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21 15:15:18
3월 4주차, 영화 위클리 뉴스
<디스클레이머> <뜨거운 피> <문폴>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국내·해외 영화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는 '위클리 뉴스'가 찾아왔습니다.
그럼, 지난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국내
CGV, 장국영 추모 19주기 기념 특별전 개최
출처 | 네이버영화
CGV에서 23일부터 장국영 추모 19주기 기념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전국 20여 개의 CGV에서 <해피투게더> 리마스터링, <아비정전>,
<동사서독 리덕스> 등 3편을 상영한다. 특별히 CGV 용산아이파크몰,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서면에서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와 <동성서취>도 볼 수 있다.
한 기사에 따르면 CGV 여광진 편성팀장은 “장국영 사망 19주기를 맞아 그가 스크린에서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이번 특별전을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정호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신작 <디스클레이머> 캐스팅
출처 | louisvuitton 인스타그램
배우 정호연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신작 <디스클레이머>에 캐스팅되었다.
이 작품에서 배우 정호연은 케이트 블란쳇, 케빈 클라인과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디스클레이머>는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것으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첫 Apple TV + 시리즈물입니다.
<뜨거운 피>, 개봉 전 예매율 1위 달성
출처 | 네이버영화
23일 개봉 예정인 <뜨거운 피>가 예매율 1위에 등극했다.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월 21일 기준 예매율 36.1%에 도달했다.
<뜨거운 피>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자,
소설가 천명관 작가의 영화 입봉작이다.
<문폴>, 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출처 | 네이버영화
<문폴>은 <2012>, <투모로우>의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74개의 스크린에서 누적관객 수는 13만 명을 넘으면서,
4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폴>은 추락하는 달을 막기 위한 모험을 그린 영화이다.
해외
북미·유럽에 '쥬만지' 놀이공원 조성
출처 | Sony Pictures and Merlin Entertainments
지난 17일, 소니 픽처스와 멀린 엔터테인먼트가 북미와 유럽에
영화 <쥬만지>를 주제로 한 놀이공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테마 호텔, 상품 판매점까지 갖춘 테마파크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듄>, 오디오 협회에서 최고상 수상
출처 | 네이버영화
지난 19일, <듄>은 제58회 CAS 어워즈에서
시네마 오디오 소사이어티로부터 사운드 믹싱상을 수상했다.
<더 배트맨>, 3억 달러를 돌파하다
출처 | 네이버영화
<더 배트맨>이 3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3월에 경쟁작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매주 인상적인 흥행 성적을 보였다.
<더 배트맨>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이어 두 번째 대유행 영화가 되었다.
<더 배트맨>은 76개 해외 시장에서 4,910만 달러를 추가해
전 세계적으로 5억 9,8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알렉산드라 쉽, 그레타 거윅의 <바비> 합류
출처 | 버라이어티
<틱, 팀... 북!>에 출연한 알렉산드라 쉽이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바비>에 합류하게 되었다.
아직 자세한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고,
오지 주연 배우와 배급사만이 알려져 있다.
이번 주에는 또 어떤 영화 소식이 찾아올지 기대가 되는데요.
