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17 17:21:04
마녀라는 이름으로.
영화 <마녀: Part1 The Subversion> 리뷰
힘이 넘치면서도 말도 많은 이 시리즈의 시작, 마녀1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한 배우의 얼굴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김다미라는 배우의 괴물 같은 연기력을 통해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마녀를 만났다.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훨씬 많은 ‘마녀 :Part1 The Subversion’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 그 속에 펼쳐진 액션은 배우들을 더욱 빛낸다. 다소 오글거리는 대사 남발로 당황스러움을 건네지만 영화와 배우의 시너지가 잘 맞아떨어져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목적을 위한 목적은 가치를 잃어버린 채,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잊게 만든다. 1세대에 그치지 않고 실험체를 만들어내던 한 실험실에서 탈출한 한 아이가 바로 그들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사람은 주변 환경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에 무게를 싣게 된다. 타인의 고통보다는 자신의 고통에 주목하는 사람이 폭력으로 무장된 힘으로 눌리려다가 역풍을 맞게 되면서 마녀가 본 모습을 드러낸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도 전에 끊임없이 고통을 겪어야 했던 자윤은 고통을 주었던 그들에게 고통을 선사한다.
그 후, 보통의 일상을 살아갈 수 없게 된 자윤은 그런데도 자신을 되찾기 위해 가족과 친구를 뒤로하고 떠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를 그의 기행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어떤 곳에서 갑자기 등장할지 모를 자윤의 행방이 마녀2에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녀의 탄생과 그 이유를 더할 ‘마녀: Part2. The Other One’가 다가오고 있으니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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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로치 할아버지가 묻는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로치 감독이 1936년생이니까 2023년 기준 87세이다. 이제 더 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영화 <지미스 홀, 2014년>을 보여주면서 은퇴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뭔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인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을 가지고 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간다. 이후 영국 북동부 지역의 낙후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나의 올드 오크, 2023>까지 3부작으로 구성된 연작을 완성하게 되었다. 영국 북동부 3부작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켄 로치 할아버지가 묻는 '그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2023> 포스터
복지 수당 받기 더럽게 힘드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다니엘의 부인은 오랫동안 앓았다. 평생 목수로 일했지만, 남은 것은 늙고 쇠약해진 몸뚱이와 간병으로 기울어진 가정뿐이다. 다니엘은 정부에 복지 대상자로 신청해 수당을 받으려고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빙글빙글 여기저기 돌다가 자기네들이 설정해 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나마 신청할 수 있는 복지 사업은 서류를 컴퓨터로 제출해야만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진짜 심각한 지병이 있어서 일하기도 어려운데, 자꾸 근로 능력이 있는데 복지 수당만 챙기려는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노인 대상 복지 체계만 이런 것도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혼자 양육해야 하는 케이티도 마찬가지다. 소통되지 않는 원칙과 각종 서류들, 증빙이 되는 번호들, 성실하지 못해 복지 대상자가 되었다는 따가운 시선들 등 모든 장애물을 넘고 넘어가야 겨우 복지 수당이라는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포스터
자영업자는 아닌데, 노동자도 아니라네요 : <미안해요 리키, 2019>
제인네 가족은 아빠, 엄마, 오빠, 제인. 이렇게 네 식구가 같이 살고 있다. 아빠는 택배 일을 하시고,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계시다. 두 분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제인은 학교가 끝나면 혼자 빈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요리해 놓은 음식을 먹고, 숙제를 한다. 오빠 셉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은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택배 일이나 요양보호사 일은 자영업자는 아닌데, 노동자도 아니란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직종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한다. 회사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에는 자영업자로 내몰리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 유연성을 발휘하려 할 때에는 노동자로 당겨진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사이에 묶인 제인의 아빠와 엄마는 더 많은 근로를 요구받고, 혹사를 당한다. 혹사당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 포스터
