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5-06 03:19:51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추천작] 그들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룸 쉐어링> 리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 <룸 쉐어링>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드라마 | 한국 | 91분
감독 이순성
출연 나문희, 최우성 등
줄거리
“집에서 똥은 싸지 말아주세요!” 평생을 혼자 살아온 괴팍한 할머니 금분, 만렙 아르바이트생 지웅.
월세 좀 아껴보려 시작한 독거노인과의 동거 프로젝트는 난관의 연속과 극복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두 사람. 혼밥, 혼술이 유행처럼 돼버린 세상에 금분과 지웅의 룸 쉐어링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룸 쉐어링>의 T.M.I
ⓒ 전주국제영화제
감독 이순성과 배우 나문희
이순성 감독은 원래 동시녹음을 20년간 하였다. 그중 <아이 캔 스피크>라는 작품을 나문희 배우와 함께 했었고,
이번에 또다시 <룸 쉐어링>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되었다.
룸 쉐어링의 시작?
룸 쉐어링은 '맥도날드 할머니'의 이야기를 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노인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혼자 걸어가고 있는 외로운 사람들이 같이 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프닝"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는 빨강, 노랑, 파랑, 검정 테이프로 집의 구역을 나누는 모습과 함께 시작한다. 구역을 나눈 방의 모습은 영화 속에 나왔던 대사처럼 '몬드리안'을 생각나게 한다.
미적으로 뛰어났던 첫 오프닝 장면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당겼다. 감독은 첫 장면인 만큼 등장인물을 색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금분'은 정열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붉은색'으로, '지웅'은 따뜻해 보이지만 차가운 양면적인 인물이기에 '파란색'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또한 금분의 룸 쉐어링 규칙 설명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고,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화가 담은 이야기"
ⓒ 전주국제영화제
이 영화는 '외로움', '고독사', '청년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냈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담아낸 만큼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
였다. 그만큼 이순성 감독이 현 사회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다만, 한 영화 속에 다양한 주제가 담겨 있다 보니,
차라리 조금 더 주제를 덜어내고 깊이를 더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담고자 했던 주제는 아주 좋았고,
그 주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었다.
"<룸 쉐어링>의 배우들"
ⓒ 전주국제영화제
61년 경력을 가지신 나문희 배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배우가 영화에서 첫 모습을 선보인 작품이었는데 다들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몰입감을 더
해주었다. 나문희 배우도 GV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어디서 이렇게 멋진 분들을 모셔 왔냐고 말했다"며 현장의 모든 배우의
연기에 대해 칭찬하셨다. 드라마에서 봤지만, 영화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 정말 처음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등 새로운 모습의 연기자들을 볼 수 있어서
색다른 매력을 안겨준 영화였다.
"이런 분들께 추천 해드립니다"
-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를 찾고 있다?
- 현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
- 독특한 소재에 영화를 찾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지금까지 영화 <룸 쉐어링>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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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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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The Witch : Part2. The Other One, 2021)
"넓어진 만큼 얕아진 마녀 유니버스"
개봉일 : 2022.06.15.
등급 : 15세 관람가
장르 : 액션
러닝타임 : 137분
감독 : 박훈정
출연 :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조민수, 이종석, 김다미
개인적인 평점 : 3/5
쿠키영상 : 1개 (크레딧 후)
Part.1 개봉 이후 꼭 4년 만에 마녀 Part.2가 개봉했다. 영화 <마녀>의 세계관엔 여러 실험과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초능력 인간들이 존재하고, 1편의 주인공 '구자윤’은 폐기 명령이 내려진 2세대 실험체였다 . 이 초능력 인간들을 어디에 쓰려고 개발했는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앞 뒤 사정을 생각하면 대략 이들을 하나의 전쟁 무기로 쓰려고 실험을 시작한 게 아닐까 추측된다.
인간을 개조하는 실험은 당연하게도 상당히 비인간적으로 진행되었고, 자윤은 살생, 폭력을 교육받으며 강력한 마녀로 자란다. 실험체들이 너무 강력해지자 통제의 위기감을 느낀 실험자들은 실험체들을 모두 폐기하려 하고, 그들 중 가장 힘이 강했던 자윤은 연구소를 파괴하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평범한 학생으로 살아가던 자윤 앞에 연구소 사람들이 나타나며 <마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개봉 당시, <마녀>은 새로운 액션 스타일과 흥미로운 세계관으로 시선을 끌었고, 많은 관객들이 '박훈정 감독의 마녀 유니버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박훈정 감독은 2019년 차기작으로 <낙원의 밤>을 공개하였고, 마녀를 기다리던 팬들은 이 세계관이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더랬다. 하지만 존버는 승리한다고, 4년 만에 드디어 차기작이 나왔다.
넓어진 마녀의 무대
<마녀 2>는 김다미 배우의 뒤를 이을 새로운 마녀, 신시아 배우의 등장과 함께 확장된 세계관과 더욱 발전된 액션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고, 이 예고는 60% 정도 맞았다. 자윤이 사라진 뒤 그가 습격했다는 상해 랩에서 빠져나온 토우들과 여전히 실험이 진행되고 있던 '아크’에서 살아남은 소녀, 그리고 강력한 2세대 실험체들을 폐기하기 위해 동원된 1세대 실험체들과 백총괄의 건너편에 서있는 책임자 장, 소녀를 구해준 경희와 그를 노리는 조직 보스까지. <마녀 2>에서는 새로운 캐릭터가 대거 등장하며 마녀 프로젝트의 시작점이 밝혀지고, 현재 그들이 가진 여러 목적이 충돌하며 갈등을 빚어낸다.
