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1-07 13:00:49
인간을 위로하는 명작 <드라이브 마이 카> 영화리뷰
<드라이브 마이 카> 영화리뷰
작품 : <드라이브 마이 카>
감독 :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오카다 마사키, 키리시마 레이카, 박유림, 진대연, 소냐 위엔 등
하마구치 류스케의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가 지난 23일 개봉했다. 제74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섬세한 서사가 정점에 올랐다는 평가를 얻은 작품이다. 이미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과 진행한 대담이 대단한 인기를 끈 바 있으며, 또 다른 신작 <우연과 상상>으로는 제71회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받았으니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걸출한 작가의 탄생이다. 이는 이미 시네필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아사코>와 <해피 아워>로 예견된 바 있었다. 그렇게 하마구치 류스케는 현 세대의 작가가 되었다.
179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이야기는 엄청난 몰입도를 자랑한다. 가후쿠와 오토는 오랫동안 서로를 깊이 사랑해온 부부다. 실험적인 형식으로 연극을 만드는 연출가 가후쿠, 그리고 TV 드라마의 극본을 쓰는 작가 오토. 특히 둘은 잠자리를 가진 뒤 오토가 가후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다음날 가후쿠가 오토에게 다시 정리해서 들려주는, 둘 사이에 합의된 재미난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주고받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가후쿠는 러시아의 어느 연극제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 위해 자신의 빨간색 자동차 사브를 타고 공항으로 떠난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받은 메일에는 일정이 재조율 되었다고 적혀 있어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꼬인 스케줄로 갑작스럽게 귀가한 가후쿠는 더욱 당황스러운 현장을 목격하는데, 바로 오토가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가후쿠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문을 닫고는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그날 밤을 보낸다. 오토와의 영상통화에서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만다.
3시간 가까이 되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앞부분을 요약하면 위 문단과 같이 정리할 수 있지만, 사실 더 많고 깊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오토와 가후쿠 외에도 인상적인 인물들이 여럿 등장하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서사가 전개되기도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전작인 <아사코>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영화는 특히 비밀스러운 인물들을 꼭 마련해두고,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당황스럽고 돌발적인 사건들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영화가 불친절하거나 급박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최대 장점은 바로 긴 시간 속에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무엇보다 아주 따뜻하고 아름답게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역경과 그것을 넘어 도약하는 일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 영화에 동원되는 인물 중 가장 인상적인 이는 바로 운전기사 미사키이다. 연극협회에서 가후쿠를 위해 배정해준 운전기사로 등장하는 미사키는 가후쿠와 거의 부녀관계처럼 보일 만큼 어리고 또 평범한 여성이지만, 함께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사실은 거대한 상처와 마주한 적 있었던 전사가 드러난다. 그리고 <드라이브 마이 카>는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 각자의 아픔을 우연스럽게 치유하도록 돕는 과정을 무척이나 따스하게 그려낸다.
가후쿠가 연극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야기 속의 이야기도 매우 효과적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가 연극으로 상연되기 전 대본 리딩, 리허설 등을 아주 소상하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예술이 관객과 만나기 전의 여러 단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예술이 인간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를 관객이 충분히 납득하도록 설득한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공연되는 장면도 연극애호가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여러 이야기를 한데 모은 ‘이야기에 관한 영화’이자 이를 하마구치 류스케의 또렷한 스타일과 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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