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33:10
[JIMFF 인터뷰] 운명처럼 찾은 제천
'오늘의 장내' 이호현 감독 인터뷰
운명처럼 찾은 제천, 영화 '오늘의 장내' 이호현 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충청북도 출신 혹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제작자가 만든 제천을 배경으로 한 영화 4편을 ‘메이드 인 제천’ 부문으로 선정하였다. ‘오늘의 장내’는 4편 중 유일한 장편영화로, 장례식장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면서도 극적으로 담아내었다. 지난 8월 15일, 하소생활문화센터 산책에서 ‘오늘의 장내’의 이호현 감독님을 만나 영화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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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메이드인제천’ 부문에선정었는데, 소감한말씀부탁드립니다. 저는 이전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게 영화 음악이 아니라서 출품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요. 이 작품을 제천에서 촬영하게 되고, 출품할 영화제를 찾아보던 중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메이드 인 제천’ 부문이 있음을 알게 되었죠. 이렇게 초대해주셔서 감사한 생각입니다.
영화의 배경을 제천으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장소만이 가진 고유의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어떤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설정하는데요. 예전에 제천에서 조수 생활을 하면서 머문 적이 있었어요. 너무나 깔끔하게 정돈된 수도권의 배경들이 아닌, 세월이 묻어나 있는 건물, 제천이 갖고 있는 역사가 이 영화와 맞는다고 생각해서 제천을 영화 배경으로 선택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상은이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을 연기하면서 시작해요.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어요 사실 처음에는 인트로 장면을 쉽게 썼었어요. 하나와 전화 통화를 하며 버스를 내리는 장면으로 썼는데 너무 심심하고 재미없게 들어간 거 같아 고민했죠. 상은이와 딱 맞는 장면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고민하던 중 ‘오디션’이라는 소재가 생각났어요. ‘상은이가 어떤 대본을 갖고 오디션을 볼까?’ 상은 역할의 지홍 배우와 함께 계속 고민하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정원’과 오늘의 장내 ‘상은’이가 닮아있다고 생각해 쓰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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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래딧에 나오는 ‘그곳’ 이라는 곡을 직접 작사하셨어요. 건방진 생각일 수 있는데, 저는 영화 음악이 들어가지 않고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관객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 음악을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음악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엔딩곡만큼은 이 영화를 대변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작사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할 수 있는 가사를 며칠 동안 고민해서 보내드렸어요. 음악 감독님이 마음에 드셨는지 제 가사를 보고 5분 만에 데모를 보내주셨어요. (웃음) 남자 보컬의 목소리를 얹으니, 마치 상은이가 부르는 것 같더라고요.
등장인물이 상영, 상일, 상이, 상삼까지 있는데 왜 상은이만 ‘상은’일까요? ‘상은’이라는 이름은 제 영화에서 항상 나오는 이름이에요. 매번 주인공이 아니어도 ‘상은’이라는 캐릭터는 항상 등장하죠. 저만의 재미입니다. 상은이라는 이름을 먼저 정하고 나머지는 돌림자를 생각해서 이름을 지었어요. 상영, 상일, 상이, 상삼 친구들과 달리 상은은 조금 사람다웠으면 하는..? (웃음) 나머지 사촌들과 다른 캐릭터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상은’이라는 이름은 감독님의 이스터에그인거네요. (웃음) 그러면 마지막으로 짐프 관객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발리 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도 좋은 평을 많이 들었는데, 이번 제천에서 상영하며 한국 관객들은 어떤 반응일까 해서 긴장이 많이 되었어요. 너무 많은 분이 재밌게 봤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무척 감사했습니다. 만약 이 영화를 보신다면 런닝 타임이 길지 않아 즐겁게 보실 수 있다고 확신해요. 제천 영화제에서 미처 못 보신 분들은 다른 영화제에서도 상영이 된다면 꼭 봐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죽음을 다룬 영화이지만 역설적으로 열심히 살고 싶어지는 영화,’ 오늘의 장내’. 비 오는 날 제천에서 관람하면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 은근한 웃음과 파도치는 감동, 영화를 아름답게 매듭짓는 음악 ‘그곳’까지.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이제 막을 내리지만 ‘오늘의 장내’가 주는 감동은 계속될 것이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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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코, 설탕, 우유, 노른자를 섞으면 크림이 되니까
‘빼빼로 데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상업적 기념일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한 제과회사에서 시작된 ‘데이마케팅’ 그러니까 특정한 날에 특정 상품을 소비하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지극히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빼빼로데이를 핑계 삼아 11일 아침이 되면 편의점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어차피 먹을 간식 오늘은 빼빼로를 사 볼까?’ 하게 되는 것이다. 몇천 원 정도로 회사의 팀원들과 달콤한 간식을 나눠 먹으며 피 – 식 하고 한번 웃을 수 있는, 아주 소소한 일상의 순간을 나눌 수 있으니까, 올해도 이 마케팅에 자발적으로 ‘당함’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달콤함을 입에 넣는 그 순간의 행복, 그리고 음식으로 마음을 나누는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스르르 녹아버리는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요리가 왜 좋은지 알아? 직장 일은 예측불허잖아. 무슨 일이 생길지 짐작도 못하는데 요리는 확실해서 좋아. 초코, 설탕, 우유, 노른자를 섞으면 크림이 되거든 맘이 편해.”