근데 이 넓어진 세계관은 장점으로도, 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수가 많은 만큼 집중도는 조금 떨어진다. <마녀 1>에서 자윤이 연구소를 탈출하고, 자라고, 다시 정체성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왔던 것에 비해 <마녀 2>의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는 딱히 와닿는 구석이 없다. 영화 속에서 표현된 시간의 길이가 짧기도 했고, 여러 인물들을 조명하다 보니 소녀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리고 전편에 비해 가벼운 분위기의 장면들이 많이 삽입됐는데 그 장면들이 귀엽긴 했으나 이야기의 흐름을 흐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발전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가 크게 흥미롭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액션신을 제외하면 재미를 찾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
<마녀 2>는 마치 <마녀 3>를 위한 하나의 다리, 다음 시리즈의 재미를 위해 여러 요소를 추가하는 확장의 단계 같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차후 시리즈에서 빛난다면 <마 녀2>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이고, 만일 3편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면… <마녀 2>는 그저 마녀 유니버스에 있어 얄팍하고 부실한 하나의 조각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마녀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들었는데, 이 3부작이 용두사미가 아닌 마지막까지 멋진 작품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
<마녀>은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를 주연으로 세웠다. 김다미 배우는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신인답지 않은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스타가 되었고, <마녀> 이후로도 승승장구하며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다. <마녀 2> 또한 신인인 신시아 배우를 주연으로 선택했는데, 김다미 배우의 첫 등장이 워낙 강력해서인지, 전편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김다미 배우와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른 분위기의 표정과 외모, 다른 배우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에너지. 공식 석상에서 보여준 귀여운 모습까지… 나는 오늘부터 이 배우를 열심히 팔로우하기로 다짐했다.
호불호가 나뉠 액션들
위에서도 언급했듯, <마녀 2>의 이야기는 넓어졌을 뿐, 깊이는 눈에 띄게 얕아졌다. 하지만 액션은 강해졌다. '초능력자’라는 주인공에 걸맞게 시원하고 빠르게 쳐내려 가는 액션과 염력을 이용한 액션, 그리고 위압감을 주는 비주얼과 음악의 조합이 좋았다. 히어로 영화가 아닌 장르에서 이런 액션을 볼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는데, 너무 애니메이션 같아 오글거린다는 불호 평도 꽤 있는듯하다. 사실 나는 <낙원의 밤>에서 조금 실망을 하는 바람에… <마녀 2>가 좀 괜찮아 보였다.
이번 영화의 액션신들은 다른 의미에서도 호불호가 나뉠 것 같다. 15세 관람가치고는 잔인한 장면이 꽤 많기 때문이다. 흰 눈과 서슬 퍼런 화면에 검붉은 피가 낭자하는 장면은 인상적임과 동시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관절이 꺾이거나 날카로운 물체가 신체를 관통하는 모습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니 평범한 15세 관람가 정도의 잔인함을 생각하고 간다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비위가 상한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말이다.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마녀 2>는 전편에 비해 훨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캐릭터는 크게 4개의 팀으로 나뉜다. 아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백총괄, 망실된 실험체를 폐기하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조현과 톰, 상해 랩에서 풀려난 토우 무리와 이들에게 붙은 조직 폭력배 용두, 소녀를 도와준 경희 남매. 이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소녀를 쫓아 제주도에 도착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양한 목적과 모습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건 좋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게 아쉽다. 영화가 끝난 후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는 본사 요원인 조현과 톰 콤비뿐이었는데, 이 또한 아마 캐릭터 자체보다는 서은수 배우가 가진 본연의 매력과 조현과 톰 캐릭터의 케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걱정 이상으로 잘 해낸 배우가 있기도 하고, 캐릭터의 특성 때문인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도 있는데, 이 아쉬움은 혼자만 간직하기로…
계속되어야 하는 마녀 유니버스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새로운 유전자 변형 생물은 격리하라" 영화에 나오는 이 문구처럼 나는 "마녀는 계속되어야 한다. 단, 세계관을 답습하는 것만 경계한다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액션과 독보적인 캐릭터성, 세계관이 가진 무게감을 처음처럼 쭉 이어간다면 마녀 유니버스는 앞으로도 오래 화자 될 액션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마녀 2>가 이들의 한계가 아닌 잠깐의 헛디딤이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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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주변을 잊지 않는 따뜻함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이 개인의 과거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과업이나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들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 다른 이들은 그저 자신을 위한 성취감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그 길을 걸어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구원과 회복을 찾으며, 때로는 나 자신을 위해, 때로는 더 큰 목적을 위해 나아간다. 목표가 모든 사람을 구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그것은 나 자신을 구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목표가 더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예를 들어 환경이나 자연재해를 연구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을 넘어 더 큰 대의를 위해 일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단지 개인의 성공이나 성취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의 삶을 구하는 일이다. 때로는 돈이 되지 않는, 보상받지 못하는 일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집중하는 목표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고귀하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이런 목표를 가진 주인공 케이트(데이지 에드가 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케이트는 토네이도를 연구하며 그것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그녀는 외모적으로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 내면에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바로 토네이도가 언제 발생하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직감이다. 영화는 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그녀가 토네이도를 연구하며 그 피해를 줄이려는 과정을 따라간다. 케이트의 목표는 단순한 연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토네이도에 대한 그녀의 집념이 재난의 극복이라는 희망이라는 의미가 더해진다.
[첫 번째 감정] 케이트의 상실감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케이트가 목표에 집착하는 건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녀는 과거에 토네이도 연구를 함께하던 세 명의 친구를 잃었다. 그들은 토네이도에 맞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힘을 억제하려고 화합물질을 투입하면서 실험적인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이 사건은 케이트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겼고, 그녀는 더 이상 현장에 나서지 않고 기상청 사무실에서 날씨만을 바라보는 존재가 되었다. 그녀의 목표는 단지 이론적인 성과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상실감은 너무나 깊어서, 그녀는 더 이상 전처럼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우리는 이러한 케이트의 모습을 본다. 그녀는 토네이도를 막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실감은 그녀의 의욕을 완전히 잠식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누군가 토네이도에 대한 예측을 물어올 때면 눈빛이 살아난다. 그녀는 토네이도에 대한 연구를 사랑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어 했다. 그녀는 그 목표를 아직 포기하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 하비(안소니 라모스)가 찾아와 다시 연구를 시작하자고 설득하기 전까지, 케이트는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하비의 설득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케이트의 마음속 뚜껑을 서서히 열어 그녀가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도록 만든다. 다시 토네이도 연구에 뛰어들면서 케이트는 자신의 진짜 목적을 깨닫게 된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토네이도에 희생당할 사람들을 최대한 막고자 함이다. 자신이 자라온 지역에 매년 출몰하는 토네이도들은 그녀에게 삶의 목적을 주었고, 하비의 설득은 그녀가 잊었던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그 모든 상실감을 이끌고 다시 일주일 동안 하비와 토네이도를 쫓는다.
