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8-26 14:31:24
내릴 수 없는 짬뽕 기차, 어눌한 복수의 혈전.
영화 <불릿 트레인> 리뷰
불릿 트레인은 ‘고속열차’라는 뜻 그대로 ‘마리아 비틀’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불운의 킬러 레이디 버그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속 열차에 탑승하며 일어나는 일로서 미션과 관련된 이들과 뜨거운 혈투를 벌이는 액션이 펼쳐진다. 운명과 운에 초점이 맞춰진 이 이야기는 데이빗 레이치 연출과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더해져 액션에 코믹이 가미된 열차에 우리 모두를 탑승하게 만든다.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특별 카메오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레이디 버그는 복귀 미션 수행을 위해 초고속 열차에 탑승한다. 대타로 맡은 회수 의뢰는 가방을 찾아내는 것이었는데, 간단하다고 생각했던 미션이 예상외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그런 상황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지만 일단 열차에서 내리려고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피 터지는 혈투가 시작된다. 끝인 줄 알았던 상황이 다시 시작됨에 따라 열차 곳곳에 숨은 킬러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레이디 버그는 가방을 가지고 무사히 내릴 수 있을까.
좁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난잡한 혈투가 서류 가방과 레이디 버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마주한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불운이 끼쳐오는 걸까. 그가 불러온 불운의 무게가 아닌 많은 이들이 불러온 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순간이 머지않았다. 꼬인 듯한 이 관계들이 서로 맞물리며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함께 묶인 만큼 끈끈해진 관계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끌어낸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벌어지는 운명의 기차는 수많은 장애물을 뚫고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나서야 멈춘다.궁극적으로담겨져있는이야기에대한 물음보다는 빠른 속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강렬한 액션이 돋보이는 불릿 트레인은 킬링타임용으로 적합해 보인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수다스러움 그 자체로 웃기기도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원작 소설을 그대로 옮겨 온 탓인지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 전반부를 지배한다. 어눌한 말투와 어색한 이야기가 합쳐져 미묘한 불편함이 계속해서 따라온다. 서양인 시각에서 동양의 표현은 언제쯤이면 제대로 묘사될까.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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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접수에 나선 연기돌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의 탄생, f(x) 크리스탈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 EXID 하니
인생 캐릭터 만남 예고, 카라 한승연<애비규환>, 정수정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08분 | 2020.11.12 개봉
감독 : 최하나 | 출연 : 크리스탈, 장혜진, 최덕문
아이돌 그룹 f(x)로 데뷔해 Hot Summer 등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크리스탈'(정수정)은 가수 활동은 물론 [볼수록 애교만점],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슬기로운 감빵생활], [써치] 등 다양한 시트콤과 드라마에서 활약해왔는데요. 음반시장에 이어 브라운관까지 접수한 그녀는 지난해 <애비규환>을 통해 똑 부러진 성격과 어디서도 주눅들지 않는 용기를 지닌 위풍당당한 '토일' 역을 맡아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했습니다. 특히 정수정은 <애비규환>을 통해 스물 두 살 대학생이자 임산부라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내며, 백상예술대상 여자신인상 후보에 오르는 등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죠.<어른들은 몰라요>, 안희연
드라마 | 한국 | 127분 | 2021.04.15 개봉
감독 : 이환 | 출연 : 이유미, 하니, 신햇빛
아이돌 그룹 EXID로 데뷔해 "위아래"로 역주행 신화를 썼던 '하니'는 예능과 웹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는데요. '하니'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대신 본명 '안희연'을 활동명으로 하여, 올해 초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마쳤습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두 번째 문제작인데요. 안희연은 극중에서 18세 임산부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주영' 역으로 분해 흡연과 거친 욕설 등을 서슴지 않는 파격적인 캐릭터로 그 동안 본적 없던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습니다.<쇼미더고스트>, 한승연
코미디, 공포 | 한국 | 83분 | 2021.09.09 개봉
감독 : 김은경 | 출연 : 한승연, 김현목, 홍승범
인기 아이돌 그룹 카라의 멤버에서 MC 및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온 한승연 또한, 올 9월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녀의 장편 데뷔작 <쇼미더고스트>는 산뜻하고 유쾌한 올해의 독립영화 화제작으로, 한승연은 극중 자취방 보증금마저 주식으로 날려버린 만년 취준생 '예지' 역을 맡았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청춘시대] '예은' 역에 이은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쇼미더고스트>를 통해 이 시대 청춘들의 불안함과 성장의 과정을 섬세하게 연기한 한승연은 개봉에 앞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 장편 데뷔작임에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라는 평과 함께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에 지명되는 쾌거를 이뤘다고 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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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사랑
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브리저튼>을 단순한 시대극 로맨스로 보지 않았다. 자신의 호감과는 상관없이 알맞은 결혼 상대를 찾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그 당시를 비판하게 되었고, 사랑에 주체적이고 당당한 여성이 되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녀주인공의 사랑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만약 남녀 주인공이 '결혼'이 삶의 목적인 사회에서 만나지 않았다면? 그들이 비혼 주의자였다면? 둘에게서 사랑의 스파크가 튈 수 있었을까?