줄리가 초코 크림을 섞어 핸드메이드 케이크를 만드는 그 장면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초콜릿의 화려함이나, [코안도르 양과자점]의 디저트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케이크지만, 다양한 영화 속에 나오는 달콤한 디저트보다, 나의 침샘을 자극한다.
나를 위해, 그리고 함께 먹을 한 사람을 위해 만든 초콜릿 케이크. 만드는 사람의 마음 치유와, 함께 먹는 사람의 기쁨까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 초콜릿 케이크를 만드는 줄리는 전설의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요리책을 보며 365일 동안 총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중이다. 한 때는 글 좀 썼다는 줄리지만, 지금은 잘 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존감을 잃는 일이 자주 생기고, 엄마는 잔소리만 늘어놓는다. 한 가지 일을 잘 끝내지 못하는 성격이었지만, ‘블로그는 제대로 하고 말 거야.’라는 다짐 속에서 하나하나 요리를 시도하고 포스팅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줄리가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바로 그 책을 쓴 ‘줄리아 차일드’는 1949년 외교관 남편과 함께 프랑스에서 살기 시작하는데,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생활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고 요리학교 ‘르꼬르동 블루’를 다니며 요리 만들기에 도전한다. 줄리가 줄리아의 요리 도전하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2002년의 그녀는 이미 전설적인 쉐프지만, 당시에는 남자셰프들이 대부분이었던 르꼬르동블루에 여자이면서, 프랑스어가 서툰 미국인일 뿐이었다. 무시와 차별 속에서도 줄리아는 허허허 웃으며, 때로는 의연하게, 때로는 당차게! 밤낮없이 칼질을 연습하며 학교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2002년의 줄리도 1949년의 줄리아도 요리가 본업은 아니었지만, 무료한 일상 속에서 꿈을 발견하고 차근차근 한 걸음씩 목표를 달성해 가며, 꿈을 이뤄가는 가정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해 간다.
모든 사람이 꿈을 이루며 살아가지는 않는다. 상황 때문에 꿈을 포기하거나, 현실 때문에 꿈을 잠시 미뤄두기도 하고, 사는 게 바빠서 꿈을 잊기도 한다. 꿈을 꾸어야만, 또 그것을 이뤄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문득 공허함을 느끼거나, 내 초라하고 작게 느껴질 때, 일단 작은 ‘행동’이라도 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해주는 영화.
나 역시 그랬다. 워킹맘으로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노동이기도 하지만, 때로 치유가 되기도 한다. 요리를 하는 동안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만 집중하며 다른 것들 에서 한발 떨어지는 시간이 나에겐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기도 하다. 화려하고 멋짐 따위는 없는 너무 소소해서 요리라고도 하기에도 민망한 것들을 만드는데.
7살 3살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채소를 잘게 다져 계란물에 넣고, 슬라이스 햄을 넣어 계란말이를 하고. 싫어하는 음식재료를 꽃모양 커팅기로 잘라, 예쁘게 담아주면 일단 탄성을 지르며, 한입이라도 먹게 하고, 때로 생크림을 휘핑해 동그랗게 카스텔라에 얹고, 싱싱한 딸기만 얹어도 꽤 근사해서 ‘엄마가 만들어준 케이크가 최고’라고 말해주는데…
이런 단순한 즐거움과 작은 행복의 표정들로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밖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내가 부족한 것만 같아서 작아졌던 마음, 고단한 하루의 끝에 워킹맘의 죄책감이 조금 상쇄되곤 한다. 나도 꽤 괜찮은 엄마지 하고.
