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8-14 21:33:03
그래! 이게 프레데터지!
-<프레이>(2022)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은 늘 인류의 마음속에 있었다. 원시부족 시절부터 시작해 현재까지도 그것에 대한 원초적인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두려움은 우리 주변에 늘 자리하고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은 안전한 곳에 있으려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두려운 것에 도전해왔다. 새로운 땅에 탐험을 하거나 주변의 맹수와 대결을 벌인다. 현대에는 지구 밖의 미지의 공간으로까지 탐험을 나간다. 이렇게 도전이 멈추지 않는 것은 두려움을 이겨내려는 노력이 어쩌면 인간이 가진 본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프레이>는 1700년대를 배경으로 코만치 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직 야생과 가깝게 생활하는 그들은 주변의 두려운 존재인 곰이나 사자 등이 나타나면 그것으로부터 부족을 보호하려고 팀이 꾸려진다. 하지만 그곳에 외계의 존재인 프레데터(데인 딜리에그로)가 나타나면서 코만치 부족이 하나둘씩 죽어가기 시작한다. 그에 대항하는 건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소녀 나루(엠버 미드썬더)다. 끈이 달린 작은 손도끼와 화살을 이용해 두려움에 맞선다.
1700년대에 찾아온 외계 헌터 프레데터
주변의 사람들은 나루를 전사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보호해야 할 존재로 대하고 실제로 맹수를 퇴치하다 기절한 나루를 집으로 옮겨 두기도 한다. 하지만 나루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마치 인류가 계속 무언가에 도전해 나가는 것처럼 조금은 서투른 전투 실력으로도 자신 앞에 나타난 두려움과 맞선다. 영화 속 프레데터와 나루의 모습은 그 덩치에서부터 엄청난 차이가 난다. 또한 최첨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프레데터와 원초적인 무기를 가진 나루가 대결을 벌이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영화는 그런 큰 차이를 통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부족에게 전투 능력을 무시당하는 나루는 외계 존재 프레데터에게조차 위협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 영화 초반 곰을 처치하던 프레데터는 나루의 존재를 보게 되지만 그에게 표시되는 화면에서 나루는 위협적인 존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형적인 약육강식의 고정관념이 사냥 전문가인 프레데터에게도 영향을 준 것이다. 나루는 여러 가지 상황 끝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으로 프레데터에게 반격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영화 <프레이>는 1987년에 개봉한 <프레데터>와 1990년에 개봉한 <프레데터 2>의 이야기와 맞닿아있는 후속 편이다. <에어리언> 시리즈와 함께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외계 존재인 프레데터는 2010년에 <프레데터스>, 2018년에 <더 프레데터>의 후속 편이 만들어지면서 이야기의 설정을 확장시키며 재등장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긴장감을 영화 안에 담지는 못했다. 원작의 1편과 2편이 미지의 존재로부터 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잘 표현하여 영상에 담아냈다면 그 이후의 후속 편에는 그런 위압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인기 있는 외계 존재인 에어리언과 프레데터를 함께 등장시킨 영화 <에어리언 vs. 프레데터>는 영화적 완성도보다는 캐릭터의 인기에 기댄 이벤트성 영화로 소비되어 버리고 만다.
프레데터라는 존재가 여전히 인기가 있는 건, 기술적인 우위와 괴상한 얼굴을 비롯해 우람한 몸집에서 오는 위압적인 느낌 때문일 것이다. 또한 전투 전문가로서 그가 여러 맹수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냥꾼으로 보인다. 영화 <프레이>는 그런 프레데터의 위압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애썼다. 아직 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시대에 나타난 프레데터는 아직 인간이 제압하기에는 어려운 존재다. 현대의 무기로도 제압하기 어려운 존재가 무기조차 열악한 시기에 등장하면서 전달되는 긴장감은 더욱 높아진다.
원작의 설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이용해 만들어낸 위압감
무엇보다 주인공이 성인이 되지 않은 여성인 나루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은 원작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설정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절대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나루가 프레데터와 대항하고 자신만의 전투 아이디어로 대등한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꽤 흥미진진하다. 마치 자신이 부족을 지킬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다친 몸을 이끌고 혼자 숲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두려움에 계속 도전하는 인류의 모습과 닮아있다.
사실 과거 <프레데터> 시리즈에서 프레데터에 대항했던 인물들은 대부분 군인이거나 경찰 혹은 악독한 범죄자들이었다. 하지만 <프레이>에서는 전투전문가라고 할만한 인물이 없다. 짐승을 사냥하고 초기 소총을 쓰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프레데터에게 힘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하고 만다. 그래서 아직 전투가 서투른 나루가 프레데터와 대결을 벌이는 모습을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기존의 프레데터가 가진 설정을 잘 유지하고 이해 가능한 범위의 전투 전략을 이용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꽤 훌륭한 <프레데터> 프리퀄을 완성해냈다.
영화를 연출한 댄 트라첸버그 감독은 과거 <클로버필드 10번지>를 통해 벙커에 갇히게 된 인물들이 겪게 되는 공포심을 잘 영상화한 바 있다. 많지 않은 등장인물이지만 잘 짜인 상황과 연출로 긴장감을 극대화시켰던 그는 이번 영화 <프레이>에서도 기존 시리즈의 설정을 잘 활용하면서도 한정된 등장인물을 이용해 위압적인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루나 역을 맡은 배우 엠버 미드썬더도 조금은 여리게 보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여전사 역할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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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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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넷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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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다소 무거웠던 <서울의 봄> <노량: 죽음의 바다>를 벗어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소재의 영화로 관객들에게 찾아온 <시민 덕희>!
