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3-25 11:56:48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코코 2> 제작 진행 중, 2029년 개봉 목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픽사의 애니메이션 <코코>가 새로운 속편으로 돌아옵니다.
디즈니 CEO 밥 아이거는 <코코 2>가 현재 픽사에서 제작 중이며, 2029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편과 동일하게 리 언크리치와 애드리안 몰리나가 감독직을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픽사는 <코코 2> 외에도 <엘리엇>, <호퍼스>, <토이 스토리 5>, <인크레더블 3>, <카 4> 제작 및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이슨 본> 프랜차이즈, 넷플릭스로 넘어가나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이슨 본> 프랜차이즈의 판권을 잃으며, 현재 다른 스튜디오들 사이에 경쟁이 붙은 가운데,
과연 새로운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스카이댄스, 애플, 넷플릭스가 로버트 러들럼 재단과 접촉하여 판권 인수를 논의 중이며,
시리즈의 부활이 목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맷 데이먼이 다시 주연을 맡을지, 혹은 완전히 리부트될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데이빗 레이치 감독 신작, 니콜라스 홀트 출연 확정

<아토믹 블론드>, <스턴트맨>을 연출한 데이빗 레이치 감독의 신작에 니콜라스 홀트가 출연을 확정 지었습니다.
제목 미정의 이 작품은 은행 강도단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범죄를 중계하며,
경찰과 쫓고 쫓기는 두뇌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루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또한 애초 레이치 감독이 내년 촬영 예정이었던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의 신작보다
먼저 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드니 스위니, 레딧 원작 영화 주연 맡는다

드라마 <유포리아>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시드니 스위니의 차기작 소식입니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 조 코트(Joe Cote)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단편 소설을 워너 브라더스가 영화화한 프로젝트며,
<플라워 킬링 문>, <포레스트 검프> 등을 집필한 에릭 로스가 각색을 맡은 작품입니다.
원작은 한 젊은 여성이 10년 전 실종된 18세 소녀인 척하며 그 가족을 속이고,
결국 그들에게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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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에서 나풀거리며 날아온 무근본 코미디
새삼 신기한 이야기지만 300여 일 남았다. 시간 겁나 안 간다고 한탄할 때가 엊그제 같았다. 근데 사실 그건 엊그제 일이 맞다. 시간 정말 안 간다. 무려 33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안 가는 건 매한가지다. 신기한 일이다. 아마 반강제적으로 경제난을 겪고 있으니 그런 것 같다. 또 막상 이렇게 시간 안 간다고 하다가 정신 차려보면 100일이 지나 있겠지. 뭐 그런 행복회로가 없으면 정말 정말 지루해서 못 견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연하게 지루한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소집해제 하면 뭘 할까? 적금을 깨는 거야. 적금으로 여행을 가는 거지. 그리고 남은 돈 얼마 남겨서 노트북을 바꾸면 되겠어. 10개월이나 남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꿈 정도는 꿀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그럼 건물 한 두 채 사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잉여롭게 누워있어도 될 것 같다. 엄마, 아빠한테 효도도 하고 말이지. 없는 지갑 털어서 복권을 살 까 싶지만 5천 원은 소중하기에 참기로 한다. 최전방의 어느 군부대. 여기에 나와 비슷한 꿈을 꿨던 말년 병장이 있다. 갑자기 날아온 복권 한 장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보자. 장소는 극장이다!
길 가다가 만원 주운 것과는 달라
이게 뭐야? 갑자기 웬 복권? 군생활 끝자락을 보내고 있는 말년 병장 천우는 종이 한 장을 주웠다. 복권? 갑자기? 사실 군대와 복권이란 단어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천우도 아무 생각 없이 복권을 주웠다. 이거 발표는 언제 하는 거지? 뭐 돈 주고 산 것도 아니고 결과를 확인한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방송을 보는 천우. 숫자 하나가 맞았다. 맞았네. 무덤덤한 천우. 두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맞았네. 오늘 운이 좋은가보다. 세 번째 숫자도 맞았다. 어? 뭐지? 뭔가 이상한 것 같다. 그런데 말년병장이라고 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재미가 없어지는 마력이 있는 시기다. 금세 평정심으로 돌아온 천우. 근데 맞는 숫자가 네 개가 되고 다섯 개가 된다. 응? 여섯 번째 숫자 하나 남았다. 이것까지 맞았다. 엥? 이게 뭐지? 실화인가? 눈앞에 보이는 건 꿈이 아니다. 말년병장 천우는 여섯 개의 복권 전부를 맞춘 당첨자가 됐다.
