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r_IN2022-04-04 12:39:59
'봄'같았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엔딩 기념..
'봄'같았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지난 04월 03일을 마지막으로 2월 12일에 시작했던 tvN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방영을 끝마쳤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좋아해주었던 드라마이고 또 응원했던 드라마이기에 마지막화 방영 이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다.
정말 애정했던 드라마가 끝이나니 참 아쉽기도하지만 또 기대하는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니 기대가되는 마음도 든다.
지금 이 글은 그냥 약 2달 동안 나를 웃고 울게했던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위해 쓴다.
드라마가 참 '봄'같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봄의 폭신하고 기분 좋은 날씨처럼 따스하고 사랑스운 작품이었다.
때로는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처럼 쌀쌀함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최근에 봤던 작품 중 가장 봄같은 따스함을 전달해줬다.
이 드라마 자체를 참 좋아했다. '백이진'과 '나희도'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 <스물다섯 스물하나>라는 드라마 작품 자체를 참 좋아했다.
이진과 희도의 성장을 보고 있으면 행복했고, 지웅과 유림의 풋풋함을 보면 설레었다.
승완의 무료함을 보며 공감했고, 희도 어머니의 무거운 짐을 보면 가슴 아팠다.
양찬미 코치님의 철학을 보면 감탄했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 그 시대를 다루는 이 드라마의 시각이 참 아름다웠다.
사실 희도와 이진의 결별은 예견되어 있었다고 생각한다. 방영 시작 전 프리뷰를 진행하면서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각자의 유서를 보면서 '백이진'이 죽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 만큼 둘의 관계가 연인으로 종지부될 것이라곤 생각치 않았다.
다만 드라마 회차가 진행되면서 너무나 아름다운 두 배우의 모습에 잠시 속아 '개연성이고 작품성이고 극본이고 다 무시하고 그냥 그렇게 둘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말을 아쉬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 이진과 희도의 만남 부터 성장까지를 모두 깊이 공감했다는 의미일테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결말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보내주는 마음이 참 이해가 되었다.
다소 앞서 말했던 따스함과는 그 거리가 있었지만, 나의 응원이 상대에게 닿지 못 할 때 상대는 얼마나 미안하고
나는 얼마나 무력할지를 우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다. 드라마는 이를 이제껏 보여준 따스함이 아닌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둘의 이별을 이해하고 마지막 까지 첫사랑이란 단어로 추억하는 둘의 기억을 존중한다.
이진과 희도를 응원한 것이 아닌, 지웅과 유림을 응원한 것이 아니었고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응원했던 나에게 이 결말은 새드엔딩이 아니다.
연인이 되는 행복한 감성보다 더 큰 울림을, 개인의 성장을 보여준 이 드라마는 나에게 있어 해피엔딩이었다.
연출을 맡은 정지현, 김승호 PD님, 극본의 권도은 작가님, 촬영에 빈태환, 김우성 감독님,
미술과 음악을 담당하신 김소연, 임하영 선생님 모두 진심으로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역시 드라마에서 정말 많은 울림을 준 김태리, 남주혁, 김지연, 최현욱, 이주명 배우님 외 모든 배우님들께도 진심으로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린다.
좋은 작품과 함께할 수 있던 2022년 봄을 절대 잊지 못 할 것이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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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Verdens verste menneske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씨내랩으로부터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여 이번 달 최대 기대작이었던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를 개봉 전에 보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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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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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영화를 보기 전, 영화의 제목만 보고 주인공이 처절한 사랑을해서 최악의 모습이 되는 내용일거라 예상했지만, 실제 줄거리는 내 예상을 빗겨갔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사랑'을 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말에서의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해되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녀가 행한 모든 선택은 사실 고고한 연인간의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성적을 증명하기에 흥미에도 없는 의대를 들어간 모범생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학문들에 이것저것 발을 딛고,
자신의 자유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벼운 원나잇도 즐기고,
자신의 사랑을 사랑하기 때문에 악셀이랑 교제를 하고,
그리고 이어서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택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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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쉬운 부분 /
영화의 앞부분은 흡입력이 좋았는데 뒤로 갈수록 뒷심이 딸린다.
마지막 11장과 12장은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부분이라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 영화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그리고 12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한 8장 정도로 컴팩트하게 만들었다면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의미도 관객들에게 더 잘 다가오고, 영화도 힘있게 전개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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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막한 평 /
본인을 사랑하기에 의대를 포기하고 사진을 시작했고,
본인을 사랑하기에 내 옆의 연인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에게 갔고,
본인을 사랑하기에 내 몸 속의 아기가 떨어진 후 미소가 나왔다.
사랑하면 누구나 최악이 된다.
'나'를 사랑하면 누구에게나 '최악'으로 비춰질 수 있다.
별점은 10점 만점에 6.5점 드립니다.
그래도 좋은 영화이니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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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신세경과 서촌의 모습을 담다
마케팅 사의 지원으로 제공된 Seezn 관람권을 이용해 웹에서 관람 후 작성된 리뷰입니다.
우리 대부분은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 시작은 아마도 10대 시절일 것이다. 10대의 대부분은 그저 앞만 보고 달린다. 대학이라는 관문으로 열심히 달려가다 대학교에 간 이후에는 취업의 문을 향해 달려간다. 그게 끝이 아니다. 취업한 이후에는 사회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커리어와 성공의 문으로 향한다. 숨을 헐떡이며 앞으로 달려가면서 주위를 둘러볼 시간은 없다. 자기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볼만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 어렵다. 어쩌면 인생은 끊임없이 그런 작은 목표들로 열심히 달려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면 그다음 문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를 외치다 보면 어느덧 지치고 정신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잠시 멈추는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잠깐 그 자리에 멈추는 시간은 꽤 중요하다. 앞으로 달려가야만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 속에서도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지금 뛰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결정도 해보고 다른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아 하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준다. 사람마다 그 기간은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그렇게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앞에 보이는 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앞을 보며 다음 문을 향해 차분히 걸어간다.