[두 번째 감정] 타일러의 자신감
영화 속 또 다른 인물인 타일러(글렌 파월)는 겉으로 보기엔 그저 그런 유튜버로 보인다. 그는 토네이도 속에 차를 고정시키고 폭죽을 터뜨리는 등의 기행을 일삼으며, 조회수를 얻기 위해 그 모든 도발적인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타일러의 진정한 목적은 단순한 관심 끌기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벌어들인 수익을 토네이도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었다. 타일러는 밝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 그는 토네이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일부러 무모한 행동을 하며,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유지하려 한다.
영화 중반 타일러는 케이트에게 두렵기 때문에 계속 도전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두렵지만 소와 맞서는 카우보이들처럼 그는 토네이도를 쫓으며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실감을 가진 케이트와 통하는 구석이 있다. 타일러는 자신이 가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계속 토네이도에 맞서고, 케이트는 상실감을 극복하기 위해 토네이도를 쫓는다.
타일러의 과거는 극 중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그가 토네이도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진실하다. 그는 단순히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타일러는 케이트를 만나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구원자로서의 자질을 끌어내고, 두 사람은 함께 토네이도 연구에 뛰어들게 된다. 타일러는 케이트에게 그녀의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시켜 주며, 그녀가 다시 연구를 시작하도록 돕는다. 그는 토네이도를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과학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타일러와 케이트의 만남은 두 사람이 가진 부정적인 감정적들을 상쇄시키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어준다.
[세 번째 감정] 케이트와 타일러, 하비의 따뜻함
영화 속 인물들은 단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토네이도를 쫓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토네이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연구하여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이들의 목표는 단지 개인의 성취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따뜻함은 단순히 재난을 연구하는 과학자로서의 역할을 넘어선다. 그들은 토네이도를 직접 마주하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
영화 중반부부터 그들의 따뜻함은 점점 더 드러난다. 피해 지역을 돕는 그들의 활동은 단순한 과학적 연구를 넘어선다. 특히 마지막 재난이 닥쳐온 작은 마을을 돕는 과정에서 그들은 단지 연구자나 과학자가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구원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는 영화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따뜻한 장면이기도 하다. 그들의 따뜻함과 진정성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케이트는 결국 자신을 희생하여 토네이도 안으로 뛰어든다. 그녀의 목표는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 있었다. 그 장면은 그녀의 과거 상처와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결합된 순간이었다. 케이트는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목표가 단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정이삭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영화의 의미
영화 <트위스터스>는 정이삭 감독의 연출 아래, 재난 영화라는 장르를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정이삭 감독은 이전에 <미나리>를 통해 가족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의 희망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트위스터스>에서도 그는 재난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따뜻함과 희생을 강조하며,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정이삭 감독은 자연재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서 빛나는 작은 인간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했으며, 평단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단순히 재난 영화로서의 시각적 효과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목표를 깊이 탐구하며 큰 감동을 주었다.
영화 속 배우들 역시 인상적이다.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며, 토네이도라는 거대한 위협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과 진정성을 전달했다. 케이트 역의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내면의 상처와 강한 의지를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일러를 연기한 글렌 파월과 하비를 연기한 안소니 라모스 또한 각자의 개성과 감정을 잘 살려내며, 캐릭터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그 목표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구원하려는 진정한 영웅들로 그려졌다.
<트위스터스>는 시각적으로 굉장히 강렬한 재난 영화다. 영화 속에서 토네이도의 거대한 힘과 파괴적인 위력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특히나 최신 CG 기술을 활용해 토네이도를 보다 정교하게 묘사한 점이 이 영화의 핵심 중 하나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는 토네이도의 형태와 움직임을 더욱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정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트위스터스>의 CG는 토네이도의 모든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토네이도가 형성되는 순간부터 그 속에서 날아다니는 잔해들, 지표면에서의 바람의 움직임까지도 매우 실감 나게 묘사되었다. 특히 거대한 토네이도가 도시와 자연을 휩쓸며 파괴하는 장면에서는 그 규모와 파괴력이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이러한 CG 효과는 관객에게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선 몰입감을 제공하며, 마치 토네이도 한가운데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는 4DX 상영관에서 감상했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4DX로 영화를 보면 토네이도의 강력한 바람과 폭풍우가 고스란히 체감된다. 좌석이 토네이도의 회오리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물이 뿌려지는 등의 효과는 관객이 마치 영화 속 토네이도 안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바람이 휘몰아치고 소나기가 쏟아지는 순간, 그리고 무거운 물체들이 날아다니는 순간까지도 관객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재난의 긴박함과 위협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 주며, CG로 그려진 토네이도의 현실감과 결합되어 강렬한 경험을 선사한다.