헐. 헐. 헐. 말도 안 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조회해봤다. 57억이라는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57억이면 집 한 두 채를 사도 남는 돈 아닌가. 집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이었던 농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전역까지는 3개월이 남았다. 안 그래도 안 가는 시간이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니. 57억이라니. 밥을 먹으면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웃음이 나오다 못해 저절로 눈물이 난다. 그동안의 고생이 왠지 모르게 생각나는 것 같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내무반. 천우는 복권 용지를 가지고 밖에서 후임과 대화하고 있었다.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근무지도 왠지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안 읽던 책을 읽기 시작하던 천우. 책을 읽으며 근무를 하고 있는데 후임 한 명이 말을 건다. "병장님. 저 화장실 가고 싶지 말입니다." "갔다 와~" 배가 아픈 후임은 천우의 앞을 스윽 지나가며 아픈 배를 움켜잡았다. 그때, 후임이 지나가던 찰나에 복권 용지가 사르륵 날아들었다. 그리고 그 복권 용지가 북으로 넘어갔다. 자. 57억이 눈앞에서 증발되게 생긴 천우. 천우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웃겼어
일단 장르는 코미디다. 이 장르의 가장 첫 번째 본분은 무엇? 웃겨야 한다. 별생각 없이 상영관에 들어가서인진 모르겠지만 난 꽤나 웃다 나왔다. 가장 최근에 봤던 코미디 향 첨가 영화는 두 편이었다. <외계+인> 1부와 <불릿 트레인>이다. 전자에선 그냥 내내 정색하고 봤고 후반부에는 정확히 두 번 웃었으므로 코미디 타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티켓 값이 4천 원이니까 봤지 아니었으면 중간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생각하고 들어갔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선회하는 재미를 느꼈으니 내 기준에서 코미디의 기능을 충분히 한 셈이다.
이 웃긴 고경표 배우가 복권 당첨을 확인하고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때 각본을 상상하면 좀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 근데 고경표 배우는 이를 굉장히 잘 소화한다. 좀 실없는 인물의 내면 묘사,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암시하고, 초중반부의 인물 구도를 설계하기 위해 나름 중요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 시퀀스는 좋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좀 미친놈처럼 보일 수도 있는 연기를 진짜 미친놈같이 소화해서 '역시 이 배우는 좋은 배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요일에 공개됐던 <서울 대작전>, 배우의 전작 <헤어질 결심> 세 역할의 톤이 다 다른 건 이 배우가 얼마나 욕심이 있고 능력까지 받쳐주는지를 볼 수 있는 훌륭한 단면이었다. 이 장면 이후에도 좀 여러모로 입장이 난처한 인간의 마음이 표정에서 잘 드러났다. 전체적인 코미디 톤을 이끄는 좋은 연기였다.
다른 배우들의 호연 외적으로 이 영화의 코미디 요소에 대해 쓸 수 있다. 바로 '무근본'코미디라는 것. 이 코미디는 근본이 없다. 일단 이야기의 전개에 대해 써보자면, 솔직히 아쉽다(그리고 이 부분은 후술 할 것이다). 극을 전개할 때마다 '와 이러면 진짜 웃기겠는데?' 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대로 이어진다. 이러면 따라오는 단점이 뭐냐. 일단 뻔하다는 전개와 이야기 간의 접착력이 딱 달라붙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뒤집어서 표현하면 상황상황마다 인물의 표정이나 구도 촬영을 잘해놨어서 웃기기에는 최적화됐다는 뜻이 될 것이다. 또한 이 코미디에는 웃음 강박이 없는 것 같다. 뭐 이 부분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은 알던 웃음 패턴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단 여러분이 이 글과 영화의 예고편을 읽으며 바로 눈에 들어오는 설정이 하나 있다. 바로 군대다. 우리나라 군대 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폐쇄된 공간, 억압된 자유, 남북한의 군사 긴장상태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때 생각날 수 있는 소재를 경제적으로 박박 긁어모은다. 그 외에도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을 본다거나, 수많은 짤에서 볼 수 있던 유머 소재들도 적재적소에 잘 쓰였다. 뭔가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것보다 익숙한 패턴을 잘 변용했다는 점에서 코미디 영화로서의 안전장치는 잘 구성한 것 같다.
얕게 쓰이진 않았던
이 영화가 <D.P>처럼 우리나라 군 상황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는 사실 어렵다. 뭐 그런 사회비판적인 코드가 주요하게 작동할만한 영화가 아닌 것도 맞다. 애초에 코미디 영화니까. 그 이유 때문에 사실 좀 불필요하게 들어간 부분이 없진 않다. 굳이 그 상황이 아니어도 인물이 그런 행동을 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이 마저도 코미디로 활용한 재기 발랄함은 강점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말 단순히 웃기기 위해 모든 세포를 기울인 효과다.
