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3-07-31 22:12:07
진부하다고 하기엔 그저 웃긴
인시디어스 2
공포영화, 그닥 좋아하지도 않아 영화관에서 볼일은 없는 장르라 여겨왔다. 그런데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했던가. 동행자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되었다. 결말은 처참했지만.
1. 서론이 너무 길다
이 영화 처음부터 무섭진 않다. 오히려 가족갈등을 보여주느라 한 15분가량을 질질 끈다. 무서운 장면 1도 없이. 아, 언제쯤 무서워지는건가 싶을 때 그제서야 악령이 등장한다. 그런데 무섭긴 한데 뭐랄까 임팩트가 없는 공포랄까. 그저 놀래키는 데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놀랐으니 이 영화의 필요가치는 끝난걸까.
2. 간헐적 공포에 가족애 한 스푼
이 영화의 소재는 유체이탈이다. 유체이탈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떤 사람들은 유령들에게 쫓긴다는 것이다. 흥미롭지만 대단히 충격적이지는 않았고 모든 장면이 예상가능한 떡밥인데다가 '나 지금부터 너 놀래킬 거니까 준비 단단히 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항상 눈감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언제 놀래킬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오히려 공포영화 쪼랩인 나는 보기 편했던 영화였다. 공포영화 만렙이신 분들은 이런 포인트들이 보기 불편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모든 떡밥 장면들이 가족애로 귀결되는, 가족애로 가득한 휴먼 드라마였다고 해야 맞다. 뜬금없지만 주인공 아들이 그려낸 과거 아버지의 모습이 약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속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3. 모든 것이 애매한, 그래서 더 웃긴
공포영화라면 사실 무서워야 하는데 오히려 웃긴 포인트들이 많았다. 결말을 가족애로 덮어버리니, 이제 좀 끝나나 싶으면 신파가 공격해 와서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가뜩이나 심각한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코미디인 게 이런 걸까.
심지어 어떤 관객 분은 영화 막판에 호탕하게 웃으시더라. 그 분덕에 공포영화 관람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공포영화가 코미디로 기억된다니,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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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마지막 주 영화 한줄평] <아네트>
8월의 시작과 함께 찾아온 A24의 대작 <그린 나이트>의 언배시사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그린 나이트>를 보고 오신
'씨네랩' 연구원 분들의 한줄평, 한 번 확인해볼까요?
1. <그린 나이트>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의 귀환
다시 영화의 세계로 관객들을 불러모을
2021년 칸영화제 개막작 & 감독상 수상 <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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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냥감이 되거나 사냥꾼이거나 둘 다 아니거나
굉장히 오래전 일이다. KBS의 <해피 투게더>에 나와서 모 래퍼가 어떤 분에게 랩을 한다. "인생의 진리지!" 이 한 줄은 많은 커뮤니티를 오고 가며 밈이 된다. 약간 모든 게 완벽한 너. 너는 인생의 진리지!라는 식의 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랩을 했던 사람이 자기 계발에 진심인 분이었어서 그 분 특유의 오그라드는 감성과 잘 맞았다.이 깔끔한 캐릭터성은 지금 봐도 웃긴 코미디 소스다. 그런데 코미디는 코미디고 완벽한 건 참 부러운 일이다. 비단 나만 해도 머리가 안 좋고 키가 작다. 그리고 소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과는 머리가 먼 느낌이다. 나도 다 잘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력은 하는데 이상과 현실이 괴리가 있는 느낌.. 하하..
이정재 배우 역시 찾아보면 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인생사가 편하게만 전개되지는 않은 것 같긴 하다. 도덕적으로 비난받았던 적도 있으니 지금까지도 유효한 비판일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 이정재 배우는 작년 <오징어 게임>을 필두로 중년 운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관상>으로 재기의 시발탄을 쏘아 올리면서 그의 커리어가 다시 시작됐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포스 있는 액션 연기로 무비스타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그다음 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다. 국제적으로 가장 흥한 드라마인 이 작품. 미국의 어느 에이전시와 계약했고 마블과의 링크도 뜨고 있는 건 정말 신기하다. 엥? 더 잘 될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선 이미 탑스타가 된 이정재 배우. 이 이정재 배우가 연출에 도전한다. 그리고 엄청 성공적인 것 같다. 웰메이드 스릴러 한 편이 등장했다. <헤어질 결심>과 <소설가의 영화>에 이은 올해 한국영화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헌트>다.
복잡한 1983년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킨 지 4년이 지났다. 1983년 워싱턴. 두 안기부 차장이 대통령을 엄호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원래 대통령이 오기로 했던 건물 밖에는 성난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 어수선한 건물 밖 분위기. 건물 위층에는 CIA 인사와 안기부 부장 강 부장이 시민들을 바라보고 있다. 과열되는 시위. 하지만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는 일정에 차질은 없다. 그런데 CIA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을 노리는 저격수가 있다는 소식이다. 어디에? 안기부 국내팀/국외팀 차장 박평호와 김정도는 무장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 모든 신경이 집중됐다. 긴박한 지금. CIA와 안기부는 테러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런데 임무 도중 박평호가 인질로 잡히게 된다. 고민하는 안기부.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때 김정도는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다.
