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10-30 16:41:51
씨네픽이 좋아하는 아-파트 아파트! 영화 모음 zip.
고전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아파트'가 주인공인 영화들

그렇습니다...
에디터도 '아파트'를 영원히 부르짖는 이 노래에 중독되고 말았습니다.
고전영화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아파트'가 주인공인 영화들을 고루 모았으니
노래와 함께 즐겨보아요!
플레이리스트 <이제 그만 들을 때 됐다아ㅏ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도
10월 31일 목요일 오후 12시! 씨네픽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업로드될 예정이니 놓치지 마세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The Apartment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Ruth & Alex

고양이들의 아파트
Cats' Apartment

하이-라이즈
High-Rise

콘크리트 유토피아
Concrete Utopia

집의 시간들
A Long Farewell

럭키, 아파트
Lucky, Apartment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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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하고도 강렬한 파란색이 가득한 영화
❣️[Cinelab Curation]❣️
지난번에 빨간색을 주제로 영화 큐레이션을 한 적 있었죠.
이번에는 파란색이 인상적이었던 작품을 가져와 봤습니다!
파란색은 고요하고 음울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어 감정 표현의 한 방법으로 많이 사용되죠. 또 반대로 평온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영화 속, 혹은 영화 포스터에서 많이 사용되는 컬러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여러분들이 사랑하는 파란색 영화는 무엇이 있나요?💙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그럼, 다음에는 또 어떤 색깔의 영화들을 가져와 볼까요?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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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듣지 못하는 사이, 살인범이 내 뒤에 와 있다면
<미드나이트>
감독 권오승
주연 진기주, 위하준, 박훈, 길해연, 김혜윤
청각장애를 가진 '경미'는 귀가하던 길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소정'을 목격하고, 그녀를 도와주려다 연쇄살인마 '도식'의 새로운 타겟이 된다. 살고 싶다는 의지로 미친듯이 도망치는 '경미' ,하지만 살인마의 발소리조차 들을 수 없고, '도식'은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나 경미를 위협하는데... 한밤중,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연쇄살인마와 그의 타겟이 된 '경미'의 멈출 수 없는 추격전! 극강의 음소거 추격 스릴러가 온다!
1. 감각에 의존하게 되는 스릴러 장르 속에서, 한 감각을 차단했을 때
흔히 '공포영화', '스릴러 영화'를 떠올릴 때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연상되는 그림들이 있다.
공포의 대상이 숨어 있다는 걸 모르고 함정에 빠지는 주인공, 범죄자 혹은 귀신 등에게 쫓기다 숨는 주인공, 공포의 대상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 두려움에 몸을 떠는 모습 같은 것들.
주인공에게 공포감을 주는 대상은 주인공의 눈앞에 있을 때가 아니라, 주인공의 눈앞에 없을 때 관객으로 하여금 공포와 스릴을 배로 느끼게 만든다. 이미 잡힌 뒤에 그가 주인공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극악무도한지보다, 주인공이 그를, 혹은 그가 주인공을 잡기까지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긴장감이 더 크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주인공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으로 대상을 찾아내고자 한다. 가령 상대의 체취, 다가오는 발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 나를 스쳐 지나간 듯한 기분.
그중에서도 가장 분명한 힌트를 줄 수 있는 것은 '소리'다. 발걸음 소리를 듣고 상대를 피하거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으므로. 그러나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은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다. 미드나이트의 주인공이자 타깃이 된 경미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뿐만이 아니다. 경미와 함께 살고 있는 경미의 어머니, 해연 또한 경미와 마찬가지로 장애를 앓고 있다. 경미와 해연은 수화나 문자 메시지, 메모 등 '눈에 보이는' 표현을 통해 소통한다. 목소리를 통해서는 제대로 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미와 해연은 오해를 부르기는 쉽고, 해명하기는 어려우며, 위기를 감지하기에는 더더욱 어려운 처지에 처해 있다. 이는 경미와 해연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2. 어떤 서사도 없는 살인범, 그저 '눈에 띄면 죽이는' 범죄자 캐릭터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속 등장하는 범죄자 캐릭터들에게는 '이유'가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그가 왜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지, 과거 어떤 트라우마나 사건이 있었는지, 어떤 문제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는 범죄자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행동을 납득할 수 있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잘못하면 그의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사연을 만들어주는' 흐름으로 가 버릴 위험이 높다.
