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g2022-01-29 22:53:26
<오징어 게임>만큼 노골적으로, <지옥>처럼 추접하게
<지금 우리 학교는>,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윤여정 배우가 작년인가 청룡영화상에 나와서 한 말이 있다. "몇 주 전 가디언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왜 한국의 콘텐츠들이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지 아느냐'라고 물었다. 우리는 항상 좋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있었다. 세계가 단지 지금 우리에게 주목할 뿐이다."라고 모두발언에서 말했다. 굉장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이 굳이 잘 나가지 않아도 나는 한국에서 좋은 콘텐츠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벌새>나 <꿈의 제인> 같은 영화들, 되게 한국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벌새>는 작품 자체만 보면 한국인이기 때문에 경험했던 기억으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봐도 충분히 짠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영화인 셈이다.
이렇게 <벌새>와 같이 우리는 충분히 좋은 영화와 드라마를 찍어내고 있다. 작년 국내 여론으로는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인기가 많았던 <DP>가 있고, 김다미-최우식 배우의 좋은 케미를 볼 수 있는 <그 해 우리는>도 있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나의 아저씨>나 <비밀의 숲>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한국의 시청자들은 사실 눈이 높은 게 맞다. 이렇게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 OTT가 발달하고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이 세태에 K-아포칼립스 드라마물이 하나 등장했다. <부산행>의 좀비, <오징어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은유, <지옥>의 디스토피아 묘사까지 한국형 스릴러물의 좋은 본보기가 나온 셈이다. 5일 걸쳐있는 설 연휴기간, 넷플릭스로 달려가 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드라마인가요?
1화 도입부에 한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울며불며 사정하지만 가해자들에게 그딴 건 없다. 몇 번 몸싸움을 벌이다 피해자 학생이 옥상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한 3층 정도 되는 높이에 부딪힐 때 간판에 맞고 떨어졌기 때문에 최소 중상이다. 피해 학생은 병원으로 실려간다. 아버지와 대면한 피해자. 아버지는 피해 학생에게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로하지만 아들은 상처가 깊은 듯하다. 아버지는 아들의 상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반응한다. 마치 과학자가 테스트용 실험쥐를 가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극이 시작된다.
드라마는 빠르게 한국사회를 훑는다. 학교폭력. 유튜브에 의해 뽑히는 자극적인 썸네일. 왕따. 미투 운동. 전염병이 창궐하고 나서의 한국사회. 현재 한국의 징병제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 많은 순간을 지나쳐왔음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부조리까지. 뭐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대한민국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존의 한국 드라마들이 세태를 공격했던 부분까지 포함되어 있다. <오징어 게임>에서 시스템에 대한 비유를 극으로 제시한 부분이나 쉽게 타인을 혐오하는 <지옥>에서의 새 진리교의 모습 역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좀비라는 장르적인 소재도 위화감 없이 잘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어떤 드라마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1화의 첫 줄에서 썼듯 학교폭력이라는 소재가 영화의 중심축을 이끈다. 이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 사람이 학교폭력 피해자의 아버지였다는 점이 어떤 연출 의도를 담았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또 극을 보다 보면 왕따 피해자-가해자-그 외의 학생들이 물리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역시 극을 보다 보면 감독이 필연적으로 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 대해 어떤 조소를 건네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차가운 냉소를 보면 이들에게 우리가 너무나도 무관심했다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코로나19가 창궐한 세태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헬스장을 갈 때 시간제한이라는 게 생겼다. 원래 나는 모든 일과를 끝마치고 외로운 몸을 침대에 누워 1시간은 쉬었다가 운동하러 간다. 그런데, 9시까지 가는 통금 제한이 생겨 행동에 강제가 생겼다. 그러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느냐. 헬스장에 사람이 많이 보인다. 10시~11시에 갈 때보다 작은 시간에 회원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것이다. 이것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쉬운 조건 아닌가? 어떤 정파에 휩쓸려서 생각해보자는 것이 아니다. 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우리는 그것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모두 안다고 여길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단 매일 운동하러 가는 일개 사회복무요원인 나도 '왜 내가 적어도 8시까진 운동하러 가야 하지'에 대한 이유를 알지는 못한다. 이건 어떤 정당이 대선에서 이기든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냥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모든 정보를 통제하며 부조리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뭘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선거라는 도구도 단순히 몇몇 정치인을 끌어내릴 수는 있었지만 이들이 우리를 이용해서 나쁜 짓을 벌이는 것을 견제할 수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이 모습을 '재난에 극복하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극화해서 제시한다. 이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여러 방역수칙과 전염병 대응방안이 유사하게 떨어지며 극의 몰입을 더한다.