뒤 이어 보게 된 영화 <더 랍스터>는 목적에 의한 사랑을 잘 보여줬다. <더 랍스터>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사람은 외진 숲 속 호텔에 들어가게 된다. 그들은 호텔 안에서 45일 안에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자신이 정한 '동물'이 된다. 호텔에 갇힌 사람들은 하루에 해야 할 일정이 정해져 있는데 대표적으로 외톨이를 잡는 사냥 시간이 있다. 호텔에서 도망 나온 사람들을 외톨이라 부르고 외톨이를 사냥해오면 외톨이의 수에 따라 호텔에 묵을 수 있는 날이 연장된다. 그래서 동물이 되고 싶지 않으나 짝은 없는 사람들은 맹렬하게 외톨이를 사냥한다. 그 외에 남자와 여자가 모여 춤을 추거나 수영을 하는 등의 만남의 시간이 있고 왜 짝이 있어야만 하는지 교육해주는 시간도 있다. 교육 내용은 정말 황당한데 여자가 성폭행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자가 있어야 하고 음식을 먹다 목에 걸렸을 때, 하임리임법을 해줄 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혼자'면 세상에 모든 위기에 맞서지 못한다고 공포를 조장하는 교육이었다. 그리고 호텔에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규칙도 있는데 거짓으로 짝을 만들거나 자기 위로 하는 행위이다. 호텔에서는 절대 혼자서 성행위를 해선 안되는데 들킬 경우 토스트기에 손이 집어넣어 진다. 짝을 찾지 못하면 인권 따위 없는 사회이다.
기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거짓으로 사랑에 빠진 척하다 들켜 동물이 될 뻔하다, 가까스로 호텔에 탈출해 외톨이 무리에 끼게 된다. 하지만 외톨이 무리도 호텔 못지않게 엄격한 규칙이 있었다. '평생 혼자 살아도 되지만 사랑은 해선 안된다.' 호텔과 반대되는 규칙이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무리에서 자신의 아픈 등에 연고를 발라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사랑하고 싶던 둘은 외톨이 무리에서 도망칠 계획을 한다.
하지만 둘의 사랑을 눈치챈 무리의 대장이 데이비드 몰래 여자의 눈을 멀게 한다. 그때, 여자가 대장에게 이렇게 말한다.
"왜 내 눈을 멀게 했지? 그를 멀게 할 수도 있잖아"
흔히 사랑하면 목숨도 내놓는다는데, 사랑하는 남자의 눈이 아닌 왜 내 눈이냐 묻는 상황은 보편적으로 예상되는 대사와 달랐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은건가. 아니면 자신의 눈과 바꿀만큼은 아니였던건가.
여자의 눈은 멀었지만 무리에서 꼭 탈출하고 싶었던 데이비드는 대장을 제압하고 여자와 도망간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해 도시에 한 레스토랑에 도착한 데이비드는 그녀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금방 끝내고 올게."
스테이크 칼을 들고 한참을 세면대 앞에 서있던 그는 그녀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 짝을 찾지 못하면 무슨 동물이 되고 싶죠?
- 랍스터요. 랍스터는 100년 넘게 살아요. 귀족들처럼 푸른 피를 가지고 있고 평생 번식을 해요. 그리고 제가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동물이 돼서도 아주 오래,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던 바다에서 살고 싶어 했던 데이비드는 사랑한다 믿었던 여자와 눈이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눈이 머는 것쯤은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탈출에 성공해 자유가 된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더 랍스터>처럼 사랑을 해야만 하는 곳에서 피어오른 사랑은 사랑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는 목적, 구체적으로는 '생존'과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브리저튼>과 <더 랍스터> 모두 사랑해야만 하는 목적이 있던 사회였다. 그리고 <더 랍스터>는 살기 위해선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존사랑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게 했다. 과연 목적이 있는 사랑은 사랑일까 본능일까? 아니 애초에 사랑은 본능일까 이성일까?
분명한 건 <더 랍스터> 속 데이비드의 사랑은 탈출을 위해 사랑을 이용한 이성처럼 보였다.
‘노처녀. 노총각’ 짝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우린 이렇게 불렀다. 지금은 비혼주의가 완연한 사회이기에 저런 단어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도 나이가 들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 생각했던 사회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생존사랑'을 해오지 않았을까? 당연히 해야만 하는 사회에서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알맞은 누군가를 찾아 사랑한다고 세뇌하며 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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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은 사람이 됐지만, <웅남이>는 그러지 못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종복연구소에서 방사된 아기 반달가슴곰 두 마리. 이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연구소 소장 '나복천'(오달수)은 직접 그들을 찾아 나서고, 어느 동굴 근처에서 흔적을 찾아낸다. 하지만 동굴 안에는 먹고 남은 마늘과 쑥, 그리고 사람이 되어버린 반달곰 '나웅남'(박성웅)만 있을 뿐. 이에 복천은 아내 '장경숙'(염혜란)'과 함께 웅남이를 아들로 키우기로 결정한다.