또 반대 측면에서 북한 묘사도 코미디로 활용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남북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 때 어려운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그럼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북한에 대한 묘사다. 일단 남북한 현실에 대한 묘사 중 어느 쪽에 힘을 더 줬냐고 묻는다면 북한 쪽에 힘을 더 줬다고 생각한다. 일단 북한은 실질적으로 기본적인 농축산업도 유지하기 어려운 국가로 묘사된다. 또 군 내부가 어떻게 평소에 운영되는지 모를 정도로 조직력에 문제가 있다. 또 북한 내부 시스템의 문제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쓰자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작동하는 ‘인재가 등장하기 어려운 현실’에 관한 내용이 코미디 요소로도 쓰이지만 소재의 활용에서도 적절하게 잘 쓰인 부분은 흥미롭다. 그리고 병사의 동기부여에 관한 부분, 나라를 위해 10년씩이나 꿈을 희생해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까지 단순히 웃기려고만 이런 것들을 설정한 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가장 결정적으로 시각적으로 북한군을 묘사하는 방식이 있다. 앞에서 상기한 내용은 글쓴이 본인의 생각이 어느 정도 담겨있다. 그런데 몇몇 장면들은 이 감독이 북한이란 나라를 조롱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모두가 들 것이다. 이 외에도 인물 간의 처지를 의도적으로 대비시켜서 북한이란 나라를 더 깊게 비판하는 부분은 어렵지 않게 관객들이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인물들이 상대 나라를 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을 어떻게 영화가 거리를 두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본다면 단순히 웃기기만 하는 각본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단점 당연히 있지
뭐 이렇게 순수하게 웃기고 남북한 현실 묘사 깔끔하게 잘했다고 해서 모든 게 능사인 건 아니다. 이 영화 단점 당연히 있다. 일단 각본의 퀄리티다. 일단 영화 시작되고 한 10분까지 설정에서 크게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뭐 이런 소소한 것들이 말이 안 되는 건 그렇다 치자. 모든 영화에서 핍진성, 개연성을 따지는 건 피곤하니까. 그런데 이 가정법이 영화 끝까지 쭉 이어진다는 건 분명한 호불호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재밌겠는데!’를 때려 박은 이 영화. 그런 코미디 요소에 모든 걸 다 투자했기 때문에 이야기 몰입하는 데 있어 좀 깨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이야기가 불협화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내적 논리와 함께 진행되는 영화. 그냥 웃기기 때문에 이 정도는 그래, 싶어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 후반부다. 남한에서 한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는다. 그리고 그 사건을 겪기 전에 배경으로 제시되는 부분은 나름 잘 설정했다. 이 나름대로 코미디가 되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긴 해도 다음에 이어지는 일의 배경이 되는 점에서 꼼꼼함은 어느 정도 챙긴 셈이다. 그런데 이런 인물을 극 중 타인들이 지켜보거나 대응하는 방식은 의문부호가 들 수밖에 없다. 이 방식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가는 둘째 치고, 얼핏 보면 이 사람들을 혐오하는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역시 앞에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그냥 이 상황에서 가장 재미있는 방식이라 이런 식으로 전개한 건 그럴 수 있다. 근데 이 지점은 살짝 다르게 변용해도 이야기 전개가 말이 된다. 그 부분까지 코미디로 소화시켜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또 이 외에는 극후 반부가 살짝 아쉽긴 하다. 일단 CG가 엔딩부에서 중요하게 쓰인다. 안 그래도 결말 부분의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데 이 부분까지 있으니 더욱 도드라지는 느낌이 강하다. 또 앞 문장에도 썼듯 이야기를 쓰다 만 것은 좀 아쉽다. 엔딩부에서 보여주는 떡밥 하나는 아예 불필요했고, 물렁했던 극 전개가 빈약해지기까지 한다. 뒷심이 강했으면 조금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기다려 왔던 영화
뭐 이런저런 이유로 아쉬운 부분도 있는 영화지만 사실 많은 분들이 이런 작품들을 기다려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해 개봉했던 이른바 '빅 4'들은 스케일이 큰 영화들이었다. 반면에 이 영화는 규모가 작다. 그러다 보니 큰 스케일의 영화에 익숙했던 글쓴이 같은 분들에겐 눈이 편한 느낌이 든다. SNL이나 여타 시트콤에서는 보기는 좀 크지만 규모가 크지도 않아 왠지 잊고 있었던 정통파 코미디를 그리워했던 분이라면 안성맞춤이다.
또한 한국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주인공인 천우 역의 고경표 배우는 드라마에 많이 나왔다. <응답하라 1988>로 유명세를 얻었던 고경표 배우는 영화판에서는 그렇게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나왔다 하더라도 영 시원찮은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고경표 배우가 표현력이 굉장히 뛰어난 연기자라는 걸 알게 된다. 난감하면 난감핟대로, 맘먹고 웃기려면 웃긴대로 표정연기가 뚜렷하니 이 배우는 유아인 배우처럼 큰 존재감을 뽐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질 결심>에 이어 이 <육사오>에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음은 음문석 배우다. 아마 올해 1200만 명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2>에서 봤던 얼굴로 많이 기억하실 것 같다. 이 배우 연기 잘했다. <범죄도시 2>에서도 연기 잘했는데 이 영화에선 특히 더 잘했다. 감정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뻔뻔함,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대위 역이기 때문에 장병들을 이끌어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위치까지 이 작품의 최전선에서 극을 이끈다. 래퍼 겸 댄서 겸 배우신 것 같은데 이 쪽에 굉장한 포텐이 있는 것 같다. 얼굴도 잘생겼다. 39세 안 같다. 또한 박세완 배우는 이름만 알고 있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짝반짝하는 존재감은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남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일단 겁나 예쁘시다.
