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4-11-13 22:22:58
자신을 마주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 같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라일리'
라일리는 촉망받는 미식축구 선수이다. 학교에서도 주목받는 인기남인 데다 운동선수로도 각광받고 있는 그의 삶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카웃해가겠다는 학교도 있으니 그의 삶은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못한 그의 핸드폰 속 세계에는 남자들의 몸자랑으로 가득한데....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말 모호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저 자신의 삶의 방식에 불만이 없기 때문에 정체성에 대해 깊이 탐구할 생각도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는 미식축구 선수로서 아드레날린이 가득한 삶에 이미 익숙해져 있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연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그의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암이라는 친구와 안면을 트게 되면서 그의 온전했던 삶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1. 잘 짜여진 운동선수의 삶 속 어울리지 않는 그의 정체성
흔히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 남자의 행동이 다분히 여성스러울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사회가 규정한 기준보다 여성스럽다고 해서 전부 다 게이도 아니거니와 사회가 규정한 기준에 맞다고 해서 게이가 아닌 것도 아니다. 라일리는 학교에서도 인기 많은, 소위 주류 문화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남성미가 뿜뿜하는 운동선수였기 때문에 더 의심하지 못했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게이는 여성스러운 남자들의 모습으로 많이 어필되어 왔는데, 그런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겉보기에 그는 착하고 인기많은 이성애자 남자 같아 보였다. 항상 아버지에 의해 운동 위주의 삶을 살아왔던 그였기 때문에 그는 커가면서 자신의 취향을 잘 알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알아서 잘 연기한 착한 아들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에게 주어진 환경적 이득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인기도 많고, 가족들에게도 사랑받는 아들이었던 이 포지션을 그는 포기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결국 환경의 노예라서, 좋게 말하면 잘 짜여진 생활이고, 나쁘게 말하면 통제적인 환경에서 자신을 향한 기대를 놓아버리기엔 그는 너무 어린 나이이기도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똑바로 마주하기엔 그를 둘러싼 환경이 그를 두렵게 했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그의 정체성이 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져 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이 참 보면 볼수롤 안타까웠다.
2. 리암이라는 존재
라일리의 온전한 삶에 돌을 던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리암으로, 학교에서 게이라는 사실이 꽤나 공공연하게 퍼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신의 정체성을 직시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라일리와는 다르게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일리는 자신이 살고 싶은 삶에 자신의 정체성은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혼란을 느꼈지만 리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이니 긍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통제적인 삶을 살던 라일리에게 그의 존재는 꽤나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몸은 리암에게 끌리고 있으면서도 이성은 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라일리의 위선적인 태도는 리암을 질리게 했지만 라일리에게는 일종의 통과의례였다고 생각한다. 아직 자신에게 솔직할 수 없는 그에게 한 번 정도는 해야할 일종의 몸부림이었다고나 할까. 그는 그를 둘러싼 환경을 뚫고 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3. 남의 시선보다는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당연한 메시지
이 영화는 쿨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라일리의 자아 찾기 프로젝트와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언제나 부모님을 위해서 자신을 숨기고 친구들과의 평가에 신경쓰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홀했던 사람이었다. 보다보니,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LGBTQ영화이지만 '자신을 가장 신경쓰면서 살아야 한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뭐, LGBTQ라고 하면 대단한 메시지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성소수자들도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기에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상의 주류 문화에 치여 자신을 돌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내 정체성에 대해 깨달았지만 내 자신을 표현하지 못함에서 나오는 슬픔을 나같은 이성애자들이 어떻게 이해한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영화 속에서만큼은 라일리의 여자친구가 그를 온전히 이해할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소수자들이 라일리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살고 있을 것이고, 온전히 나 자신이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가장 먼저 귀기울여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내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이기적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럴 땐 이기적이어도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을 때 추천하면 좋을 것 같다.
이런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있지만 사실 내가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 지는 모르겠다.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위선 같고, 그들에게 공감한다는 말을 하는 것도 너무 재수없어 보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내 주변에 라일리 같은 친구가 있다면 라일리의 여자친구와 같은 포지션에 있고 싶다. 그렇게 그들의 정체성을 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최선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극장을 나왔다.