그럼 다음 주에 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 씨네랩 에디터 cammie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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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독일에서 날아온 유쾌한 성장 로드무비
과학을 사랑하는 주인공 울야가 자신의 발견한 운석을 맞이하러 떠나는 유쾌한 모험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이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를 재미있게 풀어 담은 독일 신인 감독 바르바라 크로넨베르크의 데뷔작 영화 울야는 못말려 리뷰입니다. 바로 전 포스팅에서 소개해 드린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의 개막작으로 만나 볼 수 있었는데, ‘어린이를 듣다’라는 슬로건에 딱 알맞게 부합하는 내용과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전개가 꽤 알찬 시간을 채워주었습니다. 많은 어린이 관객들과 함께 보았는데,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문을 나섰으니 기회가 되신다면 한 번쯤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네요.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울야는 못말려 정보 줄거리
네 별을 지켜야 해
독일의 한적한 시골 도시 렘하임에 사는 천문학에 빠져있는 12살 울야는 교회의 어린이 발표에서 자신이 발견한 운석 VR-24-17-20이 곧 지구에 충돌할 것임을 예견합니다. 하지만 계시는 하느님만이 가능하다고 믿는 목사와 할머니는 발표를 중간에 자르고, 소녀의 탐구 장비와 기록을 뺏어 폐기하기로 하죠. 이에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지대에 사는 과학자 키르시프 교수의 조언을 듣고 1,257km가 떨어진 벨라루스 파츠루크로 가서 떨어지는 자신의 별을 지키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운전이 가능한 자신과 동갑내기 헨크의 학교 숙제를 제안하며 팀을 이뤄 떠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Mission Ulja Funk
감독·각본 : 바르바라 크로넨베르크
출연진 : 로미 로우 야닌호프, 힐데가르트 슈뢰터, 요나스 외셀, 루크 페잇, 안야 슈나이더 외 다수
장르 : 모험, 가족│상영 시간 : 93분
국가 : 독일, 룩셈부르크, 폴란드│등급 : 전체 관람가
평점 : IMDB 7.0
수상 내역 : 38회 뮌헨 국제영화제(특별언급-미래상, 어린이 미디어상-여자 최우수 연기상), 19회 자그레브 영화제(어린이 심사위원상-키노키노)# 울야는 못말려 평점
모두를 변화시키는 행복하고 즐거운 여정
독일을 출발해 폴란드를 지나 벨라루스로 향하는 12살 동갑내기 친구들의 초현실적인 성장 로드 무비는 그들이 몰고 가는 영구차만큼 말도 안 되고 황당한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유럽식 만두 피에로기를 판매하는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는 가진 남자, 멍청한 경찰관 한 쌍, 그리고 이들을 쫓는 버스 안을 채운 다채로운 어른들과 아이들까지 굉장히 기이하지만 재미있는 사람들로 희극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죠. 우리가 흔히 보며 웃는 전통적인 코미디라기보다는 약간은 만화적 상상력이 투영된 연출을 시도한 감독의 의도는 대체로 성공적이고, 일반적으로 이런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사회의 종교적 위선과 다른 종류의 도덕주의자들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까지 선보입니다. 그 중심에는 울야에게 구속적인 할머니와 일부 부모들, 부패한 신부가 압력을 가하고 반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딸의 열정에 대한 이해심 있는 태도를 보이며 대립구조를 생성하죠.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소녀와 소년을 돕는 버스 안의 친구들은 마치 혐오스러운 어른들의 편협한 시선을 깨부수는 유머러스한 순간을 선사합니다.
이렇듯 감독의 상상력에 기반한 등장인물들이 함께 여정을 떠나며 그들의 무지, 편견, 인간성과 도덕성 등을 혼재시켜 우리의 근본적인 가치관을 비틀고 어린 소녀가 원하는 소망을 향한 사랑스러운 코미디를 완성시킵니다. 근거와 사실을 기초로 한 과학을 믿는 울야와 이에 맞서 보수적 종교적 믿음을 지키려 하는 나머지 마을 사람들의 대립으로, 유럽 곳곳에서 여전히 드러나고 있는 깊은 편견을 탐구하는 끊임없는 주제이기도 하죠. 그리고 여행 중에 헨크와의 관계를 통해 단순한 독립성보다 더 강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유대 관계를 구축하고 아이들의 생각과 열정, 행동 등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줍니다. 단순히 보수적인 고정관념을 조롱하고 비판하기보다 활기찬 에너지가 가득한 울야라는 소녀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찰지게 연기한 배우들을 통해 신선한 웃음을 전달합니다. 귀여움 넘치는 헨크와 귓가를 맴도는 OST가 기분을 더욱 상쾌하게 만들어줘서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자녀와 보시기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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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할 수 없는 어딘가에 갇혀있는 사람들
'여름에 공포 영화를 보자'라는 말은 누가 만들어냈을까? 난 특히 여름에 공포영화를 보지 않는다. 공포 영화는 라면 같은 존재다. 어느 순간에든 보기 좋은 그런 장르다. 그리고 공포 영화라고 해서 특히 여름에 개봉하거나 그러지는 않는 것 같다. 로맨스 영화라고 봄에만 개봉하라는 법 있나? <이터널 선샤인> 같은 영화도 겨울이 주요 소재인 영화인걸? 사실 계절에 특화된 장르라고 하는 건 없을 것이다. 그냥 잘 만들면 모두가 행복하다.
