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2-06-22 15:42:52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우리가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올해 초 개봉 소식을 듣고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보지 못했던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다시 만나 반가웠고, 고양이들이 얼마나 귀엽게 나올지 기대됐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비주얼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했었는데, 고양이에 대한 아이들의 귀여운 그림과 발표를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시놉시스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 해당 내용은 서울국제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소개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따뜻한 아파트가 있을까?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고양이 개체수가 250마리나 된다는 소리를 듣고 적잖이 충격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아파트 단지 250마리나 길고양이 있을 수 있는 것일까? 그만큼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아파트 주민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지나가다보면 고양이 밥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보란듯이 써있는 경우도 많아서 도대체 저 아파트 단지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있었던 것일까 싶을 정도였다.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길생활을 해서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고양이처럼 깨끗했고, 사람을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어서 이곳이야 말로 고양이들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들을 더럽다고 인식하거나 방해하는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함께 이 공간을 사용하고 살아가는 존재로 단지 내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고양이를 봐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작품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보면서 계속해서 물음표가 가득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거의 동물의 왕국 수준으로 고양이를 쫒아다니면서 촬영을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들을 너무나도 귀엽고 예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있는 지하실이나 폐허가 된 아파트들 사이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고양이, 나무 위에 올라가 꽃처럼 앉아 있는 고양이, 가게 앞을 문지기처럼 지키고 있는 고양이까지. 굉장히 다양한 고양이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고양이 생태 다큐멘터리처럼 촬영되어 있어서 신기했던 작품이었다.
그만큼 이 고양이들이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았다는 뜻이고, 긴 시간 동안 정서적 유대관계를 쌓아왔다는 노력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계속해서 이어져서 감독의 노력이 영화 곳곳에 묻어나서 보는 내내 감탄을 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지만 고양이 화보집이 아닌가 싶을 만큼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을 아름답게 포착하고 있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눈호강하며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와 말이 통했다면
어쩌면 유토피아와도 같은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바로 그들이 터전으로 잡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것이다.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에 그 영역을 바꾸는 것도 힘들고, 그렇다고 해서 공사에 들어가고 건물이 무너지는데 고양이들을 그곳에서 살게끔 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대책을 세우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고양이 대이주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는데 사람의 손을 많이 탄 고양이들은 입양을 결정하고, 그 외의 고양이들은 조금 더 생활반경을 넓혀 옆에 있는 동산이나 다른 아파트단지로 이주할 수 있게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그래서 도대체 저 많은 고양이들을 어떻게 이주를 시킬 것인지 궁금했다. 250마리를 한데 모아두고 통째로 이삿짐 이동하듯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역동물을 특성을 이용해서 사람들은 기존에 밥을 주던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땡겨와 고양이들의 영역을 조금씩 바꿔주고, 고양이들이 천천히 이동하는 영역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다. 이 얼마나 인내심 가득한 프로젝트인가?
이 과정에서도 다른 아파트로 이주한 고양이들이 자꾸 철거를 앞둔 아파트단지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고양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사람이라면 이곳은 이제 공사가 들어갈 것이라 더이상 살 수 없는 곳이라고 설명하고 이해를 시키면 되지만 고양이들에게는 이를 설명할 방법이 없기에 이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위험한 공사현장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만들 방법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이 아이들과 정말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던 작품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해서 잘 풀어낸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이 고양이들이 그곳에서도 행복하게 잘 살아가길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마음에 퍼지게 만들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