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33:10
[JIMFF 인터뷰] 운명처럼 찾은 제천
'오늘의 장내' 이호현 감독 인터뷰
운명처럼 찾은 제천, 영화 '오늘의 장내' 이호현 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충청북도 출신 혹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제작자가 만든 제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4편을 ‘메이드 인 제천’ 부문으로 선정하였다. ‘오늘의 장내’는 4편 중 유일한 장편영화로,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면서도 극적으로 담아내었다. 지난 8월 15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오늘의 장내’의 이호현 감독님을 만나 영화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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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메이드인제천’ 부문에선정었는데, 소감한말씀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전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게 영화 음악이 아니라서 출품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요. 이 작품을 제천에서 촬영하게 되고, 출품할 영화제를 찾아보던 중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메이드 인 제천’ 부문이 있음을 알게 되었죠.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한 생각입니다.
영화의 배경을 제천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장소만이 가진 고유의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어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하는데요. 예전에 제천에서 조수 생활을 하면서 머문 적이 있었어요.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된 수도권의 배경들이 아닌, 세월이 묻어나 있는 건물, 제천이 갖고 있는 역사가 이 영화와 맞는다고 생각해서 제천을 영화 배경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상은이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을 연기하면서 시작해요.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인트로 장면을 쉽게 썼었어요. 하나와 전화 통화를 하며 버스를 내리는 장면으로 썼는데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게 들어간 거 같아 고민했죠. 상은이와 딱 맞는 장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고민하던 중 ‘오디션’이라는 소재가 생각났어요. ‘상은이가 어떤 대본을 갖고 오디션을 볼까?’ 상은 역할의 지홍 배우와 함께 계속 고민하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과 오늘의 장내 ‘상은’이가 닮아있다고 생각해 쓰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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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래딧에 나오는 ‘그곳’ 이라는 곡을 직접 작사하셨어요. 건방진 생각일 수 있는데, 저는 영화 음악이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관객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 음악을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음악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엔딩곡만큼은 이 영화를 대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작사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할 수 있는 가사를 며칠 동안 고민해서 보내드렸어요. 음악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는지 제 가사를 보고 5분 만에 데모를 보내주셨어요. (웃음) 남자 보컬의 목소리를 얹으니, 마치 상은이가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등장인물이 상영, 상일, 상이, 상삼까지 있는데 왜 상은이만 ‘상은’일까요? ‘상은’이라는 이름은 제 영화에서 항상 나오는 이름이에요. 매번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은’이라는 캐릭터는 항상 등장하죠. 저만의 재미입니다. 상은이라는 이름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는 돌림자를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어요. 상영, 상일, 상이, 상삼 친구들과 달리 상은은 조금 사람다웠으면 하는..? (웃음) 나머지 사촌들과 다른 캐릭터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상은’이라는 이름은 감독님의 이스터에그인거네요. (웃음) 그러면 마지막으로 짐프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발리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도 좋은 평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제천에서 상영하며 한국 관객들은 어떤 반응일까 해서 긴장이 많이 되었어요. 너무 많은 분이 재밌게 봤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보신다면 런닝 타임이 길지 않아 즐겁게 보실 수 있다고 확신해요. 제천 영화제에서 미처 못 보신 분들은 다른 영화제에서도 상영이 된다면 꼭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죽음을 다룬 영화이지만 역설적으로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영화,’ 오늘의 장내’. 비 오는 날 제천에서 관람하면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은근한 웃음과 파도치는 감동, 영화를 아름답게 매듭짓는 음악 ‘그곳’까지.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제 막을 내리지만 ‘오늘의 장내’가 주는 감동은 계속될 것이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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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키'가 바라왔던 '영광스러운 목적'을 향해