영화는 실화바탕의 '보이스 피싱' 소재로 통쾌한 스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이번주 개봉예정작 같이 만나보실까요?
시민 덕희
Citizen of a Kind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14분
감독: 박영주
출연: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등
개봉: 2024.01.24.
배급: ㈜쇼박스
시놉시스
내 돈을 사기 친 그 놈이 구조 요청을 해왔다! 세탁소 화재로 인해 대출상품을 알아보던 생활력 만렙 덕희에게 어느 날, 거래은행의 손대리가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안하겠다며 전화를 걸어온다. 대출에 필요하다며 이런저런 수수료를 요구한 손대리에게 돈을 보낸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뒤늦게 인지하고 충격에 빠진다. 전 재산을 잃고 아이들과 거리로 나앉게 생긴 덕희에게 어느 날 손대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데… 이번엔 살려달라는 전화다! 경찰도 포기한 사건, 덕희는 손대리도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필살기 하나씩 장착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간다.
CINE PICK!
이 영화는 2016년에 발생한 사건을 모티브로 경기도 화성시에서 작은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씨의 보이스피싱 사기로 직접 보이스피싱 총책의 사진, 은신처 정보, 중국에 소재한 사무실 주소 등을 모아 경찰에 제출하며 경찰이 총책을 검거하는데 성공한 실화 사건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넥스트 골 윈즈
Next Goal Wins
ⓒ 네이버영화
개요: 코미디 | 미국, 영국 | 104분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마이클 패스벤더, 오스카 카이틀리 등
개봉: 2024.01.24.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인성 논란으로 퇴출 위기에 놓인 축구 감독 ‘토머스 론겐’은 31: 0이라는 기록적인 패배로 창설 이후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FIFA 랭킹 최하위 아메리칸사모아 국가 대표팀의 감독을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 승률 제로, 단합 제로, 용기 제로 모든 것이 부족한 선수들과 ‘론겐’은 고군 분투하게 된다. 그들의 목표는 승리도, 우승도 아닌 오직 한 골!
CINE PICK!
<조조 래빗>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과 <엑스맨: 아포칼립스> <에이리언: 커버넌트>에서 연기력을 보여준 마이클 패스벤더가 만난 영화로 2014년에 나온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바탕으로 미국령 사모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2014fif a 월드컵 브라질 오세아니아 1차예선 시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클럽 제로
Club Zero
ⓒ 네이버영화
개요: 미스터리, 스릴러 | 오스트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 110분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미아 와시코브스카 외
재개봉: 2024.01.24.
배급: 판씨네마㈜
시놉시스
STEP 1. 깊게 심호흡하고 눈앞의 음식에만 집중해 보세요 STEP 2. 한 번에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먹어보세요 STEP 3. 음식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세요 모든 단계를 통과한 여러분을 이제 ‘클럽 제로’의 회원으로 임명합니다! 최고급 기숙사 시설에서 학생들에게 일대일 특별 교육을 제공하는 엘리트 학교의 새로운 영양교사로 임명된 ‘미스 노백’. 건강을 유지하면서 학습 능력을 키우는 ‘의식적 식사법’을 가르치는 ‘미스 노백’의 다정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수업에 아이들은 점차 빠져들게 되고 더 극단적이고 위험한 식사를 이어가는데…
CINE PICK!
<슬픔의 삼각형> 제작사 참여, <스토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미와 와시코브스카의 만남으로 영화 <클럽 제로>는 독특한 식사법을 설파하는 미스 노백과 이를 맹목적으로 믿는 앨리트 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도그맨
DOGMAN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미국 | 115분
감독: 뤽 베송
출연: 케일럽 랜드리 존스 외
개봉: 2024.01.24.
배급: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시놉시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뉴저지의 한 도심, 핑크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남자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긴급 체포된다.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던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15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하는데...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CINE PICK!
<도그맨>은 안티히어로가 자신만의 정의를 실현하는 휴먼드라마로 <레옹> <루시>를 연출한 뤽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2021년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케일럽 렌드리 존스, 폭스테리어, 도베르만, 그레이하운드와 같이 열연을 펼칩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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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 넷째 주 수요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이번 주부터는 극장과 OTT 공개(개봉) 예정작을
한 번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3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뜨거운 피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0분
감독: 천명관
출연: 정우, 김갑수, 최무성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주)키다리스튜디오줄거리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주인 '손영감’(김갑수), 그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수’는 갈등하고, 조용하던 ‘구암’을 차지하려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전 포인트
23일 기준, 예매율 31.2%를 돌파한 <뜨거운 피> 영화 <고령화가족>의 원작자 천명관 작가의 감독의 데뷔작이다. <뜨거운 피>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또한 이미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배우가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벨파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98분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주드 힐, 케이트리오나 발피, 주디 덴치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녘엔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아끼던 1969년의 벨파스트. 종교 분쟁은 벨파스트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고 가족과 짝사랑하는 소녀, 그리고 벨파스트의 골목이 전부였던 9살 버디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239번 노미네이트되고 그중 45상을 수상한 작품 <벨파스트>. 27일 열리는 오스카에서도 7번 노미네이트되어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물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운드트랙 #1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개요: 음악 | 한국 | 4부작
감독: 김희원
출연: 박형식 한소희 등
공개: 2022월 3월 23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줄거리
20년 지기 절친인 두 남녀가 2주 동안 한 집에 ㅁ물게 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
관전 포인트
디즈니플러스는 드라마 공개에 앞서 미리 음원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선공개했다. 노래를 미리 들은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과 동시에 기대감 또한 커져갔다. 두 남녀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지, 또 미리 공개된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
킹 리차드
출처 | 네이버 영화개요: 가족 | 미국 | 144분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 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 그리고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관전 포인트
<킹 리차드>는 134번의 노미네이트, 41번 수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오스카에서 6부문 노미네이트가 돼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윌리엄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바탕 영화이다. 실제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거스트 버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스페인 | 129분
감독: 호나스 트루에비
출연: 잇사소 아라나, 이자벨 스토펠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
줄거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의 마드리드 대부분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33살의 에바는 마드리드에 남기로 한다. 그녀는 축제로 들뜬 도시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한다.