배우 신세경의 마음을 담은 다큐멘터리 <어나더 레코드>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는 쉼 없이 일을 하며 달려온 배우 신세경의 멈춤을 담는 시네마틱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 서촌의 거리를 걷고 여러 카페나 가게를 돌아다니며 그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서촌 특유의 분위기와 그곳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은 느린 시간이 영화의 전반에 걸쳐 펼쳐진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동네다. 좀 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북촌에 비해 서촌은 좀 더 조용하고 한적하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의외의 식당이나 가게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이 복잡한 길을 천천히 걸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배우 신세경은 아역배우 출신으로 아주 어린 시절부터 연기라는 일을 하며 계속 달려왔다. 영화 속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20대 중반까지 계속 일에 바빠 여유로운 시간 속에 머무르지 못했다. 그저 다음 가야 할 곳을 보며 앞으로 연신 달려갈 뿐이었다. 영화 초반 신세경 배우가 타로 점을 배운 김주우 배우를 만나는 장면이 있다. 신세경 배우는 자신에 대한 타로 점을 보고 설명을 듣는다. 그가 하는 질문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것, 과거 선택에 대한 것 그리고 자신 주변에 있는 존재의 마음에 대한 것이다. 즉,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것들을 차례로 물으며 자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타로 점을 믿든 믿지 않든 그가 받아 든 결과는 그가 결정한 휴식이라는 시간 속에서 내면의 소리를 보게 만들었다.
그가 방문하는 곳은 차례로 위스키를 파는 작은 바인 '무용소', 드립 커피와 떡을 파는 '카페 자하', 차를 파는 '에디션 덴마크',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효자동 두오모'이고 어린 동화 작가 전이수 군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도 담는다. 영화는 각각의 장소에서 주인과 대화하는 배우 신세경의 모습을 차분히 담는다. 그가 만나 대화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가게마다 어떤 고유의 특성이 있다.
작은 바 '무용소'에는 과거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맛이 깊어지는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여행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카페 자하'에서는 쉬지 않고 일해온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곧 영업을 종료한다는 그는 2년 동안 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려와 잠시 쉼을 선택한다. 다음 방문지인 '에디션 덴마크'의 주인은 덴마크 남편과 한국 아내 국제 부부를 만난다. 그들은 느리고 평화로운 서촌의 분위기와 느리게 걸을 때 보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어린 동화 작가 전이수 군을 만난 배우 신세경은 어릴 때부터 달려온 자신과 비교하여 어린 나이에 일을 하게 된 전이수 군과 일의 의미와 가족, 그리고 외부인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에는 일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것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효자동 두오모'의 사장님과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정과 즐겁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타인과 나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서촌의 아름다움 풍경과 분위기 그리고 휴식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눈 이후, 결국 만나게 되는 건 휴식이라는 것이다. 배우 신세경은 앞만 보고 달려오다 이직을 하고 잠깐의 휴식을 택했다. 그것이 과연 잘한 선택이었는지를 영화 속 대화를 통해 보여준다. 일하는 모습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누군가와 만나고 대화하면서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실 처음부터 그것은 이미 옳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다. 바쁜 와중에 휴식을 결정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잠시 모든 것을 멈추면 저 멀리 있는 문에서 더 멀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휴식을 결정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휴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도 많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에 담긴 서촌 속 가게들은 대부분 아주 작은 가게들이다. 골목골목에 숨겨져 있는 그 가게들은 그곳을 느리게 걷던 이들에게 발견되고 그들에게 작은 선물을 선사한다. 서촌의 선물 같은 모습을 배우 신세경의 뒤를 따라 같이 걷는 느낌을 주는 영화는 마치 배우와 같이 그 길을 걷고 이야기하는 자리 옆에 앉아있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배우 신세경과 함께 서촌을 산책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영화는 관객을 스크린 속으로 천천히 빨아들인다.
영화에는 극적인 순간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다. 그들의 대화를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이 있다. 특히나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배우 신세경의 모습이나 마음속 이야기를 같이 들을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잔잔하고 느린 서촌의 모습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진 모습일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종관 감독은 현실적이지만 조금은 관객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감성적인 연출을 잘하는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더 테이블>, <조제>, <아무도 없는 곳> 같은 영화들을 통해 감독이 가진 고유의 감성을 잘 느낄 수 있다. 그 감성을 그대로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에 담았다. 아름다운 서촌의 풍경과 분위기를 담는 한 편, 배우 신세경의 개인적인 고민과 모습을 서촌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밀어 넣었다. 그래서 보는 내내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만든다. 다큐멘터리 영화 <어나더 레코드>는 OTT 서비스인 Seezn에 단독으로 공개되었다. Seezn 웹사이트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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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주말은 건강히 잘 보내셨나요?
어느덧 2월의 마지막날인 월요일이네요.
곧 맞이하는 3월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합니다.
오늘은
2월의 마지막 주 주말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시간이며,
씨네픽과 함께 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콘텐츠'도 같이 알아보도록 할게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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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위. <언차티드>(NEW)
▶<언차티드>가 2월 3주차에 이어 이번 주 역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월 25일~27일) 관객 수 12만 5848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8만 7769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3월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대작 <더 배트맨>으로 박스오피스 순위가 변동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보는데요.
과연 이번 주 박스오피스는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대목입니다.
2위. <극장판 주술회전0>(-)
▶이번 주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역시 지난 주에 이어 <극장판 주술회전0>이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 (25일~27일) 주말 관객 수 6만 276명을 동원했고, 총 누적 관객 수는 29만 1476명입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0>의 개봉 이후 초반 흥행이 돋보였던만큼 <언차티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박스오피스 순위를 1위 자리를 놓고 승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위. <안테벨룸>(NEW)
▶주말 박스오피스 3위는 <겟아웃>, <어스>제작진의 미스터리/호러물 <안테벨룸>이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25일~27일)동안 주말 관객 수 3만 2102명을 동원했으며, 충 누적 관객 수는 5만 5999명입니다.