시간이 흘러 경찰이 되는 등 인간을 초월하는 곰의 능력을 활용해 이웃을 돕는 웅남. 그는 소꿉친구 '조말봉'(이이경), '윤나라'(백지혜)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웅남은 제약 회사 사장이자 조폭 두목인 '이정식'(최민수)를 잡기 위한 경찰의 극비 수사 작전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정식의 심복이자 웅남과 똑 닮은 조폭 '이정학'(박성웅)을 연기해 달라는 것. 이에 웅남은 경찰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이정학을 연구하며 범죄 조직과의 결전을 준비한다.
코미디언과 영화감독
코미디 영화 <웅남이>는 감독의 유명세 덕분에 주목을 받았다. KBS <개그콘서트>를 봤던 이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코미디언 박성광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박성웅과 최민수라는 스타 배우가 출연했고, 정우성마저 카메오로 등장하니 눈길이 안 갈 수 없기도 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웅남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왜곡되기 쉽다.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한 줄 평을 남긴 이용철 평론가처럼, '코미디언이 만드는 영화가 좋아봐야 얼마나 할까'라는 삐딱한 시선이 어렵지 않게 스며드는 것이다. 특히 <디 워>와 <라스트 갓파더>를 만든 심형래 감독처럼 안 좋은 선례가 있다 보니 이러한 선입견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코미디언 출신 감독에게 쓰인 선입견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본연의 능력을 잘 살려내기만 하면, 코미디언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선한 작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희극과 비극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희극과 비극의 차이는 하나, 시점이다. 한 사건을 주관적으로 느껴버리면 비극이고, 이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면 희극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건에 종속된 채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희극인은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분석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다. 그 간극은 넓을수록 큰 웃음으로 이어진다(물론 너무 간극이 넓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국 SNL 작가 출신인 애덤 맥케이 감독이다. 그는 <빅쇼트> <바이스> <돈 룩 업>으로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평단과 관객 모두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그의 작품을 찬찬히 뜯어보면 무엇 하나 일반적인 작법을 따르는 경우가 없다는 걸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과장된 연극적 대사를 뜬금없이 삽입해 웃음을 자아내는 식이다. <겟 아웃>과 <어스>, <놉>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조던 필 감독도 마찬가지다. 코미디언 출신인 그 역시 미국인의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흑인 차별을 끄집어내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따라서 <웅남이> 역시 코미디언 출신 감독이라는 이유로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진짜 문제는 조악한 만듦새
안타깝게도, <웅남이>의 경우 감독의 과거 이력은 문제가 아니다. 영화의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이정식의 차량을 쫓는 웅남이와 경찰의 추격전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주하는 범죄자를 검거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지만, 일련의 시퀀스에서는 아무런 긴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웅남이와 윤나라가 투닥거리는 개그씬, 조말봉의 유튜브 라이브 장면 등이 추격전 도중에 뛰어들면서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개그 장면이 꽤 길다 보니 몰입도 역시 자연히 떨어진다. 드론 촬영을 포함해 다양한 앵글이 활용된 추격전의 퀄리티는 전반적으로 낮아진다. 다른 격투 장면도 다르지 않다. 칼에 찔리고 베이는 와중에도 피 한 방울 보이지 않고, 합을 맞추고 끊어가는 장면이 명확하게 노출되는 등 결과물은 조악하다.
한 시퀀스만의 문제도 아니다. 시퀀스와 시퀀스, 씬과 씬 간의 연결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에 이야기를 끊거나 이어갈지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듯 보인다. 영화가 끝나는데도 미련이 남은 듯 이어지는 여러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곰의 발정기를 활용한 코미디를 추가하고, 반전을 선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나름대로 뭉클하게 마무리한 결말을 뒤집으면서 의문점만 늘리기 때문이다. 그저 카메오로 출연한 정우성의 존재감만이 쿠키 영상의 엉성함을 가릴 따름이다.
이러한 난국의 근본적 원인은 개그에 대한 욕심이라 할 수 있다. 갖고 있는 아이디어를 전부 보여주려다 보니 과유불급에 그친다. 심지어 코미디의 타율도 높지 않다. 웃음을 자아내는 몇몇 순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단순한 몸개그나 말장난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대부분의 캐릭터는 코미디를 위한 소모품에 그치고 만다. 웅남이와 나복천 부자의 연결고리를 제외하면 일관된 서사나 감정선을 부여받는 캐릭터가 없는 셈이다. 형사들은 제대로 된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거의 없고, 웅남이의 친구들도 그의 어수룩함을 강조하는 반사판에 불과하다.