관전 포인트
현재 <어거스트 버진>은 토마토 신선도 91%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영화는 칼로비바리영화제에서 FIPRESCI 상과 스페셜 멘션 상을 수상했고, 그 외에 다른 영화제에서 3번 수상을 하였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다.
파친코
출처 | Rotten Tomatoes
개요: 드라마 | 한국 | 8부작
감독: 코고나다, 저스틴 전
출연: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정은채, 정웅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애플 티비 플러스
줄거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이 대하드라마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꿈과 희망을 기록한다.
관전 포인트
총 8부작으로 이루어진 <파친코>. 1~4화는 영화 <콜럼버스>의 감독 코고나다, 5~8화는 영화 <푸른 호수>의 감독 저스틴 전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두 감독의 연출이 매끄럽게 연결됐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윤여정, 이민호 배우가 출연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 : 벅의 대모험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 유튜브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81분
감독: 존 C. 돈킨
출연: 사이먼 페그, 우카시 암부카, 빈센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줄거리
거대한 빙하 아래 숨겨져 있던 세상 `잃어버린 세계`의 와일드한 애니멀 히어로 `벅`과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공룡 `오슨`의 불꽃 튀는 대결과 모험을 담은 스펙터클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6년 만에 나온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6번째 영화이다. 전 시리즈였던 5편의 성적이 좋지 않아, 이번 6번째 시리즈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인 벅의 목소리는 앞선 시리즈와 동일하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연을 맡았던 '사이먼 페그'가 연기했다.
브리저튼 시즌 2
출처 | 넷플릭스 인스타, 유튜브
개요: 로맨스 | 미국 | 8부작
감독: 크리스 벤 듀즌
출연: 피비 디네버, 레게 장 페이지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관전 포인트
넷플릭스 유튜브에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 2 예고편이 공개 13일 만에 398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조회 수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리저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즌 2는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인 '앤소니'가 주인공인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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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에는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마동석 주연의 영화 <범죄도시2>부터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 <완벽한 축사
를 준비하는 방법>, 그리고 제71회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한 <디어 에반 핸슨>까지!
다양한 극장 개봉작부터 OTT 공개 예정작이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럼 5월 셋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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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범죄도시2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06분
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손석구, 최귀화 등
개봉: 2022.05.18
배급: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줄거리
가리봉동 소탕작전 후 4년 뒤, 금천서 강력반은 베트남으로 도주한 용의자를 인도받아 오라는 미션을 받는다.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와 ‘전일만’(최귀화) 반장은 현지 용의자에게서 수상함을 느끼고,그의 뒤에 무자비한 악행을 벌이는 ‘강해상’(손석구)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마석도’와 금천서 강력반은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역대급 범죄를 저지르는 ‘강해상’을 본격적으로 쫓기 시작하는데...관전 포인트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범죄도시>의 후속작인 <범죄도시2>.
<범죄도시>에 이어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주연으로 나오며, 메인 빌러은 손석구 배우가 맡게 되었습니다.
'니 내 누군지 아니?'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킨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인물 '장첸'을 뛰어넘는
빌런이 탄생할 지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매스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111분
감독: 프란 크랜즈
출연: 제이슨 아이삭스, 앤 도드, 마샤 플림튼 등
개봉: 2022.05.18
배급: 오드 AUD
줄거리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두 부부의 슬픔, 분노, 절망, 후회가 폭발하는 111분의 마스터피스.
관전 포인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95%를 받았으며, 전세계 43관왕을 달성한 영화 <매스>!
앙상블상만 13관왕을 수상할 정도로 배우들의 호흡과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고통, 상실, 슬픔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관한 어렵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위로를 주는 영화입니다.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 네이버 영화
개요: 코미디 | 프랑스 | 88분
감독: 로랑 티라르
출연: 벤자민 라베른헤, 사라 지로도, 줄리아 피아톤 등
개봉: 2022.05.19
배급: 판씨네마(주)
줄거리
PM 5:24 | 연애 거리두기 38일째, 소니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PM 6:56 | 소니아가 문자를 확인했다.
PM 8:07 | 소니아의 답장은 여전히 없는데 눈치 없는 누나와 예비 매형이 내게 결혼식 축사를 부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축사를 망치고 모두의 원망을 듣는 나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 두렵다.
그나저나 소니아는 왜 문자 답장이 없을까?관전 포인트
독특한 내러티브와 신선한 대사들로 이루어진 본 영화는 호평을 받으며 칸 영화제 공식 초청작되었습니다.
