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3-07-31 22:12:07
진부하다고 하기엔 그저 웃긴
인시디어스 2
공포영화, 그닥 좋아하지도 않아 영화관에서 볼일은 없는 장르라 여겨왔다. 그런데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했던가. 동행자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보게되었다. 결말은 처참했지만.
1. 서론이 너무 길다
이 영화 처음부터 무섭진 않다. 오히려 가족갈등을 보여주느라 한 15분가량을 질질 끈다. 무서운 장면 1도 없이. 아, 언제쯤 무서워지는건가 싶을 때 그제서야 악령이 등장한다. 그런데 무섭긴 한데 뭐랄까 임팩트가 없는 공포랄까. 그저 놀래키는 데에 목적이 있는 듯하다.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놀랐으니 이 영화의 필요가치는 끝난걸까.
2. 간헐적 공포에 가족애 한 스푼
이 영화의 소재는 유체이탈이다. 유체이탈이라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어떤 사람들은 유령들에게 쫓긴다는 것이다. 흥미롭지만 대단히 충격적이지는 않았고 모든 장면이 예상가능한 떡밥인데다가 '나 지금부터 너 놀래킬 거니까 준비 단단히 하라'고 대놓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항상 눈감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언제 놀래킬 것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서 오히려 공포영화 쪼랩인 나는 보기 편했던 영화였다. 공포영화 만렙이신 분들은 이런 포인트들이 보기 불편했을까.
그리고 이 영화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모든 떡밥 장면들이 가족애로 귀결되는, 가족애로 가득한 휴먼 드라마였다고 해야 맞다. 뜬금없지만 주인공 아들이 그려낸 과거 아버지의 모습이 약간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속 괴물이 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3. 모든 것이 애매한, 그래서 더 웃긴
공포영화라면 사실 무서워야 하는데 오히려 웃긴 포인트들이 많았다. 결말을 가족애로 덮어버리니, 이제 좀 끝나나 싶으면 신파가 공격해 와서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가뜩이나 심각한데 관객들 입장에서는 코미디인 게 이런 걸까.
심지어 어떤 관객 분은 영화 막판에 호탕하게 웃으시더라. 그 분덕에 공포영화 관람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공포영화가 코미디로 기억된다니, 너무나 아이러니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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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져도 끝나지 않는 잔혹한 어른들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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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Squid game, 2021)
개봉일 : 2021.09.17 (넷플릭스 공개)
감독 : 황동혁
출연 :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아누팜 트리파티, 김주령
해가 져도 끝나지 않는 잔혹한 어른들의 게임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까지. 매번 다른 느낌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황동혁 감독의 신작 <오징어 게임>이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채 삶의 끝에 서있는 456명의 참가자와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고도 남을 천문학적인 액수의 상금 456억. 수많은 참가자들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굶거나 빚쟁이에게 찔려 죽느니 목숨 걸고 인생 한번 바꿔보자며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한 사람당 1억. 최후의 1인에겐 456억. 누가 이런 서바이벌을 벌였는진 알 수 없지만 참가자들은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돈다발에 “이건 진짜다.”라는 믿음을 얻는다. 옆에 누워있는 참가자는 믿을 수 없지만 돈만큼은 착실하게 믿는 것이다. 그리고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믿지 못할 경쟁자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며 공격성을 내비치기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 죽는 게 나만 아니면 되니까. 생판 모르는 이의 목숨 vs 추가되는 1억 + 나의 생존 중 어떤 걸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연 후자가 아닐까.
<오징어 게임>은 황동혁 감독이 2008년에 구상하고 2009년에 쓴 이야기다. 당시 일본 서바이벌 물인 <라이어 게임>, <배틀 로얄>과 같은 작품들을 보며 서바이벌 물의 요소를 한국적으로 접목해 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로 탄생한 것이 <오징어 게임>이라고 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약간의 각색이 더해지긴 했지만 이런 소재를 10여 년 전에 이미 모두 구상해놨다는 사실을 들었을 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 당시에 바로 제작이 됐다면 지금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그 사이에 영화 <헝거게임>이나 웹툰 <머니게임>처럼 돈과 명예를 건 서바이벌 물들이 지나간 후라 서바이벌 물 자체의 신선함은 조금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의 게임을 재해석하는 방법으로 다른 서바이벌물들과 차별화를 둔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게임 참여자들은 서로를 의지하다가도 한순간에 의심하고 배신하고 결국엔 서로를 해하게 된다.’는 서바이벌 물 특유의 심리적 공포는 똑같이 존재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다른 서바이벌 물들과 다르게 조금 더 단순하고 귀여운 게임을 반복한다. 어릴 적 골목에서 친구들과 했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게임들 말이다. 9편으로 구성된 시리즈엔 총 6종류의 추억의 게임이 등장하는데, 어떤 게임이 나오는지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전부 언급하지 않겠다.