영화 <트위스터스>는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의 따뜻함과 희생을 강조한다. 케이트는 자신의 목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려 했고, 그녀의 행동은 단순한 과학적 연구를 넘어선 진정한 인간애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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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덤블도어의 비밀> 내용과 형식의 부조화가 초래한 난국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가 과거 범죄를 사면 받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키워나가자 '알버스 덤블도어(주드 로)'는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에게 마법부 오러이자 형인 '테세우스(칼럼 터너)', 순혈 마법사 가문의 후손인 '유서 프(윌리엄 네이디람)', 마법학교의 교사인 '힉스(제시카 윌리엄스)', 머글 '제이콥 코왈스키(댄 포글러)' 등으로 이루어진 팀을 이끌고 그린델왈드를 저지할 임무를 맡긴다. 이에 뉴트와 친구들은 마법 세계의 지도자로 선출되어 머글과의 전쟁에 나서려는 그린델왈드와 '퀴니(앨리슨 수돌)'를 비롯한 그의 추종자들에 맞서 치열한 혈투를 펼친다. 한편, 전쟁 못지않은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은 덤블도어는 가문의 비밀이 담긴 '크레덴스/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에즈라 밀러)'를 조우하면서 더 이상 방관자로 머물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2016년 <신비한 동물사전>, 2018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비밀>에 이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시리즈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전편인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혹평을 받으며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거둔 만큼, <덤블도어의 비밀>은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리퀄이자 5부작으로 기획된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존속 혹은 종결을 결정지을 수 있는 분기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공개된 영화는 임무를 온전히 수행하지 못한 듯 보인다. 우선 번잡하다. 너무나도 많은 내용을 한 데 다룬다. 부제에 충실한 덤블도어 가문의 출생의 비밀과 오해, 헤어진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과거사와 정치적 수싸움, 그린델왈드를 막기 위한 뉴트와 친구들의 미션, 그리고 남은 시리즈를 위한 포석 깔기 및 전편들에서 던져진 복선 회수까지. 결코 짧지 않은 2시간 20여분의 러닝타임이 부족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공허하다. 많은 이야기를 보고 들었지만, 남는 것은 없다. 뉴트의 모험과 신비한 동물들의 활약상이 간신히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선과 악의 구도로 집결한 마법사들의 대결은 스케일에 걸맞은 긴장감을 불어넣지 못한다. 전편처럼 또 한 번 길고 긴 예고편을 본 듯한 인상도 남는다. 어째서일까? 그 중심에는 내용이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형식을 고집한 각본이 있다.
<신동사>와 <해리 포터>의 결정적 차이점, 사랑
사실 <덤블도어의 비밀>의 전반적인 구조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선을 상징하는 덤블도어가 한쪽에 있고, 악을 상징하는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와 볼드모트가 반대쪽에 위치한 가운데, 덤블도어의 대리인으로서 뉴트 스캐맨더와 해리 포터가 있다. 즉, 직접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는 뉴트/해리 대 그린델왈드/볼드모트이고, 덤블도어는 뉴트와 해리를 지도하는 감독인 것이다. 문제는 덤블도어-뉴트-그린델왈드가 만드는 이야기와 덤블도어-해리-볼드모트의 관계가 빚는 이야기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전자와 후자가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이 상이하다는 점을 <덤블도어의 비밀>은 간과하고 있다.
잠시 시선을 돌려 <해리 포터>를 살펴보자. <해리 포터> 시리즈는 ‘사랑’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실제로 <해리 포터> 소설과 영화를 막론하고 사랑은 가장 중요한 마법으로 묘사된다. 해리가 몇 번이고 볼드모트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부모님과 선생님, 동료,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의 힘이 컸다. 반면에 볼드모트는 죽을 때까지 사랑을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에게는 연인도, 친구도, 동료, 가족도 없었다. 심지어 영혼을 잘라내는 어둠의 마법인 호크룩스를 연달아 만들며 자신의 영혼을 불구로 만들 정도로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해리 포터>가 사랑의 중요성을 외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을 이기는 모습만 보여주면 됐고, 비교적 단순한 선악 구도도 충분히 설득력 있었다.
그런데 그린델왈드는 볼드모트와 다르다. 그는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 이미 전편에서 그는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악인으로 묘사되었고, 1편에서도 자신을 도와주던 크레덴스가 눈앞에서 파괴되자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또 이번 영화에서 그와 덤블도어가 연인관계였던 것도 명시적으로 밝혀진다. 그러니 단순히 사랑의 유무로 선악을 나누는 과거의 방식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당장 덤블도어와 뉴트는 머글과 마법사, 신비한 동물을 포함한 모든 생명을 그 자체로서 사랑한다. 하지만 그린델왈드는 머글보다는 마법사를, 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마법사와 동물만 아낀다. 그러니 영화는 둘 중 어떤 사랑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 보다 깊은 차원의 고찰을 보여주어야 한다. 머글과 전쟁을 펼치려는 계획이 원래 덤블도어의 것이었다고 일갈하는 그린델왈드의 대사만 보더라도, 이 갈등과 대립이 쉽게 매듭지어질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과거를 답습하는 데 그친 각본
하지만 <덤블도어의 비밀>의 시나리오는 익숙한 길을 고집한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보다는 그린델왈드에게 악의 이미지를 거듭 덧씌움으로써 손쉽게 선악의 대결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 그린델왈드의 행보가 재고의 여지없는 악인인 아돌프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뮌헨 폭동 이후 감옥에 갔던 히틀러는 출소 이후 본래 롤모델이었던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달리 쿠데타보다는 합법적으로 권력을 거머쥐는 의회주의 노선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난 두 편에서 각종 테러를 저질렀지만, 사면을 받는 데 성공하고, 끝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마법 세계의 권력을 회득하려고 시도하는 그린델왈드의 행보와 정확히 일치한다. 광기가 번뜩이던 조니 뎁의 그린델왈드와 달리, 매즈 미켈슨의 그린델왈드로부터는 속내와 깊이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 영화는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크레덴스, 즉 아우렐리우스 덤블도어의 서사를 최소한의 수준만 남겨둔다. 덤블도어 가문의 사생아인 그는 가문의 오점이 될 수도 있고, 알버스 본인에게도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일깨우는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알버스 덤블도어는 아우렐리우스의 존재를 부정하는 대신, 자신의 과거 행적을 반성하고 또 일찍이 가족을 챙기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면서 그를 보호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반면에 그린델왈드는 철저히 자신의 욕망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아우렐리우스를 아끼며, 그가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며 가차 없이 엄벌한다. 즉, '덤블도어의 비밀'은 그 자체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가치관의 차이를 효과적으로 비출 수 있는 소재였지만, 과거를 답습한 시나리오에 의해 끝내 빛이 바래고 만다.