초코, 설탕, 우유, 노른자를 섞으면 크림이 된다는 확실한 것을 해보면 맘이 편해지니까. 거창할 것 없는 작은 행동으로, 빼빼로를 나눠 먹는 작은 기쁨으로,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하루가 되길. 지금 뭐라도 당장 시작해 보는 오늘이 되길 그리하여 나는 꽤 괜찮다고 스스로 토닥여 줄 수 있는 그런 날들을 꾸려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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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주 차 개봉작, 공개 예정작 추천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 주 역시, 정말 많은 기대작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고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4월 세 번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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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앵커
ⓒ 네이버 영화
개요: 스릴러 | 한국 | 111분
감독: 정지연
출연: 천우희, 신하균, 이혜영 등
개봉: 2022.04.20
배급: 에이스메이커
줄거리
생방송 5분 전, 방송국 간판 앵커 ‘세라’(천우희)에게 자신이 살해될 것이라며 죽음을 예고하는 제보전화가 걸려온다. 장난전화로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세라’. 진짜 앵커가 될 기회라는 엄마 ‘소정’(이혜영)의 말에 ‘세라’는 제보자의 집으로 향하고 제보자인 ‘미소’와 그녀의 딸의 시체를 목격한다.
그날 이후, ‘세라’의 눈앞에 죽은 ‘미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한다. 사건 현장에서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를 마주하게 되며 그에 대한 ‘세라’의 의심 또한 깊어진다.관전 포인트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천우희가 <앵커>의 타이틀롤을 맡아 극을 이끌어간다는 소식에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천우희 배우는 런칭쇼에서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보며 장르적인 재미를 느끼고, 범인이 누구일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보길 추천하였습니다. 영화를 본 후, 서로의 추리를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4월은 너의 거짓말
ⓒ 네이버 영화
개요: 로맨스 | 일본 | 121분
감독: 신조 타케히코
출연: 히로세 스즈, 야마자키 켄토 등
개봉: 2022.04.20
배급: (주)팝엔터테인먼트
줄거리
모노톤의 인생을 살고 있는 천재 피아니스트 ‘코세이’ 어느 날 바이올리니스트 ‘카오리’를 만난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피아노를 치지 않는 ‘코세이’에게 ‘카오리’는 콩쿨에서 함께 연주해 줄 것을 부탁한다.
관전 포인트
일본의 하이틴 스타인 '야마자키 켄토', 그리고 일본판 <써니>에서 나미 역을 맡은 '히로세 스즈'가 주연배우로 출연하는 <4월은 너의 거짓말>.
영화 제목처럼 꽃이 만개한 4월에 연인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일 것 같습니다.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
ⓒ 네이버 영화
개요: 다큐멘터리 | 한국 | 115분
감독: 오윤동
출연: 세븐틴
개봉: 2022.04.20
배급: CJ 4DPLEX, CGV ICECON
줄거리
5 연속 밀리언셀러, 빌보드 200 2주 연속 차트인, 오리콘 차트 정상을 꿰차며 매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글로벌 아티스트 SEVENTEEN의 첫 번째 영화!
풍성한 퍼포먼스부터, 13인 멤버들의 속마음 인터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캐럿과 함께 그려나갈 미래를 담은 다채로운 코멘터리까지 전부 담았다!
관전 포인트
<블랙핑크 더 무비> <몬스타엑스: 더 드리밍>에 이어 오윤동 감독의 세 번째 아이돌 다큐멘터리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 : 더 무비>.
이 영화는 2D 뿐만 아니라 스크린X, 4DX, 4DX Screen 등 다양한 포맷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더욱더 실감 나는 콘서트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스트 시티
ⓒ 네이버 영화
개요: 액션 | 미국 | 111분
감독: 애덤 니, 아론 니
출연: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등
개봉: 2022.04.20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전설의 트레저를 차지하기 위해 재벌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유일한 단서를 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로레타(산드라 블록)를 납치하게 된다.
어쩔 수 없는 비지니스 관계로 사라진 그녀를 찾아야만 하는 책 커버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은 의문의 파트너(브래드 피트)와 함께 위험한 섬에서 그녀를 구하고 무사히 탈출해야만 한다.
관전 포인트
<로스트 시티>는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며, 한국에서 이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이 늘어났는데요. 개봉 전 프리미어 때 외신들의 극찬을 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작으로 등극하였습니다.
