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8-14 21:33:03
그래! 이게 프레데터지!
-<프레이>(2022)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늘 인류의 마음속에 있었다. 원시부족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도 그것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두려움은 우리 주변에 늘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은 안전한 곳에 있으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두려운 것에 도전해왔다. 새로운 땅에 탐험을 하거나 주변의 맹수와 대결을 벌인다. 현대에는 지구 밖의 미지의 공간으로까지 탐험을 나간다. 이렇게 도전이 멈추지 않는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어쩌면 인간이 가진 본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프레이>는 1700년대를 배경으로 코만치 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직 야생과 가깝게 생활하는 그들은 주변의 두려운 존재인 곰이나 사자 등이 나타나면 그것으로부터 부족을 보호하려고 팀이 꾸려진다. 하지만 그곳에 외계의 존재인 프레데터(데인 딜리에그로)가 나타나면서 코만치 부족이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한다. 그에 대항하는 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녀 나루(엠버 미드썬더)다. 끈이 달린 작은 손도끼와 화살을 이용해 두려움에 맞선다.
1700년대에 찾아온 외계 헌터 프레데터
주변의 사람들은 나루를 전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보호해야 할 존재로 대하고 실제로 맹수를 퇴치하다 기절한 나루를 집으로 옮겨 두기도 한다. 하지만 나루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인류가 계속 무언가에 도전해 나가는 것처럼 조금은 서투른 전투 실력으로도 자신 앞에 나타난 두려움과 맞선다. 영화 속 프레데터와 나루의 모습은 그 덩치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 또한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프레데터와 원초적인 무기를 가진 나루가 대결을 벌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는 그런 큰 차이를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부족에게 전투 능력을 무시당하는 나루는 외계 존재 프레데터에게조차 위협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영화 초반 곰을 처치하던 프레데터는 나루의 존재를 보게 되지만 그에게 표시되는 화면에서 나루는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고정관념이 사냥 전문가인 프레데터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나루는 여러 가지 상황 끝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으로 프레데터에게 반격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영화 <프레이>는 1987년에 개봉한 <프레데터>와 1990년에 개봉한 <프레데터 2>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는 후속 편이다. <에어리언> 시리즈와 함께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외계 존재인 프레데터는 2010년에 <프레데터스>, 2018년에 <더 프레데터>의 후속 편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의 설정을 확장시키며 재등장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긴장감을 영화 안에 담지는 못했다. 원작의 1편과 2편이 미지의 존재로부터 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잘 표현하여 영상에 담아냈다면 그 이후의 후속 편에는 그런 위압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인기 있는 외계 존재인 에어리언과 프레데터를 함께 등장시킨 영화 <에어리언 vs. 프레데터>는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캐릭터의 인기에 기댄 이벤트성 영화로 소비되어 버리고 만다.
프레데터라는 존재가 여전히 인기가 있는 건, 기술적인 우위와 괴상한 얼굴을 비롯해 우람한 몸집에서 오는 위압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전투 전문가로서 그가 여러 맹수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냥꾼으로 보인다. 영화 <프레이>는 그런 프레데터의 위압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아직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나타난 프레데터는 아직 인간이 제압하기에는 어려운 존재다. 현대의 무기로도 제압하기 어려운 존재가 무기조차 열악한 시기에 등장하면서 전달되는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원작의 설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이용해 만들어낸 위압감
무엇보다 주인공이 성인이 되지 않은 여성인 나루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은 원작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설정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나루가 프레데터와 대항하고 자신만의 전투 아이디어로 대등한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꽤 흥미진진하다. 마치 자신이 부족을 지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다친 몸을 이끌고 혼자 숲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두려움에 계속 도전하는 인류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실 과거 <프레데터> 시리즈에서 프레데터에 대항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군인이거나 경찰 혹은 악독한 범죄자들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에서는 전투전문가라고 할만한 인물이 없다. 짐승을 사냥하고 초기 소총을 쓰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프레데터에게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하고 만다. 그래서 아직 전투가 서투른 나루가 프레데터와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기존의 프레데터가 가진 설정을 잘 유지하고 이해 가능한 범위의 전투 전략을 이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꽤 훌륭한 <프레데터> 프리퀄을 완성해냈다.