3. 이 드라마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첫 번째, 조연진의 연기 퍼포먼스가 어마 무시하다. 특히 이유미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유미 배우는 현재 1994년 7월생이라고 한다. 13학번이니까 지금 29살이다. 근데 이 사람이 10대 배역을 맡았다. 솔직히 이거 티 좀 난다. 살짝 비주얼 상으로는 안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혼자만 선생님 포스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게 상쇄된다. 극의 초중반부는 이유미 배우의 카리스마로 이끌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또 다음은 윤귀남 역을 맡은 유인수 배우다. 이 역은 연기 조건이 다른 역들에 비해 많다. 좀비가 튀어나와야 하고. 액션도 해야 하고. 일진 역할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전제조건을 살기 어린 액션으로 소화한다. 또, 이 인물을 관통하는 내적인 콤플렉스가 있는데 이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또 박미진-장하리 두 역을 맡은 배우들도 퍼포먼스가 좋았다. 특히 장하리 역을 맡은 배우는 내면의 고독함과 똑 부러져야만 하는 현실을 감내하는 그 기분과 감정이 잘 느껴졌다.
다음은 액션과 촬영이다. 사실 윤찬영 배우가 대사 하는 데 있어 좀 잔잔한 감이 있다. 굳이 고등학생이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고양될 수밖에 없는데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너무 점잖다. 근데 액션 연기는 진짜 미쳤다. 중반부 액션신 롱테이크는 드라마를 보시는 분들이 기대해도 좋다. 깔끔하게 잘 뽑혔다. 또 이수혁 역을 맡은 배우의 맨몸액션도 잘 뽑혔다. 피지컬이 되게 좋은 것으로 보이는데 팔다리가 길쭉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이 액션 하나만으로도 극의 퀄리티가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드라마인가요?
일단 12부작이다. 도합 709분이 걸린다. 좀 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좀비가 나오기 때문에 잔인한 편이다. 이 외에는 극을 보는데 크게 어렵다고 느낄 부분은 없을 듯하다.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사실 주연진 이유미/윤귀남 배우를 제외하면 학생들의 연기가 어색하다. 특히 윤찬영-박지후 두 배우는 뭔가 감정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느낀 부분인 것 같다. 둘이 처하고 있는 상황에 비해 너무 나긋나긋한 느낌? 근데 크게 막 보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박지후 배우 좋아하는데 욕 안 먹었으면 좋겠다.
6.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일단 이 드라마에 질병관리청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알고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감독이 현 한국사회에 대해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어떤 인물이 소외되었는가? 와 그 소외된 인물이 어떤 선택지를 고르며 어느 위치에 있는가? 도 중요하다. 또 학교 구성원 중 누가 제일 먼저 좀비가 되었는지도 확인한다면 극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당연히 설 연휴 코시국에 나가기엔 심심한 분들이 아닐까? 킬링타임 용으로 딱 좋다!
난 이거 국제적으로 꽤 히트칠 것 같다! <오징어 게임>만큼이나 잘 만들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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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파리를 느끼다
사랑으로 파리를 느끼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외로운 도시, 파리 13구. 낭만을 잃었다 생각한 그곳에서 불현듯 사랑을 만났다. 사랑을 원하는 에밀리, 사랑을 두려운 노라, 사랑이 값비싼 앰버 스위트, 사랑을 몰랐던 카미유. 흔들리고 불안했던 그 사랑이, 우리는 전부라 생각했다. 여전히 사랑을 믿는 도시 <파리, 13구>’
영화 <파리, 13구>는 파리 13구역에 살고 있는 4명의 인물을 통해 불안정한 삶과 사랑을 보여준다. 룸메이트를 구하는 도중 카미유를 만나게 된 에밀리, 파티에서 성인 방송을 운영하던 앰버로 오해를 받다가 실제로 앰버와 가까운 사이가 된 노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각기 다른 사랑을 하는 네 사람의 모습은 파리의 13구역 안에서 어딘가 서로 닮아 있는 듯하다.
파리 13구는 파리의 20개 행정구역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큰 아시아 타운이 있는 곳이다.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이곳은 우리가 알던 파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고층 빌딩과 아시안 식당들이 많고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영화는 기존의 매체에서 등장하던 파리의 로맨틱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색 또한 삭제하여 관객들이 인물들의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절제된 도시의 느낌과 배경을 통해 우리는 영화에서 파리 청춘들의 사랑, 자유, 방황, 불안정한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로 음악이다. 이 영화는 비교적 음악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음악이 등장하는 순간 그 존재감은 엄청나다. 특히 내용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하는 빠른 속도의 일렉트로닉한 사운드는 영화의 잔잔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을 풍긴다. 겉보기에는 마냥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내면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불안한 청춘들의 이면을 음악으로 대변한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은 어디일까? 잘 모르겠다.
