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작가2022-08-02 12:53:03
의와 불의의 싸움
영화 [한산 : 용의 출현] 리뷰
줄거리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조선은 한양을 빼앗기며 위기에 놓인다.
왜군은 전주와 한산도를 동시에 공격하여 명으로 가는 길목을 열겠다는 작전을 짠다.
이순신 장군은 이를 꿰뚫어 보고 바다 위에 성을 지어 왜군의 바닷길을 막기로 한다.
감상 포인트
1. 거북선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에서 웅장이 가슴해지며 벅참을 느낄 수 있다.
2. 다만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여러 인물을 거치며 전개되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흐름을 놓칠 수도 있다.
3.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감상평
한산을 보고 나오면 딱 명량이 보고 싶어진다. 그땐 어떻게 영화를 보여줬는지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확실한 건 이 영화가 명량을 뛰어넘는 영화라는 점? 명량은 몇몇 인물에게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상황을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많이 낳았고, 그 점 때문에 논란도 많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에 충실하여 한산도대첩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하나의 영화 속에 온전히 녹여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싸움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다."
이순신에게 패한 준사가 이 싸움은 어떤 싸움이냐 묻자, 이순신이 답한다. 이 말에 관객들은 다른 생각을 모두 지우고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 대사는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다. 대놓고 말을 하지만, 그래서 더 이해가 된다. 임진왜란은 대륙 침략을 위해 조선을 공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준사가 직접 의병들과 전주성에서 싸우는 장면들도 인상 깊었다. 영화 내에서 준사를 보여준 방식은 단순히 일본 사람이 한국 사람의 편에 선 것이 아니라, 불의에서 벗어나 의로 향하는 마음, 방향을 틀어 의의 마음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의와 불의는 단순히 입장 차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장수들의 정치 싸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본군 내부에서는 심각한 분열이 일어난다. 극을 이끌어가는 와키자카를 중심으로 새로운 권력을 잡고 싶은 인물들이 가토의 군대를 처치하고 배를 빼앗는 장면에서는 와키자카라는 인물에 대한 비열함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이기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화합이나 의리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장수들 사이에서도 분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균 장군은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려고 하고 이순신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익진을 제때 펼치지 못해 위기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노장인 어영담이 대신 미끼가 되어 위기에 처하자 이운룡이 도우러 가고, 적진에게 붙잡힌 원균이 학익진의 날개로 들어올 수 있도록 구선을 등장시키는 등, 이순신은 절대 낙오된 자를 버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의’를 가졌느냐, 가지지 못한 ‘불의’냐의 싸움이기도 한 것이다.
더불어 이순신 장군이 학익진의 어떤 위치에 어떤 장군을 배치할 것인지 깊이 고민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이 장면에서 굉장히 지략가적인 면모를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이 그저 전술만 잘 짰다면 이토록 후대에 이름을 남기는 장군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임진왜란이란 혼돈 속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던 조선을 꺼내 전쟁의 판도를 바꾸었던 한산도대첩. 이순신은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 학익진을 펼친 것이 아니라, '누가 어디에 있을 때 이길 수 있는지'를 생각하며 학익진을 펼친 것이다.
아쉬웠던 점은 이순신이 상대방에게 어떤 정보를 주었고, 어떤 정보를 숨겼는가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 장수 와키자카의 조카인 사헤에는 중으로 변장해 이들의 학익진을 전부 지켜본다. 전투 연습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가는 것도 모자라 거북선의 도면마저 훔쳐 간다. 이순신은 이걸 노린 걸까?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났다면 좋았을걸, 싶다.
이 영화는 한산도대첩이 '정보전'이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순신 측에 왜군의 정보와 상황을 알리는 임준영(옥택연)과 와키자카의 기생 노릇을 하며 첩자를 지키는 정보름(김향기)이 있듯이 왜군에도 첩자가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정보를 내주고, 어떤 정보를 취하는지에 대한 부분들이 부각되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굵직하고 커다란 것들로 축소했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고 깔끔한 처리를 위해서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
"2선에서 무너지면 여긴 끝장이야!"
그럼에도 이순신의 학익진 배치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임진왜란이라는 침략에서 버티는 힘을 가질 수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이순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믿는 결연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내에서는 한산대첩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주성에서 의병들이 왜구의 침략을 막아내는 장면 역시 비중 있게 다룬다. 서로 보이지 않고 상황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한 마음으로 필사의 노력을 다 한 것이다.
이순신 위주의 영화가 아니라 이순신과 그 주변 인물들, 왜구의 침략을 타파하기 위한 많은 사람들을 조명한 영화라서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국뽕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전작도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훨씬 더 나은 방향성으로 영화를 전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장에서 만난 영화라서 더 반가웠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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