영화를 연출한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과거 <클로버필드 10번지>를 통해 벙커에 갇히게 된 인물들이 겪게 되는 공포심을 잘 영상화한 바 있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지만 잘 짜인 상황과 연출로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던 그는 이번 영화 <프레이>에서도 기존 시리즈의 설정을 잘 활용하면서도 한정된 등장인물을 이용해 위압적인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루나 역을 맡은 배우 엠버 미드썬더도 조금은 여리게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여전사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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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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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오르는 여인의 신작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에 빛나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화제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능가할 마스터피스, <쁘띠 마망>이 올 가을 개봉을 확정지으며 센세이션을 예고하였습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2007년 <워터 릴리스>로 데뷔한 이후 <톰보이>, <걸후드>까지 성장 3부작을 완성,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정체성과 욕망을 세밀히 탐구하며 연출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는데요. 그리고 2019년 연출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직후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하며 전세계 평단의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목이 정해지기 이전부터 '불초상'이라는 제목과 함께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부터 뛰어난 작품성에 대한 입소문이 더해지며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인 15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이후 정식 개봉된 적 없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전작들이 모두 개봉되는 진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시네아스트(Cineaste)로 자리매김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 <쁘띠 마망>은 지난 3월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되었는데요. <쁘띠 마망>은 8살 소녀 '넬리'가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잠시 머물게 된 엄마의 고향집에서, 동갑내기 친구 '마리옹'을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시간을 그린 작품입니다. 영화제 공개 직후 "완벽한 영화, 베를린에서 발견한 보석"(The Guardian), "영화제 최고의 작품"(Otroscines.com) 등의 호평이 이어지며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IMDb 메타스코어 93점을 유지며, 전작을 능가하는 마스터피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셀린 시아마 감독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불리며, 그가 가진 섬세한 연출력이 극대화된 것은 물론, 보다 넓어진 세계관이 전 세대를 아우를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를 장식할 최고의 아트버스터로 자리매김할 것을 예고하였습니다.
한편 개봉 소식과 함께 공개된 런칭 포스터는 팬들을 매료시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들을 상기시키며 , 신작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젠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데뷔작 <톰보이>부터 퀴어 로맨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까지 착실히 세계관을 넓혀 온 셀린 시아마가 신작 <쁘띠 마망>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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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 이브> 작가인 에머랄드 페넬의 첫 장편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페넬 감독의 첫 장편 <프라미싱 영 우먼>은 주인공 카산드라(이하 ‘캐시’/캐리 멀리건 분)의 끔찍한 일을 당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니나를 위한 ‘대리’ 복수극이다. 최근 여성 서사 복수극으로 유명한 왓챠의 드라마 <킬링 이브>의 각본가인 에머랄드 페넬은 악랄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블랙 코미디 <Careful How You Go>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 탄탄한 각본 실력으로 <프라미싱 영 우먼>은 4월 개최되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각본이 얼마나 잘 짜여졌는지 문학의 본질 및 내용, 형식, 종류, 작법의 원칙, 조건 등을 가장 잘 다루어 인정받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비추어 어떤 부분이 부합하며, 어떤 부분이 부합하지 않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살펴보려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로그라인(한 문장으로 요약된 줄거리)’부터 보면, 영화에서의 로그라인은 ‘성폭행으로 자살한 친구의 복수를 하던 중, 옛 친구이자 본인을 짝사랑하던 남자 라이언이 등장한다’가 된다. 여기서 벌써 하나 짚어보아야 하는 부분은 잘 만든 로그라인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인 아이러니이다. 주인공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기 위해 캐시의 삶에 변화를 주는 ‘장애물’로 등장하는 라이언은 두 가지로 작용한다. 