이 시리즈의 차별점이자 가장 큰 매력은 낯설고 아기자기한 세트장과 디테일한 요소들이다. 강박증이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 만큼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각진 물건들과 진짜 같은데 가짜 같은 공간들이 담고 있는 무게감, 그리고 눈에 딱 들어오는 일꾼들의 핑크색 슈트와 선물 상자처럼 포장된 관들. 기계처럼 움직이는 일꾼들이 만들어내는 동작의 흐름들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특히 만족스러웠다. 내용은 아름답지 않지만 눈에 담긴 세트장은 빈틈없이 마음에 들었다.
서바이벌 물 특유의 설정들과 게임의 일부로 인해 앞서 나온 여러 작품들과 비교되며 표절 논란을 함께 안고 가고 있지만 작품 자체가 완전한 표절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 장르적 특성과 플래그, 일부 장면과 소재를 모두 독창적, 독보적으로 구성하기엔 이미 서바이벌 장르가 쌓아온 이미지와 개념, 시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는 사람의 심리라는 틀이 있기에 앞선 작품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무조건 욕하기보단 개인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오징어 게임>은 간단한 룰로 이뤄진 추억의 게임들을 돈과 목숨을 건 피 튀기는 생존 게임의 주제로 이용하며 어릴 적 우리의 모습, 어른이 된 우리의 모습의 간극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끌어올린다. 어릴 땐 친구들과 골목에서 웃으며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인생 한번 뒤집어보겠다고 피 흘리고 절규하며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씁쓸하고 슬플 뿐이다. 그때는 술래가 되거나 게임에서 져도 딱밤 한방이나 인디언 밥 한 번이면 패자 벌칙으로 충분했는데 이 게임에서 탈락하면 무조건 죽는다. 탈락한 자는 죽는다는 게임 특성상 아무래도 잔인한 장면들이 다소 많이 등장하긴 한다. 총으로 사람을 쏘거나.. 사람의 신체가 망가진다거나. 많이 고어한 편은 아니지만 반복해서 노출되다 보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라겠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목숨을 걸고 참여하는 게임 속 약육강식의 법칙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초대장을 받고 자신의 손으로 참가를 결정한다. 사람들이 우수수 죽어 나가는 걸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갔던 참가자들은 현실에 떠밀려 대부분 다시 게임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최후의 1인이 내가 될 수도 있다며 확률을 계산하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이기심과 폭력성을 여과 없이 내보인다.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무리가 생기고, 권력을 잡는 힘센 무리가, 나쁜 무리가, 그에 대응하는 착한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생존이라는 본능 앞에서 사람의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기 위해 어떤 행동까지 벌일 수 있는지. 추악하고 추잡한 본능의 단면을 제대로 훔쳐본 기분이었다. 근데 웃긴 건 왠지 이해가 가더라는 것이다. 나도 살아남기 위해선 충분히 그들처럼 행동했을지도..
게임의 참가자들은 게임장 입소에 앞서 똑같은 옷과 신발을 신고 이름 대신 번호를 부여받는다. 이들은 게임장의 위치도 모르고 당장 다음에 펼쳐질 게임 종목도 알 수 없고, 옆에 서있는 참가자의 이름도 알 수 없다.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을 컨트롤하는 사람들은 참가자들의 모든 걸 알고 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학력, 특이사항을 포함해 이들 인생의 대부분을 알고 참가자들 머리 위에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가면에 그려진 도형과 가면의 종류에 따라 철저한 계급제로 운영되는 오징어 게임이란 작은 사회에서 참가자들은 얼굴과 몸을 속절없이 노출한 채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 이 게임에선 가면에 그려진 도형의 각이 많을수록, (네모>세모>동그라미), 상급자의 개념인 듯하다. *
끝나지 않는 게임에 대한 피로도
<오징어 게임>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무력한 참가자의 모습이 우리 모습과, 무한히 경쟁해야 하는 게임이 우리 사회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같이 살자”고 말할 여유도, 그런 약속을 지킬 여력도 없이 이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지쳐버린 우리들. 그리고 465명 중에 1등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최후의 1인을 가리기 위해 자비 없이 반복되는 게임들. 이 게임은 지옥이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일부분을 아주 크게 확대해 놓은 듯한 모습이다.
일부 후기들에선 반복되는 잔인한 장면들,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전개에 대한 아쉬움을 볼 수 있었는데, 6번의 게임을 지나다 보면 다소 피로감이 몰려오는 건 사실이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믿었던 이들이 서로를 배신하고, 결국엔 1명만이 남아야 한다는 룰 아래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는 긴장감과 허탈함의 반복이 주는 감정 소모가 굉장하다. “이렇게까지 해야 해? 예상은 했지만 진짜 싫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생존 게임의 늪에서 허우적대며 함께 지쳐간 기분이었다.
