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06-21 08:20:16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씨네 키즈 5플러스 1
키즈 도슨트
도슨트란 무엇일까? 도슨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키즈 도슨트는 무슨 뜻일까? 어린이들이 영화를 알려주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어린이들이 소개해 주는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 작품은 바로 건전지 아빠이다. 이 영화를 소개해 준 개봉 초등학교 4학년인 정인규 학생은 가족의 소중함과 아빠에 대한 고마움을 그린 영화라고 한다. 건전지 아빠에 나오는 아빠는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정말 좋은 아빠의 모습으로 나온다. 잠잘 때 자식이 모기들에게 물릴까 봐 모기들을 물리치는 모습, 낚시를 하러 갈 때 우연찮게 홍수를 겪어 자식을 지키려는 태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진실한 모습이다. 또한 건전지가 생명체처럼 살아움직이는데 그 건전지조차도 자식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건전지로 비친다. 때론 가정에서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식을 지키려고 하는 아버지의 헌신은 언제나 눈물겹다. 우리가 일상에 쓰는 건전지조차도 누군가에겐 가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영화이다.
혹시 물방울이 살아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황량한 사막에서 귀여운 물방울의 모습이 나온다면 어떨까? 이 물방울은 그늘이 있는 곳에서만 살아있을 수밖에 없는 특징을 지녔다. 그렇기에 사막 한복판에서 그늘을 벗어나는 건 죽음을 뜻한다. 자신의 몸이 기체가 되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구가 없는 물방울은 초록색 거대 나뭇잎들로 무장한 드래곤을 만난다. 이 녹색 드래곤은 물방울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함께 친구가 돼주었다. 하지만 녹색 드래곤과 물방울의 관계는 언제나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물방울과 함께 사막을 가던 중에 녹색 드래곤은 탈진하게 된다. 미동조차 보이지 않는 그런 녹색 드래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물방울이 기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비를 내려주는 것이다. 결국 물방울의 존재는 사라졌지만 녹색 드래곤에게 내리는 비가 되어 마지막 친구로 남게 되었다는 슬픈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스위티라는 충치균이 있다. 이 충치균은 특이하게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움직인다. 그런 스위티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양치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이다. 어렸을 때 충치가 생겨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충치균이 주는 아픔에 대해 잘 공감할 것이다. 스위티는 이빨을 깨끗이 닦지 않는 어린이들의 입속에 달라붙는다. 이렇게 무서운 스위티는 생각보다 어린아이들에게 친숙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이빨을 깨끗이 닦으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 재현이는 양치를 하지 않고 잠을 자는 그런 아이지만 치과에 가서 충치를 발견한 이후로 양치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이 영화를 소개한 개중 초등학교 4학년 김한나 학생은 나쁜 친구들이라는 이 영화 제목처럼 충치가 주는 아픔에 잘 공감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따뜻한 그림체라는 호평도 남겼다.
무언가 도전하지 않으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 같다.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단짝 친구를 만난다는 스토리의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수달이 나오는데 두려움이 많은 성격이라 친구도 없는 외톨이로 나온다. 그러나 외로움을 떨쳐내고 한 발걸음 나아가 자신과 같은 친구 수달을 만나 서로 행복하게 지낸다. 무언가 시도해 보고 후회하라는 말이 있듯이 한 번이라도 도전해 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시부족의 아버지와 소년은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는다. 숙련된 실력을 발휘해서 많은 물고기들을 잡지만 결국 소년은 아버지 몰래 틈을 타 어린 곰에게 잡은 물고기들을 모두 양보한다. 아버지에게 혼나려는 찰나에 도망가는 소년은 낭떠러지에 떨어지고 그곳에서는 거대한 몸집의 곰이 있었는데 소년을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 곰은 발에 큰 상처가 있어서 잘 움직이지 못해 소년을 해칠 수 없었다. 곰과 소년은 소년의 아버지가 던진 밧줄로 목숨을 구한다. 알고 보니 그 곰은 소년이 물고기를 양보한 어린 곰의 부모였고 그 이후로 서로를 잘 알게 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하루살이는 며칠 동안 목숨을 늘릴 수 있을까? 이 궁금증을 알 수 있는 어떤 하루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하루만 사는 운명이지만 짝짓기를 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전부 바치는 하루살이에게는 하루라는 시간은 거대한 의미로 다가온다. 그래서 하루살이들은 죽지 않으려고 짝짓기를 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데 몰두한다. 하지만 하루살이들은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결국에는 사랑하고 나면 죽음이다. 짧은 인생에 사랑을 하고 죽는다니 로맨틱하지만 결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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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
감독: 요아킴 트리에
출연: 레나테 레인스베, 안데스 다니엘슨 리 등
장르: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국가: 노르웨이
상영시간: 121분
개봉일: 2022.08.25
사랑을 통해 찾아가는 진정한 내 모습
서른을 앞둔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는 의대생에서 심리학 전공으로, 사진작가에서 작가 지망생으로 직업을 수시로 바꾸고, 진로의 변화에 따라 만나는 애인도 함께 바뀐다. 유명한 만화가 '악셀(안데스 다니엘슨 리)'과 안정적인 연애를 하는 듯하지만 커리어를 쌓아 사회적 위치를 확보한 그와 달리 서점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자신의 상황에 심리적인 갈등을 겪는다. 이후 우연히 파티장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에이빈드(할버트 노르드룸)'를 만나 편안하고 유쾌한 시간들을 보내지만 여전히 모호하기만 한 정체성과 장래가 다시 한 번 '율리에'를 괴롭힌다. 그는 진정한 사랑과 자신이 꿈꾸는 것 모두를 찾을 수 있을까?
과감한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감각적인 로맨스 영화의 탄생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마치 단편 모음집처럼 여러 개의 플롯으로 쪼갠 구성, 과감한 쇼트와 독특한 연출 방식을 통해 혼란이 깃든 '율리에'의 심리로 몰입을 이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처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각각의 부제가 있는 14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음에도 줄거리가 뚝뚝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챕터별 구성 때문에 내용을 질질 끄는 구간이 없고, 호흡이 빠르기 때문에 지루함이 없고 라디오에서 각기 다른 연애 사연을 듣는 것처럼 모든 챕터가 흥미롭다.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모든 것이 멈춘 세상에서 '율리에' 혼자만이 '에이빈드'를 향해 뛰어가는 장면이라던가 약에 취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신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한 것 등 로맨스 장르의 작품을 풀어내는 방식도 매우 신선하다. 대중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도시 '오슬로'를 배경으로 해 길가에서 달리는 장면마저도 로맨틱하게 그려지며 섹슈얼한 장면마저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감정 표현을 요하는 '율리에'로 분한 '레나테 ㄷ레인스베'와 '악셀'이라는 사람이 실존하는 것처럼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는 연기를 보여준 '안데스 다니엘슨 리' 두 배우의 열연이 이끄는 힘도 강렬하다. 심도 있는 이야기와 감각적인 장면들, 뛰어난 배우들이 만나 '나'와 '사랑'을 주제로 한 감각적인 작품을 완성도 있게 그렸다.
사랑은 거들 뿐, 골치아픈 자기탐색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보통의 범주에 속한 로코 무비는 아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란 본디 사랑으로 맺어진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그리지만, 이 작품은 주인공 '율리에'가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랑이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될 뿐이다. 단순히 로맨스적인 측면만을 고려하면 율리에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악셀'은 율리에의 꿈을 누구보다 응원하고, 대화도 잘 통하는 남자였으며 '에이빈드'는 다정하고 헌신적인 애인이었다. 율리에는 부족함 없는 연애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은 완전하게 채워지지 않았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어진 남녀의 관계 속에 자신의 이름으로 온전히 설 수 있는 위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율리에'는 서른을 앞둔 사회초년생이지만 40대 중반의 남자친구 '악셀'은 인지도와 커리어를 모두 갖춘 인기 만화가다. 율리에는 그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진로를 바꾸기만 하고, 아르바이트생에의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그와 비교하며 마치 자신이 인생의 조연인 것처럼 느꼈다. 비슷한 나이대의 사회적 위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에이빈드'를 만날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율리에를 위해 헌신할 줄 아는 남자였지만 서로를 따스하게 감싸주는 사랑만으로 그녀의 갈망을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결국 이 작품은 '율리에'가 뜨거운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부딪히고 쓰러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핵심이다. 사랑은 단지 '나'를 찾는데 쓰이는 수단일 뿐이며 '율리에'는 두 남자와 사랑의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을 만나 행복해 하고 아파하는 시간을 겪으며 자아를 조금씩 찾아나간다. 남녀의 로맨스가 아닌 '율리에'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영화를 바라본다면, 그의 모순적인 태도를 답답해하기 보다는 그녀와 헤어진 것과는 별개로 끝까지 성장을 응원하던 '악셀'처럼 율리에가 자아의 혼란과 내적 갈등을 이겨내기를 바라게 된다.
