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022-09-05 14:22:47
피해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리뷰
이 글은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퀴즈에 출연한 김종기 이사장은 학교 폭력 근절에 앞설 수밖에 없었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듣기만 해도 마음이 끊어지는 것 같은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마음이 아팠고,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더 심한 형태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최근 촉법소년을 필두로 청소년들에게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다루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직설적인 제목에 연기 귀신들로 채워진 듯한 출연진을 앞세워 관객들을 찾아왔다.
이 영화는 학교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직시하고 있을지. 포스터 가득한 비장하고도 비열한 분위기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지 기대된다.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권력 없는 아이들.
이 건물은 왜 엘리베이터가 없어.
피해자의 핸드폰 (불법) 감식을 위해 강호창이 허름하다 못해 내일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 계단을 오르며 한 말이다.
강호창의 한 몸을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존재. 출발은 같은지 몰라도 도착하는 속도만큼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르게 만들 수 있는 존재. 엘리베이터는 영화에서 권력이나 재력(돈)의 동의어처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결국 이 "엘리베이터"의 유무는 학교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르는 잣대가 되었다.
피해자 김건희는 사회적 배려 전형으로 국제 학교로 오게 된 인물이고. 가해자들은 그 점을 이용했다. 바꿔 말하면 가해자들은 권력과 돈이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점이 건희를 바닥에서 기게 만들었고. 가해자들은 건희를 보며 키득거릴 수 있게 만들었다.
무언가 부족하다 해서 미워해야 할 근거는 되지 않으며. 반대로 가졌다 해서 없는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 당연해지는 순간. 강호창처럼 투덜거리게 된다. 왜 원래 "있어야"할 것이 없냐고. 그것은 "없는" 너희의 잘못이지 있는 상태에 익숙해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이다.
문소리, 설경구 두 정상회담.;뭔가 엄청나다.
배우 설경구와 문소리는 영화 [오아시스]에서 만났다.
배우로서의 초반 커리어를 쌓아가는데 서로의 이름은 시너지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빚어내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고. 서로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을 법한 내공을 가진 배우가 되어 이 영화에서 재회했다.
젊은 시절(?)의 두 배우는 감정을 폭발시키거나 파격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힘이 들어가 있었다면. 이제 두 사람은 자신의 나이와도 얼추 맞아떨어지는 역할로 한 화면에서 만났다.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을 가장 점잖지만 스스로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편안한 옷을 입은 모습으로.
덕분에 한 사람이 퇴장하면 한 사람은 등장하고. 누군가가 울고 있다면 또 누군가는 그 모습을 경멸스럽게 쳐다볼 뿐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그 어떤 어색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인물에게 힘이 치우치지 않은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진다. 그만큼 두 배우가 누구에게도 짐을 전가하지 않는 배우가 되었다는 뜻일 테니까.
두 배우의 영화를 보고 자란 내겐, 스치듯 안녕을 고하며 지나쳐가는 모든 장면들이 그저 귀하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쁜 이유.;주인공이 가장 나쁘다.
영화 속 보호자들은 그 누구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이기적이고 나쁘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떨어뜨릴까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진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앞다퉈 자신의 자식들을 권력의 그림자 안으로 숨기는 와중에도. 영화 속에서 가장 "나쁜 놈"을 꼽으라면 나는 결말로 가기도 전에 강호창이라고 말할 것이다.
강호창, 혹은 영화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아들도 학교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진 뒤에야, 강호창은 자신의 직업의식을 십분 사용한다. 무시했던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고, 진실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달려간다.
영화는 후반부에 강호창이 아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한 노력을 하는 과정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다지 돈독해 보이지도 않던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는 이때부터 둘도 없는 부정(父情)의 탈을 쓴다.
이 과정에서 실제 피해자인 건우의 존재감은 완전히 소멸하게 된다. 그러니 강호창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장면이 좋게 보일 리가 없다.
후반부의 반전(?)을 빼고서라도. 선택적으로 정의를 부르짖는 강호창의 모습은 촌극에 가깝다.
마치면서
흔히 하는 말처럼 연기 구멍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속 메시지는 아쉽게도 피해자보다는 설경구 부자의 억울함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걸 보며 대체 무엇을 느껴야 할지 잘 알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이야 예상을 했지만.
트릭은 너무 쉽고. 정작 써야 할 증거들은(자동차 블랙박스, 수표 일련번호 등) 법정에서 들이밀지도 않는다.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것만 같은 법정 신(Scene)이 나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글의 TMI]
영화관에서 팝콘 등의 음식물을 잘 먹는 편은 아니지만.
내 의지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간극은 생각보다 컸다.
2022년 4월 25일 이후로 팝콘을 상영관에서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기분도 낼 겸 팝콘 하나를 샀다. 이직 후 주 4일 근무라 쉬는 평일 아침 조조영화를 보며 먹는 팝콘은. 당분간은 꽤 기분 좋은 경험으로 마음에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와그작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한동안은 사 먹을 리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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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범죄자
일이 들어왔다. 흥신소 사장인 현수. 흥신소라 함은 보통 사람을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좀 다르다. 개를 찾아달라고요? 의뢰인은 현수에게 전남자친구에게 자기가 기르던 개가 있으며, 이 반려견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전했다. 구시렁대는 현수. 현수는 의뢰인을 차에 태운다. 네가 먼저 가서 그 남자랑 대화하고 있어. 네가 안 나오면 내가 바로 들어갈 테니까. 사인을 주고받는 현수. 전남친이라고 해봤자 무슨 무술 유단자고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현수와 의뢰인. 의뢰인이 약속장소에 들어갔음에도 나오지 않자 차에서 내린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현수. 뭐지? 느낌이 이상한데? 산 중턱으로 들어간다. 시야에 의뢰인이 신었던 신발을 발견한다. 어? 뭐지? 갑자기 누군가가 야구방망이로 현수의 뒤통수를 때린다. 기절하는 현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정신이 돌아왔다. 하산하는 현수. 산에서 내려오니 어떤 검사가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의 이름은 강승준. 초장부터 반말하는 강 검사. 강 검사는 의뢰인 이주영과 관련한 범죄사건이 있었고, 그 흑막에는 지현수가 있다고 100%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나 아니라니까요? 아니라는 항변을 줄기차게 했지만 강승준에게 ‘혹시’는 없다. 그렇게 차에서 옥신각신 하던 도중이었다. 느닷없이 한 덤프트럭이 승준과 현수가 있는 차로 돌진한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 그러나 현수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강승준은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이 큰 상처를 입었고, 검사의 신분증이 훼손돼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어? 이 상황이라면? 주인공 지현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검사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현수는 자기 이름 앞에 있는 누명을 벗겨내야만 한다. 과연 현수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럽지가 않아
영화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건 왠지 모를 기시감이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맛을 반복한다. 일단 영화 제목은 젠틀맨이다. 또 포스터에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가 ‘나쁜 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라는 말을 하는 듯한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되고 싶었나?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나쁜 놈을 착하지 않은 방식으로 때려잡는다’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있던 시리즈물과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마석도(마동석)의 시원한 맨몸액션이다. 나쁜 놈을 죄다 묵사발 내는 마석도. 이 시리즈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발현되면서 2022년 극장가에서 1270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스코어를 냈다. 영화는 힘을 쓰는 물리력 액션을 구강 액션과 센스로 치환하는 영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액션 신이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 화진과 현수는 대부분 말과 상황판단으로 일을 해결한다. 일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세팅이라고 볼 수 있는 ‘일주일간의 검사 체험’은 현수가 말로 설계한 것이다. 이 설정을 바탕으로 구강액션이 신선하지 않으면 영화가 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말로 상황을 해결하는 영화는 우리가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구강액션의 밀도로 보면 영화가 그렇게까지 신선한 편은 아니다. 이야기를 몇 번 뒤집기는 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 뒤집기가 뭔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존에 있던 것을 살짝만 변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 자체적으로 뭔가 시리즈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돋보인다. 영화 내적으로 소재를 하나하나 쌓은 방식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다. 일단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나름 선명했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캐릭터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준 것처럼 주인공 현수의 흥신소 동료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수의 오른팔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등장하면 재미있다. 또 현수보다 더 흥신소 식구들과 김화진 검사를 챙긴다. 실질적으로 행동력이 좋아 극의 이야기 전개에 그냥 단지 조연 1이 아닌 셈이다. 다른 한 명은 해커 캐릭터다. 이 해커 캐릭터를 스타일링하는 방식, 배우의 개성 있는 외모, 따뜻해 보이는 성격까지 세 주인공이 아닌 인물 중에서는 가장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해커 캐릭터가 설명되는 방식이 엄청나게 식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레이션 깔리고 이미지 재현하는 거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세계관 최강자급 해커의 능력치를 묘사하는 방식으로는 무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흥신소 멤버는 운동을 잘하고 늘 잘 웃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이야기에서 늘 웃고 다녀서 시각적으로 제일 튀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핵심 키포인트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인물의 특성들을 잘 살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인물 간의 설정을 구체적으로 세팅한 것은 영화의 장점으로 작동한다(물론 김화진, 권도훈 대표는 살짝 아쉽긴 하다). 이렇게 이 인물들을 만든 건 당연히 의도가 있다. 이 ‘젠틀맨’ 시리즈가 웨이브가 오리지널로 만든 콘텐츠라고 한다. 이 말은 이 영화의 후속작이 만들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실제로 엔딩이 이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해서 만든 영화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끔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영화에서의 지현수는 가벼워 보이는 톤에 비해 좀 피곤해 보인다. 이 피곤해 보이는 특성은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전복되며 극과 어울리는 인물 설정임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 전복은 무작정 가볍지도 않고 나름 적절한 선을 탔다. 주지훈 배우의 좋은 연기가 캐스팅의 이유가 된 것이다.