할리우드 대표 배우인 산드라 블록, 채닝 테이텀, 다니엘 래드클리프, 그리고 브래드 피트가 특별 출연을 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중경삼림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홍콩 | 102분
감독: 왕가위
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 등
개봉: 2022.04.20
배급: (주)디스테이션
줄거리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관전 포인트
많은 이들의 인생 작품으로 꼽히는 <중경삼림>은 1995년 개봉 이후 2번 재개봉을 하였고, 올해도 재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큰 스크린으로 한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공기살인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한국 | 108분
감독: 조용선
출연: 김상경, 이선빈, 윤경호 등
개봉: 2022.04.22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줄거리
봄이 되면 나타났다 여름이 되면 사라지는 죽음의 병. 공기를 타고 대한민국에 죽음을 몰고 온 살인무기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그들의 사투. 증발된 범인, 피해자는 증발되지 않았다!
관전 포인트
<공기살인>은 실제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다룬 영화입니다. <공기살인>은 단순히 사회 고발로 그치는 것이 아닌 이러한 참사의 해결책은 우리 모두의 관심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OTT 공개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일본 | 179분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미우라 토코 등
공개: 2022.04.20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누가 봐도 아름다운 부부 가후쿠와 오토.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한 가후쿠는 이유를 묻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2년 후 히로시마의 연극제에 초청되어 작품의 연출을 하게 된 가후쿠. 그는 그곳에서 자신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게 된다. 말없이 묵묵히 가후쿠의 차를 운전하는 미사키와 오래된 습관인 아내가 녹음한 테이프를 들으며 대사를 연습하는 가후쿠. 조용한 차 안에서 두 사람은 점점 마음을 열게 되고, 서로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눈 덮인 홋카이도에서 내면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서로의 슬픔을 들여다보게 된다.
관전 포인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카데미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였는데요. 이외에도 95개 부문에서 노미네이트 되었고, 그중 73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습니다.
약 3시간의 러닝타임을 지닌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고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는 평이 많은 작품입니다.
아이스 에이지 : 스크랫 이야기
ⓒ Rotten Tomatoes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6회
감독: 크리스 웨지
출연: 캐리 월그렌 등
공개: 2022.04.20
스트리밍: 왓챠
줄거리
<아이스 에이지>의 검이빨 다람쥐 '스크랫'이 주연을 맡은 6편의 완전히 새로운 단편 애니메이션.
관전 포인트
2002년 처음으로 선보인 <아이스 에이지>가 세계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나왔던 총 4편의 속편도 모두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기록한 최고의 애니메이션 시리즈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다람쥐 '스크랫'의 이야기를 다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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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뱀파이어인데 사람을 못 죽이겠어요
예전에는 짧고 간결한 제목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아닙니다. 아주 긴 제목이 오히려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도 그렇고, 동네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한가로운 걱정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도 그렇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이 영화'도 그렇고 말이죠.
제목이 너무 길어서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몇 번이나 이 영화의 제목을 헷갈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검색해 보지 않고 제목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긴 제목의 작품을 즐기는 방법이죠. 이러한 이유로 제목을 자꾸 되뇌었더니, 영화관에 들어서기 한참 전부터 '이 영화'가 머릿속에 단단히 각인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제목이 뭐냐면요….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Humanist Vampire Seeking Consenting Suicidal PersonSummary
'사샤'는 심각한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뱀파이어다. 사람을 죽이기엔 마음이 너무 약하다는 것! 다행히도 자살 성향이 있는 외로운 십 대 소년 '폴'을 만나고, '폴'은 '사샤'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로 한다. 하지만 이 둘의 계약은 날이 밝기 전, '폴'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기 위한 탐험으로 바뀐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아리안 루이 세즈
출연: 사라 몽페티, 펠릭스-앙투안 버나드
뱀파이어 호러 속 비거니즘
우리는 너무 익숙하면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곤 합니다. 진실이라고 해도 잘 와닿지 않죠. 그래서 장르물이 재밌습니다. 장르라는 커튼 뒤에 현실을 어렴풋하게 감춰놔서 익숙했던 일상을 낯설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뱀파이어 호러 장르를 표방하는 이 작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사람의 피를 마셔야만 사는 뱀파이어 '사샤'가 동정심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지 못해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사샤'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겠다는 마인드로, 살인을 저질러야 한다면 차라리 굶어 죽겠다며 버팁니다. 그러나 본능을 거부하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밀려오는 허기 앞에서 '사샤'는 윤리와 생존의 문제를 고민합니다.
이러한 '사샤'의 모습은 비거니즘이라는 현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먹이사슬 최상위의 인간들은 오랜 시간 아무렇지 않게 고기를 먹어왔지만, 다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죽어가는 동물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세상은 동물에게 동정심을 갖는 사람들이 유별나다며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비건이라 칭하고, 동물을 죽이지 않는 삶을 택했죠. 인간을 죽이지 않는 삶을 택한 '사샤'처럼요.