최악일지도 모르는 나, 누구에게나 있을 방황의 시간
극중 '악셀'은 '율리에'에게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는 말을 한다. 그녀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이는 애인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원제에 대한 번역이 작품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은데, 직역하면 '세상 최악의 인간'에 좀 더 가깝다. 번역된 제목만 놓고 봤을 때는 여러 남자와 사랑을 하며 최악의 인간들을 경험하는 스토리가 예상되지만, 작품에서 말하는 최악의 인간은 결국 '율리에' 자신이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잘 썼다고 칭찬을 해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뭔가를 원하긴 하는데 스스로도 알지 못해 주변 사람을 피곤하게 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고 싶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 때문에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는다. 이러한 방황의 시기에 두 남자를 만나며 이별을 반복함으로써 사랑할 때 최악의 인간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작품은 변덕스럽고 모순적인 '율리에'의 행동을 비난하지 않으며 관객에게도 이를 유도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저 이상을 향한 욕망과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고, 진로 결정에 대한 큰 고민을 하는 사회초년생일 뿐이기 때문이다. 과연 상대방에게 최악의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악셀'과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거나 '에이빈드'의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선택지를 고르는 게 바람직했을까? 인생에서 사랑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상대에게 최악의 인간이 되는 것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면, 설령 누군가 비난을 할지라도 본인을 위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같은 형태는 아닐 지라도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방황이기에 우리는 '율리에'를 욕하지 않고 기꺼이 공감하고 응원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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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 시사회에 초청 받아 작성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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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이었어
학창 시절 가장 친했던 당신의 단짝을 기억하는가?
나의 단짝을 떠올려본다. '처음'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공유한 타인. 별거 아닌 일에도 눈만 마주쳤다 하면 깔깔 웃곤 했던 그때. 유머 코드도, 대화도 잘 통했던 우리. 오랫동안 함께 하리라고 믿었던 어린 나. 번호조차 모를 미래는 상상도 못 했다. 그 친구는 가끔 꿈에 나온다. 우리는 때로 화해를 하고, 때로 싸우고, 때로 예전처럼 이야기를 나눈다. 눈을 뜨는 순간 실제 같은 잔상은 빠르게 사라진다. 오묘하다. '오묘함'은 대체 어떤 감정인지 몰라서 어떻게 떨칠 수 있는지 모른다. 추억이 된 단짝과의 기억은 그렇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안생도 비슷한 아침을 보냈을까.
꼬꼬마 시절, 안생과 칠월은 같은 학교에 다녔다. 공통점이라곤 그거 하나인 것 같았다. 칠월은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나 모범생의 길을 걸었다. 공부도 잘하고, 말썽도 안 피우고, 하라는 일은 착실히 해냈다. 안생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길을 만들어 갔다. 성향이 상극인 두 사람은 종일 붙어있다시피 한다. 정반대여서 끌렸을까?
▶ 그래야만 하는 칠월, 그래도 되는 안생
안생과 칠월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수록 둘이 걷는 방향이 멀어진다. 안생은 공부 대신에 미용을 배우고, 칠월은 어려서부터 듣던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공부한다. 둘의 마음은 멀어지지 않았다. 안생은 여전히 칠월의 가족처럼 식탁에 앉는다. 칠월은 조금 불만이다. 저에겐 타박만 하는 어머니가 안생을 다정하게 대한다.
태도뿐만 아니라 들려주는 말도 다르다. 칠월에게는 바른 삶을 이야기한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고, 그마저도 힘드니까 좋은 대학에 가서 적당한 때에 결혼을 해야 한다며. 칠월은 그 조언을 진리라고 믿었다. 한 번도 엇나가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안생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자유분방함과 씩씩함, 복스럽게 먹는 모습 따위에 대한 칭찬만 들었다.
칠월은 친딸이고, 안생은 딸의 친구라서 하고 싶은 말이 달랐을까? 어쩌면 둘이 태생부터 다르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칠월은 얌전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유약한 아이. 안생은 밝고, 쾌활하고, 재밌고, 흥이 많은 아이. 안생이 훔쳐온 귀걸이를 칠월의 어머니께 선물하자, 칠월은 도덕성에 어긋난 안생의 행동을 꼬집는다. 안생은 언젠가 갚을 생각으로 가져온 거라 훔친 게 아니라고 답한다. 칠월의 어머니가 사실을 알게 되면, 안생보다는 친구를 말리지 않은 칠월을 나무랄 것이다. 칠월을 '그래야 하는' 아이로 키워왔다.
안생은 곧 넓은 세계로 나가겠다며 고향을 떠난다. 칠월은 고향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우직하게 자리를 지킨다. 대학교에 입학하자, 이제 꼭 해야 하는 공부는 끝났다. 앞으로 할 일을 직접 찾아야 한다. 호기심과 들뜸을 안고, 저마다 관심 있는 동아리 부스로 찾아가는 사람들. 칠월은 그 가운데에 우뚝 서 있다. 하고 싶다는 욕구를 품어본 것도, 그 욕구를 따라가 해소한 경험도 없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었다.
결국 주어진 길로 돌아온다. 칠월은 목표했던 신문방송학과 대신 경제학과를 졸업해 은행원으로 취직한다. 스물일곱에 애인과 결혼하면, 적어도 가족이 말했던 여성에게 안정적인 길은 따라갈 수 있다. 안생은 긴 시간 세상 곳곳에서 칠월에게 편지를 쓴다. 매 편지마다 직업도, 머무는 장소도, 어울리는 사람도 다르다. 매일을 다르게 사는 안생은 문득 재미를 잃는다. 지친 것이다. 오랜 여행을 마치고 자신의 고향, 칠월에게 돌아간다.
▶ 나는 네 존재만큼 부족하다
둘은 상해로 여행 간다. 칠월은 처음으로 고향에서 벗어났다. 정해진 길을 충실히 산 덕에 여행자금이 풍족하다. 하루하루 사는 것에 족하던 안생은 돈이 없다. 안생의 안내로 낡은 여관으로 간 둘. 칠월은 자신이 돈을 내겠다며 고급 호텔로 데려간다. 식사를 하러 나온 둘. 안생은 칠월에게 제가 살아온 방식을 보여준다. 바텐더에게 술 10병을 팔면 자신에게 공짜로 1병을 주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시끌벅적한 테이블로 가 내기를 건다. 20초 안에 안생이 한 병을 다 마시면 추가로 10병 시키기로. 안생은 해낸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술병을 따는 안생. 잠시 머물렀던 테이블에서 두 남자가 다가와 말을 붙인다. 안생은 친구가 술을 못한다며 자연스레 거절하려고 한다. 칠월은 술잔을 단숨에 비운다. 당황한 안생, 다시 빌붙으려는 남자들을 융통성 있게 쫓아낸다. 상황을 가볍게 넘기려고 애써 농담을 붙이는 안생. 칠월은 날카롭게 받아친다. 감정은 말이 오갈수록 격해지고, 결국 안생의 언행이 저급하다고 깎아내린다. 안생도 지지 않았다. 고향을 떠나지 못한 칠월을 비꼰다. 상처만 남은 여행은 각자 찢어진 채로 끝난다.
안생에게 있는 것이 칠월에게 없고, 칠월에게 있는 것이 안생에게 없다. 전자는 자유로운 사고, 친화력, 추진력이고 후자는 따뜻한 가정, 안정적인 삶이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동시에 부러워한다. 성격과 가정환경은 후천적으로 창조할 수 없다. 절대 가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갖고 싶어 하고, 그것을 가진 이의 자랑에 자존심이 깎인다.
둘의 사이는 극악으로 치닫는다. 칠월의 삶은 안생과 애인뿐이었다. 칠월이 가졌기에 안생은 가질 수 없는 사람, 칠월의 애인 가명. 오래전, 안생이 떠나기 전에 가명은 가장 소중한 목걸이를 안생에게 주었다. 둘의 이상한 분위기를 두 눈으로 보았음에도 칠월은 모른 척했다. 둘 다 가지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안생에게 뺏기기 싫었다. 안생을 다시 만난 칠월은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낸다. 칠월이 이전에 저급하다고 말했던 방식대로 안생을 공격한다.
느지막이 칠월은 깨닫는다. 정해진 수순을 따라서 가명과 결혼을 해도 행복은 없을 것이다. 살면서 온전히 자신 뜻대로 무언가를 한 적도, 원한대로 된 적도 없었다. 칠월은 큰 결심을 단행한다. 가명에게 결혼식 날 도망가라고 말한다. 그래야 자신도 당당하게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며. 그렇게, 둘의 사이는 끝났다. 고향을 벗어나 혼자 살아가던 칠월은 안생을 찾아간다. 부른 배를 안고서.