뭔가 안 맞는 것 같은 둘. 사실 테러범을 생포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조사하고 싶었지만 김정도가 가차 없이 사살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긴 어렵게 됐다. 김정도의 발령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호흡이 영 안 맞는 둘. 두 사람이 이끄는 안기부에 제보 하나가 들어왔다. 안기부 안에 북한과 내통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소식이다. 이름은 동림. 이 스파이가 주요 정보들을 그동안 북측에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스파이를 놔둔다는 것은 한국의 안보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셈이 됐다.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는 동림. 안기부의 윗동네가 아니라면 유출이 안 될 정보들이 퍼지고 있다. 과연 동림의 정체는 누구일까? 두 남자는 처절하게 대립하며 스파이의 정체를 점점 알게 된다.
독보적인 느낌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이정재 감독은 보통 배우로 유명하다. 작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이 그의 대표작이다. 드라마로 국제적인 인기를 끌기 이전에 사실 충무로에서 굵직하게 이름을 날리던 게 이정재 배우였다. <도둑들> <암살>로 천만배우 주조연도 해보고 <관상>의 수양대군이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신세계>의 이자성 역으로 개성 강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특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레이 역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처음 등장할 때 ‘그것이 나의 방식이야’하던 장면을 글쓴이는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정말 이정재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닌 건 아닌 것이다. 뭔가 스타성이 강하지 예술가적 창의성이 뛰어나다고는 생각 안 해봤다. 맡는 역할도 왠지 제한된 느낌?
그러나 이 영화는 그동안의 영화를 봤던 분들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 신인 감독의 연출기법은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다. 일단 이 영화는 세 작품과 비슷하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공작>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그 역사를 살짝 비틀었다는 것이 아마 세 작품과의 유사점이 될 것이다. 근데 유사점을 떠나 세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살짝 다른 느낌이다. <원스 어픈 어 타임 할리우드>보단 어둡고 빠르게,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의 첩보물의 형태를 가져왔지만 주인공의 입장 처지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것, <공작>과도 비슷하지만 더 처절하고 끈적끈적하다는 지점이 세 영화와 같지만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액션신 연출 방식이 여태까지 나왔던 다른 장르물과 다르다. 이 <헌트>에서의 액션신은 분출하는 용도로 만들어진 시퀀스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박평호와 김정도가 내면에 품고 있는 특정한 감정으로 영화 분위기를 이끌기 위해 짜여있다. 가령 첫 번째 도입부를 보면 그렇다. 김정도는 그냥 사살하는데 박평호는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인물 간의 입장 차이를 위해 장면 장면을 넣은 것이다. 또 하이라이트 신에서의 총격전은 어수선하고 난잡하면서도 장르적인 특성과 하고 싶었던 말을 분명하게 삽입했다. 불필요한 장면 삽입 없이 시퀀스를 경제적으로 활용한 이정재 감독의 뚝심이 돋보였다.
이렇게 이야기와 드라마 사이를 잘 조절해서 빠르게 전개하다 보니 보는데 이물감이 없다. 굉장히 빠른 이야기 전개에 변박을 부여해서 정서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까지 한다. 또한 이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인물 간의 차이점을 부각하는 연출에도 유효한다. 극 중 김정도와 박평호는 비슷한 점이 많다. 같은 안기부 차장이라는 점, 부하 직원이 있다는 점, 또 뭔가 약점이 있다는 점 이런 것들에서 비슷하다. 이렇게 비슷한 게 두드러지도록 잘 짜여있기 때문에 엔딩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구멍이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면 '아 이래서 그랬겠구나'이해가 쉬울 것이다. 일부러 두 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목표로 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로 만들었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신의 쾌감이 잘 느껴진다. 이런 방식은 어디에서도 못 봤다. 신인 감독의 독창성이 그대로 묻어 나온 영화였다.