이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 어릴 때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하던 게임들은 해가 질 때쯤, 엄마의 “얘들아, 밥 먹어~”라는 말과 함께 끝났는데, 고립된 섬 안에서 펼쳐지는 생존 게임에 참여한 이들에겐 게임을 중지시켜줄 사람이 없다. 주최자들은 “참가자 과반수가 동의하면 게임을 중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걸었지만, 참가자들은 머리 위에 쌓인 돈을 포기하지 못한다. 말려줄 사람도, 욕심을 포기할 사람도 없다.
한낮에 시작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부터 밤처럼 어두운 세트장에서 치러진 징검다리까지,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가는데 생존에 대한 긴장감을 놓을 틈이 없다. 게임 주최자들은 여러 극한의 상황들을 연출하며 참가자들을 몰아가고, 차후엔 제발 극단적인 선택을 하라며 부추기기까지 한다.
게임 안의 인물들
돈과 생존이 달린 게임 앞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변화한다. 마지막까지 남은 주인공 기훈과 상우, 새벽이 그 변화를 가장 크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새터민 새벽은 아무것도 없이 동생과 덩그러니 남겨진 세상에서 엄마를 데려올 돈을 모으기 위해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새벽은 아무도 믿지 못한다. 게임의 초반, 새벽은 어떤 무리에도 끼지 않으려 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는 기훈에게 마음을 열고 마지막 순간엔 기훈에게 동생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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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오징어 게임>의 최고 브레인이다. 서울대 수석 입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는 정형화된 지략가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생존에 있어 가장 계산적인 인물이다.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왔던 인물은 상우였다. 상우는 처음 게임에서 쫓겨나왔을 때 알리에게 차비를 빌려주거나 달고나 게임 직전 우산을 고른 기훈에게 게임 종류를 말해줘야 할지. 같은 양심적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이기적으로 변한다. 자신을 믿은 알리를 배신하고, 부상을 입은 새벽을 찌르고 끝내 마지막 게임에선 기훈에게 칼을 휘두른다. 그는 보통 선하게 설정되는 주인공(기훈)의 편에 함께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이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마지막 게임에서 상우는 기훈에게 우승을 양보하며 죽음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기훈에 대한 믿음, 사과의 의미 50%와 허공에 돈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결단 50%가 합쳐진 일부 계산적인 행동이 아니었을까 싶다.
기훈은 약삭빠르기보단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넓은 사람이다. 가족도, 동료도, 어머니도, 내 인생도 챙기고 싶었기에 무엇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한 그는 엉망이 된 인생을 되돌리기 위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다. 그는 약자인 1번 일남과 혼자인 새벽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게임 안에서 경쟁자가 된 상우에게도 옛 추억을 얘기하며 적대감을 하나도 내비치지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살육 게임 안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선인. 나쁘게 말하면 바보 같은 오지라퍼. 그런 상우가 변하게 된 건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상우가 죄책감 없이 사람을 죽인 순간부터였다. 마지막 만찬을 끝내고 칼을 집은 상우를 경계하던 기훈은 새벽의 죽음과 함께 방어와 공생이 아닌 공격을 선택하게 된다. 6번째 게임인 오징어 게임에서 공수를 결정하라는 질문에 ‘공격’이라 답하는 기훈의 대사로 그의 확고한 심경 변화를 느낄 수 있다.
1화의 시작, 기훈과 상우가 오징어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오고 9화에선 어른이 된 두 사람이 생존을 건 싸움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함께 골목을 뛰놀고 서로를 의지하며 자란 기훈과 상우가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몰리게 된 걸까. 문득 슬퍼지는 장면이었다. 기훈과 상우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만 마지막 순간엔 다시 떠오른 추억과 기훈의 결단으로 둘의 사이가 잠시나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와버린, 너무 많이 변해버린 두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영의 말대로 “6.25이후 최대의 비극”같은 게임이었다.
게임 밖의 인물들
<오징어 게임>은 잔인하다. 자의로 참가하긴 했지만 어쨌든 돈과 생존을 필사적으로 바라는 참가자들을 마치 게임 말처럼 게임판 위에 올려두고 관찰하고, 가볍게 죽인다. 참가자들은 게임 내에서 서로의 이름과 추억을 나누며 나름의 동료애와 우정을 쌓아가지만 주최자들은 극적인 게임 연출을 위해 그 심리마저도 이용한다. 아침이 지나고 해가 져갈 때쯤,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생각될 때쯤 주최자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 1:1 게임을 붙여 참가자들의 작은 위로와 희망마저 빼앗는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건 게임에 함께 참여한 일남의 존재다. 구슬치기 게임을 하며 양심의 가책과 일남을 잃은 슬픔에 절어있던 기훈을 농락하듯 게임이 끝난 후 1년, 일남은 다시 기훈에게 카드를 보낸다. 일남이 게임에 참가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 삶이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밌을 수가 없지.”
