너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내가(사실은 착각이지만) 혼구녕을 내든, 각성을 시키든 나약한 아이를 다시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징징대지마 너 누구 닮아서 이러니"
앞선 멘트 뒤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다. 그런 말을 듣다보면 내 말은 그저 투정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생각해 점점 말이 없어진다. 좋은 말만 하고 나쁜 말은 삼켜버리니 속이 답답하고 나의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니 항상 자기를 방어하는 데에 익숙하고 당하지 않으려고 항상 곤두서있다.
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다시 깨닫는다. 나에게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은 없다는 것. 그렇다면 나는 왜 이말을 들으면 화가 치밀어 오를까. 항상 이게 궁금했었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항상 화가 나는데, 나는 왜 화가 나는지 모르겠었다. 그런데 최근 조금 달라진 내 자신을 마주한 것이, 비슷한 상황을 마주했을 때 회복탄력성을 잃은 것 같다고 느낀 지점부터였다. 분명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다시는 그런 말을 안들으리 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었는데 지금은 절망만 하고 그냥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누워있고 약속이 잡혀 나가려고 해도 침대에서 벗어날 생각을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 사는 현 시점에서 드라마 속 인물들을 보니 느껴졌던 것이,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의 절망에서 회복 탄력성을 잃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그럼 혹자는 말하겠지. 무슨 말을 해야 네가 낫겠냐라고 묻는다면 그냥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게 정신병은 설득으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 아픈 게 아니니 당신의 말이 만병특효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 말을 하면 얘가 낫지 않을까 착각하는 것이다. 이유가 그사람의 소심함이었든 뭐였든간에 이미 낙오되어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속도로 오라고 재촉하는 것만큼 비수가 없다.
물론 주변인들은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느려진 그들의 속도에 맞춰 다시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도록 그저 바라만 봐주는 게 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정신병은 당신이 고쳐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잔인하지만 그저 지켜보시라.
아, 그런데 황여환과 민들레의 러브라인은 좀 필요없지 않았나 싶긴 한데, 물맞는 씬은 읭스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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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도 없이]리뷰:단편영화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영화
#소리도없이#유아인#유재명
악은 변하지 않으며 항상 우리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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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이큐!! 땅 VS 하늘> 런칭 예고편
전국 대회 출전을 향한 치열한 접전 끝에
네코마, 후쿠로다니, 노헤비, 이타치야마 고교 배구팀이
지역 대표 결정전에 오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결전을 위해
각 고교 팀들은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는데!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코트를 제패할 팀은 누구인가!
더 높이, 더 뜨겁게!
불꽃같이 날아올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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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잘리카투> 메인 예고편
푸줏간(도축장)에서 도망친 물소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마을 남자들은 폭주하는 물소를 잡기 위해 나서고 이웃 마을 남자들까지 몰려들자 한바탕 대소동이 벌어진다. 평화롭던 마을은 물소를 제압하려는 남자들로 인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리고, 인간과 짐승의 구분이 사라져 버린 물소 사냥은 점차 무분별하고 폭력적인 광기로 변해간다.
※ 잘리카투(또는 살리카투) JALLIKATTU는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의 수확축제인 퐁갈에서 진행하는 전통있는 집단 경기다. 황소를 남자들 무리 속에 풀어놓으면 참가자들은 황소의 등에 올라타서 최대한 오래 버티거나 소를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데, 이 과정에서 살벌한 장관이 펼쳐진다. 리조 조세 펠리세리 감독의 <잘리카투>는 잘리카투 경기를 묘사하는 영화는 아니다. 확실히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