산발적인 아이디어는 좋았다
이에 더해 <웅남이>의 미흡한 완성도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특유의 개성이 느껴지는 대목이 군데군데 엿보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웅남이라는 캐릭터의 시작점은 의외로 인상적이다. 단군 신화 속 여자 사람이 된 곰, 웅녀가 있듯이 남자 사람이 된 반달가슴곰, 웅남이가 있다는 발상은 나쁘지 않은 코미디의 출발점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이라면 일단 공감하면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웅남이가 사람이 된 '곰'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마을 주민들을 도와주는 몇몇 대목은 꽤 웃기기도 하다. 농경지에 멧돼지가 출몰해서 피해를 입자, 웅남이가 멧돼지를 집합시키고 혼내는 장면처럼. 조연 캐릭터의 등장을 줄이고, 웅남이의 특성에 집중했다면 코미디의 타율이 더 높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른 방향으로 곰이라는 소재를 살리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작중 웅남이의 능력은 놀랍다. 곰만큼 힘도 세고, 맷집도 좋다. 빨리 달리는 건 기본이고, 시력이나 청력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으며, 들짐승과 소통할 줄도 안다. 그래서 액션씬은 완성도와는 별개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능력들이 적재적소에 발휘되면서 히어로 영화를 보는 듯한 예상외의 쾌감을 순간적으로 선사하기 때문이다. '웅남이'라는 캐릭터 자체에 반전 매력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장르를 잘못 선택한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애초에 '곰'이다. 힘은 강하지만, 말도 별로 없고 온순하며 미련해 보이기까지 한다. 따라서 판타지나 범죄물에 기반한 액션 영화를 주 장르로 삼고, 코미디를 부수적으로 첨가하면 결과물이 어땠을까 싶다. <어벤져스> 1편이나 <범죄도시 2>처럼. 그러나 <웅남이>를 둘러싼 이 모든 미련은 결국 영화감독 박성광의 개성이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첫 숟갈에 배부르랴
영화를 향한 감독 박성광의 열정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애초에 그는 코미디언 이전에 영화인이었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에는 영화 연출 전공자였고, 세 편의 단편 영화 제작 경험도 있고, 영화제 수상 경력도 있다. <웅남이>에서도 나름대로 야심이 느껴지며, 재치나 아이디어만큼은 인상적인 순간도 있다. 달리 보면, 짧은 영상을 만드는 능력은 있지만 아직 한 편의 장편 영화를 끌고 갈 내공은 부족하다고 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첫 도전이 어렵다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한국 축구의 상징인 손흥민 선수만 하더라도 잉글랜드에 진출한 첫 시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영화감독 박성광도 절치부심한다면 더 훌륭한 장편 영화의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 물론 제2의 <웅남이>는 가급적 피해야겠지만.
D(Dreadful, 끔찍한)
죄 없는 사람만 돌을 던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단, 겨냥은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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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노동계급 소시민에게 구원의 모습은 어떠한가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Kike Will Hit a Home Run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Korea/2024/97min
*시놉시스
영태와 미주는 작지만 아담한 월셋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식당을 같이 운영하기로 했던 영태의 동업자 선배가 갑자기 약속을 깨뜨린다. 영태는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떠나고 미주가 혼자 남는다. 미주는 영태를 기다리며 자신도 열심히 살아간다.
박송열 감독의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엔딩신에서 받은 충격은 여전히 생생하다. 노동계급 소시민 남자는 응당 분노해야 할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누군가를 찾아가지만, 화를 표출하는 대신 분을 삭인 후 돌아선다. 이 장면의 정서는 패배감, 울분이라기보다는 구원이다.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을 지속 가능케 하는, 기묘한 낙관의 느낌을 전하는 체념으로서의 구원 말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거창하고 영웅적인 행위로서의 구원과는 거리가 먼 박송열표 구원론의 인상적인 각인이었다.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다음 이야기라 할 만하다. 등장인물이 같은 것뿐 아니라 주제 의식과 메시지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영태, 미주 부부는 여전히 퍽퍽한 생활을 하는 중이지만 이전보다 아주 조금 상황이 나아진 듯도 하다. 새로 들어간 월세집은 이전에 살던 집보다 더 나아 보이는, 임신을 계획 중인 두 사람이 터전을 닦기에 퍽 적절한 공간이다. 두 사람은 이 공간에서 만들어나갈 미래의 가능성에 들뜬다. 그러나 이러한 소박한 기대조차 늘 배반당하는 것이야말로 노동계급 소시민 삶의 특징이다. 영태는 동업을 하자는 선배와의 일이 틀어진 후 돈을 벌기 위해 떠나고,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더는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미주 역시 여러 임시직을 전전하며 돈을 모으기 위해 분투한다. 전작에 이어 소시민적 고난과 애환이 펼쳐진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들이 마주한 고난의 스케일의 크기를 ‘축소’한다. 몇 년 전에 빌려준 50만 원, 300만 원이 필요한 동생, 미주에게 3만 원을 요구하는 영태……. 연일 부동산 가격을 두고 쏟아지는 뉴스에 비하면 주인공들이 울고 웃는 화폐의 단위는 지극히 ‘초라’하다. 이렇게 적은 금액에도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의 영화적 환기는 모두가 공유하는 경제적 상승 욕망이 비가시화한 실재하는 삶의 양태를 드러내며 환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힌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비연속적인 장면, 독특한 리듬의 대사와 연출이 연달아 이어지는데도 박송열의 영화가 지독히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이유다.