그렇게 잘 만든 영화는 모두를 행복하게 하기 충분하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세상이 알아봐 주지 않아서 혼자서 불행하다. 왠지 많이 언급된 것 같은 영화 <소름>, 초중반부의 잔잔함과 쉽지 않은 이미지도 없어 '뭐가 무서운가'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일단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지 않다. 어찌 보면 '뭐야 재미없을 것 같은데?' 어림짐작하기 쉽고 손도 안 갈 것이다. 네이버에 들어가서 일일이 1200원 주고 결제하는 건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리뷰어들과 평론가들, 또 팬들이 '왜 우리 호러영화의 클래식 중 하나'라고 언급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소름>은 갑툭튀 점프 스케어 없이, 잔인한 비주얼 없이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는 공포영화다. 은근히 많이 못 본 영화 <소름>. 집에서 연인 혹은 가족, 친구들과 불 끄고 태블릿(모바일)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분명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2001년 낡아 무너질 것 같은 금화 시민아파트로 가보자.
문을 열고 들어온 이방인
낡은 아파트에 새로운 입주자가 생겼다. 미금 아파트 504호에 새로 들어온 남자의 이름은 용현이다. 504호에는 끔찍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용현이 입주하기 전에 소설가 광태가 불에 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집주인은 사람이 죽었다는 부정적인 에피소드에도 불구하고 사후처리를 깔끔하게 마무리짓지 않았다. 같은 5층에는 선영이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선영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남편에게 맞고 산다. 남편은 이에 대한 충격 때문인지 매일 도박에 빠져 선영을 때리고 있다.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번 돈도 다 뺏어가는 나쁜 놈이다. 용현의 이웃사촌으로는 출판사 하다 망한 남자가 살고 있다. 이 남자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공포소설을 쓰고 있다. 선영의 이웃에는 동네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강사 은수가 살고 있다. 이 은수는 화재로 사망한 작가를 사랑하던 여자였다. 선영과 은수는 금세 친해지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용현은 선영에게 관심이 있다. 내면이 상처 투성이인 선영. 용현을 그냥 무시하지만 보유 중인 택시로 선영을 데려다준 일을 계기로 어느 정도의 친분이 쌓이게 된다. 근데 남편은 세상 둘도 없는 찌질이다. 이를 보고 선영을 구타하는 남편. 이 폭력사태는 가라앉을 틈을 주지 않는다. 점점 더 심하게 맞는 선영. 선영은 참다못해 남편을 살해하게 된다. 선영과 용현은 남편의 사체를 유기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선영과 용현은 예견조차 하지 못했던 운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장 무서울 법한 것
작년에 <랑종>을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난다. 호불호가 강력하게 갈렸던 이 영화. 나는 극장에서 나가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는데 싫어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영화가 무서웠던 이유는 '설마 이렇게 될 것 같아'가 죄다 맞아떨어져 서다. 그리고 그 예상이 점점 수위를 높이면서 커졌으니 눈을 질끈 감고 봤다. 이 <소름>이 견지하고 있는 공포도 이와 유사하다. 모두의 인생에 있어 가장 무서운 일이 뭘까? '설마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만약에의 공포일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태도로 이 '만약에의 위기'를 벗어나곤 한다. 근데 이 위치에 한번 쳐해 보면 삶을 살아가면서 이 기억이 계속해서 든다. 또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저 사람처럼 되면 어떡하지. 이 두려움과 함께 인생의 과제들을 이겨낸다. 그게 나를 포함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인생일 것이다. 영화는 우리 내면에 있을법한 구멍을 포착해서 촘촘하게 그물을 짜 놓았다. 이 영화가 호러 분위기를 만드는 설정 중 하나는 주인공들이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고 짐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게 짜여 있는 소설처럼 이 영화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얼핏 던져졌던 키워들이 하나하나씩 모여 광폭하게 폭주한다. 이 폭주하는 이야기는 '왜 예견하지 못했음에도 이 운명에 기시감이 드는가'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의 안과 밖
아리 애스터의 <유전>이 생각난다. 이 <유전>에서 중요했던 설정 중 하나는 네 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 공간이었다. 이 집은 애니가 구현했다. 애니는 디오라마 아티스트다. 애니는 이 집을 디오라마로 묘사했다. 이 '집과 인물'사이의 관계는 이 영화의 키워드와도 어울린다. 세상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애니의 맘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공간인 '집'과 애니의 직업이 공포를 만드는 소재로 쓰인 것이다. 이와 별개로 오두막이라는 공간은 또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사용된다. 누가 여기서 어떤 행동을 하는가, 와 같은 사소한 포인트 하나하나가 엔딩신을 향해 달려가는 디딤돌이니 아리 애스터가 설정한 공간적 배경은 영화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이렇게 공포영화에 있어 공간 세팅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 공포영화 <불신지옥>에서도 재현됐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이야기가 이 영화의 주요 내용이었다.
