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9-08 14:43:15
가족이면서 남, 남이면서 가족.
영화 <순영> 리뷰
누군가를 잃었다는 상실감도 잠시 현실 앞에 가로막힌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분명히 힘을 들여 돌보았지만 ‘돌봄’이라는 단어는 어떠한 기록도 남아 있지 않았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자리인 만큼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조금 힘들었다. 물거품과 같은 0인 상태에서 순영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발걸음을 내밀고 혼자 해낼 준비를 한다.

당연하게 믿었던 것들에 의한 배신은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었던 순영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사막을 헤매듯 처음 시작은 너무 어렵고 벅찼지만 길을 찾아 나아가면서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한 새로운 곳에서 겪게 되는 사소한 오해와 편견에 지쳤지만 순영의 상황에서 가장 지치고 힘들게 하는 건 가족이라는 존재였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남이었고, 남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가족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겉만 이름만 가족인, 붕괴된 가족의 구성을 적나라고 차갑게 드러내는 영화였다.

이젠 문을 열고 같이 땀을 같이 흘려줄 사람과 함께 할 순영의 미래를 응원하고 싶었다. 잇따른 역경에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순영의 모습을 보면서 따뜻한 영화가 한편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쉽지 않은 길에서 쉽지 않은 일을 해내가는 모든 이들에게 힘이 될 영화를 추천한다. 단편영화 순영은 도봉구 성평등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퍼플레이에서 온라인 상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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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국과 매국 사이 애매한 줄타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중국 군벌, 마적, 일본군과 일본 경관, 조선인과 독립군이 엉켜 살아가는 1920년대 간도. 그곳에 한 남자가 도착한다. 일본 군복을 벗고 죽기 위해 간도로 향한 '이윤'(김남길). 10여 년 전 남한 대토벌 작전에 참전했던 그는 작전 당시 자기 때문에 가족을 잃어야 했던 의병장 '최충수'(유재명)를 만나 목숨으로 사죄하려 한다. 유일한 사랑 '남희신(서현)'도, 친구이자 한때 주인님 '이광일'(이현욱)과의 인연도 뒤로 한 채.
하지만 이윤은 조금씩 생각을 고쳐 먹는다. 경성에서 볼 때는 기회의 땅이었던 간도가 무법천지의 땅이었기 때문. 자기를 죽이러 온 총잡이 '언년이'(이호정)를 만나고, 마적 떼의 습격을 받아 무기력하게 죽어 나가는 조선인을 보면서 그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일이 생겼음을 깨닫는다. 독립군도, 마적도 아닌 도적이 되어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만주 웨스턴의 부활?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웨스턴은 할리우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돼 관객과 만났기 때문.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이른바 스파게티 웨스턴은 미국 정통 서부극을 대신할 정도로 인기였다. 원주민과 개척지라는 조건이 미국과 같은 호주에서는 '미트파이 웨스턴'이 제작됐다. 심지어 소련에서도 중앙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레드 웨스턴'이 냉전 동안 인기를 모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일제강점기 만주를 배경으로 중국군, 일본군, 독립군, 마적, 그리고 조선인이 얽힌 만주 웨스턴이 있다. 물론 본고장 미국에서도 서부극 인기가 시든만큼 만주 웨스턴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장르로 보기는 어렵다. 김지운 감독의 <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하 <놈놈놈>) 이후 흥행한 사례도 많지 않다. 그나마 윤종빈 감독의 <군도: 민란의 시대>가 사극과 스파게티 웨스턴의 퓨전을 선보인 정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도적: 칼의 소리>는 이처럼 보기 드문 만주 웨스턴의 명맥을 잇겠다고 선포한 작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적: 칼의 소리>가 만주 웨스턴의 부흥을 이끌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장르의 근본적인 한계를 깨부수는 데 실패한 나머지,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친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본분에 충실한 액션
<도적: 칼의 소리>는 분명 반갑다. 본분에 충실하다. 만주 웨스턴은 철저히 오락적인 이유로 등장한 장르다. 국내에서 서부극에서 볼 수 있는 총격전과 기마 추격전을 맛보고 싶은 욕구가 낳은 장르이기 때문. 즉, 황량한 배경에서 화끈한 액션과 볼거리만 보여주면 만주 웨스턴은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 <놈놈놈>만 해도 일제 강점기 간도라는 시공간을 빌려 주인공 3명의 캐릭터쇼로 승부를 보는 액션 활극이었다.
<도적: 칼의 소리>는 좋은 선례를 착실히 따라간다. 우선 각 인물별로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하면서 서부극에서 기대하는 볼거리를 충실히 보여준다. 일본군 출신 총잡이, 궁수, 호랑이 잡던 포수, 도끼 든 광대, 괴력의 거한, 암살자까지. 특징이 확실한 이들이 팀을 이뤄 싸우는 액션은 꽤 인상적이다. 물론 캐릭터 설정이 신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수위가 높고 각자의 역할이 잘 살아있다 보니 액션 보는 맛은 확실하다.
이에 더해 웨스턴 영화로서 갖출 것도 다 갖췄다. 총격전, 기마 추격전은 당연히 등장한다. 말 탄 도적이 기차를 쫓거나 총잡이들끼리 일 대 일로 총을 겨누는 클리셰도 빼먹지 않는다. 일본군과 독립군, 도적과 일본군, 도적과 마적 등 믿을 사람 없이 서로 싸우는 장면도 만주 웨스턴답다. 만주 웨스턴은 기본적으로 군상극인 스파게티 웨스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액션 활극이기 때문.