안생은 직장을 잡고, 결혼할 애인을 옆에 두고, 한 곳에 머문다. 예전의 칠월이 살던, 매일이 똑같은 삶이다. 칠월은 지난 일들을 털어놓으며 미움, 분노, 억울함까지 고백한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한다. 안생처럼 이곳저곳 정처 없이 떠도는 삶, 정해진 길이 없는 삶, 하고 싶은 것을 주저 없이 따르는 삶. 안생과 칠월은 서로의 인생을 바꾸기로 한다. 칠월의 아이는 안생이 맡고, 칠월은 생애 첫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 그래서 너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이었어
자유를 얻은 칠월은 안생의 흔적을 따라간다. 여관, 유람선, 바, 거리. 안생은 후에 가명을 만나 칠월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명은 안심한다. 하지만 안생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진다. 가명이 현실이라고 믿는 그 이야기는 사실 안생이 쓴 소설의 픽션 부분이었다. 칠월은 아이를 세상에 남기고 죽었다. 자유를 한 번도 느끼지 못하고 떠난 친구의 명복을 안생이 빌어주기로 한다. 적어도 소설 속 칠월은 어디든 갈 수 있고, 얼마든 머물 수 있고, 무엇이든 즐길 수 있다.
누가 만든지도 모를 길을 견뎌내느라 지쳤을 칠월, 자유에 손 뻗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헐뜯던 칠월, 자유를 쉽게 얻은 안생을 미치도록 부러워했던 칠월. 신중하고, 겁 많고,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이 초등학생이었던 시절, 화재경보기를 장난으로 울리려고 한다. 안생은 경보기를 감싼 유리를 깨뜨리려고 돌멩이를 쥐었지만, 망설인다. 뒤에 있던 칠월이 안생의 손을 잡고 유리를 부쉈다. 스릴을 즐기고, 겁 없고, 장난기 많았던 칠월. 정해진 길을 걷기 위해서 제거해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니 안생이 그린 칠월의 자유로움은 칠월의 바람이 깃든 것만은 아니다. 잃어버린 칠월을 되찾은 이야기이다.
'너 자신을 알라'.
사회의 무수한 기준, 잣대, 평가에 나를 욱여넣던 지난날. 이제 뒤돌아 자신이 찍은 발자국을 살펴볼 시간이다. 내가 원했던 방향을 걷고 있는지, 이상과 다르다면 얼마나 다른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래서 어떻게 할지. '나'에 관한 답을 만들어 갈수록 생각은 명확해지고, 길은 뚜렷해진다. 물론 어렵고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해볼 만하지 않을까?
*사진 출처는 모두 네이버 영화입니다.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원작
도서 칠월과 안생
러닝타임
110분
감독
증국산
출연
주동우(안생 役), 마사순(칠월 役), 이정빈(가명 役) 등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박윤혜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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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코> 리뷰
멕시코의 전통과 디즈니 클리셰의 결합
멕시코의 어느 마을. 구두를 닦고 있었던 미구엘이라는 소년이 마라아치란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원래 미구엘은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란 전설의 음악가를 동경해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대대로 신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던 가족들에 의해 음악을 금지당했단 내용이었다. 마라아치는 에르네스토였다면 바로 기타를 들고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했을 것이라며 용기를 준다. 미구엘은 마침 죽은 자들의 날에 열리는 음악 경연 대회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지만 가족들에 의해 다시 퇴짜를 맞는다. 자신의 기타도 이 와중에 망가진다. 결국 미구엘은 에르네스토의 무덤으로 가 기타를 훔치기로 한다. 미구엘은 에르네스토가 자신의 잃어버린 조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에르네스토의 기타와 자신의 기타가 똑같은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타를 잡았을 때 미구엘은 사후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축복을 받아야 했는데, 그것을 위해 미구엘은 에르네스토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헥토르라는 청년을 만나 에르네스토를 찾아간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에 실제로 있는 명절이다. 이 날에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던 가족들의 사진과 유품을 자신들의 집의 제단에다가 놓고 그들을 추모한다고 한다. 그러면 죽은 가족들이 그 제단을 방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날은 아즈텍 사람들의 제사였던 '영혼의 축제'에서 유래한다. 아즈텍 사람들은 사람의 삶이 꿈에 지나지 않고 죽음을 통해 진정한 삶을 획득한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라 아즈텍 사람들도 해마다 죽은 사람들을 분류하고 제사를 지냈는데, 이 때 죽은 사람들이 이승을 방문해 제물에 따라 풍요나 저주를 내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코코>는 사후 세계를 주요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이승처럼 화사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오히려 영화의 사후 세계는 이승보다 더 활기차 보인다. 조그만 마을로 묘사된 이승에 비하면, 사후 세계에는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공중에 철로를 깐 전차들이 돌아다니고, 이승과 사후 세계의 경계를 오가는 사람들과 그들을 검문하는 경찰들로 가득하다.
죽은 자들의 날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은 분위기뿐만이 아니다. <코코>는 죽은 자들의 날이 세상을 떠난 가족을 기억하는 날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이야기 전체를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나서는 여행으로 꾸며낸다. 이승에 생전의 사진이 없으면 사후 세계에 있어도 영원히 사라진다는 새로운 설정도 추가되었다. 헥토르가 미구엘과 협력했던 이유도 미구엘이 축복을 통해 이승에 복귀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사진을 이승에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낯선 것을 통해 익숙한 것을 드러내는 디즈니의 영리한 변주가 돋보이는 모습이다. 영화 초반까지는 미구엘이 사후 세계 속의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구엘이 한계를 딛고 꿈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다가, 영화 중반에 그 전략의 실체를 드러낸다. 드디어 미구엘이 에르네스토와 만나서 그의 축복을 받으려 했지만, 미구엘에게 다른 가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헥토르는 분노에 차서 에르네스토에 대한 진실을 폭로해버린 것이다.
미구엘은 그 폭로를 통해 에르네스토가 헥토르의 곡을 뺏고 헥토르를 독살한 점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헥토르는 자신의 증조할머니인 코코의 아버지, 즉 에르네스토가 아니라 헥토르가 자신의 잃어버린 조상이란 것, 그리고 미구엘이 좋아했던 에르네스토의 Remember Me라는 음악이 헥토르가 딸 코코에게 들려주고 싶어했던 음악이란 것을 고백한다. 헥토르는 시간이 지나고 더 이상 가족을 내버려둘 수는 없겠다 싶어서 에르네스토한테 가족에게 돌아가겠다고 선언해버린다. 그러나 에르네스토는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에르네스토는 헥토르의 곡이 없으면 공연을 못 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에르네스토가 헥토르를 독살하고 그의 곡을 뺏어서 인기 스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구엘의 가족들이 음악을 싫어하고 헥토르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했던 것이다. 헥토르가 꿈을 이루겠다고 가족을 버린 것도 괘씸하겠지만, 그가 죽어서 가족들에게 돌아왔단 점이 후손들에게도 큰 트라우마가 됐을 것이리라.
가족에 대한 기억, 여성들에 대한 기억,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들의 한을 안 모양인지 영화는 그 속에서 소중한 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여성들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남편이 떠나고 난 뒤 구두 장사를 해서 미구엘의 집안을 구두 명가로 만든 마마 이멜다, 그것을 계승한 코코, 미구엘의 할머니, 그리고 그것을 계승했던 가문 속 수많은 이름 없는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 중 마마 이멜다는 영화 속에서 해결사 노릇을 하기도 했다. 한편 영화에는 프리다 칼로라고 하는 멕시코의 유명 화가도 나온다. 그녀는 생전에 여러 장애를 딛고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었지만, 남편이었던 디에고 리베라의 여성 편력 때문에 힘들어했던 적이 있었다. 이 배경 지식이 프리다가 미구엘을 도와주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에르네스토에게도 남편의 모습이 보인 이상, 이제는 에르네스토에게 영원한 인생이 좌우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에르네스토가 자신의 자손이라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꼬마(미구엘)한테 어마어마한 호의를 베풀어줬던 장면은 그가 디에고 리베라처럼 여성 편력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해주는 증거이다.
<코코> 속 여성들에게 보내는 찬사의 정점은 마침내 이승으로 돌아온 미구엘이 코코한테 Remember Me를 불러주는 순간에 나타난다. 마침내 헥토르가 가족을 버리고 음악을 하러 갔던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했던 바람이 가족들에게 전달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 노래를 들은 코코는 노래를 부르면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되찾고, 헥토르의 사진을 서랍에서 꺼내 미구엘에게 준다. 그 이후 헥토르는 다시 기억되어 사라지는 일이 없어지게 되었다. 당연히 가족들이 가지고 있었던 트라우마도 해결되어 더 이상 미구엘에게 음악을 그만 두란 소리를 하지 않게 된다. 한편 미구엘이 사후 세계까지 다녀오면서 겪었던 그 기묘한 여정은 헥토르뿐만 아니라 헥토르로 대표되는 수많은 이름 없는 뮤지션들, 그리고 가장이 실종된 가장을 이끌어나갔던 수많은 여성들을 다시 기억에 각인시킨다. 그리고 에르네스토를 통해 꿈을 추구해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기억에 상처를 입히진 않았는지, 더 나아가서 누군가를 기억에서 지워버리려고 하지는 않았는지를 자문하게 만든다.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 과연 미구엘은 행복해졌는가?