그저 인생의 재밌는 것이 없어 참여했을 뿐, 기훈은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일남을 지키기 위해 진심을 다했는데, 일남은 그저 재미 때문에 게임을 열고, 게임에 참가한다. 되짚어보면 일남은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임에도 큰 걱정 없이 게임을 해왔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할 땐 걱정 없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선두로 뛰어나갔고, 구슬치기 게임에선 미련이 없다는 듯 기훈에게 구슬을 양보한다. 그리고 참가자 간 큰 싸움이 벌어지던 날 밤. 일남이 높은 침대에 올라가 “그만해, 나 너무 무서워!”라고 소리치자 프론트맨은 이내 스페셜 게임의 중지를 선언한다.
일남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목숨이 달린 게임의 승리를 기훈에게 양보할 수 있었던 것, 그가 무섭다고 소리치자 상황이 종료되었던 것은 일남은 게임에서 지더라도 생명을 잃지 않기 때문에, 통제 못할 상황에서 일남이 생명을 잃는 걸 방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6화 깐부 에피소드에서 일남이 기훈에게 구슬을 양보하며 두 사람 사이의 믿음과 우정을 보여주는 장면에 울컥하긴 했으나 차후에 일남이 보여준 그 행동이 전혀 아름다운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됐다. 결국 양심을 잃어버린 기훈의 모습에 대한 만족도를 구슬로 표현한 것일 뿐, 그 구슬 안에 담긴 진심이 무엇이었을지.. 더 이상 일남의 마음을 믿을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일남은 기훈을 가장 우습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오징어 게임>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게임에 참가하거나 게임을 진행한다.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인물은 준호다. 경찰인 준호는 실종된 형이 남긴 명함과 기훈의 증언을 듣고 게임장 내부에 들어가게 된다. 그는 가장 용감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준호는 주최자, 참가자, 외부인의 삼각 구도를 만들어 이야기의 흐름을 팽팽히 당겨낸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하나도 파헤치지 못한 오징어 게임의 비밀과 프론트맨의 정체를 밝혀내고 새로운 궁금증을 떠올리게 만든다. 차후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준호의 생존 여부가 기훈에게 가장 큰 힘 또는 변곡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최자들을 제외하고 그 해 오징어 게임에서 생존하거나 죽는 장면을 확실히 보여주지 않은 사람은 두 사람이 유일하니 말이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킨 주인공
주최자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참가자들이 서로를 죽이고 탈락시키는 장면을 기대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이란 이기심과 공격성이다. 기훈은 게임 내내 동료라 생각되는 인물들을 챙겼으며 마지막 라운드에서도 상우를 살리기 위해 게임을 중단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이 끝나고 상금을 받았음에도 죄책감과 여러 감정들로 인해 여전히 돈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남은 남다른 우승자 기훈을 불러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양심을 시험하는 마지막 게임을 제안한다. 하지만 기훈은 매번 일남과 주최자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타인에 대한 믿음과 인간성을 지키고 일남과의 게임에서도 승리한다. 그는 인간들의 밑바닥을 훑으며 즐거워하던 주최자들에게 커다란 한방을 먹이고 이 게임의 진정한 승자가 된다.
이 게임은 정말 평등한 걸까
“게임 안에선 모두가 평등해.”
<오징어 게임>은 반복적으로 평등을 주장한다. 이들은 밖에선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을 모두 똑같은 위치에 놓고 인생의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라며 참가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이건 전혀 평등한 게임이 아니다. 참가자와 주최자의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위계질서가 형성된다. 참가자들은 생존이 걸린 게임에서 본능적으로 서로를 해치고 죽지 않기 위해 숨는다. 목숨을 건 무한 경쟁을 끝내는 방법은 생명이 다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주최자들은 이 게임이 결국 평등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참가자들의 엎치락뒤치락 하는 모습을 하나의 내깃거리, 구경거리쯤으로 소비한다. 애초에 각자 다른 신체능력과 지능, 게임에 대한 경험치를 가진 400여 명의 사람에게 똑같은 게임을 제안하는 게 어떻게 평등할 수 있을까. 주최자로서 편의를 확보한 일남, 뽑기 게임에서 라이터를 사용한 미녀와 덕수, 일남 덕분에 게임을 통과한 기훈, 장기 적출로 미리 게임을 알았던 참가자 등.. 열심히 포장했지만 결국 평등하지 않은 게임이었다.