중심을 잡지 못해 흔들리는 영화와 캐릭터
더 나아가 <덤블도어의 비밀>이 해리의 자리에 뉴트를 투입하고도 왜 뉴트여야만 하는지를 보여주지 못한 것 역시 과거를 답습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에게는 볼드모트와 싸워야 할 이유가 충분했다. 부모를 죽인 원수였기 때문이다. 또 호크룩스나 죽음의 성물 같은 다양한 마법으로 인해 둘의 관계는 더욱 끈끈하게 묶인 바 있다. 해리포터와 덤블도어의 사이도 단순한 학생과 교수 관계가 아님이 분명했다. 그에 반해 뉴트와 그린델왈드, 뉴트와 덤블도어의 관계는 3편에 이르기까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선과 악의 대결에 뉴트가 주인공으로 나서야 할 운명적인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뉴트가 자주 모습을 보일수록 오히려 영화가 중점으로 다루어야 할 덤블도어 가문과 크레덴스의 이야기, 그리고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관계가 설 자리는 줄어든다. 그렇다고 뉴트와 친구들의 비중을 줄이자니 그가 엄연히 시리즈의 주인공이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제목이 나오기 전까지의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가 처한 이 난국을 함축하고 있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짧은 만남은 그들이 갈등의 중심축이고, 크레덴스와 뉴트는 그 정치적 갈등에서 활용될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참된 지도자를 알아보는 능력을 지닌 신비한 동물, '기린'만이 필연적 관계가 없는 이들을 느슨하게 엮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그 결과 영화의 구성은 시작부터 중심을 잃고 정처 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는 캐릭터들의 문제로 이어진다. 핵심적인 주연 캐릭터들조차 애매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조연들도 자신만의 매력이나 개성을 보여주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영화는 그들의 행보를 간신히 펼쳐놓고 정리하기에 급급하다. 히로인이어야 할 '티나(캐서린 워터스톤)'는 카메오나 다름없고, 퀴니나 테세우스 등은 그동안 쌓아온 매력을 상실하며, 유서프의 오락가락한 줄타기는 좀처럼 개연성을 느끼기 어렵다. 새롭게 합류한 '애버포스 덤블도어(리처드 코일)'는 활약할 만한 기회도 마땅히 않으며, 그나마 머글인 제이콥 코왈스키만이 고유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활기를 불어넣으려 고군분투한다.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최소한의 묘미
물론 <덤블도어의 비밀>에는 진일보한 측면도 있다. 기존 <해리 포터> 시리즈로부터 큰 폭의 변화를 준 액션 연출이 대표적이다. 그간 마법사 간의 결투에서는 지팡이에서 뻗어나가는 주문끼리의 충돌 혹은 주변 사물이나 환경을 이용하는 마법을 주로 묘사해 왔다. 이번 영화는 다르다. 덤블도어와 크레덴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결투 장면처럼 액션의 형식이 육체적으로 근접전을 벌이는 가운데 지팡이와 마법의 힘을 활용하는 형태로 달라지면서 더욱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이는 데 성공한다.
액션을 단순한 물리적인 충돌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관계와 그 변화를 보여주는 장으로 활용하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너무 많은 에피소드와 서브플롯으로 인해 스토리 전개에 과부하가 걸린 듯 느껴지는 가운데, 주요 인물들의 심경 변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해 직관적으로 이해시키고 영화의 템포를 순간적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출 상의 특이점은 데이빗 예이츠 감독의 장점인 인물 간의 심리묘사를 잘 보여주며, 감독에 앞서 불완전한 각본이 이번 작품이 노출한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임을 방증한다.
또한 <해리 포터> 영화들이 그러했듯이, 최소한의 장르적 쾌감을 잡아내기도 한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가 성장 영화였고,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로맨틱 코미디였듯이, <덤블도어의 비밀>은 첩보물의 형식을 빌려오고 있다. 팀을 구성하고 그 팀으로서 실행에 옮기는 두 차례의 작전이 주요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마법사 버전의 <미션 임파서블> 같기도 하다. 다만 그 디테일이 예상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첫 임무에서 실패한 후 재정비된 팀이 두 번째 임무를 성공한다는 클리셰는 물론,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대사나 뉴트의 가방을 활용한 속임수 등은 그리 낯선 디테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덤블도어의 비밀>은 <해리 포터> 본편에서 간략하게 등장했던 과거사들을 보다 풍성하게 채우고, 해리 포터 팬들을 마법 세계에 다시 한번 초대하는 팬 서비스를 하는데 그치는 듯 보인다. 호그와트와 마법사들의 마을인 호그스미드와 애버포스의 술집인 '호그스해드'가 주된 배경 중 하나인 가운데, 호그와트 대연회장과 필요의 방, 퀴디치, 맥고나걸 교수의 젊은 시절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열성적인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시리즈의 여러 설정이 어긋나는 아쉬움을 달랠 만한, 그리고 반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만 이러한 과거 답습의 대가로 <덤블도어의 비밀>은 시리즈를 이어갈 동력을 확인시켜주거나, 독립된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만한 부분은 갖추지 못했다. 특히 전편인 <그린델왈드의 범죄>에 비해 정돈된 감은 있지만 소설에 적합한 내용을 한 시나리오에 과하게 집약시킨 듯한 단점은 고스란히 물려받고 있다. 결국 두 번째 타석에 이어 세 번째 타석에서도 삼진 아웃당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다음 타석에 대한 기대감보다도 걱정을 먼저 키우며 애매하고 답답하게 시리즈를 일단락한다.