노동계급 소시민은 작디작은 체념을 체화하는 일상을 산다. 영화는 그 원인이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적대적 계급 현실이 영태와 미주가 겪는 고난의 원인이라는 점이 전작에서보다 훨씬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노동계급 소시민을 위한 정치적 요구가 직접 드러나는 장면 등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영태와 미주가 겪어야 할 고난이 커진 만큼 영화의 유머도 더한층 능청스러워졌다. 이것이야말로 박송열 감독 영화의 특이점이다. 일상적 고난은 이어지고 영태와 미주의 현실은 점점 꼬여만 가지만 두 사람은 결코 비통함, 원통함, 격렬한 울분을 표하지 않는다. 언제나 있어온 일이라는 듯 가벼이 체념한 후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며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노동계급 소시민이 격렬한 감정으로 적극적으로 모색할 변혁은 도래할 국면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 상태로 일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체념하고 포기하고 한숨 쉬면서도 일상적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양식(樣式)이 필요하다. 박송열이 자기만의 개성으로 포착하고 벼려낸 영화 속 이미지는 모두 이곳을 향한다.
박송열의 영화에는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이 어떻게든 이어질 것이고, 근근이 이어지는 그들의 삶이 대체로 비관적인 상황에 놓여 있을지라도 사람들이 결코 그에 완전히 잠식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묘한 낙관이 깃들어 있다. 부동산 투자업에 실패한 영태와 유산한 미주에게 홈런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심지어 섹스 시도에서조차 격렬함을 소거한 채 느긋이 서로의 몸을 포개는 엔딩 장면은 두 사람에게 홈런이 ‘대박’이나 ‘인생 역전’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태도 그 자체일 수 있음을 환기한다. 우리는 이를 구원에 대한 소시민적 감각이라 부를 수 있을 터다. 모두가 고개를 꺾어 ‘위’만 바라보며 자기가 발 디딘 ‘아래’를 보지 못하는 지금, 박송열이 견지하는 노동계급 소시민의 일상적 구원의 태도는 무척이나 귀하다. 그리고 긴요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동계급 소시민의 삶을 다루는 박송열의 작업이 계속 이어지기를, 그가 아키 카우리스카미의 스타일과 주제를 한국에서 계속 펼쳐내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영화 매체 〈씨네랩〉 초청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 상영시간
10-05/20:0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3관
10-06/20:00/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10-09/16:30/롯데시네마 센텀시티 6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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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원자폭탄을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한 A to Z
안녕하세요.
영화/OTT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이 될 영화 <오펜하이머>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들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
그럼 다같이 살펴보실까요?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론물리학자이자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오펜하이머>의 개봉으로 2023년 영화계에 복귀할 예정인데요. 놀란은 지금껏 전기 드라마를 만든 적이 없지만 놀란의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이, <오펜하이머>에 관한 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기대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거의 없지만, 보도에 따르면 놀란은 2억 달러 이상의 영화 <테닛>이 상영된 이후 이보다는 제작비를 축소할 것이라고 하는데요. 막대한 제작비의 영화를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차기작은 어떤 모습일지 천천히 알아보도록 합시다!
1. 첫번 째 스틸 공개
킬리언 머피는 전기 물리학자인 J. 로버트 오펜하이머로 변신한 스틸 사진을 첫 공개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2023년 7월 21일 극장에서 개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2. 케네스 브래너와의 협업
케네스 브래너가 <테닛>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란과 함께 다시 작업한다고 합니다.
케네스 브래너는 2022년 2월 <오프네하이머>에 미공개 역할로 정식적으로 캐스팅됐다고 밝혔습니다.
3. 프로덕션 In 멕시코
매거진 할리우드 리포터가 2월 22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영화의 제작은 뉴멕시코에서 시작될 것이며, 맞춤 제작 세트장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합니다.
(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손수 한땀한땀 제작하기로 유명한 감독이죠?)
4. 드라마 <더 보이즈>의 '잭 퀘이드'의 출연
드라마 <더 보이즈>의 스타 '잭 퀘이드'는
2022년 2월, 영화 <오펜하이머>의 출연자로 발표되었습니다.
5. 배우 '데인 드한' <오펜하이머> 출연하다
'데인 드한'은 <오펜하이머>의 출연진에 합류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역할을 맡았다고 합니다.