그냥 쓰지 않은 소재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재의 힘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는 스니커즈(신발), 주식, 마약, 그리고 성접대다. 일단 네 번째 소재 '성접대'는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마약'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2022년의 대한민국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다. 소재의 힘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나름 반영한 듯하다.
대한민국의 현재 세태를 반영한 것은 다른 소재에도 적용된다. 2022년 초인가? 비트코인,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일단 주식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큰 스포일러가 된다. 흑막이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또 스니커즈라는 소재가 있다. 글쓴이도 스니커즈들을 좋아한다. 지금이야 노예 생활이 6개월 남았기 때문에 쇼핑을 못한다. 그러나 만약 이 지리한 시기가 끝나면 쇼핑을 하고 다닐 의향이 있다. 왜 이 스니커즈가 유행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크림’을 위시한 중고거래 앱들이 접근성을 올렸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활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속성 상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아르바이트를 해서 금전적으로 10대 때보다 지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인스타그램의 유행도 그것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영향받는 20대들의 생리를 영화를 잘 구현한다. 그냥 툭툭 던지는 듯한 대사가 이와 관련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럴 수도 있지’ 싶은 동기부여를 시킨 것이다. 이 스니커즈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아주 큰 연관이 있는데, 이의 인과관계를 잇는 좋은 수였다.
꼼꼼하지 못한 느낌
영화는 그렇게 소재도 잘 챙겼고 잘 살린 캐릭터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는 꼼꼼하지 못한 것이 느껴진다. 우선 김화진, 권도훈 캐릭터는 힘이 부족했다. 최성은 배우가 맡은 김화진 캐릭터는 별명이 있다. 바로 '미친년'이다. 별명이 왜 '미친년'이면 그냥 욕 아닌가 싶다. 이런 건 둘째로 차치하고 나서라도 이 인물의 설정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영화들에서 그대로 갖고 온 느낌이 있다. 또 영화를 보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인물이 왜 ‘미친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똑똑하고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여자는 다 ‘미친년’인가? 당연히 이 영화를 제작한 분들이 그런 분들을 다 깎아내리거나 혐오표현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돌아이’라는 말을 들을 거면 극에서 그만한 광기가 느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각본이 이를 보여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극에서 김화진은 굉장히 정의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담당 배우였던 최성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라 그렇지 만약 원래 계획이었던 한소희 배우가 맡았다? 그럼 이 영화의 평가가 굉장히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걸핏하면 떨어질 영화의 독특함이 좋은 캐스팅으로 만회한 것이다.
또 권도훈 역을 맡은 박성웅 배우의 캐스팅도 살짝 아쉽다. 박성웅 배우 물론 연기 아주 잘했다. 이 분이 연기 잘하는 거야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배우가 흑막 캐릭터를 맡았다는 포스터만 봐도 예상되는 패턴이 있다. 이때 이쯤에서 악랄한 본성을 보여주겠지. 또 의외로 허술한 무언가가 있어서 무너지겠지. 그대로 이어진다.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했으니 망정이지 죄다 예상가는 패턴이 캐릭터의 매력을 깎아먹은 느낌이다.
또 각본을 쓰는 데 있어서 이야기의 전복이 많은 분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다. 영화에서 크고 작은 반전이 중반부 기점 찍고 몇 번 반복된다. 글쓴이는 후반부에서 전개되는 반전은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제일 첫 번째 반전을 보고 작위적인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이 반전을 설계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엉성한 부분을 나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할 디테일이 몇 개 있다. 이 디테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관객분들이 영화를 '그래도 재미있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부수적으로는 코미디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은 살짝 아쉽다. 일단 영화 포스터만 봐도 강아지가 주지훈 배우와 함께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강아지라는 소재가 극에서 아예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몇몇 코미디 신에서는 나름 좋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글쓴이는 강아지가 귀여웠다는 것 말고 이 영화에 투입되어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이렇게 생기다 만 코미디는 극 중에서 몇몇 대사가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확실히 아쉽다. 누가 봐도 코미디로 설계했는데 재미없으면 김새기 때문이다. '형 나 오줌 마려워' '저기 가서 싸고와'는 그냥 흐름을 끊는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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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5월 넷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오늘은 전국 곳곳에 비 소식이 있다고 하니 모두 잊지 마시고나가시는 길에 꼭꼭 우산 챙기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범죄도시2> (-)▶ 5월 셋째 주에 이어 넷쨰 주에도 <범죄도시2>가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29일 오전 9시 경(개봉 후 12일), 600만 관객을 넘기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초 기록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추이를 봤을 때 전작의 최종 관객 수를 곧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79만 2,74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54만 6,641명을 돌파하였습니다.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후 4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를 지키고 있는데요.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현재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7만 1,11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75만 4,40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그대가 조국> (NEW)▶ 5월 25일에 개봉한 <그대가 조국>은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0만 7,25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5만 7,52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그대가 조국>은 제 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영을 한 작품이며, 여러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승준' 감독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줄거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검찰공화국인가. 검찰의 칼날이 그대에게 향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사냥이 시작됐다. 검찰이 던진 좌표를 따라 언론은 몰려들고 소문은 꼬리를 문다. 분노한 대중 앞에 검찰은 칼을 휘두른다.저기 쫓기는 자는 누구인가. 그대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 씨네픽의 이번 주 102회 예측 이벤트는 5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5월 4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90%의 사람이 <범죄도시2>의 1위를 예측 성공하였는데요. 2위 역시 반 이상의 사람이 정답 예측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그대가 조국>의 3위를 맞춘 비율은 굉장히 적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배드 가이즈> (▼1)▶ <배드 가이즈> 역시 4주째 박스오피스에서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나이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가 박스오피스 TOP5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만 3,53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9만 2,76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 (NEW)▶고전 명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모티브로 제작한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가 5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중독성 강한 OST와 '거대 벼룩'이라는 특별한 설정과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모험담을 담아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만 1,3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만 2,26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1910년 대홍수로 에펠탑마저 물에 잠긴 파리는 안개 낀 도시 곳곳에서 목격된 미스터리한 괴물로 떠들썩하다.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거대 벼룩 ‘프랑코’ 아름다운 목소리와 마음씨를 가졌지만 무서운 외모 때문에 쫓기던 그는
우연히 인기 가수 ‘루실’을 만나 가면을 쓴 가수로 데뷔한다. 그들의 환상적인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지만 ‘프랑코’를 수상히 여긴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친구들은 ‘프랑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작전을 세우는데!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27일에 개봉한 <Top Gun: Maverick>이 차지했습니다.