똑똑똑, 들어가도 되나요? 저는 난민이에요 : <나의 올드 오크, 2023>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2016년 난민법을 제정하였다. 2024년부터는 한국의 이주민 비율이 공식적으로 5%를 넘기 때문에 '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 사실 미등록 이주민들이 빠진 수치이기 때문에 이미 5%는 진작에 넘었다. 난민법에는 재정착 희망난민제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직접 난민 캠프로 가 그 곳에서 한국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태국의 난민 캠프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미얀마 출신의 가족들이 이 제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만약 재정착 희망난민제로 한국에 들어온 난민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인구 유출이 심각한 문제인 지역에 정착하도록 보낸다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까?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 초반, 더럼 지역으로 버스가 들어온다. 이 버스에는 시리아 난민 캠프에 살던 가족들이 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야라는 동네 사람들의 혐오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올드 오크 사장님 TJ는 마음이 불편하다. TJ는 야라의 카메라는 수리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공간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해 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며 둘은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TJ와 야라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는 영화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있지만, <나의 올드 오크>는 공간명이 제목이 되었다. 물론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그렇지 않은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름을 넣는 것으로 지어졌다. 앞선 두 영화가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나의 올드 오크는 인물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장소가 강조된다. '올드 오크'라는 펍은 원래 40년 동안 단골로 다녔던 사람들이 '우리의 공간'이라고 여기는 곳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 '우리가 아닌 자'들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쉽고, 서운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쉬이 내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돈은 없는데, 돈 들어갈 곳은 많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결과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일은 부지기수며, 인생이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는 순간, 사람 인(人) 글자가 바로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뉴캐슬어폰타인 - 선더랜드 - 더럼 순으로 영국 북동부 3부작 영화의 배경이 이동한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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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이와 사랑에 빠지고, 점차 무뎌지고, 또 다시 낯선 이가 되어가는 쌉사름한 인연(因緣)
소개
런던의 도심 한복판, 부고기자이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 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글을 써서 드디어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댄’은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앨리스’와는 또 다른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안나’ 역시 ‘댄’에게 빠져들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음을 알게 되고, ‘댄’의 장난으로 우연히 만난 마초적인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하지만 ‘댄’의 끊임없는 구애를 끊지 못한 ‘안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고, 이 둘의 관계를 알게 된 ‘앨리스’와 ‘래리’는 상처를 받게 되는데…
모든 인연은 우연이라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 필연일 것이다.
앨리스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은 영국과 미국의 차도가 반대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우측통행이라는 미국과는 반대되는 규율이 있기 때문에, 댄과 앨리스는 만났다. 영국에서 너드 같은 안경을 쓴 부고 기자 댄과 붉게 물들인 커트 머리의 미국인 스트립댄서 앨리스, 너무도 다른 사람이기에 충돌하여 만나게 된 것이다.
‘클로저’에서 4인의 관계는 엉키고 설킨다. 모두 한없이 이기적이다.
이방인을 마주친 첫 순간을 기록하는 안나. 그 순간의 소중함을 아는 섬세한 인물이다. 전형적인 성숙한 어른 여자로 보이지만, 사실 전형적인 회피형이다.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지만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크게 말을 얹지는 않다가 저지르고 사과한다.
래리는 넷 중 가장 평범하다.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에, 마초적인 남성이다. 자신은 다른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도, 다른 남자와 만나는 부인은 용서할 수 없는 찌질한 남자. 순간의 감정을 누르지 못한다. 특히 남성성에 관해 예민하다. 댄과의 잠자리에 대해 집요하게 묻고, 누가 더 좋았냐고 취조한다. 안나가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자, 분노에 휩싸여 ‘slag’라 칭한다. 댄을 처참하게 만들기 위해 복수의 방법으로 스트립 클럽에서 마주친 앨리스와, 그리고 이혼을 청하러 온 안나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것이 래리가 댄에게 느낀 가장 모욕적인 감정이고, 참을 수가 없던 것이기에. 또한, 댄 역시 그럴 줄 알기에.
댄은 섬세하고 다정하다. 작가를 꿈꿔왔고, 소설가가 된 만큼 감각에 예민하다. 영화 초반부, 담배를 끊었다던 댄은 앨리스와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헤어진 후에도 담배를 끊지 못한다. 정작 흡연자던 앨리스는 끊었는데 불구하고 말이다. 댄은 끌림에 쉽게 매혹되기도,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기도 하다가 뒤늦게 알아차리는 면이 있다. ‘자신과 안나’의 관계는 ‘래리와 안나’의 관계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같았다. 안나가 한 번 자주면 이혼해 주겠다는 래리의 부탁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무너진다. 래리와 잤다는 말을 솔직히 고백하지 않은 앨리스에도 세상이 무너지고,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앨리스의 뺨을 친다. 섬세하고 다정하던 것이 매력이던 댄은 결국 래리와 다를 바 없었다.