영화 <안테벨룸>은 성공한 작가가 무언가에 의해 선택받은 뒤 누구의 도움도 바랄 수 없는 끔찍한 세계에 초대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충격 스릴러입니다. 믿고 보는 제작사인 A24와 <겟아웃>과 <어스>제작진의 조합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인데요.
<안테벨룸>은 제작진의 전작인 <어스>보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것은 물론 <겟 아웃>의 아성까지 넘보고 있어, 전작의 흥행 계보를 이을 영화의 탄생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89회 예측 이벤트는 2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한 주의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같이 확인해보도록 할게요!
먼저 제89회 씨네픽 주말 박스오피스 예측 이벤트'에 한 주동안 참여한 씨네픽 유저들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한 주동안 씨네픽 참가자분들은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주셨습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의 예측은 박스오피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높은 확률로 맟혀주신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주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에 참가하여 모든 순위(1위, 2위, 3위)를 맞힌 분들은 모두 35명으로 상금을 맞히신 모든 분들에게 3,928P의 상금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 9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NEW)
▶주말 박스오피스 4위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입니다.
주말동안 주말 관객 수 2만 6100명을 기록, 총 누적 관객 수는 4만 8457명을 기록했습니다.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개봉 전 부터 29금의 파격적인 연기, 배우 연우진의 강렬한 연기 변신과 배우들의 뜨거운 열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였던만큼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습니다.
5위. <해적:도깨비 깃발>(▼2)
▶ 주말 박스오피스 5위는 <해적: 도깨비 깃발>입니다.
주말동안 1만 9481여명의 관객 수, 총 누적 관객 수는 131만 4785명을 기록했습니다.
설 연휴 대작이었던 강하늘, 한효주 주연의 <해적: 도깨비 깃발>은 누적 관객 수 130만명을 돌파하면서 서서히 박스오피스 순위가 점점 하락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배트맨>을 비롯한 영화들이 개봉 예정에 있는만큼 총 누적 관객 수는 130만명대에서 끝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또한 지난 주에 이어 <언차티드>가 차지했습니다.
주말동안(25일~27일) 북미기준 주말 매출액 $23,250,000 (한화 약 280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이로써 지금까지 총 누적 매출액은 $83,385,478 (한화 약 1,006억)을 기록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지난 주의 북미박스오피스 순위와 동일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한 지 2달이 훌쩍 지난 지금도 박스오피스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무척이나 놀랍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2월 25일 ~ 2022년 2월 27일)
1. <언차티드> 2325만 달러 (누적 8338만 달러)
2. <도그> 1012만 달러 (누적 3089만 달러)
3.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575만 달러 (누적 7억 7988만 달러)
4. <나일 강의 죽음> 450만 달러 (누적 3275만 달러)
5. <잭에스 포에버> 317만 달러 (누적 5206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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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2월 넷째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남은 마지막 2월 마지막 하루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고,
씨네픽은
3월의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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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의 신이 되고 싶었던 마약왕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나는 일단 가죽을 남기기는 싫다. 자연스럽게 죽는 걸 원한다;; 또 이름을 남긴다는 건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이렇게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 글을 쓰는 게 재밌기도 한데 유명해지면 짜증 날 것 같다. 갑자기 들어와서 '돈 받고 광고하냐'라는 식의 댓글만 달아도 짜증 나는데 다양한 미친놈들을 상대하기엔 난 너무 예민한 타입이다.
그래서 보면 좀 신기하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랑 종자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고위 정치인이 되면 따라오는 존경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사람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유명세 얻자고 지역 유지가 되는 건 너무 기가 빨리는 짓이다. 그냥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살면서 글 쓰며 사는 것이 나에겐 최고인 것 같다. 이런 나는 '마약왕'이 되는 것을 꿈조차 꿀 수 없다. 재밌게 사는 건 당연히 원하는데 마약까지 할 정도로 격하게 재미있고 싶지는 않다. 눈을 한국 외로 돌린다. 수리남의 어느 곳에서 마약왕이 된 남자가 있다고 한다. 또 어떤 남자는 이 마약왕을 파멸시키기 위해 복수를 계획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다.
타지에서 새로 시작하다
모두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 강인구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왔다. 경제난에 부딪힌 강인구 가족. 어머니는 요구르트 배달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도 트럭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먹어 살려야 했던 인구. 단란주점에서 일을 시작해 돈을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한다. 절실했던 인구. 이런 인구에게 먹을 것과 학비를 준다는 이유로 유도부에 가입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덕택에 어느 정도 재능이 생긴 인구. 이런 인구는 어려운 삶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 한다. 동두천 근처 미군 부대 카센터를 위시로 유흥업소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 수완도 좋고 사회생활도 곧잘 해서 수입이 일정해진 인구. 네 가족을 이끌고 지하 단칸방에서 아파트까지 이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했다.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인구. 어떤 손님이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야? 대응하던 인구.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던 행인을 두들겨 패 버린다. 그냥 패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을 걸. 그 두들겨 패 버린 나쁜 놈의 정체는 경찰이었다. 장사가 어려워질 것 같다. 위기에 봉착한 인구. 이에 힘입어 친구 응수는 수리남이라는 나라에서 홍어 장사를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한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수리남으로 출국하는 인구. 역시 쉬운 건 없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적응은 한다.