나라가 아닌 사람을 지키다
시공간적 배경을 적극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눈길을 끈다. 사실 1920년대 간도는 피카레스크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최적화된 혼돈의 공간이자 시대다. 1920년대에 일제는 문화 통치를 통해 일본과 조선의 물지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다. 자연히 해방 대신 자치를 요구하는 조선인이 늘었다. 간도라는 공간도 혼란스럽다. 중국 군벌, 일본군, 조선인과 독립군까지. 누구 하나 실질적인 행정력과 통제력을 지닌 주체가 없었다.
<도적: 칼의 소리>는 변절자가 늘고 선악 구분이 무의미한 시공간적 배경에 걸맞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역사적 당위성에 회의감을 표한다. 한국인이라면 일제의 침탈을 막고, 일제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명제를 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상상은 할 수 있다. 노비나 백정이었던 사람이 조선과 독립운동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나 구동매가 그러했듯이.
그래서 <도적: 칼의 소리>는 나라를 구한다는 추상적인 대의 대신 눈앞의 목표에 일신을 던진 이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대한 독립 대신 개인, 가족, 친구의 생존이 우선순위인 이들을 비춘다. 이윤이 대표적이다. 그는 시대적 대의와 개인의 욕망 중 항상 후자를 고른다. 그가 희신을 돕는 이유도 그저 사랑 때문이다. 남한 대토벌 작전에 참여한 후 일본군에서 전역한 것도 민족 감정이 아닌 개인적인 죄책감이 주된 원인이었다.
이는 의병장이었던 최충수가 독립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 언년이가 시니컬한 암살자가 된 이유, 더 나아가 그들이 도적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독립군 대신 '도적(刀嚁)', 칼 휘두르는 소리로서 지켜야 할 사람들만 보호하자는 것. 또 이광일이 메인 빌런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 영달을 위해 숙부도, 약혼자도, 오랜 친구도 일제에 팔아넘기거나 죽일 각오가 된 인물이니까. 이윤과는 정반대로.
장르와 역사의 충돌
하지만 <도적: 칼의 소리>의 스토리텔링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만주 웨스턴의 기본적인 한계를 깨려는 시도가 없기 때문이다. 대의 대신 생존을 택한 도적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만주 웨스턴의 묘미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만주 웨스턴의 선조 격인 스파게티 웨스턴은 선악 구분이 확실한 정통 서부극과 달리 군상극에 가깝기 때문이다.
선택지도 많았다. 도적을 독립군과 차별화하고, 난세에서 살아남는 민초로 그리고 싶었다면 굳이 독립군이 완벽한 선일 필요도 없었다. 독립군이 군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인을 탄압한 '빈주 사건'처럼 독립군과 도적 간의 갈등을 강조할 수도 있었다. 마적과의 갈등, 이윤과 이광일의 개인적인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방법이었다.
<도적: 칼의 소리>는 상상력을 펼칠 기회를 포기한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타란티노가 보여준 배짱과 비슷한 용기는 없다. 독립군 대 일본군의 전형적인 구도를 답습한다. '십오만원탈취 사건', '간도참변', '훈춘 사건', '미쓰야 협정', '길회 철도 부설 반대 투쟁' 등 실제 사건을 변용한 대목은 선악구도를 강화한다. 마치 <봉오동 전투>를 보는 듯하다. 생존을 위한 사투도 알게 모르게 독립군 정신과 합쳐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도적들이 독립군보다 더 독립군스럽고, 일본군에게도 더 많은 피해를 준다.
그렇게 웨스턴 장르의 매력은 급감한다. 피카레스크적인 요소가 곁들여진 장르적 쾌감도,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서사의 매력과 개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스토리는 다른 길로 흘러 버린다. 이윤-이광일-남희신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윤과 희신의 사랑이 싹피는 멜로드라마가 메인 요리가 된다. 액션도 쾌감을 잃는다. 시퀀스만 떼어 놓고 보면 즐기기 충분하지만, 전체 맥락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함이 느껴진다.
틈으로 새어 나오는 완성도
장르와 스토리의 지향점이 충돌하는 사이로 부족한 짜임새도 노출된다. 우선 전반적으로 루즈하다. 액션 시퀀스와 대본에 문제가 있다. 액션씬의 경우 과하게 분량을 차지한다는 인상이 짙다. 장르 특성상 이해할 수 있지만, 흐름을 끊는 것은 사실이다. 대본의 경우 동어반복인 대사가 많다. 조금 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풀어냈다면 1시간에 육박하는 각 에피소드 분량을 줄여서 긴장감을 더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결국 <도적: 칼의 소리>는 많은 넷플릭스 작품처럼 도전 그 자체에 박수를 보내는 데서 만족해야 할 작품처럼 보인다. <고요의 바다>, <택배기사>, <승리호>처럼 과감한 장르 영화가 많아지는 가운데, 시도라는 의의를 넘어서서 어떻게 열매까지 딸 수 있을지 고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Poor 형편없음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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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마동석 연금 영화 <범죄도시>시리즈
이번엔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사이트다!
범죄도시4
THE ROUNDUP : PUNISHMENT
ⓒ 네이버영화
개요: 액션, 범죄 | 한국 | 109분
감독: 허명행
출연: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이동휘 등
개봉: 2024.04.24.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신종 마약 사건 3년 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서울 광수대는 배달앱을 이용한 마약 판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수배 중인 앱 개발자가 필리핀에서 사망한 사건이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아낸다. 필리핀에 거점을 두고 납치, 감금, 폭행, 살인 등으로 대한민국 온라인 불법 도박 시장을 장악한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와 한국에서 더 큰 판을 짜고 있는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마석도’는 더 커진 판을 잡기 위해 ‘장이수’(박지환)에게 뜻밖의 협력을 제안하고 광역수사대는 물론, 사이버수사대까지 합류해 범죄를 소탕하기 시작하는데… 나쁜 놈 잡는데 국경도 영역도 제한 없다! 업그레이드 소탕 작전! 거침없이 싹 쓸어버린다!