또 윤병희 배우와 이이경 배우도 기억에 남는다. 윤병희 배우는 얼굴이 굉장히 익숙하다. <범죄도시 2>에서 휘발유 역을 맡았을 때도 뭔가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 이 배우는 휘발유 캐릭터와는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개성이 센 마스크라 이 배우 하면 휘발유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후반부까지 극을 끌고 가는 힘은 굉장한 박력이 있었다. 또 이이경 배우는 얼마 전에 본 <공조>에서 봤었다. 그런데 이 배우는 확실히 여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우리나라 그 좁은 면적에서 이렇게 예술 잘하는 사람들이 튀어나오는지 모르겠다. 유치할 수도 있고 질척댈 수도 있는 유머를 생기 있게 잘 소화한 건 이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 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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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당신이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라면?
어느 날 당신의 삶이 가짜처럼 느껴진다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마른하늘에서 갑자기 조명이 떨어지거나 만화 영화처럼 폭우가 당신의 움직임을 따라서 내린다. 수십 년 전 죽는 모습을 목격한 아버지가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오고, 평범한 사람들이 돌변해서 아버지를 납치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출근길에 틀어 둔 라디오에서 당신의 현재 상황을 그대로 중계한다. 사람들이 모두 당신을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행동한다는 기분이 든다. 심지어 배우자까지도 의심스럽다. 만약에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진실과 해결책을 찾을까? 아님 상황을 모르는 척 안정된 삶을 이어가야 할까?
위에 적은 모든 예시는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짐 캐리)’가 겪은 일이다. ‘트루먼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태어날 때부터 모든 순간이 리얼리티쇼로 방영된 남자가 점차 진실을 알게 되는 상황을 다룬다. 1998년 개봉했으며, ‘죽은 시인의 사회’로 유명한 피터 위어 감독의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호평과 흥행에 힘입어 199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트루먼쇼’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 ‘짐 캐리’는 1999년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한 편의 리얼리티 쇼처럼 출연진의 이름과 배우와 PD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이후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의 일상과 시청자의 모습이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쇼에서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연기와 설정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의심스러운 사건이 이어지자 ‘트루먼’은 그가 살고 있는 헤이븐 섬을 떠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헤이븐 섬은 거대한 인공 스튜디오로 시간과 기후가 임의로 조정된다.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은 밤하늘의 별을 대신하는 역할이었다. 헤이븐 섬은 잘 관리되어 있지만, 해와 달이 한꺼번에 떠있는 등 기묘한 공간이다.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트루먼’의 노력은 번번이 막힌다. 약 5천대의 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가 떠날 수 없도록 PD ’ 크리스토프(에드 해리스)’는 온갖 방법을 이용한다. 쇼에 큰 집착을 보이는 PD는 달 모양의 방송국에서 전지전능한 신처럼 ‘트루먼’을 살핀다. 자신의 사생활은 극도로 노출을 꺼리지만, 트루먼이라는 개인의 삶을 공유하는 일이 다수의 시청자에게 위안을 준다고 믿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바다에서 보트를 타다가 겪은 사고도 PD가 ‘트루먼’을 막으려고 고의로 만든 상황이다. 그런 방식은 어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가 비행기 표를 구매하러 방문한 여행사 벽엔 비행기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버스가 갑자기 고장 나거나 교통체증으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만든다.
PD의 지시에 따라 ‘트루먼’에게 직접적으로 행동하는 건 배우들이다. 부모님, 가장 친한 친구, 아내, 이웃 가릴 것 없이 상황에 맞춰 연기한다. 그들은 쇼가 진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직업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7살부터 함께 한 친구 ’ 말론(노아 에머리히)’은 ‘트루먼’이 진실에서 멀어지고 의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인물이다. 그는 ‘트루먼쇼’가 위기의 순간에 처할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맡는다. 규칙처럼 간접광고를 위해 6개 묶음 맥주를 들고 ‘트루먼’을 찾아온다. 영화에서 재밌다고 생각한 배경은 ‘말론’과 ‘트루먼’이 아지트로 사용하는 장소이다. 어두운 밤에 그들은 끊어진 다리 위에서 장난 삼아 골프를 치거나 위태롭게 다리 끝에 걸터앉는다. 거짓말로 얼룩진 그들의 관계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다리와 닮았다.
쇼에서 큰 비중을 가진 또 다른 인물은 ‘트루먼’의 아내 '메릴 버뱅크(로나 리니)’다. 그녀는 영화 속 대사와 행동으로 짐작컨대, ‘트루먼’을 사랑하기보다 쇼에 출연하며 얻게 될 명성에 관심이 있는 듯하다. 주로 트루먼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며 회피하기 일쑤이고, 광고를 처리하기 위해 맥락에 맞지 않는 엉뚱한 소리를 자주 한다. 트루먼에게 가족의 안정과 평화라는 명목으로 떠나려는 '안전한 집으로 가요' 라며 붙잡는다.