첫 번째, 캐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다시 찾으려 하게 되는 도구, 두 번째, 복수를 그만두려던 캐시에게 가해자 알 먼로를 찾아가 복수를 마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즉, 자아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대상이자 결말을 비극으로 이끄는 복수심을 터트리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에서 그 원인은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착오나 실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캐시가 라이언을 만나는 것은 캐시의 착오나 실수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유감이었던 점이기도 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극적인 이야기의 네 가지 중 (반전/발견이 있는) 복합 비극에 해당한다. 이러한 플롯은 발견이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주인공의 운명이 ‘지극히 행복한 순간’에서 ‘불행한 상태’로 바뀌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말한다. 여기서 인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뀌는 것을 뜻하며, 가장 바람직한 유형의 플롯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라이언의 등장과 역할은 캐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꾸어주는 아이러니한 인물이 되는 동시에 바람직한 로그라인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보편적인 복수극의 형태는 대부분 가족에게 가해진 위해에 대한 복수가 주를 이룬다. 이유는 보편적으로 복수를 하게 된 이유가 쉽게 이해되면서 심정적으로도 절절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극적 행위란 가족 사이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최소한 혈연관계나 ‘유사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기에 캐시의 가족이 아닌 가장 가까웠던 친구라는 설정은 그 절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연대’까지의 확대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관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와 현실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부모와 같이 살고, 의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던 재능에도 카페 아르바이트생 신분을 유지함을 통해 캐시가 잃은 것은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자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캐시의 엉망진창인 삶을 통해 당사자인 니나가 살아있다한들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투영시킨다. 그런 반면, 가해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알 먼로는 ‘촉망받는 청년’으로 대학을 무사히 졸업해 성공한 의사가 되어 누군가의 좋은 남편이 될 준비를 한다. 또한 알 먼로가 벌인 범죄의 자리에 있던 라이언 또한 소아과 의사가 되어 아픈 아이들에겐 구원자가, 자신이 좋아하던 여성에겐 안정적으로 보이는 애인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시의 실종 사건에 거짓된 증언으로 일조하고 알 먼로와 라이언과 비슷하게 그 자리에 올랐을 법한 남자 형사는 그런 행태의 여성은 그럴만하다는 태도로 그의 증언을 그러려니 하며 믿는다. 캐시 또한 ‘촉망받는 학생’으로 의대를 무사히 졸업하여 사회의 한 역할을 하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니나와 캐시로부터 박탈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위치를 유지하여 권력을 얻고 또다시 카르텔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남성은 두 가지 부류로 나온다. 클럽 앞, 라이언이 캐시를 알아보자 캐시는 술 취한 연기를 그만둔다. 이때 여성이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도망가는 검정 베레모를 쓴 남성. 캐시에게 차이고 ‘너는 루저야’라고 부족한 점을 후려치는 라이언. 약한 사람 옆에 서서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부류와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이쯤 되면 영화에서 ‘좋은 남자’라고 말하는 남자들의 좋은 남자의 정의와 보통의 ‘일반적인’ 남자들에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에서 술에 취한 듯한 캐시에게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남자들. 술에 취한 줄 알았던 캐시가 멀쩡한 상태가 되자 ‘나는 좋은 남자야, 나의 호의를 의심하지 말라’라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남자들. 과거에 성폭행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지만 본인은 무사히 졸업하고 결혼을 앞둔 채 새 신부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며 스트립 걸을 거부하는 알 먼로와 캐시 앞에 넉살 좋게 등장한 라이언은 ‘좋은 남자’일까. 라이언의 등장으로 캐시는 움직이게 되지만 복수극이라는 장르를 고려했을 때 완벽한 복수극은 되지 못한다. 캐시는 같이 일하던 친구 게일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 남긴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은 그 목걸이를 받은 게일의 리액션이 아닌 목걸이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담아낸다. 감독은 이 장면을 영화의 엔딩으로 채택함으로써 또 다른 복수극을 만들지, 원인을 개선할지, 중립이라는 명목 하에 침묵으로 가해자 편에 설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알 먼로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짓밟는 류의 행위로 니나와 캐시의 자아를 파괴한 것이 아니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타인의 존엄성을 박탈을 하였던 것일까라는 의문과 그 와중에 라이언에게서 새 삶을 찾으려는 캐시의 노력에 또한번 역겨운 눈물이 난다.