영화는 파브리스 카로의 소설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을 각색한 작품인데 로랑 티라르 감독은
원작을 체계적으로 해부하고 요약하였고, 이 덕분에 8개월이 걸리는 시나리오를 단 2달 만에 끝냈다고 밝혔습니다.
파이어스타터
개요: 공포 | 미국 | 94분
감독: 키이스 토마스
출연: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 잭 에프론, 글로리아 루벤 등
개봉: 2022.05.19
배급: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평범한 사람들은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과거 정부의 비밀 실험 기관인 ‘더 샵’에 의해 이용당했던
‘앤디’와 ‘비키’는 ‘더 샵’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뒤 딸 ‘찰리’를 낳고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힘을 느끼기 시작한 ‘찰리’는 어느 날 학교에서 한 남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고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여 숨어 들어간 화장실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로 인해 ‘더 샵’에서 개편된 비밀 기관인 ‘DSI’가
‘찰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또 다른 초능력자 ‘레인버드’에게 이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찰리’는 통제할 수 없는 엄청
난 힘의 발현에 혼란스러워 하고 그런 딸을 보호하기 위해 ‘앤디’와 ‘비키’는 고군분투하지만 ‘레인버드’를 앞세운 ‘DSI’가
이들의 숨통을 빠르게 조여 오기 시작하는데…
관전 포인트
5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4위를 차지한 <파이어스타터>.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신예 배우 '라이언 키에라 암스트롱'과 하이틴 스타 '잭 에프론'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봉명주공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83분
감독: 김기성
출연: 홍덕은, 지은숙, 지명환
개봉: 2022.05.19
배급: (주)시네마달
줄거리
1980년대에 지어진 청주 봉명동의 1세대 주공아파트, '봉명주공’.
철마다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나무들, 놀이터에서 쉬어가는 새들과 골목을 지키는 길 고양이들,
곳곳에 울려 퍼지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
떠나가는 거주민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봉명주공에서의 추억을 남긴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것은 무엇인가요?관전 포인트
김기성 감독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 <봉명주공>은 8개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제18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관객심사단상과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영화는 '집'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며 성찰하며 관객들 또한 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끔 만들었습니다.
OTT 공개 예정작
디어 에반 핸슨
ⓒ 네이버 영화
개요:뮤지컬 | 미국 | 137분
감독: 스티븐 크보스키
출연: 벤 플랫, 줄리안 무어, 에이미 아담스 등
개봉: 2022.05.22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자신감 제로, 존재감 제로, 어딜 가든 눈에 띄지 않는 소년 ‘에반 핸슨’은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며 어제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꿈꾼다.
어느 날, 자신에게 쓴 편지를 ‘코너’에게 빼앗긴 에반 핸슨. 며칠 뒤 갑작스러운 코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편지를 코너의유서로 오해하고 찾아온 그의 가족은 따뜻한 관심을 표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온 에반 핸슨은 그들의
따뜻함에 얼떨결에 코너와의 우정과 추억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내게 되며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게 되는데…
관전 포인트
제71회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하고, 제60회 그래미상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수상한 <디어 에반 헨슨>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원작 뮤지컬이 영화화한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의 기대와 주목을 받았는데요.
또한, 원작 뮤지컬 [디어 에반 헨슨> 초연부터 함께한 벤 플랫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아 화제를 모았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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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기억은 그 자체로 기록이 된다
당신은 매일 40개의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마치 모국어인 것처럼 자유롭게 구사해야 한다. 그러니 우선 외워야겠지. 시험공부하듯 어디에 적을 순 없고, 머리에 담아 조그맣게 읊조리는 정도만 가능하다. 종일 외우는 데에 집중할 환경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설거지나 재료 준비 등 주방 일을 하며, 당신을 감시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머리를 굴려야 한다. 잠들기 전 시간을 이용할 수도 있겠다. 기도문을 외듯 나지막이 웅얼거리는 당신을 핀잔할, 당신과 같은 '방'을 쓰고 있는 수백 명의 질타를 견디면서.
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제2차 세계대전, 나치 수용소, 그리고 페르시안으로 위장한 유대인. 세 가지 키워드로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영화 초반부의 방점은 '페르시안'에 찍혔다.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상황은 나치 수용소로 잡혀간 한 유대인이 페르시아인인 척하며 독일군 장교에게 알려줄 페르시아어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정확히는 '만드는' 과정. 그는 페르시아어를 할 줄 모르지만, 순간적인 기지는 뛰어났다. 거대한 거짓에 그럴싸한 작은 사실 몇 개를 섞으면 진실보다 더 진실처럼 보인다던가. 앞으로 그가 겪을 일과 딱 맞는 말이다.
자, 어떻게 매일 40개의 단어를 만들며 목숨을 부지할 것인가?
도망가는 건 방법이 아니다. 지뢰밭에 발을 디디거나 독일군의 총을 맞거나. 죽음으로 향하는 길은 살고자 하는 당신이 택할 게 못된다.
다행히 영화의 주인공, 그리고 실화를 기반에 둔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방법을 찾는다.
이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갈 때다.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타오르는 불. 불길에 그을리는 종이. 종이 위 까만 글자들이 사그라진다. 그 위로 영화를 만든 이들의 이름과 역할이 생겼다 사라지고 다시 생기길 반복한다. 암전. 이윽고 숲처럼 보이는 탁 트인 공간. 꼭 맞는 나무의 대칭 가운데, 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절뚝이는 것도 같고, 무언가 위태로운 느낌이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커다란 코트를 짊어지고서. 걸음은 투박할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계속 앞을 향한다. 영화가 끝나고, 본 것을 되새기면서 깨닫겠지. 복선 그득한 장면들이었단 걸.