엄청난 퍼포먼스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의 큰 이름들 중 하나다. 그만큼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했다는 뜻이다. 이에 호응하게 둘의 인맥은 넓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정재 배우의 '방위 시절'에 만났던 유재석,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이미 모델로 월드클래스였던 정호연 배우, 송강호 배우 등 충무로 마당발 중 하나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마찬가지로 정우성 배우 역시 곽도원 배우나 주지훈, 전도연 배우 등등 청담동 부부는 덕을 잘 쌓았는지 인맥이 넓다. 이를 보여주듯 이 영화에선 씬스틸러들이 잘 나온다. 그리고 이 씬 스틸러 중 몇몇 배우는 물리적인 분량이 짧아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일단 어떤 카메오들은 잠깐 샤샥하고 스쳐 지나간다. 초중반부쯤 총격전 신에서 양 갈래로 나뉜 국정원 요원들의 얼굴을 잘 확인해보시면 누가 나왔는지 파악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상기했던 '엄청나게 중요한 카메오'에 대한 이야기다. 네 배우다. 일단 ~장 전문 배우 송영창 배우는 극에 보이는 대로 이해해도 뭐 큰 스포일러가 아니다. 중요하긴 하지만 이 배우의 출연 사실만으로도 반전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나머지 세 배우다. 이 세 배우중 두 사라는 주체적인 연기를 잘 소화했다. '주체적인 연기'라고 하는 것은 인물이 수동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인물의 처지를 결정짓는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로 나왔거나 안기부 요원 중 한 사람으로 나온 두 사람은 자기 몫을 충분히 잘 해냈다. 극 중 인물들이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다'를 설명하기 위해 굉장히 중요했던 두 사람은 눈빛과 표정으로도 그 개연성을 성립시킨다. 아. 세 신스틸러 중 나머지 한 배우가 있다. 이 배우에 대해서는 어떤 역을 맡았는지 서술하지 않겠다. 이 배우는 극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천재성을 선보이며 극의 휘발유를 부었다. 이 인물이 이야기 전개에서 핵심이 되는 두 번째 발화점이라는 점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압도적인 긴장감을 조였다가 푸는 광기 어린 퍼포먼스를 소화해낸다. 금세 이 배우가 출연했던 다른 영화들이 떠오를 것이다.
아. 카메오들이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디렉팅이 깔끔했다는 느낌이 든다. 전혜진 - 허성태 배우는 박평호 - 김정도의 곁에서 조수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두 배우는 성격이 극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전혜진 배우가 맡은 방주경 역은 비교적 덜 감정적이면서 여유가 있다. 이 여유가 있는 일처리 방식은 주요하게 작동한다. 또 허성태 배우가 맡은 장철성 역은 들끓어 오르는 인물이다. 이 인물의 내면 역시 극에서 중요하게 작동되며 이야기에 영향을 끼친다. 두 배우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두 남자에게 신뢰관계를 형성하며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었다. 두 배우가 워낙 경험이 많아서인지 이 두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한 듯 보인다. 둘 다 정말 좋고 매력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또 정우성 배우는 이 영화에서 경력의 최고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난 이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를 보여주듯 불안에 떠는 내면과 많은 임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드러냈다. 김정도와 박평호에게 중요했던 것은 거리감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두 사람 사이에도 그게 느껴져야 하고 관객들 입장에서도 멀리 떨어져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글쓴이는 두 인물이 어떤 사람인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정재 배우는 뭐 본인이 감독이니만큼 극의 배경이자 설정이 되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또 고윤정 배우와 임성재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임성재 배우가 어떤 역을 맡는지는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이 배우가 좀 잘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어딜 갖다 놔도 어울리는 비주얼과 연기를 보여준다. <언프레임드>에서 찌질한 느낌도 잘 살리고 이런 역도 잘하는 거 보면 연극 판에 오래 있던 분이 아닐까 싶은 마음이다. 뭐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온다고 하던데 잘 되셨으면 좋겠다. 또 고윤정 배우는 이름만 몇 번 들어보고 실제로는 처음 본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 배우 역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이 좋은 원석을 잘 섭외했다.
알고 가면 더 효과적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실제 인물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했다. 일단 전두환 누군지 모르는 사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26 사태로 박정희가 암살당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독재자다. 1980년 광주를 위시한 수많은 학생운동을 탄압하며 많은 분들을 희생시킨 인물이다.
다음 두, 세 번째는 '장영자 사기사건'과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이다. 일단 전자. 장영자 사기사건은 1980년대 초반 장영자라는 인물이 전직 안기부 요원이었던 이철희와 함께 도합 6천억 원가량의 어음사기를 벌인 일이다. 이 사건으로 관련된 5 공화국 인물이 많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극에서 어떤 사건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후자 이웅평 대위 귀순 사건 역시 극에서 나름 중요하다. 북한의 공군이었던 이웅평 대위가 자기가 소유하고 있던 제트기와 함께 남한으로 무작정 투항한 사건이 이 일이다. 1983년 이 일이 있고 나서 남북관계가 불안정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고문기술자 이근안 씨다. 이근안은 5공화국 당시 유명했던 고문기술자다. 주로 심문하는 사람들에게 팔을 꺾거나 사람을 통닦처럼 묶어 고문을 하는 등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에서 사용한 방식 몇 개를 이근안이 고안해냈다고도 한다. 이 이근안이 암시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다음은 조총련이다. 간단하다. 북한의 사회혁명 단체다.
