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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 K2021-03-02 00:00:00

테넷 - 더 탐닉하거나 도망치거나. 선택은 당신의 몫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로 나뉘어졌다.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는 대부분 저예산이나 독립 영화였는데,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강행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이다. 감독의 전작들의 평과 흥행에 과연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을 할 수 있을까, 극장가를 살릴 구원자가 될 것 인가 라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넷이 의미 없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흥행과 평가는 별개이기에, 테넷 또한 감독의 전작들과 함께 주목할만한 영화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유료 시사회로 개봉 전에 관람했는데, 당시에 영화가 어렵다는 평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주요 용어들에 대해 개념을 숙지하고 관람을 하러 갔으나, 결국 영화에게 패배했다. 여기에서의 패배란, 이해를 못 했다는 것이다. 분명 초반부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중반부부터 난이도가 갑작스럽게 상승한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처음에는 기초 맛보기 문제 한 두문제 설명하다가 갑자기 블랙라벨 몇권을 통째로 갖고와서 무작정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예고편에서 중심적으로 보여주는 인버전이라는 개념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응용되면서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객은 둘로 나뉘어 질 것이다. 더 파고들어 테넷을 탐닉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도망치거나.

 

테넷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랑은 다르다. 통상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많은 관객들을 포용해야 하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넷은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본 관객이 테넷 관계자이거나 천재가 아닌 이상 첫관람에 완벽한 이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처음봤는데 다 이해했다고 하는 사람은 천재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재관람함으로서 이해하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 다시 볼 수록 테넷이라는 이름의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든 특성이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탐닉하는 자는 영화를 다가가기를 원하는 이들이고 도망치는 자는 영화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일 것이다.

 

영화 평론가들은 관객이 다가가는 영화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나도 그것을 동의하는 이들중 한 명이지만), 그렇다고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란 보편적인 잣대도 존재하지만, 취향으로 갈리는 영역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둘로 나눠지기에, 테넷은 더더욱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탐닉한자와 포기한자, 두 그룹의 대조.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영화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들 답게 본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는 이번의 '매력'을 탐닉하는 자와 쟁취하지 않는 자로 나뉨으로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다. 또 확실한 것은 이렇게 갈리기는 하지만,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한번 봐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확실하게, 또 강력하게 매혹한다는 것이다. 어딘가 모를 은밀한 유혹.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 씨네필 K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inephile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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