'페르시아어 수업' 타이틀이 뜨고, 익숙한 풍경이 시야에 맺힌다. 덜컹대는 트럭 안,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 다만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눈빛들. 키 큰 남자가 옆 사람과 작게 조잘거린다. 남자의 무미건조한 눈빛은 옆 사람이 샌드위치가 있다는 말에 마구 반짝인다. 자신이 갖고 있는 아주 유서 깊은 책을 줄 테니, 이거랑 교환하자고. 엄청난 값어치의 물건을 얻는 거라며. 눈망울이 큰 남자가 샌드위치를 내밀자 키 큰 남자는 제 몫을 제외한 남은 샌드위치를 책과 함께 넘긴다.
페르시아어로 된 책. 키 큰 남자가 샌드위치를 욱여넣으며 말한다. 훔친 거라고. 그건 유대교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도적질 하지 말라
지적하자, 대수가 아니라는 듯이 남자는 마저 씹어댄다. 눈망울이 큰 남자, 그러니까 영화의 주인공 '질'은 뒤이어 딴지를 걸지 않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 수 없다고 받아들였을까. 훗날 자신도 율법을 무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도적질 하지 말라의 다음 37, 거짓증거 하지 말라.
트럭이 멈추고 독일군의 명령으로 안에 있던 사람들, 즉 유대인들이 우르르 내린다. 소지품을 한 곳에 내려놔. 가방이 툭툭 바닥에 떨어지고 총살이 시작된다. 이때 우리가 아는 액션 영화 같은 드라마틱함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 즉 우리 관객들이 보는 화면은 고정되었다. 정적인 프레임. 비명이나 절규가 나올 새도 없이 모든 일은 끝난다. 단 한 사람, 질을 제외하고.
그는 품에 있던 페르시아어로 된 책을 내밀며 자신이 유대인이 아니라고 말한다. 군인들이 믿을 리 없는 소리다. 그러나 많고 많은 언어 중 페르시아어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로 그들은 혹한다. 페르시안이라니. 장교 '코흐'에게 데려가면 포상으로 통조림 열 개를 받을 것이다. 아니면, 죽이면 되고.
불신, 권위에 대한 자존심과 자긍심, 똑똑하다는 자만심. 이 모든 성질을 뭉쳐 사람으로 빚으면 코흐가 만들어지려나. 아니다. 이건 독일군 사령관도, 다른 장교들도, 다른 군인들도 충분히 될 수 있다. 다만 코흐만 가진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간절함이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동생이 있는 이란으로 넘어가 식당을 열 생각으로 그득하다. 독일을 벗어날 생각을 한다는 건 그가 당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무엇보다 독일의 패배를 예상하는 것이다.
질이 자신을 책의 주인인 '레자'라고 거짓말했듯 코흐 또한 자신의 속내를 숨기며 당에 충성하는 척 해왔다. '거짓증거 하지 말라'는 큰 틀에선 그들은 차이점이 없는 듯했다. 코흐도 결국 전쟁 통에서 살고자 했을 뿐 아닌가? 각자의 배경과 상황은 제각각이므로 최선을 다하다 보면 무언가를 어기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한다.
매일 이어지는 교습. 하루에 4개로 시작했던 수업은 갑자기 하루 40개로 늘어났다. 이때부터 질은 패닉 한다. 끝이라는 생각에 도망치려 든다. 그러나 도망갈 곳이 없기에 제 발로 돌아온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왔다며, 최선을 다한 거짓말로.
여기, 또 변수가 생긴다. 코흐가 명부 작성을 담당했던 '엘사'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질을 앉힌 것. 엘사와 달리 질의 글씨체는 명필이기도 하다. 그의 일터는 이제 주방이 아니라 명부가 펼쳐진 책상 앞이다. 질에게 주어진 건 45분의 시간, 명부, 만년필과 잉크, 그리고 독일어 40개가 적힌 종이 한 장. 질의 머릿속은 온통 단어 만들 생각뿐이긴 하나, 코흐가 시킨 일부터 하는 게 순서다.
펜촉에 잉크를 묻혀가며 꾹꾹 종이에 눌러 적다가 문득, 기시감을 느낀다. 눈앞에 보이는 건 글자들. 독일군의 철저한 관리 하에 수감번호로 불리는 이름들. 이름은 곧 단어다. 그 이름들을 조금만 변형하면 금세 새로운 단어가 탄생한다. 이거면 살 수 있다. 질은 들뜬 마음으로 '페르시아어'를 조합해간다.
시간이 쌓일수록 몇몇 군인들은 질이 불만스럽다. 특히 주방을 감독하는 일로 쫓겨난 엘사와 그리고 처음부터 질이 유대인이라고 확신한 '맥스'가 보기에. 위계가 엄격하기에 그들의 농간에도 질은 레자로서 목숨을 이어나간다. 교묘한 줄타기가 잘해가던 레자. 실수로 페르시아어 수업 첫날에 말했던 '빵'을 '나무'와 똑같은 단어로 발음한다. 그리고 끝난 줄만 알았던 레자는 사경을 헤매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건 코흐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 그러니까 레자가 만들어 낸 페르시아어였다. 거짓에 거짓을 더하자 더할 나위 없는 견고한 진실로 변모한다.
