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1-03-02 00:00:00
테넷 - 더 탐닉하거나 도망치거나. 선택은 당신의 몫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영화가 개봉을 연기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로 나뉘어졌다. 개봉을 강행하는 경우는 대부분 저예산이나 독립 영화였는데,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강행한 영화가 있었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이다. 감독의 전작들의 평과 흥행에 과연 코로나 시국에도 흥행을 할 수 있을까, 극장가를 살릴 구원자가 될 것 인가 라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넷이 의미 없는 영화는 절대 아니다. 흥행과 평가는 별개이기에, 테넷 또한 감독의 전작들과 함께 주목할만한 영화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유료 시사회로 개봉 전에 관람했는데, 당시에 영화가 어렵다는 평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나오는 주요 용어들에 대해 개념을 숙지하고 관람을 하러 갔으나, 결국 영화에게 패배했다. 여기에서의 패배란, 이해를 못 했다는 것이다. 분명 초반부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중반부부터 난이도가 갑작스럽게 상승한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수학 문제를 푸는데 처음에는 기초 맛보기 문제 한 두문제 설명하다가 갑자기 블랙라벨 몇권을 통째로 갖고와서 무작정 설명하는 느낌이랄까. 예고편에서 중심적으로 보여주는 인버전이라는 개념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다. 다만 그것이 응용되면서 어려워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관객은 둘로 나뉘어 질 것이다. 더 파고들어 테넷을 탐닉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도망치거나.
테넷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랑은 다르다. 통상적인 블록버스터 영화는 많은 관객들을 포용해야 하기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서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넷은 그렇지 않다. 영화를 본 관객이 테넷 관계자이거나 천재가 아닌 이상 첫관람에 완벽한 이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처음봤는데 다 이해했다고 하는 사람은 천재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영화를 재관람함으로서 이해하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 다시 볼 수록 테넷이라는 이름의 퍼즐이 맞춰지는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매우 힘든 특성이기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둘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탐닉하는 자는 영화를 다가가기를 원하는 이들이고 도망치는 자는 영화가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일 것이다.
영화 평론가들은 관객이 다가가는 영화를 통해 진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나도 그것을 동의하는 이들중 한 명이지만), 그렇다고 다가오기를 바라는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영화란 보편적인 잣대도 존재하지만, 취향으로 갈리는 영역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렇게 둘로 나눠지기에, 테넷은 더더욱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탐닉한자와 포기한자, 두 그룹의 대조.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영화도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들 답게 본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문제는 이번의 '매력'을 탐닉하는 자와 쟁취하지 않는 자로 나뉨으로서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것이다. 또 확실한 것은 이렇게 갈리기는 하지만,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 한번 봐볼까? 라는 생각이 들만큼 확실하게, 또 강력하게 매혹한다는 것이다. 어딘가 모를 은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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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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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윤희에게(2019)> 리뷰
- 겨울이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는가? 누군가에겐 <이터널 선샤인(2004)>일 수도, <러브레터(1995)>나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일 수도 있겠다만 내 대답은 <윤희에게(2019)>이다. 왜일까. 푹푹 내린 눈으로 뒤덮인 흰 풍경 속에서 검은 코트를 입고 선 윤희(김희애)가 막막한 세상의 단독자처럼 보여서일까. 혹은 스무 살을 앞둔 딸을 키우는 중년 여성 윤희가, 외면했지만 여전히 여린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까. 아니라면, 찬 겨울의 중심부에서 찾아낸 이야기의 절단면을 어루만지며 그 시절의 선명했던 감정을 담담히 긍정하는 모습이 찬연했던 탓일지도. 아무튼 2023년 1월의 끝물에 나는 다시 <윤희에게>를 보았다. 권태로운 일상을 벗어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영화 <윤희에게>는 과거와 바다, 꿈의 경계를 횡단한 편지로부터 출발한 이야기다. 조금 더 풀어내자면 이렇다. 지금은 일본에 사는 윤희의 20여 년 전 첫사랑 쥰(나카무라 유코)이 쓴 고백이 예산에서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일상을 견디는 윤희에게 도착한다. 정확히는,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에게. 새봄은 몰래 편지를 읽고서 엄마에게 일본 오타루 여행을 제안하고, 오타루에선 쥰의 편지를 몰래 보낸 장본인 마사코(키노 하나)와 합심해 두 사람의 재회를 이끈다.여느 영화가 그렇듯 <윤희에게>를 읽어내는 방법은 무수하기 그지없다. 우선 젠더가 가장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윤희를 억압했던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영화의 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표류하던 개인의 성장 서사로 이해할 수도 있을 테고, 윤희와 새봄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뤄봄직하다. 당연하지만 쥰에게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그중에서 내가 집중하고 싶은 건 윤희 개인의 내면적 성장 – 그러니까, 스스로가 다시 쓰는 개인의 역사에 관한 것이다. (퀴어라는 주제를 깊게 다루지 않는 까닭은 그러한 소수자성이 없는 내가 함부로 꺼내도 괜찮은 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으로, 어쩌면 내 부족함을 유야무야 덮어버리는 회피인지도 모른다.)영화 초입에서 우리가 만나는 윤희는 공허하다. 공장으로 향하는 봉고차에 탄 눈빛엔 힘이 없고, 식당 배급을 하는 그의 일상은 지겨운 굴레처럼 보인다. 심지어 담배를 피우는 가로등 옆의 건물마저 곧 무너질 듯 초라하다. 인생이 그를 어찌나 가혹하게 휘둘렀던지, 이따금 윤희는 자신의 목을 일찌감치 내놓은 연약한 초식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것은 윤희가 자아내는 고독이다. 윤희는 대화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마다 단절하는 쪽을 택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기다리고 관찰하기만 한다. 오죽하면 딸인 새봄이 윤희의 태도를 비꼬아 “나 자꾸 신세 지게 만들지 마, 그거 다 빚이야.”라고 말했을까. 