넷째 주 주말에는 총 두 작품이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바로 1위의 <Top Gun: Maverick>, 3위의 <The Bob's Burgers Movie>입니다.
<Top Gun: Maverick>은 6월 22일에 국내 개봉 예정이고, <The Bob's Burgers Movie>는 아직 국내 개봉이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주말 동안(5월 27일~5월 29일) <Top Gun: Maverick>의 매출액은 $124,000,000 (한화 약 1,55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 또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5월 27일 ~ 2022년 5월 29일)1. <탑건: 매버릭> 1억 2400만 달러 (누적 1억 2,400만 달러)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1,6400만 달러 (누적 3억 7,077만 달러)3. <밥스버거: 더 무비> 1,260만 달러 (누적 1,260만 달러)4. <다운튼 애비: 새로운 시대> 590만 달러 (누적 2,847만 달러)5. <배드 가이즈> 463만 달러 (누적 8,137만 달러)...씨네픽의 5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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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자기 멋대로, <로렌스 애니웨이>
<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 2012 제작
캐나다 외 / 로맨스, 멜로 / 15세 이상 관람가 / 168분
감독: 자비에 돌란
정말 자기 멋대로, <로렌스 애니웨이>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로렌스는 생일을 맞이한 순간 연인, 프레드에게 앞으로 남자가 아닌 여자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프레드는 운명이라고 굳게 믿었던 짝의 고백에 혼란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이를 기꺼이 품기로 한다. 선언과 결정, 연인이 함께 또 따로 만드는 궤적에 늘 주요 꼭짓점으로 등장하는 두 가치는 로맨스 장르 영화에서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로렌스 애니웨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이란 긴 선을 온몸에 감은 채 이리저리 방황하며 예상된 지점에서 격렬하게 부딪혀 서로에게 상흔을 남기면서도 미소를 빼놓지 않는 구조가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자비에 돌란은 자기만의 내밀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첫인상은 동물원 앞 가게에서 파는 풍선들이었다. 사자와 원숭이 사이에 천사와 바지와 담배가 낀 거대한 풍선 한 묶음. 전혀 어울리지 않은데 어울리고, 직관적인데 낯설고, 이상한데 맥없이 좋은 그런 느낌. 나에게 로렌스의 이야기는 어떤 풍선이 먼저 팔리느냐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길에 놓여있었다. (묘한 미적 쾌감까지 전달하는 아이러니함은 독특함으로 변주되어 시각적‧청각적으로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 단순히 스토리 측면에 한정된 게 아니라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영화 언어가 감각적으로 잘 융합된 결과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그만큼 로렌스와 프레드의 사랑은 변화무쌍하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로렌스와 자신의 오색빛깔 날개를 고통스럽게 뜯어내는 프레드의 어리석고 애처로운 몸짓이 계속될 때마다 그들의 사랑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요동친다. 상대의 손길에 쉽게 속살을 내보이지만, 결코 가볍게 자신을 소비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솎아내지 않고 다 토해내면서 악착같이 끝을 향해 간다. 마치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처럼 불안에 휩싸인 채 말이다. 어느 순간 로렌스는 사각형 틀에 갇힌 정형화된 인물에게서 벗어나 진짜 로렌스로 우리 앞에 선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그가 유일한 나로서 자기 삶의 무대를 현실로 옮기는 그때, 비로소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흔한 사랑 이야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무엇보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은 벽에 걸린 그림이다.
내 마음대로, 정말 자기 멋대로 작품을 선택해 시간제한 없이 음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설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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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안녕, 혹시 나 기억해?"
얼마 전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받았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면 매점도 함께 가고, 체육 시간이면 함께 배드민턴 짝꿍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니까. 당시 우리는 둘 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녀와 내가 친했던 기간은 딱 1년.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 이후의 시간은 20년.
나는 잃어버렸던 친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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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초 앞, 1초 뒤, 2024>는 대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2021>을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으로, 다른 사람보다 1초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하지메(오카다 마사키)와 남들보다 1초 느린 레이카(키요하라 카야)가 함께 보내게 되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남들과 속도가 다를 때
하지메(오카다 마사키)는 남들보다 빠른 템포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을 찍히기 1초 전에 웃고, 달리기 출발 신호를 외치기 1초 전에 출발하며, 알람이 울리기 1초 전에 일어난다. 연애를 할 때에도 상당히 빠른 템포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며 라디오에 사연을 제보하기도 하고, 그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덜컥 돈을 빌려주려고까지 한다.
반면에 레이카(키요하라 카야)는 1초 느린 삶을 살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피사체가 움직이고 난 후에야 셔터를 누르고, 남들이 묻는 질문에 항상 조금씩 늦게 대답하며, 시험 문제지 뒷장은 풀지도 못한다.
하지메를 보면 왜 이렇게 급한가 싶고, 레이카를 보고 있자면 느려서 답답함이 올라온다. 모든 사람이 속도를 맞추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데도,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템포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가끔 그 속도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정말 빠르다던가 혹은 행동이 정말 느리다던가.
물론 물리적인 속도 이외에 사회적인 템포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정상 속도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20살이 되면 대학을 가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뭐 그런 것들. 그런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다면 남들보다는 사회생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대만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사회적인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 마이 미씽 발렌타인
<1초 앞, 1초 뒤>는 상당히 로컬라이징이 잘 되어있다. 대만 원작 <마이 미씽 발렌타인>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가장 먼저 주인공 남녀의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하나만으로도 두 가지 영화를 모두 볼만한 가치가 생긴다. 다른 영화들도 리메이크를 한다면 성별 반전을 해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원작에 없던 버스 기사와 동생 커플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썸을 타는 상대 캐릭터도 살짝 변형되었다. 개인적으로 <1초 앞, 1초 뒤>에서 가수 지망생으로 나온 사쿠라코(후쿠무로 리온)의 목소리와 노래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하루가 발렌타인 데이였다는 설정이지만, <1초 앞, 1초 뒤>에서는 지역 축젯날로 바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천년의 도시'라고 불리는 교토인데, 지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판타지 장르와도 더욱 어울리기도 한다. 전통이 깊은 도시의 지역 축젯날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영화는 화자를 바꾸어서 동일한 이야기를 두 번 전개하는데, 화자의 시점에 따라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템포 빠른 하지메는 로맨틱한 하루를 보내지만, 한 템포 느린 레이카가 지켜본 하지메의 하루는 그냥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1초 만에 지나버린 하지메의 하루와는 달리 레이카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원작보다는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추억을 찾아가는 아련한 느낌이 강했다면, <1초 앞, 1초 뒤>에서는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레이카의 고군분투가 조금은 소름 끼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봐야한다.