<클로저>는 <졸업>(1967, 마이클 니콜스)으로 아메리칸 뉴웨이브에 한 획을 그은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영화이다. 마이크 니콜스는 해피엔딩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녀가 식장에서 도망쳐 버스에 탄 것이 엔딩인 ‘졸업’에서조차 주연 배우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다. 결국 똑같은 길을 걷게 될 거라는 것을 암시한다. 비관적이다. 우리가 클로저를 보며 마음 어디 한 편이 불편한 것은 너무나도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와 내 친구와 나의 연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클로저>에서는 ‘앨리스’를 이상적인 인간상으로 추구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모른다. ‘클로저’가 될 수 없다. 우리는 평생 서로에게 낯선 사람일 것이다. 온전히 나를 이해해 주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스스로조차도 모르는데 그 누가 알 수 있겠나. 하지만 점점 아는 체를 하게 된다. 인연을 맺고 긴 시간을 함께하고, 대화를 나누면 그 사람을 안다고 착각한다.
익숙함에 속지 않는 것.
미련이 남지 않도록 감정에, 그리고 현재 관계에 충실하는 것.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
앨리스에겐 이 3가지가 있다. 댄이 간과한 점은 자신이 쓴 소설처럼 철없고 자유분방하고 그저 어리다고 생각한 것. 자신이 그려낸 ‘앨리스’인 줄로만 알았던 그는 ‘제인’을 모른다. 스트립 클럽, 래리는 자신을 제인으로 칭하는 앨리스에 거짓을 말하지 말라고 격분하지만, 사실 그녀는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입국 심사장에서 드러난 앨리스의 여권을 통해 알 수 있다.
앨리스의 진짜 이름은 ‘존스 제인 레이첼 ’이다.
영화 초반부, 앨리스는 댄과 함께 공동묘지에서 ‘타인을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묘비를 본다. 엔딩, 댄은 앨리스와 처음 갔던 세 명의 아이를 구하고 죽었다는 묘비를 발견한다.
‘앨리스 에이리스 – 벽돌공의 딸’ '불속에 뛰어들어 아이 셋을 구하고 숨지다'
앨리스는 불같이 거침없이 관계를 향해 달려들었고, 끝이라고 생각된 순간에는 깔끔히 놓았다. ‘순수한 사랑’ 말이다. 사랑에 있어서 가장 어른스러운 사람은 스트리퍼에 어리다는 취급을 받던 ‘앨리스’이다. 앨리스는 성숙한 체하는 세 명의 아이 댄, 안나, 래리를 구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간 제인(나탈리 포트만)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낯설고 매력적이다. 완벽한 Stranger로. 묘비명은 앨리스 캐릭터를 투영한 함축된 글인 것이다.
"where?"
사랑은 형체가 없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랑한다면 느낄 수 있다.
어느 순간엔가 사랑이 어디 있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결국 이별이 다가오는 것이다.
교통사고처럼 예기치 못하게 만났으니, 헤어짐 역시 그렇지 않을 이유 없다.
댄은 앨리스에게 눈을 떼지 못했던, 낯설기만 하던 첫 순간을,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던 두 눈을
다른 낯선 이를 만나더라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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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외계+인 2>의 반전 흥행은 없었습니다. <서울의 봄>은 꾸준한 관객수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7위까지
올라갔습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리메이크 된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데요. 흥행 요인과 함께 국내, 북미 박스오피스 같이 만나보아요.[국내 박스오피스]
<서울의 봄>이 계속된 흥행으로 <범죄도시2> <암살> <7번방의 선물>을 제치고 역대 한국 영화 TOP7에 올라섰습니다. 6위는 관객 수 1298만여 명을 기록한 <도둑들>로 이번 주 1294만 여명을 기록한 <서울의 봄>이 다음주에 <도둑들>을 제치고 6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외계+인2>은 반전 없는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위시>도 간신히 100만을 넘기며 2위를 유지 중이며
개봉하는 영화 숫자가 적어지면서 저번주와 같은 순위를 동일한 영화가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할리우드 박스오피스에서 심상치 않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영화는 2004년 린제이 로한이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미국의 뮤지컬 코미디 영화로 수익을 5000만 달러를 올리며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화 흥행 요인으로 배급사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SNS에 영화 클립을 푼 것, 특히 젊은 관객층을 유입하기 위해 틱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효과를 본것으로 흥행 요인을 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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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말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본 글은 헤어질 결심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없이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
진정한 사랑은 모두 해피엔딩일까?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에서는 사랑에 빠진 두 인물이 고난 과 역경을 이겨내 함께 행복한 미래를 맞이한다. 이와 같이 사랑이 진정하다면 결국은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완성되어야 하며, 완성된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일까? 이 물음에 <헤어질 결심>은 아니라한다.