그러하니 전 남편인 인호(유재명)가 윤희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 평가가 완전히 틀리진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윤희의 안전거리 확보는 자신을 돌보기 위한 방편이다.윤희가 과거 사랑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분명 참담한 배반이었다. 쥰을 사랑한 윤희가 도달한 곳은 정신병원이었다. 가족이 윤희를 사랑한다는 미명 하에 내어준 선택지는 ‘괜찮은 남자’와의 이른 결혼이었으며, 윤희를 사랑했다던 전 남편은 술에 취해 윤희의 집에 돌아오는 불편한 폭력을 거듭한다. 어디 그뿐인가. 가족은 사진을 향한 윤희의 애정을 알았지만 대학교 사진학과에 진학한 이는 윤희가 아니라 윤희의 오빠였다. 자신을 둘러싼 사회가 그를 억압할 때, 숨죽여 삶을 이어가야 하는 개인이 가장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결코 전복일 수 없다. 전복엔 적지 않은 용기와 지지가 필요하다.이러한 윤희에게 용기를 더해준 사람은 두 명이다. 쥰이 부치지 않은 편지를 한국에 전한 쥰의 고모 마사코와, 편지를 읽고 대담한 여행 계획을 세운 딸 새봄. 쥰의 고모가 없었더라면 쥰의 편지는 윤희에게 닿지 않았을 것이며, 새봄이 없었더라면 윤희는 오타루로 향하지 않았을 터다. <윤희에게>의 쥰은 의도적으로 편지를 부치지 않았다. 자신은 흘러넘친 마음으로 버거워하면서도 수신인이어야 했을 윤희를 배려한 셈이다. 어쩌면 전윤호 시인의 시구처럼, 쥰이 “때를 놓친 마음은 재난일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절절하게 이해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쥰의 고모는 그의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그런데 쥰의 편지는 윤희에게 닿기 전, 새봄에게 먼저 도착한다. 잘못 도착한 것일까? 아니, 결코 아니었다.봄은 그 자체로도 새로움의 상징인데 굳이 새롭다는 의미가 더해진 이름을 가진 윤희의 딸 새봄은, 어린 윤희를 많이 닮았다고 소개된다. 사진에 재능이 있고, 엄마와의 첫 번째 해외여행에 남자친구까지 비밀리에 불러내는 걸 계획할 만큼 배짱이 두둑한 그를 통해 관객은 윤희의 어린 시절을 엿보게 된다. 쥰이 동경했을 사람,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자 친구와 연애한다고 밝혔을 소녀를 스크린 너머로 상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새봄은 윤희의 후세대인 만큼, 그와 완전히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새봄은 새롭게 쓰이는 과거인 동시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찬란한 미래인지라, 언뜻 막막해 보이는 윤희의 길을 명랑하게 안내하는 데에 성공한다.이러하니 마사코와 새봄 두 사람의 존재는 일상 속에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항상 우리 곁에 있었기에 낯설지 않은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두 사람은 사랑으로 인해 큰 대가를 치른 윤희와 쥰에게 다시금 사랑의 미덕이 무엇인지를 되돌려주는 이들이다. 마사코와 쥰이 포옹하는 씬이나, 일순 새봄이 윤희를 사진에 담아내는 순간은 너무나도 짧은 찰나이고 거창한 수식어도 거대한 감정의 해일도 없지만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삶 앞에서 휘청이는 개인을 버티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건 그런 마음들의 합집합이라는 걸, 또한 알게 된다.잿빛에 가까운 일상에 금이 간다. 금 간 곳엔 항상 빛이 들어온다고 누군가 말했듯, 계기를 획득한 윤희는 공장 조리사로 일하던 기존의 삶을 정리한다. 삭막해 보이는 아스팔트 길을 해방된 얼굴로 걸어가던 그에게 이윽고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삿포로 근방에 있다는 오타루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설국』의 첫 문장을 연상시킨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하얗게 쌓인 눈은 모든 소리를 잡아먹을 듯하다. 보내지지 않았던 고백이 편지로 켜켜이 쌓인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희고 고요한 오타루에서 검은 코트를 입은 윤희가 남긴 매 순간의 궤적조차 자신의 온 마음이 담긴 편지였으리라.그럼에도 한 번 훼손되었던 마음은 손쉽게 발화되지 않는다. 같은 땅에 있음에도 윤희는 쥰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반면 쥰의 고모와 새봄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끊어진 시간을 잇는다. 애타는 마음으로 꿈에서만 만나던 두 사람이 현실에서 만난다. 동경으로 싹을 틔웠던 마음이 사랑을 거쳐 막연한 그리움으로 변한 시점의 재회였다. 눈 내리는 도시에서 20여 년간 녹색 숲(綠の林)이라는 동물 병원을 운영한 쥰이 새봄이라는 딸과 도착한 윤희를 만난 건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존 버거의 책 『A가 X에게』를 부분 인용하고 싶다. “(…) 나의 하루는 당신의 부재로 시작하지 않거든요. 그건,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을 하기로 했던, 우리가 함께 내렸던 그 결정으로 시작해요.” 모든 걸 견딜 수 없는 순간, 꾹꾹 닫아 두었던 마음의 둑이 터지는 순간조차 부칠 수 없는 편지의 글귀로 남겨두는 두 사람에게 선택지가 다시금 돌아온다. 어떻게 매일을 시작할 것인지, 어떻게 개인의 역사를 써 내려갈 것인지.쥰과 윤희가 숨겨두어 먼지 쌓였을 기억과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데에 성공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치유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지 궁극적으로 사랑이 실현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이란 감정은 인생의 모든 것처럼 착각되는 강력한 순간을 우리에게 종종 부여하지만, 궁극적으로 삶의 전부로 치환되기는 어렵다는 걸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다만, 자의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했을 그 시절의 감정에 제대로 된 결말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두 사람에게 크나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라 감히 단언한다. 여행을 끝마친 윤희는 예산을 떠나 이력서를 적는다. 고졸이라는 짧은 단어에 햇살이 드리우고 윤희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언젠가 직접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꿈은 윤희의 미소와 새봄의 사진 속에 남는다. 그는 더 이상 삶을 멀찍이에서 두려워하지 않으며, 변화 앞에서 움츠려들지 않는다. 지난한 현실의 고달픔은 여행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나 그가 가진 삶의 이력만큼은 더 이상 남루하지 않으므로.윤희와 마찬가지로 쥰 역시,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태생조차 숨기며 살아야 했던 시간에 종막을 고할 수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자신의 취약했던 한 시절과 화해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지 못할 리 없다. 다리 위에서 윤희를 불렀던 만큼의 용기가 있다면, 내가 꾸는 꿈이 실은 상대방도 꾸는 꿈인 세상을 사는 게 어째서 두렵고 힘들기만 하겠나.한병철은 자신의 저서 『리추얼의 종말』을 통해 "예술의 본질은 삶에 지속성(멈춤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나에게 <윤희에게>는 그 본질을 너무도 명징하게 실천한 영화일 터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무언가를 꿈꾸기 전, 내가 쓰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어디인지를 돌이키게 만드니까. 나를 멈추게 만드는 이 영화의 후유증이 반갑다. 깊은 호흡을 몇 번 한다.그리고 발견한다. 세상에,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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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에서 번쩍, 영화에서 번쩍!