하지만 <코코>가 이름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의 회복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미구엘의 행복에 대한 영화라면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 영화에서 또 하나 기억에 남았던 장면. 미구엘과 헥토르가 에르네스토를 만나기 전, 그를 만나기 위해 음악 경연 대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때 그는 죽은 사람의 분장을 하고 관중들 앞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그 때 미구엘의 얼굴에는 성취감이 넘쳤다. 문제는 이미 에르네스토가 꿈의 파괴적인 결과를 미구엘에게 보여준 이상, 그 성취감은 가족을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박탈이 되어야 한다. 꿈과 가족. 그 양쪽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 영화는 미구엘과 헥토르의 음악을 가족과 그들을 기억하는 수단으로 바꾸는 전략을 선택한다. 그 예로 분장을 했을 때 미구엘이 불렀던 곡은 자신이 사랑에 미쳐 있다던가(Un Poco Loco), 세계가 나의 가족이라던가(The World Es Mi Familia) 하는 식으로 자신을 드러낸 곡이었다면, 이후 가족들 가운데에서 부르는 곡은 가족들에게 자신을 기억해달라던가(Remember Me), 가족들 안의 사랑은 영원할 거라는(Proud Corazon) 내용이었다.
아까도 이야기했듯 죽은 자들의 날은 아즈텍 사람들이 이승을 꿈으로, 사후 세계를 진짜 삶으로 생각했던 사고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이승에서 '가족'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미구엘이 진짜 모습인가, 아니면 비록 죽은 사람처럼 행세를 해야 했지만 처음 의도했던 대로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사후 세계에서의 모습이 미구엘의 진짜 모습인가. 영화가 지니고 있는 따뜻함은 애써 이 고민은 쓸모가 없다고 재빠르게 결론을 짓는 듯하지만, 사후 세계의 활기찬 모습, 미구엘이 처음 기타를 치면서 보여준 행복한 표정, 한때 자신을 구하러 온 마마 이멜다한테 "나는 음악을 해야 행복한데, 그걸 뺏으려고 하잖아요!"라고 일갈했었던 것을 보면 아직 미구엘 안에 있는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미구엘에게 가족들이 초반처럼 음악을 뺏은 거나 마찬가지의 상황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어른들의 비정한 세계는 에르네스토를 통해 폭로됐고, 그리고 그 모습이 미구엘을 이미 여정으로 이끈 동력으로 작용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날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지네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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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비 알고리즘] 어른들을 위한 동화
[무비 알고리즘 Movie Algorithm]:
[무비 알고리즘]에서는 다양한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본다. 너무나 달라보이는 영화들. 그것들에게서 어떠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번 무비 알고리즘의 연결고리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다룰 작품은 웨스 엔더슨, 기예르모 델토로, 팀 버튼, 헬리 셀릭이라는 네 명의 거장이 자신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네 편이다. 공포와 코미디, 슬픔과 행복, 차가움과 따뜻함까지 그들의 영화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지금부터 그 영화들에 담긴 연결고리를 알아보자.길을 지나다가 발견한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영화 포스터. 포스터를 본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러 가자고 조른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스토리가 진행되자, 아이는 영화의 기괴함과 공포스러움, 그리고 잔인한 현실에 깜짝 놀라 눈물을 흘린다. 엄마, 아빠에게 영화관에서 나가자고 말하는 아이. 하지만 아이의 말을 못 들은 것인지 엄마와 아빠는 영화에 몰입했고, 그들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아이들의 눈물과는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어른들을 울린 동화 같은 이야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나보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Stop-Motion Animation)’이란?
영화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스톱모션’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스톱모션은 애니메이션의 한 기법으로, “물체를 아주 조금씩 움직여서 매 프레임을 촬영하고 이를 영상으로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이처럼 프레임을 연결하면 물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듯한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스톱모션은 캐릭터를 만드는 재료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질감을 묘사하는데 용이하다. 클레이나 목재,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촉각적 심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실질적 대상을 만들어서 촬영하므로, 다양한 카메라 구도로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고유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톱모션은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들고,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한 기법이라 많은 제작사가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해외의 ‘라이카 스튜디오’나 ‘아드만 스튜디오’, 국내의 ‘콤마 스튜디오’와 같이 스톱모션 기법을 고집하는 제작사들도 존재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다른 기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비단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뿐 아니라 실사영화나 광고 등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럼 지금까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았으니, 네 편의 영화들에 대해 알아보자.
<유령신부 Corpse Bride >
- 영화: 유령신부 (2015)
- 감독: 팀 버튼, 마이크 존슨
- 출연진: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밀리 왓슨 外
‘죽음과 삶 따윈’
어느 유럽 마을 생선 가게 졸부의 아들인 ‘빅터 (조니 뎁 分)’. 그는 신분상승을 원하는 부모님에 의해 몰락한 귀족의 딸인 ‘빅토리아 (에밀리 왓슨 分)’와 결혼을 약속한다. 서약 내용을 외우기 위해 숲속에 간 빅터는 너무나 몰입한 나머지 땅 속에 있던 ‘에밀리 (헬레나 본햄 카터 分)’의 손가락 뼈에 반지를 끼우게 된다. 빅터가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생각한 에밀리는 빅터를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사후세계에 간 빅터는 에밀리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그녀를 동정하게 된다. 그러나 빅토리아가 자꾸 생각나는 빅터. 결국, 에밀리를 속여 현실세계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는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때, 자신이 속은 것을 깨달은 에밀리는 빅터를 다시 사후세계로 데리고 간다.
에밀리는 빅터의 청혼이 실수였음에 좌절하는데, 그를 위로해주는 빅터로 인해 그들은 점점 가까워진다. 사라진 빅터로 인해 갑부 ‘바키스 (리처드 E. 그랜트 分)’와 결혼하게 된 빅토리아. 그 소식을 들은 빅터는 독약을 먹고 자신도 죽어 에밀리와 결혼하기로 한다. 하지만 바키스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게 된 빅토리아는 교회로 도망치고, 그 곳에서 빅터와 에밀리의 결혼식을 보게 된다. 에밀리 역시 빅토리아를 보게 되는데 그들을 위해 자신이 빅터를 놓아주기로 한다.
그 순간 빅토리아를 찾아온 바키스. 빅터와 바키스는 치열한 결투를 하게 되고, 결정적 순간 에밀리가 빅터를 구해준다. 사실 바키스는 오래전 에밀리를 죽인 장본인이었고, 다시 한번 에밀리를 모욕한다. 하지만 독약을 와인으로 착각하고 마신 바키스. 결국 악당 바키스는 유령들에게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빅터와 빅토리아를 위해 자신의 사랑을 포기한 에밀리는 나비가 되어 그들의 행복을 빌며 하늘로 돌아간다.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
팀 버튼 감독은 실사영화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지만, 그의 기괴하고 독특한 상상력은 스톱모션에서 더욱 빛났다. 그의 첫 작품이었던 <빈센트> 역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고,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나 <프랑켄위니>와 같이 대중과 비평가 모두를 만족시킨 훌륭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팀 버튼 감독은 이번 <유령신부>에서도 특별한 연출들을 선보였다.
유령신부에서 잘 나타나는 연출은 먼저 두 세계의 색감 대비이다. 작품의 색감을 살펴보면 현실세계와 사후세계의 색감이 너무나도 대비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빅터에게 있어 현실은 자신이 무엇 하나 결정할 수 없는 수동적이고 억압된 공간이다. 반면 저승은 자신이 선택하고 이에 따라 온전히 행동할 수 있는 주체성과 자유가 강하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숲이나 집과 같은 현실 속 공간은 회색이나 갈색 등 차분하고 낮은 톤의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반해 사후세계의 공간들은 청록색이나 보라색과 같이 화려한 색으로 활기차게 묘사된다.