<로키 2>의 주인공은 ‘장난의 신’ 로키다. 실비가 로키(톰 히들스턴)의 눈앞에서 ‘계속 존재하는 자’를 살해하고 난 후의 이야기가 드라마 1화 시작으로 이어진다. TVA 안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돈다. 갑작스럽게 침입한 로키를 제지하기 위해 요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도망치는 로키. 카트 위로 떨어진다. 카트를 운전하던 여자가 깜짝 놀라 앞의 흉상에 부딪혔다. ‘계속 남아있는 자’의 흉상과 부딪힌 카트. 흉상이 깨지고 케이시가 등장한다. 사실 로키는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상황이 무엇인지 전부 판단하지 못했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갑자기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지 다 이해하려고 할 즈음에 케이시와 만났다. “너 누구야?”반문하는 케이시. 방금까지 대화했던 케이시가 나를 모른다니, 이상한 상황이 벌어져 당황한다. 로키가 도착한 곳은 과거의 TVA였다. 새삼 시간선을 넘나들며 이동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단적으로 이 현재만 봐도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큰 것은 ‘계속 존재하는 자’라는 인간이 여러 세계선을 관리하며 우주의 대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신이야. 그리고 나에겐 영광스러운 목적이 있다고. 로키는 ‘정복자 캉’이 만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로키 2>는 우리가 좋아하던 마블의 상상력이 그대로 구현된 드라마다. 마블이 최전성기를 구가할 때를 상징하는 영화는 세 편이 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캐릭터의 개성을 모두 살리면서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챙긴 경우, 역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에서 극강의 액션을 보여주던 작품도 있었고 <닥터 스트레인지> 1편처럼 눈이 호강하는 시각화와 상상력이 영화의 무기인 때도 있었다. 이 <로키 2>는 <닥터 스트레인지> 1편처럼 상상력의 힘이 드라마의 동력이 되는 경우다. 이 드라마가 이 뛰어난 상상력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점은 인물의 내면이다. 여러 우주를 오가며 인물의 절박함이 어디에 있는지를 조명한다. 대표적으로 이야기 중후반부로 흘러갈 때 모비우스(오언 윌슨)와 로키가 보여준 감정연기는 이야기의 핵심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서서히 쌓아 올린 감정선은 엔딩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복잡한 이야기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또 우리가 마블의 드라마/영화를 논할 때 항상 이야기하는 ‘기존 MCU와의 연계성’의 측면에서도 <로키 2>가 구사하는 방식은 흥미롭다. 하지만 드라마의 그 어떤 장점 중 가장 위에 있는 것은 정서적인 여운이다. 우리가 마블의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하던 모든 순간에 로키가 있었다는 것이 이 작품의 엔딩을 더 특별하게 만들 것이다.최근 마블의 아쉬운 타율에 가려지기는 속상한 웰메이드 드라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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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의 뒷모습
*영화 <안녕 미누>에 들어간 미누 씨의 삶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네팔에 사는 미노드 목탄 씨의 침실 벽에는 목장갑이 액자에 걸려 있다. 그 모습은 여러 의미로 생경하다. 지극히 한국적인 아이템이기도 하거니와, 소중하게 액자에 끼워놓을 일은 더더욱 없는 일상의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면은 미노드 목탄 씨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풍경이기도 하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20대 초반 어린 나이였던 1992년 한국으로 일하러 떠났다. "미누"라는 이름으로, "1세대 이주 노동자"라 불리던 그는 2009년 어느 날 갑작스럽게 추방을 당했다. 이 영화는 그 미누 씨의 삶을 담았다.
미누 씨는 네팔에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 한국 어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강의를 수료한 후 자격을 갖춘 청년들이 한국으로 일하러 떠날 때 다정한 말로 격려한다. 카페를 열고, 인형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고, 판로까지 터 주면서 청년들이 네팔을 떠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열심히 찾는다. 그가 처음 한국에 온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이었을 테니, 이만큼 든든하게 섰다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의 등에서는 이방인의 뒷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는 자기가 나고 자랐을 네팔 시장을 걸으며 "남대문 시장 생각난다"며 웃는다. 네팔 사람이라고 다 히말라야 가본 건 아니라며, 자기 히말라야는 안 가봤다고 웃지만 <목포의 눈물>을 구성지게 부를 줄 안다.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 고향을 떠나 일을 한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었던 아주머니들이 밥도 챙겨주고 건강도 걱정해주고 그러면서 가르쳐 주었던 노래란다.