데뷔 이래 단 한번도 드라마 출연이 없는 대한민국의 대표 천만 배우를 혹시 알고 계신가요?
영화 <기생충>의 대성공 이후, 2021년도 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송강호' 배우는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동석' 역으로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은 이후,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에 이어 <기생충>까지 천만 영화를 네 편이나 만들어낸 배우인데요. 40편에 달하는 영화를 찍고, 배구 영화 <1승>을 비롯하여 차기작만 3편을 준비 중인 송강호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드라마가 한 편도 없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죠.
이처럼, 드라마 혹은 영화 한 쪽에 전념하는 배우들도 있는데 반해 드라마와 영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배우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모두 성공을 거두었을지, 그들의 달콤한 성공을 지금부터 같이 맛볼까요?
잇츠 CINE PICK!
베네딕트 컴버배치 (Benedict Cumberbatch)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잘생긴 오이 (큐컴버배치) 등 본명보다 많이 불리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배우는 바로 '베네딕트 컴버배치' 인데요. 지금은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로 더 잘 알려진 컴버배치는 10년 전, 영국 BBC의 드라마 [셜록]을 통해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180개국에 수출된 메가히트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으로 분한 컴버배치는 연극 무대에서 갈고닦은 연기력을 통해 '잘생김까지 연기하는 찐배우'라는 호평을 들었는데요. [셜록]으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린 그는 이후, <호빗 시리즈>, <스타트렉 다크니스>, 그리고 대망의 <MCU 시리즈>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블록버스터 영화는 물론, <노예 12년>과 같은 실화 바탕의 명작에도 출연하며 편당 100억 이상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 목록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2022년에는 <닥터 스트레인지 2> (Doctor Stranger in the Multiverse of Madness)를 비롯하여 그가 '닥터 스트레인지'로서 얼굴을 비출 MCU 작품들이 개봉한다고 하니,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네요.
앤디 샘버그 (Andy Samberg)
[셜록]이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영국의 정극이었다면, 이번엔 미국 FOX의 대표 시트콤 [브룩클린 나인-나인] 입니다. "브나나"라고도 알려져 있는 이 코미디 미드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되며 더욱 큰 인기를 얻게 되었는데요. 이해하기 힘든 미국식 코미디 작품임에도, 워낙 독보적인 주인공 캐릭터만으로도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형사, 제이크 페랄타 역을 맡은 SNL 전 크루 '앤디 샘버그'는 브나나를 통해 2014년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는데요. 찌질한 코믹 캐릭터로 존재감을 뽐내는 그는 사실 2001년부터 '론리 아일랜드'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음악 작업 또한 꾸준히 해온 열심캐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최근, 제작자로서도 이름을 알렸다는데요. 2020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Hulu에 역대 최고가로 판매된 작품 <팜 스프링스>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앤디 샘버그'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이 신선한 작품은 최근 국내 개봉과 함께 많은 이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다양성영화 시장에 '봄'을 몰고 올 수 있을까요?
허광한 (許光漢 | Hsu Greg Han)
전 세계 10억뷰의 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상견니]로 모두를 앓게 만든 그 남자 허광한이 돌아왔습니다. 아시아의 심장을 훔친 배우라는 수식어까지 보유한 그는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일편단심남 '리쯔웨이'/'왕취안성'으로 열연을 펼치며 가장 핫한 대만인이 되었는데요. 한국판 제작을 앞둔 [상견니]의 허광한이 이번에 원작 <너의 결혼식>의 리메이크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17살부터 32살까지, 15년의 시간을 담은 영화인 만큼, 허광한의 장꾸미부터 성숙미까지 볼 수 있다는 이 영화는, 특히 그의 청량함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이미 중국 개봉 당시 1400억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역대 영화 수익 10위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니, 2021년 여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로맨스 작품일 것 같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온
많은 작품들과 함께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세요.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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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찾는 여정, <걸후드>
인생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우리는 살면서 보고 겪는 모든 존재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킨다. <걸후드>는 셀린 시아마 감독이 보여주는 십 대 여성 청소년의 성장기이고, 그 단면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관객에게 물음을 던진다. 관객은 스스로 돌이키게 된다. 당신은 얼마나 스스로에 대해 알고, 찾았는가?
영화는 생계를 이끄는 모친을 대신하여 동생들을 돌보며 사는 여성 십 대 청소년인 `마리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마리엠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의 극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기에 관객은 이를 간과할 수가 없다. 여성의 삶이라는 타이틀로도 고될 수 있는 주제는 십 대 청소년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며 더욱 주인공을 조인다. 평화로워 보이는 많은 청소년의 삶 중 특별히 흑인인 십 대의 여성 청소년을 그린 이유를 분명하게 인식하며 영화를 관람할 수밖에 없다.