CINE PICK!
<범죄도시2> <범죄도시3>가 연달아 누적 관객수 1000만을 연달아 돌파하며 <범죄도시4>에도 관심을 쏟고있는데요. 액션을 담당한 경력이 있는 허명행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며 어떤 색다른 액션을 보여줄지 주목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도시3>이 이전작들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으며 장기화된 시리즈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나올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챌린저스
Challenger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멜로/로맨스 | 미국 | 131분
감독: 루카 구아디노
출연: 젠데이아 콜먼,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 등
재개봉: 2024.04.24.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테니스 코트 밖,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 스타급의 인기를 누리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는 부상으로 인해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지금은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코치를 맡고 있다. 연패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아트’를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 ‘타시’는 남편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자 자신의 전 남친인 ‘패트릭’(조쉬 오코너)를 다시 만나게 된다. 선 넘는 세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테니스 코트 밖에서 더욱 격렬하게 이어지는데… 결승전 D-DAY, 가장 매혹적인 랠리가 시작된다!
CINE PICK!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특유의 영상미와 감각적인 스토리로 한국에 단단한 팬층을 모은 루카 구아디노 감독의 신작 <챌린저스> 영화는 지금 가장 주목받고있는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 콜먼, 조쉬 오코너, 마이크 파이스트의 삼각관계를 그리며 어쩌면 감독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자의 필요
A traveler’s need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90분
감독: 홍상수
출연: 이자벨위페르, 이혜영, 권해효, 하성국, 조윤희, 김승윤
개봉: 2024.04.24.
배급: (주) 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시놉시스
도심 속 선물과도 같은 선유도공원부터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춘선 숲길까지··· 우리 곁을 지키는 아름다운 정원을 탄생시키며 한국적 경관의 미래를 그리는 조경가 정영선 공간과 사람 그리고 자연을 연결하는 그의 사계절을 만나다.
CINE PICK!
2024년 4월 17일 개봉 예정인 한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국내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국내에 ‘조경’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하던 때부터 현재까지 가자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조경가의 정영선의 아름다운 정원과 공간에 대한 철학을 담은 작품입니다.
모르는 이야기
Unknown Narrative
ⓒ 네이버영화
개요: 판타지, 모험, 드라마 | 한국 | 75분
감독: 양근영
출연: 정하담, 김대건
재개봉: 2024.04.24.
배급: 마노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척추질환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통제에 의존하는 ‘기은’과 ‘기언’은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꿈의 세계에 홀리듯 빠져든다 그 단꿈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둘은 가장 깊은 꿈에서 비로소 진짜 자신과 마주한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자아를 밝히세요!”
CINE PICK!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선보인 <모르는 이야기>는 <스틸 플라워>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정하담 배우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눈도장을 찍은 김대건 배우의 멀티 판타지 스토리를 그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cine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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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경한 액션 속에 담긴 인생의 진리
이 영화 하도 난리라서 꼭 보고 싶었었다. 뭐 얼마나 대단하기에 개봉한 지 얼마 안 돼서 재개봉까지 하게 된 걸까.
미국에서 빨래방을 운영하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 왕은 오늘 국세청에 가서 세금 문제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국세청에 간 순긴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도 자신의 남편과 똑같이 생겼지만 자신의 남편은 아닌 남자에게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자기 그녀는 세상을 구해야 하는 슈퍼 히어로 예비자가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복잡한 그녀의 삶에 더 복잡한 타이틀이 붙어 그녀의 인생은 점점 블랙홀로 흘러가고 있는데..........
1. 쌩뚱맞은 액션의 코믹함
이 영화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어떤 요소에 감명 받았던 걸까. 이 영화의 강점은 뻔하지 않은 동양 액션에 있다. 주인공을 미국의 사회적 약자인 아시아인으로 설정해 동양적인 마샬 아츠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멀티 버스라는 개념이 들어가 맛있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넘어가려면 예상 가능하지 않은 이상한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동양적이지만 생경한 액션들로 가득하다. 안 그래도 미국인들에게나 마샬 아츠는 흥미로운 무술인데 거기에 코믹함까지 더했으니 미국에서 왜 인기가 많은지는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동양 무술이 아닌 코믹 요소가 더 먹혔다고 생각한다. 영화관 속에서 사람들이 많이 웃었던 이유는 에블린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때 온갖 이상한 동작에서 비롯된 코믹함 때문이었다고 본다. 코미디는 언제나 먹히는 장르니까.
2. 모든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세탁소 주인인 우리의 에블린은 그 어떤 다른 차원의 에블린보다도 루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모든 삶의 선택에서 회피하는 선택을 하였으며 그에 대한 결과로 그녀는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그녀들은 그녀가 했던 선택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던 에블린이고 그 결과 에블린은 자신의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내가 지금의 남편을 따라오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지는 않을 수 있었을까 하는 후회 말이다.
그런 후회들이 모여 한때 그녀는 잠시 돌이 된다. 태초에 공간, 태어나기 전 태어나기 전 혹은 죽은 후에 돌아갈 자연의 상태로. 하지만 이 자연 상태로 돌아갔을 때 에블린과 빌런 조부 투바키의 행보가 다르다. 누구나 살면서 감정적 부침을 겪지만 그 부침을 딛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슬럼프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울함에 극치로 자신을 몰아가는 사람도 있다. 전자가 에블린 이고 후자가 조부 투바키 이다.