<헤어질 결심>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과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서래’의 이야기로,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해준’이 용의자 ‘서래’에게 관심을 느끼며 일어나는 일이다. <헤어질 결심>은 전형적인 로맨스의 틀에서 벗어나 수사극의 틀을 사용한다. 사랑의 동기와 사랑의 행위를 담기보다는 사건의 동기와 사건의 전말을 담는다. 그리고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들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지 않는다. 행동과 선택, 이별로 사랑을 표현한다. 결국, 둘의 사랑은 이어지지 못하며, 완성되지 못하는 미결의 형태로 남는다.
그럼에도 관객은 <헤어질 결심>을 보며 사랑을 느끼게 된다. 이런 <헤어질 결심>은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강렬하면서도 안개처럼 모호하게 표현한다. 사건 같으면서 사랑같은 일들이 ‘해준’과 ‘서래’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멜로 장르와 수사 장르의 시너지
<헤어질 결심>은 수사물과 멜로물이 겹쳐있다. 두 장르의 결합은 둘의 사랑을 모호하게 만들 면서도 입체적으로 만드는 포인트였다. 영화는 초반부터 수사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형사와 살인사건 그리고 용의자로 구성된 전통적인 수사물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조사하고, 취조하는 과정을 따른다. 이와 동시에 멜로물도 진행된다. 멜로물에서는 두 인물이 만나 서로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가 만나 취조와 조사를 통해 서로를 알게 되며 사랑에 빠진다. 수사물의 구조와 멜로물의 구조가 겹쳐 진행되며 둘의 관계를 깊어진다.
‘해준’은 올곧은 형사이다. 부하에게 존경을 받으며,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이지구’와의 취조에서 알 수 있듯 신사적인 모습을 유지한다. 이런 형사이기에 용의자인 ‘서래’를 계속 의심한다. 여기서 멜로물의 주인공이기도 한 해준은 ‘서래’를 의심하며 계속 생각한다. ‘서래’를 감시하며 ‘서래’에 대해서 상상한다. 동시에 범인일 가능성을 생각한다.
예를 들면 ‘기도수’ 사건이 마무리되고 ‘서래’와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던 때라도 월요일 할머니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올곧은 형사로서의 태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형사의 태도로 결국 ‘서래’의 범행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해준’은 ‘서래’를 체포할 수 없었다. 이전까지 지켜오던 올곧은 형사의 자부심보다도 ‘서래’에 대한 사랑이 컸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서래’를 지키고, 형사인 자신의 붕괴를 선택한다. 형사로서 자부심 있는 사람이 사랑으로 붕괴되는 모습은 말할 수 없는 큰 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 큰 사랑은 단순 멜로물이 아니라 중반부까지 수사물로 쌓아온 형사 ‘해준’의 캐릭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형사 ‘해준’이 보여주던 수사극의 틀은 영화 초반부터 주 장르로 이어지며 존재감을 보였다. 하지만 ‘해준’의 사랑이 이를 엎고, 수사를 망치게 되며 멜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다.
두 장르를 활용해 사랑을 보여준 것은 ‘해준’만이 아니다. 이포에서 이루어지는 2부에서는 ‘서래’가 수사물에서 용의자의 역할로 사랑을 보여준다. 부산에서의 ‘서래’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서래’는 자유를 위해 살인을 하고, 범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형사인 ‘해준’의 마음을 이용했다. 목적한 바를 이룰 만큼 똑똑하고 강한 인물이다. 그런 ‘서래’가 이포에서는 ‘해준’을 위해서 살인을 벌인다. 부산에서의 ‘서래’는 수사물에서 악의 축인 범인의 역할을 완벽히 해낸다. 심지어 수사를 빠져나왔다. 그런 ‘서래’가 사랑을 느끼고는 다시 수사망으로 걸어간다. 사랑으로 수사물의 캐릭터가 멜로물의 캐릭터에게 밀려난 것이다. 이포에서는 ‘해준’이 다시 형사 로 돌아오려고 했다. 하지만 ‘서래’와의 취조와 조사를 통해 다시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바뀐다. 의심하고 경계하지만, 호미산에서의 ‘서래’의 고백과 스마트워치 녹음본을 들으며 ‘해준’은 ‘서래’를 놓지 못한다. ‘해준’이 형사로 사건을 알아감에 따라 ‘서래’의 사랑을 찾게 된다. <헤어질 결심>의 요소들은 따로 보았을 때는 멜로 이야기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사랑의 동기, 행위가 아닌 사건의 동기와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인물이 서로를 위해 수사물 속 자신의 캐릭터를 붕괴시키고, 희생하는 모습이 결합하여 사랑으로 보기 어렵던 요소들은 사랑으로 이해된다.