<걸후드>는 마리엠이 성장하면서, 스스로가 그린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며 새 발자국을 남기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기 위해 세밀한 장치들을 마련해두었다. 친구, 가족, 주변인으로 뻗어나가며 겪는 감정 변화와 그에 따른 연기는, 우리가 이 영화를 감상하며 그 인물의 삶을 사는 것처럼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에서의 성장은 마냥 고되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성장은 삶의 일부 과정이기에 마리엠은 보통의 나날처럼 웃고, 울고, 화내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마리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또 누군가는 그의 삶에 흔적조차 남길 수 없는 미미한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에 따라 마리엠은 한 그룹의 주요 인물이었다가 있는 듯 없는 듯 한 존재가 되기도 하며, 자신을 완전히 다잡은 사람이었다가 맥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마냥 초조하지만은 않다. 삶의 일부이며 관객인 우리 자신이 그랬듯 마리엠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나 답을 찾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마리엠을 어떻게 살아갈지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도 온몸을 내던져 세상을 경험한다. 자신과도 타인과도 수없이 부딪혀가며 빛을 내며 단단해진다. 영화 속 다이아몬드 장면이 떠오른다. 러닝타임 내내 몸과 행동으로 외쳐오던 마리엠은 끝끝내 그런 인생을 싫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며 자신의 새 방향을 찾아낸다. 그 방향이 어디인지 관객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마리엠이 제자리걸음을 멈춰 나아가리라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마리엠은 찾아낼 것이다. <걸후드>는 그렇게 믿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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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 서핑, 조개껍질, 윤설 이름의 의미
- 어린 수안을 닮아가는 설이와 어린 설이를 닮아가는 수안
- 수안이 그리워했던 것과 잃어버린 것
- 엔딩 결말 해석
폭설 (Heavy Snow, 2024)
뿌연 유리창에 비친 나. 그리고 그 너머의 너와 나
개봉일 : 2024.10.23.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러닝타임 : 87분
감독 : 윤수익
출연 : 한해인, 한소희, 김그림, 황용욱, 노양호, 이광연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열아홉의 배우 지망생 수안과 아역배우 출신 스타 이윤설. 뿌옇고 차가운 겨울에 만난 두 사람은 함께 파도를 타고 고민을 나누며 특별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를 계기로 수안과 설은 그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멀어지게 되고 함께했던 추억은 자연히 저 먼 곳으로 밀려난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수안은 어른이 되었다. 그는 이제 학교 작품도 하나 못 찍어본 배우 지망생이 아닌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인기 배우다. 그런데 수안의 마음은 배우를 꿈꾸던 그때보다 더 공허하고 외롭다. 술과 약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는 결국 마음 저 끝에 미뤄둔 그리움을 펼쳐낸다. 붙잡고 싶었지만 붙잡지 못했던 아름다운 눈. 윤설(贇雪). 수안은 설이를 찾아 다시 바다로 향한다.
<폭설>은 어느 날 폭설처럼 다가온 소녀에게 느끼게 된 사랑과 그를 놓친 순간부터 쌓여온 깊이를 잴 수 없는 그리움. 그리고 그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소녀의 시선을 담은 영화다. 퀴어 코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동성애보단 그 너머에 있는 ‘너와 나. 그리고 나’라는 시선 그 자체다.
수안과 설이는 뿌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그리고 그 유리창에 비친 나를, 그 유리창 너머에 있는 너를 바라보며 사랑하고 후회하고 깨닫는다. 너 그리고 나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어쩌면 우리는 하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유리창을 뒤덮고 있던 파도가 남긴 습기와 얼어붙은 눈을 긁어낸 수안은 마침내 숨겨져있던 슬픔을 마주한다.
우정 드라마와 멜로의 사이
처음 수안과 설이 만났을 때, 수안은 총을 든 채 자유로운 연기를 선보이고 아무도 나에게 연기를 시켜주지 않는다면 직접 영화를 만들어 출연할 거라는 단단한 포부를 갖고 있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설이는 배우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으나 그 부담감으로 인해 매일 사람들의 눈치를 봤고 하고 싶은 연기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기를 하는 배우였다.
수안은 설이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는 함께 차를 타기 전 “난 무슨 일이 생겨도 상관없는데, 넌 연예인이잖아.”라고 말하며 설이와 자신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다. 설은 “나 그런 거 상관 안해.”라고 말하며 아무렇지 않게 수안의 차를 탄다. 차를 탄 수안은 꽁꽁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고 설은 얼굴을 덮은 마스크를 벗는다. ‘상관 없다’는 설이의 한 마디와 동시에 작은 벽이 허물어지고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엔 솔직함, 우정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수안은 함께하는 순간들을 우정 드라마로 생각하고 설이는 멜로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키스를 기점으로 오해를 쌓게 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고 그 겨울의 추억은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는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된 수안은 그 그리움을 다시 펼치며 설이를 찾아가고 자신 또한 어린 설이와 같은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파도를 타는 수안과 파도에 밀린 조개껍질 윤설
수안이 자유롭게 파도를 타는 서퍼라면 설은 파도에 밀리다 결국 해변에 박혀버린 조개껍질이다.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수안은 설에게 조개껍질을 주며 연기를 해보라고 한다. 설은 조개껍질에게 말을 건다.
“안녕.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냐? 춥겠다. 괜찮아?” 그리고 조개껍질을 귀에 대고 무언가가 들린다며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터트린다. 설은 어릴 때부터 쭉 연기를 하고 있지만 왜 연기를 하고 있는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나는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설은 자신을 닮은 모래 속에 박힌 예쁜 조개껍질을 보며 슬퍼한다.
(‘윤설’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있는지 정확히 밝혀진 부분은 없지만 조개 패(貝) 빛날 빈(斌)으로 이루어진 한자 예쁠 윤(贇)이 윤설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가 아닐까 싶다.)
어린 설은 어딘가에 묻혀있고 갇혀있는 조개껍질 같은 사람이다. 수안과 설이 명동에 갔을 때, 설은 유리 너머 화장품 가게 안에 걸려있는 꾸며진 광고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처음엔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하던 그는 조심히 광고를 향해 손을 뻗다가 이내 거둬버린다. 유리 너머에 있는 배우 윤설. 사람들이 만든 유리에 갇혀버린 인간 윤설. 설은 투명하고 단단한 유리 안에서 자유를 찾고 있었다.