영화는 실제 2016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촉망받는 젊은 남성(promising young man)’의 이야기를 비틀며 시작했다. 영화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건 캐시가 아니라 니나이다. 그럼에도 캐시가 복수극을 펼친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삶, 그런 세상을 아슬한 벽을 두고 서 있는 남겨진 이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라이언은 캐시가 자아를 잃어버린 채,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비극을 끝내는 트리거가 된다. 지금까지 영화의 역사에서 수없이 보여준 남성 성장물의 성장 도구이자 장애물이었던 여성의 역할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마친다. 영화 속 놓여진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사랑’이라는 것과 그들을 ‘규정’하는 맥락의 차이엔 폭이 크게 느껴진다. 니나의 희생으로 캐시가 복수를 계획하듯, 캐시의 희생을 위해 누군가는 복수극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촉망받는 젊은 남성’은 졸업 준비에만 몰두하면 되겠지만 유망한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더 이상은 누군가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이 아닌 자신의 길을 온전히 걷는 ‘프라미싱 영 우먼’이 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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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RM이 주목한 사진작가 낸 골딘의 다큐 영화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사진작가이며 액티비스트인 낸 골딘(Nan Goldin)의 삶과 예술, 그리고 편견과 부조리를 향한 투쟁을 담았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임에도 2022년 베니스영화제서 최고 영예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걸작이다.
연출은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Laura Poitras)가 맡았다. 그녀는 낸 골딘을 가리켜, “인생에서 용감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낸과 같은 사람을 결코 만난 적이 없다.”라고 찬탄했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낸 골딘이 연대해 투쟁하는 단체 <P.A.I.N>은 골리앗 새클러 가문과 그들의 기부금을 받아 이미지 세탁을 도운 대형 미술관에 드러누워 행동으로 성토한다. 낸 골딘과 <P.A.I.N>은 마약성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판매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거대제약 회사와 그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이 죽음의 대가로 얻은 돈으로 기부한 자선기금을 거부할 것을 미술관과 대학에 요구하였다. 그녀의 활동으로 제약회사는 파산하였고,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새클러 가문의 이름이 지워져 갔다.
영화는 그녀의 사진예술이 세상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절망에 처한 자신도 살렸음을 그려낸다. 낸 골딘은 50여 년 전 정치적 검열과 차별이 노골적이었던 시절에도 카메라에 세상의 터부를 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사회적 금기와 직면하고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러한 사진들은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로 전시가 금지되었다. 낸 골딘은 사진이 예술인지 정치적 행위인지는 정부와 의회권력이 아니라 예술가와 관객이 결정한다고 소리 높였다.
낸 골딘에게 성정체성으로 집에서 쫓겨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니가 있었다. 동성애자에게 가혹했던 시절 부모는 언니의 삶과 죽음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낸은 언니가 흔적 없이 죽은 후, 평생에 걸쳐 자신의 자취를 남기려고 몸부림쳤다. 낸에게 사진은 인생에 흔적을 남기는 수단이었고, 언어였다. 그녀는 가난과 차별, 생존을 위한 몸부림들, 남친에게 코뼈가 으스러지도록 폭행당한 얼굴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은 자신을 살리는 해방구였으며, 고통과 두려움을 헤쳐나가는 생존 행위였다.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는 2023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하며 낸 골딘을 1위로 올렸다. BTS RM도 인스타그램에 낸 골딘의 사진집을 올려 그녀의 예술과 인생 여정에 관심을 드러냈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기 힘든 영화다. 하지만 가장 밑바닥의 삶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을 드러내는 사진들이 그 자체로 사람의 영혼을 건드리는 울림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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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파묘> 1000만은 이번주 주말에 달성할것으로 보입니다.
푸바오는 떠났지만 한국에는 판다 머리띠를 쓴 최민식 배우가, 북미에는 쿵푸팬더가! 장악중.
[국내 박스오피스]
<파묘>가 개봉 4주 차 주말에도 흥행 독주를 이어나갔습니다. 4주차 주말 78만여명 관객을 동원, 누적 관객수 929만 명을 돌파하며 오컬트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금주 주말에 천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쿵푸팬더 4>는 2주 연속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누적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전 세계 37개국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한것은 물론 월드와이드 수익 1억 7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2024 개봉 영화 중 전 세계 2번째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와 같은 흥행 추세로 보아 3주 차의 <고스트버스터즈: 오싹한 뉴욕> 개봉 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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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의 예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Cinelab Curation]❣️
여러분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영상 촬영 기법 중 하나인데요.
한 프레임마다 촬영하여 이어 붙여 영상을 만든다는 특성 때문에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린다고 해요.