#3. 궤도 이탈자
개인적으로는 가출했던 하지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하지메의 아버지는 레이카와 비슷하게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국수에 넣을 생강을 사러 간다고 나가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다.
그는 자신의 속도로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기에, 자신만의 템포로 살아가기 위해서 집을 떠났다고 고백한다. 앞에 언급했듯 이 영화는 사회적인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깔고 있는데, 그는 사회 궤도 밖으로 아예 벗어나 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을 의미한다.
정속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삶은 녹록치가 않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저 앞에 나가 있고, 나는 이제야 마음먹었고 시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은 수월하고 능숙하게 해내기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궤도를 이탈하는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이들에게 영화 <1초 앞, 1초 뒤>는 물리적인 하루를 선물한다.
만약 시간이 나를 위해 잠시 멈춰준다면, 다른 사람과 발을 맞춰서 갈 수 있을까?
#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찾는다면
레이카는 멈춘 하루 동안 하지메를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간다. 함께 사진을 찍고, 못 봤던 얼굴을 실컷 마주보기도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지만, 항상 그보다 두 발짝 느린 그녀는 그와 보내고 싶었던 시간을 마음껏 보내고 즐거운 얼굴이다.
하지메는 사라진 하루의 행방을 쫓다가 결국 그녀가 누군지 알아낸다. 그녀는 그를 잊은 적 없다. 어릴 적 자신을 살게 해주었던 친구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 가서 매일 우표를 사서 자신을 잊은 그에게 편지를 부친다.
하지메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도 빨랐고, 레이카는 약속을 잊기에도 너무 느릴 뿐이다. 하루를 잃어버린 대가로 하지메는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인연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메는 빠르게 레이카를 만날 수 있는 지점으로 전근하고, 사고를 당했던 레이카는 한발 늦게 우표를 사러 온다. 다른 속도로 살아가도 기억은 그 자리에 모두 남아있었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잃어버린다. 시절 인연이라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내 속도로 잡아놓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영화는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결국 속도보다 마음과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5. 생강을 넣을까 말까
하지메는 엄마와 국수를 먹다가 아버지가 사러 나갔던 생강 이야기를 나눈다. 국수에는 생강을 넣으면 전체의 맛이 변해버린다고, 넣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하지메의 아버지는 멈춘 하루를 이용해 집에 들러서 아내의 손에 생강을 쥐여준다. 하지메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겠다고 했기에, 레이카에게 100엔을 남긴다. 매우 늦었지만 나름 이전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무리 인사다.
어떤 사소한 것들은 우리 삶 전체를 흔들어버리곤 한다.
생강, 깁스 위의 낙서, 그리고 사진 한 장처럼.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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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에서 홀로 자생하는 미나리들에게
다우징 로드를 들는 노인의 뒤를 제이콥(스티븐 연)과 데이빗(앨런 김)이 조용히 따른다. 수맥을 찾아 우물을 만들 예정인 제이콥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농장 경영을 위해 가족들과 아칸소로 이사를 결정했다. 병원을 가는데만 1시간이 넘는 변두리에 위치한 집을 본 모니카(한예리)는 심장이 약한 데이빗이 걱정이지만 제이콥은 농장일이 크게 성공할 거라 믿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던 마음속 앙금은 임계점을 맞아 폭발하게 되고 부부는 쌓인 감정을 서로를 향해 분출하기 시작한다. 부모의 싸움을 멈추고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이들이 화해의 비행기를 날려보지만 화산같이 폭발하는 감정들에 의해 좌초되고 만다. 치열한 공방이 있은 후 부부는 모니카의 어머니자 아이들의 외할머니(윤여정)를 집으로 모시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는 변곡점과 마주하게 된다.
<미나리>와 <페어웰>
<미나리>는 수많은 이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낯선 타국의 땅으로 향했던 시절의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민과 가족 그리고 정체성이란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두 작품 모두 봉준호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페어웰>의 빌리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정립된 정체성과 중국의 뿌리 깊은 관습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데이빗은 할머니가 가족을 찾게 되면서 생전 처음으로 한국의 냄새란 것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들의 침투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할머니가 있었다.
작지만 강한 미나리
제이콥과 모니카는 열심히 일하면서 가족들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가족이란 공동체에 균열이 가기 시작된다. 위기의 순간 찾아온 할머니에게 데이빗은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는 말을 한다. 어린아이의 철없는 행동이라 치부할 수 있는 말은 영화의 핵심을 관통한다. 데이빗은 미국에서 자란 아이지만 제이콥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의 정서를 주입받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통해 세상을 보는 데이빗에겐 쿠키조차 굽지 못하는 할머니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데이빗은 자신 안에 점점 커져가는 할머니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지만 연배 짙은 할머니의 노련함엔 대적할 길 없다. 그런 데이빗에게 할머니는 넌지시 미나리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미나리는 약이든 요리에든 어디에든 쓸 수 있는 쓸모 있는 존재라고...
<미나리>는 매일 우리 옆에 있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세상에 자기를 증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제이콥의 모습이 위선적 일지 모르나 공감 가는 이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한국을 넘어 타국에서도 이어지는 현실이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미나리>는 가족이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할머니가 뿌린 미나리 씨앗은 낯선 토양과 물에서도 자연스레 숲과 같이 큰 군락을 이룬다. 이렇게 큰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씨 하나하나의 우수성보다 같은 공간에 다 같이 살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쓸모를 바라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 한다. 그리고 가족이란 때론 피가 섞이지 않는 우리들의 이웃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소소한 사실 또한 잊지 않는 배려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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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이는 왜 금쪽이가 되었나
이 글은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정년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kbs연예
3년. 드라마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국극 장르를 위해 소리부터 배우며 보낸 시간. 제아무리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사는 삶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쉽지는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극 속의 정년이가 그랬듯,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습에 임했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덕에 극 중 가장 큰 시간을 할애한다고 봐도 무방할 국극 장면에서 립싱크(?)의 이질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의 입장에서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OTT다이어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신규 작품들이 쏟아지는 이 시점에서,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고 가정한다 해도, 국극 장면을 제외한 이 드라마의 큰 줄기는 식상하다는 말조차도 먼지를 툴툴 털어내야 쓸 수 있을 만큼 낡아빠졌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식상하다는 이야기는 여태까지는 잘 “먹혔다”는 말이기도 한데, 어째서인지 이 엉뚱한 데다 국극밖에 모르는 주인공 정년이는 달갑거나 기특하기는커녕 금쪽이에 가깝게 느껴져 분통이 터질 때가 많다. 연기자들의 피땀눈물이 이렇게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시대가 변했다.
사진출처:씨네21
생각해 보면, 정년이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하늘이 내린 재능. 그리고 그 재능을 발휘하는 찰나에 정년이의 잠재력을 단박에 알아봐 준 사람들. 게다가 언제나 정년이를 믿고 도와줄 수 있는 주변인들. 게다가 알고 보니 출생의 비밀까지(?) 안성맞춤으로 갖추었다. 우리를 스쳐 지나간 다른 주인공들처럼. 정년이 역시 원석 같은 존재인 것이다.
이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하는 과정을 다루는 것이 보통 드라마의 여정이며, 최종회에서는 그것이 명성이든 돈이든, 권력이든. 심지어 사랑이든. 원하는 것을 손에 가득 쥔 채 웃는 주인공을 보며 박수를 치는 것이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러나 마치 동화 같은 정해진 결말인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의 저주는 중간의 모든 세공과정을 망쳐놓았다.