수안은 이런 설에게 자유를 알려준 사람이다. 설은 수안과 함께 파도를 타며 조금씩 편안함과 자유를 찾는다. 어린 설은 항상 화장한 얼굴과 코트, 구두 차림을 유지했지만 어른이 된 설은 편안한 점퍼와 신발, 서핑 슈트를 입고 바닷가를 거닌다.
너를 사랑하다 너를 닮아버린 나
변화한 수안과 설의 모습
수안은 유명한 설이가 부럽고 설이는 자유로운 수안이 부럽다. 수안은 예쁜 설이가 좋고 설이는 수안이 예뻐 보인다. 두 사람은 나와 다른 너를, 나와 다른 배우인 너를 사랑하고 부러워한다. 그래서 나를 잊고 상대방을 온몸으로 흡수하기에 이른다. 수안은 어린 설이를 닮아가고 설이는 어린 수안을 닮아간다.
어린 설이처럼 유명한 여배우가 된 수안은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며 하고 싶은 연기보다 그저 주어진 연기를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어린 설이처럼 긴머리, 코트, 구두, 화장을 유지한다. 어느 날 회의감을 맛본 수안은 약에 취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나는 되는대로 연기를 하고 있었어요.”
일을 그만두고 바다에 정착한 설이는 어린 수안처럼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설이의 옷차림은 어린 수안처럼 편안하게 바뀌었고 이제 그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젠 수안이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린 조개껍질, 설이는 서퍼가 됐다. 서로가 되어본 두 사람은 이제 왜 수안이 멜로를 부정했는지, 설이 멜로를 말했는지.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간다.
폭설 속에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멜로 영화
처음 함께 바다에 갔을 때 설은 수안의 캠코더를 통해 수안이 보는 세상을 함께 보고, 그가 스스로 세상(영화)을 만들어갈 거라는 말에 감탄하며 자신도 그 세상에 끼워달라고 부탁한다. 수안은 설이를 반겼지만 그 영화는, 우리의 세상은 멜로가 될 수 없다고 부정한다. 설은 계속해서 자신을 밀어내는 수안의 곁을 떠나고 수안은 멜로 영화의 첫 신을 쓰다 포기해버린다.
오래 정체되어 있었던 수안과 설의 멜로 영화는 아무도 없는 둘만의 세상에서 새롭게 쓰인다. 흉포하게 변한 파도에 치이던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무사히 한 섬에 도착한다. 그리고 저세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밭에서 몸을 포개고 깊은 그리움과 사랑을 나눈다.
수안은 아픈 설이를 위해 눈밭을 헤매다 오두막으로 돌아온다. 어느새 기운을 차린 설이는 수안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도 너 찾아다녔는데 멀리도 갔다 왔나 보네.” 그날 저녁 설이의 품에 안긴 수안은 이렇게 말한다. “네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을지 알겠다.”라고.
수안과 설이는 나를 향해 몰아치는 폭설 같은 시선을, 타인이 만들어둔 유리 상자 속을 참 오래 헤맸다. 자유를 포기하고 대중이 원하는 연기를 하고 대중이 원하는 삶을 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감정을 애써 밀어내면서.
하지만 설이는 자신을 알아주는 수안을 만남으로서 유리를 깨고 폭설을 묵묵히 견디는 법을 배웠고, 어른이 되며 폭설 속에 갇혀버린 수안은 설이와 재회하며 그가 겪었을 아픔과 자신이 밀어냈던 감정을 다시 포용하게 된다.
파도에 휩쓸린 것
수안과 설은 서로에게 서핑보드 타는 법과 파도와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 사랑이란 감정을 함께 알려준다. 어린 수안이 어린 설이에게 서핑보드와 사랑을 알려줬던 것처럼 어른이 된 설이는 지친 수안을 끌어안으며 그를 위로한다.
날이 개고 파도가 잦아들자 수안과 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로 나온다. 수안은 설이에게 “설아 나 타볼게. 잘 봐.”라고 말하고 앞장서서 보드에 오른다. 마치 다시 잘 살아볼 테니 나를 지켜봐 달라는 듯이. 하지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수안은 홀로 뭍으로 나온다. 수안은 사랑하는 설이와 설이 안에 남아있던 어린 수안을. 이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는 눈 내리는 해변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설이와의 재회. 진짜였을까 상상이었을까?
결말 엔딩 해석. 파도 서핑 설이의 의미
수안과 설이 재회하고 함께하는 모든 장면들은 왠지 현실이라기보단 몽롱한 꿈같은 느낌이 있다. 설이는 정말 그 해변에 머물고 있었을까? 수안은 정말 설이를 만나고 함께 그 섬에 갔을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이 모든 순간들이 100% 현실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확실해 보이는 건 수안이 설이를, 그때의 수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예쁘지 않은 배우 지망생’이라는 폭설처럼 무거운 시선과 파도처럼 끊임없이 울렁이는 감정에 용감히 올라탔던 자유로운 어린 수안과 그 시기를 함께한 예쁜 설이. 그때의 네가 된 나의 눈으로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그때의 나를 닮은 너.