그의 웃음은 어쩐지 씁쓸하고 외롭다. 분명 활짝 웃는데 눈물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만큼 긴 시간 동안 살았던 나라에서 추방당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네팔 사람으로 태어나 네팔에서 자랐어도 그를 이루는 것들의 상당수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일 텐데. 한국에서 찾아온 손님들에게 한국식 밥상을 차려주는 솜씨를 봐도, 나이를 물으면 "한국 나이로"를 접두어처럼 붙여 대답하는 모습을 봐도, 놀라면 "깜짝이야"가 먼저 나온다는 걸 봐도, 그의 어딘가에서 분명 한국 DNA가 느껴진다. 네팔 사람들과 네팔어로 대화하고 네팔의 명절을 챙기고 있어도 그는 네팔에서 오래 산 한국 사람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보다 더 지독하고 치열하게 한국의 모든 것과 부딪고 얽힌 사람이어서 그런 걸까.
네팔에서 늘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있듯 그는 한국에서도 그런 사람이었다. 식당에서도 일하고 봉제공장에서도 일했지만, 밴드도 결성했다. 신나고 경쾌한 멜로디인데 "오늘은 나의 월급날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로 시작한 가사가 "오 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그동안 밀린 내 월급을 주세요 날 욕한 건 참을 수 있어요 내 월급만은 돌려주세요"로 흘러가는 <월급날>이나 박노해 시인이 쓴 동명의 시를 모티프로 쓴 <손무덤> 같은 노래들. 이주 노동자들이 줄줄이 자살로 죽어나가던 시절, 밴드 스탑크랙다운("단속을 멈춰라')은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주 노동자들과 사회의 중간다리가 되어 주었다. 미누는 자연히 이들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밴드 공연이 잡혀있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추방을 당한다.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게 무엇이 나쁘냐 할 수도 있겠지만, 며칠씩 미누를 따라다니다가 집 앞에 있는 그를 잡아간, 말하자면 '표적 수사'였다. 당시에도 게다가 추방 이후 미누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이게 법치국가냐"라고 되묻는 스탑크랙다운 멤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법치국가면 법대로 해야지, 왜 미누는 예외가 되는가. 한국 사는 동안에도 그저 노동을 했고 노동에 당연히 따르는 권리를 말했을 뿐인 그가, 이제는 버젓이 사업가가 되어 한국에 들어오려는 그가 얼마나 체제에 반동적인 인물이라고 법에 예외까지 두는 것일까.
불법 체류와 이주 노동자 문제는 언제나 첨예한 사회 갈등 소재가 되었고, 담론은 나뉠 수밖에 없다. 법은 잘 지키라고 있는 거고 그러니까 지키면 되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초에 법을 지킬 만한 여건이 주어지지 않은 이들에게 불법은 선택이 아니었다. 또한 법치국가가 법을 형평성 없이 적용했다는 것은 누구든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는 별도의 문제다.
게다가 미누 씨의 인생을 보고 나면 법과 국적을 다 떠나서 숙연해지는 것을 느낀다. 추방과 격리로 응답한 한국 사회에게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가진 나눔과 연대, 따뜻한 애정만을 주고 떠났다. 이 영화는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이다.
인도로 떠나던 20대 초반의 내게 누군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한 사람이 어떤 사회의 일원으로 완전히 흡수되기까지 2년이 걸린대."로 시작된 그 말은 "그러니까 너 돌아오면 많이 힘들 거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힘들 거고. 나중 되면 무슨 말인지 알 거야."로 끝났다. 그리고 그 말은 정말 꼭 맞았다.
인도 산 지 1년 반쯤 되었을 때,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인도 루피화를 꺼내어 계산을 치르는 꿈을 꾼 적이 있다. 인도 내의 한국 식당은 거의 안 가봤으니까 그건 현실 반영이라기보단 내 상태를 고스란히 비추는 꿈이었을 거다. 더 시간이 지나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더욱 당황스러웠다. 나고 자란 땅에서, 평생을 살아온 내 방에서 나는 남처럼 서성거렸다. 내 자신이 낯설고, 낯설다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예방주사처럼 내게 누군가 넣어준 몇 마디 말을 동아줄 삼아 그 시간을 보냈다.