진정한 사랑, 거울 구조와 이항대립
<헤어질 결심>은 1부 부산에서의 ‘해준’의 사랑과 2부 이포에서의 ‘서래’의 사랑을 거울 구조로 보여준다. 1부에서는 사건 발생, 관찰, 사랑, 진실 순으로 진행된다. ‘기도수’의 사건으로 ‘서래’를 알게 되고, ‘서래’를 관찰하며 스마트워치에 녹음한다. 그러다 ‘해준’은 서서히 사랑에 빠진다. 그 후 진실을 알게 되고 이별을 맞이한다. 2부에서는 ‘서래’가 ‘해준’의 거울처럼 반대로 이어간다. ‘서래’는 진실을 말하는 ‘해준’의 모습을 보며 사랑에 빠진다. ‘서래’는 ‘해준’처럼 스마트워치를 통해서 ‘해준’에 대해 기록하고, 이포에서 ‘해준’을 관찰한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렇게 ‘해준’과 ‘서래’는 거울 구조로 서로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구조는 ‘해준’이 말한 것처럼 ‘해준’과 ‘서래’가 동족임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해준’이 ‘서래’ 를 사랑했던 것처럼 ‘서래’도 ‘해준’을 사랑하고 있음을 서사 구조의 유사함으로 드러내고 있다. 닮아 있는 둘을 보여주면서 사랑한다는 말 하나 없이도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가장 쉽게 사랑을 드러낼 방법은 베드신, 결혼과 같은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헤어질 결심>은 일부러 더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다. 완성된 사랑과 스킨십, 결혼 대신 미결인 사랑과 범인과 용의자의 관계, 불륜이라는 관계를 내세웠다. 어려운 관계의 사랑은 사랑을 표현할 때 조심스럽게 만든다. 잘못 다룰 시에는 얕은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헤어질 결심>은 더욱이 ‘사랑’이라는 단어와 섹슈얼한 연출을 사용하지 않고, 거울 구조를 통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드러냈다. 거기다 둘은 관찰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서로의 스마트워치 녹음본을 듣는다. 서로의 관찰을 다시 바꾸어 듣는 모습은 단순히 닮은 것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며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
‘해준’과 ‘서래’의 관계와 다른 인물과의 대비로 <헤어질 결심>의 사랑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안과 ‘해준’의 관계와 ‘서래’와 ‘해준’의 관계는 섹스로 대조된다. ‘정안’과 ‘해준’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계를 가지기로 약속했다. ‘정안’은 그 약속에 만족감을 느끼고, 관계를 통해 ‘해준’과 행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안’은 섹스가 서로의 관계가 문제없음을 보여준다고 느낀다. 그런 ‘정안’은 ‘해준’과 대화에서 서로에 차이를 이야기한다. 정안은 이과이고 살인과 피가 없어도 행복하지만, ‘해준’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에 비해 ‘해준’과 ‘서래’는 단 하나의 키스신 외에는 섹슈얼한 연출이 드러나지 않는다. 둘은 대화와 시선을 통해 관계를 드러낸다. ‘해준’은 ‘서래’에게 같은 동족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둘은 유사한 점이 많다. 말씀보다는 사진,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한다. ‘해준’은 ‘서래’와의 대화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는 모습도 보인다. ‘서래’는 ‘해준’의 사건에 관심을 가져준다. 함께 사건 이야기를 하거나 ‘해준’의 일 이야기를 들어준다. 이처럼 두 관계는 대조됨을 알 수 있다.
육체와 정서의 대조뿐 아니라 완성과 미결의 대조이기도 하다. 정안은 ‘해준’과 결혼한 사이이며, 섹스하는 사이이다. 결혼과 섹스는 로맨스 장르에서 사랑의 완성, 이어짐을 상징한다. ‘서래’는 결혼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육체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해준’은 두 관계 모두 파괴되지만, ‘서래’와의 관계를 우선했다. 두 관계의 비교로 <헤어질 결심>이 드러내고자 하는 사랑이 정서적인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정서적인 사랑만 있을 때보다 이항 대립 되는 관계를 통해 말하고자 한 사랑을 돋보이게 했다.