오랜 시간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지며 특유의 감성을 지닌 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 기법인데요!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처럼 실사에 스톱모션 기법을 더하여 인상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대부분의 분들이 익숙해하실 클레이 또는 퍼펫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작품들을 가져와 봤어요!
오늘 큐레이션을 통해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시고 안 보신 작품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스톱모션 자체가 무척 힘든 제작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작품 비하인드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방식이 될 것 같죠?🤭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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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들을 위한 시(詩)적 허용, <생각의 여름>
[감독: 김종재 | 출연: 김예은, 곽민규, 한해인, 오규철, 신기환 등 | 제작: 너드 조크 필름 | 배급: ㈜인디스토리 | 러닝타임: 82분 | 개봉: 2021년 8월 12일]
안그래도 덥고 짜증나는데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인해 올여름은 웃을 일이 참 적다. 거기에 장기화된 취업난까지 겹쳐 괴로운 일상이 지속되는 청년세대를 위로해줄 유쾌한 영화가 찾아온다.
영화 <생각의 여름>은 MZ세대의 사랑을 받는 젊은 작가 황인찬 시인의 실제 시 5편이 영화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테마로 사용된 것이 특징이다. 원래의 시를 영화 속 상황에 어울리게 배치하다보니 딱 들어맞지 않고 느슨하게 연결이 되는데 이러한 점이 오히려 '시적 허용'같이 느껴진다.
'시적 허용'이라는 키워드는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도 연관된다. 시인 지망생인 주인공 '현실'은 마지막 공모전에 낼 시 한 편이 써지지 않아서 헤매인다. 또한 사랑하던 연인과도 헤어졌고 인간관계도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그럼에도 씩씩하게 "시가 써지지 않으면 산으로 가는 게 답!"이라며 근처의 산을 등반하러 발걸음을 뗀다. 풀리는 일은 없지만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그의 모습을 보자면 관객들은 어느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게 된다. '현실'의 모습은 되는 일 없고 답답함의 연속이지만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있어 아름다운 청춘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이는 인생에서 청춘은 시에서 '시적 허용'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시에서 '시적 허용'은 어법에 딱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지만 시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듯이 인생에서 '청춘'은 괴로울 일 하도 많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시기라고 말이다.
누구는 좋은 직장에 취업도 덥석덥석 하고, 또 인기가 많아서 알콩달콩 짝지어 연애도 잘만 하는데 왜 나는 이도저도 아닌 걸까. '현실'도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알바를 하는 카페의 동료 알바생이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시를 쓰는 모습이 마냥 멋지기도 하지만 엉뚱하기도 하고 무슨 생각을 그리 골몰하는 지 알 수 없는 '현실'에 마치 동류(同類)를 만난 듯 끌리고 만다. 새롭게 찾아온 인간관계 말고도 낮에 술 먹자고 불러도 못 이기는 체 달려나오는 절친 '남희'도 있다. '현실'은 그의 생각보다 인간관계를 망친 것 같지 않다.
나도 여봐란듯이 살지도 못하고 있고 인기도 없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외롭고 스스로가 작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또 그럴 때면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들을 떠올린다. 어디선가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껴질 때면 더 힘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내가 비록 대중성은 떨어져도...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맺고 있음에 감사하다. '현실'도 '남희'와 투닥거리면서 내색은 안 하지만 맞은 편에 앉아 내 찌질한 모습을 다 받아주고 또 자신의 찌질한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고 있지 않을까.
다시 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황인찬 시인의 [실존하는 기쁨]으로 시작해 [소실]로 끝나는 영화를 다 보고나면 한 편의 시집을 감상하는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시 읽는 것에 큰 취미가 없는 사람이 영화 덕분에 시에 매력을 느끼게 된 걸 보면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을 뺐는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특히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무화과 숲]은 마지막 구절이 백미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무모한 짓을 저질러도 그에 대한 댓가가 따르지 않는다니. 그야말로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름다우면서도 가슴이 저릿한 느낌을 주는 구절이었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무화과 숲]이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실존하는 기쁨]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실존하는 기쁨]의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 손을 잠그면 다시는 꺼낼 수 없을 것 같다'
내 감정에 확신이 없어 생기는 두려움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목은 또 '실존하는 기쁨'이어서 이런 불안마저 실존하기에 얻을 수 있는 기쁨이라는 역설이 재밌다. 어쩌면 불안과 고민 속에서도 활짝 웃기를 택한 '현실'과도 잘 맞는 시라고 느껴진다.