하물며 1992년에서 2009년, 아이 하나가 장성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도록 한국에 산 그가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떤 친구는 내게 "너 3년 있었지? 그럼 딱 그만큼 힘들 거야."라고 말했고, 실제로 귀국한 지 3년쯤 지나니 인도는 내게 추억이 되었다. 미누 씨에게 한국은 아직 추억이 될 수 없는, 자기 안에서 너무 팔팔하게 날뛰는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팔 거리를 걷는 그의 뒷모습, 여권 가진 자기의 모국을 걸어다니면서도 이방인의 냄새를 풍기는 그 뒷모습이 너무 슬펐다. "고향에 고향에 이르러도 그리던 고향이 아니러뇨"라는 지용의 시구가 과연 우리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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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을 두드리는 대사들이 많았던 영화 《작은아씨들》
영화 《작은아씨들》이 처음 개봉했을 때는 크게 끌리지 않아서 영화관엘 가지 않았는데 넷플릭스에서 뒤늦게 보면서 영화관에 갔어야 했다고 땅을 치며 후회했던 작품 《작은아씨들》. 특히,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작은아씨들》 시놉시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
이웃집 소년 로리는 네 자매를 우연히 알게되고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자매들과 인연을 쌓아간다.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에겐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작은아씨들》에 대한 스포일러 포함되어 있습니다.
찰떡같이 전환됐던 장면들
집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볼 때는 솔직히 영화관만큼 엄청나게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지 않는 편이다. 환경적으로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끊어서 볼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밝은 곳에서 보다보니 완벽하게 몰입해서 보기는 힘든 편이다.
그런데 영화 《작은아씨들》은 정말 집중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과거로 넘어가고 현재로 돌아오는 장면들이 꽤 많아서 집중을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장면전환이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스토리와 대사를 잘 따라가면 왜 과거로 돌아가고 어떻게 현재로 넘어가는지 바로 파악이 돼서 개인적으로 집중도도 올라가고 튀는 화면도 없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어린 에이미의 올바른 말
영화 《작은아씨들》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2가지 있다. 모두 에이미가 한 말이다. “왜 꿈을 창피해해야해. 자기 한계를 정하면 안돼.” 언니들이 꿈을 소박하게만 말하려 하자 자신은 위대한 화가가 되고 싶다면서 한 말이었다.
이 말은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에이미가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세상 해맑게 나는 할.수.있.다.!!! 언니들 왜 이렇게 용기가 없어!! 이러는 장면이지만 그래도 저 말은 옳은 것 같다.
현실에서 내가 그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내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서, 선뜻 입밖에 내 꿈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히려 나는 이걸 할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말을 내뱉음으로써 얻는 용기로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조
조는 처음 자신의 원고를 잡지사에 실을 때 익명으로 제출한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용을 잡지사에서 원하는대로 자극적으로 써내려간다. 이에 프리드리히는 조에게 글이 좋지 않다며 객관적으로 평을 내려준다. 항상 자신의 글을 응원해주던 자매들과 어머니 사이에서만의 평가만 받다가 좋은 평가를 해주리라 기대했던 친구에게 비판을 듣자 매정하게 돌아서고 만다.
조는 베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 내려가 베스가 좋아했던 평범하고도 평범한 일기 같은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그리고 처음으로 잡지사에 원고를 보낼 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보낸다. 이 장면에서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직접 쓰는 장면과 겹쳐보였다.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온전히 자신만의 시각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세가 생긴 것 같아 뿌듯했다.
영화 《작은아씨들》은 잔잔한 울림과 함께 가슴에 톡톡 와닿는 대사들이 많아서 두고두고 볼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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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감독: 조선호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유난스러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길목. 영화 <청설>이 여름, 가을 자매. 용준과 함께 부산을 찾아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누가 봐도 여름에 딱 맞는 영화인데 왜 이 애매한 시기(정식 개봉은 11월)에 관객들을 찾아온 걸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여름과 배우들의 말간 얼굴은 이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걸로도 모자라 사뭇 차가워진 공기에 풋풋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든 청춘 배우들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데뷔 초 또는 20대에 꼭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찍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보기 부끄러울 만큼 오글거리는 청춘물도 좋고 올타임 레전드로 남을 로맨스를 찍어준다면 더 좋다.
올해 나이 29세로 (촬영 당시엔 28세)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홍경 배우는 <청설>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20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며 이 영화를 내보이게 된 게 굉장히 긴장되고 설렌다고 언급했다.