역시 어딜 가든 문제는 있다. 수리남에서 아무 일 없을 리가 없다. 수리남의 조폭 중 한 명이 인구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문제에 직면하는 인구와 응수. 돈으로도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두 남자에게 손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수리남의 지역 유지 전요환. 전요환은 목사로 수리남 현지인들, 한인들 가릴 것 없이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지역을 이끌고 있었다. 전요환의 강력한 영향력에 홍어 장사가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쉽게 풀리기는커녕 강인구는 전요환에 의해 삶이 크게 꼬이기 시작한다. 돈도 홀라당 까먹고 사랑하는 대상도 잃을 것 같은 인구. 이런 인구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와 함께 전요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이유 있는 선택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윤종빈 감독이 신작을 갖고 왔다. 윤종빈 감독은 뭐랄까 절실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절실함'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뭐 각자 다르겠지만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최익현이 보여준 이 정서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큰 영향으로 남아있다. 아등바등 살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묘사하는 방식은 다른 감독들에게서 볼 수 없던 방식이었다. '이거 하나만 얻고 나머지는 다 잃은' 인간 본질의 순리를 개성 있는 방식으로 잘 묘사하는 느낌? <군도 : 민란의 시대>에서는 그런 묘사가 잘 기억이 안 난다. <공작>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이런 걸 잘 드러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이 감독은 캐릭터를 잘 만든다. 수많은 밈을 양산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만 봐도 그렇다. 최익현, 최형배 캐릭터가 드러내는 생생한 개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공작>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했던 북한 간부 캐릭터도 극을 이끄는데 적절하다. 이 작품 이후로 글쓴이가 이성민이라는 이름을 기억했으니 말이다.
이 느낌은 엔딩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화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 인물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아마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와 인물들의 처지 대비는 참 씁쓸하다. 후반부에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더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 정서를 표현할 때 만약 영화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생각했다. 조금 어색하다. 전요환이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사건들이 필요했다. 또 국정원 쪽의 치밀함 역시 드러내기 위해서 긴 서사를 보여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냥 단순히 <오징어 게임>이 잘 돼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만드는 형태가 이 쪽이 많아서 드라마를 고른 게 아니라 매체 선택 이유와 장르, 내용이 잘 어우러진 건 윤종빈 감독의 영리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캐릭터 설정 역시 빛을 발했다. 일단 두 배우의 캐릭터를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황정민 배우가 연기했던 전요환, 박해수 배우가 연기했던 최창호다. 전요환에게는 큰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직접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 부분이다. 온갖 곳을 싸돌아다니면서 사기를 치고 다녀서 의외라고 생각하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이 인물의 이런 단점은 인물의 행적에도 충분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인물 전부를 가로지르는 선택도 한다. 이런 인물의 속성은 극 중 내내 반복되는데 살짝씩만 변형해서 연출한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 또 최창호 캐릭터는 살짝 페널티가 있다. 바로 박해수 배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자주 나왔다는 점이다. 그럼 당연히 이전 작품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박해수 배우 자체가 연기를 잘한 것도 있지만 캐릭터를 잘 꾸면서 과제를 해결한다. 최창호는 직업적 특성상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연기를 하는 디테일 설정이 좋아서 관객 몰입에 용이하다. 이 두 캐릭터 설정을 통해 감독의 장점을 잘 만든 셈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중 화룡점정이 되는 지점이 있다. 이 부분은 직접 보시길 바란다.
최애 배우가 된 것 같아
또 이 영화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황정민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배우는 또 엄청난 악역 연기를 맡았다. 이 사람의 악역 연기를 맡았던 기억을 되살리면 바로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과 <아수라>의 박성배가 생각난다. 전자는 배우의 연기도 연기였지만 감독의 인물 세팅이 빛났다. 후자 <아수라>의 박성배는 인물 세팅보다 배우의 연기력이 빛났다. 우선 백사장은 비열한 인물이다. 자기 마음 안 든다고 후배를 전화기로 냅다 패거나, 유명한 명장면인 선우와의 아이스링크 결투신에서도 선우가 방심한 틀을 타 습격한다. 후배는 냅다 패는데 눈 돌아간 선우에겐 굽신거리는 이 모습만 봐도 이 인물은 이중적이다. 그리고 하는 말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극 중 내내 야비하고 비열한 모습만 보여주던 인물이 느닷없이 철학을 늘어놓는 것 역시 자기보다 아래 입장에 있는 사람을 깔보는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이 지나 가상의 도시 안남 시로 무대를 옮겨온다. 안남 시장 박성배는 시장이다. 그런데 무늬만 시장이고 사실상 마피아 보스에 가깝다. 이 사람이 시장이란 직업을 유지하는 이유? 법조계와 정치계를 휘어잡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박성배는 절대적인 빌런이다.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이 허점을 보이며 퇴장하는 것과 다르게 극의 세계관 전체를 장악하며 인물을 압박하는 것이 박성배다. 그럼 어떤 연기를 해야 할까? '내가 너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라는 식의 눈빛, 표정, 제스처, 말투까지 상대 배역을 깔아뭉갤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니만큼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박성배. 주변에게 을에 입장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만 그에겐 그런 것 없다. 마이크를 쾅쾅 내려친다던가 휴대전화를 느닷없이 부순다던가 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제압한다. 또
이번 악역 '전요환'은 다른 결의 빌런이다. 일단 직업적으로도 다르다. 조폭은 조폭이지만 종교라는 특성이 들어가 있다. 대사마다 '사탄'이라는 단어가 곳곳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또 목사라는 직업 특성상 인상이 선해야 한다. 그래야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목적을 설파하기도 쉽고, 여러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은 이 선한 외모를 유지하되 톤을 살짝씩만 변형해서 악당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령 초반부에 전요환이 첸진과 대면하는 신이 있다. 세상 친절한 얼굴로 몇 마디 나누는 것 같지만 바로 욕을 하면서 태도를 바꾼다. 텍스트상으로 보면 이질감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을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가' 관객에게 간단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 악당의 특성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초중반부쯤에 자기 입으로 '난 이게 제일 어려워'라고 대답한다. 또 황정민 배우가 뽐내는 카리스마와 극 설정으로도 가려질 수 없는 인물의 허점이 있다. 얼핏 보면 박성배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요환은 다르다. 전요환은 겉으로는 외부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다르다. 이 부분은 중후반부를 넘어가서 등장하는 한 인물과도 관련이 있다. '속으면 죽고 속이면 산다'라는 이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에 주의하시고 보시라. 이 전요환이 실속을 못 챙기는 부분과 엔딩, 캐치프레이즈는 서로 관련이 있다. 아. 엔딩 보고 이해 못 할 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인물이 어떤 소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염두하고 본다면 이것이 무엇에 대한 상징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
박해수 배우가 이번에도 넷플릭스 시리즈에 출연한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 공동 경제구역>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말 그대로 공무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기를 못하는데 계속 섭외되는 게 아니다. 이 배우의 연기 역시 결이 달랐다. 우선 <오징어 게임>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역을 맡았다. 서울대 출신의 상우는 연이은 실패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오지랖에 가까운 동네 아는 형 성기훈과는 다르게 동료도 배신하며 앞 단계로 나아가는 상우지만 사실 알리에게 따뜻한 모습도 보여주며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만들었다. 다음 드라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에서 맡은 역은 베를린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은 '그럭저럭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야기 설계를 잘 짠 드라마다. 그러나 이를 이점을 죄다 붕괴시키는 이상한 연기 디렉팅 덕에 유지태, 김윤진, 이원종 같은 베테랑 배우들도 오그라드는 드라마의 톤은 확실히 단점이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혼자 살아남았던 게 베를린 역의 박해수 배우였다. 분명히 이 사람은 더 반동 인물로서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극에서 뭔가 창의적인 설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냥 연기를 잘해서 눈에 띈 것이다. 오합지졸이 될 뻔한 강도 집단을 이끌며 시선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던 퍼포먼스 역시 박해수 배우의 개인능력이 빛난 부분이다.