만약 456억을 얻을 수 있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꽉 잡겠는가? 묻는다면 나는 절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일확천금의 커다란 기회라면 그걸 놓쳤을 땐 그만큼 잃는 게 많을 테니, 큰 도박은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말 내일 죽을 수도, 내일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또 다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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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엘 코엔의 <트레지디 오브 맥베스>
애플과 A24는 12월 25일 극장, 1월 14일 애플 TV 플러스에서 프리미어 공개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을 조엘 코엔이 새롭게 각색한 "트레지디 오브 맥베스"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흑백으로 촬영한 코엔은 스코틀랜드 연극에서 맥베스 경 역할의 덴젤 워싱턴과 레이디 맥베스 역의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출연한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에 대한 권력을 얻기 위한 그 부부의 살인적인 책략과 그로 인한 광기로의 추락을 뒤따르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불길한 분위기의 예고편은 하늘을 선회하는 크고 검은 새들의 흩어진 영상들, 사막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맥베스, 땅에서 왕관을 들어올리는 손,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맥베스 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 속 유일한 대화는 마녀의 목소리이며, 연극의 가장 상징적인 대사 중 하나를 말한다.
덴젤 워싱턴과 맥도먼드가 출연진에 합류하는 것은 물론 코리 호킨스, 브랜단 글리슨, 모제스 잉그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트레지디 오브 맥베스"는 코엔의 솔로 감독 데뷔작으로, 코엔과 그의 형제 에단 코엔없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첫 번째 작품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 맥도먼드는 코엔 형제의 영화 '블러드 심플'과 '파고'에 출연했고 글리슨은 '카우보이의 노래'에 출연했다. 맥도먼드는 클로이 자오의 최우수 작품상 수상작 '노마드랜드'에서의 출연했고, 이 작품으로 그녀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코엔의 작품은 오손 웰즈가 감독하고 주연한 "맥베스"와 구로사와 아키라의 사무라이 버전인 "거미의 성"을 포함한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 중 하나이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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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듄> 드니 빌뇌브답게 써 내려가는 묵시록의 서막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191년, 황제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가주 '레토(오스카 아이작)'에게 '듄', 곧 사막과 모래언덕으로 가득한 아라키스 행성을 점령하고 아라키스에서만 나오 우주에서 가장 비싼 물질인 신성한 환각제 스파이스를 채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에 레토는 황제의 명령이 아라키스의 이전 주인이었던 하코넨 가문의 가주 '블라디미르(스텔란 스카스가드)'와 '글로수(데이브 바티스타)'의 음모일 수 있다고 경계하면서도, 측근인 '던컨(제이슨 모모아)'와 '거니(조쉬 브롤린)'의 도움을 받아 아라키스로 갈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한편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이자 전 우주를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폴(티모시 샬라메)'은 어머니이자 마녀의 일원인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에게 여러 교육을 받는 가운데 매일 아라키스 행성의 원주민인 '프레멘' 여인 '챠니(젠데잉)'를 꿈에서 만난다. 꿈에서 죽음과 파괴를 예지한 후 어머니에게 들은 자신의 운명을 두려워하던 폴은 아트레이드 가문의 일원으로 아버지와 함께 아라키스로 향하고, 사막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운명을 대면한다.
<시카리오>, <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 등으로 이름을 알린 드니 빌뇌브 감독의 새로운 프로젝트 <듄>은 기대만큼이나 많은 우려를 산 작품이었다. 특히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프랭크 허버트의 SF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은 기대 요소이자 위험요소였다. 이미 수십 년간 수많은 SF와 판타지 작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던 원작을 영상화하는 만큼, 과연 유사한 작품들과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 뻔할 수도 있었던 폴의 영웅담은 빌뇌브 감독의 연출과 편집, 웅장한 영상과 몽환적인 음악을 만나 시리즈의 서막을 알리는 1부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다.
분명 <듄>을 보다 보면 많은 작품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우선 주인공 폴을 보자. 제국의 대가문 중 하나인 아트레이드 가문의 후계자이며, 서로를 배척하던 두 종족을 연결시켜 줄 운명적으로 정해진 메시아인 폴은 가문의 복수를 위해 거대한 전쟁에 뛰어든다. 그의 이야기에서는 수많은 유명 작품 속 주인공이 보인다. 종교적으로 예정된 구세주이자 서로 다른 종족 간의 가교이고 가문의 복수를 다짐한 후계자라는 점은 <왕좌의 게임> 속 존 스노우나 <해리 포터>의 해리를 연상시킨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내적 갈등은 <반지의 제왕> 영화 속 아라곤의 것이다. 우주의 패권을 잡은 제국과 황제의 대항마로 성장하는 소년은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의 모습을 한 적이 있고, 다른 행성에서 온 종족이 원주민들의 예언 속 영웅이 된다는 설정은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와 유사하다.