데인 드한은 또한 HBO 맥스의 '캐슬린 피터슨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곧 개봉될 실화 범죄 시리즈인 <The Stairs>에도 출연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6. 훈남 배우 '조쉬 하트넷'의 캐스팅 결정
과거 국내 여성팬들의 남친짤로 유명했던 배우 '조쉬 하트넷'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펜하이머> 출연진에 합류할 것이라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또한 그는 가장 최근에 가이 리치 감독의 <Wrath of Man>에 출연한 바 있습니다.
7. 플로렌스 퓨, 라미 말렉, 베니 사프디 등의 그야말로 핵 캐스팅 라인업!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플로렌스 퓨',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 감독 겸 배우인 '베니 사프디' 또한 영화에 출연합니다. 그들은 이전에 먼저 주연배우로 캐스팅이 확정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 그리고 킬리언 머피와 함께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플로렌스 퓨는 오펜하이머와 불륜 관계인 공산당 당원 '장 타트록' 역을 맡았으며, 사프디는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가장 잘 알려진 헝가리 물리학자이자 맨해튼 프로젝트의 동료인 '에드워드 텔러' 역을 연기할 것이라고 합니다.
8. 할리우드 대스타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맷 데이먼 출연
할리우드 소식지 데드라인에 따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맷 데이먼은 놀런의 <오펜하이머>의 합류를 발표한 가장 최근의 할리우드 톱스타 배우입니다. 아직 맷 데이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 프로젝트에서 연기할 사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비밀에 부쳐지고 있습니다.
한 영화 속에서 맷 데이먼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또한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멧 데이먼은 전작 <인터스텔라>에서의 짧은 조연 이후 재결합을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9. '에밀리 블런트', 오펜하이머의 아내 역할을 맡다!
할리우드 소식에 따르면 '에밀리 블런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오펜하이머>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그녀는 원자폭탄 발명을 이끈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과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아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에밀리 블런트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정글 크루즈>, 파라마운트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의 주인공으로 출연한 배우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에는 첫 출연합니다.
10.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항상 전기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오펜하이머>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닛>의 후속작이자 그의 12번째 장편 영화가 될 것인데요.
특히, <오펜하이머>는 감독의 첫 전기 드라마가 될 것입니다.
놀란 감독의 연출은 흔한 전기영화의 특성을 따라갈 것 같지 않기에 전기 영화라고 칭하기 애매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는 과거의 전작 <더 프레스티지>에서도 현실의 인물(니콜라 테슬라)을 다루긴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영화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의 삶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서사 추진력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한 전기 드라마 장르는 항상 놀란의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11. 워너 브라더스에서 유니버설로 이적
<오펜하이머>를 둘러싼 가장 큰 뉴스는 이 영화가 2002년 <인썸니아> 이후 놀란 감독의 첫 워너브라더스 영화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놀란 감독과 워너 브라더스의 협업은 거의 20년 동안 지속되었만,
둘 사이의 관계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악화되었는데요.
올해 모든 워너 브라더스 영화들은 HBO 맥스를 통해 31일간 방영될 수 있는 동시 극장 개봉을 선택했고, 이 결정에 대해 놀란 감독은 공개적으로 워너 브라더스에 반대했습니다. 결국 놀란감독과 워너브라더스의 이별이 진행됩니다.
놀란은 한 인터뷰에서 "2021년, 세계 최고의 영화 제작자들이 출연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영화계에서 가장 큰 경험을 할 수 있는 이 프로젝트에 수년간 참여한 최고의 스타들도 있다. 이 영화들은 가능한 한 가장 많은 관객들을 극장에서 보게 하기위해 제작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런 상의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 즉 신생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한 희생양으로 변햇다." 라고 하면서 안타까움을 밝힌 바 있습니다.12. 유니버설 픽쳐스의 극장 배급 약속
유니버설픽쳐스로 이적하게 되면서 영화의 독점 극장 배급이 보장 받았습니다.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개봉 전 기준인 90일에서 100일 안팎의 극장 상영 기간을 가지며,
새로운 산업 표준이 되고 있는 45일보다 훨씬 길어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유니버설픽쳐스로 이적하기 전에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동시 개봉이 아님을 철저히 요구했고 그 점을 약속, 보장 받은걸로 전해진 바 있습니다.
13. 배우 킬리먼 머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에서 첫 주연 배우 역할
킬리언 머피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조연 배우 중 한 명이었으며,
이것이 그가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주연을 맡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머피는 놀런의 영화 <다크나이트> 3부작, 영화 <인셉션>과 덩케르크>에 조연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바 있습니다.
머피는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는 이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마다 다르지만 크리스와 몇 차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 크리스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자신과 제작진, 출연진에게 매우 엄격하고 까다롭다. 집중력이 대단하다. 그의 비전은 너무 분명하고 강해서 당신은 그것의 일부가 되는 것에 자신감을 느낍니다. 그가 그것을 밀어붙일 때, 그것은 좋은 장소처럼 느껴집니다." 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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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
왜 엄마라는 말을 들으면 눈물이 날까. 울 때는 엄마, 하고 울게 될까. 어쩌다 엄마라는 단어에 온갖가지의 감정이 붙어버렸을까.