‘서래’의 관계에서도 <헤어질 결심>이 말하고자 하는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서래’의 2명의 남편은 ‘서래’를 존중하지 않는다. 자신들을 위해 ‘서래’를 희생하도록 만든다. ‘기도수’의 경우에는 ‘기도수’의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문신을 하게 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위해 ‘서래’를 폭행한다. ‘임호신’의 경우는 ‘서래’의 흡연을 금지시킨다. 호통치며 나가서 피라고 하는 ‘임호신’의 모습은 설득이 아닌 일방적인 금지이다. 이처럼 ‘서래’는 2명의 남편에게 희생되었다. ‘서래’는 그 두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해준’은 ‘서래’를 존중한다. ‘서래’의 흡연을 금지시키지 않으며, ‘서래’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준’은 ‘서래’를 위해 희생했다. 평생 지켜오던 형사의 자부심을 버리고 ‘서래’를 지켜냈다. ‘서래’는 그 순간 사랑을 깨닫는다. ‘해준’과 ‘기도수’, ‘임호신’의 대조를 통해 <헤어질 결심>이 보여주고자 하는 희생적인 사랑이 보인다.
이렇게 <헤어질 결심>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두 가지의 개념을 통해 <헤어질 결심>이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인간의 정신은 상반되는 것들의 관계, 즉 이항 대립을 통해 차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다. <헤어질 결심>이 제시하는 대립을 통해 ‘서래’와 ‘해준’이 선택한 정서적이고, 미결인 사랑에 대해 인식하게 만든다. 최종적으로 마지막엔 ‘서래’의 “당신 목소리요,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는”을 통해 이전에 사건들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 후 녹음본을 통해 이전부터 인식되던 사랑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사랑의 징조
<헤어질 결심>은 ‘사랑’을 사용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체계적으로 짜인 영화이다. 또 수사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복선을 통해 촘촘히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복선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월요일 할머니의 “월요일이 되길 바라면 가끔 정말로 월요일이 빨리 와”는 ‘서래’가 사용한 트릭에 대한 복선이었다. 거친 ‘서래’의 손, 함께 맞춘 월요일 할머니와 ‘서래’의 폰도 복선으로 역할 한다.
<헤어질 결심>에서는 복선을 통해 ‘해준’과 ‘서래’의 사랑을 보여줬다. 사랑한다는 말대신 인물의 습관과 화면전환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면, 아내와 관계 후 ‘해준’의 모습은 곰팡이, 엑스레이 화면이 전환되면서 다시 보인다. 곰팡이의 위치와 ‘해준’의 엑스레이 화면이 겹치는 부근은 심장 근처이다. 대사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해준’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또, ‘해준’이 가진 ‘서래’에 대한 마음은 ‘해준’이 ‘서래’ 남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복선 중에서도 '해준'이 '서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에 가깝다. ‘해준’이 무의식적으로 ‘서래’의 남편들을 따라 하며 ‘서래’의 남편이 되고 싶은 상태를 보여준다.
질곡동 사건으로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의 결말을 암시하기도 했다. 질곡동 사건의 범인 '홍산오'는 '오가인'을 너무 사랑했기에 살인을 저지른다. '홍산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감옥에 가는 일을 결심하고 벌인 일이다. '홍산오'는 결국 잡히기 직전 죽음을 택한다. '홍산오'는 죽음으로 ‘해준’을 피했고, 결국 ‘해준’은 사건을 완결시키지 못했다. 또한 '오가인'과 '홍산오'의 사랑도 완성도, 실패도 아닌 모습으로 남겨졌다. 이런 '홍산오'의 모습은 ‘해준’과 ‘서래’ 둘과 닮았다. '홍산오'의 행동으로 이포에서의 ‘서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죽을 만큼 사랑하는 ‘해준’을 위해 ‘서래’는 살인을 벌이고, 사라짐으로 ‘해준’에게 해결되지 못한 사건으로 남겨진다.
촘촘히 짜인 미결
<헤어질 결심>은 거울 구조와 이항 대립 관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미결의 사랑을 보여준다. 끊임없이 복선을 통해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1부와 2부로 나뉜 사건들을 연결한다. 장르를 결합하여 서사를 강화한다. 심층에 깔려있는 촘촘한 구조들로 관객이 살인 사건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사랑을 느끼게 만든다. <헤어질 결심>의 구조는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계속 대칭되고 대조된다. 관객이 <헤어질 결심>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도록 ‘사랑’이라는 표현 대신 상황을 통해 ‘해준’처럼 고민하게 만든다. ‘진실된 사랑일까?’, ‘이게 맞는 행동일까?’, ‘서래와 ‘해준’은 같은 마음일까?’. <헤어질 결심>은 이렇게 이어진 생각을 결말에서 ‘서래’의 대사를 통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사랑이었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명확한 말을 앞세우지 않고 안개처럼 흐릿하게 사랑을 찾아다니게 한다. 둘의 대화와 마음을 사랑이라고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흐릿함 속에서 무엇이 대조하고, 대칭시켜 사랑이라는 존재를 서서히 드러낸다. 이런 영화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와 비교할 때는 새롭다. 하지만 우리의 삶 속 사랑과 비교하면 새롭지 않다. 사랑은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현실의 사람들은 영화의 구조처럼 끊임없이 대조하고 내면의 구조를 따라가며 사랑을 찾고자 한다. ‘서래’처럼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해준’처럼 고민하기도 한다. 둘의 사랑처럼 사랑이 ‘헤어질 결심’이었을 수도 있다. 이처럼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개념에 가장 대표적인 기표 ‘사랑’을 가려서 우리가 계속 찾아다니던 사랑의 의미를 들여다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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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판빙빙×이주영,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조합!