그 외의 여러 설정도 마찬가지다. 사막으로 가득한 외계 행성이라는 공간적 배경이나 사막에서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존재에서는 <스타워즈> 속 타투인이나 자쿠 행성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아라키스 행성에 외계 종족들이 침입해 현지 자원을 약탈해 가는 것은 후추와 같은 향신료를 구하려는 경쟁에서 비롯된 유럽의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보이지만, <아바타>를 필두로 유사한 메시지를 내놓는 작품은 사실 적지 않았다. 모든 수분을 식수로 재활용하는 것이나 한 행성은 사막으로, 수많은 동식물은 모래벌레라는 하나의 생물로 단순화시킨 설정은 지구라는 닫힌 생태계에 대한 비유 같아 보이지만, 이조차도 <매드맥스>와 같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주제의식이나 메시지가 갖는 힘은 그 자체로 여전히 유의미하나, 이들이 <듄>만의 매력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듄>은 자칫 기시감으로 가득한 수많은 판타지 SF 영화 중 하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빌뇌브 감독의 <듄>은 위험으로 감득한 함정을 마치 모래벌레 피하듯 영리하게 피해 간다. 우선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빌뇌브는 원작으로 되돌아가 폴을 다른 작품 속 영웅들과 차별화하는 길을 찾아낸다. 영웅이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영웅의 위험성에 대한 경계와 경고를 암시하는 것이 바로 그 길이다. 사실 앞서 언급한 여러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작품 내에서 영웅이 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아라곤, 해리 포터, 루크 스카이워커, 제이크 설리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설령 영웅이 되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고 깊은 고뇌에 빠지더라도 끝내 영웅의 능력과 덕목, 재능을 발휘해 세상을 구해낸다.
하지만 원작 속 폴의 영웅 서사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며, 빌뇌브 감독은 영리하게 꿈을 활용하여 그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온다. 영화는 꿈이란 인간의 마음속 심연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챠니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며, 이 내레이션의 내용처럼 폴의 꿈은 영웅의 부정적인 속성을 심연 위로 끌어올린다. 실제로 스파이스를 흡입한 후 폴의 환상은 가문의 복수를 이룬 그가 구세주로서 하나의 상징이 되고, 그로부터 비롯된 광기가 온 우주를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하고 피바다로 물들이는 불길한 미래를 보여준다. 그래서 폴은 자신이 프레멘들의 구세주가 될 운명임을 아는데도 그들의 신앙심이나 계시가 한낱 조작과 선동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여기거나, 피를 흘려야 하는 결투에서 승리하여 그들의 메시아로 인정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의 예지가 늘 현실이 되기에 더욱 그렇다.
즉, 선택받은 특출한 한 개인, 곧 초인이 세상을 얼마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해 노래하던 다른 영웅담과는 달리, <듄>의 영웅담은 초인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힘에 대한 경계와 의구심으로 가득 차 있다. 전반적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 장조 화음으로 진행되는 다른 영화들에 반해 <듄>은 불안함을 품은 단조 화음으로 진행되면서 모래사막 사이를 조심스럽게 헤쳐나가고, 원작의 고유한 주제를 되살림으로써 오래된 고전의 약점을 지운 것이다. 이는 웅장하고 강렬하나 알게 모르게 귀를 괴롭히고 마음 한 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 한스 짐머의 선율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붙잡을 만큼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 영화가 폴의 환상을 반복되는 암시나 복선으로 남길 뿐, 본격적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 것은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강렬한 인상과 남다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보니 원작을 접하지 않은 경우에는 폴의 서사와 일반적인 영웅담의 차이가 명확히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한편 빌뇌브 감독 본연의 스타일이 느껴지는 편집이나 연출적 특징은 많은 작품이 공유하는 설정과 세계관 외에도 뚜렷한 개성을 지닌 독자적인 영역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낸다. 우선 빌뇌브 감독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금기시되는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적극적으로 영화에 끌어오면서 영화적 긴장감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듄>도 마찬가지다. 이번 작품에서는 미래의 사건을 삽입하는 플래시 포워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어 운명과 공동체의 비극 앞에서 나약하기 그지없는 한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미래를 알기에 초인이 되어가기를 경계하고 고통스러워하는 한 개인의 심리가 효과적으로 부각될 수 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는 알아도 정작 그 과정을 묘사함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긴장감이 조성되는 것이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는 영화적 긴장감을 정적이면서 느린 호흡으로 풀어내는 빌뇌브 감독의 역설적인 장기가 두드러진다. 습격으로 인한 혼란과 급박한 상황을 하늘에서 대지를 내려다보는 관찰자와 같은 구도로 차분하게 담아내다 보니 황제와 하코넨 가문의 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아트레이드 가문의 처절함, 생존자의 좌절과 절망은 오히려 극대화된다. 마찬가지로 아라키스 행성을 보여줄 때에도 행성의 전경을 상공에서 보여주는 구도를 자주 취하며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사막의 아름다움과 척박함, 모래 벌레의 위용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황홀한 비주얼은 폴의 서사에서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설명이나 분량을 직관적으로 채워주고도 남는 듯 보인다.