이번 '서울프라이드영화제'를 다녀오면서 내가 봐왔던 영화들의 범주가 더 넓어진 것 같아 좋았다. 물론 그전에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 LGBTQ를 봐오긴 했지만 더 다양한 성수수자들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어 내 상식 선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이번 영화제를 다녀오면서 나같은 이성애자들은 어떤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 소수자들에게 존중을 표시하는 길일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너무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도 거짓말 같고, 너무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것도 과해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한 발치 떨어져서 그들의 삶에 민폐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결론이었다. 적당한 수준의, 선을 넘지 않는 무관심을 표시하는 것, 그것이 곧 답이 아닐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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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승리호>
캐릭터 분석, 작품 분석에(리뷰 전체적으로)
영화 <승리호>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1. 귀차니즘 4점: 로봇이 이래도 돼?
2. 자본주의 5점: 자본주의 패치 1000%
3. 미적 감각 1점: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4. 안전욕구 4점: 누구보다빠르게 남들과는다르게
5. 꿈 5점: 모든 불편함을 견디는 원동력
귀차니즘, 로봇이 이래도 돼?
업동이는 첫 등장부터 무기력한 대사, 어슬렁거리는 동작과 함께 등장한다.
전직 전투로봇이라고 하는데, "오늘 정말 일하기 싫다", "귀찮아"라는 말을 상습적으로 한다.
자본주의, 자본주의 패치 1000%
팀원들의 자금, 주로 부채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계산해서 알려준다. 팀 작업을 계획할 때, 아주 확실한 자기주장을 해서 자기 몫을 적극적으로 쟁취한다.
게다가, 도끼와 전기총까지 꺼내놓고 진행되는 동료들과의 카드게임에서도 한몫 단단히 챙기기 위해 타짜 기술을 쓰기까지 한다.
미적 감각,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도로시 얼굴에 업동이가 해준 화장을 보면 미적 감각이 끔찍스럽게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숙원사업이자 꿈이던 목표를 이룰 때는 '그 디자인'을 자신이 고른 것 같지 않다.
사람들이 옷을 고를 때 '저 마네킹에 입힌 옷 싹 다 주세요'하듯이, "머리에서 발 끝까지 이렇게 해주세요"하고 결정하지 않았을까?
안전욕구, 누구보다빠르게 남들과는다르게
위험해 보이면 동료 중 누구보다도 안전한 방법으로 가장 먼저 몸을 피한다. 도로시가 폭파할 것이라고 생각해 몸을 피할 때, 인간 동료들은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감싸는 데 그쳤지만, 업동이는 제 방까지 달려가 문 뒤로 몸을 숨겼다.
또한, 위험한 일에 자신을 찾으면 "왜 또 나야"하며 나서고 싶지 않다고 어필하기도 한다.
꿈, 모든 불편함을 견디는 원동력
위험한 게 싫고, 귀찮은 것도 참 싫은 로봇.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외모 개조 및 피부 이식이라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 꿈을 위해 착실하게 돈을 모은다.
모험 이야기의 매력: 개성 있는 등장인물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승리호 조종사 태호이다.
어리버리한 청년으로만 보이지만, 후회로 가득한 과거를 반성하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관객의 흥미를 끈다. 하지만, 이 주인공만큼이나 매력적인 동료들이 등장한다.가냘퍼보이지만예리한 관찰력과 판단력, 카리스마를 겸비한 장선장.
험악한 인상을 가졌지만, 귀엽고 불쌍한 존재에게 누구보다 약해지는 박씨.
로봇 탈을쓴 사람같은 업동이.
여기에 반동인물인 설리반도 온화한 첫인상과 달리 잔혹한 성미를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영화 내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충분한 배경 설명, 부족한 인물 소개
승리호의 러닝타임은 총 2시간 16분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사건에 얽힌 모든 이야기를 다루기에는 부족했다.폐허가 된 지구, 우주로의 진출이라는 배경은 설리반의 기자회견이라는 상황과 수려한 특수효과로 충분히 설명되었다.
하지만, 인물들간 관계와 각 인물들이 주요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준 사건 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것은 "업동이는 어떻게 전투로봇에 어울리지 않는 인격을 지니게 되었을까?", "설리반은 무슨 병을 앓기에 지킬과 하이드의 상태를 오가는 것일까?"
인격을 지닌 로봇과 공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중 <또봇>이라는 작품 시리즈가 있다.