<청설>속 용준은 그의 긴장과 설렘을 그대로 안고 부드럽고 예쁘게 피어난다. 그리고 앞서 <20세기 소녀>로 부산을 찾았던 노윤서 배우와 첫 청춘 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민주 배우는 여름, 가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해사한 웃음을 흩뿌리며 앞으로 두 배우가 보여줄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떠오르는 젊은 배우들의 여름 청춘 로맨스라. 누구나 좋아할만 하지만 자칫하면 무색무취의 영화가 될 위험이 있는 소재를 선택한 이 영화의 차별점은 사랑을 뻔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의 주인공인 여름, 가을, 용준이 서로 수어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말과 감정은 목소리가 아닌 손과 표정을 통해 표현되는데, 배우들의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 담백하고 진실하며 또 새롭다.
일렁일렁 찾아온 사랑
용준과 여름, 가을의 이야기는 텅 빈 자기소개서와 일렁이는 수영장 물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대학을 졸업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자기소개서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용준, 물속에 있는 동생 가을만을 생각하다가 물 밖에 있는 자신을 잊어버린 여름. 두 사람은 가을이 희망차게 물길을 가르고 있는 수영장에서 처음 만난다.
용준은 수영장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 반대편에 서있는 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일렁이는 수영장 물처럼 용준의 마음에도 일렁일렁 사랑이 찾아온다. 수영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용준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듯한 설렘을 느끼며 열심히 여름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가 담고 있는 관계, 소통에 대한 메시지 또한 중요하지만 가볍게 훑어만 보더라도 일단 <청설>은 정말 예쁘고 풋풋한 작품이다. 따사로운 여름 햇볕과 초록 잎에 둘러싸인 용준과 여름의 모습, 그들의 반짝이는 눈만 바라보더라도 ‘아, 청춘이다’ 싶은 감탄과 만족감이 자연히 차오른다.
사랑,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
용준은 외동아들, 여름은 떨어져사는 부모님을 대신해 수영 선수가 꿈인 동생 가을을 보살피는 언니다. 용준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여름은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소통한다.
용준은 이 환경과 소통 방법의 차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조금 다르면 어떤가. 똑같은 방법을 이용하면서도 소통이 안돼 싸우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용준은 중요한 건 진심이고 자신이 조금 더 배려하고 조심하면 이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준, 여름. 그리고 가을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진 고운 배려심은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낳기도 한다. 수어를 사용할 줄 아는 용준은 다른 이들보다 여름, 가을 자매를 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용준과 여름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여름, 가을 자매 역시 서로를 위해 노력하지만 털어놓지 못할 부채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 진심과 온전한 이해라는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용준, 여름, 가을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의 세상으로 뛰어든다.
홍경 배우는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은 후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 서로의 세상을 단단하게 구분 짓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와 아픔이 넘치는 이 시대에 <청설> 같은 영화는 꼭 필요하다.
풋풋한 온기를 담은 영화 <청설>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11월 6일 극장을 통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상영 시간]
10월 4일(금)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월 9일(수) 17: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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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액션 첩보물의 최대치
올여름 개봉한 네 편의 텐트폴 영화 중 〈헌트〉는 가장 적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었다. 〈태양은 없다〉 이후 이정재 배우와 정우성 배우가 23년 만에 재회했다는 점,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이라는 점 등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다른 세 편의 영화에 비해 그 기대감의 크기가 작은 것은 사실이었다. 첩보물을 보는 관객의 눈이 높아졌고, 많은 선례를 통해 연기와 연출이 전혀 다른 역량을 필요로 한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헌트〉는 탄탄한 완성도를 갖추었다는 입소문에 힘입어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신인 감독의 연출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화려한 스펙터클과 이정재 감독이 4년간 공들여 수정했다는 각본의 촘촘함 때문일 것이다.