캐릭터들 역시 마찬가지로 빅터의 부모님, 빅토리아의 부모님, 바키스와 같이 현실세계의 부정적 캐릭터들은 무채색의 색감을 가진데 반해, 에밀리와 벌레 친구, 유령들은 형형색색의 색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에밀리가 일반적인 유령의 색인 회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파란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색감을 통해 해당 캐릭터의 성격을 의도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처럼 유령이나 괴물 등 인간이 아닌 대상에게 오히려 인간보다 더욱 인간다운 모습을 부여하는 것은 팀 버튼 감독의 다른 영화인 <비틀쥬스 시리즈>나 <가위손>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또한 스톱모션 기술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에밀리로 대표되는 캐릭터들의 표정 역시 세밀하게 묘사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을 활용해, 얼굴 근육이나 눈동자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이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에밀리나 빅터, 빅토리아와 같이 길쭉하고 빼빼 마른 캐릭터들이나 해골들은 <팀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 속 ‘잭 스켈링턴’과 마찬가지로 스톱모션과 만났을 때 더욱 시각적 재미를 준다. 작품 초반 사후세계에서 유령들이 에밀리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춤을 추는 장면이나, 작품 후반 빅터와 바키스의 결투 장면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체형은 스톱모션으로 인해 시원시원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희생’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놓아 줄게”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되고, 역설적으로 들릴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내내 빅터만을 사랑했지만 그를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놓아준 에밀리. 그녀의 마음은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어느 순간 온전히 이해하고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이라는 비유가 너무나 극단적이라고 할지 몰라도, 사랑이나 꿈 등을 무언가가 갈라 놓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너무 좌절하거나 매달리지 말자. 멍이 들 만큼 꽉 쥔 손도 조금은 놓아보면 어떨까.
<개들의 섬 Isle of Dogs >
- 영화: 개들의 섬 (2018)
- 감독: 웨스 엔더슨
- 출연진: 브라이언 크랜스턴, 에드워드 노턴, 란킨 코유 外
‘개와 인간’
가까운 미래, 일본의 한 도시 ‘메가사키’ 그곳에서는 시민들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 병은 바로 ‘개 독감’ 즉, 개가 전염병의 원인이었다. 그러자 시민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메가사키의 시장 ‘고바야시 (노무라 쿠니치 分)’는 도시의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내쫓는 도그노포비아 정책을 실시한다. 하지만 고바야시의 입양아 ‘아타리 (란킨 코유)’는 아버지와 다르게 개를 사랑했고, 자신의 개 ‘스파츠 (리에브 슈러이버)’를 찾기 위해 쓰레기 섬, 일명 개들의 섬으로 향한다.
그 곳에서 아타리는 ‘치프 (브라이언 크랜스턴)’를 비롯한 개들을 만나,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타리와 치프 일행은 스파츠가 코바야시 연구소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 도착한다. 하지만, 아타리를 잡으러 로봇견과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은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그 순산 스파츠가 나타나 아타리와 치프를 구해준다. 그러던 와중 처음에는 아타리에게 적대적이었던 치프가 너무나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소년인 아타리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스파츠와 치프가 형제였다는 것이 밝혀진다. 어느덧 새로운 무리의 리더이자 아버지가 된 스파츠. 스파츠는 아타리의 경호견 자리를 치프에게 넘겨준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고바야시 시장이 쓰레기 섬의 개들의 안락사 조건으로 재선에 성공하였고 파티를 열고 있었다. 파티와 동시에 개들에게 겨눠지는 와사비가 든 총. 그 순간 아타리와 개 백신의 혈청을 가진 ‘트레이시 (그레타 거윅 分)’가 나타나고 그들은 치프에게 혈청을 주입한다. 개들을 살리자고 연설하는 아타리. 아들의 연설에 고바야시 시장은 마음을 바꾸고 안락사 계획을 취소하려 하는데, 그 순간 고바야시 시장의 집사가 공격을 하며 파티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아타리 일행은 승리하나 아타리와 스파츠는 크게 다친다. 다친 아들을 위해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준 고바야시 시장. 결국 아타리는 깨어나게 되고, 메가사키의 새로운 시장이 되어 스파츠와 치프와 함께 살아가게 된다.
‘털 하나부터 도시 전체까지’
미장센하면 뺄 수 없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이 미장센을 위해 <개들의 섬>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해 탄생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자체가 수많은 돈과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이번 영화는 일반적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수준을 넘어섰다. 영화를 만드는데는 2년이 넘게 걸렸는데, 대부분의 시간이 퍼펫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봉제인형)을 만드는데 사용되었다. 개들의 섬을 위해, 개 캐릭터 퍼펫 500개, 인간 캐릭터 퍼펫 500개 총 1000개의 퍼펫이 만들어졌다. 또한 캐릭터 하나당 총 다섯 가지의 사이즈가 제작되는등 엄청난 노력이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양적 노력 말고도 질적 노력 역시 병행되었다. 질적 노력의 대표적인 것이 퍼펫의 소재였다. 작품 속 개들의 털 질감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테디베어 공장에서 사용되는 알파카 털과 메리노 양털이 사용되었으며, 인간 캐릭터의 피부 생기를 살리기 위해 반투명 수지 점토를 사용했다. 또한 실제 같은 표정을 구현하기 위해 얼굴 교체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표정변화를 표현할 수 있었다.
캐릭터 말고 배경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커다란 규모의 세트장을 만들었고, 진짜 도시처럼 곳곳에 쓰레기를 배치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했다. 또한 CG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날로그 제작 방식을 통한 디테일을 중시하는 웨스 엔더슨 감독답게, 구름 하나하나 강물 하나하나까지 만들었다. 화면 속 구름은 솜으로, 강물은 샌드위치 포장지로 된 컨테이어 벨트로 만들었다. 또한 작품에 기괴함과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하는 기법인 ‘On Ones (1초당 24프레임)‘가 아닌 ‘One twos (2초당 24프레임)’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누가 봐도 웨스 엔더슨의 영화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그의 대표적 특징, 대칭적 구도와 균형. 속도의 조절을 통해 만들어진, 정적인 표현과 동적인 표현의 오고 감. 적절한 유머와 만화를 보는 듯한 이펙트와 편집은 스톱모션의 매력을 잘 살렸으며, 작품의 재미를 극대화했다.
‘저항의 미학’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만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들개>나 <7인의 사무라이>를 오마주한 구도가 나오는가 하면, 일본의 다양한 문화가 아름답게 묘사되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어가 작품 내내 등장하기도 하는 등 작품은 일본과 너무나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은 개봉 직후,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는 동양(일본)에 대한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을 갖고 있다고 논란이 되었다. 그 이유는 작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스테이시’ 일본 사회의 비랍리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백인 구원자의 서사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어가 자막 없이 등장한 것도 관객의 상상의 자유와 전체적 스토리의 집중을 위해서라는 감독의 설명과는 다르게, 인종차별 논란의 불씨를 지피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과 별개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비주얼과 믿고 듣는 음악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또한 개와 인간의 관계를 통해 파시즘과 환경파괴에 대한 경계, 다수에 대한 소수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어린 소년과 그의 개가 만든 우정, 그리고 그들이 함께하는 투쟁과 이야기는 너무나 작고 절실하기에 더욱 아름다웠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
-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 마크 구스타프슨
- 출연진: 이완 맥그리거, 데이비드 브래들리, 그레고리 맨 外
‘가족은 만들어지는 것’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한 노인이 거대한 소나무를 깎고 있다. 노인의 이름은 ‘제페토 (데이비드 브래들리 分)’. 노인이 만든 것은 비행기 폭격으로 죽은 자신의 아들을 닮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 (그레고리 만 分)’였다. 피노키오를 만든 그날 밤, 제페토가 잠든 사이 숲 속의 ‘푸른 요정 (틸다 스윈튼 分)’이 피노키오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피노키오는 생명을 갖게 된다. 살아난 피노키오를 본 제페토는 충격을 받으나 이내 피노키오를 자신의 아들처럼 키우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유랑극단의 ‘볼페 백작 (크리스토프 발츠 分)’은 피노키오를 이용하기 위해 데려간다. 하지만 피노키오를 다시 찾은 제페토와 볼페 백작. 그들이 싸우다가 피노키오는 교통사고를 당해 정신을 잃는다.
그러나 불사의 몸이었던 그는 이내 다시 이승으로 돌아온다. 볼페 백작의 부당한 계약서의 내용을 본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위해 극단에서 일하게 된다. 점점 인기를 얻게 된 피노키오는 어느덧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톰 케니 分)’를 위해 공연하게 되는데, 피노키오는 공연을 일부로 망친다. 결국 무솔리니의 경호원에 총에 맞아 죽은 피노키오. 이번에도 역시 피노키오는 이승으로 돌아온다. 돌아온 피노키오는 불사의 몸의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군사훈련을 하게 되는데, 훈련 중 공습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공습에 살아남은 피노키오의 앞에 볼페 백작이 나타나고 피노키오를 죽이려고 한다. 버로 그 순간, 피노키오의 친구가 된 볼페 백작의 원숭이 ‘스파차투라 (케이트 블란쳇 分)’이 그를 구해준다.
하지만 그들은 바다로 떨어지고, 바다괴물의 뱃속에 들어온다. 거기서 자신을 찾아온 아버지 제페토와 세바스티안(이완 맥그리거 分)과 재회한다. 그리고 그들은 괴물이 재채기하는 틈에 다행히 탈출하지만, 그 순간 기뢰가 터져 모두가 위험에 빠지고 피노키오는 죽게 된다. 한시가 급한 피노키오는 제페토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생을 포기하고, 영속의 모래시계를 깨버린다. 결국, 목숨이 하나 남은 평범한 목재인형이 된 피노키오. 그는 제페토와 스파자투라, 세바스티안 모두를 구하고 목숨을 다한다.