그래서 <미드나이트>는 범죄자에게 서사를 일체 부여하지 않는다. 늦은 밤, 홀로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곤 하는 범죄자 도식(위하준)에게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는 어떤 이유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홀로 있는 여성을 보면 타깃으로 삼고, 흉기를 들고 나선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뒤 본인이 저지른 것이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인 척' 연기까지 한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게 된 과거의 서사는 없고, 그가 조작한 현재 상황에서의 '만들어진' 서사만 있다. 이 덕분에 우리는 살인범, 도식에게 공감이나 연민을 가지지 않고, 오로지 도식의 타깃이 된 경미와 이미 납치된 채 차 안에 있는 소정(김혜윤)의 안위에만 집중하게 된다.
도식의 타깃은 나이 불문, 오로지 '눈에 띈 사람'이다. 성별도 한 성별로 제한되어 있지 않다. 영화 내 첫 타깃으로 등장하는 여성은 도식이 내는 소리를 듣고 도와주러 왔다가 차 안에 납치되어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 그 순간 도식에게 붙잡혀 그대로 차 안으로 납치된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여성과 남성은 모두 사망해 공원에 남겨져 있었을 뿐이다. 도식이 조작한 '만들어진' 상황의 말판처럼.
이후 도식의 다음 타깃으로 잡히는 건 경미의 어머니, 해연이다. 경미가 차를 주차해두고 오겠다고 해연을 두고 사라진 사이, 도식은 홀로 걸어가고 있는 해연의 뒤를 쫓는다. 해연이 도식의 발걸음 소리를 듣지 못하고 태평하게 걸어가는 사이, 도식은 해연을 타깃으로 삼고 흉기를 꺼내든다.
그러나 해연을 납치하기 직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소정의 목소리에 도식은 고개를 돌린다. 그 순간,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해연 대신, 이어폰을 끼고 있는, 전화하며 목소리를 낸 소정이 타깃으로 대체된다. 같은 여성이지만 반대편 길로 향하는 두 캐릭터를 사이에 두고, 도식은 발걸음을 돌린다.
<미드나이트>의 두 인물의 운명은 이렇게 엇갈린다. 더 눈에 띄었기 때문에, 소정은 두 번째 타깃이 된다.
3. 운명이 바뀌는 또 다른 순간, 여성 캐릭터 간의 연대
그러나 소정은 그대로 목숨을 잃지 않는다. 소정은 살아남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움직인다. 그리고 이는 해연을 데리러 가던 경미가 멈춰서게 만든다. 소정이 던진 흰 구두가, 걸어가던 경미의 앞에 떨어진 것. 경미는 구두가 던져진 쪽을 바라본다. 어둠 속, 누가 있는지도 모르는 골목길. 이때 도식은 골목길 옆에 주차된 차 안에서 경미를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경고하듯 중얼거린다. 그 구두를 건드리면, 너도 죽을 거라고.
하지만 경미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구두를 주워들고, 소정에게로 다가선다.
해연 대신 소정이 타깃이 된 순간 두 여성의 운명이 엇갈렸다면, 이제 소정의 구두를 주워든 순간 경미와 소정은 '도식의 타깃'이라는, 같은 운명의 길로 향하게 된 셈이다.
그리고 경미까지도 납치하려는 도식을 피해, 경미는 빠르게 달아나기 시작한다. 아직 골목길 어귀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해연이 도식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해연이 있는 곳을 피해 반대편으로 도망친다. 골목을 지나, 건물로 들어가 지하주차장 구석에 숨기까지. 뒤늦게 경미를 바짝 쫓아온 도식이 주차장으로 들어섰을 때, 경미는 이미 구석으로 숨은 뒤다. 경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도식이 다른 곳으로 향하려던 순간, 구석에서 무언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경미가 비상구 문을 열기 위해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경미는 잠금장치를 여는 사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 때문에 도식이 경미가 있는 곳을 알아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더 빠르게 잠금장치를 돌려댄다. 경미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므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의 스릴과 공포감은 배가 된다.
그리고 경미가 도식이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 비상구의 문이 열린다.