한편으로 ‘트루먼’이 세상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결혼식 사진에서 그녀는 검지와 중지를 꼬고 있다. 미국에서 손가락을 꼬는 동작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행운을 빌어주거나 현재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장면에서는 후자로 사용되었다. ‘트루먼’은 아내의 손가락을 보며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리고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이 거짓을 말할 때, 상처는 얼마나 클까? 배신감과 타인을 향한 불신이 밀려들지 않았을까?
불행 중 다행으로, ‘트루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이 TV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쇼의 단역배우로 출연했던 ‘실비아(나타샤 맥켈혼)'는 우연히 ‘트루먼’과 마주치고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감시를 피해 함께 짧은 시간을 보내지만, 곧 방송 관계자에게 ‘실비아’가 붙잡혀 이별한다. 이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비아’는 트루먼쇼 반대운동을 하고 그의 자유를 응원한다.
‘트루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지만,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도 영화에서 등장한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전 세계 곳곳에서 방영되고 나이, 국적, 성별을 불문하고 열정적인 팬도 있다. 마치 드라마를 보듯 ‘아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둥 ‘트루먼’의 삶에 한 마디씩 보태고 행동 하나하나에 함께 울고 웃는다. ‘트루먼’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감독은 숨어서 지켜보는 구도와 카메라의 검은 테두리가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사용했다.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더 자주 등장하는데, 관객이 '트루먼쇼'의 시청자 입장이 되도록 유도한다. ‘트루먼쇼’는 인물마다 개성과 존재감이 뚜렷해서 행동이나 역할을 해석하는 즐거움이 있다.
1998년 영화 ‘트루먼쇼’이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영화 속 비현실적인 상황이 우리의 현실과 닮아서’가 아닐까? ‘트루먼’이 ‘헤이븐섬’을 떠나지 못하게 막는 모습에서 안정적인 삶을 이유로 도전을 말리는 주변 사람들이 떠오른다. 관계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실패로 끝날 거라 걱정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말린다. 때론 함께한 세월을 언급하며 ‘너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식의 말을 꺼내기도 한다.
그리고 ‘트루먼쇼’에서 충격적이라고 회자되는 장면 중 하나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결말과 동시에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곳은 뭐하냐고 물으며 채널을 돌리는 부분이다. 시청자를 삶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타인의 시선이라고 해석한다면, 열렬히 응원하거나 인생의 조언을 건네던 사람들도 생각보다 우리에게 무관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헤이븐 섬’을 탈출하려는 ‘트루먼’에게 PD는 리얼리티 쇼라는 진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바깥세상은 위험하지만, 쇼의 주인공으로 살면 안전하다고 설득한다.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은 유명인이 될 거라고 설탕 발린 말로 회유한다. 결국 ‘트루먼’은 거짓이 판치지만 안정적인 삶과 자유롭지만 위험한 세계라는 선택에 놓인다. 만약에 당신이 ‘트루먼’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선택 후 펼쳐질 미래는 어차피 미리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트루먼'은 자신의 상징과 같은 대사로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In case I don’t see you, Good afternoon. Good evening,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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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야 공주 이야기
가구야 공주 이야기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다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넷플릭스에 올라온 지브리 작품을 보다가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발견했다. 언듯 보기에 '이웃의 야마다군'과 비슷한 그림이어서 꽤 오래 전 만든 작품일까, 했지만, 몇 년 전에 만든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일본의 문화와 생활을 잘 드러내고 있어서, 외국사람이 볼 때, 일본에 관한 역사와 전통,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구야 공주 이야기'의 원전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래동화, '타케토리 오키나 모노가타리(竹取翁物語解)'다. '대나무를 파는 노인 이야기'인데, 전래동화와 이 작품의 줄거리는 거의 같다. 다만,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서는 '가구야공주'의 탄생과 성장, 생활을 전래동화보다 핍진하게 그리고 있어 관객이 '가구야공주'에게 감정적으로 동화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길게 이어진다.
작품의 서사는 매우 불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전래동화가 나타난 시기가 9세기에서 10세기 무렵이라고 하니, 그때는 일본에도 불교가 한창 번지고 있을 때였다. 660년에 백제에서 건너간 불교는 상대적으로 후진 문화였던 일본 사회에 놀라운 사상으로 받아들여졌고, 문화선진국이던 백제에서 왕인이 직접 불교를 전파하니, 일본의 토호, 영주들은 물론 일반 백성들도 불교에 호감을 갖고 받아들였다.
물론 불교가 일본에 들어간 초기에는 일본 황실과 귀족 세력이 반대하고 거부했지만, 이미 일본 민중 사이에서는 불교가 상당한 호감을 갖는 종교였고, 이때 일본의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고려 때 일본으로 건너간 고려인들과 이후 백제인들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불교는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가구야공주 이야기'가 불교를 바탕으로 한 전래동화라는 건 작품 내용에서도 나타나는데, 가구야공주가 대나무에서 태어나기 전, 전생에서 살았던 곳이 '달'이었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때, 가구야 공주를 맞이하려 달에서 오는 사람을 보면, 선녀와 보살과 함께 부처님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것은 불교의 '윤회'를 상징하며, 삶과 죽음이 결코 다르지 않고, 인간은 윤회를 거듭한다는 걸 말하고 있다.