이 <수리남>에서는 앞의 둘과 다르다. 일단 반동 인물이 아닌 국정원을 이끄는 리더 역할이다. 대립되는 전요환이 악랄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인상이나 말투부터 신뢰감을 주고 시작해야 한다. 처음 최창호가 등장하는 신이 있다. 이때 이 인물은 친구인 척을 한다. 그냥 전형적으로 쨘 하고 등장하는 게 아니라 '남을 속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인물의 근본적인 속성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그렇게 죄수들의 시선을 돌리고 강인구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최창호. 이때 베를린과 조상우와는 다른 발성과 눈빛으로 관객에게 신뢰를 준다. 사실 글쓴이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볼 때 최창호도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요환이 정, 재계를 주무르는데 어떻게 믿어? 이 의심은 결국 강인구에게 관객이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 강인구가 최창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때가 몇 번 온다. 이때 최창호는 관객으로 하여금 강인구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여러분도 보다 보면 최창호를 욕 할 만큼 몰입감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뜻이다. 이 외에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하는 연기, 그 와중에도 내면에는 긴장감에 벌벌 떠는 연기를 잘 소화했다. 선하고 올바른 국정원 요원에서 위장 범죄자까지 말투와 눈빛이 극 중에서 여러 번 바뀌는 연기 방식은 정말 대단하다. 연기하고 있는 걸 연기하는 박해수 배우의 테크닉이 돋보인다. 의상 바꾸고 머리 올리니까 진짜 양아치 같았다.
놀랍게도 실화
드라마 처음 재생하면 자막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입니다'다. 찾아보면 이 드라마가 정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라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군림하며 정치권과의 인맥도 유지하던 조봉행 씨. 조 씨는 한국에서 사기를 취고 수리남으로 튀었다. 수리남에서 마약 사업을 운영하는 조 씨. 조 씨는 지역 카르텔들과 협착 관계를 맺고 세계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며 악명을 떨치다 결국 2011년에 잡혔다고 한다. 당시 인터폴에도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이 조 씨의 범죄행각이 질이 안 좋은 게,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물건 배달을 해 달라'라며 부탁을 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 물건이 보석이라고 들었어서 그냥 단순히 이송만 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마약 유통업자가 돼서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 이렇게 민간인에게 사기 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하던 조 씨. 이 범죄 수법을 소재로 한 영화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국내외에서 악명을 떨치는 범죄자였다.
실제로 극에 나온 것처럼 국적을 오가며 포획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수리남 안에서 이 사람을 잡을 가능성은 턱없이 부족했다. 브라질로 옮겨 범죄자를 잡는 것을 시도했지만 실패. 그렇게 국정원의 해결책이 오리무중 안으로 들어갈 때 조 씨에게 K 씨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 K 씨는 조 씨의 사기 피해자로, 3년 동안 그에게 브로커 역할을 연기하며 조봉행의 구속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그에게 결국 내려진 건 징역 10년과 벌금 1억이었다.
단점도 있어
초반부의 살짝 잔잔한 걸 지나가면 초중반부부터 드라마의 속도에는 불이 붙는다. 물 샐 틈 없이 견고한 연출력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 드라마.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보여줬던 인간사의 공허함이나 <공작>에서 보여줬던 서스펜스가 양립하며 극을 이끈다. 마피아 게임에서 밤이 되면 사람들을 찍고 죽이는 것이 드라마로 옮겨왔다. 전요환이 무슨 턴이 되면 사람들을 죽이고, 이것의 동기를 인물들의 성격과 결부시키기 때문에 각본이 크게 어렵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액션도 나름 잘 뽑았다. 강인구는 극 중에서 유도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호신술을 보여주거나 순간 반응속도가 빠른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중후반부에 액션신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배우가 이런 연기를 하는 걸 처음 봤다. 이 액션신을 하는 배우가 이 드라마에서 최고작을 갱신한 것과는 다르게 몸도 잘 쓰는 좋은 연기였다. 그리고 액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총기 액션이다. 총기 액션을 꼼꼼하게 잘 배치했기 때문에 액션의 시간 할당과 배치를 영리하게 잘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의 톤은 좀 아쉽다. 유치하다. 일례로 데이빗 박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는 전부 어색하다. '여기서 더 관심을 가지면 it could be dangerous'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윤종빈 감독이 헛똑똑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서 한국어, 영어도 둘 다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인물을 연출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를 영어, 한국어 두 언어만 오롯이 쓰인다고 해서 전달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나름대로의 갈등 설정을 잘 짜 놨기 때문에 이는 충분하고, 오히려 과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문어체 같은 대사 톤은 초반부의 전개에 살짝 영향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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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그린 나이트>
21세기 들어 서서히 소재 고갈에 시달리는 영화계(특히 할리우드)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위기를 타개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널리 팔린 마블-DC 코믹스 기반의 히어로 영화를 만들고, 이미 나와있는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리메이크하기도 하며, 오랜 설화와 신화에서 소재를 잔뜩 가져다 쓰기도 하죠. 아무렴 잘 닦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게 머리를 짜내 새로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써서 황무지를 헤쳐나가는 거보다 평가+흥행적으로 훨씬 안정적일 테니까요.