돌고 돌아온 이들의 사랑은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그것 또한 알 수 없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삶은 불안하고 아름다우며 찬란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삶의 주인으로서 열심히 방황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영원히 헤맬 것이다. 영화 <파리,13구>와 함께.
*이 글은 씨네랩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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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서치
더 서치
체첸을 침략한 러시아 군인의 만행과 체첸 사람들의 고통, EU 인권위원회 조사원의 이야기를 엮은 영화. 영화의 배경은 2차 체첸전쟁이지만, 이야기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1차 체첸전쟁에 관해 먼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체첸공화국'은 아직 정식 국가가 아니어서 지도에 표기되어 있지 않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조지아 공화국,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이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체첸공화국은 조지아와 국경을 맞댄 러시아 영토의 작은 부분이다. 인구도 적어서 불과 130만 명 정도이고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고 있다. 이들의 종교로 알 수 있듯이, 체첸인은 과거 오스만투르크 제국에 속했었는데, 1830년 이후 러시아군이 오스만트루크와의 분쟁을 이유로 체첸 지역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1859년, 러시아 제국에 강제 병합되었다.
체첸인은 비록 소수민족이지만,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이고, 그 역사는 무려 6천년이 넘는다고 한다. 주로 유목 생활을 하며 살았고, 소수민족이어서 이들이 독립국가를 만들 기회와 힘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이 발발하고, 러시아연방공화국(쏘비에트)가 탄생하면서 체첸도 쏘련연방의 자치공화국이 되었다. 이후 1991년, 쏘련 연방이 붕괴하면서 1993년, 새로운 연방법에 근거해 '체첸 공화국'이 되었다.
쏘련 연방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1년, 체첸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람은 전 쏘련군 장군인 조하르 두다예프였다. 그는 체첸공화국 독립을 선언했지만 곧바로 내전에 휩싸인다. 체첸에는 독립 지지 세력과 친 러시아 세력이 갈등을 일으켰고, 이들이 내전을 일으킨 것이다. 이 내전을 계기로 러시아는 체첸에 병력을 보내게 되고, 이것이 1차 체첸전쟁의 시작이다.
1994년, 러시아는 체첸을 침공한다. 러시아 입장에서 체첸은 발가락의 때만큼도 안 되는 작은 지역이고, 군대를 보내면 곧바로 싸우지도 않고 승리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1차 체첸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한다. 이와 관련한 영화로 '연옥', '전쟁' 등을 참고할 수 있다.
1차 체첸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약 9만5천여 명이 참전했고, 체첸군은 4만명 정도였다. 러시아가 체첸을 얕보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러시아군은 6천 명 가까운 전사자가 나왔고, 체첸군은 훨씬 많은 1만 5천명 정도가 전사했다. 하지만 이보다 체첸 민간인이 약 10만 여명 사망한 것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전쟁은 1996년까지 이어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고, 러시아군이 철수한 것으로 미루어 체첸군의 승리라고 해도 좋은 전쟁이었다.
2차 체첸전쟁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로 촉발되었으며, 1999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세력이 다게스탄 공화국 국경을 침범하고, 러시아 영토에서 테러를 저지르자 러시아군은 1999년 9월 23일, 체첸을 공격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시기, 1999년 가을, 러시아군이 체첸을 습격한 이후의 상황을 담고 있다. 이야기는 크게 세 줄기로 나뉘어 흘러가는데, 아홉살 소년 하지, 러시아군인 니콜라이, EU 인권활동가 캬홀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린다.
러시아 군인들이 체첸인을 심문하고 있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평범한 주민에게 테러범이라며 시비를 걸던 러시아 군인이 갑자기 총으로 두 사람을 살해한다. 그리고 젊은 여성을 끌고 사라진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한 러시아 군인의 비디오 카메라에 담긴다.
아홉살 하지는 집안에서 창문을 통해 이 장면을 지켜본다. 부모님이 러시아 군인의 총에 맞아 죽고, 누나는 어디론가 끌려갔다. 집에는 갓난 동생만 있을 뿐이다. '하지'의 상황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우리도 내전을 겪었고, 하지와 같은 수만,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불행하고 비참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는 갓난 동생을 안고 집을 떠난다. 하지만 그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지 못한다. 길을 걷다가 러시아 군인이 보이면 몸을 숨긴다. 공포와 두려움이 그를 사로 잡고 있는 것이다. 동생을 돌볼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하지는 어느 집 앞에 동생을 내려 놓고 떠난다.