대나무를 잘라 도구로 만들어 파는 노인 부부가 있었다. 하루는 노인이 대나무를 자르고 있을 때, 대나무 하나에서 빛이 밝게 비추는 걸 발견하고, 그 나무를 베어보니 대나무 안에서 아주 작은 아이가 나왔다. 이런 탄생 설화는 고대 영웅에게 흔히 있는 장면이다. 알에서 태어난 주몽, 처녀 임신으로 태어난 예수 등이 그런 설화의 주인공이다.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는 금새 쑥쑥 자라서 동네 사람들이 '대나무순'이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노인은 대나무숲에서 다시 빛나는 대나무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황금과 비단을 발견한다. 노인은 대나무에서 태어난 아이가 예사롭지 않은 아이라는 걸 깨닫고, 공주처럼 고귀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은 수도-천황이 있는 도시-로 나가 저택을 마련하고 아이를 도시로 데려와 공주처럼 키운다. 그때까지 아이는 산골에서 동네 아이들과 마음껏 뛰놀며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는데, 도시로 오면서 친구를 모두 잃는다.
노인은 예사롭지 않은 아이를 고귀한 공주처럼 키워 귀족이나 황제에게 시집 보내는 것을 꿈꾸고, '가구야 공주' 또는 '공주(히메)'라고 부르며 극진하게 모신다. 가구야 공주가 성년이 되는 해, 사흘에 걸친 성대한 잔치를 하고, 그 소문을 듣고 양반, 귀족의 자제들이 몰려와 가구야 공주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가구야 공주는 그들과 결혼하기를 원치 않고, 산골에서 살았던 그 아름다운 추억을 생각하며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는데, 고대광실에서 호의호식하면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스스로 불행해서 더 이상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절히 소원을 빌자, 가구야 공주가 전생에 살았던 곳이 '달'이었고, 그곳에서 다시 자기를 데리려 온다는 걸 알게 된다.
가구야 공주는 이승을 떠나기 전, 자기가 어려서 살았던 산골을 두 번 찾아간다. 첫번은 산골 마을이 황폐하게 변해 있었고, 함께 어울려 살던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 모두 사라졌다. 대나무가 자라지 않아 물건을 만들 수 없게 되자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이다. 그리고 다시 8년의 세월이 지나 두번째 찾아간 산골에서 떠났던 마을 주민이 돌아오고 있는 걸 발견한다. 그 사람들 가운데는 도시에서 만났던 사랑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는 이미 결혼해 아이가 있었다.
가구야 공주는 고귀한 신분이어서 구중궁궐에서 호의호식하며 살아가지만, 그가 어려서 자란 곳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자연과 함께 살았던 것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가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시간 역시 산골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자연 속에서 뛰놀던 시기였다. 도시에서 고대광실에 살며, 호의호식하는 삶은 생기가 없는, 몸은 살아 있어도 더 이상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박제된 삶이라는 걸 가구야 공주는 깨닫고 절망한다.
어느 시기나 가난한 민중은 먹고 살기 위해 떠돌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산골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대나무로 물건을 만들지 못하자 먹고 살기 위해 흩어진다. 그렇게 도시로 나와서 도둑질을 하다 잡혀 맞기도 하고, 빌어 먹기도 하면서 삶을 유지하는데, 결국 삶의 터전인 산골마을로 돌아오면서 다시 행복을 찾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가구야 공주는 삶을 옥죄는 도시에서의 삶-정형화되고, 격식에 얽매이며, 통제된 삶-에 질식할 것 같았고, 더 이상 이승에서의 삶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간절히 이승을 떠나겠다고 결심한 원인은, 자신이 귀족 또는 황제에게 팔려간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였다. 귀족이나 황제가 자신을 선택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들의 얼굴도 본 적이 없지만, 그들이 말한 조건에 따라 혼인을 해야 하며, 황제의 후궁으로 선택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야 하는 비참한 삶이 싫었던 것이다.
가구야 공주는 고대광실에 살면서도 예전 산골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며, 궁궐같은 저택의 한쪽에 작은 시골집을 짓고, 밭과 정원을 만들어 산골에서 살던 환경과 비슷하게 생활한다. 그가 이승을 떠나기 전, 고통스러운 기억보다 더 간절했던 것은 산골에서 살았던 행복했던 추억이었다. 그가 지금 살고 있는 땅(지구)으로 내려오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도, 지구에 살던 사람이 간절하게 부르던 노래 때문이었다. 자연 속에 살며 꾸밈없이 소박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이 곧 행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으면서, 가구야 공주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미 결정된 귀환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가구야 공주는 본디 달에 사는 보살(신선)이었으나, 이승의 삶을 동경해 선계(달)에서 쫓겨나 대나무 속에서 아이로 태어난다. 아이 없이 사는 늙은 부부에게 맡겨져 지극정성으로 돌봄을 받으며 자라고,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꾸밈없고, 거칠 것 없이 살아간다. 이것은 '자연'이라는 '신'이 본래는 무소무위, 어디에도 걸리는 것 없는 자연 그 자체라는 걸 말한다. 그러다 인간이 만든 '문명'에 갇히면서 '자연'은 힘을 잃고, 생기를 잃게 된다. 인간의 문명은 도식적, 형식적, 인위적, 이기적, 파괴적 속성을 가졌기에, 자연은 인간의 문명이 두렵고 무섭다.