우리 엄마는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었다. 초등학생일 때 학교에서 부모님이 편지를 써 오라는 이상한 숙제를 내주곤 했었는데,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엄마가 작가이시냐, 시인이시냐 하고 물었다. 정작 나는 "녹음이 짙은 계절이구나."로 시작하는 그 편지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초딩이었다.
엄마의 엄마는 일본에서 유치원을 다녔던 있는 집 귀한 딸이었다. 자수를 끝내주게 놓아서 온 마을 사람들이 엄마의 엄마에게 옷을 지어달라고 했다. 노래를 잘하고 춤도 잘추는, 요즘 말로 예체능으로는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가 글재주를 타고났나 보다.
나는 엄마의 비밀상자에서 엄마의 자매들과 나눈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자녀가 있다면 비밀상자를 꼭꼭 숨겨두길 바란다). 한 이모가 엄마에게 "언니.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야."로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 엄마는 뭐라고 답장을 썼을까. 또 다른 누군가는 "바보에게." 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엄마한테 보냈다. 연애편지인 듯했다. 엄마는 뭐라고 답장을 썼을까.
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는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는 열 손가락에 관절염이 생겨 피아노는 물 건너갔다.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나와 동생이 중고등학생 때 보던 영단어장을 항상 거실에 두었는데, 몇 단어나 외웠는지 모르겠다. 엄마는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엄마는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까. 나는 엄마가 엄마라는 것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면 슬퍼진다. 한 인간의 삶에서 '엄마'라는 단어를 빼고 모든 것이 지워졌으므로, 나는 엄마에 대해 알지 못한다. 엄마가 아닌 그 사람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엄마한테 남은 것이 자식뿐이라 화가 난다. 일생동안 손가락이 다 휘어지도록 일했는데 엄마한테는 아무런 지위도, 성취도 없다. 그냥 엄마다.
엄마로서의 삶과 주체로서의 삶
엄마는 엄마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다. 그러나 <로스트 도터>의 주인공 레다는 그러고 싶지 않다. 레다는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연구가 더 중요하고 자신의 욕망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여름 휴가 역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게 아니라 혼자서 떠난다. 휴가에서도 할일이 많다. 논문도 읽어야 하고 수영도 해야 하고 선탠도 해야 한다.
그런 레다의 고요는 한 대가족에 의해 박살이 난다. 이들은 이모 삼촌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아이까지 섞인 대가족이다. 레다는 어린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니나에게 자꾸만 시선이 간다. 대가족, 특히 여자 아이와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는 레다의 표정이 의미심장하다. 영화는 니나의 모습과 니나 또래쯤 되었을 레다의 과거 회상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레다는 엄마로서의 삶보다는 자기만의 삶을 살고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자기만의 방'이 필요했다. 하지만 집에는 남편이 있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두 딸이 있었다. 레다는 남편과 육아를 분담하면서, 자기의 몫이 아닐 때는 아이들이 울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아이들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그 사랑스러움만으로 자기 삶을 내팽겨칠 수가 없는 것이다.
비교문학 학자로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했겠나. 그걸 이제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버릴 수 있을까. 지금도 수도 없는 여자들이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취업하여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노력했고, 또 열심히 살았나. 그런데 단지 엄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그 노력들이 물거품이 된다. 다시 돌아갈 자리는 없다.
대가족은 물놀이를 즐기느라 아이가 사라진 것도 모른다. 뒤늦게 아이를 잃어버린 걸 알아채고는 온 해변을 뒤지지만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레다는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숲속에서 혼자 놀고 있던 아이를 발견하고는 니나에게 데려다 준다. 니나는 레다에게 묻는다. 너무 힘들지만, 곧 지나가지 않겠냐고. 그러나 레다는 대답한다. 지나가지 않는다고.
결코 지나가지 않는 괴로움들
갈등은 아이가 가지고 놀던 인형이 사라지고부터 시작된다. 레다는 아이의 인형을 훔쳐가는데, 눈앞에서 아이가 울고불고, 어른들이 아무리 아이를 어르고 달래도 소용이 없다. 레다는 별장으로 돌아가 훔친 인형을 꼭 안고 잔다. 인형 옷도 새로 사서 입힌다.
평화롭던 대가족은 사라진 인형 하나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정말 이 가족은 평화로웠을까? 삼대가 모여 즐겁게 휴가를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니나의 괴로움이 있다. 니나에게는 평화가 없다. 늘 자기를 따라다니는 어린 딸, 눈에 안 보이면 사라지고마는 딸,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남편, 그리고 내연남.