현실에서는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향해 얄팍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대신, 부모님이 구해준 피를 팩에 담아 쥐고 사는 '사샤'에게도 비슷한 잣대를 댈 수 있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면서, 남이 죽인 사람의 피는 마셔도 되는가?' '진짜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맞는가?'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사사로운 문제를 꼬집으며, '진짜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인지 아닌지를 재고 따지지 않습니다. 결국은 일반 뱀파이어들도 그의 대안을 존중하고 지원해 주죠.
휴머니스트 뱀파이어 '사샤'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또 다른 상영작 중 하나인 <연습>의 주인공 '트리네'를 떠올리게도 했습니다. <연습>은 트럼펫 오디션을 보기 위해 수천 킬로를 이동해야 하는 젊은 음악가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비행기 대신 히치하이크만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입니다. '트리네'도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환경 운동이 아무 소용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약간의 모순이 있을지라도, 조금 더 나은 대안을 밀어붙이는 마음. '사샤'와 '트리네, 그리고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따라 움직이는 현대인들의 공통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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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보다 공생
원제는 직역하면 '자살 희망자를 찾는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입니다. 'Consenting'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으니, 더 정확하게는 '피를 제공하는 것에 동의한 자살 희망자를 찾는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되는데요. 한국어 제목도 센스 있게 잘 번역했지만, 원제가 영화 전체의 맥락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소개했습니다. 이 영화는 사람의 피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사샤')와 그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자살 희망자('폴')의 이야기거든요.
현실에 빗대어 보면, 둘의 협력은 타인에 의해 생명을 거두는 안락사나 조력 자살을 연상케도 합니다. 그러나 저에게 둘의 협력과 연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는 바로 공생이었습니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 단지 개인적으로 마음을 쓰고 있는 부분이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단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공생은 두 생물이 이익을 주고받으며 사는 것입니다. 흔히 악어와 악어새를 예로 들어 설명하곤 하죠. 우리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각자도생과는 정반대의 말입니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에서는 삶을 빼앗기 싫은 휴머니스트 뱀파이어와 삶에 미련이 없는 자살 희망자가 공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어쩐지 현실에서는 공생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는 것만 같습니다. 휴머니스트 뱀파이어 '사샤'와 자살 희망자 '폴'은 서로가 있었기에 다음을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각자도생뿐이었다면 두 생물의 결말은 어땠을까요? 적어도 해피엔딩은 아니었을 겁니다.
⊙ ⊙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는 뻔한 장르, 뻔한 스토리를 즐기는 맛에 보는 장르물입니다. 하지만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뻔한 장르에서 가장 안 뻔한 부분을 집어내 확장하고, 그 안에서 안 뻔한 스토리를 만들어냅니다. 국내에서는 5월 29일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니, 색다른 뱀파이어물을 보고 싶으신 분들께 가볍게 추천해 드립니다.
One-Liner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나도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인간이 되고 싶어.
Schedule in JIFF
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4관 23:59
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5관 23:59
2024.05.04(토) 메가박스 전주객사 6관 23:59
2024.05.07(화)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17:00
2024.05.10(금) CGV전주고사 1관 11:00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05월 01일 -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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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리오사 | 모래맛과 쇠맛은 덜고, 눈물맛은 더하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문명 붕괴 45년 후. 풍요로운 ‘녹색의 땅’에서 지내던 ‘퓨리오사’(안야 테일러-조이)는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의 바이커 군단에 납치돼 가족과 행복을 모두 잃어버린다. 인질이 된 퓨리오사는 디멘투스의 어깨너머로 황무지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힌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킬 날만을 기다리며.
그러던 어느 날, 퓨리오사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황무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가스타운'을 점령한 디멘투스가 '시타델'의 지도자 '임모탄 조'(러치 험)와 평화 협정을 맺으면서 그녀를 임모탄 조에게 넘겨 버린 것. 믿음직한 동료 ‘잭’(톰 버크)의 도움을 받으면서 퓨리오사는 시타델의 전사로 거듭나고, 그녀는 아껴두었던 복수의 칼날을 마침내 꺼내든다.
형 만한 아우 여기 있다
2015년 여름에 개봉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는 신드롬이었다. 강렬한 모래맛 영상미와 쇠맛 액션은 센세이셔널했다. 드라마를 최소화하고 액션에 집중하는 <매드맥스> 시리즈 중에서도 유달리 액션에 힘을 잔뜩 준 덕분이었다. 전작이 <해피 피트>와 <해피 피트 2>인, 70세 노감독 조지 밀러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관객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국내에서는 390만 관객, 월드와이드 3억 7천만 달러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평단도 다르지 않았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편집상, 음향편집상, 음향효과상을 싹쓸이했고, BBC가 100대 21세기 영화에 선정하기도 했다.