또 가장 중요한 아웅 산 묘소 테러사건이다. 전두환 정권은 1983년 아시아를 순방 중이었다. 이때 미얀마를 방문해 이 나라의 민주투사들에게 참배하는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군은 폭탄을 설치해 아웅 산 묘소에 있던 13명의 정부 관료를 사살했다. 전두환을 목표로 한 테러였지만 주요 행정부 관료가 사망했기 때문에 5공이 무너지진 않았지만 엄청난 치명타를 가한 셈이 됐다. 전두환은 묘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차가 고장 나서 수리하는 바람에 도착이 지연됐다. 이 일은 전 대통령에게 행운으로 돌아왔다. 이 덕에 전두환 대통령은 생존해서 1987년까지 정권을 이끌게 된다.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될 듯
한 3주 지났다. <외계+인> 1부로 시작한 여름 빅 4 레이스가 <헌트>를 끝으로 마무리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이 <헌트>가 최종 승리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부를 위한 준비물이었던 <외계+인>, 깔끔하지는 않았던 <한산>,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비상선언>은 뭔가 아쉬운 지점이 있다. 그런데 이 <헌트>는 강강강의 템포가 강점으로 발휘돼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 훌륭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뭔가 오그라드는 느낌도 없고 위험한 지점도 없으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지도 않는 좋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가장 티켓값을 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소재로 한 영화 중 높은 순위권에 안착할 작품이 나타났다.
총성으로 되묻다
우리나라는 참 상처가 많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전쟁 이후 70여 년 동안 독재자 세 명이 등장한 탓에 많은 분의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영화화될 소재가 많아졌다. 그리고 이 <헌트>도 이를 반영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헌트>는 사실 관객에게 질문하는 영화다. '동림'이 누구라고 생각해? 와한 문장이 더 있다. 후반부에 주요 등장인물의 입에서 나오기도 하고,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짜인 장르적 특색이 메시지와도 이어지는 수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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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 | 의도는 좋았던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시작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촉토 부족 보호구역 마을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청각 장애인 '마야 로페즈/에코'(알라콰 콕스). 하지만 그녀는 쇼핑을 가던 중 교통사고에 휘말리고, 다리 한쪽과 엄마를 잃는다. 이에 마야의 외할머니 '출라'(탄투 카디널)는 갱단에서 일하던 마야 아빠 '윌리엄'(잔 매클라넌)을 비난하고, 윌리엄은 마야를 데리고 뉴욕으로 떠난다.
뉴욕에서 따돌림을 당하며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는 마야.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아빠를 따라간 체육관에서 '킹핀'(빈센트 도노프리오)을 만난다. 마야는 자기를 아껴주는 킹핀을 삼촌처럼 따르고, 아빠가 살해당하자 킹핀의 권유로 그의 갱단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호크아이'(제레미 레너)와의 만남 이후 그녀는 아버지의 죽음과 자기 과거에 얽힌 진실을 깨닫고, 항상 배후에 있었던 킹핀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시작
디즈니+ 드라마 <에코>의 공개를 앞두고 마블 스튜디오는 새로운 레이블 '마블 스포트라이트(Marvel Spotlight)'를 론칭한다고 발표했다. 스트리밍 부문 사장 브래드 윈더바움은 '마블 스포트라이트'를 "사전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 다양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작품들이 있는 레이블"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MCU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변화로 보인다. 최근 MCU는 초창기와는 달리 세계관 연계에 집중한 나머지 캐릭터 각각의 매력을 부각하는 데 실패했다. <더 마블스>만 해도 캡틴 마블,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의 개별 서사와 팀의 결성 과정 모두 미흡하다는 평을 받았다.
즉,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출범은 초심을 찾는 시도다. 한 캐릭터에 오롯이 집중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기존 드라마와 달리 <에코>의 에피소드 5편을 동시에 공개한 이유라 할 수도 있다. 다만 <에코>가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시작을 제대로 알렸는지는 의문이다. <에코>는 팬들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이질적인 드라마이기 때문. 그 중심에는 드라마의 지향점과 어긋난 마케팅 전략이 있다.
에코가 적임자인 이유
물론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정체성을 보여줄 1번 타자로서 에코는 부족함이 없다. <호크아이>에서 모습을 비췄지만, 비중 있는 조연에 불과했기에 아직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 차별화된 개성도 명확하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면서도 호크아이나 킹핀에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니까.
또 그녀는 나날이 거대해지는 멀티버스 사가의 세계관에서 자칫 가려지기 쉬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에코는 MCU 세계관을 풍부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에 들어맞는다. 지구에서 현실적인 스케일로 활약하는 소소한 히어로들의 활약을 최근 MCU에서는 보기 어렵기 때문.
이에 더해 기존 팬들의 관심을 끌 포인트도 있었다. 그녀가 비록 중심 캐릭터는 아닐지언정, 여러 주역과 관계를 맺고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 <호크아이>에서 에코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묘사된 킹핀이 현재 제작 중인 디즈니+ 드라마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 출연 예정이듯이.