니나의 내연남은 해변에서 일을 하는 대학생 윌이다. 윌은 누구에게나 다정하다. 그게 윌의 일이기도 하다. 레다와도 한번 저녁을 같이 먹는데, 레다는 윌에게 쉽사리 마음을 터놓는다. 레다가 인형을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니나의 집을 찾아갔을 때, 니나와 윌이 내연관계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레다도 그런 적이 있었다. 학회에서 교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몇 번의 그런 생활이 반복된 후,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는 집을 나가버린다. 여기서 혹자는 엄마의 책임감을 운운하겠고, 혹자는 바람난 유부녀의 도덕성에 문제를 제기하겠으나 분명한 건 레다가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두 딸이 너무 버거워서, 아이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다 뒤처질 것 같아서, 또는 그밖의 여러 이유로 레다는 우울해한다. 학회에 나가 혼자 있는 것(또는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 레다에게는 유일한 탈출구이다. 가만 보면 엄마들에게는 탈출구가 많지 않다.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문을 쾅 닫고 들어가 잠가버렸지만, 엄마는 쾅 닫고 들어가 잠글 방이 없었다. 엄마에게는 방이 없었다. 나는 그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레다는 3년간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3년이 지나고, 아이들이 보고싶어져(영화에서는 그렇게 말하지만 아마도 레다의 우울이 가시고 난 후가 아닐까) 집으로 돌아간다. 그때쯤은 아마 아이들이 커서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테고 엄마보다 친구를 찾았을 것이다.
레다는 인형을 돌려주지 않고, 마치 자식을 돌보듯이 인형을 돌본다. 아이는 어떤 인형을 사주어도 그 인형을 잊지 못한다. 니나 가정에는 작은 틈이 생겼고, 레다는 그 틈을 지켜본다. 니나는 괴로워한다. 인형을 잃어버린 아이는 엄마를 자꾸만 괴롭게 한다. 엄마가 괴롭지 않으려면 아이가 인형을 찾아야 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레다는 인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저녁, 윌이 레다를 찾아와 방을 빌려달라고 한다. 무슨 그런 부탁이 다 있는지 모를 일이다. 윌은 예전의 저녁식사에서 레다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레다는 거절하지만 얼마 뒤 니나가 레다를 찾아온다. 레다는 기꺼이 방을 내어주겠다고 말하며, 인형을 돌려준다.
니나는 도대체 왜 그랬냐며 분노하지만, 레다는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한다. 그저 장난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다. 레다가 인형을 훔친 건 행복해 보이는 니나에게 '너도 한번 괴로워봐라' 하는 마음이었을까, 딸들을 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레다는 시장에서 니나를 마주친 적이 있다. 니나가 쓴 커다란 모자가 자꾸 바람에 날리자, 모자에 뾰족한 핀을 꽂아 고정시켜준다. 이렇게 하면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다고. 그 말은 팁 같으면서도 모종의 조언이나 충고 같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레다가 사는 집에 놀러가겠다고 했던 니나는 레다가 준 건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며 핀을 돌려준다. 핀은 마치 자식을 품을 자격도 없다는 듯이, 레다의 아랫배에 깊이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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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랑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엄마의 사랑은 당연하다고 너무도 쉽게 오해하게 된다. 이 당연한 사랑을 받지 못해 병들고, 당연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병든다.
엄마에게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거실이나 주방이 아닌, 엄마만의 방.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 또는 엄마 역할 말고 다른 일을 해야 할 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엄마의 방이 없다는 것은 엄마의 사랑만큼이나 당연하게 여겨진다.
레다는 니나와 아이를 보면서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반추한다. 자식을 등지기로 결심했던 레다에게 그 시절은 어떻게 기억되었을까. 니나는 그 여름을 어떻게 기억할까. 어느 쪽으로나 썩 편치만은 않다.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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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도터(THE LOST DAUGHTER), 2021.
감독 : 메기 질렌할
주연 : 올리비아 콜맨, 다코타 존슨, 제시 버클리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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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리뷰]이케아 옷장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일
#영화리뷰#이케아옷장에서시작된특별난여행#최신영화리뷰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리뷰 후기입니다.영상소스
https://www.youtube.com/watch?v=9bswL...
https://www.youtube.com/watch?v=c1WjG...
https://www.youtube.com/watch?v=VbjW9...
음악 출처
Kevin MacLeod의 Heartwarming은(는)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라이선스(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 따라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출처: http://incompetech.com/music/royalty-...
아티스트: http://incompe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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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이징 파이어> 티저 예고편
강력 범죄 수사대에서 함께 믿고 일하던
베테랑 경찰 ‘장충방’과 그의 후배 ‘추강아오’.
어느 날 같은 임무를 맡은 두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인해
한순간에 운명이 뒤바뀌게 되고
동료에서 적이 되어버린다.
서로가 서로의 표적이 된 그들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시작하게 되는데….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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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치2> 메인 예고편
엄마의 실종,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2월 22일, 가장 충격적인 단 하나의 추적 스릴러? [서치 2] 메인 예고편 대공개! 다시 시작된 '검색' [서치 2] 2월 22일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