니콜라이는 러시아의 평범한 청년으로, 사소한 일로 경찰에 체포된 후 강제로 입대한다. 군대는 기본적으로 폭력조직이고, 폭력적인 인간들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니콜라이처럼 어리고 순진한 청년이 군대에서 당하는 폭력은 두 가지 결과를 낳는다.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자신도 폭력적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니콜라이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한 청년은 결국 자살한다. 부대장은 자살한 신병의 죽음도 '전투 중 사망'이라고 거짓 보고를 하는데, 이런 거짓과 기만, 폭력은 러시아 군대의 일상이다. 니콜라이는 전투 중 사망한 군인을 옮기고, 사망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다 전투요원으로 전출되어 체첸으로 향한다.
그 사이 니콜라이는 선임병들에게 심하게 폭력과 모욕을 당하고, 이런 경험으로 니콜라이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캬홀은 EU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난민대피소로 몰려드는 체첸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러시아군인에게 당한 폭력을 기록하고 있다. 전쟁범죄는 시대를 불문하고 군인보다 민간인에게 더 참혹하고 잔인한 피해를 안긴다. 전쟁은 인류가 가진 폭력성, 야만성, 악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현상이며, 원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쟁은 인간을 가장 참혹하게 만든다.
캬홀은 그런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EU 인권위원회에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하지만, 정작 각 나라의 대표들은 캬홀이 말하는 심각한 전쟁범죄를 듣는둥 마는둥 하는 태도를 보인다. 전쟁은 결국 강자의 논리대로 흘러가고, 인권을 부르짖어도 그것은 형식적인 과정일 뿐이라는 걸 보여준다.
캬홀과 하지는 우연히 만나 함께 지낸다. 그리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하지의 누나는 살아서 돌아와 하지가 어떤 집에 놓고 간 막내를 찾고, 하지를 찾아 나선다.
체첸은 러시아에서 분리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전쟁에 휘말렸다. 그들의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소수민족이 겪는 슬픔과 고통이 독립한다고 사라질 것이며, 독립이 원하는대로 될 것인지, 현실적인 상황과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데, 체첸 지도부는 분명 이 점에서 성급했다.
결국 수십만 명의 체첸인들이 죽거나 다치고, 아이들은 고아가 되었으며 잊을 수 없는 비극의 상처만 남기고 말았다. 체첸의 경험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다 겪었던 역사였고, 지금도 분단된 민족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체첸의 고통을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항상 전쟁의 위협 속에 살지만, 결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을 하는 순간, 남북한은 공멸하고 주변국들만 박수를 치며 좋아할 것이다. 체첸처럼 소수민족들이 세계에는 많고, 그들의 고통과 고난은 쉽게 끊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소수민족은 아니지만, 약소국가에서 이제 조금씩 힘을 갖춰가고 있다. 전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힘을 길러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는 그나마 희망을 말하려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겪은 그들에게 미래는 희망보다는 슬픔과 아픔이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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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해 우리는>, <경관의 피> 최우식 배우#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요즘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영화 <경관의 피> 활발히 활동하는
배우 '최우식' 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
그럼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보도록 할까요?
1. 프로필(Profile)이름 : 최우식
출생 : 1990년 3월 26일
국적 : 한국계 캐나다
직업 : 대한민국 배우
2. 최우식의 성장과정
한국에서 태어난 최우식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밴쿠버로 이주하게 됩니다.
캐나다의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에 진학 후 1학년 3학기만 마치고,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어느 한 예능에 출연해서 말하기를 연기자로서의 꿈을 정확하게 꾸지 않았지만, 친구의 권유로 오디션을 보게됐고 합격을 해서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합니다.
3. '최우식'의 데뷔작
배우 최우식의 공식 데뷔작은 2011년 드라마 <짝패>입니다.
그리고 2012년 <옥탑방 왕세자>, 시트콤 <닥치고 패밀리>,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 출연하는데요. 이때까지만 해도 크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진 못했습니다.
주로 약간 허약해보이는 속된말로 찌질하고 호구스러운 역할을 많이 맡게됐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로 서서히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쌓아가기 시작합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옥탑방의 왕세자>, <닥치고 패밀리>, <호구의 사랑>
4. '최우식'의 영화 주요 필모작
- 2013년 작 <은밀하게 위대하게>, 윤유준 역
출연진 :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 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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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웹툰 원작의 작품. 극 중 최우식이 맡은 윤유준은 비중이 크진 않으나, 주인공 김수현을 괴롭히는 동네친구로 등장했습니다.
약간 악동같은 캐릭터를 맡았죠.