영화의 매력을 높이는 건 김예은 배우의 역할이 8할 이상이다. 나는 김예은 배우를 처음 본 게 <비에 젖은 나방>이라는 작품에서였다. 거기서도 시인(지망생이다ㅠㅠ)으로 나오는 김예은 배우는 흑백의 화면처럼 밝은 빛마저 흡수해버릴 듯 다크한 모습이다. 목소리가 워낙 좋고 독보적이라 해당 작품에서도 시를 읽는데 내 기억에 오래 남았나보다. 배우의 다른 모습이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비에 젖은 나방>과는 180도 다른 발랄한 모습으로, 그것도 시인 지망생으로 나오다니 무척 반가웠다. <생각의 여름>에서 김예은 배우는 슬프고 외로워도 씩씩하다. 보는 관객들의 고민마저 날려버리게 만드는 힘이 있달까. 해사한 웃음에 절로 무장해제가 된다.
김예은 배우가 연기하는 '현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보니 김예은 배우의 매력이 부각되는 것이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기 섭섭하다. '현실'의 옛 절친이었지만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고, '현실'의 첫사랑을 뺐은 '주영' 역의 한해인 배우는 영화의 톤을 오묘하게 바꿔놓는 힘이 있다. 속에서부터 뿜어내는 힘이랄까. 앞서 언급한 '현실'의 절친 '남희' 역의 오규철 배우는 실제로 친구와 술을 마시는 것 같은 텐션으로 영화의 활력을 더해준다. '현실'에게 다가온 새로운 친구 '유정' 역의 신기환 배우는 이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 맑은 기운과 생생함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현실'의 전 남친 '민구' 역의 곽민규 배우는 뭐 숨 쉬듯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보여줘서 그 능청스러움에 웃음을 짓게 한다. '현실'의 곁을 든든하게 지키는 반려견 '호구' 역의 '복자'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는 멋진 연기견이다.
여름 속을 헤매는 '현실'이 다섯 편의 시와 여러 인간관계를 거치면서 정답일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모습을 보면 은은한 위로가 되고 힘이 난다. 영화 전체가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같다. 스물 아홉에 제대로 아홉 수를 맞은 '현실'이 좌충우돌 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이십 대의 중반인 나는 조금 더 고민하고 헤매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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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매드랜드 후기 / 제92회 아카데미 3관왕 /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 미국 중서부의 자연경관 / home이 아닌 house가 없는 노매드의 삶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노매드랜드”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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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 드세요 연상호씨, 당신 아직 죄인 아닙니다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에 대한 비난이나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염력'을 개봉하자마자 관람했습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선한 시도였기에, 많은 호불호가 갈릴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염력의 장단점과 캐릭터 특징을, 2분 안에 주관적으로 압축하여 빠르게 정리해봤습니다. (이 때문에 영상 편집 퀄은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영상 속에 아기자기하게 많은 재미요소가 들어가있으니 재밌게 감상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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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 #연상호 #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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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1차 예고편
MI6를 떠난 이후 '매들린'과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던 '제임스 본드'.
어느 날 CIA요원 '펠릭스'가 찾아와 선별적 DNA 공격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생화학 무기 유출을 알린다.
위험에 처한 전 세계를 구하기 위해 복귀하게 된 제임스 본드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MI6요원 '노미'를 만나고, 모든 사건의 배후에 운명으로 얽혀 있는 최악의 적 '사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위험천만한 위기 속, 감춰져 있던 비밀이 밝혀지면서 작전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데..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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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빌리 홀리데이> 메인 예고편
팝 보컬의 예술을 영원히 바꿔 놓은 재즈의 초상 '빌리 홀리데이' 무대 위에선 모두의 박수를 받는 '레이디 데이' 였지만 무대 아래에선 시대의 폭력과 광기에 끝없이 시달렸다. 도망칠 곳 없이 어둠으로 내몰린 삶 속에서도 그녀가 포기할 수 없었던 두 가지 세상을 위한 단 하나의 노래, 그녀를 위한 단 하나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