이 <소름> 역시 앞 두 영화처럼 아파트라는 공간 세팅이 중요하다. 일단 분위기를 만드는 미술의 비주얼이 눈에 띈다. 당시 금화 시민아파트의 외관에서 오는 낡은 비주얼은 낡았기 때문에 압도적이다. '저주가 걸린 집'의 개연성을 주는 듯한 공간 설정이었다. 또 이 아파트 안에 깔려있는 수많은 유사 쓰레기들, 듬성듬성 붙어있는 벽지, 누리끼리한 아파트의 색감까지 이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아파트라는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만큼이나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는 공간은 '아파트 밖'이라는 설정이다.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서서히 조여드는 압박감과 패배감이다. 근데 영화 전반적인 줄거리가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발버둥 치는 내용'이라 '이렇게 했기 때문에 저렇게 대응함'식의 반복이라면 이 영화 하이라이트에 집중되는 압박감이 살짝 퇴색될 수도 있다. 영화는 해야 할 말에 힘을 빡 주고 있기 때문에 선영과 용현이 아파트 밖에서 행복한 모습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고 간다. 이 두 사람이 느꼈던 행복까지 누군가가 설계한 공간 아래에 놓아있는 사람처럼, 영화는 두 인물을 그렇게 묘사한다. 공간마다 임팩트를 주는 윤종찬 감독의 연출이 빛을 발현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김명민, 장진영 배우다. 지금 2022년 김명민 배우는 드라마 판에서 슈퍼스타다. 그와 반대로 영화 출연작들은 죄다 시원찮다. 솔직히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근데 이 <소름>은 김명민 배우의 영화 출연 이력 중 가장 빛나는 영화가 아닐지 생각이 든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차가운 연기와는 정반대의 퍼포먼스를 소화한다. 비극적인 성장 서사를 갖고 있는 탓에 폭발하는 분노, 선영에게 의존하는 내면, 이기적인 성격, 또 후반부 특정 신의 표정연기까지 파릇파릇한 김명민 배우의 높은 잠재력이 느껴지는 영화다. 또 지금은 별이 된 장진영 배우도 굉장히 뛰어났다. 이 영화에는 베드신이 있다. 또. 남편에게 맞는 장면도 나온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어 리액션 연기를 이끌고 가야 한다. 내가 배우라면 '이런 역할 해보고 싶다'라고 행복 회로를 굴릴 법한 역이었다. 장진영 배우는 이를 서릿발같이 차갑게 소화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잘 이끈다.
앞의 이 두 배우의 연기도 탁월했지만 기억에 남는 건 기주봉 배우다. 홍상수 영화에서 '사랑이 최고야' 외치는 아저씨로 자주 봤던 기주봉 배우. 이 영화에서의 기주봉 배우는 '아런 역할일 것 같아' 예상하지만 그 외의 방식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대사 치는 톤, 표정, 인상, 심지어 글 쓸 때의 자세까지 홍상수 영화에서 봤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테크니컬 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을 절제하고 있는가'라는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멋진 연기였다.