착실한 '에코'소개서
<에코>는 목표에 걸맞은 이야기를 착실하게 채워 넣었다. 우선 에코의 특징을 잘 살렸다. 그녀는 다양성 코드를 살리기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다. 여성이고, 청각장애인이며, 아메리카 원주민이기 때문. 아직도 백인 남성으로 가득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파격적인 캐릭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는 대사 연출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에코는 모든 대사를 수어로 처리하고, 상대역도 대사를 말할 때 수어를 같이 사용한다. 덕분에 <에코>의 감상 경험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잠깐만 눈을 화면에서 떼도 내용을 놓칠 수밖에 없다. 이는 호불호가 나뉘는 이유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청각 장애인의 일상 속 불편함을 주류 미디어에 메타적으로 반영한 대목처럼 보이기도 한다.
촉토 부족의 일원으로 에코를 설정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촉토 부족이 지하에서 태어나 지상으로 올라왔다는 전설을 에코라는 히어로의 정체성과 연결시킨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 덕분에 <호크아이> 속 조연은 차별화된 서사를 만들 수 있다. 어릴 적 촉토 부족 마을을 떠난 킹핀의 후견 하에서 지낸 에코. 킹핀의 악행과 음모를 깨달은 그녀는 이제 선택해야 한다. 킹핀의 파트너가 될지, 아니면 자기 부족에게 돌아갈지.
이는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의 문제점도 간접적으로 지적한다.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는 위기에 처해 있다. 젊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대도시로 떠나다 보니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인프라도 부족해지면서 원주민 마을과 보호구역이 슬럼화되기 때문.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주류 사회에 동화될지 선택해야 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고뇌가 <에코>에 담겨 있는 셈이다. 출연진 다수를 아메리카 원주민으로 캐스팅하고,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감독을 고용한 제작진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오래간만에 맛보는 MCU다운 액션
그뿐만이 아니다. <에코>는 MCU 드라마 최초로 TV-MA(19세 관람가) 등급을 받을 정도로 액션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그래서인지 <에코>는 디즈니+에서 공개된 MCU 드라마가 공유한 단점도 피했다. MCU 드라마는 그간 액션 연출이 미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토리 전개, 캐릭터 구축 면에서 호평받은 <완다비전>, <로키>, <문나이트>, <호크아이> 등도 이 지적을 못 피했다.
<에코>는 다르다. 과장 보태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연상시키는 현실적이고 육체적인 액션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스케이트장에서 갱들이 대치하는 장면에서 총에 맞아 피가 튀기는 장면을 굳이 가리지 않으며 생생함과 잔인함을 살렸다. 다른 육박전이나 기차 액션 시퀀스에서도 합을 맞추기보다는 보다 날 것의 액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특색도 있다. 귀가 안 들리는 캐릭터의 특성을 액션 연출에 반영했다. 드라마는 액션씬이 펼쳐지기 직전에 배경 음악을 일부러 제거한다. 음향도 가능한 작게 볼륨을 낮춘다. 마치 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러다가 액션씬이 시작되는 순간 비명소리, 타격음 소리, 뼈가 부러지는 소리, 배경 음악을 일제히 터뜨린다. 마지막 화에 등장하는 클라이맥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짧은 찰나에 긴장감을 극도로 고조시켜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탁월하다. 액션은 일종의 폭발이다. 지속적으로 커지던 감정골의 불씨가 특정 계기로 불타오르는 순간, 감정은 액션으로 표출된다. 전쟁이 정치의 연장선이듯, 액션은 스토리와 감정의 연장선이다. <에코>는 그 순간에 한 템포를 쉬어가면서 폭발의 임팩트를 최대한 누리려 한다.
포장지를 잘못 쌌다
하지만 <에코>의 특색 있는 지향점과 준수한 완성도는 정당한 평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드라마의 이미지와 본편 내용 사이에 간극이 크기 때문. 캐릭터의 독립적인 서사에 집중한다는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취지가 무색하게 포스터와 예고편은 다른 작품과의 연계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그 결과 예상을 많이 벗어난 본편 내용과 퀄리티는 당혹감과 실망감을 키운다.
포스터만 봐도 그렇다. 에코보다도 악역인 킹핀의 모습이 더 크다. 예고편에서는 데어데블이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현재 제작 중인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 킹핀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이라는 점, 데어데블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과 <변호사 쉬헐크>에 이미 출연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에코>를 일종의 중간다리로 간주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본편에서는 MCU 작품과의 연계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새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호크아이> 속 에코의 분량을 일부 가져온 게 전부다. 마지막 보너스 영상 정도를 제외하면 킹핀도 본인만의 서사를 많이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에코의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된다. 예고편에서 모습을 비춘 데어데블은 말 그대로 카메오다. 즉, <에코>는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고 기대한 이야기와는 분명 다르다.