▲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하는 수많은 영화들
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전설 '원탁의 기사'는 쉴 새 없이 우려먹어도 뽑아낼게 많은 매우 훌륭한 기출 답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 소재로 한 영화만 1년에 최소 1-2편씩 극장에서 매년 개봉하고 있으니 사골도 이런 훌륭한 사골이 없죠.
대충 최근 개봉작 생각나는 것만 해도 <킹 아서: 제왕의 검>(2015),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2017), <왕이 될 아이>(2019), <레드 슈즈>(2019)... 등등 넘쳐나니까요.
▲ 이번엔 A24가 이 전설을 각색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술영화 전문 제작사 'A24'가 또 이 원탁의 기사 이야기로 <그린 나이트>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확히는 원탁의 기사 중 '아서 왕'의 친척이자 오른팔인 기사 '가웨인'의 이야기를 들고 말이죠.
참고로 영화는 개봉 이전에 '씨네랩' 초청으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참석하여 보고 왔습니다. 관계자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 아서왕의 오른팔 '가웨인'의 이야기 <그린 나이트>
<그린 나이트>의 시놉시스
중세 시대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 만찬을 즐기고 있는 원탁의 기사들 앞에 나타난 녹색 기사 '그린 나이트'(랄프 이네슨)가 나타나서 자신의 목을 내리치면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1년 후 똑같이 목을 대야 한다는 게임을 제안합니다. 아무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데브 파텔)이 이에 응하고 그는 손수 목을 칩니다.
그렇게 1년 후, 그는 연인 '에셀'(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소중한 사람을 등지고 명예를 위해 녹색 기사를 향한 아주 먼 길을 떠나게 되는데...
▲ 녹색 기사를 향한 여정을 담은 <그린 나이트>
★주의★
'영화의 주제와 특징'부분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스포 당하기 싫으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부분까지
쭉 넘어가 주시길...<그린 나이트>의 주제와 특징
'중세 기사문학'하면 영웅이 되려는 기사가 모험을 나서서 종국에 영광을 얻고 돌아오는 시나리오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보통은 여기서 괴물이랑 싸우는 처절한 액션+가는 동안 만나는 여자와의 스쳐 지나가는 사랑 등을 이야기하기 마련이죠.영화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린 나이트>는 사실상 이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는 로드무비거든요.
▲ 로드무비 스타일을 따르는 <그린 나이트>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의 제작사 'A24'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A24가 과거에 만든 영화들
할리우드에서 '서치라이트 픽처스'와 함께 예술영화 제작사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A24는 <엑스 마키나>(2015),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이디버드>(2018), <미드소마>(2019) 등등 개성 넘치는 수많은 작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쯤 되면 슬슬 감이 오시겠지만 이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멀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겠죠?
▲ 영화는 상업성과 거리가 매우 매우 멉니다.
영화는 내용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원탁의 기사 중 'Sir Gawain and the Green Knight(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라는 1500년대 장편 시의 스토리를 차분히 따라가죠.
그런데 녹색 기사의 목을 내리치는 순간부터 가웨인의 목을 치는 순간까지의 로드무비 모험극은 흔히 우리가 봐왔던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시리즈와는 결이 많이 다릅니다... 아니다. 하나도 같은 점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죠.
▲ 우리가 주로 보는 판타지 영화와 결이 달라도 너무나 다른 <그린 나이트>
기껏 성수까지 뿌려준 방패는 10분 만에 써보지도 못하고 두 동강 나고, 모험을 나선 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가웨인은 칼이나 도끼를 단 한 번도 똑바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액션 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고,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쳐야 할 기사의 얼굴에는 근심과 서러움 만이 가득합니다.
계속 보다 보면 작중내내 가웨인 입가에 제대로 된 미소란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날강도들에게 물건을 다 털리거나 독버섯 먹고 죽기 직전까지 가는 등... 이게 무슨 기사인가 싶은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영화가 전개되는 건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을 좀 해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 일부로 주인공 심리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
서양권 교도소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Dead Man Walking"
감옥의 사형수가 전기의자로 걸어갈 때 하는 말이죠.
마찬가지로 작중 인형극으로 수없이 언급되듯이 가웨인은 영웅이 되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게 너무나 명확하니까 고의적으로 이런 심리 상황을 영화로 진득하게 표현한 게 아닐까 싶더군요.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영화는 너무 느~립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주마등(파노라마)처럼 인생이 스쳐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왜곡돼서 흘러간다고 하죠. 이를 반영했듯이 영화의 흐름은 아~~~주~~~느~~~리~~~게 전개됩니다. 마치 작중에 수없이 보여진 녹색 식물이 자라듯, 초속 5mm 정도로 천천히 전개되죠.
영화는 대충 잔가지 다 치고 썰 풀면 5분 안에 설명할 내용을 러닝타임으로 130분으로 늘렸고, 덕분에 감독 '데이빗 로워리'가 이걸 의도했든 안 했든 엄청나게 영화는 길게 늘어집니다.
▲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으로는 좋은 평가 주기 어렵네요.