맨 위의 위로
많은 분들이 모를법한 영화다. 실제로 관객 수가 10만 명도 되지 않았으니 구체적인 수치도 근거로 들 수 있을 정도다.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도 윤종찬 감독이 비교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분이고 넷플릭스나 왓챠에 서비스하고 있는 영화도 아니다 보니 접근성이 그렇게 높진 않다(그 대신 네이버에서 12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나도 이를 통해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공포는 우리나라 호러 영화 중 위에 있는 이유를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장진영 배우의 파리한 비주얼, 소리 지르는 톤, 김명민 배우의 뜨겁게 폭발하는 광기, 낡은 아파트, 깜빡깜빡거리는 조명, 귀가 아픈 빗소리, 어두운 색감 등 이미지에 의한 공포-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도 챙기면서 서서히 내면을 잠식시키는 공포를 많은 분들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곡성>과 함께 우리나라의 호러 영화 중 가장 돋보이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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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다가도 가는 건가 봐
제목과는 다르게 영화는 ‘어느 멋진 아침’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평범한 일과를 수행하는 아침이다. 신경의 기능이 퇴행하는 병에 걸린 아버지가 열쇠를 찾지 못해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좋아하셨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 가시는 것을 돕고, 안부인사를 드린 뒤 그의 집을 나선다. 통역가로서 자신의 업무를 하고, 아이를 돌본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 법한 죽음이나 낯선 외계생명체의 발견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인공은 상념에 빠져 있거나 약간은 권태로워 보일지언정 대상화된 우울에 빠져 있지 않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어느 멋진 아침>은 마치 그가 생각하는 삶의 정의를 찬찬히 들려주는 영화같다. 영화 속 이야기는 긴 일대기가 아니다. 상실과 사랑을 담아내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일년이라는 기간을 지나면서 아이를 기르는 것, 전에 알던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약간의 양심의 가책, 쾌락과 실의를 경험하는 것,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어느 멋진 아침>은 에릭 로메르 감독의 사계절 연작을 비롯한 작품의 유산을 물려받은 연출과 레아 세이두의 해가 갈수록 깊이를 더하는 연기력, 붙었다가 떨어지고, 다시 연결되는 관계 구조로 들어차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멋진 아침’은 매일 찾아오는 것일수도, 방황 끝에 도달하고 싶은 목표 지점이 될 수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가도 문을 활짝 열어 두면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에 참석 및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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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핫 Too Hot>, 성욕보다 더 뜨거운 것!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중 하나인 <투 핫 too hot>
미국 편, 브라질 편, 라틴 아메리카 편... 이제 미국 편은 시즌3 방영을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의 배경은 이렇다.
서로 섹스해라! 해라! 하는 분위기를 대놓고 만들어 놓은 후, 섹스는 절대 안 된다!라는 룰이 적용되는 곳.
성적인 접촉은 '규칙 위반'이며, '벌금'으로 이어진다!
어머어마한 액수의 상금을 걸고, 섹스를 포함한 어떠한 성적인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면 벌금 형식으로 상금이 깎인다. 출연자들은, 난잡한 성교 파티를 상상하며 모였다가 모두 멘붕!
이국적인 장소에서, 매력적인 젊은 남녀가 거의 옷을 입지 않고 24시간 붙어 지낸다.
당연히 규칙 위반은 수시로 벌어진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규칙 위반을 하던 출연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갈등한다.
"그냥 할까? 아님 상금을 위해 참을까?"
물론 스킨십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상금'이다.
그런데, 어차피 그 상금은 처음부터 이들의 목적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상금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그저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싶어 모인 것이다.
상금은, 참가자들의 성욕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 갑자기 폭탄처럼 터지는 반전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원동력,
이들이 자신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매력적인 이성과의 스킨십을 자제할까 말까 고민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내 옆사람의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 다른 사람에게 욕먹고 싶지 않은 마음"
이다.
<투 핫> 브라질편 참가자들
세상 쿨하기 그지없는 <투 핫>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 사실은 그 어느 편에 출연한 참가자들보다 훨씬 더 '주변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추구할 것 같은 그들이었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다!<투 핫> 브라질 편에서는, 참가자들이 '규칙 위반'하는 내용 중에 '섹스'가 포함된다.
한밤중에 여자들은 상의 탈의, 남자들은 하의 탈의를 한 채로 다 같이 수영장 물에 들어가 파티를 벌인다.