이는 예상 못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제작진의 노력, 중요도, 의의와는 별개로 촉토 부족 관련 플롯은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지 못한다. 에코가 촉토 부족이라는 사실이 <호크아이>에서 드러난 바 없다. 코믹스 팬이 아닌 이상에야 촉토 부족의 등장이 급작스러운 이유다. 결국 촉토 부족 분량에 비해 에코보다 친숙한 킹핀이 등장한 대목이 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에코>는 기대에 따라 만족도가 극과 극으로 나뉠 작품이다. 앞으로의 스토리나 캐릭터와 관련된 암시나 힌트 같은 MCU와의 연계성을 기대했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에 드라마와 영화가 긴밀히 연계되는 현재 MCU에 지쳤다면 오히려 흥미로울 수 있다. 주인공 한 명의 매력에 집중하고, 다른 작품과의 연계는 쿠키 영상에 맡긴 초창기 MCU로 돌아가려는 마블 스포트라이트의 의지가 만족스러울 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에코>가 점점 식어가는 MCU 팬들의 애정을 전부 되살릴 만한 드라마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로 마블 스포트라이트와 MCU의 미래는 아직, 그리고 여전히 불확실해 보인다.
Poor 형편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는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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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첫 번째 게임에서 죽고 말겠지만.
나는 계급에 대한 이야길 좋아한다. 특히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속해있던 계급, 가난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했던 서민층 이하의 계급 이야기를. 처음 TV에서 보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티저에서는 이정재의 사정이 따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이 드라마를 오락적 요소가 다분한 머니게임 드라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드라마의 1-2화는, 게임에 참가하기까지 이정재(극 중 이름:기훈)의 동기와 사정에 대해 충분한 이야기를 빌드업하며 진행된다. 엄마에게 용돈을 타 쓰는 철부지 캥거루족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태생적으로 착하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다. 10년이 넘게 자동차 회사에서 일했으나 회사는 하루아침에 그를 쫓아내고, 그는 노조활동을 벌이다 동료 한 명을 잃는 사고까지 당한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그를 떠나 새살림을 차렸고, 열 살 된 딸아이는 비교적 넉넉한 새아빠 밑에서 지내며 이정재를 측은히 여긴다.
설상가상으로 이정재의 홀어머니는 아프다. 당장 수술과 입원을 하려면 300만 원이 필요한데 그 돈마저 없어 그는 여기저기 돈을 빌리러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이미 경제적 신용을 잃은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이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게임에서 이기면 456억을 주겠다는 매우 사기스러운 세력을 만나게 되고, 그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그 게임에 참가한다. 어차피 더 무너질 것도 없는 상황,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그 게임이 바로, 오징어 게임이다. 돈이 차고 넘치는 어떤 부자들이, 너무나 심심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다가 '상금을 줄 테니 목숨을 걸라'고 만들어진 황당한 취지의 게임.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정재와 마찬가지로 저마다 경제적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다. 여러 이유로 터무니없는 빚을 진 사람, 탈북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까지 사연과 동기는 다양하다.
더 이상 물러날 현실이 없는 그들은, 상금을 얻기 위해 부자들의 놀음에 기꺼이 목숨을 던지기로 한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게임)밖이 더 지옥이야"라고. 반면 위스키를 홀짝이며 이 게임을 관전하는 부자들은 단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돈을 건다. 애잔하거나 애처로움을 넘어서 기괴함이 느껴지는 수준의 빈부격차.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자화상이었다.
내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스물다섯 살엔가, 어떤 작은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나에게 제시한 월급이 120만 원이었다. 거기서 세금을 떼면 통장에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이 들어왔다. 그 돈으로 매달 저축도 해야 하고, 사이버대학에 편입했던 터라 간간히 등록금도 내야 했으며, 교통비와 핸드폰 요금도 물론 내야 했다. 하물며 남자 친구에게 매일 얻어먹을 순 없으니 눈치껏 밥값도 계산할 줄 아는 여자 친구여야 했기에, 이런저런 사람 구실을 하고 다니려면 주머니 사정은 늘 여의치 않았다. 자주 적금을 깼고, 어떤 날은 돈이 모자라서 마찬가지로 힘든 엄마에게 손을 벌렸다. 또 어떤 날은 도저히 밥값을 낼 형편이 안돼서 친구들을 안 만난 적도 있었다.
그때의 내게 오징어 게임의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면, 난 참가했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 같다. 너무도 팍팍하고 희망이 없는 삶을 살다 보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인생을 바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난 참가했다고 해도, 게임 운도 더럽게 없어서 아마 1차전에서 총을 맞고 죽었을 것이다. 그곳에서조차도 아무런 두각도 나타내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끝나는 삶. 그게 그때의 내 삶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마음을 너무 잘 알아서, 오지랖 넓고 착하고 가난한 이정재를 넋 놓고 응원하게 됐다. 지 목숨도 간당간당하는 판에 여기저기 다 퍼주는 그가 속 터지면서도 말이다.