- 2014년 작 <거인>, 영재 역
출연진 : 최우식, 김수현, 강신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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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에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청룡영화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들꽃영화상 등에서 신인상을 수상하게 해준 기념같은 작품입니다.
최우식은 영화 <거인>의 출연 당시 즈음을 회상하며, 연기자로서의 진로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시기였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 2016년 작 <부산행>, 영국 역
출연진 :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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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우식에게 '천만영화 배우'라는 타이틀을 준 첫 번째 영화입니다.
흥행과 동시에 칸국제영화제 초청이라는 영광까지 더해져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 2017년 작 <옥자>, 김군 역
출연진 :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스티븐 연, 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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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작품작. 최우식 배우는 극중 드라이버 '김군'역할로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이 성사된 작품으로 아주 소중한 작품일 것 같습니다.
이 만남을 계기로 <기생충>이라는 엄청난 작품의 주인공으로까지 인연이 이어지죠!
- 2018년 작 <마녀>, 귀공자 역
출연진 : 김다미, 조민수, 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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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식 배우가 첫 악역으로 출연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하고 훈훈한 비주얼과는 달리 악이 공존하는 역할로 충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을 한 작품일 것 같습니다.
- 2019년 작 <기생충>, 기우 역
출연진 : 송강호, 이선균, 장혜진, 윤여정, 박소담, 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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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기록을 남긴 작품이죠! 누구나 아는 작품이니,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최우식 배우에게 두번 째 천만관객 주연이라는 타이틀을 차치하고서라도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게 된 작품일 것 같습니다.
- 2020년 작 <사냥의 시간>, 기훈 역
출연진 : 이제훈, 박정민, 안재홍, 최우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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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넷플릭스 개봉작이라는 하나의(?) 큰 역사가 된 작품.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네 명의 젊은 배우들이 출연한 작품으로 크게 화제가 됐고, 이들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네요.
- 2022년 작 <경관의 피>, 민재 역
출연진 :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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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새해 개봉한 작품입니다. 극 중 언더커버 경찰로 투입된 신입 경찰역을 맡았다고 하는데요.
어리숙하고 착한 모습이 아닌 신입경찰의 패기와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는 최우식 배우의 또 다른 연기의 결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됩니다.
2022년 개봉을 예상하고 있는 최우식 배우의 또 다른 출연작 <원더랜드>(감독 김태용)가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김태용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한다는 점 등 2022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한편으로 손꼽히는 작품인데요.
이 작품에서 또한 최우식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영화팬들에게 다가갈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도 씨네랩의 콘텐츠 #배우 톺아보기 콘텐츠를 관심있게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에 #배우 톺아보기 시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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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시간
사라진 시간
정진영 배우의 첫 감독 연출작품. 그가 배우를 하기 전에 연출부에서 일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배우보다 감독이 되고 싶었고, 30여 년의 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연출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정진영의 첫 작품은 기존의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은, 신선한 시도였다.
이 영화를 두고 장자의 '호접몽'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꿈을 꾸는 나와 꿈속의 나, 꿈속에서 꿈을 꾸는 나에 관한 설정을 다룬 영화는 여럿 있다. 이 영화는 꿈에 관한 영화라기보다 '정체성'에 관한 영화로 읽는 것이 본질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의 정체성에 관한 최고의 작품은 카프카의 '변신'이다.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기가 거대한 벌레로 변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족 모두 그레고르의 변신에 충격을 받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레고르 역시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부정하지만, 벌레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카프카의 작품은 '변신'이라는 형태적 변화를 통해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묻고 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인간'이 아닌, 가족에 기생하는 '벌레'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벌레'는 사회에서 도태한 한 인간의 '사회적 존재'로 인식할 수 있다.
'사라진 시간'의 주인공 '형구'는 자기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이 인식하는 자아가 다르다는 점에서 분열적 존재다. 그레고리는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벌레로 변신하기 이전의 자신과 벌레로 변신한 이후의 자신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걸 분명 알고 있다. 육체가 벌레로 변했어도, 그레고리 잠자는 변하지 않는 자아를 갖고 있다. 이것은 자기가 생각하는 '자아'에는 분열이 없지만, 가족과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분열적이라는 점에서 '사라진 시간'의 형구와 큰 차이가 있다.
형구는 자기가 생각하는 정체성이 '형사'지만, 현실(?)의 모습은 '선생'이다. 형사였을 때의 형구는 가난하지만 결혼했고, 아들이 둘인 아버지이자 가장이다. 수사를 하던 중, 마을 주민이 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다 깬 형구는 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자신이 학교 선생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아직 미혼이고, 자기가 수사하던 불탄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론 불이 났던 집은 흔적조차 없고, 모든 것은 정상이다. 불이 났던 것은 상상일까, 불이 날 때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교사 부부는 환상일까.