(대체 누가, 넷플릭스 <솔로 지옥>이 한국 판 '투 핫'이라고 했던가!)
브라질 편 출연자들은 확실히 더 핫hot 했다! 진짜 프로그램 제목처럼, TOO HOT!
그런데, 재미난 것은, 다른 어느 시리즈에서보다도 '주변 사람의 눈치, 아는 사람의 눈치, 친구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는 것 또한 바로 브라질 편 참가자들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넘치는 성욕보다 더 참을 수 없어한 것은,
나의 행동으로 인해 상금이 깎여서 친구들이 실망하고 비난할 때,
또는 나의 행동이나 말이 누군가에게 불쾌감이나 불편감을 주었을 때,
나에게 가해지는 주변 사람들의 비판과 비난이다.
나를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여론, 나의 잘못에 대한 재판의 현장!
모두가 함께 생활하기에 나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은 즉석에서 바로바로 전달된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눈물도 가장 많이 터져 나온 시리즈가 되었다!!!
친구 눈치, 다른 참가자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그전의 당당하고 쿨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그 어떤 것보다 이들의 본성과 욕구를 자제시키고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상금 자체도 아니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바로, 그들의 옆 사람, 같이 있는 다른 참가자들이었다.
최근 동네 커뮤니티 카페에 가입하여 몇 번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주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무난한' 주제의 글이었다.
무난한 주제에는 편안하고 평화로운 댓글들만 달린다.
그런데, 종종 '무난하지 않은 주제'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면 격렬한 댓글들이 달린다.
심한 욕까지는 하지 않지만, 글에서도 격한 감정들이 느껴진다.
나는, 무난한 주제만 골라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격렬한 싸움은 지켜보는, 그런 축에 속했다.
격렬한 싸움에는 말리고 싶지 않다....
애초에 무난하지 않은 주제는 올릴 생각도 하지 않고, 무난하지 않은 주제에는 댓글도 달지 않는다.
<투 핫> 참가자들이 대단한 것은,
그 전쟁 같은 '무난하지 않은' 현장에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점. 욕 먹을 각오를 하고 행동한다는 점!
그 결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사랑"을 찾는 것!다른 사람의 부정적 의견을 듣는 것,
나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듣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고 고통스럽다.
이것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응될만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진심을 표현하고, 내가 진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
이러한 용기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투 핫> 참가자들이, 마냥 다른 참가자들의 비난과 감시에 주눅이 들어 있었다면, 사랑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욕을 많이 먹었지만, 유일하게 '찐 커플'이 된 '브렌다'와 '마테우스'
<투 핫> 브라질 편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었던 '브렌다'와 '마테우스' 커플.
규칙 위반을 가장 심하게 많이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로부터 미움을 많이 샀다.
그로 인해 눈치도 많이 보고, 눈물도 보였지만,
결국 이들은 최종 선택에서, '찐 커플'로 거듭났다.
<투 핫>이 보여준 것,
첫째, 세상 쿨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
둘째, '다른 사람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욕구, 욕먹기 싫은 욕구'에만 몰두하다 보면, 또 다른 중요한 욕구, 이를 테면 '사랑'에 대한 욕구는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
세상에 쿨한 사람은 없다.
욕먹고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다만,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위축되어, 더 중요한 가치를 놓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때로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나 자신을 던져야 하는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남에게 욕먹기 싫어서 욕먹지 않을 행동만 골라서 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면,
과연 이 세상이 움직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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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에 끌리지만, 안정으로 돌아오고 마는 강렬한 여진
실제가 될 줄 몰랐던 서툰 사랑이 영화와 대조되며 펼쳐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영화와 실제 인물들이 묘하게 마주치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영화에서도 실제로도 신뢰를 주지 않는 관계 진행이 아사코라는 영화에 더 몰입하게 만들어 돌아온 아사코의 모습에도 보는 사람조차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숨김으로써 되돌아보지 않는 일본의 현재와 달리 이 감독은 계속해서 드러내 일본을 되돌아보려 하는 모습과 감정에 개입하지 않아 그의 작품을 계속해서 보게 만드는 것 같다. <스파이의 아내>, <드라이브 마이 카>, <아사코>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인간의 감정들을 그의 작품에서 꺼내어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상영관이 없어 헤매지만 하마구치 류스케의 지난 작품들로 아쉬움을 달래려 한다.