자신의 남편의 얼굴을 한 다른 세계 사람 알파 웨이 먼드는 그녀가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밑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가진 이였던 것이다.
같은 상황에 있다고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우주 속에서 가장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해서 인생을 막 사는 사람도 있고 인생을 소중히 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에블린은 우주 전체에서 가장 불행한 에블린이었지만 어쩌면 가장 축복받은 에블린이었을지도 모른다.우주 속에서 가장 찌질한 남편을 뒀지만 어쩌면 친절이 가장 큰 무기라는 점을 알고 있는 가장 통달한 남자를 가진 여자였으니까.
3.총평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참 클리셰가 많다. 결론적으로 가족애를 그렸고 그녀가 영웅이 되는데에 가장 큰 원동력은 그녀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 소재는 솔직히 뻔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에 대한 후회에 매몰돼 자신의 가족의 현재를 돌보지 못한 에블린의 깨달음이 더 감명깊었다. 우울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현재 감각을 되찾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현재 감각을 되찾아야 미래에 대한 빛도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트라우마는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장점으로 잊자. 에블린이 슈퍼히어로가 되어서가 아닌 다음 챕터를 살아갈 힘을 가진 주체성을 가져서 좋았다. 현재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았으면 좋겠다.
나를 괴롭히는 세상 속 수많은 빌런들에게 'Be kind'로 무장하는 것이 나의 존엄을 지키는 것, 이것이 내가 배워야할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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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이토록 뚝심 있고 암울하며 끈적한 조폭 영화라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감독] 김창훈 KIM Chang-hoon
출연] Xa-bin HONG 홍사빈 Joong-ki SONG 송중기 Hyoung-seo KIM 김형서
KOREA|2023|124 min|DCP|Color|Special Premiere
시놉시스
명완시에 나고 자란 18세 고등학생 '연규'(홍사빈). 중국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그의 꿈은 엄마 '모경'(박보경) 함께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는 것. 하지만 현실을 녹록지 않다. 새아빠 '정덕'(유성주)의 딸 '하얀'(김형서)을 도와주려다 일진과의 싸움에 휘말리고, 졸지에 합의금 300만 원을 토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명완시를 떠나 본 적 없는 '치건(송중기)'이 선뜻 300만 원을 준 것. 이를 계기로 연규는 치건처럼 명완시에서 살아남으려 한다. 치건이 중간 보스인 조폭 조직에 합류해 이것저것 일을 배우는 연규. 그러나 연규가 치건에게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치건이 연규를 신뢰하면 신뢰할수록 그들에게는 점점 더 위험한 일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갱스터 영화의 사회적 맥락
갱스터 영화는 필연적으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영화다. 지나치게 남성적, 마초적이라고 비판받고, 높은 수위 때문에 불쾌하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한다. 그러나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폭력성은 갱스터 영화에 남성 판타지 이상의 사회적 의의가 깃드는 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갱스터 영화의 전성기가 두 차례 있었다. 금주법이 시행된 대공황 시기,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사회가 혼란했던 70년대다. 갱스터 영화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당대의 사회 구조적 불안을 보여주는 상징이자, 비정상적인 시스템 하에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한 몸짓인 셈이다. 한편으로는 그 폭력성과 선정성을 스크린 안으로 제한하면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기제로 볼 수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제76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된 <화란>은 장르의 본분을 충실히 해낸 수작이다. 신인 감독 김창훈 감독의 장편 데뷔작은 마지막까지 톤을 유지하는 뚝심, 달라붙은 껌처럼 찐득한 장르적 쾌락이 돋보인다. 조폭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한 고등학생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한국 조폭 영화의 익숙한 틀을 깨부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부인 오프닝
사실 <화란>은 오프닝이 전부인 영화다.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남학생 일진 무리. 연규가 그들에게 다가간다. 무리 중 한 명을 붙잡더니 돌덩이로 머리를 내리친다. 그러고는 돌덩이를 내려놓는다. 이때 운동장에 고여 있던 물덩이에 피 묻은 돌이 떨어지고,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는 사이 흙탕물이 된 물덩이 표면에 제목 <화란>이 나타난다.
아무 맥락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주한 오프닝은 충격적이다. 예상치 못하게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기 때문. 물론 영화는 그 직후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규연은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남매 하얀을 돕기 위해 폭력을 행사했다. 그녀가 학교 내 일진이 여자 속옷을 거래하는 일에 휘말려서 협박당하고 있었기 때문.
대신 충격만큼 <화란>의 주제는 간명히 드러난다. 고요한 물덩이가 피로 물들고 파동 치기 시작한 이상, 흙탕물을 되돌릴 수 없다고. 즉, 폭력의 굴레에 발을 내딛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고. 실제로 영화는 현실 속 온갖 폭력으로 가득하다. 연규네 가족은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불법 사채업자 치건은 오토바이 절도 사업을 병행하고, 정치인 뒤를 봐주는 조폭이다. 심지어 사회적 혐오와 책임회피 같은 이슈도 끼어들어 있다.
흥미롭게도 영화는 이들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일절 하지 않는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를 감싸 안으려고 하지 않는다. 연규도, 치건도, 하얀도, 새아빠도 모두 폭력이 잘못된 것인 줄 안다. 심지어 부패 정치인 '정의석'(서동갑)도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영화는 더 냉혹하다. "열심히 공부해라"라는 말이 빈말로 느껴지는 암울한 사회상과 폭력의 굴레를 고발하겠다는 의지도 강렬하다.