천방지축에 씩씩한 것이 정년이라는 인물을 감싸고 있는 가장 큰 골자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정년이는 그 발랄함, 혹은 무지에서 오는 열정이라 불리는 용기를 자신 앞에 다가온 힘든 고난들을 극복하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년이는 시종일관 자신 앞의 장애물들에게 화를 나거나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냐고 떼쓴다. 덕분에 드라마의 모든 룰과 일부 등장인물들은 정년이의 민폐에 가까운 행동들을 커버해 주기 위해 존재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뒤처리가 깔끔하지 못해 ”주인공 버프“ 혹은 주인공 특혜라는 단어가 단박에 머릿속에서 떠올라버린다.
수많은 드라마에서의 여주인공들은 극이 진행되면서 결국에는 클리셰라는 지독히 두껍고 미끄러지지 않는 레드카펫을 밟을지언정 최소한 그 어떤 작은 벽이라도 넘어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정년이는 소리 잘한다는 그 능력 하나만 내세워 모든 일에서 프리패스를 받아버린다. 주인공에게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천부적인 능력뿐만이 아니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그 간극 사이에서 발생하는 고뇌와 인간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년이에게서는 그 어떤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여성서사라고?
사진출처:티빙
한창 “조폭영화”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당연히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남자였고. 간혹 가다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은 그마저도 신나게 ”이용당하다 “ 죽거나 사라지곤 했다. 여성 서사.라는 말 자체가 현재에 들어서야 겨우 조금씩 나오고 있는 지금. 거의 모든 역을 여성들이 꿰차고 있는 이 드라마에도 여성 서사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그다지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물론 여성들이 애초에 “제대로 된 역으로”출연하는 작품들 자체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여성들이 많이 나온다 해서. 또는 주요 인물로 나온다고 해서. 우리는 과연 그런 작품들을 여성 서사라는 이름을 붙여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유행했던 조폭영화들에서 다루려 노력했던 것이 “의리”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다면, 드라마 [정년이]에서도 꽤나 비중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동성애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원작에 있는 부용이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삭제해 버림으로써 애초에 이 작품에서는 그에 대해 다루지 않거나. 겉만 핥고 지나가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물론 방대한 원작을 한정된 시간에 담아내려면 삭제해야 할 것들이 반드시 있어야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인물들도 아니고 부용 캐릭터를 삭제함으로 인해 드라마의 서사는 한 없이 헐거워지고. 채울 수 없이 늘어져버린 감정선과 공간들은 정년이의 금쪽이 쇼로 모조리 채워야만 했다. 그 덕에 정년이는 자기 지분 이상의 욕을 들어먹으며 금쪽력을 더 키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이제 여성들이 떼거지로 나오니 여성서사다.라는. 말을 붙이기보다는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가감 없이 다룰 수 있는 작품에 그 단어를 뿌듯하게 붙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모든 서사가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과연 드라마 [정년이]는 나쁜 작품인가.
사진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드라마 [정년이]는 나쁜, 혹은 실패한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나는 전설이다]라는 작품을 떠올려보라고 말할 것이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지, 책이 먼저 떠오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두 작품을 모두 감상한 사람이라면 절대 동명의 책과 영화가 “같은”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나에게는 원작이 압승을 거두는 시시한 질문이다) 특히 영화의 경우, 미국에서 있었던 9.11 테러 이후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에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골적으로 그라운드 제로라는 단어가 몇 번이고 반복된다. 그렇기에 주인공 윌 스미스는 그 누구보다 인류의 구호에 앞장서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고로 한 번의 각색을 거친 작품이라면, 제2 창작물은 원작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다. 다행히(?) 영화판 [나는 전설이다] 작품도 그다지 나쁜 오락영화는 아니었기에 두 작품에 대한 호불호 테스트정도는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원작과 창작물을 올려놓은 저울의 한쪽이 처참하게 망가진 경우라면 애초에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드라마 [정년이]는 내게는 후자에 속한다. 이 드라마를 위해 수많은 시도와 노력을 했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 노고를 깎아내리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지금의 우리에게 “먹히는”이야기는 되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연습생 주제에 단체 연습도 말없이 나오지 않은 아이패드 속 정년이를 보며 이를 뿌득 뿌득 갈 뿐이다.
마치면서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해리포터 오디션장을 들어서자마자. 심사위원들이 무릎을 탁 쳤단다. 그래 바로 이 아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배우(와 스타일을 담당하시는 분들) 덕에 우리는 해리포터 시리즈 내내 마치 “책을 찢고 나온”것 같은 주인공을 보며 황홀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모든 원작에서 인물들이 “찢고 “ 나와야 하는 것은 싱크로율이 아니다. 그 인물이 전하려는 이야기(메시지) 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만화를 찢고 나타난 정년이는 너무도 변해버린 시대에, 단 하나도 발전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버렸고. 그 결과 원작을 사랑하는 이들의 애꿎은 마음만 벅벅 찢고 있다.
이 글의 TMI
1. 어휴, 영서야 니가 고생이 많다.
2. 요새 피티하느라 손바닥에 굳은살 박힘
3. 사워도우 오픈 샌드위치에 꽂혀가지고 아주 통장에 펑크날 때까지 이것만 만들어 먹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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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결말포함]9.79점의 첫사랑을 자식들이 대신 이루어 준다면 설레임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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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풀어봤습니다! (이제 천만 배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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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주물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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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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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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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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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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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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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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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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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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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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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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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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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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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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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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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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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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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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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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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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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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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메인 예고편