겹치는 외면, 다른 외면은 혼란스러움을 가중한다. 같은 얼굴이지만 전혀 다른 성정을 가지고 있는 바쿠와 료헤이. 그들은 서로를 모르지만 아사코는 그 둘 사이를 가로지른다. 혼란스러운 감정 사이에서 당연하게도 다정함에 내려앉은 아사코는 자유에 끌리더라도 사소한 어떤 방법으로 자리를 찾게 된다.첫사랑이었던 바쿠는 자유롭고 충동적이며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사람이다. 한편, 료헤이는 안정적이고 다정하며 감정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회피하지 않으며 힘든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키스와 운전 장면을 통해 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든, 자신이 일으키는 마음의 요동이든.
첫사랑이었던 바쿠는 자유롭고 충동적이며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를 사람이다. 한편, 료헤이는 안정적이고 다정하며 감정을 끊임없이 표현하는 회피하지 않으며 힘든 사람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키스와 운전 장면을 통해 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흔들릴 것이다. 그것이 자연현상이든, 자신이 일으키는 마음의 요동이든. 모든 것을 바꾸는 한순간의 선택이 충동적인 태풍을 일으켜 상처를 입힌다. 그렇게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마처럼 늘 그 자리에 당연하던 다정함이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그를 스쳐 지나가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지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긴 시간에서 새로 시작한 긴 시간이 불안감으로 번지겠지만 변치 않는 다정함이 금방 눈을 돌리려는 불안정을 그러안을 것 같다.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한순간의 선택이 충동적인 태풍을 일으켜 상처를 입힌다. 그렇게 소리 없이 왔다가 소리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장마처럼 늘 그 자리에 당연하던 다정함이 그를 기다린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그를 스쳐 지나가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모든 신뢰는 무너지게 되었다. 다시 돌아온 긴 시간에서 새로 시작한 긴 시간이 불안감으로 번지겠지만 변치 않는 다정함이 금방 눈을 돌리려는 불안정을 그러안을 것 같다. 료헤이에게서 바쿠를, 바쿠에게서 료헤이를 바라봤던 그는 다시 그와 그의 사이를 맴돌게 될까. 같은 공간에서 다름을 느끼는 순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다정함에서 배려와 희생을 발견하고 허황한 것에서 벗어난다. 그의 사랑이 그저 불은 강물처럼 투명한지 더러운 부유물이 떠다니는지 모를 정도로 흔들린다. 신뢰에서 흔들리는 사랑, 그 끝엔 무엇이 서 있을까.
어쩌면 지독하게 사랑을 좇는 건 불안정하게 여러 궤도를 도는 아사코가 아닌 그런 행동에도 문을 열어두는 료헤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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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히 사랑할 결심
결심은 미완이다. 아직 행해지지 않았으므로. 마음을 먹었다고해서 완성을 보장할 수 없다.
서래는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쓰레기같은 남자만 골라 결혼을 했다. 물리적으로라도 떼어내야 충동을 막을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더 우아한 방식이니까. 해준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일테니까. 해준은 깨끗한 사람이라서 늘 선을 지킨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잠복을 하고 창 너머로 살펴보고 중식 볶음밥을 해준다. 그것이 해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다.
살인과 피가 있어야 행복한 해준에게 서래는 영원히 피의자여야 한다. 그래야 깨끗하게 사랑할 수 있다. 해준은 서래를 끊임없이 의심해야한다. 그러면서도 붕괴되지 않기 위해 진실을 좇아야 한다. 서래는 끊임없이 무고를 증명해야한다. 감방에 들어가면 해준을 아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종결되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해결을 지연시켜야 한다. 두 사람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해준은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 서래는 감방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두 사람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사건이 미결되기를 바란다. 깨끗하게 사랑하기 위해서.