이렇게 도식이 경미를 추격하는 사이, 이미 타깃이 된 채로 차 안에 납치되어 있던 소정은 도식의 시야 밖에 벗어난 채 있다. 다시 말해, 경미가 살아남기 위해 시간을 버는 동안, 소정 또한 살아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4. '말하지 못한' 진실, '듣지 못한' 이야기, '보지 못한' 얼굴
경미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경찰서로 간다. 그러나 경미는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 이 때문에 완전히 다른 차림으로 멀끔하게 나타나 얼굴을 비춘 도식을 동일인으로 알아보지 못한다. 경미는 도식을 자신이 보았던 여성의 오빠로 착각하고, 경찰서에 가서도 자신이 봤던 범인의 옷차림만 진술하는 데 성공할 뿐, 도식이 범인이라고 지목하지는 못한다.
그 사이 진술서를 작성하던 경미와 떨어져 앉아 있던 해연은 경미가 '보지 못한' 얼굴을 본다. 도식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이 두 개라는 것과, 두 번째 핸드폰의 배경화면이 피해자 여성의 얼굴이라는 사실을. 해연이 소정의 얼굴을 본 뒤 경찰서에 나타난 소정의 오빠, 종탁은 해연이 본 얼굴과 같은 얼굴을 보여주며 이 얼굴을 본 적이 있냐고 묻는다. 두 얼굴이 일치한다는 걸 알아챈 해연이 나서려는 순간, 도식은 경미에게 보이지 않도록 교묘하게 해연을 가린 채 해연에게만, 경미가 '보지 못한' 살인범의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해연이 나서면 경미가 죽게 될 것이라고 협박한다.
해연은 경미를 걱정해 결국 두 사람이 동일인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종탁과 도식이 엇갈리게 만들지는 않는다. 갑자기 집 앞에서 실종된 소정을 찾아다니다 경찰서까지 온 종탁은 취객을 내보내기 위해 경찰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도식과 싸우게 된다. 흉기를 들고 종탁을 공격하는 도식을 피해 나온 해연과 경미는 경찰관들을 경찰서 안으로 무작정 들여보내지만, 그곳에서 경찰관들이 이야기를 듣지 못한 채 본 광경은, 칼을 든 종탁 아래 깔려 있는 도식의 모습이다.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경찰들은 그 일촉즉발의 순간, 엇갈린 선택을 한다.
경미와 해연이 진실을 말하지 못한 채 바깥에서 기다리는 사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경찰관들은 종탁을 제압한 뒤 도식을 풀어주고 만다.
이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사건은 다시 시작된다.
소정은 여전히 차에 갇혀 있고, 도식은 풀려났다. 경미와 해연은 이미 도식의 눈에 띄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도식을 다시 붙잡아야 한다. 소정이 희생되기 전에.
5. <미드나이트>가 보여주는 엇갈린 관계, 그 속에서 찾아오는 긴장감
영화 <미드나이트>는 여러 인물들을 두고 여러 관계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물들의 선택에 따라 서로 엇갈리는 운명을 보여주며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이야기를 부여한다. 소정의 등장으로 해연은 타깃이 되지 않았고, 경미의 등장으로 소정은 희생되지 않았다. 종탁의 등장으로 경미와 해연은 경찰서에서 탈출할 수 있었으나, 도식과 경미가 대치하고 있던 순간 경미가 아니라 소정을 찾으러 가는 쪽을 선택한 종탁 때문에 경미는 다시 위기에 처한다.
도식에게서 도망치고 있던 경미의 눈 앞에 차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소정이 발견되고, 경미와 소정은 함께 숨어 도식에게서 살아남기를 기도한다. 경미가 대신 시선을 끌고 멀리 도망쳤기 때문에 소정은 살아남아 신고하는 데에 성공하고, 살아남은 소정이 경미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 덕에 경미와 도식이 대치하던 순간, 가까스로 종탁이 경미를 발견해 위기에서 구해준다.
공포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는, 특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긴장감을 이어나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억지스러운 전개는 몰입감을 잃게 만들기 쉽고, 주인공이 너무 영웅처럼 등장해도 납득이 되지 않아 긴장감을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미드나이트>는 사람들과 쉽게 소통할 수 없는 위치에 처해 있는 주인공, 경미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악용하는 범죄자, 도식이 어떻게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동안 긴장감을 잃지 않고 여러 상사건들을 배치해 준다. 이 사이에서 모든 상황들이 억지스럽거나 갑작스럽지 않다는 점, 인물들의 선택이 납득이 된다는 점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몰입을 깨지 않고 도식의 최후를 보도록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경미는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역이용한다.