초등학생 어린이들과 인공지능 로봇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갖가지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 에피소드에서 섬찟한 주제를 다뤘다. 또봇들이 질투로 인해서 파트너들의 말을 듣지 않고 떠나버리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버프를 받아 다시 돌아와 화해하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또, 게임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는 외형조차 인간과 꼭 닮은 안드로이드들이 '신인류'임을 자처한다.
처음엔 소수의 안드로이드만이 인간의 명령을 거슬러 자의로 움직이지만, 점점 많은 개체들이 인간과 동등한 권리보장을 요구하며 파업, 시위 또는 테러를 벌인다.인류만 놓고 보더라도 분쟁이 끊이지 않고, 동식물과의 갈등은 환경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인간보다 튼튼하고, 지식도 더 많이 축적된 존재들이 합류한다면?우리는 그런 존재와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을까?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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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엄마들의 헌사와 희생에 바치는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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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고생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인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을 위해 대가 없이 헌신하는 존재이다. 여기 <딸에 대하여>라는 영화가 있다. 여기서 나오는 엄마라는 역할은 몹시 고달프고 슬프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을 홀로 껴안고 누구에게 말하면 치부가 될까 봐 꼭꼭 숨기고 다닌다.
요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보다도 일단 자신의 외로움을 달랠 재희라는 간병 대상을 꼼꼼히 챙기며 아끼고 간병인으로서 사랑을 베푼다. 일단 여기 요양원에서도 재희는 후원 재단까지 세울 정도로 젊은 날을 힘차게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을 그저 노인네라고 여기고 있다.
간병인으로서 또는 외로운 존재로서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엄마라는 존재는 자신도 재희처럼 독거노인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가족의 울타리라는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고집을 피우고 말썽까지 피우는 재희를 섬세히 돌본다. 요양원의 과장에게도 핀잔을 들으며 일을 하는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고달프고 힘들었을까?
그리고 엄마라는 존재는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간절함을 가진 존재이다. 자신의 딸이 대학교의 강사지만 해임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성애자였다는 것도 안다. 그린과 레인 둘은 동성 커플이다. 서로 잘 살아보려 했으나 그게 어려운 현실이기에 그린은 레인과 함께 자신의 엄마 집에서 얹혀 살아간다. 그리고 그린은 대학 강사 해임을 대학교에 따지며 복직시켜달라는 시위에 동참한다.
그 모습을 본 엄마는 마음이 찢어지고 산산이 조각난다. 자신의 딸이 적당한 남자와 만나 결혼하고 가족을 만들어야지 재희나 자신처럼 혼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우리들의 일상에 늘 존재하고 필요로 하는 엄마의 존재를 크게 부각시키며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의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장으로서 늘 혼자만 문제를 안으며 살아가려는 이 시대의 엄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엄마가 있기에
우리는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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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배트맨 / The Batman,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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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만 해도, "배트맨"은 "팀 버튼"을 시작해 "조엘 슈마허 - 크리스토퍼 놀란", 그리고 "벤 에플랙"까지 많은 배우들과 감독들이 지나간 캐릭터입니다.
그런 점에서 또 다른 "배트맨"의 등장은 기대감보다는 피곤함이 앞섰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옆 동네 "마블"은 <어벤져스>로 진중하게 끝을 본 것과 달리, "DC"는 아니면 싶으면 새로운 작품을 내놓으니 어렵고 복잡했습니다.
그렇기에 해당 작품의 176분 소식은 이런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럼에도, 챙겨본 <더 배트맨>은 결과부터 말하자면 '왜, <트와일라잇>때 "로버트 패틴슨"을 보고서 열광했는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요.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더 배트맨>의 감상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담의 새로운 시장을 뽑으려는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가운데, 현 고담 시장은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됩니다.
이내 현장에서 "배트맨"에게 보내는 편지가 발견되지만, 그 내용은 "수수께끼"로 채워져 있는데요.
그리고 다음 목표물로 지정된 이들이 죽어나가며, 살인범은 점점 "배트맨"을 압박하는데...자, 새로운 배트맨은 누기야?
1. 원래, 탐정이었습니다?
이번 <더 배트맨>은 학창 시절, 선생님께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너희들이 무슨 어둠의 자식들이냐?"를 언급할 만큼 어두운데요.
이는 보이는 화면의 밝기뿐만 아니라 본 작품의 이야기에도 해당되는 소리입니다.