기도수 살인사건이 해결되고 해준은 붕괴했다. 왜. 사건이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또, 사건이 잘못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사건이 해결되므로써 해준은 서래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서래가 사무쳐서 해준은 괴롭다. 사건이 잘못 해결되므로써 해준은 품위를 잃었다. 여자에 미쳐서 직업윤리를 잊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나서 고생했을까. 경찰에 신고를 하면 되었을 것을. 왜 경찰을 믿지 못해서 직접 사람을 죽이고 이 지경까지 왔는가. 해준은 여기서 멈춘다. 서래의 과오가 담긴 휴대전화를 바다 깊은 곳에 던지라고 말한다. 그래도 서래의 안녕을 바랐기 때문일까. 죄책감과 수치심에 몸부림치면서 지난날을 부정한다. 서래는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서래는 아직 '우리'의 일을 바다에 봉인할 생각이 없다.
서래는 해준 앞에 다시 나타났다. 새로운 쓰레기 남자와 함께. 그리고 그 남자를 또 죽인다(죽게 만든다). 해준은 서래에게 다그친다. 이러려고 이포에 왔느냐고. 해준은 복잡해진다. 왜 또 쓰레기같은 남자를 만났을까. 그 쓰레기 남자는 왜 또 내 관할구역에서 죽었을까. 나를 또 무너뜨리려고 이러는 걸까. 내가 보고 싶어서 온 걸까. 서래는 비슷한 방식으로 무고를 증명한다. 해준은 더 엄격한 방식으로 서래를 의심한다. 이번에는 해준이 승리한다.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서래는 명백한 살인범이 됐다.
핸드폰 두 개가 해준에게 돌아온다. 하나는 서래의 과오가 담긴 것, 다른 하나는 해준의 사랑이 담긴 것. 해준은 서래를 지키기 위해 과오가 담긴 휴대전화를 바다 깊은 곳에 버리라고 했다. 서래는 해준을 지키기 위해 사랑이 담긴 휴대전화를 바다 깊은 곳에 버리라고 했다. 바다 깊은 곳에 빠져 아무도 찾지 못하면 우리 둘 만 아는, 영원한 사랑이 될 테니까. 그리고 서래는 제 자신을 바다 깊은 곳에 묻는다. 자신이 몰고 온 모든 사건을 미결로 남기기 위해서. 해준에게 영원한 피의자로 남기 위해서. 더 이상 헤어질 결심을 할 필요가 없기 위해서.
해준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 사랑은 끝이 났고, 해준의 사랑이 끝났을 때 서래의 사랑이 시작됐다. 해준은 붕괴하면서 사랑을 남겼고, 서래는 그 붕괴를 단서삼아 사랑을 틔웠다. 다시 서래는 해준을 재건하고자 소멸을 택했고, 해준은 안개 속 영원한 사랑을 받았다.
깨끗한 사람과 꼿꼿한 사람. 결심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 미수에 그칠 뿐 선을 넘지 않는 사람. 비겁하지만 우아한 사람.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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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존감 낮은 남자의 진정한 매력 찾기! with 계약 여친
얼마전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러브하드는 공개된 이후 큰 반응없이 사라진 영화에요.
특히나 한국에서는 아주 빠르게 사라져갔죠.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가족, 애인과 함께 보기에 아주 좋은 영화입니다.
아주 뻔한 이야기이지만 따뜻하고 꽤 유머러스하거든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제 리뷰를 보고 영화를 찾아봐주세요!
그리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한 해 감사했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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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투 핫!> 공식 예고편
《투 핫!》이 시즌 3로 돌아왔다! 더 위태로운 유혹과 함께. 일생일대의 뜨거운 휴가를 누리기 위해 모인 섹시한 싱글 남녀. 하지만 '투 핫' 별장에서는 규칙이 있었으니. 키스는 물론이고, 어떠한 성적인 접촉도 금지. 이를 어기면 20만 달러의 상금을 잃을 수도 있다. 와일드한 싱글들이 그 유혹을 참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뜨거운 유혹에 넘어가고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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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르코 서브> 메인 예고편
마약단속국에서 인정받는 요원으로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스트라이커’.
여대생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비밀 작전에 투입된 그는
그동안 쫓아온 거대한 마약 카르텔과 이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라이커’의 딸과 아내가 사라지는데...
납치된 가족 구출 VS 마지막 임무 완수
지상 최악의 범죄 카르텔과 전쟁을 시작한 그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