갱스터인 척하는 멜로드라마
악의 굴레를 멜로드라마로 바꿔서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를 지닌 두 남자의 브로맨스 덕분에 폭력의 의미와 역할이 더 잘 전해진다. 연규는 아버지가 없다. 친아빠는 어릴 적 자기를 버리고 떠났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는 새아빠와 결혼했다. 하지만 새아빠는 술만 마시면 연규와 엄마를 두들겨 팬다. 하얀이 말려야 간신히 말을 들을 정도다.
자연히 연규에게는 머리를 다친 일진에게 줄 합의금 300만 원을 마련할 재주가 없다. 중국집 배달 아르바이트로는 택도 없다. 그런 그에게 치건이 나타난다. 연규에게 홀연히 300만 원을 선물하더니 결코 자기를 찾지 말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던 연규는 끝내 치건을 찾아간다. 어떤 힘이든 있어야 맞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런 그를 보면서 치건은 망설이다 못해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하나 둘 알려준다. 그 역시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가정폭력 피해자였으므로. 폭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과 그럴 수 없는 일. 더 나아가 손가락 하나, 손톱 한쪽으로 책임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렇게 처한 상황도 성격도 다르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두 사람은 형과 동생, 가족이 된다. 이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멜로 같다.
연규와 치건의 관계는 뻔해 보이기도 한다. 절망에 빠진 주인공에게 의지할 대상이 홀연히 나타난다. 주인공은 그를 닮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서 자기에게 맞지 않는 길을 걷는다. 여느 갱스터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관계다. <신세계> 속 이자성과 정청,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속 재호와 현수 관계를 자연히 떠올릴 순간도 스쳐 지나간다.
'화란' 속에 '화란'이 있는가
하지만 연규와 치건 사이에는 낚시찌에 걸린 물고기 마냥 애매한 대목이 있다. 그들의 관계가 특별한 이유다. 서로에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같은 존재이기 때문. 치건은 연규가 말하지 않아도 그의 아픔을 알아본다. 그래서 그가 자기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그를 차마 외면하지 못한다.
연규도 치건의 삶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안다. 물론 폭력의 달콤함에 잠시 즐기기도 한다. 그러나 큰 형님 '중범'(김종수)의 살인 지시에 불복할 만큼의 사리 분별은 한다. 이처럼 원치 않지만 자기 모습을 발견한 형과 잘못을 알지만 형이 되고 싶은 동생. 영화는 쌍방이 빚어내는 애매한 긴장감을 극한으로 몰고 가서 터뜨린다. <화란>의 멜로가 다른 갱스터 영화 속 브로맨스와 차별화되는 이유다.
그 중심에는 제목이 있다. '화란'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재앙과 난리를 뜻하는 말이자 네덜란드의 한자어다. 이때 전자는 현실의 유의어다. 연규와 치건이 사는 세상은 그 자체로 지옥이니까. 후자는 희망의 유의어다. 돈을 많이 벌어서 엄마를 데리고 네덜란드로 이민을 가는 게 연규의 꿈이니까.
두 형제 사이의 긴장감은 두 번째 화란의 유무에서 비롯된다. 연규에게 화란은 두 가지 의미이지만, 치건에게 화란의 의미는 하나뿐이다. 연규의 금속 보관함이 비상금과 네덜란드 여행 가이드북으로 꽉 차 있는 반면, 치건의 나무 보관함은 끝내 비어있듯이. 이 차이가 둘의 말로를 갈라놓는다. 동생은 화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싸울 의지가 있지만, 형에게는 그럴 화란이 없기 때문. 이는 영어 제목이 <Hopeless(희망이 없는)>인 이유다.
한국 영화의 클리셰를 거부하다
이러한 멜로드라마는 <화란>이 한국 조폭 영화의 틀을 탈피하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배경은 유사하다. 한국 조폭 영화는 주로 재개발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심지어 1달 전쯤 개봉한 <보호자>까지도. 조폭은 철거민을 밀어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고도의 압축 성장을 이뤄낸 한국 사회의 집단적 욕망을 가장 잘 반영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조폭 영화 속 신축 부동산은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려는 평범한 서민의 욕망을 보여준다. 이는 장르는 달라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궤를 같이 하는 지점이다. 조폭 또한 부동산 재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조직 내외적으로 사회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 조폭 영화는 정치인, 기업인, 조폭의 삼각관계를 주로 반복한다. 조폭인지 정치인인지 분간하는 게 의미 없는 <아수라> 속 박성배 시장이 대표적이다.
다만 이 삼각관계에는 올드하다는 이미지와 클리세 범벅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 감독은 과감한 시도를 한다. 정치인, 기업인, 조폭이 아닌 조폭의 말단, 막내에게 집중한다. 치건의 큰 형님은 재개발 사업 이권을 두고 국회의원 선거를 주무르려 한다. 그러나 연규에게 이는 중요한 일이 아니다. 윗사람이 어떤 이익을 두고 싸우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조폭 영화에 담긴 새 세대의 현실
대신 영화는 새로운 세대의 고민에 집중한다. 치건은 연규에게 묻는다. "언제 여기 왔어?" 연규가 답한다. "태어날 때부터요." 이는 단순히 명완시에 언제 왔는지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언제부터 폭력의 굴레에 빠졌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정폭력에 시달린 연규 입장에서는 답이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이 문답의 연장선상에서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년을 앞둔 고등학생이 이미 존재한 카르텔, 폭력의 굴레를 어떻게 버텨내는지, 책임 지고 빠져나갈 방법은 있는지. 이미 자리 잡힌 사회 구조, 상승할 희망조차 찾기 힘든 시스템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한다. 이는 <화란>의 분위기가 여느 영화보다도 암울하고 처절한 이유다.