다행히 이정재는 주연이니까 끝까지 살아남는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타서 고작 하고 싶은 게 '빚 갚고, 시장에 어머니 가게를 차려주는 일'이라던 이정재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그 마음 또한 알 것 같았다. 돈이 너무 없어서 세상을 미워했던 20대 중반의 나도 그랬으니까. 그 때의 나는 456억을 타면 무얼 하고 싶었을까? 베란다에 곰팡이가 서리는 싸구려 빌라에서 벗어나 엄마랑 살 따뜻하고 괜찮은 집 구하기, 글쓰기 수업 받아보기. 다른 좋은 곳 취직할 때까지 맘 놓고 공부할 수 있는 생계자금으로 쓰기. 내게도 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부자들은 가진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어서 사람들의 생명을 건 게임에 돈을 걸지만, 어떤 사람들은 고작 300만 원 병원비가 필요해서 목숨을 건다. 너무 슬프지 않은가? 페라리를 몰거나 강남 몫 좋은 곳에 건물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작 어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목숨을 던진다는 게. 부자들은 모르겠지만, 경제적 곤궁에 처한 사람들의 삶은 그렇다. 당장의 내일을 도모할 자본이 없어서 삶을 포기하고, 세상을 저주한다.
<오징어 게임>은 여러 신선한 소재와 화려한 스케일로 둘러싸여 있지만, 결국은 그런 부의 불평등, 돈 있는 계급이 돈 없는 계급을 유린하는 부조리를 꼬집는 드라마였다. 세상에 너무도 많은 이정재가 있음을 말하는 드라마. 화려한 외피 속에 가려진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읽는다면, 이 드라마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가 된 나는 다행히도 100만 원의 월급으로 힘겨워하던 삶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아직 사회는 크게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 고금리의 사채빚을 져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로 가득하다. 뭐, 어쩌면 한편에는 정말로 오징어 게임을 만들어 가난한 자들을 체스 말처럼 사용하는 부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부자들이야 그렇다 치고. 적어도, 당장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없어 목숨을 베팅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사회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돈이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일, 정말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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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필요한 이야기.
거대한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도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가끔 우리가 진정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멜로무비>는 사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감독 김무비와 영화를 사랑하는 고겸, 작곡가 홍시준과 영화 시나리오 작가 손주아 등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은 서로 사랑으로 이어져있다. 연인 간 사랑, 형제 간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그리고 영화에 대한 사랑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의 눈이 얼마나 빛나는지 보여준다. 특히, 영화를 사랑하던 무비의 아버지와 영화를 사랑하는 고겸의 눈빛은 영화를 볼 때 항상 빛나고 있다. 단순히 약 2시간 동안 상영되는 가상의 비디오일지라도 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행복과 존경,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멜로무비에는 흔한 악역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응원하고 사랑하는 인물들만이 나올 뿐.
많은 작품이 주인공을 방해하는 자극적인 악역을 등장시켜 갈등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주인공을 막아서는 존재는 그 어떤 악역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이 내면 속 가지고 있었던 무거운 짐들, 어두운 감정들이 장애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장애물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다. 사실 현실 속 우리의 삶에도 영화 같은 거창한 악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우리를 막아서는 악역은 우리 자신이다. 그렇기에 <멜로무비>는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내니까.
<멜로무비>는 모든 인물들이 잔잔하다.
그러나 잔잔한 인물들은 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소리 지르고 통곡하고 그 어떤 거센 감정들보다도 오히려 잔잔한 듯 떨리는 감정이 마음에 더 깊이 와닿기도 한다. 특히, 고겸은 항상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눈물을 참는다. 눈물을 꾹 참지만 그 탓에 흔들리는 목소리는 오히려 그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었다. 이런 인물들의 잔잔함을 극대화시켜주는 장치가 있다. 바로 나레이션이다. 가끔은 인물의 대사로도 표현해낼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그럴 때, 나레이션은 어렵지 않게 인물의 감정을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냥 대화하듯 툭 던져지는 나레이션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물과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각자의 인물이 어떤 서사를 가지고 있는지 우리에게만 들려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인물의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 작품에는 “영화 같다”는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내가 생각하는 <멜로무비>에 대한 한 마디 정의도 이와 같다. “영화 같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 영화도 보고, 천장이 뚫린 차에서 바람도 맞는 각각의 장면들은 모두 낭만적인 영화 같았다. 아름다운 색감과 풍경, 이에 더해지는 음악은 가슴을 뛰게 만든는 한 편의 영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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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의 로맨틱 '모던타임즈'
* 이 글은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 참석한 시사회를 보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연히 마주친 낯선 사람과의 로맨스는 많은 사람이 꿈꾸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온 세상이 새로운 사랑에 대해 노래하며,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장악하는 영화 중 적지 않은 수의 장르가 로맨스, 멜로, 로맨틱 코미디인 것만 보더라도 그러한 로맨스에 대한 우리의 환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는 우리가 가진 어떤 현실을 재치있고 로맨틱한 방식으로 재구성해낸다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누린다.