늘어진 수준이 얼마나 지나치면 최소한 원작인 원탁의 기사 내용을 아는 사람이나 이런 영화에 익숙한 평론가라면 가웨인에 감정을 이입하면서 꽤 좋게 볼 수 있겠으나, 그런 기본 배경이 없는 일반인들은 '이게 뭐야?'하면서 황당해 할 정도입니다.
저도 웬만하면 예술영화 특성상 긍정적으로 봐주려고 했는데 이건 정도가 심해도 좀 많이 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졸린 영화 만들어 놓고 예술영화라고 주장하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 여러모로 기법이 훌륭하긴 한데...
그나마 중간중간 적절히 패닝(Panning)-롤링(Rolling) 등을 활용한 여러 가지 훌륭한 촬영기법과 끊임없이 현란한 색채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린 건 정말 좋았습니다. 이 점 덕분에 데브 파텔의 연기력이 더 부각되는 면이 있는 건 덤이고요.
그러나 이런 장점까지 종합해도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합격점 맞기는 쉽지 않을 거 같네요.
▲ 종합적으로 잘 만들었으나 재밌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린 나이트>를 보고..
<그린 나이트>는 분명 잘 만든 영화입니다. 중세 시대 전설인 가웨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아주 천천히 전개된 영화는 연기, 촬영, 연출의 의도성 면에선 충분히 박수받을만합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랑 '재밌는 영화'는 완전히 별개죠. 이건 흔히 볼 수 있는 재밌는 판타지 영화를 생각하면 제대로 뒤통수 맞을 수준입니다.
▲ 평가 꽤나 심각하게 나뉠 거 같네요.
이거 호불호 좀 심각하게 갈릴 거 같은데, 전 불호에 더 가깝습니다. 아직 제 뇌 속 평가 기준은 비평가보단 관람객과 일반 대중들에 더 가까우니까요.
게다가 영화가 다 끝날 때쯤(여우가 갑자기 말하는 시점)에 앞쪽에서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졸고 있던 아저씨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개인적으로 <그린 나이트>를 섣불리 주위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당신은 기사가 아니에요"
<그린 나이트>
★★
초속 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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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떤 상황에도 그 사랑을 결코 놓치지 말 것
인생 역전의 꿈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트립 댄서 애니/아노라(미키 매디슨)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애니가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다. 열심히 사는 애니. 감정을 억누르고 손님으로 온 남자들을 응대한다. 현금이 없으면 "ATM기로 가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어떤 상황에도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한다. 4대 보험 보장 안 되는 직장이더라도 성실하게 사는 애니.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손님이 나타났다. 딱 봐도 돈 많게 생긴 반야(마르크 예이델시타인). 반야는 애니에게 반했다. 반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애니. 그 짧은 순간에 서로 사랑에 빠졌다. 결코 그 사랑을 놓쳐선 안 된다. 반야를 놓치기 싫은 애니. 불안함이 가득할 때 장애물이 등장한다. 반야의 부모님들에게 이 소식이 들어갔다. 아니 결혼을 해도 그런 애랑 결혼한단 말이야? 바로 부모의 부하인 토르소(카렌 카리굴런)에게 연락한다. "얘네 결혼한 거 없던 일로 만들어!" 토르소는 이고르(유리 보르소프)와 가닉(바체 토브마샨)과 함께 반야의 집으로 쳐들어간다. 그 어떤 상황에도 이 사랑을 놓쳐선 안 된다. 애니는 인생의 아노라를 만날 수 있을까?
션 베이커
올해 칸 영화제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글쓴이는 적지 않게 놀랐다. 션 베이커? 션 베이커가 경쟁 부분에 올랐다는 것도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황금종려상까지? 그의 영화 세계 자체가 사회의 주류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데다 미국사회의 허점을 찌르는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바로 전작인 <레드 로켓>에서 백인 남성이라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난 애국자야!’라고 주장하는 장면은 간단한 비유를 의미하고 있다. 이 인물을 중심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표현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준다. 이 야심을 바탕으로 미국 국기가 포장지로 등장하는 장면이나 할리우드라는 장소가 가진 상징성까지 남자 주인공의 전락은 미국사회와 겹쳐진다. 전전작인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도 역시 마찬가지.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무니와 아이들은 세 명이서 몰려다니며 온갖 사고를 다 치고 다닌다. 또 무니의 어머니는 입에 욕을 달고 산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려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영화 전면에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단순히 저렴하게 웃기는 캐릭터들이 아닌데, 이렇게 소외계층으로 밀린 사람들이 받아야 할 인간적인 대우(복지)는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이 질문을 던지기 위해 션 베이커가 보여준 인물 연출법이 있다. 바로 적당한 거리 두기다. 제삼자 캐릭터 바비를 등장시켜서 이 영화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다. 현실적이지만 이 인물들을 둘러싼 현실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션 베이커는 이런 식으로 얄밉게 영화를 만드는 인물이기도 했다.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미국사회에 대한 냉정함을 공박하는데 머무름이 없다. 또 그러면서 영화라는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인간 마음의 언저리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 션 베이커는 미국이 얄미워할 만한 필모그래피를 <아노라>에서도 그대로 이었다. <아노라>는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애니가 주인공이다. 애니는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처음 반야를 만났을 때는 뭔가 부끄럽고 쑥스러워하는 기색을 풍긴다. 이 인물이 중반부 찍고 내지르는 대사를 생각해 보면 인물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핼리가 무니를 대하는 다층적인 모습이 이 <아노라>에게 애니에게 그대로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또 영화에서 인물의 가장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는 성노동자라는 설정이 단순히 자극적인 방식으로 소비되기 위해 사용된 건 아니다. <레드 로켓>에서 미국사회가 그동안 축적해 온 허영심을 드러내기 위해 포르노 배우를 직업으로 삼았다. 또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는 주인공 모녀의 인간관계성을 드러내는 데 있어 성노동자라는 직업적인 특성이 중요했다. <아노라> 역시 마찬가지로 성노동자라는 직업적인 성격이 영화 후반부에 강하게 감정적인 울림을 전달하기 위해 들어갔다. 다만 미국사회의 낡은 부분을 공격하는 건 줄였다. 인물에게 좀 더 집중해 감정적인 여운을 강화시켰다. 다만 이 특징이 션 베이커 필모그래피의 높고 낮음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의 강력한 무기에 션 베이커가 더 집중했다는 의미다. 이런 선택과 집중 덕에 션 베이커가 대중적으로도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고도 남는다는 입증이다. <추락의 해부>에서 쥐스틴 트리에가 법정물의 탈을 쓰고 감정적으로 질척거리는 걸 보여주듯 <아노라>에서 션 베이커는 감정적으로 깊은 구멍에 관객을 초대시킨다.