녹야/Green Night
Hong Kong, China/2023/92min
한슈아이 감독/'갈라 프레젠테이션' 세션
5일 오후 2시, 부산 KNN타워 KNN시네마에서 〈녹야〉 기자회견이 열렸다. 〈녹야〉는 한슈아이 감독이 연출하고 판빙빙, 이주영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이다.
〈녹야〉는 여성 로드무비다. 인천항 여객터미널 검색대에서 일하는 진샤(판빙빙). 그녀는 어딘가 지쳐 보이는 얼굴이다. 진샤의 얼굴에는 짜증과 권태를 넘어선 체념의 표정이 깃들어 있다. 그런 그녀 앞에 초록머리(이주영)가 나타난다. 평범한 옷차림이지만 그를 뚫고 나오는 에너지를 가진 초록머리는 표정과 행동(그리고 이를 비추는 카메라 워크)에서부터 자신이 진샤에게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임을 암시한다.
진샤는 영주권 취득 문제로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고, 초록머리 역시 마약을 유통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몰래 이를 운반하는 일을 하는 중이다. 즉 그녀들은 모두 남자에게 구속당하는 동시에 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여자의 만남은 어떠한 변화를 촉발해낸다. 그리고 새로이 시작된 변화에서 두 사람은 남자를 매개하지 않은, 즉 위태롭지만 매혹적인 날 것의 자유를 마주한다.
매사에 조심스럽고 조용한 성격의 진샤와 모든 일에 즉흥적이고 본능대로 행동하는 초록머리. 영화는 가난과 폭력 속에서 살아온 두 여자가 만들어내는 로드무비의 질감을 과감하고 풍성하게 담아낸다. 지금껏 대체로 화려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온 판빙빙이 수수한(혹은 초췌한) 맨얼굴로 선보이는 감정 연기와 진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이주영의 새로운 매력이 잘 어우러지는 영화다. 〈녹야〉는 퀴어 캐릭터의 재현, 과도한 상징과 암시, 여성 로드무비 클리셰의 반복 등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녹야〉의 과한 선명성은 〈델마와 루이스〉 이후 수없이 변주되어온 여성 로드무비를 아껴온 장르 팬들에게는 장르의 문법과 상징을 극대화하여 최대치로 맛보게 해주는 영화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배우와 감독은 한목소리로 조심스럽고 얌전한, 마음에 숨긴 게 많은 여성 진샤와 그녀와는 완전히 다른 매력의 초록머리가 서로에게 끌리며 겪는 변화를 이 영화의 매력 요소로 꼽았다. 이 모든 걸 설득해내는 것은 두 배우의 연기다. 판빙빙은 〈녹야〉가 “여성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는 영화”라며, “여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이를 직면하고 해결하며 다른 여성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녹야〉를 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는 그녀는 영화가 서로 다른 두 여성의 관계를 다룸으로써 사랑을 한층 더 다원적으로 발전시켜 표현했다는 점에 만족감을 표했다.
기존과는 다른,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때로는 동물적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초록머리를 연기한 이주영은 〈녹야〉 출연 제안을 수락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이 역할을 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두 여자가 고난을 헤치고, 달려 나가는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를 보고 싶고,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녹야〉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출연 여부를 고민하던 중 판빙빙의 진심을 담은 손 편지 덕에 〈녹야〉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열정을 전달받아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코로나 팬데믹이 절정이던 시기에 촬영했기에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는 〈녹야〉는 스토리와 메시지뿐 아니라 제작 과정 역시 하나의 도전이었다. 판빙빙은 이 어려움을 이겨낸 현장 스태프 대부분이 여성이었다는 점을 들어 〈녹야〉를 완성해낸 힘도 여성의 역량에 있었다고 강조했다.