이런 이유에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가 아니라 그가 속해있는 "DC 코믹스"의 정의를 알아야만 합니다.
지금이야 "슈퍼 히어로"쯤으로 여기고 있으나 그 원제는 'Detective Comics',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화라는 것이죠.
특히, 37년에 처음 발간된 것과 할리우드에서 40년대부터 시작한 "필름 누아르"가 성행했던 시기를 생각하면 이번 <더 배트맨>은 "수구초심"으로 돌아간 것이죠.여우는 죽을 때 구릉을 향(向)해 머리를 두고 초심으로 돌아간다 - 首丘初心 (수구초심)
흔히, 범죄자 혹은 이들이 구성된 "암흑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장르를 "필름누아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해당 장르는 "흑백"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해당 캐릭터들의 심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더 배트맨>도 이를 생각해 "흑백(黑白)"으로 보여줘야겠지만, "온고지신"이라고 할까요? - 본 작품은 흑과 백이 아닌 적(赤)을 보여줍니다.
이야기로 살펴보면, 빨간색은 '위험' 혹은 '피'를 상징해 '죄악'을 의미합니다.
그런 점에서 깜깜한 밤에 범죄를 일으켜도 티가 나지 않음을 말하지만, 의외로 과학적으로 어두운 곳에서 가장 잘 보이는 색깔은 빨간색입니다.2. 몸보단 수 싸움에 능한 히어로
영화 <더 배트맨>이 보여주는 흑과 적의 대비는 이번 "아카데미"의 "시각효과 부문"에 이름을 넣어주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가령, 어둠 속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의 "다스베이더"의 등장을 떠올릴 만큼 선·악을 떠나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데요.
엄연히, 공포 영화가 아님에도 관객들을 놀래니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비주얼만 바라봐도 충분히 만족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본 영화 <더 배트맨>의 이야기는 어땠을까요?음. 이해했어('못했다'라는 뜻)
먼저, <더 배트맨>의 빌런 "리들러"는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인물입니다.
원작에서도 이를 단서로 제시하는 것으로 이번 초심을 되찾는 데에는 가장 적합한 캐릭터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영화는 "리들러"가 제시하는 단서에 졸졸 따라가기만 하는데요.
이런 수사극의 재미를 이전 다른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관객 스스로 주인공에 이입해 단서를 껴 맞춰 적극성을 띠게 만듭니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들마다 느끼는 재미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 아는 사람들은 아는 대로 재밌을 거고, 모르는 사람들은 몰라서 재미가 없을 테니까요.3. 3시간과 꼭 있어야만 싶었던 캐릭터들?
그도 그럴 것이 "추리"라는 장르부터 관객들의 이해도에 따라서 재미의 격차가 존재해 진입장벽이 꽤 있습니다.
물론, 해당 영화의 추리는 난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한 "DC 코믹스"의 원제를 몰랐던 기존 관객들에게 본 작품은 잔잔하게 느껴져 본 작품에 실망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 우리가 원한 건 "슈퍼 히어로" 였으니까요.
아무튼, 이를 제외하더라고 해당 영화의 추리가 완벽하다는 것은 아닙니다.옷걸이는 아니었지만...
마지막 범인의 동기는 해당 캐릭터의 매력이 반감될 정도이니 3시간이라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더 배트맨>에서 "배트맨"을 제외하고도 "펭귄"과 "캣우먼"이 등장합니다.
이들과의 관계로 각자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시너지를 발산시키나 "추리"라는 본 뿌리를 생각하면, 이들의 등장과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리들러"의 마무리가 더더욱 안타까웠습니다. -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정말 좋았습니다.