그렇다고 <화란>은 그저 냉혹한 현실로 이야기를 끝맺지 않는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한 가닥 응원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치건과 헤어진 후 집에 돌아온 연규는 새아빠에게 맞아 죽은 엄마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새아빠에게 복수하는 대신 하얀과 함께 집을 나온다. 다른 도시로 떠난다. 자기 손으로 폭력을 거부하고, 굴레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렇게 <화란>은 고여 버린 장르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데 성공한다.
물론 마지막 장면이 마냥 희망적이지는 않다. 과연 연규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를 완전히 떠날 수 있을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 주인공의 표정도 홀가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그들이 새 출발을 알린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화란>은 회의감을 떨치지는 못해도, 이제 막 성년이 될 두 주인공에게 마지막 응원은 보내려고 노력한다.
좋고 싫은 이유가 같다
분명히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15세 관람가치고 잔인한 장면이 꽤 많다. 완성도 문제도 있다. 여기저기 생략된 지점이 많다 보니 뒤로 갈수록 영화가 버거워한다. 특히 조직 상부에서의 의사결정과 음모, 하부 조직원과의 감정선과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 하얀처럼 점점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캐릭터도 생긴다. 정교한 스토리텔링 대신 배우들의 연기력과 분위기에 기대기 때문. 서사의 빈 공간을 유추해야 하는 불친절한 작품인 셈이다.
다만 역설적으로 좋아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인 영화이기도 하다. 반지하방의 습기처럼 답답하고, 운동화에 달라붙은 껌처럼 찐득한 분위기는 근래 한국 영화에서 맛보기 어려운 개성이다. 도를 넘는 듯한 잔혹함은 그 분위기와 현실을 강조한다. 그 덕분에 송중기의 새로운 모습, 홍사빈과 김형서라는 신인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나아가 웃음을 단 한순간도 허용하지 않는 뚝심까지 고려하면 <화란>은 근래 한국 영화 중, 특히 갱스터(조폭) 영화 중 보기 드문 수작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들짐승처럼 맹목적이고 폭력적이며 진득한 갱스터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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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미장센 빼고는 모두 실망스러운 영화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암암리에 활동했다. 하지만 정치적인 상황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선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독립투사를 제외하면 그 외의 운동가들을 알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렇게 독립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활동해야 좀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고 일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중국 상해 같은 도시 중심부에서 활동하던 독립 운동가들이 어떤 처지에 있었고, 의심받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그저 추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영화 <유령>은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가들이 겪었음직한 일을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보여준다. 영화의 처음부터 정체를 알려주는 인물은 박차경(이하늬)이다. 그는 상해의 한 극장에서 티켓이나 포스터를 통해 암호화 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활동하는 흑색단의 스파이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첫 암살 시도 장면은 박차경과 친분이 있는 난영(이솜)이 주도하는 작전이다. 이 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그 이후 박차경은 주변의 몇몇 한국인과 함께 외딴 호텔에 갇히게 된다. 일본인 카이토(박해수)가 이끄는 일본군은 그 호텔에 모인 천계장(서현우), 무라야마(설경구), 유리코(박소담), 백호(김동희) 등의 한국인들을 모아 놓고 숨어있는 스파이인 유령을 색출하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스파이 유령의 존재를 다루는 영화
영화는 시작하면서 한 명의 유령을 공개했다. 바로 박차경이다. 영화에서 초점을 맞추는 건, 박차경의 정체가 밝혀지는지와 또 다른 유령이 존재하는 지다. 악랄해 보이는 카이토와 함께 등장하는 일본군 소속의 무라야마는 한국계라는 이유로 의심받지만 그 역시 일본 조직 내에 스며든 유령을 찾으려 노력한다. 박해수가 연기하는 카이토는 무시무시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이 뻔히 보이는 일차원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좀 더 복합적인 과거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무라야마가 더 영화 속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무라야마의 등장은 유령을 찾는 과정을 조금은 더 흥미롭게 만든다.
한정된 공간인 호텔 안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유령을 찾는 과정은 아주 치밀하게 짜여 있지는 않다. 배경은 호텔과 각 방에 구성된 미장센은 아름답고 깨끗하지만 각 인물들의 행동은 그렇게 설득력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일단 모든 인물들이 호텔 내외부를 꽤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많은 일본군이 건물 내외부에 배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차경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물들은 호텔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유령인지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한 인물과 관련하여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 함정을 던지지만 그것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만한 것이다. 또한 영화에는 불필요하게 보이는 인물도 등장한다. 천계장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도 않고 자신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이상한 인물이다.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는 스파이를 찾아내는데 필요한 긴장감을 없애버린다. 영화는 중반에 박차경 이외에 또 다른 유령이 공개된 이후 액션 장르로 완전히 전환된다. 그러니까 추리 서스펜스를 주려하던 영화는 엉거주춤하게 긴장감을 주려다가 완전한 액션영화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추리 장르에서 액션 장르로 바뀐 영화는 조금 더 힘 있고 과장된 액션을 통해 통쾌함을 전달하려 한다. 여기에 여성 중심의 서사와 액션이 추가되면서 힘을 잃어간다. 이건 꼭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어서가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나오게 되는데, 예를 들면 두 인물이 탈출 계획을 급하게 이야기하고 나서 갑자기 한 인물이 아주 쉽게 일본군에 잡혀버린다. 그 이후 남은 인물인 박차경은 도망가지 않고 다시 동료를 구하기 위해 호텔에 삽입하게 된다. 굳이 붙잡히지 않고 두 인물이 같이 탈출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 인물들은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밀어 넣는다. 그래서 영화 속 액션이 주는 통쾌함이 많이 사라져 버린다.