그 모습을 본 세바스타안은 피노키오를 올바른 길로 이끌면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냐며, 그를 돌려달라고 푸른 요정에게 애원한다. 푸른 요정은 그의 말을 인정하고, 세바스티안의 소원을 들어주게 되며 피노키오는 다시 살아난다. 제페토는 피노키오에게 사랑한다고, 네 모습 그대로 살아달라고, 피노키오는 제페토에게 아버지가 되어달라고 말한다. 제페토, 피노키오, 세바스티안, 스파자투라는 한 집에서 서로가 생명을 다할 때까지 살아가며 영화는 끝난다.
‘나무와 동화 ’
앞서 본 작품의 감독들 역시 자신만의 특별한 세계와 개성이 있지만, ‘기예르모 델토로’ 역시 잔혹하고 기괴하지만, 또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다. 어찌 보면 ‘팀 버튼’ 감독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필자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세계가 팀 버튼 감독보다도 진중하고, 잔혹하며 무겁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내내 깔려있는 찝찝하고 불쾌한, 하지만 어딘가 따뜻한 분위기. 이번 작품에서 이 분위기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캐릭터의 질감이다. 작품의 주인공 피노키오만을 두고 보더라도 정말 나무로 만든듯한 질감이 가히 예술이다. 목각인형 특유의 질감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그 거칠고 불완전한 질감은 피노키오의 아직 완성되지 못한 미숙하고 순수한 자아와 거기서 오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스톱모션 특유의 연출을 통해 물리적 질감이 잘 드러났다. 또한 수많은 크리쳐 디자인을 만들어온 기예르모 델 토로답게 ‘푸른 요정’의 날개나 ‘장의사 토끼들’의 털, ‘바다 괴물’의 피부 등은 사실적이진 않지만, 기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잘 전달했다.
피노키오의 움직임과 카메라 움직임 역시 스톱모션의 특징과 어울러져 특유의 느낌을 만들었다. 목각인형이라는 피노키오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은 단연 스톱모션일 것이다. 사람과 다르게 유연성이 없는 딱딱한 나무처럼 걸어다니는 피노키오의 움직임은 스톱모션만이 주는 정지된 느낌과 맞물려 절묘하게 작용한다. 카메라 움직임 역시 피노키오를 위주로 다이나믹하게 따라가거나, 공습이나 바다괴물 장면처럼 위험한 상황에서는 정말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더욱 쉬웠다. 이 외에도, 전쟁 중인 이탈리아 마을의 모습이나 바다, 숲 등의 배경을 충실히 구현해 잔혹하지만 아름다운 동화의 느낌을 살렸다.‘세상 끝에서 나와’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은 그의 작품 <악마의 등뼈>나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과 같이 전쟁이나 냉전시대의 혼란함에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곤 했다. 이번 작품 역시 1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상황을 바탕으로 동화 피노키오를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다. 피노키오는 작품 내내 제페토에게 그의 죽은 아들 ‘카를로’의 대체재 느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고 피노키오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피노키오는 카를로가 아닌 제페토의 아들 피노키오 그 자체가 된다.
전쟁이나 인신매매, 죽음 등 비도덕적이고 고통스러워서 인간이 무력감을 느끼는 상황 속에서 피노키오뿐 아니라, 제페토 역시 성장한 것이다. 순수하지만 따뜻한 피노키오. 이제 필자도 어느덧 자라, 아이가 아닌 어른의 시점에서 피노키오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피노키오를 바라보니,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함을 가진 그가 부러워졌다. 부디 피노키오는 가슴 속 그것을 영원히 잃지 않기를 바란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Coraline>
- 영화: 코렐라인: 비밀의 문
- 감독: 헨리 셀릭
- 출연진: 다코타 패닝. 테리 해처, 존 호지맨 外
‘꿈 속으로, 꿈 속에서’
새 집으로 이사온 ‘코렐라인 (타코타 패닝 分)’ 그녀에게 새 집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상한 이웃들에 찝찝한 풍경, 거기에 계속되는 부모님의 무관심까지. 심심한 코렐라인은 수맥 찾기 놀이를 하다 검은 고양이와 이웃집에 사는 ‘와이비 (로버트 베일리 주니어 分)’를 만나게 된다. 집에 돌아온 코렐라인은 집을 돌아다니다 막혀있는 작은 문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 밤 어떤 쥐가 그 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고 코렐라인은 따라가게 된다. 코렐라인이 통로를 지나 들어간 곳은 ‘다른 세계’였다. 그곳에는 단추 눈을 가진 ‘다른 엄마 (태리 해처 分)’와 ‘다른 아빠 (존 호지맨 分)’가 있었고, 그들은 너무나 친절했다. 그렇게 다른 세계에 빠져버린 코렐라인은 그곳과 현실 세계를 왔다갔다하게 된다. 그러나 코렐라인에게 그 세계는 위험하다고 말하는 이웃들과 고양이. 하지만 코렐라인은 이를 무시한다.
평소처럼 다른 세계에 있던 코렐라인. ‘다른 엄마’는 코렐라인에게 이 곳에서 살고 싶다면 눈에 단추를 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말에 두려움을 느낀 코렐라인은 얼른 잠을 자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 하지만, 눈을 뜨니 여전히 다른 세계였다. ‘다른 아빠’의 말실수로 코렐라인은 다른 세계가 ‘다른 엄마’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녀가 마녀라는 것을 알게된다. 결국 코렐라인은 탈출하려 하나, 다른 엄마가 이를 막아서고 코렐라인이 계속해서 반항하자 그녀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코렐라인을 거울 감옥에 가둔다. 그리고 그 곳에서 눈과 생명을 빼앗긴 3명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다른 와이비의 도움으로 겨우 현실 세계로 돌아온 코렐라인. 하지만 코렐라인의 부모님은 마녀에게 잡혀간 상태였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다시 다른 세계로 돌아간 코렐라인. 그녀는 자신의 눈과 부모님을 걸고, 마녀와 내기를 하게 된다. 세 개의 눈을 찾아야 하는 코렐라인. 그녀는 마녀의 방해에도 세 개의 눈을 모두 찾아낸다. 그러나 내기에 졌지만 마녀는 인정하지 않았고, 코렐라인은 마녀가 현실 세계로 돌아가는 문을 열게 유도해, 부모님과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열쇠를 찾기 위해 현실세계로 찾아온 마녀의 손. 코렐라인은 다시 한번 위기에 빠지지만 와이비의 도움으로 마녀의 손을 무찌른다. 결국, 평화를 되찾은 그들. 코렐라인과 와이비 그리고 부모님과 이웃들은 함께 파티를 하고 정원을 가꾸며 영화는 끝난다.
‘이곳에만 있는 너’
‘헨리 셀릭’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았는가? 물론, 위에서 만나본 3명의 감독에 비해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가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위대한 애니메이터이다.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과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의 연출을 맡기도 했으며, <코렐라인: 비밀의 숲> 말고도 2022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웬델 & 와일드>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실사영화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오고가며 작품 활동을 하던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스톱모션 외길인생을 살아온 헨리 셀릭. 그가 이번 작품에서 보여주는 특별한 요소들에 대해 알아보자.
해당 작품 역시 상당한 정성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른 세계’의 환상적인 모습을 위해 많은 풀잎들을 모두 인조털로 만들거나 하나하나 색을 칠해 꾸몄으며, 40 그루의 나무를 직접 만들었다. 또한, 주인공 코렐라인 인형은 28개가 제작되었는데, 10명의 스태프가 3, 4개월의 시간 동안 1개의 인형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머리카락을 표현하기 위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최초로 합성 모발을 사용하는가 하면, 55km가 넘는 촬영장소에 52개의 무대를 만들고 그 위에 130개가 넘는 세트장을 짓는 등 대규모 촬영 구역을 만들었다.
영화 속 장소를 보면, 같은 장소라도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가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대비를 보여주기 위해 각각 다른 거대한 규모의 세트를 만들었다. 특히 작품 속, ‘보빈스키 (이완 멕쉐인 分)’의 서커스와 ‘미스 스핑크 (제니퍼 손더스’), ‘미스 포서블 (돈 프렌치)’의 뮤지컬 공연 장면을 완성시키기 위해 300명이 넘는 스텝들이 일주일간 작업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74초 정도만 등장하지만 말이다. 이번 영화도 앞서 소개한 <유령신부>와 마찬가지로 두 대조적 세계를 색감을 통해 강조한다. 현실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회색과 무채색으로, 다른 세계와 그곳의 인물을 화려한 색으로 묘사한 것이다.