P(Poor, 형편없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자명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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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틴 스타에서 연기파 배우로 로버트 패틴슨 #톺아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국내 3월 개봉 예정인 배트맨의 새로운 히어로 시리즈 <더 배트맨>의 주인공인
할리우드 하이틴 스타에서 할리우드 명배우로 거듭난 '로버트 패틴슨'을 톺아보고자 합니다.
1. 프로필(Profile)
이름 : 로버트 더글러스 토머스 패틴슨
(Robert Douglas Thomas Pattinson)
출생 :1986년 5월 13일
국적 : 영국 런던
직업 : 배우
2. 배우 '로버트 패틴슨'의 데뷔과정
어렸을 때부터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면서 연기자의 길을 시작하게 됐고 연극 무대에도 일찌감치 섰으나,
큰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데뷔작은 TV드라마 <니벨룽의 반지>, 2004년 영화 <베니티 페어>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해리포터 불의 잔>에서 '세드릭 디고리' 역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는데요.
또한 그의 배우 인생을 바꾸게 해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에드워드 컬렌' 역으로
10대들의 우상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3. '로버트 패틴슨'의 주요 필모작 (영화 부문)
- 2005년 작 <해리포터와 불의 잔>, 세드릭 디고리 역
출연진 :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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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 마법학교의 최고 인기남 '세드릭 디고리' 역으로
로버트 패틴슨의 풋풋하고 훈훈한 연기를 볼 수 있다"
- 2008년 작 <트와일라잇>, 에드워드 컬렌 역
출연진 : 크리스틴 스튜어트, 로버트 패틴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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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을 일약 세계적인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작품으로
극 중 뱀파이어 역할 '에드워드' 역을 맡았으며 강인하고 차가운 인상을 주지만
여심을 사로잡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2013년 작 <코스모폴리스>, 에릭 패커 역
출연진 : 로버트 패틴슨, 제이 바루첼, 줄리엣 비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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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돈을 주무르는 뉴욕의 최연소 투자가 '에릭' 역을 맡았으며
강박증에 시달리는 예민하면서 퇴폐적인 그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4년 작 <맵 투 더 스타>, 제롬 역
출연진 : 줄리안 무어, 미아 와시코브스카, 존 쿠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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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는 운전기사 '제롬' 역으로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신스틸로서의 로버트 패틴슨을 볼 수 있다"
- 2015년 작 <더 로버>, 레이놀즈 역
출연진 : 로버트 패틴슨, 가이 피어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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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막다른 길목에서 서로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로
치열한 열연과 탄성을 자아낼 내공의 연기를 볼 수 있다"
- 2018년 작 <굿타임>, 코니 역
출연진 : 로버트 패틴슨, 베니 사프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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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 '닉(베니 사프디)'과 은행털이를 하고 도주하는 인물로
로버트 패틴슨의 날것의! 생동감 있는! 처절한 연기를 볼 수있다"
- 2020년 작 <테넷>, 닐 역
출연진 :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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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근작.
인버전을 통해 세상을 구하려는 주도자(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조력자이자
인버전의 정보를 가진 인물로 그의 절제되면서 인텔리전스한 모습을 볼 수있다"
- 2022년 작 <더 배트맨>, 부루스 웨인/배트맨 역
출연진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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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의 히어로물.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죄자들을 응징하며 살아온 브루스 웨인/배트맨 역으로
화려한 액션과 카리스마로 그의 역대급 연기를 기대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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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로버트 패틴슨 #톺아보기 시간은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설 연휴 행복하고 안전하게 마무리 잘하시길 바라며,
씨네랩은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
즐겁고 건겅한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안녕~~
P.S 혹시 #톺아보기 배우로 추천하고 싶거나 관심있으신 배우들이 있으면
주저말고 편안하게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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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하지 않는 이의 우주는 얼마나 넓은가
🌏시작_지구
프랑스 외곽에 위치한 가가린 주택단지를 배경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이곳은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지며 화려한 서막을 열었지만, 현재 이곳은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의 거주지가 되었다.
가가린에 사는 10대 소년 '유리'는 단지의 이곳저곳을 고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검사마저 통과하지 못하면 가가린은 철거될 예정이다. 유리는 친구 디아나와 오삼과 함께 임시방편으로 복도에 조명을 달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부품을 찾아다니며 최선을 다해 건물을 수리한다.
가가린의 사람들은 그런 그를 응원하거나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니까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밀려난 이들을 받아준 공간이 없어지면, 그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유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가린은 철거 예정일을 받게 된다. 가가린 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는 와중에도 유리는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는 더이상 유리를 찾지 않는다. 철거일 전에 데리러 오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다른 친구의 집에 머물라 말을 바꾼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유리 뿐만 아니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철거 준비를 시작하는 가가린에 머물며 삶을 이어간다. 토마토를 먹고, 춤을 추고, 음악을 듣는 평범한 이들은 가가린이란 지구가 사라지게 되면 곧바로 우주에 내몰릴 처지다.
🌌끝_우주
철거일 D-day가 다가왔다. 가가린에 살던 주민들은 그들의 추억이 담긴 단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다만, 그들은 가가린 밖에 있었고 유리는 그 안에 있었을 뿐.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지 않았다. 모든 주민들은 가가린을 떠났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란 굴레에선 함께했다. 집이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다. 같이 역경을 이겨낼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집이며 지구니까. 그렇게 지구도 우주도 아닌, 곧 부서져버릴 가가린에 머물던 유리는 이제서야 떠날 준비를 한다. 밖에선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린다. 이 숫자가 끝나면 가가린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카운트다운을 센다. 3, 2, ... 1.
··· --- ···건물이 부서지는 굉음 대신 소리없는 외침이 화려하게 우주를 수놓는다. 모스부호 SOS를 알아챈 디아나는 유리를 찾기 위해 가가린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가가린에 살던 사람들은 유리를 찾으러 떠났던 지구로 돌아온다. 유리는 그렇게 다시 지구로 무사히 착륙한다.