코흐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레자를 변호하며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라고 명한다. 내키지 않아도 그를 친근한 호칭으로 부르던 질, 아니 이제 레자라는 명명이 우리의 눈과 귀엔 더 익숙하다. 모든 것이 엇비슷하게 뒤섞이던 순간, 전환점을 맞이한다.
독일군은 수용소에 있던 사람들을 단체로 이송하고, 그럴 때마다 레자는 코흐의 보살핌으로 농장에 피신한다. 그는 마치 독일군의 아군 같다. 텅 빈자리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코흐의 맞은편 침대는 이탈리아 형제가 차지했고, 저도 모르게 레자는 그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형제 한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며 레자를 지켜낸다. 그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어쨌든, 레자는 목숨 하나를 직접적으로 빚진 느낌이다.
레자는 그 죽음들을 지켜보며 가라앉는다. 진짜 페르시안이라서 죽임을 당한 사람과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죽은 남자.
이 대목이 코흐와 그의 차이를 보여준다. 레자는 자신의 생존으로 직간접적으로 죽은 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자신 또한 죽음으로써 모든 잘못을 짊어지려 한다. 죽어 마땅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했으므로. 애석하게도, 코흐는 제 부하들을 총으로 위협하면서까지 죽음을 목전에 둔 그를 끄집어내어 곁에 둔다. 그에겐 아직 레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드디어, 독일의 패색이 짙어진다. 코흐가 그토록 바라던 독일에서의 탈출 시기다. 처음 수용소에 왔을 무렵 질이 꿈꿨던 일이기도 하다. 아마 잡혀온 초반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그는 홀로 도망치지 않았을까. 도망갈 기회가 생기자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듯이.
수용소 내 모든 문서들은 활활 타오른다. 레자의 손으로 적힌 무수한 이름들도. 이름의 주인들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에, 글자가 사라지면 모든 증거가 사라지는 셈이다. 피해가 없어지면 가해 또한 잿더미가 된다.
코흐는 혼란스러운 수용소에서 레자를 빼낸다. 자신은 공항에 가서 테헤란으로 넘어갈 거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레자를 등진다. 레자는 뒤돌아 자신 앞에 놓인 광경을 본다. 눈으로 뒤덮인 곳. 길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만들 모든 발걸음이 곧 길이 될 테다.
당연히 코흐는 국경을 넘지 못한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언어로 벨기에인 행세를 하려 들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그의 눈동자는 마구 흔들린다. 하지만 꿋꿋하게 가짜 페르시아어를 모국어처럼 익숙하게 말한다. 그는 알 수 없었을 테지. 단순히 속은 게 아니라, 그가 말한 것들은 모조리 사람의 이름이었다고.
마지막.
질은 영국군에게서 질문을 받는다. 수용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었느냐고. 수천 명이라는 답. 살아남은 다른 생존자들 또한 쉬이 답할 질문이다. 질문은 이어진다. 그중에서 기억 남는 이름이 있냐고. 기대가 담기지 않은 물음이다. 살아있는 게 기적인 그들에게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에게는 있다. 2,840개의 가짜 페르시아어. 2,840개의 이름들. 2,840명의 사람들이. 그는 머릿속에 빼곡한 명부를 읊는다. 천막 안이 점점 고요해지며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쏠린다. 공간은 그의 목소리와 빠르게 놀리는 펜촉 소리만 들린다.
죄책감, 고통, 미안함, 고마움, 공포, 안도. 뒤섞인 감정은 눈물이 되어 뚝 뚝 떨어진다. 그래도 그의 입은 계속 단어들을 뱉는다. 살기 위해 빌렸던 단어들에게 진실을, 원래의 이름을 돌려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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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변해도 순간은 변하지 않기에
개강 후 처음 보게 된 영화인 이터널 선샤인. 힐링 영화로 여러 번 추천을 받았던 영화이다. 원래 로맨스 장르의 영화를 잘 즐겨 보지는 않는 편이라 감상을 계속 미루다가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보게 됐다. 최근 몇 달 동안 선혈이 낭자하고 주인공이 고통을 받는 영화들만 보다가 따뜻한 시선의 영화를 보게 되니 오히려 더욱 처연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는 아침에 잠에서 깬 한 남성(조엘)이 그 날 출근을 갑자기 그만 두고 몬톡행 열차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엘은 열차 안에서 파란 머리를 한 여자(클레멘타인)와 만나 대화를 하고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되어 빙판 위에서 밤을 샌다. 아침이 되어 차 안에서 여자를 기다리던 남자의 장면은 갑자기 차 안에서 울고 있는 남자로 바뀐다. 알고보니 둘은 이미 서로 사랑했다가 헤어진 사이었고, 서로에 대한 기억을 견딜 수 없어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 의뢰했다. 기억을 지우는 도중 처음에 너같은 사람을 지우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하던 조엘은 기억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죽어도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며 기억 속 첫 클레멘타인의 존재마저 사라지려 하던 찰나, 조엘은 몬톡이라는 역을 머리 속에 깊게 새기게 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몬톡행 열차를 타 클레멘타인을 두 번째로 처음 만나게 된다.
