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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드레2022-11-11 17:13:07

고독으로 가득하지만 끊임없이 사랑이 피어오르는 곳.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뷰

델리아 오언스가 펴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11월 2일에 개봉했다. 원작 소설은 2019년에 출간되어 뉴욕타임스에서 18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달성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영화 곳곳에서 표현되는 습지 특유의 분위기와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표현이 인상적이다. 책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순간을 마주하며 가을의 시작을 여는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소개한다. 갑자기 벌어진 죽음은 체이스의 평판보다는 모두가 낯설어하면서도 모두가 경멸하는 습지의 소녀인 카야에게 시선이 쏠리게 했다. 정확한 증거는 없지만 전체적인 정황과 심증이 카야를 가르키고 있는 터라 고정된 시선과 편견으로 그를 바라보는 이들로 인해 카야는 용의자가 되어 좁고 습한 곳에 갇히게 된다.  체이스의 죽음에 카야가 관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소문이 늘 사실처럼 소문이 퍼지고 개개인이 휘말린다. 당사자가 되면 고통스러운 순간의 연속이지만 그와 관련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흔한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낯섦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보다 미지의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추측하는 것이 훨씬 쉬우니까. 그렇게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만 악순환은 끊기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습지와는 다르게 빛도 사라지고 생기도 사라진 모습으로 변모하고 쉽게 내뱉은 것들은 그 편안함과 달리 고독함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이 전해주는 따뜻함이 카야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사랑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금세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모든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적막한 고독으로 가득 찼다. 두려움뿐만 아니라 용기, 설렘을 동반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생소한 감정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여 포기할 만도 하지만 카야는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살아갈 방법을 체득한다. 그렇게 모두가 떠나간 공간 사이에 피어나는 한송이의 사랑을 발견한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과 글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보며 카야는 조금 더 성장해간다. 항상 함께할 것 같았던 타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떠나고 다시 그는 고독에 빠진다. 그를 온전히 그 자체로 바라봐주는 건 습지뿐이었다. 새가 둥지를 지키듯 습지도 카야를 지켜주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카야가 자연 그 자체로 스며들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이다. 카야의 마음이 타서 재가 되었던 것만큼의 상실은 아니었지만 사랑으로 인해 마음이 얼어붙는다는 건 다양한 감정이 다시 오므라들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듯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고 확신 없는 마음속에서 외롭지 않은 마음을 발견한다. 그것도 잠시 혼자 사는 것보다 두려움에 사는 게 더 무서워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사람들은 껍질 안에 생명이 있다는 것을 잊죠." 말처럼 유일한 카야의 세상은 카야 자신만이 알고 있었으니까. 습지에 갇힌 게 아니라 자연의 일부가 되어 카야는 습지 그 자체가 되었다. 자신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마야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카야의 전반적인 삶이 주로 사랑 이야기에 집중되다 보니 카야 내면의 이야기는 많이 가려져 좀 아쉬웠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원작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작성자 . 민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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