자연히 속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이하 <퓨리오사>)를 향한 기대는 컸다.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에서 주인공 맥스보다도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은 퓨리오사의 과거사를 다룬 프리퀄로, 제77회 칸 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9년 만에 돌아온 프리퀄은 그 기대에 부응한다. 비록 전편만큼의 모래맛과 쇠맛은 아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는 퓨리오사의 눈물이 그 빈자리를 훌륭히 채우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궁금했던 모든 것
<퓨리오사>는 <분노의 도로>를 보고 한 번쯤 가졌을 의문점을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 늪지대로 변하기 전 녹색의 땅의 모습. 그곳에서 보낸 퓨리오사의 유년 시절. 그녀가 납치당한 계기와 시타델에서의 성장기. 그가 임모탄 조의 전적인 신뢰를 받는 장군으로 거듭나는 서사시와 의수를 달게 된 사연. '버자드'와 '바위 라이더'의 정체. 심지어는 맥스와의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까지.
과거를 단순히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도 않는다. 전편과의 연계점을 명확히 보여주며 퓨리오사의 전체 서사를 곱씹게 만든다. 어머니를 죽인 빌런 디멘투스에게 복수하는 퓨리오사. 그녀는 복수를 통해 그에게 빼앗긴 어머니와 유년 시절을 되찾고, 구원을 얻고자 한다. 이는 본편에서 그녀가 유독 임모탄 조의 여자들, 곧 엄마가 될 여성을 구원하려고 애쓴 동기로 작용한다.
또 그녀가 디멘투스를 응징하는 방식은 그녀가 시타델을 점령한 후 새로운 녹색의 땅으로 만드는 전편의 결말을 더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처럼 <퓨리오사>의 결말이 전편의 시작으로 곧장 이어지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분노의 도로>의 하이라이트가 삽입된 엔딩 크레디트 덕분에 그 감흥은 배가 된다.
모래맛과 쇠맛이 덜한 이유
물론 전편과의 차이가 작지는 않다. 전편이 퓨리오사의 탈출 계획이라는 사건을 쫓은 반면, <퓨리오사>는 퓨리오사를 캐릭터에 주목하기 때문. 전자가 직선적이라면, 후자는 곁가지 더 많고 서정적이다. 정키 XL이 다시 참여한 음악만 봐도 접근법의 차이가 분명하다. 웅장하고 공격적이었던 <분노의 도로>의 음악과는 달리 <퓨리오사>의 음악은 간결하고 단순하다. 이는 빨간 기타리스트의 존재감이 전편 같지 않은 이유다.
액션도 마찬가지다. 물론 양과 질은 진일보했다. 4륜 이상 차량 35대와 바이크 110대가 동원된 액션 시퀀스의 스케일은 압도적이다. 연출도 더 입체적이다. 패러글라이딩과 차 아래 공간을 활용해 전편보다 더 입체적이고 공간감이 느껴지는 액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를 다루는 분량이 늘어나다 보니 액션 시퀀스 사이 공백은 상대적으로 길다. 그 결과 전체적인 임팩트가 덜하고, 모래맛과 쇠맛이 약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접근법의 변화는 캐릭터를 다룰 때도 일장일단이 있다. 퓨리오사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그녀만의 특별함은 사라지는 듯하다. 퓨리오사는 기존 할리우드 여전사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캐릭터였다. 싸우는 목적이 달랐다. 퓨리오사는 현재의 삶 대신 더 나은 삶과 구원을 찾았다. 그래서 맥스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임모탄 조의 여자를 빼돌려 새로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땅을 향해 달릴 생각만 했다.
하지만 <퓨리오사>를 보고 나면 전편에서 목격한 퓨리오사의 서사가 장대한 복수극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곧 그녀 역시 빼앗긴 삶에 대한 복수와 모성애 때문에 싸우는 일반적인 여전사 중 하나로 전락한다. <에일리언>의 리플리나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처럼. 퓨리오사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된 나머지 그녀의 신비감, 아우라까지 약해지고 만다. 프리퀄의 근본적인 한계까지는 넘지 못한 셈이다.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하지만 퓨리오사의 복수극을 곱씹어 보면 약간의 아쉬움은 금세 자취를 감춘다. 그녀가 흘리는 눈물에 응축된 이야기를 뜯어보는 재미 덕분이다. 특히 새 빌런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관계가 흥미롭다. 의외로 둘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가족을 잃었다. 디멘투스는 아이를, 퓨리오사는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렇게 악만 남은 둘은 복수와 생존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채 발악한다.