말할 수 없고, 듣지 못하는 사이,
살인범은 내가 걷던 골목으로, 내가 사는 집으로, 그리고 내 뒤로 성큼 다가와 칼을 들이민다.
과연 당신이라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긴장감 있는 전개, 속도감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오늘 밤 <미드나이트>를 추천한다.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완벽하게 사로잡혀 있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 순식간에 타깃이 되어, 늘 지나다니던 골목을 내달려야 했던 경미의 시간을 쫓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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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남주
허광환전엔 금성무였고, 티모시 샬라메 전엔 디카프리오였다 ⭐️ 나이가 들어도 멋있는 그시절 남주들. 제방에는 아직도 타락천사 금성무 포스터가 붙어있답니다. 마음한켠에 자리한 남주들이 있으신가요? 댓글로 공유해주세요. 눈호강 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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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
올드보이는 한국에서 성인이 되기 전에 볼 수 없는 영화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 어쩌다 처음 보고 후유증이 정말 오래갔던 영화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이 다 그렇듯이 올드보이를 이번에 다시 봤을 때도 역시 영화가 지루할 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대해 찾아보니 기생충 이전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였다고 한다. 또한 감독 본인의 언급에 따르면 젊은 시절 지금과는 다른 강한 에너지로 만들 수 있었던 영화라고 하는데,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이 생기는 영화이기도 하다. 자극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모두에게 당장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이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는 2003년에 대한민국에서 개봉했는데, 여러 영화 평론가들은 이 시기를 한국 영화의 황금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도 2003년 개봉작으로 알고 있는데, 그 영화 역시 올드보이 못지않게 재밌고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화에 기반해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많이 들어갔다고 느껴지는 살인의 추억과는 달리, 올드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주제를 품은 독특한 분위기 속에 관객이 들어가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이 영화는 2022년 현재의 사회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극찬받을 수 없는 내용일 것 같은데, 이 영화에는 자극적인 주제를 마주한 관객의 불편함을 잊게 만들고 분노보다는 연민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 최근에 3번이나 감상했던 헤어질 결심 역시 불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해당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불편함을 잊게 만드는 스토리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출처: 유튜브 영화
보통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 씨'를 묶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올드보이는 작중 대사처럼 '모래알이든 바윗덩어리든 물에 가라앉기는 마찬가지'에서 시작되는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영화와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영화의 줄거리를 반전을 제외하고 간단히 설명하면 주인공 오대수는 정체불명의 사람에 의해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감금되고, 풀려난 뒤 자신을 가둔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한 여정 속에서 미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국 자신을 가둔 범인인 이우진과 대면하게 된 오대수는 이 모든 여정이 자신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의 과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모든 일이 학창 시절 자신의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사죄의 의미로 자신의 혀를 자르게 된다. 복수를 끝마친 이우진은 마지막 복수의 대상인 자기 자신을 죽이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 살아갈 수 없던 오대수는 최면술사에게 자신의 기억을 지워줄 것을 부탁한 뒤 미도와 포옹하며 영화가 끝나게 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오대수의 복수가 아닌 이우진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지만, 최후반까지 관객들이 오대수의 복수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만듦으로써 반전의 충격을 배로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지 않아도 이 영화는 후반부 이우진의 대사를 통해 영화 속 복선들을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대한 어려움 없이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한데, 개인적으로 나는 오대수가 기억을 완전히 잊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극복하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장면 오대수의 눈물 맺힌 웃음을 보면 사설 감옥 속 액자에 쓰여있던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라는 글귀가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출처: 유튜브 영화
모든 장면과 대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대사들이 있다. 오대수가 풀려난 뒤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남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하는 사람인데,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놈이어도 살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를 후반부 오대수가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데, 근친상간이라는 주제를 보았을 때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하며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주제의식 중 하나가 담긴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오대수가 자신을 사설 감옥에 가둘 만한 사람을 찾기 위해 독방 안에서 써 내려가는 '악행의 자서전'이다. 15년의 감금 동안 오대수는 자서전에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사람들의 목록과 그들을 향한 자신의 악행을 경중과 상관없이 모두 적어 넣는다. 위에서 언급했던 모래알과 바윗덩어리의 얘기와 함께 생각해봤을 때, 과연 나의 악행의 자서전은 몇 페이지 분량이 나올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사는 역시 '누나하고 난, 다 알면서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이다. 그 이유는 이 대사가 오대수와 관객들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혐오나 분노보다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대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온 세상 사람에게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아닌 이 영화 속 사건을 내가 겪게 된다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출처: 유튜브 영화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져 노트북을 켜게 된다. 이 영화는 유튜브 영화에서 구매했는데 확실히 유튜브 하나로 예전의 좋은 영화들을 구매해 볼 수 있다는 것은 편하고 좋은 것 같다. 2003년에 성인이었다면 영화관에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다들 올드보이 보시길.