'그 시절, 여성분들이 왜 <트와일라잇>에 열광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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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춥고 두려운 감정을 이겨 내게 하는 누군가의 따뜻한 눈빛
푸른 빛의 작업복을 입고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는 공장에서 매트리스를 만들고, 퇴근 후 공장을 나와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버건디 코트 깃을 여미며 자전거에 올라, 코 끝이 빨개진 채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로 어디론가 가는 주인공으로 시작되는 영화 <앵그리 애니> 영화 속에서는 오랜 시간을 지나 여러 계절을 지나가는데도, 이상하게 이번 겨울 코 끝이 싸하게 추운 기분이 들때면, 애니가 코트를 입고 자전거를 타던 그 장면이 자꾸 생각났다. 춥고, 두려운 감정의 끝에 만나는 따뜻한 누군가의 기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추위를 함께 이겨내는 작은 빛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혼하면 아이는 셋을 낳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결혼 7년차에 첫째를 낳고 4살 터울로 마흔 넘어 둘째를 낳고 나니,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예민함과 넘치는 에너지를 둘 다 소유한 둘째는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노산의 엄마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농담 삼아 둘째가 첫째였다면, 나는 둘째를 낳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란 말을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눈물이 또르르 떨어지던 그즈음 생리가 늦어지면 겁이 덜컥 나곤 했다.
‘셋째가 생기면 어쩌지.’
아이를 원해 결혼 후 5년 넘게 애태운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뭐가 달라진 걸까? 그때보다 나는 오히려 아이라는 신비로운 존재에 대해 더 사랑을 품게 되었는데…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죄책감과 혼란스러움이 함께 찾아왔던 경험이 있다. 복잡한 감정 속에서 임신과 임신 중단에 대해 생각해 보았던 순간이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애니는 1974년 프랑스 교외의 한 작은 마을, 매트리스 공장에서 일하는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몸에 밴 익숙한 손으로 바느질을 해 매트리스를 만든다. 그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어느 밤 자전거를 타고 한 서점을 찾아간다. 서점 한쪽 커튼을 젖히면 작은 공간이 나오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사람들의 안내로 모임이 진행된다.
당시 프랑스에서 임신 중단은 불법이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임신 중단을 결정한 여성들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뜨개질바늘 같은 도구를 사용하여 ‘잘한다는 아주머니’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애니가 찾아간 곳은 MLCA(임신 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의 활동을 하는 곳으로, 의료진과 함께 안전하게 무료로 임신 중단을 할 수 있게 하는 단체다.
이들은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수술 전 한 번 더 만나 수술 도구를 하나씩 꺼내어 보여주며 수술 과정을 상세히 이야기해 준다. 은유나, 어떤 상징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영화적인 어떤 환상 같은 것은 없다. 마치 관객들도 알아야 한다는 듯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하나씩 천천히 과정을 이야기하는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이제 애니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함께 알아간다.
설명의 과정만큼이나 수술의 과정 역시 거의 리얼타임에 가깝게 상세히 묘사한다. 수술대 위에 오르는 애니의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숨을 고르고 노래를 불러준다. 편안한 선율의 노래를 부르는 눈을 마주치며, 애니는 손을 잡고 두려움의 시간을 함께 지나간다. 애니에겐 출산 경험 보다 더 편안했던 순간이 되었다.
고마운 마음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를 함께 키우던 옆집 친구가 임신을 중단하기 위한 비전문가의 시술 중 사망하게 되면서, 애니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MLCA(임신 중지와 피임의 자유를 위한 운동)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누군가 잃을 수는 없다는 생각, 어쩌면 그 누군가가 애니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렇게 애니는 따뜻한 커피를 만들고, 두려움으로 찾아온 또 다른 자신의 손을 잡아준다.
임신 중단을 선택하는 사람의 사연은 다양하다. 낳고 싶지만, 남자친구가 안된다고 해서, 25살에 이미 다섯 아이를 낳아서, 이제는 더 이상 낳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17살의 소녀까지. 두려움에 떨거나, 죄책감에 울부짖는 사람들. 임신을 중단하게 된다는 것은 영화 속 많은 여성에게, 두려움과 죄책감과 그리고 때때로 불쾌함과 고통이 뒤섞인 감정을 준다. 각자의 격동적인 감정을 애니와 활동가들은 가만히 안아준다.
“괜찮아. 내가 곁에 있어 줄게. 걱정되는 게 당연한 거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영화는 이런 사람들에게 임신 중단에 대해 논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누구를 비난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눈맞춤과 다정한 말, 그리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마음이라고, 옆에서 함께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딸이 살아갈 세상은 달라져야 하기에’ 다정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손을 잡아주는 애니를 보며, 이러한 연대는 그 어떠한 것보다 따스한 위로가 되어, ‘낙태’ 라는 엄청난 경험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 마음을 전해 받은 내가 바뀌고, 우리가 바뀌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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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주 최신 개봉영화!
9월 3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9월 3주 개봉영화 5편!