SF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모든 이야기는 가가린에서 시작해 가가린에서 끝난다. 로봇도, 우주도, 과학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SF일까?
우주는 지구의 밖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구는 사회 공동체다. 사회 공동체에서 벗어난 이들은 밖으로 떠밀린다. 발은 땅에 닿지 않고 붙잡을 곳도 없는 공간 속, 포기하지 않고 발버둥치는 유리의 삶은 그 자체로 SF의 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SF는 내쳐진 사람들의 삶과 이들을 이어주는 사랑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가가린 주택단지의 유리를 포함해 모든 이들이 우주가 아닌 지구에 머물 수 있길 소망하며 영화 <가가린>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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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소통을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묻다
크러쉬 온 유
이 영화의 주인공은 취준생 용준(홍경)이다. 철학과 졸업생인 용준. 하고 싶은 것이 없으니 해야 할 일도 없다. 그냥 앉아있는 용준. 이력서 쓰고 떨어지는 일상의 반복이다. 이런 용준이를 가만히 지켜놓을 리가 없는 사람이 있다. 용준의 부모는 돈가스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배달 알바를 시키는 용준의 부모. 딱 3개월만 하기로 한다. 첫 번째 배 달지는 어떤 수영장이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남자 애가 시선에 들어온다. 말을 거는 용준. 하지만 이 애는 뭔가 특별했다. 목소리 대신 수화로 대화하던 아이. 아이는 용준의 배달 지를 가리켰다. 목적지에 도착한 용준. 수영장에 들어간 순간 용준이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수영 코치로 보이는 여자에게 반한 용준. 여자의 이름은 여름(노윤서)이었다. 또 여름은 동생 가을(김민주)이의 매니저이기도 했다. 파릇파릇한 두 청춘이 만났다. 두 남녀는 서로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됐다. 두 사람의 여름이 시작됐다!
청춘스타
이 영화에서 빛났던 건 세 배우의 존재감이다.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홍경배우는 박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영화의 톤을 깔끔하게 이끌었다. 이 영화에서 용준이가 가진 임무는 막중했다. 청각장애인을 핵심으로 삼은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안에서 소리가 억제된다. 용준이가 부모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있긴 하나 대부분은 대사가 없다. 그럼 표정으로, 또 반응으로 사랑에 빠졌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홍경 배우는 그 섬세한 감정변화를 잘 포착해서 연기로 구현했다. 대표적으로 용준이가 용준 부모와 함께 있는 모든 장면을 보면 그 체감이 확 느껴진다. 이 가족과 함께 있는 장면은 여름이와 있는 장면 / 친구와 있는 장면 / 가족과 함께 있는 장면 세 가지로 나뉘어서 사랑의 힘을 받은 용준이를 묘사하는데 힘을 덧붙인다. 가족들이랑 있을 땐 비교적 편안함을 느끼는 것과 별개로 여름이와 있을 때는 항상 조마조마하다. 또 동시에 여름이에겐 눈을 마주치는 둥 아닌 둥 하면서 여름이의 내면 그 자체에 귀 기울이는 남자의 모습을 문학적으로 섬세하게 표현하는 역량을 보여줬다. 이 배우가 <D.P>에서 조석봉을 괴롭히는 폭력적인 병사 역할이었고 <댓글부대>에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다. 이 배우가 평소에 영화를 많이 보는 시네필이라고 하는데, <펀치 트렁크 러브>에서 아담 샌들러가 맡았던 주인공 역할의 초반부를 어느 정도는 영향받고 연기한 티가 났다. 글쓴이는 이 배우가 평소에 이렇게 소년스럽지만(잘생겼다는 뜻) 듬직했구나 싶어 놀랐다.
다른 주인공 여름 역을 맡는 노윤서 배우는 그녀의 출연작 중 가장 카리스마가 빛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10대 역할을 맡았던 노윤서 배우. <우리들의 블루스>나 <20세기 소녀> 같은 영화들은 본질적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 대한 리액션만 보여줘야 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본작에서의 서여름은 다르다.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세 인물의 성장기(용준/여름/가을)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덕에 이 인물은 주도적으로 극을 이끌 수밖에 없다. 이 과제를 잘 알고 있는 듯이 영화와 배우는 여름의 얼굴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다. 여름이의 얼굴과 손이 영화를 이끄는 핵심 감정선이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여름이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받고 달려가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노윤서 배우는 그전 장면과의 감정표현을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플롯의 전복을 효과적으로 이끈다.