진샤와 초록머리가 마주한 체계적이고, 구조적이며, 만연한 (남성) 폭력 앞에서 둘은 종종 무너지고 때로는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둘 만의(여성들만의) 경험과 감정에 기반해 전에 없던 초록빛 밤을 만들어냈다. 여성 로드무비의 2023년판 버전이자 판빙빙, 이주영 두 배우의 변신과 케미가 빛나는 〈녹야〉, 2023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이 화제작을 부산에서 즐겨보길 권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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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선택지를 만드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보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영화. 종종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영화 [미스트]는 이렇게 세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확실히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은 소설을 영상으로 전환했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극대화해주는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는 흔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백인 남성인 것이 웃기다고도 생각했다. 너무 전형적이니까. 그래서였는지 마지막에 그런 생각들이 산산조각 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게 바로 미국식 자조인가 싶기도...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안개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작은 존재인지를 더욱 부각한다. 부각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어 보면 그들은 모두 같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사실 이 미지의 존재는 죽음과도 같은 말이다. 우린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까. 그저 미지의 세계로 가버리고 남은 육체만을 볼 뿐이니까.
같은 공포 앞에 서 있어도 사람마다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카모디 부인. 평소에도 음모론을 떠들어대는 그녀였기에, 동네 사람들은 안타까운 일을 겪고 정신이 반쯤 나간 여자로 치부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될수록 그녀는 점점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실체 없는 두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실체 없는 믿음을 가지는 인간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카모디 부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미지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허황된 믿음을 만들어냈다.
데이빗은 마트에 있다간 희생양이 될까 무서워 마트를 탈출한다. 공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또 다른 공포를 향해 뛰어드는 이 행동 역시 모순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종종 우리가 선택을 한다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정해져 있는 최악의 비극을 피해 차악을 선택한다고 말이다. 영화는 그러한 우리들의 생각을 처참히 깨부순다.
도망가던 데이빗 일행은 결국 연료가 떨어져 동반자살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총알은 네 개, 사람은 다섯.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주고 데이빗은 차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 순간, 안개가 걷히고 사람들을 태운 탱크가 지나간다.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가장 바보 같은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운명은 걷히지 않는 안개처럼 우리를 덮친다. 그 안에서 재고 판단해 봐야, 어차피 결과는 안개가 걷힐 때까지 모르는 일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때론 그 공포심이 극에 달해 절망감으로 치달으려는 때가 온다. 우리가 막아내야 하는 건 바로 그 순간이다.
희망과 절망은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아주 미약한 바람에도 쉽게 넘어가 버린다.
바람을 견디고 정해둔 길로 꿋꿋이 나아가다 보면 공포는 차츰 사그라든다. 희망이 더 커질 때, 안개가 걷히면 그제야 자신이 걸어온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인생에서 겪은 대부분의 일이 그 순간에는 크게 느껴졌지만 지나와서 보면 별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구조된 사람 중에는 일이 터졌을 때 마트에서 딸들에게 가야 한다며 홀로 길을 나섰던 여성도 있다.
그 여성은 단 한 번도 공포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어린 딸들을 향해 발을 내디뎠고, 뒤돌아 보거나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삶에 대한 굳센 의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데이빗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어쩌면 우리가 모든 것을 최악이라고 믿기 때문에, 덜 나쁜 것을 고르려고 하기 때문에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한다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선택지일지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속에 도사리는 공포가 나를 자꾸만 자극하려 들겠지만. 최고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런 속삭임에 넘어갈 리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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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사지 ?
※배꼽주의※
원조 스우파 배윤정과 함께 풀어보는
영화+댄스+토크쇼!!!!!! 1석3조!!!!!
"리뷰야 댄스가 하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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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를 느껴봐 #Feelthebeat #넷플릭스 #영화추천 #씨네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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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보컬의 예술을 영원히 바꿔 놓은 재즈의 초상 ‘빌리 홀리데이’
무대 위에선 모두의 박수를 받는 ‘레이디 데이’였지만
무대 아래에선 시대의 폭력과 광기에 끝없이 시달렸다.
도망칠 곳 없이 어둠으로 내몰린 삶 속에서도
그녀가 포기할 수 없었던 두 가지
세상을 위한 단 하나의 노래
그녀를 위한 단 하나의 사랑.
Stay tuned for LAD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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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품을 수 있지만,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엔젤’
단 한 번도 원하는 삶을 살아본 적 없던 그녀에게
운명처럼 오직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나타난다
무조건적인 그의 사랑에 ‘엔젤’은 매번 도망치지만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진정한 세상을 알아가는데…
사랑이 이끄는 순간, 눈부신 기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