기적
1988년 세상에서 제일 작은 기차역
영화 "기적"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1988년 역명부터 대합실, 승강장까지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입니다.
박정민,이성민,임윤아,이수경 신선한 조합이 "기적"에서 재미와 공감을 선사할 예정입니다.
1988년 그 시절 그 감성을 담아낸 따스한 볼거리
첫번째 추천영화 "기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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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On the Line , 2021
대한민국 최초 보이스피싱 리얼범죄액션!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덫에 걸려 모든 것을 잃게 된 '서준'이 빼앗긴 돈을 되찾기 위해
중국에 있는 본거지에 잠입, 보이스피싱 설계자 ‘곽프로’를 만나며 벌어지는 리얼범죄액션 영화 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 실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했던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국내 첫 리얼범죄액션 영화입니다.
"보이스"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보이스피싱 세계의 최심부로 들어가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는 흥미로운 영화인데요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의 범죄액션 장르에서 만나 신선한 조합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거대하고 치밀한 보이스피싱의 실체!
두번째 추천영화 "보이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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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턴트 The Assistant , 2019
선댄스 영화제, 베를린 국제 영화제 극찬! 세계 유수 영화제 5개 부문 수상!
영화 "어시스턴트"는 최근 대학을 졸업하고 영화 제작자의 꿈을 좇아 영화사에 취직하게 된 ‘제인’의 일상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제인’은 동트기 전에 일어나 사무실에 첫 번째로 출근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합니다.
그녀는 명문대에서 학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류 정리, 복사, 전화받기 같은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일에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잡다한 업무에 조금씩 지쳐가던 ‘제인’은 회사의 부조리함을 마주하게 되고
이처럼 직장 내 부당함으로 고통받는 주인공을 담담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표현하는데요
날카롭고도 섬세한 표현으로 제46회 도빌 영화제 감독상 및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23개 부문 노미네이트,
5개 부문 수상을 기록하며 주목받았습니다.
100명이 넘는 여성들과의 인터뷰! 경험과 사실에 입각한 리얼리즘 드라마!
세번째 추천영화 "어시스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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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거리
6년 만의 반가운 스크린 복귀, 배우 이완, 가수에서 배우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한선화
영화" 영화의 거리"는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다시 만난
헤어진 연인 선화와 도영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를 담은 작품입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되면서
벌어지는 리얼 이불킥 시추에이션을 담고 있어 솔직하면서도 특별한 로맨스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2030 청춘들의 고민까지 녹아져 대한민국 청춘들 모두가 공감할 로맨스 탄생을 예고하는데요
배우의 도전을 계속 이어가는 한선화와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이완의
연인케미로 현실 로맨스를 더 극대화 합니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일’로 다시 만난 공감 로맨스!
네번째 추천영화 "영화의 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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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劇場版ポケットモンスター ココ , Pokemon the Movie: Secrets of the Jungle , 2020
퀄리티 높은 작화와 연출, OST가 어우러져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는 포켓몬의 손에서 자라 자신이 포켓몬이라고 믿는 소년 ‘코코’가
처음 만나게 된 인간 소년 ‘지우’와 파트너 포켓몬 ‘피카츄’의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는 특별한 어드벤처 애니메이션입니다.
이번 작품은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았던 자부 숲(오코야 숲) 속의 정글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8세대 포켓몬 '자루도'에게 길러져 자신을 포켓몬이라고 생각하는 한 소년과 지우의 조우,
그리고 오코야 숲의 '회복 능력'을 탐사하러 온 제드 박사의 도래 등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극장판 23번째 작품!
다섯번째 추천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정글의 아이, 코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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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나눌 수 있는 최소한의 따뜻함
혼자 사는 사람들 (2021)
홍성은 감독
무심한 개인주의자. 진아(공승연)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24시간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집에서 나오면 곧바로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틀고 이어폰을 꽂는다. 카드회사 콜센터 상담원인 진아는 일터에서도 헤드셋을 끼고 있다. 동영상을 보며 혼자 점심을 먹고, 업무 외에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 진섭과의 통화도 용건만 묻는다. 이런 진아에게 신입사원 수진(정다은)을 가르치는 일은 기운이 배로 드는 불편한 업무다. 진아의 생활 방식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 일상 속의 끊임없는 음성정보에 둘러싸여 사람에게 무심한 장면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혼밥, 혼영 등 온갖 활동에 '혼자'라는 말을 붙이는 것도 이제는 무색해졌다. 혼자는 특별한 무엇이 아닌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주변만 둘러보아도 혼자 사는 이들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그들의 생활이 어떤지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속 독신생활자들의 생활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지난달 아내와 사별한 진섭, 외로움에 발버둥 치고 있는 옆집 청년, 춘천에 가족과 친구들을 둔 채 서울로 올라온 수진,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성훈. 같은 1인 가구지만 삶에 대한 태도도 삶을 지탱하는 힘도 모두 다르다.