핵심인물 3인방 중 가장 연기 이력이 적은 가을 역의 김민주 배우는 원래 가수보다 이 쪽에 가까운 아티스트 같았다. 글쓴이에게 배우라고 함은 마이클 케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배우는 눈을 파는 직업이다’라는 말이다. 글쓴이는 이 말이 다른 사람(그것도 가상의)에게 취해있어야 직업인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문장을 이행하기에 김민주 배우는 장점 특색이 강하다. 고양이 같은 눈매와 뚜렷한 이목구비 덕에 이 인물의 감정전달이 관객에게 더 쉽게 느껴진다. 실제로 영화는 가을이의 눈빛을 담는 데에 주력했다. 영화 안에서 호수가 두 번 나오는데, 이 호수에서 볼 수 있었던 김민주 배우의 연기는 눈빛이 인상 깊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런 선천적(눈)인 연기 아니더라도 김민주 배우의 기술적인 부분도 크게 다가온 장면이 있다. 영화 안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걸 둘러싼 두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김민주 배우는 적극적으로 캐릭터의 입장을 보여주는데 세 인물 중 영화의 동력을 만든다는 점에서 캐릭터를 잘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소통을 경유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건 대화다. 중요했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 영화가 가진 낭만적인 속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많은 로맨스 영화에서 반복한 테마가 있다. 바로 진심으로 전하는 사랑이라는 말이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영화를 보면 어떤 로맨스물은 시간을 돌리고 기억을 지워서라도 사랑을 믿는다. 이 영화는 기존의 장르물처럼 사랑을 전하는데 그게 수어다. 그렇다면 수어를 중요하게 생각해야겠지? 영화는 다방면의 수어를 보여준다. A와 B가 대화하는데 C를 거친다. 사실 A-B만 대화해도 굳이 상관없는 장면에 C를 거친 장면을 넣었다. 이 영화에서 수어를 통한 대화를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전적으로 보여준 단면이다. 수어를 강조하기 위한 다른 장치도 있다. 바로 문자다. 현 2024년 MZ들이 문자메시지를 못 쓴다면 그건 어불성설이다. 수어에서 생동감 넘치는 표정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보여준 것과는 반대로 직접적으로 텍스트를 통해 보여준다. 이 문자를 그냥 휴대전화 모니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연출을 썼나? 아니다. 텍스트를 굳이 화면 안으로 보여줌으로써 인물들이 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사실상 수어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동격으로 놓이는 것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영상통화를 통해서 수어로 대화한다. 문자로, 영상통화로, 수어로 각기 다르게 대화하면서 어떻게든 마음을 전하는 청춘남녀의 모습을 변화를 조금씩 주면서 강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강조한 연출 덕에 두 사람의 마음이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또 대화가 중요했던 이유는 다루고 있는 소재에게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다고 볼 수 있는 점은 청각장애에 대해 무작정 연민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동시에 소모적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당연히 극 중 일부 인물들에게 중요한 건 수어다. 그렇다면 수어에게 의미를 강화하는 연출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수어라고 대화가 아니냐?’라는 질문을 던지기에도 충분하다. 윗문단에도 썼듯 이 영화의 수많은 대화들에게 수어가 모자랄 것이 없기 때문. 오히려 수어 때문에 두 사람의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수어의 중요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이 연출을 뒷받침하듯 용준이의 입에서 여러 대사가 나오는데, 감독이 처음부터 이 측면을 고려하고 각본을 썼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 대화를 통해 사랑을 표현한다는 방식은 1차원적으로 사용되는 걸 넘어 점층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인물관계는 크게 두 가족으로 나뉜다. 용준 가족과 여름 가족이다. 용준 가족은 여름 가족과 다르다. 서로 소통하는 데 있어 수어로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말과 말로 대화가 이뤄진다. 이 장면이 이뤄지는 방식이 특별하다. 어떻게 보면 그냥 일반적인 가족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여러 장면을 겹치면서 이 시퀀스가 들어가야 할 당위성을 만들었다. 이 당위성은 반대측면에서 영화 안의 메시지에 해당하는 장면을 강조하는 효과까지 보여준다. 이 영화의 장르 중 하나가 청춘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런 연출이 당연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여주냐에 따라 작품의 개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 영화는 익숙하다면 익숙하지만 나름 탄탄하게 이 장면을 보여줘 묵직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한다.
용준, 여름 그리고 나머지
이 영화의 단점이 크게 있지는 않다고 느꼈다. 하지만 굳이 뽑자면 캐릭터성이다. 용준이와 여름이의 캐릭터는 훌륭하다. 그냥 달달하기만 한 로맨스의 주인공이 아니다. 사랑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체화하면서 생동감 있는 인물이 탄생했다. 문제라고 느낀 건 가을이와 용준이의 친구 재진이다. 가을이는 사실상 주연으로서 이 영화의 굴곡을 담당하는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인물은 그거만 담당한다. 당연히 가을이도 그동안 살아온 인생의 궤적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단지 수영만 좋아하는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김민주 배우가 이 인물을 체화한 것과는 정반대로 각본에서 이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이 인물이 말하는 대사들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들이 사실상 본인이 원인인 것도 어느 정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친구 재진은 플롯을 위해 기능적으로 사용된 감이 있다. 이 인물의 행보가 유쾌해서 그렇지 어떤 관점에서는 지나치게 헌신적인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오토바이와 관련된 장면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부분이 영화에서 생략된 것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랑스러운 청춘드라마
이 영화에 대한 총평은 ‘사랑스러운 영화’라는 점이다. 청각장애라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연민에 빠지지도 않았고, 이야기의 달달함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본문에 적지 않았지만 나름 흥미진진하고 트렌디하게 연출한 흔적도 보인다. 소리가 없는데 어떻게 화면에 집중시키지?라는 질문을 짧고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리듬감을 살리기도 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오랜만에 좋은 로맨스/코미디물이 등장했다. 야심 가득한 배우 홍경의 섬세한 감정연기가, 배수지 배우를 연상케하는 사랑스러움의 노윤서 배우가 본인의 매력을 오롯이 뽐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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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체이탈자> 티저 예고편
"누가 진짜 나인지 모르겠어요."
교통사고 현장에서 눈을 뜬 한 남자.
거울에 비친 낯선 얼굴과 이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 또 바뀌었어. 낮에도 바뀌더니 밤에도 또"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깨어난 남자.
그는 12시간마다 몸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 시작한다.
그가 12시간마다 몸이 바뀌었던 사람들,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리고, 이들이 쫓고 있는 한 남자. ;강이안'
"이제 알게 됐어. 내가 뭘 해야 되는지"
모두가 혈안이 되어 쫓고 있는 '강이안'이 바로 자신임을 직감한 남자, 자신을 찾기 위한 사투를 시작하는데 ..
진짜 나를 찾기 위한 본능적 액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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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나희 순정> 메인 예고편
도시를 떠나 마가리에 도착한 시인, 유씨는 동화 작가가 꿈이라는 원보의 집에 묵게 된다. 처음 온 날부터 "유씨를 보니 가슴이 자라고 있다"며 만져보라 하더니, 순정의 세계를 아냐는 둥, 동심의 세계를 아냐는 둥 참견에 잔소리 일색이다. 그런 원보의 꿈은 "어린이들 가슴에 열정을 불지르는 동화작가"라는데. 어쩐지 수상한 말만 늘어놓는 원보와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유씨의 적응기, 그리고 '순정'과 '동심' 되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