〈헌트〉는 광주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자국의 군인에게 학살된 이후 안기부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에서 출발한다. 안기부에서 각각 국내팀과 해외팀을 담당하는 박평호와 김정도는 조직 내 스파이 ‘동림’을 찾으라는 임무를 받고 서로를 의심한다. 안기부는 군부독재의 중추 역할을 했던 기관이다. 즉 안기부는 대북한 공작과 국내 ‘안정’을 책임지는 권력의 핵심이었다. 그런 기관에 북한의 스파이가 있고, 각 팀을 총괄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동림이라 의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정당성 없이 집권한 독재 권력의 폐부를 찌르는 설정이다. 남북한이 적대적 공존관계를 이어온 우리 현대사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 세력은 늘 자신의 행위가 스스로에게 돌아올지 모른다는 지독한 의심증과 불안에 시달렸다. 때문에 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늘 상상적/실재적 적을 만들었다. 이 폭력적이고 공허한 행위는 그들의 통치 기간 내내 반복되었다. 권력의 핵심부도 이를 비켜 갈 수 없었다.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에게 총구를 겨눠 자신이 결백함을, 즉 자신은 체제의 적이 아님을 증명해야만 한다.
영화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박평호와 김정도가 서로를 동림이라 의심하며 추적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누가 동림인가’가 아니라 의심 없이는 작동할 수 없는 체제 그 자체다. 가장 단호하고 권위적으로 ‘적’을 상대해온 기관조차 스파이 색출에 여념이 없다는 것은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체제가 근본적으로 트라우마와 연결되어 있음을 보인다. 떳떳하지 못한 자들의 운명이다. 두 번째는 동림의 정체와 시대의 아픔을 액션 스펙터클과 결부한 후반부다. 광주에서의 학살, 북한의 적화통일 세력, 민간인 고문 등 시대를 특징짓는 사건들이 장르 영화의 상상력과 버무려져 긴장을 자아내는 식이다.
영화의 두 파트는 각각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내적 완결성을 지니는데, 〈헌트〉는 어색함이나 이질감 없이 이 두 영화를 하나로 잇는다. 그럼으로써 1980년대의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의 절묘한 포착과 장르 영화의 쾌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다. 박평호와 김정도의 이뤄지지 못한 형제애는 비극으로 점철된 그 시대 우리의 모습을 표상한다. 〈헌트〉가 현재 한국 첩보물이 선보일 수 있는 최대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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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커> 오직 딱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1. 웃음이 미친 듯이 나오는 정신병을 앓는 '아서 플렉(조커)'은 십 대들에게도 무시당하는 광대다. 코미디언이 되고 싶은 그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리지만 정작 남을 웃기지 못한다. 꿈을 이루기는커녕 병을 앓으면서 알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이후, 아서는 무시당하고 차별받는 계급과 계층에 속한 사람들을 대변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과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는 마침내 '조커'로의 삶을 선택한다.
<조커>의 스토리 전개, 서사 구조는 새롭지 않다. 히어로 영화의 전형을 충실히 따라간다. 히어로 무비에서 내적 결핍을 지닌 주인공은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본인의 능력을, 새로운 자아와 정체성을 깨닫는다. 그는 조력자를 만나기도 하고, 시련과 역경에 놓인다. 하지만 끝내 온갖 고난을 물리친 후에 그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정하는, 도움도 주고 도움을 받기도 하는 히어로로 거듭난다. 따라서 <조커>를 히어로의 기원을 다루는 뻔한 영화 중 하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조커>는 그 어떤 히어로 영화도 보여 주지 못한 충격, 두려움, 광기와 매력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조커>와 다른 히어로 영화의 차이는 단 하나, 바로 '조커'다.