이 영화 속에는 현재의 장면 사이에 꿈과 비슷한 형태의 과거가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차 안에서 우는 조엘의 모습을 보게 되는 우리는 '사랑이 시작되고 오랜 시간이 흘러 이별하게 된 상황이구나~'라고 처음 받아들이게 되지만, 사실 이는 가장 먼저 삭제될 최근의 과거일 뿐이다. 영화의 이러한 구성은 우리에게 현재와 과거는 분리된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스스로 쌓은 순간들에 기대며 살아가고 있으며, 엔딩 이후 두 연인이 재결합하더라도 결론이 같을 수 있음을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들여다본 우리는 오프닝과 완전히 똑같은 후반부 장면에 이르러서 안타까움, 안도, 불안함, 복선에 의한 카타르시스 등이 합쳐진 복합적 감정을 느낀다.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기억을 지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엘의 기억이 이어지는 장면들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기억'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하는 호기심과 우리는 순간을 각자의 눈으로 어떻게 저장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영화적으로 정말 재밌게 충족시켜준다. 흥미로운 소재를 찍는 더욱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연출(기억을 지우는 회사, 무너지는 공간 등)이 이 영화에 독창성을 부여하고 있다.
기억과 관련된 소재의 영화는 많았지만, 자신의 기억에 상처받은 사람도 납득이 가능한 따뜻한 메세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훌륭하게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아무래도 후반부 - 엔딩일 것이다. 만약 클레멘타인이 조엘의 녹음을 듣고도 눈과 귀가 멀어 조엘을 사랑하겠다고 말했다면 이 영화는 눈물 몇 방울 흘리는 그냥 재밌는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다. 또 만약 떠나는 클레멘타인을 조엘이 붙잡지 않았다면,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는 씁쓸한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안다. 그래도 괜찮다.'라는 마지막 대사로 '아닌 건 아닌 것'이라는 우리의 이성과 '그래도 다시 한 번'이라는 우리의 감성을 동시에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이는 맹목적이지도, 시니컬하지도 않은 멋진 메세지이기에 공허하게 울리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영화에 고마움을 느꼈다. 위에 적은 두 생각 사이에 갈팡질팡하는 우리에게 이 영화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후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나아가라고 제안한다. 사랑을 신성화하지도 격하하지도 않고 우리는 우리로 존재하면 된다고 말한다. 내가 영화를 보는 동시에 영화도 나를 보고 있었다. 작중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라는 대사처럼 우리의 기억이 사라지면 곧 우리도 사라진다. 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잘못을 저지른 순간을 끝없이 뒤돌아보며 후회해야 할까, 아니면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들을 붙잡고 늘어져야 할까? 어쩌면 우리는 잘못된 순간이라는 건 만들지 않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가 우리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의 잘못을 따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믿는 것, 우리를 둘러싼 세계, 우리 자신까지도 끝없이 변하고 추해지기도 하며 끝에 가서는 소멸한다.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변할지 알 수 없고 얼마나 살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순간들만큼은 과거 속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영원하다. 그렇기에 어쩌면 한 순간 순간은 인생 전체보다도 더 중요하고 고귀하다. 만약 영원히 반복해도 후회가 없을 순간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모두가 뭐라고 비난하더라도 자신에게 당당할 것이다. 그저 시간이 흐름으로 인해 생긴 후회들,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변해서 다르게 기억되는 순간들 모두 그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안다. 그래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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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행복을 찾아서(2007)> 리뷰
얼마 전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행복을 찾아서(2007)>를 감상했다. 현재는 사업가이자 연설가로 부유한 삶을 누리는 크리스 가드너의 삶의 한 부분을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일까. <행복을 찾아서>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주인공의 고달픈 시절에 집중한 후, 영화 말미에 이르러 간신히 행복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이렇듯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놓친 적 없는 이의 이야기는 욥기에서도 찾을 수 있을 만큼 인류에게 오래되고 익숙한 플롯이다. 필립 모슬리의 삶을 기반으로 삼았다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0)>나 존 카니 감독 본인의 이야기가 기본 뼈대였다는 <싱 스트리트(2016)> 등을 비롯한 영상 매체와 다양한 문학은 물론, 신문 기사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전형적이라 해도 뻔하진 않고, 감동과 교훈을 한 번에 선물하는 소위 ‘안전한’ 서사이다 보니 많은 이들이 <행복을 찾아서>를 가족과 함께 봐도 좋은 영화로 추천하는 듯하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리뷰를 남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굳이 사회 고발을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심지어 한 개인을 영광스럽게 그려내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할지라도, 이따금, 어떤 예술이 세상의 허점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내 흥미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찾아서>를 보는 동안엔 여러 책이 머리를 스쳤다. 예컨대 대런 맥가비의 『가난 사파리』, 스테퍼니 랜드의 『조용한 희망』, 조문영의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말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영화는 내게 누구나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장밋빛 아메리칸드림 홍보영화로 다가오지 않았다.
간단히 <행복을 찾아서>의 시놉시스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는 구식 스캐너를 파는 세일즈맨이다. 당장 매일의 생계가 걱정되는 상황이지만 불안이라는 파도를 가족과 함께 견뎌왔다. 그런데 세금, 집세, 어린 아들 크리스토퍼 가드너(제이든 스미스)의 어린이집 비용을 부담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순간 아내 린다(탠디 뉴튼)는 떠나겠다고 한다. 아들을 임신한 순간부터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자신했던 크리스의 말이 오래도록 실현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그의 얼굴은 참담하리만큼 무표정하다. 이렇게 아내와 헤어진 크리스 가드너는 딘 위터 레이놀즈의 주식 중개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택한다. 우연히 추천받은 이 프로그램은 6개월 동안 지속되지만, 합격률은 단 5%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동안 봉급은 전혀 주어지지 않는다. 린다는 그에게 묻는다. 그건 후퇴 아니야?