사상 최악의 연쇄 재난 발생! 붕괴 직전의 공항대교에서 탈출하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7월 12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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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걸 믿어볼 생각 있어?” 우연에 대한 상상이 만든 마법 같은 순간들의 소나타 [우연과 상상]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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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를 안 하고 보니 나름 재밌었던 '젠틀맨'
눈 떠보니 범죄자
일이 들어왔다. 흥신소 사장인 현수. 흥신소라 함은 보통 사람을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좀 다르다. 개를 찾아달라고요? 의뢰인은 현수에게 전남자친구에게 자기가 기르던 개가 있으며, 이 반려견을 다시 데려오고 싶다고 전했다. 구시렁대는 현수. 현수는 의뢰인을 차에 태운다. 네가 먼저 가서 그 남자랑 대화하고 있어. 네가 안 나오면 내가 바로 들어갈 테니까. 사인을 주고받는 현수. 전남친이라고 해봤자 무슨 무술 유단자고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현수와 의뢰인. 의뢰인이 약속장소에 들어갔음에도 나오지 않자 차에서 내린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현수. 뭐지? 느낌이 이상한데? 산 중턱으로 들어간다. 시야에 의뢰인이 신었던 신발을 발견한다. 어? 뭐지? 갑자기 누군가가 야구방망이로 현수의 뒤통수를 때린다. 기절하는 현수.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 정신이 돌아왔다. 하산하는 현수. 산에서 내려오니 어떤 검사가 현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의 이름은 강승준. 초장부터 반말하는 강 검사. 강 검사는 의뢰인 이주영과 관련한 범죄사건이 있었고, 그 흑막에는 지현수가 있다고 100% 확신하고 있었다. 아니 나 아니라니까요? 아니라는 항변을 줄기차게 했지만 강승준에게 ‘혹시’는 없다. 그렇게 차에서 옥신각신 하던 도중이었다. 느닷없이 한 덤프트럭이 승준과 현수가 있는 차로 돌진한다. 교통사고가 난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 그러나 현수가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일어났다. 강승준은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이 큰 상처를 입었고, 검사의 신분증이 훼손돼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어? 이 상황이라면? 주인공 지현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일주일이었다. 검사가 정신을 차리기 전까지, 현수는 자기 이름 앞에 있는 누명을 벗겨내야만 한다. 과연 현수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부럽지가 않아
영화를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낀 건 왠지 모를 기시감이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맛을 반복한다. 일단 영화 제목은 젠틀맨이다. 또 포스터에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가 ‘나쁜 놈 잡는데 예의가 필요해?’라는 말을 하는 듯한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되고 싶었나?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나쁜 놈을 착하지 않은 방식으로 때려잡는다’라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있던 시리즈물과 공통점이 느껴진다. 바로 <범죄도시> 시리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마석도(마동석)의 시원한 맨몸액션이다. 나쁜 놈을 죄다 묵사발 내는 마석도. 이 시리즈물의 가장 큰 장점으로 발현되면서 2022년 극장가에서 1270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스코어를 냈다. 영화는 힘을 쓰는 물리력 액션을 구강 액션과 센스로 치환하는 영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액션 신이 아예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주인공 화진과 현수는 대부분 말과 상황판단으로 일을 해결한다. 일단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세팅이라고 볼 수 있는 ‘일주일간의 검사 체험’은 현수가 말로 설계한 것이다. 이 설정을 바탕으로 구강액션이 신선하지 않으면 영화가 좀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미 말로 상황을 해결하는 영화는 우리가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지점에서 구강액션의 밀도로 보면 영화가 그렇게까지 신선한 편은 아니다. 이야기를 몇 번 뒤집기는 한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이런 이야기 뒤집기가 뭔가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존에 있던 것을 살짝만 변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영화 자체적으로 뭔가 시리즈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는 돋보인다. 영화 내적으로 소재를 하나하나 쌓은 방식에 대해서는 좋은 평을 내릴 수 있다. 일단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나름 선명했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에서 마석도 캐릭터에 힘을 빡 주는 연출을 보여준 것처럼 주인공 현수의 흥신소 동료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수의 오른팔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는 거의 기능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등장하면 재미있다. 또 현수보다 더 흥신소 식구들과 김화진 검사를 챙긴다. 실질적으로 행동력이 좋아 극의 이야기 전개에 그냥 단지 조연 1이 아닌 셈이다. 다른 한 명은 해커 캐릭터다. 이 해커 캐릭터를 스타일링하는 방식, 배우의 개성 있는 외모, 따뜻해 보이는 성격까지 세 주인공이 아닌 인물 중에서는 가장 빛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해커 캐릭터가 설명되는 방식이 엄청나게 식상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레이션 깔리고 이미지 재현하는 거 많이 보기는 했다. 그러나 세계관 최강자급 해커의 능력치를 묘사하는 방식으로는 무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다른 흥신소 멤버는 운동을 잘하고 늘 잘 웃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이야기에서 늘 웃고 다녀서 시각적으로 제일 튀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영화에서 핵심 키포인트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인물의 특성들을 잘 살렸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인물 간의 설정을 구체적으로 세팅한 것은 영화의 장점으로 작동한다(물론 김화진, 권도훈 대표는 살짝 아쉽긴 하다). 이렇게 이 인물들을 만든 건 당연히 의도가 있다. 이 ‘젠틀맨’ 시리즈가 웨이브가 오리지널로 만든 콘텐츠라고 한다. 이 말은 이 영화의 후속작이 만들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실제로 엔딩이 이를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있다.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해서 만든 영화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게끔 지현수 역을 맡은 주지훈 배우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다. 영화에서의 지현수는 가벼워 보이는 톤에 비해 좀 피곤해 보인다. 이 피곤해 보이는 특성은 후반부에서 이야기가 전복되며 극과 어울리는 인물 설정임을 알게 된다. 이 이야기 전복은 무작정 가볍지도 않고 나름 적절한 선을 탔다. 주지훈 배우의 좋은 연기가 캐스팅의 이유가 된 것이다.
그냥 쓰지 않은 소재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재의 힘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소재는 스니커즈(신발), 주식, 마약, 그리고 성접대다. 일단 네 번째 소재 '성접대'는 우리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겪었던 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마약'이라는 키워드는 현재 2022년의 대한민국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다. 소재의 힘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나름 반영한 듯하다.
대한민국의 현재 세태를 반영한 것은 다른 소재에도 적용된다. 2022년 초인가? 비트코인, 주식 열풍이 불었다. 일단 주식이라는 키워드는 영화에서 후반부에 굉장히 큰 스포일러가 된다. 흑막이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면 이를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또 스니커즈라는 소재가 있다. 글쓴이도 스니커즈들을 좋아한다. 지금이야 노예 생활이 6개월 남았기 때문에 쇼핑을 못한다. 그러나 만약 이 지리한 시기가 끝나면 쇼핑을 하고 다닐 의향이 있다. 왜 이 스니커즈가 유행하게 되었을까? 생각해 보면 ‘크림’을 위시한 중고거래 앱들이 접근성을 올렸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활이라는 것의 근본적인 속성 상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아르바이트를 해서 금전적으로 10대 때보다 지출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다. 인스타그램의 유행도 그것에 기름을 붓는 셈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영향받는 20대들의 생리를 영화를 잘 구현한다. 그냥 툭툭 던지는 듯한 대사가 이와 관련된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럴 수도 있지’ 싶은 동기부여를 시킨 것이다. 이 스니커즈라는 소재는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벌어지는 범죄와 아주 큰 연관이 있는데, 이의 인과관계를 잇는 좋은 수였다.
꼼꼼하지 못한 느낌
영화는 그렇게 소재도 잘 챙겼고 잘 살린 캐릭터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지점에서는 꼼꼼하지 못한 것이 느껴진다. 우선 김화진, 권도훈 캐릭터는 힘이 부족했다. 최성은 배우가 맡은 김화진 캐릭터는 별명이 있다. 바로 '미친년'이다. 별명이 왜 '미친년'이면 그냥 욕 아닌가 싶다. 이런 건 둘째로 차치하고 나서라도 이 인물의 설정을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건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영화들에서 그대로 갖고 온 느낌이 있다. 또 영화를 보면서 느낀 부분이 있다. 바로 이 인물이 왜 ‘미친년’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설득력이 부족한 느낌이다. 똑똑하고 똑 부러지고 일 잘하는 여자는 다 ‘미친년’인가? 당연히 이 영화를 제작한 분들이 그런 분들을 다 깎아내리거나 혐오표현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돌아이’라는 말을 들을 거면 극에서 그만한 광기가 느껴져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의 각본이 이를 보여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극에서 김화진은 굉장히 정의로운 인물이기 때문이다. 담당 배우였던 최성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라 그렇지 만약 원래 계획이었던 한소희 배우가 맡았다? 그럼 이 영화의 평가가 굉장히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걸핏하면 떨어질 영화의 독특함이 좋은 캐스팅으로 만회한 것이다.
또 권도훈 역을 맡은 박성웅 배우의 캐스팅도 살짝 아쉽다. 박성웅 배우 물론 연기 아주 잘했다. 이 분이 연기 잘하는 거야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이 배우가 흑막 캐릭터를 맡았다는 포스터만 봐도 예상되는 패턴이 있다. 이때 이쯤에서 악랄한 본성을 보여주겠지. 또 의외로 허술한 무언가가 있어서 무너지겠지. 그대로 이어진다. 배우가 연기를 굉장히 잘했으니 망정이지 죄다 예상가는 패턴이 캐릭터의 매력을 깎아먹은 느낌이다.