2. 히어로의 자리에 사회에서 무시받는 정신병 환자를 위치시켰다는 것 외에 <조커>가 변화를 준 것은 없다. 그러나 첫 단추가 나머지 단추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이 작은 변화는 영화의 모든 것을 바꿨다. 히어로를 빌런으로 바꾼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주인공 한 개인이 바뀐다는 뜻이 아니다. 그 개인과 관계를 맺는 영화 속 모든 구성 요소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진실은 거짓이 되고, 가해자는 피해자가 되고 주관성은 객관성이 된다. 죽음은 삶으로, 비극은 희극으로, 웃음은 울음으로, 빌런은 영웅으로 <조커> 속 요소들은 원래 알던 히어로 영화의 그것들로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커의 말마따나, 조크는 주관적이니까. <조커>와 <다크 나이트 라이즈> 속 폭동과 브루스 웨인의 등장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처럼 완전히 뒤바뀐 의미를 <조커>는 수없이 접했을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의 구조 안에서 풀어낸다. 조금도 덜지 않고 조금도 더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조커>는 충격적이고, 매력적이고, 두려운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회 질서가, 세상의 의미가, 히어로를 떠받드는 행위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관념과 충돌하면서 엄청난 괴리감을 유발하며, 괴리감은 개봉 전부터 우려가 일었던 <조커>의 강력한 선동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조커는 조크는 주관적인 것이라며, 살인도 조크가 될 수 있다고 항변한다. 혼란으로 가득한 현실을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니라 토마스 웨인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이며, 그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이해하지 않고 열등한 존재로 짓뭉게며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조커의 주장은 보편적인 도덕관념에서 어긋나는 변명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진실이 섞인 거짓을 파악하기 힘든 것처럼, 완전히 뒤바뀐 의미를 익숙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조커의 논리에는 설득력과 정당성이 부여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영화와 조커가 관객들을 압도하는 것이다. 이처럼 평범한 구조 안에서 폭발적인 에너지와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조커>는 가장 충격적인 히어로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3. 따라서 <조커>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조커'를 표현하는 일이다. 조커가 관객을 매료시키지 못하고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못하면 조커가 바라보는 세상, 조커와 관계를 맺은 사회는 뜬구름 잡는 헛소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는 영화가 필요로 하는 바로 그 조커를 스크린에 등장시킨다.
이 영화 첫 장면은 미친 듯이 웃는 '아서'의 모습이다. 아서는 분명 웃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울고 있다. 울고 싶지만 웃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고,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 좌절하고 실망했지만 그대로 무너질 수 없기에 우는 대신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조커'는 웃는다. 일말의 울음도 없이, 그는 세상을 웃게 하고 자신의 마음까지 웃게 한다. 이제 그의 웃음과 미소는 순수하며 그래서 광기로 가득하다. 그리고 광기는 다른 사람들까지 사로잡는다.
영화는 조커가 웃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거듭해서 보여준다. 미묘한 웃음과 표정의 변화를 통해서 아서는 조커가 되어간다. 이 변화는 오롯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 덕분이며, 그렇기에 반복적이고 안일해 보이는 클로즈업조차 그의 얼굴을 잡는 순간 최적의 연출로 느껴진다. 이렇다 할 액션이 없는데도 아이맥스로 이 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서에서 조커로의 변화, 사회적 약자의 분노, 인간 내면의 붕괴 등을 얼굴 표정과 웃음소리만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감히 히스 레저의 조커가 생각나지 않게 만드는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4. 경찰차 위에 서서 얼굴에 미소를 그리는 조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조커들. 카메라는 이를 위에서 내려다보지도 않고, 조커의 시선에서 그에게 열광하는 대중들을 바라보지도 않는다. 카메라는 수많은 군중들 중 하나의 시선으로 조커를 올려다본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범죄자이고, 정신병자에 불과한 그가 하나의 히어로 혹은 빌런으로 탄생하는 감성적인 순간인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조커의 세상, 조커와 사회의 관계, 조커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논리적 전개를 숨겨버린다. 조커의 정신병은 분기점마다 어떤 것이 사실이고 아닌지를 의심하게 만들면서 영화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래서 <다크나이트>와 같은 작품과 비교했을 때 이 영화 속 각 장면들 간의 관계는 세밀하거나 아주 유기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적이고 독특한 새로운 버전의 조커가 등장할 수 있다.
5. <조커>가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들도 있다. 조커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주는 공간 안에서의 다른 색깔로 이루어진 조명들, 다른 히어로 영화들이 자신을 봐달라며 화려하게 치장하는 사이 80년대 레트로 스타일로 보여주는 여유, 뼈를 울리는 듯한 ost까지. 이 모든 것들은 <조커>를 풍부하게 채워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커>의 단 한 가지 미덕을 꼽으라면 그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해서 간과하기 쉬운 이야기의 시작과 주체를 과감하게 바꿀 줄 아는 것. 이를 통해 <조커>는 고정된 사회의 질서에, 세상의 의미에 도전장을 던진다. MCU와 같은 유니버스 세계관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히어로 영화 시장도 뒤흔들어 놓는다. 이제는 <다크 나이트>가 아니라 <조커>를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O(Outstanding, 특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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