또한 다른 세계에는 따뜻한 조명을 사용해 그 공간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코렐라인이 다른 세계의 숨은 진실을 알아갈수록 그곳의 전체적인 색은 안개가 낀 것처럼 탁해진다. 작품을 촬영할 때 사용된 카메라는 실사 영화에서 쓰이는 카메라였는데, 이로 인해 실사영화와 유사한 구도로 촬영이 가능했으며 극적이고 다양한 촬영기법들이 가능했다. 특히 작품 속 카메라 앵글은 어떤 상황에서, 왜곡되고 비대칭적으로 사용되어 다소 과장되고 극적인 효과를 준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와 비교되는 다른 세계의 기괴함과 모순을 드러내기 위해, 화면을 삐딱하게 잡거나, 인물의 신체를 갑자기 꺾어버리는 등 다양한 연출을 시도했다.
‘나와 우리를 찾아서’
영화는 주인공 ‘코렐라인’이 마녀로 대표되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녀는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게 된다. 또한 환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의 차이를 느끼며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면에 숨은 가치를 발견한다. 마지막에 가족과 친구, 이웃들과 소박하게 파티를 하는 코렐라인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쩌면 그녀가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사랑하는 이들을 불러모아 함께 식사를 하는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바라왔던 순간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만 성장하고 진정한 나만을 찾으려고만 애쓰는 것은 어쩌면 생각보다 큰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나를 찾았다면, 이제는 내 곁에 있는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자.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우리가 있어야 내가 되는 것이다.
동화와 스톱모션
특유의 질감과 분위기로 특별한 느낌을 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보다보면, 어른이 된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어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어른의 생각과 어른의 느낌으로 동화를 보자,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생각과 기분이 드는 것처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도 그러하다. 수많은 노력의 날들이 만들어낸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한 편. 그 한 편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따뜻함은 동화처럼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4편에 대해 알아보았다. 처음과 마지막에 소개한 영화 <유령신부>와 <코렐라인: 비밀의 문>에 대해 더욱 알고 싶다면 ‘온더플로어’의 팟캐스트 ‘펀치 드렁크 무비’를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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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주 차 개봉작 추천,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의 개봉부터
언론과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는 <애프터 썬>의 개봉까지!
그럼 2월 첫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더 자세히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극장 개봉 영화
바빌론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89분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개봉: 2022.02.01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줄거리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되던 할리우드에서 꿈 하나만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이를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관전 포인트
<라라랜드> <위플래쉬>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바빌론>은 BBC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히면서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또한 대세 배우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가 주연으로 출연하며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방탄소년단: 옛 투 컴 인 시네마
ⓒ 네이버 영화
개요: 공연실황 | 한국 | 103분
감독: 오윤동
출연: 방탄소년단
개봉: 2022.02.01배급: 씨제이포디플렉스 주식회사 , CJ CGV
줄거리
ARMY의 함성과 함께 전 세계 229개 국가와 지역에서 함께 즐긴 ‘BTS <Yet To Come> in
BUSAN’ 콘서트의 폭발적인 무대와 생생한 현장의 열기까지, 그날의 모든 순간을 담아낸 영화
관전 포인트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열린 콘서트였던 ‘BTS <Yet To Come> in BUSAN’은
방탄소년단의 대표곡들이 모두 담긴 역대급 셋리스트로 화제를 모았으며, '달려라 방탄'을
콘서트에서 최초로 공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영화관의 다양한 특별관에서 생생한
현장감이 담긴 콘서트 영상을 관람하며 콘서트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프터썬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영국 | 101분
감독: 샬롯 웰스출연: 폴 메스칼, 프랭키 코리오
개봉: 2022.02.01
배급: 그린나래미디어(주)줄거리
20여 년 전, 아빠와 보낸 튀르키예 여행이 담긴 캠코더를 보며 이제야 알게 된 그 해 여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관전 포인트
2022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었던 샬롯 웰스 감독의 데뷔작 <애프터썬>은 전 세게
유수 영화제에서 49개 부문 수상, 12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국내에서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마 베프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99분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출연: 장만옥, 장 피에르 레오 등
개봉: 2022.02.01
배급: (주)무비다이브줄거리
한 물간 프랑스 중견 감독 ‘르네 비달(장 피에르 레오)’이 평소 흠모하던 아시아 배우 ‘장만옥’을
캐스팅해 고전 무성 뱀파이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프랑스 영화의 저물어가는 명성을
기록한 ‘영화 속 영화, 영화에 관한 영화’
관전 포인트
<퍼스널 쇼퍼>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초창기 영화로 국내에는 27년 만에 정식 상영을 하는
것이다. 영화가 무엇인지, 시네마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관한 심층적 고뇌를 다룬 작품이다.
단순한 열정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99분
감독: 다니엘 아르비드출연: 라에티샤 도슈, 세르게이 폴루닌
개봉: 2022.02.01
배급: 영화사 진진줄거리
아니 에르노의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을 스크린에 옮기며 한 여자의 거부할 수 없는 육체적 욕망과
탐닉에 대한 이야기를 관능미 넘치면서도 밀도 높게 담아낸 작품
관전 포인트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의 베스트셀러 '단순한 열정'을 영화화해 주목받고 있는 영화
<단순한 열정>은 책 속 문장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표현해내며 유수 영화제에서 평단과 언론의
찬사를 받고 있다.
관계의 일변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95분
감독: 김기림배우: 김지민, 류준열, 이원규 등
개봉: 2022.02.01
배급: (주)씨엠닉스줄거리
때론 억울하기도, 때론 서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앞으로 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룬 4개의 단편 영화
관전 포인트
김기림 감독이 들려주는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서툰 인생 이야기로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하며 인기를 끈 배우 류준열이 출연하며 관심으로 모으고 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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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배트맨> 자기 자신에 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정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알프레드(앤디 서키스)'의 조력을 받고 '제임스 고든 경위(제프리 라이트)'와 협력하며 어둠 속에서 고담시의 범법자들을 응징해 온 '배트맨/브루스 웨인(로버트 패틴슨)'. 그는 고담 시장 선거를 앞두고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폴 다노)'가 연쇄 살인을 벌이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다. 리들러가 남긴 단서를 쫓아 '캣우먼(조 크라비츠)', '펭귄(콜린 파렐)', '카마인 팔코네(존 터투로)'를 차례대로 만나며 증거와 정황을 파악하던 배트맨. 그러나 수사를 계속할수록 그는 모든 증거가 자신과 자신의 부모님의 가려진 과거를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처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는 가운데, 배트맨은 개인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팀 버튼의 <배트맨>부터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관객들과 함께 한 배트맨. 이처럼 슈퍼 히어로의 대명사로 통하는 배트맨이지만, 사실 그의 역할은 일반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과는 달랐다. 그간 배트맨 영화는 배트맨/브루스 웨인만큼이나 그의 빌런들에게 적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쏟아 왔다. 실제로 펭귄과 베인, 라스 알 굴 같은 수많은 캐릭터들은 지금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 있으며, 특히 그의 숙적인 조커의 경우에는 단독 영화로도 흥행과 비평 양 측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전까지의 배트맨 영화가 하지 않았거나 미처 못했던 일을 대신하는 맷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독특한 위치를 점한다. <조커>(2019)의 그림자가 진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다채롭게 장르를 바꾸어가며 영웅이기 이전에 한 인간인 2년 차 배트맨의 내면과 심리를 진득하게 풀어내는 <더 배트맨>은 그야말로 독보적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탐정 영화로서 <더 배트맨>
너무나도 익숙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들여다보기 위해 <더 배트맨>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하다. 배트맨 고유의 정체성, 곧 탐정이라는 정체성을 고찰하는 것이다. 애초에 DC 코믹스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디렉티브(탐정) 코믹스에서 배트맨 탐정으로 처음 등장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원형으로의 회귀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영화는 리들러의 범죄 현장으로부터 경찰들과 과학수사 요원들도 놓치는 여러 단서들을 침착하지만 신속하게 포착하고, 이를 토대로 리들러의 목적을 추리하는 배트맨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비춘다.
동시에 영화는 배트맨의 탐정 활동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그가 겪는 부작용과 피해도 공들여 묘사한다. 특히 작중 탐정 배트맨이 프로파일러에 가깝게 묘사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탐정 영화로 출발한 <더 배트맨>이 심리 스릴러를 거쳐 종국에는 히어로 영화로서 마무리될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비 내리는 날씨와 암부가 짙은 배경을 통해 살려낸 누아르적 분위기가 이 영화의 특장점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반부에 브루스 웨인은 자신이 그림자 속에 숨어 있을 거라는 범죄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이 바로 그림자라고 독백한다. 그 말대로 배트맨은 고담 시의 다른 경찰들과 달리 범죄자적 사고(thinking like a criminal)에 능하다. 그는 철저히 범죄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이해하고 이용하며, 범죄자들의 특정한 욕구, 경험, 그리고 관념을 쫓을 줄 안다. 이는 돈 미첼 시장의 집을 감시하는 리들러의 시점과 캣우먼을 관찰하는 배트맨의 시점이 연출된 방식이 동일한 이유다. 그래서 고든이 풀지 못하는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오직 배트맨만이 풀고, 그만이 리들러가 숨겨놓은 힌트를 찾아내고 해석할 수 있다.