더 나아가 압도적인 스펙터클은 폴의 꿈, 프레멘들의 일상 속에서 기도, 예언과 계시를 읽어내는 마녀들의 존재 등을 만나 마치 한 편의 묵시록처럼 웅장하고 숭고한 인상을 준다. 작중 종교가 신앙의 대상이자 동시에 중요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 결과, 예수나 무함마드를 비롯해 이미 죽은 예언자들의 이름을 내걸고 전쟁을 치렀던 기독교, 유대교 그리고 이슬람 간의 역사적 충돌을 연상시키는 종교적 알레고리가 영화 전반을 감싼다. 그래서인지 <듄>이 성인을 위한 스타워즈가 될 것이라던 빌뇌브 감독의 표현에는 수긍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만 시리즈의 1편이기에 피할 수 없는 단점이 눈에 띄기는 한다. 아무래도 시리즈의 시작인 관계로 가문을 비롯해 스파이스나 모래벌레, 그리고 각종 행성과 무기 및 도구들에 설명이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영호의 도입부는 지루한 감이 있다. 그 후로도 느린 호흡을 통해 착실히 기반을 다져나가는 장면이 많은 관계로 최근 블록버스터 영화의 트렌드와는 잘 결부되지 않는 측면이 존재한다. 그래서 초반부 이후에도 영화 템포가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감독의 전작인 <블레이드 러너 2049>처럼 불호로 느껴질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뇌브 감독의 스타일대로 뚝심 있게 뽑혀 나온 2시간 40분은 그 어떤 판타지나 SF 작품과도 다른 독보적인 분위기와 개성으로 가득하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유의미해 보인다. 또한 원작을 읽었든 아니든, 감독의 스타일에 익숙하든 아니든 영화가 끝난 후에는 2부가 언제 개봉하고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게 만드는 데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듄>은 많은 우려는 기우라는 듯이 한 편의 독립적인 작품으로나 시리즈의 초석으로나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이제는 대중성까지 잡은 듯한 드니 빌뇌브 표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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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뛰게 만드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가슴 뛰게 만드는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
ⓒ 네이버 영화
정보
개요 멜로/로맨스, SF | 일본 | 98분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카와이 유미 등
줄거리
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누가 출연하나요?
맨발 | 이토 마리카
@ 네이버 영화
시대극의 엄청난 팬인 '맨발'은 영화 동아리에서 로맨스 영화만 제작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쓴 각본 <무사의 청춘>을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킥보드 | 카와이 유미
@ 네이버 영화
맨발의 절친이자 천문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킥보드'.
<무사의 청춘>을 만드는데 든든하게 지원하며 영화의 촬영을 담당한다.
블루 하와이 | 이노리 키라라
@ 네이버 영화
<무사의 청춘> 팀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맨발의 절친인 '블루 하와이'.
영화의 스태프로 참여하였고, 배우들의 무술을 담당하였다.
린타로 | 카네코 다이치
@ 네이버 영화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 영화관에서 우연히 마주친 '맨발'에게
<무사의 청춘>의 주인공으로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주인공을 맡게 된다.
최대한 스포를 뺀 리뷰
ⓒ 네이버 영화
<썸머 필름을 타고>는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인데, 감독의 자유로운 연출 스타일 돋보였던 영화였다.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일본 영화에서 주제로 삼는 '연애'가 아닌 주인공들의 '청춘'에 초점을 맞췄다.
요즘에 보기 힘든 소위 말하는 '착한 영화' 그리고 '청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외적인 부분인 색감부터 시작해서 내적인 부분인 영화에 담긴 메시지, 주인공들의 대화, 생각 등을 보면
청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캐릭터의 설정, 성격 모든 부분이 사랑스러웠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이들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어린 시절이 보였기 때문에 영화의 메시지가 더욱더 와 닿았던 것 같고, 감동도 두 배가 되는 것 같다.
영화는 성인이 된 후 사그라들었던 열정을 다시 불태워주고, 불확실한 것에 대한 도전에 임할 용기도 불어 넣어줬다.
무기력함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다.
ⓒ 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어떤 나이의 사람이 보든,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보든, 어떤 사람이 보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다만,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영화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다면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이 처음 영화를 제작했을 때의 감정, 분위기, 열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영화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생각까지 하게 만들 것이다.
영화의 계절이 여름인만큼 꼭 이 시기에 극장에서 보길 추천하며,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던, 혹은 다니는 친구와 함께 봐도 너무 좋을 것 같다.