수안은 열심히 시간의 파도를 헤치며 되돌아갔지만 그 끝엔 다시 덮쳐오는 커다란 파도와 깊은 상실만이 남는다. 이제 수안은 누구에게 위로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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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호실] 음악을, 연인을, 다정함을 향한 사랑은
tick,tick...BOOM!(2021)
세상은 천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구나
스티븐 손드하임-조나단 라슨-린마누엘 미란다로 이어지는 미국 뮤지컬의 역사를 영화 안팎으로 지켜볼 수 있어서, 린마누엘미란다 세대의 뮤지컬을, 음악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행복한 세대라고 생각했어
담백하고 깔끔하게 tick,tick…BOOM! 3인극 원작과 조나단 라슨의 삶을 동시에 전개해 나가고
뮤지컬씬 연출도, 관객의 감정을 쌓아올리는 길도 잘 깔아놓았다
일상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지
흔하고 뻔한 세상 안에서 멋진 언어들을 발견하는 작가들은 어떤 마음일지 가늠해보게 한다
그런 자신의 인생과 가치관을 음악으로 풀어놓는 조나단을 앤드류가필드의 연기와 그의 넘버로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끊임없이 사회를 향해 외치는 말들로 가득한 넘버들이 좋다
같은 장면을 몇번이고 돌려봐도 매번 조나단라슨처럼 가슴이 뛰게 만드는 영화
what does it take to wake up a generation
actions speak louder than words
bones and all(2022)
완벽하게 내 취향의 영화
우선 오프닝. 어디서 본 해석과 내 해석을 종합해보면
일단 송전탑은 집과 집을 연결하는 소재로 미국의 혈관을 의미한대.
잘못 성장한 어른은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점을 의미하고자 했대
나는 여기에 더해서 오프닝에서 학교 친구가 우리 집은 송전탑 맨 끝에 있어 이러잖아
그 송전탑으로 연결된 선의 끝.
즉 집과 집, 마을과 시람들과 연결된 선 위에 자리하려 하고 속하려 노력한 매런은
결국 송전탑의 맨 끝에서 친구의 손가락 혈관을 끊어버리면서 자신이 이 선 안에 속하지 못할 것임을.
스스로 인간의 혈관을 끊음으로서 자신과 사회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다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또 공식 설정이 이러한지는 알 수 없지만 매런과 리는 모두 부모에게서 그 식성이 온 거잖아
그것 또한 결국 이 영화에서 말하려는 사랑에서 기인했다는 점
사랑을 인생에서 놓을 수 없던 이들이 아이를 갖고 그 아이에게도 자신의 삶을 물려줘야 한다는 점
결국 사랑
사랑이다 참 사랑이 뭐길래
인간의 삶을 살아가게도, 죽게도, 잠시 멈추게도 만드는 건 항상 사랑이다
구아다니노는 콜미바이유어네임에서도, 서스페리아에서도 그리고 이 작품에서도
조용하게 분위기를 자아내는 걸 좋아하는 감독 같았다 그걸 또 잘한다
그리고 티모시 샬라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그가 출연한 작품들을 봐오면서 그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
연기를 잘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인물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배우더라고
특히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던 씬에서
매런의 옷가지를 쥐어뜯을 듯 잡으며 매런에게 매달려 울던 모습에서
리가 마음에 와닿고 그랬다
매런은 어렴풋이 알았을 거야. 그녀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읽은 이후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거야
그들에게 사랑은 허락되지 않는 것이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앞의 상대를 껴안는 처절한 선택을 한 것이고
잠깐이라도 평범하게 살아보자던 둘은. 매런은
침대 위 카라멜 빛깔의 가방을 보고서 지금이 그때임을 마음 아주 깊은 곳에서 깨달았을지도 몰라
결국 자신을 먹어달라던 리는 bones and all 이라 속삭이고
본성에 의해 허락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그들에게
뼈도 남기지 않고 모든 부분을 먹어달라는 건 사랑의 끝이라 할 수 있는 걸까
자신이 상대에게 온전히 들어갈 수 있도록. 그 안에 자리할 수 있도록. bones and all. 그 모든 것을
마침내 말 그대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이터들이 느끼는 외로움이란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2022)
멀티버스 영화의 백미. 과거 이 순간에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또 다른 우주의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에블린을 보는 게 슬프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멀티버스 영화의 법칙을 잘 지키면서도 참 새로운 멀티버스 영화 같았다
우선 양자경은 말할 것도 없고 웨이먼드 역 키호이콴도 정말 잘한다 연기로 나를 울려 이 사람들이
특히 조이 역의 스테파니 수
조이일때도, 조부 타파키일때도 인물을 너무 잘 살리는 배우 같았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에블린이 아버지에게 조이의 여자친구를 냅다 소개시킨 뒤 조이가 에블린과 다투는 씬에서
두 배우의 연기가 너무도 현실적이고 마음아프고 미치겠는 조이를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았음
이 씬이 조부에게, 결국 조이에게 닿기 위해 싸우는 에블린과 교차되어 나와서 더 몰입되기도 하고,, 너무 좋았다
키호이콴은 거의 문나이트 오스카아이작처럼 한 테이크 안에서 상반된 연기차력쇼를 하는데 너무 잘하더라고
맞다 해리슘주니어도 너무 반갑고 웃겼다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은데 일단 이 영화는 황당함이 80을 먹고 들어가는 영화인데
그 황당무계한 것들이 의미하는 바가 다 있어서 영화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챕스틱을 냅다 씹어먹는다거나, 적인 디어드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거나 신발을 거꾸로 신는 것.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황당한 일도 다른 우주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거야
이런 설정이 2부까지 이어져서 조부에게, 조이에게 닿기 위한 싸움에서도
에블린이 단순히 싸움을 선택하지 않고 여러 우주의 황당한 능력의 에블린을 이용해 상대를 다정함으로 이겨내는 전개가 참 좋았다
웨이먼드가 다정함이 우리의 삶을, 관계를 바로잡을 키워드임을 직접적으로 알려주긴 하지만
결국 에블린도 여러 우주의 자신을 겪으면서 이를 깨달았고
모든 것을, 모든 곳에서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해도 현재를 선택해 다정함을 무기로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결말이
참,, 좋았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돌맹이들을 보며 눈물을 삼키게 될 줄이야
이동진 파이아키아 영상 보면서 새로 알게 된 이 영화의 황당한 아이덴티티 또 있다
검정 베이글 사이 흰 구멍과 눈알스티커의 흰자 사이 검은 눈동자는 결국 닮아있지만 상반된다는 점이
베이글로 대표되는 인생의 허무주의와 눈알로 대표되는 다정함은 정반대에 위치해 있었다는 것
그냥 보면 황당한 설정들이 사실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라는 게 보였다.