형구는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기가 살았던 아파트를 찾아가고,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에도 간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자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자기가 살게 된(불이 났던 집) 집에서 발견한 것은 형구가 교사가 되기 위한 증거들로 넘쳐난다. 그 서류가 조작이라고 믿는다면 거대한 음모론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누가, 왜 형구의 삶을 분리하기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일까. 오히려 형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 의심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아의 정체성은 그 모든 세계를 의심할 만큼 견고하다. 자기부정은 자신의 실존을 의심하게 되고, 자아의 분열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만은 그것이 옳다고 주장할 때, 둘 가운데 하나는 분명 틀렸다.
형구는 자신이 형사였을 때, 학부모 해균이 초등학교 동창 여자와 모텔에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구가 선생의 정체성으로 혼란스러울 때, 해균에게 초등학교 동창 여자와 모텔에 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해균이 놀란 것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형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일종의 '키'로 작동한다고 생각한다.
형구가 해균의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해서 만난 경찰서장의 부인이 바로 자기의 아내-형사였을 때-라는 설정은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도치되었음을 말한다. 즉 형구는 이미 이 동창모임이 있기 전에 경찰서장 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것은 영화에서 형구가 형사로 등장하기 전이며, 그때 이미 형구는 학교 선생으로 재직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영화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앞부분, 교사 부부가 살고 있고, 수혁의 아내 이영이 밤만 되면 다른 사람으로 빙의한다는 것, 이 부부 교사가 결국 집에 갇혀 불에 타 죽게 된다는 내용은 형구의 꿈이거나 상상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이영은 읍내에 있는 주민자치센터에서 뜨개질을 배우는데, 형구가 온천에서 우연히 만난 초희(뜨개질 강사)에게서 형구가 뜨개질을 잘 한다는 말을 듣는데, 이영과 형구는 동일 인물임을 알 수 있다.
형구와 초희는 우연히 온천에서 만나는데,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진다. 두 사람 모두 나이가 꽤 있음에도 결혼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초희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자신이 밤만 되면 누군가의 모습으로 빙의한다는 사실을. 형구는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돋는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만, 이야기는 순환한다. 형구는 초희와 결혼해 함께 살게 되고, 초희는 밤마다 누군가로 빙의한다. 이 사실을 마을주민 해균이 우연히 알게 되고, 이장에게 전달하며, 이장은 마을 주민에게 알리고,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마을 주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 된다. 마을 주민들은 밤마다 빙의한다는 초희를 무서워하고, 형구에게 밤에는 집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철창을 설치하기를 권한다.
이 모든 과정은 형구의 상상이지만, 형구는 이 일련의 상황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다. 형구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어느 날 마을 잔치에서 독한 술을 잔뜩 마시고 정신을 잃은 것처럼 잠에 빠진다. 그리고 꿈을 꾼다. 상당한 미인이었던 경찰서장의 부인이 자기 아내가 되고, 자신은 형사가 되어 자신의 분열된 자아 - 교사 수혁과 이영 -가 행복하지만 결국 불에 타 죽는 장면을 보게 된다. 형사인 형구는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욕망을 실현 - 미인인 아내와 결혼하고 두 아이를 얻는 것 -하고, 불안한 욕망 - 뜨개질 강사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드러낸 비밀(빙의) - 을 제거하기 위해 집이 불탄다. 형구는 뜨개질 강사 초희에게서 들은 빙의의 비밀에 충격을 받고, 자신이 꿈속에서 교사가 아닌, 형사로 빙의한다.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때, 형구는 빙의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영화는 열린 구조로 되어 있어서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관객은 감독의 불친절한 결말에 불평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어서 서사가 풍부해지는 장점이 있다. 단지 꿈에 관한 이야기일지, 평행우주에 관한 이야기일지, 장자의 호접몽을 말하는 것인지, 카프카의 벌레에 관한 이야기인지 관객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신선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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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를리즈 테론이 연기한 ‘괴물’
13살 때부터 동생들의 생계를 위해 ‘창녀’ 생활을 했지만, 정작 사실을 알게 된 동생들로부터 쫓겨난 에일린에게는 꿈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마를린 먼로처럼, 언젠가 자신에게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알아봐주고 사랑해주는 남자가 나타나줄 것이라는 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남자는 없었다. 에일린에게 쾌락을 구매하는 남자들은 그녀가 꿈꾸던 남자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비 오는 날 밤, 에일린 자기의 꿈이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절망적으로 깨닫고 자살을 시도하기로 한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맥주 한잔을 마시기 위해 한 클럽에 들어간다. 영화 〈몬스터〉는 이렇게 시작한다.