그러나 코미디에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로코물이라고 해서 반드시 달콤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것이 기반한 현실이 어떻고, 감독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은 밀크 초콜릿이 될 수도 있고, 카카오 99% 초콜릿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전자를 향유해 왔지만, 때때로 어떤 영화는, 그것이 포함한 씁쓸함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기억에 남곤 한다.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헬싱키에 사는 안사와 홀라파는 어느 가라오케 바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이끌렸다. 몇 차례의 우연 끝에 두 사람은 데이트를 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서로에게 연락할 방법을 몰라서 몇 번이고 엇갈린다. 몇 번의 갈등과 우연한 재회가 반복되고, 두 사람은 마침내 연인이 된다. 우연과 필연을 통해 이런저런 헤프닝이 벌어지고 마치내 맺어지는 연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러한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마냥 낭만적이지 않다. 두 사람은 헬싱키의 가난한 노동자다. 안사는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빵을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이유로 실직한다. 당장 빵 하나 살 돈조차 아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는 데이트는 커녕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대로 해야만 한다. 라디오에서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야기가 시종 울려 퍼진다. 낭만 한 조각 찾아보기 힘들다.
홀라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알코올 중독자다. 세상이 그를 슬프게 하고, 그는 슬픔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 그런데 술을 마시면 다시 슬퍼지고, 그것을 다시 지우려면 술을 마시는 수밖에 없어서 그는 술꾼이 되었노라 말한다. 직장에서는 개인의 안전보다 그들의 흠결을 찾기에 급급하다. 결국 홀라파는 다쳤으면서도 도리어 해고되고 만다.
상황이 이래서일까? 이 세계의 사람들은 시종 무표정하다. 재미있는 농담을 말하더라도 어투는 건조하기 짝이 없고 인물들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격렬하게 분노하지 않는다. 사랑을 고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분히 '연극적'이다. 이런 작위적인 연출은 마치 그들이 헬싱키라는 거대한 사회의 태엽인형처럼 움직이는 것 같다는 인상마저 주는데, 이점에서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즈'를 연상케 한다. 부조리함을 내세우는 직장은 기꺼이 그만두겠노라 외치는 안사와 괴롭고 답답하기만 한 현실 속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술에 손을 대는 홀라파를 보면,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에서처럼 인물들이 자신이 부품으로 속해야만 하는 그 자본주의 세계에 대해 저항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이토록 고달픈 현실이지만 두 사람은 그럼에도 사랑하고, 돕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아간다. 그들의 고달픔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을테지만 홀라파는 술을 끊었고, 안사는 그의 외로움을 덜어줄 가족(개)과 연인을 얻었다. 지극히 평범한 어느 소시민들의 로맨틱 코미디는 이렇게 마무리 지어진다. '모던 타임즈' 속 채플린의 말처럼, 그들은 그 무미건조함 속에서도 그들을 살게 하는 것을 찾을 것이며, '어떻게든 버틸 것'이다. 이 무뚝뚝해 보이는 영화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많이 고달픈 요즘이다. 물가는 치솟고 날씨는 이상하다. 멀지 않은 나라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이런저런 정치적 이슈들은 매일 같이 불거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헬싱키에 사는 두 사람의 사정과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에 희망이 있듯, 우리의 삶에도 희망은 있기 마련이며, 우리는 그 희망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나아간다.
날도 추운데, 이런 영화 한 편 감상해 보는 건 어떨까? 이 무뚝뚝한 핀란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빛나는 희망을 건져 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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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 캡틴 / 레드 헐크와의 대결 /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 어벤져스 빌드 업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후기입니다.
*꼭 보아야 할 쿠키영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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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메이헴> 메인 예고편
짜증을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死)!
더 이상 참지 말자! 내 안의 분노가 대.폭.발 한다!후배를 쥐 잡듯이 잡아먹는 동료, 사장의 딸랑이를 자처하는 상사.
이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어느새 자신 역시 일의 노예가 되어버린 ‘데릭’(스티븐 연).
상사의 음모로 회사에서 억울하게 잘린 그가 짐을 챙겨 나가던 그때,
정부에서 사람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며 회사 건물을 봉쇄하기 시작한다.
감염 증세가 사라지고 봉쇄가 해제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8시간!
‘데릭’은 드디어 직장상사(死)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데…
바이러스 감염 시 살인, 폭행 등 법적 책임 면제?!
당신을 대리만족 시켜줄
짜릿한 오피스 킬링 액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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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니싱 : 미제사건> 메인 예고편
역대급 미제사건의 충격적 진실을 파헤쳐라! 웰메이드 서스펜스 범죄 스릴러 [배니싱: 미제사건] 긴장감 폭발?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