빌런인 조부가 단순히 에블린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베이글에 들어가기 위해 찾으러 왔다는 점도 좋았다
세상을 끝장내고 어쩌고 하고 싶다기보다, 그냥 외로웠던거야
수천개의 우주에 존재하는 나를 모두 맛보고 나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온 우주에 나밖에 없다는 외로움을 절실히 느끼면서 끝없이 외로워했겠지
그래서 에블린을 찾아나선 것이고
아무튼 이 영화는 황당함이란 장막을 온 사방에 쳐두었다
그 장막을 열어보면 영리한 설정들을 열심히 숨겨두었다는 점이 막 마음에 이 영화가 차오르게 만든다
다만 1부가 조금 간결했다면 더 즐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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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깔나는 배우들의 깔끔한 타임루프, 팜 스프링스
팜 스프링스
감독 맥스 바바코우
출연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 시몬스
※개봉 전 시사회로 본 작품이기 때문에 개인 평점만 기록했습니다.
※시사회는 영화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참석하였습니다.
네이버 평점 : 개봉 전
왓챠 평점 : 개봉 전
개인 평점 : ★★★☆ (3.5 / 5)
>> 미국식 코미디를 즐긴다면 의외로 5점도 가능...!
팜 스프링스 리뷰 3줄 요약
1. 메인 장르는 코미디도 로맨스도 아닌 타임루프물
2. 미국식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다. (미국 시트콤과 결이 비슷하다 생각)
3. 엔딩 크레딧 나오기 전 약간의 뒷이야기가 나온다. 그것 외에 쿠키 영상은 없다.
<팜 스프링스> 포스터 [출처: 씨네랩 제공]
- 코미디만 만들어온 신인 감독의 나름 성공적인 첫 장편 데뷔작
<팜 스프링스>의 감독 맥스 바바코우는 지금까지 1편의 다큐멘터리, 2편의 단편 영화를 만들었는데 모두 장르에 코미디가 들어갔다.
한마디로 요즘 찾아보기 힘든 코미디에 진심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팜 스프링스>는 그런 그의 첫 장편 코미디이면서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상까지 수상한 나름 성공적인 데뷔작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면 살짝 뻔할 수도 있는 클리셰적인 유머 코드의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배우들이 잘 살린 것도 있지만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배치하여 억지로 웃기려 든다는 위화감은 들지 않는다.
이것만 하더라도 가벼운 영화지만 꽤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영화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감독의 유머 코드는 영화의 전반적인 재미 수준을 꾸준히 끌고 가서 영화를 보면서 텐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줘서 좋았다.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브루클린 나인 나인> 포스터 [출처: FOX 공식 홈페이지]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메레디스 하그너 [출처: 다음 영화]
- 약간은 낯선 주연 배우들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앤디 샘버그는 미드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지만 영화에 자주 나오는 배우는 아니다. 최신 필모를 보면 대부분 애니메이션 주연 목소리 역을 맡고 있으니 어찌보면 목소리는 익숙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
앤디 샘버그가 국내에서 알려진 건 넷플릭스 유명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 나인에서 주연 제이크 페랄타 역을 맡으면서다. 시즌 1부터 골든 글로브에서 코미디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현재 시즌 8까지 나온 인기 시트콤이다.
SNL 크루로 데뷔해서 콩트를 쓰고 직접 연기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시트콤에서 인기를 얻었으니 코미디 쪽으로는 누구보다 전문적인 배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나이가 43살인데 생각보다 동안인 외모를 소유하고 있다. 상대역인 크리스틴 밀리오티와는 무려 13살이나 차이가 난다!
심지어 극 초반 커플로 나오는 메레디스 하그너와는 15살 차이… 영화 볼 때는 몰랐는데 생각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놀랐다.
영화를 보면 감독의 유머 코드 인지 앤디 샘버그의 평소 개그 스타일을 살린 건지 병맛 코드의 개그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그 외에도 19세 관람가 수준까진 아니지만 어른용 유머도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는 편이라 가족끼리 보는 건 추천하지는 않는다.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앤디 샘버그와 함께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밀리오티 역시 시트콤으로 이름을 알린 이력이 있다. 국내에는 <내가 그녀를 만났을 때>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유명 시트콤이다. 이 외에도 그녀는 뛰어난 노래 실력의 소유자로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하였고 뮤지컬 원스로 그래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주연배우들이 탄탄한 이력과 다양한 무대 경험이 있어서인지 주연배우 간의 티키타카가 매우 자연스럽다.
특히 조연으로 출연한 J.K. 시몬스는 그 특유의 광기를 보여주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뽐낸다.
- 깔끔한 타임 루프 활용 (a.k.a. 치트키)
앞서 소개했듯이 <팜 스프링스>는 타임 루프에 꽤나 중점을 둔 로코 영화이다.
주인공 나일스는 기억이 까마득할 만큼 타임루프에서 살아온 인물이며 이미 그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여기서 나일스가 타임 루프에 걸리게 된 사연이나, 타임 루프가 생긴 원인 등은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기도 하고 딱히 설명 없이도 영화 흐름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화 속 톡톡 튀는 매력을 풍기는 장면들은 모두 타임 루프라는 설정과 함께하는 장면들이다. 이러한 점을 보면 감독과 작가가 영화의 설정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생각보다 일찍부터 기획되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처음 영화를 기획할 당시에는 직접적으로 비교될만한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뿐이었지만 나일스 역으로 앤디 샘버그를 캐스팅하고 각본을 수정하는 사이 많은 타임 루프 영화가 개봉했다. <해피데스데이 시리즈>라던가 넷플릭스 시리즈 <러시안 인형처럼>등으로 실제로 이러한 것을 보면서 그들 역시 꽤 당황했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모두 대본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팜 스프링스>가 개봉하게 되었다.
여담으로 극 중 사라 역을 맡은 크리스틴 밀리오티는 장르가 타임 루프인 만큼 양자 물리학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이를 설명하는 장면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장면은 편집되었다고....