우리는 크리스 가드너가 결국 모든 기회를 쟁취하고 백만장자가 되었음을 알기에 린다를 향해 조금만 더 남편을 믿어주었으면 좋았으리라 말하기 쉽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당신이 린다의 상황이었더라면 어땠을까? 당장 생존의 위협이 다가왔다면 합리적인 사람들은 대개 결과를 보장받을 수 없는 꿈을 추구하는 대신, 매일의 삶을 연장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린다가 아들 크리스토퍼를 데리고 뉴욕으로 떠나 가족의 식당 일을 도우려 했듯.
그러나 크리스는 이 미치도록 적은 확률의 ‘가능성’을 선택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를 타인과 다르게 만든 지점이고,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이기도 하겠지만, 나는 생각한다. 개인을 저토록 궁지에 내모는 사회는 얼마나 취약하고 몰인정한가?
“결과적으로” 크리스 가드너는 노력 끝에 자수성가에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지만, 만일 그가 인턴직 기회를 몰랐더라면? 도둑맞은 스캐너를 찾지 못했거나, 교통사고를 더욱 크게 당했더라면 어땠을까? 대런 맥가비는 자신의 책 『가난 사파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가난은 일자리 부족도 문제지만,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살아가면서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다.” 그의 말은 영화 곳곳에서 증명된다. 크리스 가드너는 끊임없이, 쉼 없이 달려야 한다. 페인트칠하다 경찰서에서 밤을 보내고 달려가 면접을 보는 그의 모습, 부유한 이들 앞에서 자신의 서러운 상황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장면, 당장 모텔을 전전할 돈조차 부족해 아들의 손을 잡고 교회의 자선사업에 의지하고 발을 구르거나 전철역의 화장실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삶의 편린은 너무도 절박하다. 일련의 상황과 조건이 크리스의 열정에 기름을 부었을 수 있겠지만, 이렇듯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니 희박하기 짝이 없는 가능성에 기대어 살아야 한다고 보편적 대중에게 설파하는 건 지나치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대 사회는 단순히 한 개인의 열정과 노력, 희망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더욱 많다.
심지어 영화의 제목의 유래가 되었고, 크리스가 언급했던 문장조차 그다지 찬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토머스 재퍼슨이 미국의 헌법에 명시했다는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라는 구절에 대해, 한나 아렌트는 자신의 저서 『혁명론』을 통해 이렇게 주장한다. 재퍼슨이 뜻한 바는,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는 개인적 차원의 행복이 아니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서 비롯되는 일종의 공적 행복이었다고. 실제로 재퍼슨이 어떤 생각을 하며 해당 문구를 헌법에 넣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간단히 미국이 영국 왕정의 핍박을 피해 온 이들이 세운 국가였다는 점, 당시 미국이 민주주의를 최초로 제도화한 근대적 국가인지라 많은 용어가 보편적이지 않았으리라는 점만이라도 고려한다면 아렌트의 주장은 퍽 설득력 있게 들린다. 진실로 재퍼슨이 헌법에 급작스레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기까지 한 ‘행복의 추구’를 포함한 이유가 개인의 사적 행복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삶의 설움을 떨치기 위해 개인적으로 발버둥 친 크리스의 노력이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가슴 한 켠이 허해지기까지 한다. 그가 가진 불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한 편으로는 그저 약간의 행운이 부족해 제2, 제3의 크리스 가드너가 되지 못했을 이들이 틀림없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일방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일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그저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의 신념처럼,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산 사람을 해치지 않을 방어 체제는 언제고 필요하며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필요하다면 인간의 기본 권리와 개인의 삶이 소외되지 않기를 고민했던 헤겔의 법철학을 가져와도 좋겠다. 현대에 오며 낡아버린 철학일지라도 그가 했던 고민의 뿌리는 작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의 생존조차 살얼음판인 이에게 “행복은 환경을 비롯한 외부적 요소와 무관하며, 개인의 힘만으로 성취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공허하다 못해 잔인한데다가,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할 수 없게 만들지 않는가.
잠시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의 내용을 인용해본다.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더니,
한 친구가 이런 내용으로 답글을 달았어요.
"선생님 이야기처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바꿔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것이고,
우리가 그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걸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꼭 높은 사람이 되어야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두 명의 예외적인 성취를 칭송하고 지금의 시스템에 만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우리에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일인분의 행복을 위해선 당신과 세상이 필요하므로 이것은 나를 위한 일이자 당신을 위한 일이며 사회를 향한 발돋움이다. 사다리를 걷어차지 않는 세상, 개인의 능력에 맞는 사다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라. 점차 세계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요즈음이지만,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민사회에 대해 낙관을 가져본다.
* 참고 문헌
조문영.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
김누리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런 맥가비. (김영선 옮김) 『가난 사파리』
소병일.(2018).헤겔의 행복한 인간.철학사상,(68),129-153.
이재정. (2015). 행복의 공공성: 한나 아렌트의 관점에서. 철학연구, 133, 263-282
정원규. (2020). 아렌트 공적 행복 개념의 발전적 재구성을 위한 보충적 논제들. 사회와 철학, 40, 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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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04. 09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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