그런데 발악의 방향성은 정반대다. 디멘투스의 발악은 파괴적이다. 딸의 유품인 인형을 망토에 매단 채 사막과 황야를 헤집고 다니면서 약탈하고, 자기 같은 피해자를 다시 만들어낸다. 퓨리오사는 다르다. 그녀는 현재를 딛고 새 미래를 꿈꾼다. 고향에서 가져온 열매의 씨앗을 심어 새 나무를 키우려 한다. 즉, 디멘투스가 절망적인 현재에 갇힌 반면, 퓨리오사는 현재의 모래 폭풍을 뚫고 미래를 바라본다.
이 대목은 전편 못지않게 인상적인 여성 서사다.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대립은 파괴적인 부성애와 재생산의 모성애의 대조나 다름없으니까. 그래서 퓨리오사는 아버지를 자처하는 디멘투스와의 관계를 끊어낸다. 그를 단순히 고문하거나 죽이지 않고 그의 몸 위에 나무를 심어 그를 살아있는 거름으로 삼는다. 그녀가 잭과 동료이자 연인이 되는 이유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잭 역시 다음 세대를 먼저 생각할 줄 알기 때문.
액션을 넘어 정치극까지
더 나아가 퓨리오사의 복수극은 정치 드라마로 확장된다. 퓨리오사라는 렌즈를 통해 보면 임모탄 조와 디멘투스의 차이는 명확하고, 그 덕분에 그들의 합종연횡을 지켜보는 묘미도 커진다. 사실 퓨리오사는 디멘토스보다도 임모탄 조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단지 물과 같은 자원의 독점 여부를 두고 비전의 모습과 방법론이 달랐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임모탄 조는 퓨리오사가 그러했듯이 디멘투스와 싸울 수밖에 없다. 미래를 걱정하는 자와 현재만 사는 자의 충돌은 필연적이니까. 실제로 임모탄 조가 물, 가스, 식량, 무기 공급을 유지하며 장기적인 생존을 추구하는 반면, 디멘투스는 지금 당장 먹고살고 자원을 소비하기에 급급하다. 문명 붕괴 45년 후라는 시간대를 고려하면 이 전쟁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치극의 묘미는 <매드맥스> 세계관이 확장하는 데도 공헌한다. 두 빌런은 전편에서 짧게 언급된 공간을 오가며 전쟁을 펼치기 때문. 전작이 사막과 황무지라는 자연환경을 적극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세 개의 도시가 전면에 등장해 권력의 삼각형을 묘사한다. 재등장한 시타델은 물론, 유전 한가운데에 위치한 가스타운과 거대한 광산을 연상시키는 무기 농장의 이미지가 뇌리에 박히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두 주연의 연기도 일품이다. 안야 테일러-조이의 경우 샤를리즈 테론의 존재감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약한 소녀부터 냉철한 여전사까지 더 폭넓은 이미지를 소화하며 미완의 퓨리오사를 성공적으로 탄생시켰다. 디멘투스는 잔인함과 유머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아낸 크리스 헴스워스 덕분에 임모탄 조에 비견될 만한 빌런이 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퓨리오사>는 전편 못지않은 걸작이다. 사건이 아닌 인물을 다루다 보니 덜 직선적이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하지만 더 풍성해진 <매드맥스> 세계관을 맛보고, 퓨리오사의 복수극을 두세 번 곱씹어 보는 경험은 거부하기 어려운 영화적 경험이다. 전편에 열광한 관객이라면 더더욱.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분노의 도로> 그다음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모래와 쇠를 달구는 그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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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적 장치를 빌린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영화 <도그빌>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세트 였다. 항상 영화를 볼 때 장소가 바뀌고 실제 현실 에 있는 장소 같은 세트의 영화만 보다가 연극처럼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영화 속에서 진행 되기 때문에 어색하기도 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이 공간이 어색해서 뒷부분에 이 곳을 빠져나와서 다른 장소가 나오길 기대하기도 했다. 근데 영화를 보다 보니 이 세트에 익숙해져 갔고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공간 마다 경계를 나누는 벽이 없어서 감시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고 앞 뒤가 다 막혀 있어서 답답한 느낌을 극대화 한 것 처럼 보였다.