에일린이 들어간 곳은 퀴어들이 모이는 클럽이었다. 그곳에서 셀비라는 이름의 여자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에일린이 질색하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흥분하자 셀비 역시 ‘그런 의도’로 말을 건 게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거짓말이다. 셀비는 에일린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 호감이 에일린의 모든 것을 바꾼다. 에일린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자신의 매력을 알아봐주고 다가와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의 매력은 늘 이성애 남성들의 돈과 치환 가능한 것으로만 여겨졌고, 빠른 시간 동안 소비된 후 버려졌기 때문이다. 셀비가 자신에게 수작을 건다며 잔뜩 흥분해 화를 내던 에일린의 마음이 바뀌는 이유다. 진심어린 사랑과 관심이 갈급했던 에일린에게 성적 지향의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모두로부터 버려진 사람에게 관습적 섹슈얼리티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제 에일린에게는 셀비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만이 중요하다.
행복. 참 골치 아픈 말이다. 무엇이 행복일까? 에일린에겐 돈으로 셀비를 호강시켜주는 게 ‘행복’이다. 에일린은 셀비의 관심과 호감, 즉 비물질적인 것으로부터 구원받았다. 하지만 그 구원을 지속하는 방법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는다. 최초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평생 ‘창녀’로만 일했던 에일린이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쉬울 리가 없기에 돈을 매개한 ‘행복’을 위한 에일린의 계획은 시작부터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에일린을 믿고 가족을 떠난 셀비의 불안‧불만도 점차 고조된다. 결국 에일린은 급한 대로 다시 ‘손님’을 구하러 거리로 나선다.
안타깝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돈에서 찾고, 돈을 벌기 위해서 별의별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에일린이 ‘더 좋은’ 행복을 찾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것이 곧 파멸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진짜 비극은 세상이 에일린을 대해온 방식의 연장에서 생긴다. ‘손님’ 중 한 명이 폭력적으로 굴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에일린이 그를 총으로 쏜 것이다. 이 살인에는 정당성이 있었다.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녀가 죽었을 테니까. 그러나 셀비와 돈을 매개로 ‘행복’하고 싶다는 에일린의 뒤틀린 욕망은 그녀로 하여금 또 다른 살인을 하게 만든다. 일반적인 직장을 갖기 어려운 그녀가 ‘손님’을 살해한 후 차와 돈을 처분하여 버는 돈의 유혹에 굴복한 것이다.
셀비가 이 사실, 즉 에일린이 살인으로 돈을 벌어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의 수사망이 점차 좁혀오자 행복을 향한 에일린의 여정은 위기를 맞는다. “난 선택 같은 건 해본 적도 없어요.” 궁지에 몰린 에일린의 말이다. 누군가는 이 말이 틀렸다고 비난할 수 있다. 모든 가난한 사람이 몸을 팔거나 살인을 하지는 않으니까. 최초에는 에일린의 ‘선택’이 있었을 것이란 소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한 번의 선택이 만들어낸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전부 그녀 탓이라 하는 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첫 선택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삶은 늘 그녀를 극한으로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나락으로 떨어져본 사람은 안다. 그동안 자신을 지탱해온 도덕과 윤리가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생존을 위해서는 ‘일반적’ 기준으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한 선택지’가 되기 마련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사연의 주인공인 에일린은 12년간 사형수로 복역한 뒤 2002년에 사형당했다. 〈몬스터〉는 ‘괴물’이 탄생하는 과정, 사랑으로 인한 ‘괴물’의 갱생 가능성, 행복에 관한 편협한 전망이 잉태한 비극, ‘선택’을 박탈당한 이들이 마주한 잔혹한 현실의 문제를 훌륭하게 엮어낸 영화다. 에일린으로 분한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도 압권이다. 그녀가 죽기 전에는 진정한 구원과 위안을 얻었기를, 살인사건의 피해자에게 진정 어린 용서를 빌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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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다들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오늘은 3월의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입니다.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뜨거운 피> (NEW)▶ 3월 23일 개봉한 <뜨거운 피>는 개봉일부터 지금까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요.