인간이 만든 문명은 자연(신)을 쫓아내고, 거부하며, 외면한다. 자연(신)은 더 이상 인간과 어울리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자연으로 살고자 하지만, 그마져도 인간이 파괴한다. 결국 자연(신)은 피폐, 황폐하게 변하고, 인간이 살지 않는 먼 곳-달-으로 떠난다. 이 작품은 사람의 관점이 아닌, 가구야 공주 -자연(신)- 의 관점에서 쓰였기에, 인간을 사랑하면서도, 인간의 배신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자연(신)의 입장을 드러낸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전생에 살던 곳이 '달'이라는 건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시기, 민중의 의식을 반영한다. '여성'은 우주만물을 만든 신이자, 자신-일본 민중-을 만들고 돌보는 어머니 자연의 존재를 '여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즉, 자연은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이 바뀌고, 씨 뿌리고, 수확하는 일련의 생산이 땅을 통해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생산'을 하는 것은 곧 어머니, 여성이라는 의식과 맞닿게 되기 때문이다.
'달'은 동양에서 신비로운 믿음의 대상이었다. 중동과 서양이 '태양'을 유일신으로 믿었던 것처럼, 동양에서는 '태양'보다는 '달'을 숭배했는데, 그 믿음의 근거에는 '농업'이 자리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절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절기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것은 '양력'이 아닌 '음력'이라는 걸 이미 이 시대 이전부터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에, '달'이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달'과 관련한 많은 설화와 이야기가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따라서, 가구야 공주가 여성으로 이승에 내려와 자연과 함께 어울리다 도시-인간의 문명-에 살지 못하고 다시 원래 살던 곳 - 달 -로 돌아가는 것은 당시 민중의 삶과 생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설화가 된다. 여기에 불교적 장치 -윤회-가 개입하면서, 가구야 공주는 언제든 다시 이승으로 내려올 수 있다는 희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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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영화 그 이상
8★/10★
뮤지컬 영화 그 이상을 본 것만 같다. 1964년에 제작되어 제1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쉘부르의 우산〉 이야기다. 이 영화는 통상적인 뮤지컬 영화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가 노래다. 지금까지도 여기저기서 들릴 정도로 인상적인 사운드트랙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영화를 연출한 자크 드미 감독도 이 영화를 ‘시네 오페라’라고 부르며 음악성에 자신감을 표했다. 그러나 〈쉘부르의 우산〉의 장점은 음악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지는 드라마 역시 굉장히 강렬하다. 여러모로 〈쉘부르의 우산〉은 음악과 이야기에는 ‘진보’가 없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전자제품처럼 나중에 만들어졌다고 자연히 더 좋은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기와 쥬누비에브다. 둘은 모두 프랑스의 조그만 항구도시 쉘부르에 산다. 기는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고, 쥬느비에브는 어머니를 도와 우산 가게에서 일한다. 서로를 깊게 사랑하는 둘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 우선 20살인 기는 아직 군대에 다녀오지 않았다. 더불어 16살의 쥬느비에브 역시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랑만으로 결혼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다. 쥬느비에브의 가게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가난한 정비공 기와의 결혼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이유다. 즉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말고는 그 무엇으로부터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태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둘은 모든 고난을 극복할 각오가 되어 있지만 말이다.
상황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에게 입영 영장에 날아오고, 둘은 급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한다. 서로를 향한 둘의 마음은 여전히 굳건한데, 주변 상황은 자꾸 둘의 관계를 흔드는 상황도 반복된다. 부대 상황이 좋지 않아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기, 어머니의 설득과 핀잔에 점점 피로해져가는 쥬느비에브…. 그러나 결정적인 건 쥬느비에브의 임신이다. 임신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인 쥬느비에브는 결국 카사르라는 남자와 결혼을 결심한다. 카사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남자로 기의 아이를 임신한 쥬느비에브를 아내로 받아들이기를 결심할 만큼 쥬느비에브에게 진심이다. 쥬느비에브 역시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으나 복잡한 상황과 불확실한 기와의 관계에 괴로워하기보다 자상한 카사르와 결혼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을 내린다.
