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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작가2022-10-05 13:04:50

잠이라는 도피처를 선택한 아이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체념증후군의 기록(Life overtakes me)] 리뷰

줄거리

일곱 살 소녀 다리아(다샤)는 여느 또래처럼 엘사를 좋아하고 자전거를 잘 타는 활동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지금은 5개월째, 침대에 누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다리아 가족의 망명 신청이 거부되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감상 포인트

1.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

2. 어른들의 갈등으로 인해 언제나 피해 입는 것은 아이들이다.

3. 체념 증후군에 빠진 아이들은 희망이 생기면 언제든 다시 깨어날 수 있다.

 

감상평

체념 증후군은 정신적 외상을 입고 극도의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아이들, 특히 난민 아이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병이다. 2003년부터 사례가 보고되었으니 비교적 역사가 짧은 질병이라 할 수 있겠다. 나타나는 증상은 똑같다. 점점 말수가 줄어들면서 누워만 있다가 먹는 양이 줄어든다. 그리곤 이내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당시엔 이런 소문들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속이는 거다, 아픈 척하는 것이다'

(중략)

모든 테스트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외부의 조작은 전혀 없었던 거죠.

정말로 아주 심각하게 아픈 아이들의 얘기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이를 순수함의 결정체로 보는 동시에 가장 악한 존재로 인식하기도 한다. 상처받고 아픈 아이들에게서 어른들은 꾀병일 것이라는 의심부터 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정말로 아팠다. 극도로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자기 자신을 방어하고자 완전한 잠의 세계로 빠져든 것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는다.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즉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죽음의 공포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들은 체념 증후군으로 잠들었다.



[체념 증후군의 기록]은 40분가량의 다큐멘터리다. 처음에는 흔한 우울 증세를 겪는 아이들인 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도 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통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아니다. 아이들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아픔을 잊고 있으니까. 현실의 아픔과 고통이 끝나면 아이들은 깨어날 것이다. 



아이들을 진찰할 때 부모님들께 말하죠.

아이의 상태 때문에 고통받는 건 부모님들이라고요.

아이는 아프지 않아요.

백설 공주처럼 가만히 누워있을 뿐이에요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끔찍해서 그런 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거죠.

아이는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다 깨어나면 다시 원래대로 활기차게 살 수 있어요.


체념 증후군에 걸린 아이들은 꿈을 꿀까? 꿈을 꾼다면 그 안에서는 행복할까? 혹여라도 그 아이들이 꿈속에서마저 고통받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제발 그 꿈에서라도 행복하길 비는 것만이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판의 미로]가 생각났다.



 

다큐멘터리는 체념 증후군을 겪는 세 아이의 가정을 보여준다. 각자 다른 이유로 쫓기듯 스웨덴에 도착했지만, 아이들이 잠들어 버렸다는 공통적인 결과를 얻었다.

난민 문제에 대해서 쉽사리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순한 해결책이라면 갑자기 강력한 마법사가 나타나 세계 평화를 이뤄준다는 허무맹랑한 방법 밖에는 없으니까. 그게 아니라면 인류가 완전히 멸종해버리고 지구가 폭발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21세기에도 고통 때문에 자신을 잠재워버린다는 병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어쩌면 눈에 보이는 바이러스만 막느라,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마음을 침투하는 것은 미처 몰랐던 것 같다. 

왜 문제는 어른들이 일으키는데 고통은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가. 

 

나는 고스란히 그 아픔을 물려주고도 뻔뻔하게 '미래는 너희가 책임지렴'하고 말할 수 없다. 내가 받기 싫은 고통은 남도 받기 싫다. 그리고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라고 해서 더 강하지 않다. 아이는 오히려 약하다. 더 약하기 때문에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줄거리에 소개했던 다리아의 가족은 다행히 스웨덴에 무사히 정착하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다리아는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예전처럼 활발하게 지낸다고 한다. 이렇듯 아이들은 가족에게서 희망의 기운을 느끼면 언제고 다시 일어날 준비가 되어있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다.


반면, 11개월째 체념 증후군을 앓고 있는 '레일라'의 가족은 여전히 망명 신청 중이고, 언제든 추방당할 수 있다. 암울한 현실에 이젠 레일라의 언니마저도 체념 증후군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웃는 다리아의 모습에 안심이 되는 한편, 레일라와 그 언니가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아픔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아픔을 물려주지 않을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



작성자 . 담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22289231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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