소설 <고령화가족>, <고래>의 작가 천명관의 감독 데뷔작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배우 정우가 주연을 맡으면서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였습니다.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15만 642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1만 800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 주 수요일인 30일에 마블의 <모비우스>가 벌써 예매율 55%를 넘어섰기 때문에,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줄거리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주인 '손영감’(김갑수), 그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수’는 갈등하고, 조용하던 ‘구암’을 차지하려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는데...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도망칠 곳도 없다. 누구든 망설이는 놈이 진다!2.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 <뜨거운 피>가 1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예상과 달리 2순위는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5만 672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47만 14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마블의 <모비우스>와 <베니싱: 미제사건>으로 인해 순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3. <극장판 주술회전0> (▲2)
▶ 셋째 주에 5위를 차지해 넷째 주에는 순위권 안에 들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던 <극장판 주술회전0> 2단계 올라간 3위에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6주 차에 진행됐던 '<극장판 주술회전 0> 0.5권 원서 증정' 이벤트가 관객 수 증가의 원인으로 예상됩니다.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3만 321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4만 54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93회 예측 이벤트는 3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한 주 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 주신
3월 4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극장판 주술회전0>은 단 4%만이 정답을 맞히셨는데요.
정말 저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위 변화였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4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더 배트맨> (▼1)
▶ <더 배트맨>는 셋째 주에 이어 넷째 주에서도 한 단계 내려가게 되었는데요.
주말 관객 수를 참고해 어림잡았을 때, <더 배트맨>은 누적 관객 수 90만 명을 못 넘기고 상영이 종료될 것으로 보입니다.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3만 2164명을 동원됐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87만 333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가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5. <문폴> (▼4)
▶ <문폴>은 개봉 주에는 1위를 차지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에 비해, 넷째 주에는 바로 5위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성적을 냈는데요. 아마 관람객 평점이 낮아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3월 25일~27일) 관객 수 2만 607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290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4월 첫째 주 주말에는 <문폴>이 5위권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3주 연속 1위를 차지하던 <The Batman>, 넷째 주는 그 자리를 <Tha Last City>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주말 동안(25일~27일) 북미 기준 주말 매출액 $31,000,000 (한화 약 379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누적 매출액은 동일합니다.영화 <RRR>이 5위권에 새롭게 진입하게 되었고, <Jujutsu Kaisen 0: The Movie>는 국내와 달리 5위로 하락하게 되었습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3월 25일 ~ 2022년 3월 27일)1. <로스트 시티> 3100만 달러 (누적 3100만 달러)2. <더 배트맨> 2050만 달러 (누적 3억 3195만 달러)3. <RRR> 950만 달러 (누적 950만 달러)4. <언차티드> 500만 달러 (누적 1억 3355만 달러)5. <극장판 주술회전0> 457만 달러 (누적 2772만 달러)...씨네픽의 3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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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학교X환몽씨네, 채널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 (feat. 최민식, 김윤석, 이병헌 외)
중앙사랑과 함께한 예능형 콜라보 콘텐츠입니다!
졸업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학교를 떠나기 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재밌게 즐겨 주신 중앙사랑 27기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본 영상은 지난 2월에 촬영한 콘텐츠입니다.)
#중앙대학교 #중앙대 #중앙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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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이것'을 알면 영화가 개쩔게 느껴집니다ㅣEBSㅣDUNE 역사정리ㅣ티모시 샬라메ㅣ듄 예고편ㅣ워너브라더스ㅣ드니 빌뇌브
? '듄(DUNE)' 영화 속 세계관 역사 요약정리
- 베네 게세리트, 초암공사- 영화 정보
장르: 스페이스 오페라
감독: 드니 빌뇌브
각본: 에릭 로스, 존 스페이츠, 드니 빌뇌브
원작: 프랭크 허버트의 듄(1965)
제작: 드니 빌뇌브, 케일 보이터. 메리 페어런트,조 카라치올로 주니어
주연: 티모시 샬라메, 제이슨 모모아 외
촬영: 그레이그 프레이저
음악: 한스 짐머
촬영 기간: 2019년 3월 18일 ~ 2019년 7월 26일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워너브라더스
수입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개봉일: 2020년 12월 18일#듄 #듄영화리뷰 #듄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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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호에서 무슨 일인데ㅜㅜ 이젠 지나가다가 불 켜져 있는 집만 봐도 무서울 듯... [곤지암] 잇는 충격적 현실 공포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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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죽음, 끝나지 않은 소설
“이 페이지를 열겠습니까?”심리학 전공의 대학생 ‘샤누’는 다급하게 걸려온 사촌 ‘탕징’과의
통화가 끊기자 그녀를 찾아가지만, 이미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샤누’는 의문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마밍’을 찾아가고,
두 사람은 ‘탕징’이 죽기 전 써내려 간 인터넷 소설의 내용과
동일한 방법의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은 ‘탕징’을 대신한 누군가에 의해 계속 업데이트 되는 소설.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숨막히는 저주가 시작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