또 각본을 쓰는 데 있어서 이야기의 전복이 많은 분들에게 먹힐지는 미지수다. 영화에서 크고 작은 반전이 중반부 기점 찍고 몇 번 반복된다. 글쓴이는 후반부에서 전개되는 반전은 나름 괜찮았다. 그러나 제일 첫 번째 반전을 보고 작위적인 느낌이 살짝 들었다. 이 반전을 설계하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엉성한 부분을 나름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희생되어야 할 디테일이 몇 개 있다. 이 디테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관객분들이 영화를 '그래도 재미있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부수적으로는 코미디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것은 살짝 아쉽다. 일단 영화 포스터만 봐도 강아지가 주지훈 배우와 함께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강아지라는 소재가 극에서 아예 안 쓰이는 것은 아니다. 몇몇 코미디 신에서는 나름 좋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글쓴이는 강아지가 귀여웠다는 것 말고 이 영화에 투입되어야 할 이유를 못 느꼈다. 이렇게 생기다 만 코미디는 극 중에서 몇몇 대사가 의미 없게 느껴질 정도다. 이는 확실히 아쉽다. 누가 봐도 코미디로 설계했는데 재미없으면 김새기 때문이다. '형 나 오줌 마려워' '저기 가서 싸고와'는 그냥 흐름을 끊는 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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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5월 넷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오늘은 전국 곳곳에 비 소식이 있다고 하니 모두 잊지 마시고나가시는 길에 꼭꼭 우산 챙기시길 바랍니다!!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범죄도시2> (-)▶ 5월 셋째 주에 이어 넷쨰 주에도 <범죄도시2>가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29일 오전 9시 경(개봉 후 12일), 600만 관객을 넘기며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초 기록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추이를 봤을 때 전작의 최종 관객 수를 곧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79만 2,74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654만 6,641명을 돌파하였습니다.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후 4주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박스오피스를 지키고 있는데요.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현재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7만 1,11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75만 4,40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그대가 조국> (NEW)▶ 5월 25일에 개봉한 <그대가 조국>은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0만 7,255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5만 7,52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그대가 조국>은 제 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영을 한 작품이며, 여러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승준' 감독이 감독을 맡았습니다.| 줄거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검찰공화국인가. 검찰의 칼날이 그대에게 향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사냥이 시작됐다. 검찰이 던진 좌표를 따라 언론은 몰려들고 소문은 꼬리를 문다. 분노한 대중 앞에 검찰은 칼을 휘두른다.저기 쫓기는 자는 누구인가. 그대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 씨네픽의 이번 주 102회 예측 이벤트는 5월 4주 차 박스오피스(순위) 예측입니다. 한 주동안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5월 4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 순위를 가장 많은 분들이 맞혀주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90%의 사람이 <범죄도시2>의 1위를 예측 성공하였는데요. 2위 역시 반 이상의 사람이 정답 예측에 성공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그대가 조국>의 3위를 맞춘 비율은 굉장히 적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9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배드 가이즈> (▼1)▶ <배드 가이즈> 역시 4주째 박스오피스에서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나이 불문하고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가 박스오피스 TOP5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만 3,53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9만 2,766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 (NEW)▶고전 명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모티브로 제작한 <몬스터 싱어: 매직 인 파리>가 5위를 차지하였는데요.
중독성 강한 OST와 '거대 벼룩'이라는 특별한 설정과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모험담을 담아
주말 동안 (5월 27일~5월 29일) 관객 수 1만 1,352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만 2,260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1910년 대홍수로 에펠탑마저 물에 잠긴 파리는 안개 낀 도시 곳곳에서 목격된 미스터리한 괴물로 떠들썩하다.
소문의 주인공은 바로 거대 벼룩 ‘프랑코’ 아름다운 목소리와 마음씨를 가졌지만 무서운 외모 때문에 쫓기던 그는
우연히 인기 가수 ‘루실’을 만나 가면을 쓴 가수로 데뷔한다. 그들의 환상적인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지만 ‘프랑코’를 수상히 여긴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친구들은 ‘프랑코’를 지키기 위해 비밀 작전을 세우는데!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1위는 27일에 개봉한 <Top Gun: Maverick>이 차지했습니다.
넷째 주 주말에는 총 두 작품이 새롭게 등장했는데요. 바로 1위의 <Top Gun: Maverick>, 3위의 <The Bob's Burgers Movie>입니다.
<Top Gun: Maverick>은 6월 22일에 국내 개봉 예정이고, <The Bob's Burgers Movie>는 아직 국내 개봉이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주말 동안(5월 27일~5월 29일) <Top Gun: Maverick>의 매출액은 $124,000,000 (한화 약 1,557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습니다. 총 누적 매출액 또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5월 27일 ~ 2022년 5월 29일)1. <탑건: 매버릭> 1억 2400만 달러 (누적 1억 2,400만 달러)2.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1,6400만 달러 (누적 3억 7,077만 달러)3. <밥스버거: 더 무비> 1,260만 달러 (누적 1,260만 달러)4. <다운튼 애비: 새로운 시대> 590만 달러 (누적 2,847만 달러)5. <배드 가이즈> 463만 달러 (누적 8,137만 달러)...씨네픽의 5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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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자기 멋대로, <로렌스 애니웨이>
<로렌스 애니웨이> Laurence Anyways, 2012 제작
캐나다 외 / 로맨스, 멜로 / 15세 이상 관람가 / 168분
감독: 자비에 돌란
정말 자기 멋대로, <로렌스 애니웨이>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로렌스는 생일을 맞이한 순간 연인, 프레드에게 앞으로 남자가 아닌 여자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프레드는 운명이라고 굳게 믿었던 짝의 고백에 혼란과 배신감을 느끼지만 이를 기꺼이 품기로 한다. 선언과 결정, 연인이 함께 또 따로 만드는 궤적에 늘 주요 꼭짓점으로 등장하는 두 가치는 로맨스 장르 영화에서 뼈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로렌스 애니웨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랑이란 긴 선을 온몸에 감은 채 이리저리 방황하며 예상된 지점에서 격렬하게 부딪혀 서로에게 상흔을 남기면서도 미소를 빼놓지 않는 구조가 영화 전반에 짙게 깔려있다. 하지만 자비에 돌란은 자기만의 내밀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사랑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첫인상은 동물원 앞 가게에서 파는 풍선들이었다. 사자와 원숭이 사이에 천사와 바지와 담배가 낀 거대한 풍선 한 묶음. 전혀 어울리지 않은데 어울리고, 직관적인데 낯설고, 이상한데 맥없이 좋은 그런 느낌. 나에게 로렌스의 이야기는 어떤 풍선이 먼저 팔리느냐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는 길에 놓여있었다. (묘한 미적 쾌감까지 전달하는 아이러니함은 독특함으로 변주되어 시각적‧청각적으로 쉴 틈 없이 휘몰아친다. 단순히 스토리 측면에 한정된 게 아니라 작품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영화 언어가 감각적으로 잘 융합된 결과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그만큼 로렌스와 프레드의 사랑은 변화무쌍하다. 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로렌스와 자신의 오색빛깔 날개를 고통스럽게 뜯어내는 프레드의 어리석고 애처로운 몸짓이 계속될 때마다 그들의 사랑은 끊임없이 모양을 바꾸며 요동친다. 상대의 손길에 쉽게 속살을 내보이지만, 결코 가볍게 자신을 소비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었던 말들을 솎아내지 않고 다 토해내면서 악착같이 끝을 향해 간다. 마치 미래를 알 수 없는 우리처럼 불안에 휩싸인 채 말이다. 어느 순간 로렌스는 사각형 틀에 갇힌 정형화된 인물에게서 벗어나 진짜 로렌스로 우리 앞에 선다. <로렌스 애니웨이>는 그가 유일한 나로서 자기 삶의 무대를 현실로 옮기는 그때, 비로소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져 버리는 흔한 사랑 이야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출처: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 스틸컷(네이버)
무엇보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은 벽에 걸린 그림이다.