알제리에서 돌아온 기는 뒤늦게 쥬느비에브의 소식을 듣고 좌절‧방황한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된 쥬느비에브의 우산 가게를 쓸쓸히 배회하고 술과 여자에 탐닉하기도 한다. 그러나 쥬느비에브가 카사르를 만나 위안을 얻었듯 기에게도 또 다른 여인, 사랑이 찾아온다. 기는 이제야 몸이 아픈 자신의 대모를 오래전부터 간호해온 마들렌의 존재가,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마들렌의 마음이 눈에 들어온다. 마들렌은 기가 쥬느비에브에게 실연당한 아픔을 자신에게서 보상받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만 기의 진심을 확인하고는 그와 결혼식을 올린다.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두 연인은 얄궂게도 서로 다른 사람과 결혼해 서로를 잊은 듯 살아간다. 영화의 마지막은 기와 쥬느비에브의 우연한(혹은 의도된) 만남으로 마무리된다. 각자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둘은 짧은 몇 마디 말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지난 세월을 아련히 회상한다. 더불어 누군가는 서로가 여전히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보이고, 다른 누군가는 그 가능성을 단호히 잘라낸다. 운명과 사랑의 엇갈림을 절묘하게 포착한 이 장면은 비극(기와 쥬느비에브의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과 희극(새로운 사랑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둘)이 동시에 공존하는 삶이라는 드라마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쉘부르의 우산〉은 사랑, 음악을 다루는 영화의 계보에 오래도록 기록될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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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을 위로하는 엉뚱발랄 캐릭터
뉴욕의 프란시스'가 서울의 청춘들에게, <프란시스 하>
코로나 시국에 찾아온 복덩이 '찬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그리고 올여름, 엉뚱발랄 귀여운 어른이! '현실'이 찾아온다!! <생각의 여름>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이제는 감독으로서도 커리어를 인정받은 '그레타 거윅'이 주연을 맡은 <프란시스 하>는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연습생 신세인 27살 뉴요커 '프란시스'의 사랑스러운 홀로서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결혼 이야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작품으로 뉴욕에 사는 주인공 '프란시스'의 이야기가 한국의 2030 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특히 어른이 되었지만 철없는 꿈을 꾸는 명랑한 모습의 '프란시스'는 많은 이들의 인생 캐릭터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직업이 있기는 하지만 하고 있지는 않아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가끔은 마음 가는 대로 막 해보는 것도 좋아" 등의 띵대사 역시 영화의 매력에 한몫했습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이찬실'
강말금 배우의 빛나는 등장을 알린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관객들이 '찬실' 캐릭터에 열렬한 애정을 보낸 작품입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인생 최대의 위기, 극복은 셀프! 행복은 덤! 씩씩하고 복 많은 찬실이의 현생 극복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내내 영화만 만들고 싶던 프로듀서 '찬실'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된 상황은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은 불러일으켰습니다. 또한 그럼에도 씩씩하게 스스로의 생활을 이어가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찬실'을 모두가 한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죠.
<생각의 여름>, '현실'
그리고, 데굴데굴 반짝반짝 청춘 이야기 <생각의 여름>에서는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시인 지망생 '현실'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한여름의 컬러풀한 기행을 담은 작품인데요. '현실'은 써지지 않는 시와 떠난 전남친을 붙잡고 여름날 더위와 함께 늘어지지만, 이내 '시가 산으로 갈 땐 산으로 가는 게 답'이라며 씩씩한 발걸음을 나서는 통통 튀는 캐릭터입니다. 또 일견 단순해 보여도 속에 품은 알알이 박힌 씨처럼 다채로운 생각들을 시 쓰기로 풀어낼 줄 아는 멋진 면모도 있죠. 아직 매사가 서툰, 그럼에도 풍부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 어른이 '현실'은 관객들의 공감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힘들어도 웃는 자가 일류다!
통통 튀는 감성으로 그린 청춘 영화, 더위 먹은 청춘을 위한 낮잠 같은 영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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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넷플릭스 신작
넷플릭스 2022년 4월!
신작 추천5편
안나라수마나라
버려진 유원지에 사는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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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지옥: n번방을 무너뜨려라
성착취물을 제작하여 끔찍한 범죄를 일삼은 익명의 온라인 채팅방
그 운영자들을 끌어내리기 위한 추적
'N번방’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 기자, PD, 경찰 등
24명의 인터뷰를 통해 범죄의 실체를 밝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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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을 달려봐
대학 입학을 앞둔 여름,
미스터리한 소년 일라이를 만난 모범생 오든
밤마다 일라이와 함께 이곳저곳을 누비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자유분방한 10대의 삶을 맛보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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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상극인 두 형사가 10년 만에 콤비가 된다
분열된 프랑스의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수사를 위해
다시 손을 잡은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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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
새 동네로 이사 온 말썽쟁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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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져스 1편 삭제씬 총정리
#산돌구름 #어벤져스1 #삭제씬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2021. 04. 0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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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34 마리아 힐 & 오프닝
01:35 외로운 캡틴
03:35 캡틴과 웨이트리스
04:37 경찰 비하인드
05:23 앤트맨 힌트
06:09 너무 오랜만에 찾아왔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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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설계자"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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