밀리오티에겐 안타까웠을 일이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물리학적인 상황보다 극 중 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연출하는데 집중하면서 오히려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팜 스프링스> 메인 예고편 [출처: 다음 영화]
※아래 내용부터는 본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포 방지용 춤추는 나일스 짤 / 눈빛 교환 중인 로이 역의 J.K. 시몬스 <팜 스프링스> 스틸 컷 이미지 [출처: 씨네랩 제공]
- 붉은 여왕의 법칙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힘껏 달려야 해.
어딘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면 적어도 그보다 두 배는 빨리 달려야 하고.
- 붉은 여왕 -
<거울 나라의 앨리스> 중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법칙으로 붉은 여왕이 사는 세상에서 등장한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가만히 있기 위해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하며,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법칙이다.
흔히 진화론과 관련되어 사용되긴 하지만 이 법칙을 처음 들었던 건 창업 교앙이었기 때문에 기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현상 유지가 되는 순간 경쟁 업체는 모두 발전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도태된다는 내용이었다.
갑자기 이 법칙을 이야기한 이유는 <팜 스프링스>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극 중 주인공인 나일스는 타임루프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무한하게 반복되는 삶을 받아들인 인물이다.
하지만 새롭게 루프에 들어온 사라는 끊임없이 행동하는 인물이다.
사라가 탈출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은 나일스가 대부분 해보았거나 너무 터무니없어서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방법들이었다. 사라 역시 무수히 실패했고 반복되는 삶에서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결정적으로 그녀는 루프를 꼭 나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깨닫게 되는 장면을 계기로 그녀는 루프에 대해 한 단계 더 깊이 고민했고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탈출 방법을 찾아낸다.
나일스가 도태되어 버린 이유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죽어라 뛰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루프에 갇혔었다.
루프 탈출을 앞두고 갈리는 둘의 입장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이들이 갇혀있는 세상은 어찌 보면 움직이지 않는 세계이다.
따라서 붉은 여왕의 세계처럼 뛰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무리가 없다.
루프 밖의 세상은 치열하게 일을 하고 삶을 보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계이다.
여기서 나일스는 발전이 없을지라도 루프 안에 남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라는 실수를 바로잡고 더 나은 삶의 모습을 만들고자 주저없이 나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달려야만 하는 붉은 여왕의 세계와 그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과연 나라면? 루프에 갇혔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탈출할 수 있는 루프라면 잠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과 동시에 영원한 방학이 있으면 스스로 개학식을 열 수 있는 의지가 나에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하다 보면 금세 일주일이고 일 년이고 지나가는 게 아닐까?
아마 세상은 흘러가지 않더라고 즐길 거리가 많을 것이고 너무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내다 보면 오히려 루프 밖을 견뎌낼 체력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고 나오면 루프를 나와서도 힘들어질 때마다 루프 속을 그리워하는 건 아닐까?
나도 어쩌면 나일스처럼 그렇게 안빈낙도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성격상 멈춰있는 상태를 견디지 못할 것이고 후회는 금방 까먹을 테니 잠깐의 여행처럼 갔다가 올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잡담이 길었지만 영화 자체는 나름의 메시지도 분명했고 피식피식 웃기는 장면도 많았고 특히 소위 골 때리는 장면이 많아서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마침 네이버 영화에 특별 예고편으로 올라와 있어서 첨부했다.
두 캐릭터의 매력이 잘 나타난 favorite 장면 <팜 스프링스> 특별 예고편 [출처: 네이버 영화]
네이버에는 다이나믹 듀오 장면으로 올라와 있던데 다이나믹한 듀오의 장면이라 그렇게 이름 붙인 건지 다른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손가락이 검열당하긴 했지만 모두가 알아볼 거라고 생각한다.
지나가듯 펍 안의 사람들이 나왔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한 번씩은 개그 요소로 쓰이니 그런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개그 소재로 안 쓰인 등장인물이 없다.... (새삼 놀라는 중)
다시 한번 정말 코미디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보면 개인 평점을 4점으로 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강력한 개봉 기대작들이 모두 지나가고 (마블이라던가... 디즈니라던가... 거기가 거기지만...)
타임 루프를 메인으로 약간의 코미디만 가미된 깔끔한 영화를 찾고 있다면! 주저없이 추천할 수 있는 영화 <팜 스프링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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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비전 예고편으로 놓치면 안되는 마블의 미래
#산돌구름 #완다비전 #마블예고편 #이스터에그
"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영상 타임라인*
00:00 인트로
00:45 신문 속 이름, 존
01:14 half sitcom, half MCU spectacular
02:18 하우스오브엠
03:20 쌍둥이, 위칸과 스피드
04:09 할로윈 코스튬
04:40 애거사 하크니스
06:18 멀티버스와 완다
08:02 아웃트로2020. 09. 23 영상입니다.
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마블쟁이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rveleroffi...*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https://www.epidemicsou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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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th JIMFF 이은정 감독님 interview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오랜만이다 의 #이은정 감독님 본격 탐구! ?♀️
? JIMFF X HISTRANGER ?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HISTRANGER가 떴다!
JIMFF 공식 웹 데일리팀이 직접 취재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현장을
지금부터 살펴볼까요?
한국경쟁 상영작 [오랜만이다]의 이은정 감독님을
하이스트레인저 웹 데일리 팀이 직접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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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 매주 목요일 밤 11시 59분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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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니언즈2> 2차 예고편
ll ᐕ)) 벨로! 여름이 기다려지는 이유! ☀ #미니언즈2 2022년 7월 27일 드디어 개봉 확정! 귀여운 미니언들 컴백 준비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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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마크맨> 티저 예고편
그가 가진 것은 트럭 한 대와 총 한 자루!
한 소년을 지키기 위한 목숨 건 추격전이 시작된다!최고의 사격수였다가 은퇴한 군인 ‘짐’(리암 니슨)은
애리조나 국경 지역을 지키며 조용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는 모자를 구해주지만
무자비한 놈들의 공격에 소년의 어머니가 숨을 거둔다.
소년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가 달라는
그녀의 마지막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던 ‘짐’은 길을 나서고
마약 카르텔의 표적이 되어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