내 마음대로, 정말 자기 멋대로 작품을 선택해 시간제한 없이 음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설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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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안녕, 혹시 나 기억해?"
얼마 전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받았다.
기억이 안 날 리가 없다. 우리는 쉬는 시간이면 매점도 함께 가고, 체육 시간이면 함께 배드민턴 짝꿍을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니까. 당시 우리는 둘 다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았던 탓에, 고등학교를 각자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그녀와 내가 친했던 기간은 딱 1년.
그리고 연락을 하지 않았던 그 이후의 시간은 20년.
나는 잃어버렸던 친구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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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초 앞, 1초 뒤, 2024>는 대만 영화 <마이 미씽 발렌타인, 2021>을 리메이크한 일본 작품으로, 다른 사람보다 1초 빠르게 살아가고 있는 하지메(오카다 마사키)와 남들보다 1초 느린 레이카(키요하라 카야)가 함께 보내게 되는 하루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남들과 속도가 다를 때
하지메(오카다 마사키)는 남들보다 빠른 템포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진을 찍히기 1초 전에 웃고, 달리기 출발 신호를 외치기 1초 전에 출발하며, 알람이 울리기 1초 전에 일어난다. 연애를 할 때에도 상당히 빠른 템포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 친구를 사랑한다며 라디오에 사연을 제보하기도 하고, 그녀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자 덜컥 돈을 빌려주려고까지 한다.
반면에 레이카(키요하라 카야)는 1초 느린 삶을 살고 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피사체가 움직이고 난 후에야 셔터를 누르고, 남들이 묻는 질문에 항상 조금씩 늦게 대답하며, 시험 문제지 뒷장은 풀지도 못한다.
하지메를 보면 왜 이렇게 급한가 싶고, 레이카를 보고 있자면 느려서 답답함이 올라온다. 모든 사람이 속도를 맞추면서 살아가지는 않는데도,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의 템포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가끔 그 속도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말이 정말 빠르다던가 혹은 행동이 정말 느리다던가.
물론 물리적인 속도 이외에 사회적인 템포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정상 속도라는 것이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 20살이 되면 대학을 가고, 20대 중반에는 취업을 하고,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뭐 그런 것들. 그런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다면 남들보다는 사회생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이 대만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런 사회적인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 마이 미씽 발렌타인
<1초 앞, 1초 뒤>는 상당히 로컬라이징이 잘 되어있다. 대만 원작 <마이 미씽 발렌타인>과의 차이점을 꼽자면 가장 먼저 주인공 남녀의 성별 반전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하나만으로도 두 가지 영화를 모두 볼만한 가치가 생긴다. 다른 영화들도 리메이크를 한다면 성별 반전을 해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원작에 없던 버스 기사와 동생 커플 캐릭터가 추가되었고, 썸을 타는 상대 캐릭터도 살짝 변형되었다. 개인적으로 <1초 앞, 1초 뒤>에서 가수 지망생으로 나온 사쿠라코(후쿠무로 리온)의 목소리와 노래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빠져들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잃어버린 하루가 발렌타인 데이였다는 설정이지만, <1초 앞, 1초 뒤>에서는 지역 축젯날로 바뀌었다. 영화의 배경은 '천년의 도시'라고 불리는 교토인데, 지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판타지 장르와도 더욱 어울리기도 한다. 전통이 깊은 도시의 지역 축젯날에는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
영화는 화자를 바꾸어서 동일한 이야기를 두 번 전개하는데, 화자의 시점에 따라 동일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 템포 빠른 하지메는 로맨틱한 하루를 보내지만, 한 템포 느린 레이카가 지켜본 하지메의 하루는 그냥 사기꾼에게 돈을 뜯기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1초 만에 지나버린 하지메의 하루와는 달리 레이카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게 되는데, 이 부분은 사실 원작보다는 살짝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추억을 찾아가는 아련한 느낌이 강했다면, <1초 앞, 1초 뒤>에서는 저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레이카의 고군분투가 조금은 소름 끼치게 느껴지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라는 점을 계속 상기하면서 봐야한다.
#3. 궤도 이탈자
개인적으로는 가출했던 하지메의 아버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하지메의 아버지는 레이카와 비슷하게 남들보다 느린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국수에 넣을 생강을 사러 간다고 나가서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다.
그는 자신의 속도로는 세상을 따라갈 수 없기에, 자신만의 템포로 살아가기 위해서 집을 떠났다고 고백한다. 앞에 언급했듯 이 영화는 사회적인 속도에 관한 이야기를 깔고 있는데, 그는 사회 궤도 밖으로 아예 벗어나 버리는 것을 선택한 사람을 의미한다.
정속으로 살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삶은 녹록치가 않다. 나는 가만히 있어도 다른 사람들은 저 앞에 나가 있고, 나는 이제야 마음먹었고 시작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은 수월하고 능숙하게 해내기만 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답답해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결국 궤도를 이탈하는 선택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이들에게 영화 <1초 앞, 1초 뒤>는 물리적인 하루를 선물한다.
만약 시간이 나를 위해 잠시 멈춰준다면, 다른 사람과 발을 맞춰서 갈 수 있을까?
#4. 잃어버린 인연을 다시 찾는다면
레이카는 멈춘 하루 동안 하지메를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간다. 함께 사진을 찍고, 못 봤던 얼굴을 실컷 마주보기도 한다.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 드는 부분이지만, 항상 그보다 두 발짝 느린 그녀는 그와 보내고 싶었던 시간을 마음껏 보내고 즐거운 얼굴이다.
하지메는 사라진 하루의 행방을 쫓다가 결국 그녀가 누군지 알아낸다. 그녀는 그를 잊은 적 없다. 어릴 적 자신을 살게 해주었던 친구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그가 일하는 우체국에 가서 매일 우표를 사서 자신을 잊은 그에게 편지를 부친다.
하지메는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도 빨랐고, 레이카는 약속을 잊기에도 너무 느릴 뿐이다. 하루를 잃어버린 대가로 하지메는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인연을 다시 찾게 된다. 하지메는 빠르게 레이카를 만날 수 있는 지점으로 전근하고, 사고를 당했던 레이카는 한발 늦게 우표를 사러 온다. 다른 속도로 살아가도 기억은 그 자리에 모두 남아있었고, 두 사람이 다시 만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을 잃어버린다. 시절 인연이라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내 속도로 잡아놓을 수는 없기 마련이다.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 인연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영화는 긍정적으로 대답한다. 결국 속도보다 마음과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5. 생강을 넣을까 말까
하지메는 엄마와 국수를 먹다가 아버지가 사러 나갔던 생강 이야기를 나눈다. 국수에는 생강을 넣으면 전체의 맛이 변해버린다고, 넣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하지메의 아버지는 멈춘 하루를 이용해 집에 들러서 아내의 손에 생강을 쥐여준다. 하지메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주겠다고 했기에, 레이카에게 100엔을 남긴다. 매우 늦었지만 나름 이전 가족들에게 남기는 마무리 인사다.
어떤 사소한 것들은 우리 삶 전체를 흔들어버리곤 한다.
생강, 깁스 위의 낙서, 그리고 사진 한 장처럼.
*본 리뷰는 씨네랩의 크리에이터 시사회에 참석하여 관람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