복수심은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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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을 전설로 내버려둬야 하는 이유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9년, 대학 교수 정년 퇴임을 앞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이 전설적인 모험가는 아들을 잃고 아내와 이별한 채 쓸쓸한 노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교수였던 '바질 쇼'(토비 존스)의 딸이자 자기 대녀인 ‘헬레나’(피비 윌러-브리지)가 존스 앞에 나타난다.
불쑥 찾아와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에 대해 캐묻는 헬레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던 존스. 심지어 나치 출신 물리학자이자 오랜 숙적 '위르겐 폴러'(매즈 미켈슨)의 부하들까지 자기와 헬레나를 습격하자 그는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챈다. 이에 인디아나 존스는 마침내 중절모와 채찍을 챙겨 들고 새로운 모험에 뛰어든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4편 이후 15년 만의 속편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이하 <인디아나 존스 5>). 그간 시리즈를 책임진 스티븐 스필버그 대신 제임스 맨골드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해리슨 포드가 인디아나 존스 역으로 복귀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는 공식이 있다. 귀중한 유물을 쫓는 액션으로 가득한 오프닝 시퀀스가 끝나면 카메라는 일상에 복귀한 존스를 비춘다. 그는 이내 새로운 유물을 쫓아 집을 나서지만, 고난으로 가득한 모험 끝에 악역에게 유물을 내준다. 하지만 유물에 깃든 신비한 힘 덕분에 존스는 언제나 해피 엔딩을 맛본다.
시리즈의 최종장을 장식하는 <인디아나 존스 5> 역시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발전한 기술력 덕분에 비주얼은 화려해졌지만 내용은 예전 시리즈와 비슷하다. 이는 할리우드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최신 기술로 과거의 프랜차이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획이 유행이기 때문.
익숙한 이야기로 향수를 자극하는 기획은 사실 양날의 검이다. <탑건: 메버릭>처럼 올드팬과 새로운 관객을 모두 사로잡을 수도 있지만,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처럼 모두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인디아나 존스 5>는 후자다. 디즈니 & 루카스필름 조합의 선배인 <스타워즈>의 전철을 따라간다.
과거에 사로잡힌 고고학자의 은퇴
과거의 전설을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왔기 때문일까? <인디아나 존스 5>는 유달리 과거에 대한 고찰로 가득하다. 영화의 핵심 소재인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만 해도 그렇다. 존스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은 시간의 틈을 발견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물건이다.
인디아나 존스의 시선도 과거에 고정돼 있다. 영화의 시점은 1969년이다. 온 세상이 달 착륙에 대해 떠들고, 도심에서는 우주 비행사 퍼레이드가 열린다. 하지만 존스는 고고학자답게 과거만 들여다본다. 그는 강의에서 달착륙 대신 아르키메데스가 시라쿠사를 공격하는 로마군을 격퇴한 방법을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는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사이가 안 좋아진 아들은 다툼 끝에 군에 입대했고,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했다. 이 때문에 존스는 아내 마리온과도 갈라섰다. 그래서 그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아들에게 입대하지 말라고 간청하고,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싶으니까.
제임스 맨골드는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를 떠나보내고, 인간 인디아나 존스의 이야기를 살리기로 결정한 듯 보인다. <로건> 속 울버린의 은퇴와 비슷하다. 히어로의 소명을 다하고 로건으로서 퇴장한 울버린처럼 인디아나 존스도 마무리를 준비한다.