삶을 지탱할 힘을 잃고 사라져 버린 옆집 청년은 히키코모리,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처럼 제시된다. 우리는 바로 옆집의 삶도 알지 못하는데 사회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 사람이 그만은 아니다. "인사라도 해주"기를 바랐으나 자기만의 장벽 안에 자신을 고립시키는 사람과는 연결될 수 없다. 옆집 남자가 만들어낸 커다란 진동은 진아에게 전달되었지만 진아는 놓았던 숟가락을 무심하게 다시 들어 올릴 뿐이다.
타인에게 무심하듯 스스로에게도 무심하다. 지독히도 효율적으로 체계화된 진아의 하루는 편의점 도시락을 데워 먹고 텔레비전 소리와 함께 잠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먹는 것, 입는 것 모두 편리함과 효율성이 우선이다. "전 혼자가 편해요." 편의를 택하고 그가 버린 것은 무엇일까.
진아에게 편한 것은 실제 사람이 아니라 전화기 너머, 화면 너머의 사람들뿐이다. 우리는 타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 '나를 건드리지 말아 달라'는 표시로 귀를 막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인의 존재를 너무나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들인 것이다. 사실 진아에게 불편한 것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이별과 상실이다. 아픈 엄마를 걱정하며 홈캠으로 살피는 진아의 원거리적 염려는 홀연히 집을 떠난 아빠 진섭에 대한 원망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진아가 느낀 커다란 진동과 악취는 타인의 존재감 그 자체다. 시답지 않은 말을 걸던 그 별것 아닌 옆집 남자의 존재를 온 감각으로 느낀 것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타인이 영향력 아래에 놓일 만큼 좁아져 버린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무심해지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진아의 존재는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무엇이 그를 살게 하는지 의아할 정도로 삶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진아의 일상은 메뉴얼대로 작동한다. 아내를 잃은 진섭은 교회에도 나가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진아에게도 계속 연락을 시도한다. 진섭이 추구하는 삶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리고 진아가 있다. 하지만 상속 포기 각서까지 해치워 버리듯 도장을 찍은 진아에게 사람은 해결해야 할 문제에 가깝다. 자신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넓이를 가지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어설픈 오지랖이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회가 이 문제를 알아주고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기보다 아파트 한 층 정도의 마음이 느슨하게 연결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감독이 '우리 이 정도는 하고 살아요' 혹은 '이 정도만 하고 살아요'라고 말하는 건 제대로 된 '인사'다. "인사라도 해주지"라는 옆집 청년의 말처럼 어쩌면 '안녕'을 묻는 한 마디가 말 그대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진아는 수진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건넨다. 이것이 우리가 타인에게 건넬 수 있고, 받고 싶은 최소한의 따뜻함이다. 성훈이 죽은 이를 위해 올리는 제사 역시 제대로 된 작별인사다. 인사는 타인과의 첫 접촉이자 마지막 정리다. 인사를 통해 우리가 된 '너'와 '나'는 인사를 통해 다시 혼자가 될 수 있다. 어렵게 건네진 작별인사는 마침내 텔레비전의 전원이 꺼진 것처럼 낯선 고요와 평화의 세계로 진아를 이끈다.
혼자 잘 살기 위해서는 남들과 잘 지내야 한다. 잘 지낸다는 모호한 말 안에는 타인과 나의 적당한 거리감을 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진아가 아빠에게 통보한 "이 정도"의 관계는 중요하다. 그것이 진아가 정한 당신과 연결되는 공간과 시간이다. "이 정도"면 우리는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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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영직남의 "어웨이"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엔드크레딧도 1인 제작이라 그런지 엄청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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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의 단편영화와 함께하는
이별 여행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