심리 스릴러로서 <더 배트맨>
하지만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선악의 저편> 속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대로, 프로파일러인 배트맨은 악을 들여다보다 깊은 고통을 겪는다. 범죄자의 입장이 되어서 범죄자의 심리를 통해 사건을 해석할 때 프로파일러의 자아는 방향을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작중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 활동에 매진하느라 재벌이자 기업인으로서의 공적인 삶과 브루스 웨인으로서의 개인적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또 밤이 익숙해진 결과 낮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고, 또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까 봐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과 다른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마치 거울처럼 활용해 탐정 영화에서 심리 스릴러로 자연스레 장르를 전환시킨다. 특히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프로파일러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범죄자나 피해자에게 전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화가 브루스 웨인의 내적 갈등과 고통을 그가 쫓고 만나고 대화하는 주변인들에게 투영시켜 외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는 배트맨의 수많은 빌런과 조력자들이 한 영화 속에 빼곡히 등장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진실을 사이에 둔 채 변화하는 브루스 웨인과 팔코네의 관계, 또 그와 알프레드의 갈등과 봉합은 액션신 없이도 강렬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배트맨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계기를 보여주는 배트맨과 리들러의 관계다. “나는 복수다”라고 되새기며 범죄자들을 제압하던 초반부의 배트맨. 그런 그 앞에 선 리들러와 그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에게 무관심했던 고담시를 향해 마치 '외로운 늑대(lone wolf)'처럼 그저 복수하는 것뿐이라고 대답한다. 그 순간 부모님의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과 복수심을 범죄자들에게 쏟아내며 해소하던 배트맨은 자신의 모습이 그가 혐오하는 범죄자들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배트맨이 어떤 존재가 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앞에 선다. 이에 더해 그와 캣우먼과의 로맨스도 같은 맥락에 위치한다. 사적인 복수와 공적인 정의를 동일시하던 배트맨과 달리 그 둘이 완전히 항상 같지는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캣우먼 역시 배트맨으로 하여금 그의 정의가 무엇인지를 고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영웅 서사로 귀결되는 <더 배트맨>
이처럼 배트맨이 리들러의 수수께끼로부터 스스로에 대한 의심, 고민, 갈등을 마주한 순간, <더 배트맨>은 장르를 심리 스릴러에서 히어로 영화로 바꾼다. 그 질문과 고뇌에 대한 답, 곧 영웅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배트맨을 비추기 위함이다. 배트맨은 리들러와 그의 추종자들을 보면서, 또 캣우먼과 자신의 차이를 자각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한다. 리들러의 수수께끼와 캣우먼의 인생사를 통해 자신의 사적 복수와 공적 정의가 같은 의미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공포의 상징이었던 배트맨은 자신을 가득 채우고 있던 분노와 복수심을 떨쳐내고, 희망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또 성장한다.
그래서 홍수가 고담시를 덮치고, 시민들이 위기에 빠진 절체절명의 순간에 배트맨은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스스로를 어둠과 복수에 동일시하며 그림자 속에 머물던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림자 밖으로 나와 누구보다도 먼저 시민들을 구하러 나선다. 사람들에게 손을 건네고, 어둠 속에서 조명탄에 불을 붙여 길을 인도하고, 어둠에 갇힌 이들을 환한 빛이 비치는 바깥으로 이끌어 준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발자취만 쫓던 그가 다른 이들을 위해 먼저 발자취를 남겨주며, 공포의 화신이 아닌 영웅으로 자리매김한다.
배트맨의 영웅 서사는 앞뒤로 신화적 표상이 가득하기에 더욱 풍성하게 느껴진다. 리들러의 살인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함께 들려준다. 이 노래의 가사가 그리스도이자 메시아인 예수의 탄생을 마리아에게 알려주는 내용임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오프닝은 리들러의 악행으로부터 배트맨이라는 영웅이 만들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이는 <더 배트맨>의 묵시록적인 결말부와도 직결된다. 요한 묵시록은 일곱 번의 재앙이 일어난 후에 예수가 재림하고 신의 나라가 도래할 것을 약속한다. 그런데 마침 일곱 대의 차에서 일어난 폭발로 인해 고담시는 구약 성서의 내용과 노아를 연상케 하는 홍수에 휩싸여 버렸고, 그 순간 배트맨은 사람들을 구하며 영웅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영리한 수미상관을 보여주는 <더 배트맨> 속 영웅의 성장은 누아르 장르의 어둡고 진득한 분위기가 더해져 종교적이고 신화적인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플롯을 빛내는 영리한 연출
한편, 맷 리브스 감독의 유려하면서도 직관적인 연출은 배트맨의 각성과 성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예를 들어 이 작품에서는 인물의 시점이 상당히 중요하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리들러의 시점에서, 배트맨의 시점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지켜보는 장면들이 상당히 많다. 이때 배트맨의 시점에 주목해보면, 그의 시야가 점점 넓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망원경이나 카메라 등의 도구를 이용해도 배트맨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흐릿한 시야에 갇혀있을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시야는 점점 뚜렷해지면서 넓어지며, 마지막 순간에 그는 가장 높고 탁 트인 공간에서 고담 시의 모든 것을 조망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흥미로운 연출 방식이다. 우선 복수심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신도 고통에 빠트릴 정도로 범인을 쫓는 일만 집착하던 한 탐정이, 자신의 한계를 깨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직관적으로 담아내기에 영리하다. 또한 배트맨이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해 알 수 없는 과거에 괴로워하던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확실한 과거를 알지 못해도 브루스 웨인이 집착과 미련을 내려놓고 순간 답답하던 시야가 넓게 트이는데, 이정면은 마치 진실을 확신하지 못해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때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다고 말하는 듯 보인다.
또한 긴 러닝타임 때문에 느슨해지려는 찰나마다 등장하는 강렬한 액션신도 인상적이다. 특히 한 템포를 쉬고 본격적인 액션을 보여주는 예열의 미학이 돋보인다. 관객을 순간적으로 작중 범죄자 혹은 빌런의 입장에 서게 만들면서 배트맨을 마주하는 그 두려움과 공포감을 온몸으로 함께 맛보게 하여 배트맨이 왜 공포의 상징인지를 단숨에 납득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다섯 개의 액션 시퀀스 중에서 전복된 펭귄의 시점에서 배트맨을 보여주는 펭귄과의 추격전이 유독 뇌리에 각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더 배트맨>에 단점이 없지는 않다. 일단 전반적으로 최근 트렌드와는 동 떨어진 스타일의 영화인 점이 호불호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결정적인 단점이다. 단순히 절대적인 영화의 시간이 길거나 볼거리(액션)나 스토리의 강약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몇몇 캐릭터들의 서사가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 들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메인 빌런인 리들러의 경우 그의 범행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데 비해 그의 동기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라서 그 괴리감이 적지 않다. 배트맨의 성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인 캣우먼의 활용법 역시 그녀의 존재감과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는다. 배트맨의 이야기와 별도로 전개되는 개인적인 서사가 다소 과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트릴로지의 시작을 알리는 <더 배트맨>이 지나칠 수 없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배트맨 영화 중에서도 유달리 이질적이고, 세계관 연계에 집중하는 근래 많은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달리 묵직하고 우직하게 히어로 본연의 의미를 탐구하고 성찰하는 신선함을 선사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배트맨>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고 논쟁이 되기에 오히려 특별한, <로건>과 <조커>의 뒤를 잇는 모험적인 히어로 영화의 비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새로운 배트맨 케이브로의 깊고 어둡고 진득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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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ielog #26] 주눅들어있는 평범한 가장의 본 모습, 노바디
존윅의 각본가가 존윅 시리즈를 기획한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바로 영화 노바디 입니다.
전반적으로 존윅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집에 침투하는 적을 제압하는 액션 장면도 그렇고,
다양한 격투장면은 존윅을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확실히 이 제작진의 인장이 확실히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조금 다른 점은 가족과 아빠의 가정 내 위치에서 소외당하는 모습을 넣어서 가족적인 감정도 느끼게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고 가족에게도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죠.
다른 것 보다 액션이 좋습니다.
존윅 시리즈를 좋아하신다면 추천드려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는 영화죠.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끝까지 봐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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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말 먼 곳>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 그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며 조용했던 날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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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내 이름은 마더> 공식 예고편
복수는 마더처럼. 알래스카 황무지에서 수년간 숨어 지낸 치명적인 암살자. 멀리서 그리워만 하던 딸을 구하기 위해, 그녀가 돌아온다. 제니퍼 로페즈, 조셉 파인즈, 루시 파에스, 오마리 하드윅, 폴 레이시,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출연. 《내 이름은 마더》를 시청하세요. 곧 공개 예정.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