이쁜 미장센만 기억에 남는 실망스러운 영화
영화 후반부에 한 강당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과장된 것처럼 보인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흑색단 단원들과 그 대장을 구하려는 박차경의 액션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저 멋진 액션 장면들의 나열이 이어진다. 이런 과장된 액션은 전반부의 오밀조밀한 추리의 재미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일제 강점기에 있을법한 독립 운동가들이 겪었음직한 일들일 거라는 이야기의 강점도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영화 속 독립 운동가들의 노력에 어떤 현실감도 느낄 수 없다. 그런 점들이 영화 속 인물들에 공감하기 어렵게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아름다운 미장센이다. 특히 호텔에서 보이는 배경과 배치가 무척 세련된 느낌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해영 감독은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에서 비슷한 시대 배경을 다룬 적이 있다. <경성학교>가 학교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영화였는데, <유령>도 호텔에서 벌어진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느낌을 준다. 또한 직전 연출작인 <독전>처럼 누가 스파이이고 범인인지를 추리하게 만드는 느낌도 있다. 그런데 <유령>은 전작들에서 활용했던 점들을 끌어와 만들어낸 영화이기 때문인지 이 영화만의 독창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비슷하게 흉내만 내다가 어영부영 멋을 부리며 마무리한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무라야마 역의 설경구와 카이토 역의 박해수가 보여주는 연기는 인상적이다. 다른 인물들보다는 이 두 인물의 연기가 극의 흐름을 바꾸고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주인공 박차경 역의 이하늬는 이 배역에서 특별한 그만의 느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액션에 강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영화 전반을 끌어나가는 힘은 약한 편이다. 유리코 역의 박소담이 오히려 좀 더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전반부의 연기와 후반부의 연기톤이 완전히 바뀌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유령>은 중국영화 <바람의 소리>를 원작으로 한다. 비슷한 시대 배경을 한국식으로 변주했지만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하기 어렵다. 시각적으로 무척 훌륭해 보이지만 이야기 전개나 캐릭터들의 특성 그리고 다소 과장된 액션 장면이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오히려 전반부 호텔에서 벌어지는 추리극에 집중하여 연출했으면 어땠을까. 유령이라고 불렸던 이름 없는 항일 독립 운동가들을 떠올리게 하려는 시도는 좋았지만 영화는 그저 그런 액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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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전생'에서 깨진 인연을 지금 다시 붙이고 싶다고?
스포일러 있습니다!
감독 : 셀린 송
출연진 : 그레타 리, 유태오, 존 마가로
울보 나영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 어딘가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나영이다. 외로운 삶. 어린 나영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나영에게 기댈 수 있는 그늘이 있다. 같은 학교 친구 해성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항상 해성과 함께했다. 사실 왜 둘이 집을 같이 갈까 3자가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쉽다. 다만 서로가 각자의 마음을 알기엔 너무 어릴 뿐이다. 시간은 둘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민을 계획하고 있는 나영 가족. 이미 나영의 부모는 나영에게 ‘노라’라는 영어 이름을 붙여줬다. 이별이 다가오는 둘. 나영은 해성에게 ‘나 이민 가. 한국에선 노벨상 못 받으니까’라고 전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해성이다. 1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못했다. 분명히 노라는 날 좋아했었다는 미련을 가진 채로 살아간다. 떠나기 며칠 전에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선명하다. 페이스북으로 사람을 찾는다. 이름은 문나영.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사실만 알았지 이름이 ‘노라’가 됐다는 건 아예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 연락이 오겠지? 기다리고 있는 해성. 그날은 해성의 친구가 연인과 헤어진 날이었다. 펑펑 우는 친구 옆에서 해성은 어쩔 줄 모르고 있다. DM 알림이 온다. “안녕. 나 나영이야.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나영이, 아니 노라에게 연락이 왔다. 미국과 한국, 뉴욕과 서울이라는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넘버 3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셀린 송이다. 영화가 흥미로웠던 점은 이야기 곳곳에 이 셀린 송이라는 인물의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셀린 송의 부친은 송능한 감독이다. 송능한 감독은 연출로 데뷔하기 이전에 임권택의 <태백산백>을 비롯한 몇 작품의 각본가로 활약했다. 충무로에서 나름의 명성을 쌓은 송능한 감독. <넘버 3>를 발표하며 금세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올라선다(최근의 한국영화를 바탕으로 하면 아마 엄태화 감독쯤 됐을 것이다). 차기작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세기말>을 발표하는 송능한 감독. 하지만 영화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흥행에 실패한다. 이민을 결심한 송능한 감독. 미국으로 떠난다.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극 중에서 나영의 아버지 직업이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왜 아버지가 이민을 결심했는가’에 대해선 ‘설명하기 복잡하다’로 끝난다. 부친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가 어느 정도는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가 주인공 나영이 성인이 되고 난 후의 직업을 ‘시나리오 작가’라고 설정했다. 실제로 셀린 송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에 극작가(Playwriter)로 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작중 가족관계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에게 여동생이 있다. 실제 셀린 송 감독에게도 여동생이 있다. 감독의 남편 역시 실제 배우의 외모와 닮았다. 작중에서 노라의 남편 역을 맡은 배우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다. 실제 셀린 송 감독의 남편 사진을 찾아보면 이와 유사하다. 이야기를 구상하는 데 있어 많은 부분을 어디에서 착안했을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여백을 비추는 카메라
이 영화의 강점은 감정전달에 있어 여유가 느껴진다는 점이다. 앞서 쓴 바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자기가 잘 아는 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 덕에 장면마다 정보를 더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 안 느껴진다. 대표적으로 노라와 해성이 성인이 되고 나서 대면하는 신이 그 예다. 두 사람은 거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걸 온갖 대사로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딱 한 문장으로 끝내되 대신 다른 장면에서 인물들과 관객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대표적으로 나영이가 울보라는 설정이 그렇다. 나영이는 잘 울었다. 하지만 봐줄 사람이 없어 감정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감정을 표현해도 울보라는 것을 알아봐 줄 사람이 없었을뿐더러 울 일도 줄어들었다. 받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노라의 성격이 변한 것이다. 반대로 해성이의 경우는 인물의 성격이 10대/20대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영화 중반부까지 본다면 20대의 해성과 어린 시절의 해성이 둘 다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둘은 얼핏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중간에 군 생활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 사람의 시간이 12년이나 지났다는 것이 체감하기 어렵다. 특히 가족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그런데, 둘을 비추는 방식은 별 차이가 없다. 시각적으로 이들이 차이가 없는 것으로 연출해 실질적으로 변한 건 드물다는 것을 암시하는 연출이다.