그레이스가 자신이 속해 있던 갱을 떠나 착하게 살기 위해 혹은 평화로움을 꿈꾸고 도그빌로 도망쳐왔지만 도그빌도 겉으로는 평화로우면 모든걸 회의로 정하는 민주적인 마을 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의 다시 약자와 강자가 나뉘어지고 젊은 여성은 또 눈요기거리가 되고 만다. 착하고 고분고분한 그레이스가 어느 순간 무시를 당하는 존재로 전락 하게 된다.이런 그레이스가 불쌍해보이기도 하였고, 왜 반발을 하지 않는지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누구나 자신보다 만만해 보이는 상대가 있으면 우위를 점할려고 하고 항상 새로운 약자를 찾아 자신의 우월감을 채우려는 것이 추한 인간들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레이스가 성폭행을 당하고 누워있는 장면이 특히 이 세트의 특성이 잘 보였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그레이스는 도그빌 주민에게 성폭행을 당하는데 옆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 다닌다. 천장에서 이 세트를 비추었을 때, 그레이스가 굉장히 작고 약자처럼 보였다. 도그빌 주민들의 입장에선 방이 다 나누어져 있어서 보이지 않는 공간이겠지만 내가 보는 입장에서는 한쪽은 성범죄를 당하고 있고 한쪽은 아무렇지 않게 할 일을 하고 있는게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이 마을 주민들의 이중성을 보여주었다고 느껴졌다.
도그빌 주민 중에서 가장 오만하다고 느껴진 캐릭터는 톰이었다. 자신이 철학자,지식인인 척하고 그레이스를 위해 도와줄 것 행동 하더니 배신을 때린다. 그리고 마지막 죽기 전까지 소설 에다가 써도 되지? 라고 하는 모습이 허울뿐인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그레이스가 톰을 쏘는 장면이 가장 통쾌하기도 하였지만, 그레이스가 다시 갱으로 들어가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왜 제목이 계속 도그빌일까 궁금 했는데 마지막에 개와 같이 목줄을 찬 그레이스와 유일한 동물인 ‘모세’만 살아 남은 것과 마지막에 개만 살아남은 것을 보고 도그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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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 속의 썸머에서 현실의 어텀으로.
마크 웹의 '500일의 썸머'는 조셉 고든 레빗과 조인 데이셔넬을 중심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처음부터 너무 달랐던 그들이 언제나 그 계절에 머무를 수 없는 시간 같은 사랑을 담았다. 겹겹이 쌓였지만 조각조각 흩어진 500일의 시간은 어떤 계절을 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사랑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부분들과 그렇지 않은 부분들을 톰과 서머의 관계를 통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듯하다.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같은 계절에 있지만 사뭇 다른 온도에 머무는 톰과 썸머의 모습을 보여준다. 썸머에게 운명을 느끼며 조금씩 다가가는 톰, 자신만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는 썸머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가고 어떤 계기에 의해 관계가 진전되며 그들은 시작하게 된다. 온도는 다르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같아서 좋은 기억이든, 좋지 않은 기억이든 함께 할 수 있었다. 톰의 500일 중에 어떤 날도 썸머가 빠지지 않지만 함께할수록 환상이 조금씩 벗겨지며 현실로 바뀌며 그 운명은 조금씩 깨져간다. 하지만 그 운명이 깨지는 것을 아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엔 아직 어리석었기에 한참 후에 깨닫게 되었다. 운명은 없지만 우연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기에 계절이 바뀌면서 여름을 놓아주고 가을을 맞이한다. 링고 스타보다 건축이 더 잘 어울리는 계절로.
지극히 톰의 관점으로 비치는 이 영화는 서머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한다 라기 보다는 그때 나이의 미숙했던 톰이 서머를 환상 속에 가두어놓고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특히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는 장면이 그를 뒷받침한다. 늘 나서지 않고 소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그렇고 가볍다고 생각했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톰을 이용한다고 생각했지만 깊고 진했던 썸머의 사랑을 다 이해하지 못함을 보여준다. 썸머의 취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장면을 통해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진 자신에 취해있다는 것이 썸머의 시선에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남자 주인공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만큼 그의 시선에 가려진 여자 주인공의 시점도 궁금해진다. '500일의 톰'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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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끝장리뷰 |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상징 | 결말해석 | 악의 기원 | 가족의 맨살
[보통의 가족](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Chapter 2 부모 - 자식, 악의 기원
00:00 보통의 가족
01:29 장동건 집중
03:17 자동차 사고
06:06 부모와 자식
07:16 악의 기원
09:46 별점 및 한 줄 평
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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