지금까지 <썸머 필름을 타고>의 간단한 정보를 살펴보고, 리뷰를 해봤는데
어떠셨나요?!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너무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꼭 한번 보러 가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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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희생하는 엄마는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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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다는 자식들을 두고 그리스로 혼자 휴가를 떠난다. 그리스 휴양지에서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펜션 주인인 라일을 만나고 평온한 휴가를 보내려는데 그때 니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는 어디서 왔고 직업이 무엇이냐고 묻는데 레다는 이탈리어 비교 문학 교수이면서 보스턴에서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니나의 딸이 실종이 되고 니나와 그녀의 가족은 큰 슬픔에 빠지지만 레타가 니나의 딸을 찾아 니나에게 데려다준다. 그리고 레타는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아이들과 함께 있어주지 못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젊은 시절의 레타는 두 딸에게도 놀아주지도 않고 자신이 하는 일에 몰두하느라 잘 챙겨주지 않았다. 그렇게 기억을 회상하고 난 뒤 레타에게는 두 딸의 의미가 어떻게 다가왔을까?
레타에게 두 딸은 어떤 의미였을까?
자식들을 위해 살아온 게 아니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살아온 희생적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자식 상팔자라더니 맞는 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의 레타는 오로지 자신이 인정받는 논문을 쓰느라 두 딸에게 사랑을 주지 않았고 상처를 주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비교 문학 교수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녀가 쓴 논문이 인정을 받자 두 딸에게 사랑을 주지만 자신에게는 내연남이 있었고 남편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로 집을 나오면서 속이 시원했다고 한다. 자신을 구속하는 것 같이 느껴진 레타는 자유를 찾은 것이다. 그래도 두 딸은 20대 초 중반이 되었고 해수욕장에서 니나의 딸이 잃어버린 인형을 자신이 가져가면서 숨겨놓고 가끔씩 꺼내면서 인형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왠지 모르게 내가 느꼈던 것은 부모로서 자식들을 지키려고 하는 모성애가 없는 것을 인형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자신의 인생을 자식들에게 바치지 않는 부모였던 레타에게 두 딸은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자식들에게 희생하고 싶지 않은
레타의 심정을 보여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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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지만 기괴한, 기괴하지만 평범한
- 경고: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 속에서 누구를 괴인이라 생각해야 할까. 주인공 기홍(박기홍)은 감정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인물이긴 하다. 그러나 목수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돈이 입금이 안 되면 화가 나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고맙다 이야기하면 설레기도 하고. 기홍이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말, 행동 하나하나가 타인의 일상을 어떻게 침범해가는가. 일상과 비일상이 얽힌 기묘함을 괴인은 훌륭하게 잡아낸다. 독특하지만 밸런스가 미쳤다.
처음 영화는 기홍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런 와중에 자기가 세들어 사는 집 주인 정환(안주민)과 친해진다. 정환이 먼저 다가선 게 살짝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데 어느 날 기홍의 차가 누군가로 인해 찌그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정환이 자기가 같이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 같이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이 사고는 주인공과 그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침범했는지 더 명확히 드러낸 장치에 불과했단 것을.
괴인의 동력은 처음부터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대신 인물들 간의 일상적인, 말을 통해 영화를 훌륭하게 이끌어간다. 자극적인 장면, 말도 전혀 동원하지 않고 긴장감을 만들어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놀라운 점은 그것을 표현하는 배우들이 대부분 전문 배우가 아니었던 점이다. 주인공부터 감독의 친구 목수고, 정환 역할을 맡았던 안주민은 피자 굽는 셰프다. 그런데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일반인을 쓰니 괴인 속 이야기가 더욱 일상처럼 느껴졌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괴인 속 세계에선 누가 괴인일까. 내 생각에는 모든 사람이 괴인이라고 생각한다. 지독하게 일상적인 말, 행동이 언제든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일상까지 뒤흔드는 사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배후에 등장인물 각자가 지니고 있는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잔잔함을 유지하는 이유는 영화 속 기괴한 모습이 영화 바깥의 인간관계에서도 맞닥뜨릴 일상적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씨네랩의 시사회 초청을 받은 뒤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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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로스트 시티> 캐릭터 예고편
페어팩스: 납치할게 로레타&앨런: 탈출할게 관객: 4월 20일에 보러갈게 ? 이 조합에 몸개그와 어드벤처를 곁들여 ? 그들의 남다른 어드벤처에 탑승하고 싶다면 4월 20일, 극장에서 합류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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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우먼 인 윈도>
[2021년 5월 14일, 넷플릭스 공개]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세상은 창문 너머로 바라봐야 안전하다. 광장 공포증이 있는 정신과 의사 애나 폭스(에이미 애덤스). 그녀가 건넛집에 이사 온 러셀 가족에게 일어난 일을 목격한다. 누구도 믿어주지 않지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광장 공포증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정신과 의사. 그녀는 건넛집에 이사한 가족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창문 너머 잔혹한 범죄를 목격한다. 진실을 찾으려는 그녀의 집착, 그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