또 영화에서 흥미롭게 리듬을 변주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시차다. 두 사람의 시차는 영화에서 첫 대면신에만 설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시차가 영화에서 내포하는 바는 의사소통의 균열이다. 이 균열이 일어나는 장면이 인물들의 관계마다 다 묘사되어 있다. 아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술집의 장면은 주인공 해성-노라 / 노라의 남편으로 대화 구조가 짜여있다. 둘/하나로 나뉘는 이유는 언어 때문이다. 노라의 남편은 한국어를 못한다. 그래서 둘은 내면의 은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언어로 시차를 둔 것이다. 이 시차는 두 주인공에게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에서 12개월을 기점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번 끊는다. 여기에서 해성과 노라가 연애를 시작한다. 해성이는 사랑을 끝내는데 반면 노라는 남편을 만나는 장면도 두 사람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신에서는 노라가 직접('네가 원하는 나영이는 이제 없어')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해성이가 원하는 현재와 노라가 이해하는 과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러니까 해성이는 노라가 나영이의 모습으로 자기를 사랑해 주기 바라기 때문에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렇게 영화는 시차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드러내고 있고, 이를 두 인물이 가진 고유의 리듬을 비틀면서 전개한다
뜨겁게 뜨겁게 안녕
이 영화를 만든 셀린 송 감독은 이 영화를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글쓴이에게 있어 ‘새롭게 시작한다’라는 의미는 시차와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인간이 성숙해진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시차를 두는 일과 유사하다. 사람은 누구나 후회를 한다. 쉽게 털어버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오래 가슴에 품는 이도 있다. 이 후회는 과거의 내가 보지 못했던 걸 현재의 자신이 알고 있다는, 일종에 시차로 인해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영화는 이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내가 알지 못했던 걸 지금 고치기 위해 노라에게 간 해성. 하지만 과거의 내가 알든 현재의 내가 알든 그건 노라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벌어진 일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해성이 잘 알고 있다. 영화는 이 과정을 깨닫는 해성의 내적 성장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또 사실상 노라의 현재를 상징하는 남편 캐릭터를 진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당신에게 현재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한다. ‘전생’에 있었던 그 모든 사건보다 현생의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유태오 배우는 열연을 펼친다. 대표적으로 이 영화의 중심 부분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회전목마 신에서는 이 인물이 그동안 품어왔던 그리움을 표정으로 보여준다. 네가 그리워라고 주절주절 떠드는 것 없이, 단 한마디로 모든 감정을 응축한다. 아마 유태오 배우가 이 감정에 크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연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유태오 배우가 참석했다. 유태오 배우는 “이 시나리오를 받고 울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이는 장면이 있다. 바로 술집에서 대화하는 신이다. 여기서 해성을 보면 영어에 서투른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영어를 못해서 대충 눈치로 넘기는 장면을 보면 '정말 영어 못하나 보다'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자연인 유태오 배우는 영국과 미국에서 연기를 공부했다고 알려져 있다. 연기로 이 부분을 돌파한 셈인데, 유태오 배우가 연기에 얼마나 이 장면을 잘 이해하고 있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국에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는 <패스트 라이브즈>는 10월 9일 오후 12시 30분에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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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팔콘앤윈터솔져를 주목해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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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는 산돌구름에게 폰트를 지원 받았습니다"
2021. 04. 16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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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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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타임라인*
00:00 클라이막스로 향해중
00:49 예상했던 짭틴아메리카
02:26 캡틴의 향수를 뿌린 샘
04:16 5화 카메오?
06:12 새로운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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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죽던 날] 리뷰:주제가 쉽게 와닿지 않았던 영화, 다소 장황했고 지루했다.
#내가죽던날#김혜수#이정은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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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베네데타> 리뷰 예고편
성혼과 그리스도의 심장 교환,신과의 결혼 등 종교적이고 에로틱한 무아경으로 신비주의로 추앙 받으며 수녀원장에 오른 베네데타. 수녀원에 들어온 바톨로메아라는 처녀와의 사랑이 교회에 적발되면서 한 순간에 불경한 창녀로 매도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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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스루 마이 윈도> 공식 예고편
모든 것은 와이파이 비번에서 시작되었다.. 매력적인 이웃집 남자 아레스를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라켈. 몰래 훔쳐 보기만 하고 한 번도 말해본 적 없는 남자. 그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아리아나 고도이 소설 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