도파민 폭탄
이 영화를 두 단어로 요약한다면 그중 하나는 ‘도파민’이다. 영화 전면에 직접적으로 나오는 건 아니지만 끊임없이 반복되므로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주인공 애니의 직업이 뭐지? 바로 성노동자다. <아노라>의 첫 장면은 애니가 직업인으로서 일을 하는 모습이다. 또 영화 초중반부 애니와 반야를 묘사할 때 등장하는 수많은 성관계 장면이 주인공의 스트립 댄스와 같은 선상에 놓이기도 한다. 이 스트립 댄스를 보여주는 방식도 보면 적당한 거리를 주는 척하면서 별 이상한 제스처를 다 보여준다. 왜 이럴까? 이 영화가 상정하고 있는 성 노동의 의미가 그렇다. 사실 초반부에 영화에서 온갖 자극적인 게 다 나와서 그렇지 주인공 애니에게 그 모든 장면은 그냥 일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일’에 대한 부분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 토로소의 첫 등장 장면이다. 이고르의 첫 장면도 엄밀히 따지면 이고르가 돈 받은 값을 하는 것 그 자체다. 이 모든 과정을 일로 묶는다면 이 <아노라>에서 베드신은 그냥 일의 한 단면이다.
이렇게 시작한 영화 안의 성관계가 후반부에 이르러 어떤 결론으로 향하는지도 아주 흥미롭다. 영화에서 관계를 하고 나서 반야와 애니가 나누는 대화를 보면 이질적이다. 이 두 인물의 차이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 차이점은 중반부 기점 찍고 사실상의 진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과의 대화와도 두드러진다. 어떤 인물은 누군가와 육체적인, 성적인 호기심으로만 가득 찬 관계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어떤 인물과는 반대다. 이 두드러진 차이가 영화에서 성노동자가 등장하는 게 필연적인 토대가 된다. 어떻게 보면 성노동자에 대한 세상의 혐오가 이 서사의 완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실제로 션 베이커가 그런 부분도 어느 정도 넣은 거 같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중요한 행동들. 모든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 영화의 마무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는 이 영화가 도파민을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전용기를 타면서 온갖 목청을 다 내지만 영화 안에 방점이 찍힌 장면이 어디고. 돈으로 바른 의상들이 나오지만 정작 이 영화에서 온기를 전달하는 방식은 어떻고. 션 베이커가 인간의 욕망을 관객에게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찔렀다는 점에서 일종의 경지에 다다랐다고도 볼 수 있는 점이다.
유명한 영화덕후임
이 영화를 만든 션 베이커는 유명한 영화덕후다. 지금 당장 ‘Sean Baker top’이라고 구글에 검색하면 리스트 10편이 나온다. 그중 글쓴이 눈에 들어오는 영화는 <밀양>이다. 그리고 레터박스에선가 뽑은 ‘최애 영화 탑 4’를 뽑았을 때 <오아시스>가 있었다. 이 사람이 영화 덕후라는 예시는 수많은 인터뷰로 보여줄 수 있지만 글쓴이는 이 두 영화를 근거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창동 감독이 여러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타서 유명한 인물이긴 하지만 최애 중 하나로 <오아시스>를 뽑는 경우는 유니크하잖아? 심지어 이 션 베이커는 이창동 감독 때문에 한국에 온 적이 있을 정도다. 이 영화 구력(?)을 그대로 구현한 것 같은 플롯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서 <밀양>과 <오아시스>의 향기가 난다. 어떤 장면에서는 오마주가 들어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밀양>과 이 <아노라>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할 수는 없겠지? 한국영화의 팬이라면 이 영화의 엔딩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익숙하면서도 다른 방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글쓴이가 <아노라>를 보면서 느꼈던 건 마틴 스코세이지의 향기다. 어떤 인물이 있다. 인물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그 일대기에서 두 가지를 비춘다. 감정적인 여운과 미국사회의 단면이다. 가령 <아이리시맨> 같은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남자 주인공이 전문 킬러로 전직하면서 온갖 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아노라>의 애니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자기가 상승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영화에서 뒤틀리는지는 스코세이지의 방식이 비슷한 감이 있다. 하지만 마냥 따라 하기만 했다? 그렇지만은 않다. 엔딩에서 확실하게 휘감으며 아노라의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뭘 보여줄 것인가
이 영화에 대한 글쓴이의 총평. 션 베이커의 차기작에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라는 호기심이다.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읽는 로맨스 코미디물로도 흥미롭지만 중반부에서 보여주는 감정적인 질척임이 흥미로웠고, 그 중반부를 위해 초반, 후반부를 장르적으로 엮는 만듦새가 놀라웠다. 이 영화가 구사하고 있는 기술적인 부분이 이야기의 주제와 이어진다는 점에서 훌륭한 세공능력을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글쓴이가 글이 아니라 말로 누군가와 대화할 때 나누고 싶은 건 뭐니 뭐니 해도 사랑의 의미다. 예쁘고 잘생기면 좋지. 돈 많으면 좋지. 하지만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요소에 그런 물질적이고 외적인 것만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그건 무엇일까. 다른 관점에서, 과연 이런 수많은 좌절에서, 또 한 사회의 밑바닥으로 내몰린 인물에게 내밀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유리 보리소프가 연기하는 묵묵한 울림이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황금종려상의 이유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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