그는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을 지켜내며 고고학자로서 소임을 다한다. 마지막 모험을 통해 학자로서의 꿈도 이룬다. 시라쿠사 공방전이 한창이던 역사의 현장에 들어가 아르키메데스를 직접 만난다. 이처럼 고고학자로서 후회 없는 경험까지 한 후,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마리온과 재결합하며 비로소 개인적인 회한을 떨쳐낸다. 스스로를 과거에 묻어 두었던 전설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명예롭지 못한 퇴장
그런데 이상하다. 감동적이어야 할 인디아나 존스의 은퇴는 큰 감흥이 없다. 2시간 34분에 달하는 러닝타임도 마냥 지겹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각본의 문제다. '과거'라는 주제는 잘 잡았지만, 정작 그 주제를 살려줄 만한 이야기나 구도를 짜는 데는 실패했다
캐릭터들의 관계만 봐도 각본의 실패를 눈치챌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존스와 악역, 존스와 동료 간의 케미스트리가 유달리 안 느껴진다. 마지막 악역인 폴러는 나치 출신 과학자다. 그는 히틀러의 실책 때문에 나치가 패망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로 시간을 되돌려 히틀러를 암살하고, 나치 독일에게 승전보를 안기려 한다.
그런데 폴러와 존스의 대립은 대두되지 않는다. 그들이 본질적으로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거로 돌아가 개인적인 실패를 만회하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를 적대시할 이유나 동기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자연히 과거로 가는 시간의 틈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도 크지 않다. 대신 영화는 나치 대 미국인이라는 익숙한 구도를 답습한다. 그 결과 존스의 마지막 모험은 긴장감이 부족하다.
존스와 헬레나의 호흡도 미묘하다. 그녀는 존스와 대립하는 반동인물이다. 유물 암거래상답게 고대 유물을 박물관이 보존해야 한다는 존스의 신념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존스의 후계자 비슷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존스의 대녀일 뿐만 아니라, 평생을 고고학에 매진한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아르키메데스의 다이얼'을 찾아 나섰다. 즉, 그녀는 존스와 함께 모험을 하면서 서서히 그를 닮아가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헬레나의 캐릭터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그녀의 다양한 사연은 착실히 제시되나, 그들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한다. 그래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헬레나라는 캐릭터는 돌변한다. 존스의 동료였다가, 대녀였다가, 암거래상이다. 긴 시간을 함께 붙어 있어도 존스와 헬레나 사이에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결국 존스의 마지막 모험은 악역과의 혈투도, 낭만적인 은퇴도 아닌 채로 유야무야된다.
어드벤처 영화의 전설, 평범해지다
영화의 또 다른 핵심인 액션도 어설프다. 어드벤처 장르의 전설이자 효시인 <인디아나 존스>의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는 40년 전에 스필버그가 맡은 이전 시리즈보다 발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나의 시퀀스 안에서도 리듬이 뚝뚝 끊기며, 고도의 기술력을 활용한 색다른 볼거리도 찾아보기 어렵다.
아폴로 11 기념 퍼레이드를 배경으로 펼치는 추격전이 대표적이다. 폴러의 부하를 피해 도망치는 존스. 그는 말을 타고 거리를 질주하다가 뉴욕 지하철 역에서 기차까지 맞닥뜨린다. 이 시퀀스는 분명 놀라운 시각적 경험이다. 하지만 장면과 장면 사이에 어설픈 유머가 끼어들며 자주 끊어지다 보니 박진감은 떨어진다. 또 말을 탄 채 오토바이와 자동차보다도 빨리 달려 그 좁은 도로에서 도망치는 상황의 맥락도 어색하다.
액션 하나하나의 시퀀스도 다소 길다. 오프닝 장면만 보더라도 기차 추격전이 끝날 법한 타이밍에 액션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욕심도 과하다. 액션 시퀀스 하나하나가 긴데, 숫자도 적지 않다. 그 결과 영화는 여러 시퀀스가 얇은 줄거리에 의지해 겨우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팬서비스는 확실했다
<인디아나 존스 5>는 이 모든 단점을 팬 서비스로 무마하려 한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중절모와 채찍을 여러 번 카메라에 담는다. 처음에는 반갑다. 마치 잭 스패로우의 해적 모자나 스카이워커의 광선검을 보는 듯하다. 이전 시리즈의 소소한 재미도 살아있다. 동굴 벽에 가득 붙어 있는 벌레를 본 주인공들이 비명을 지리는 장면처럼.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 즈음에는 그들도 더 이상 반갑지 않다. 부실한 내용물을 감추기 위해 중절모와 채찍, 그리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 의지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전 영화에 대한 향수와 팬심을 남용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설령 고전 영화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팬서비스에 치중했다 하더라도 효과적이지는 않다. 최신 영화 못지 않은 비주얼 때문에 실망과 괴리감은 커진다.
다만 <인디아나 존스 5>의 의의는 확실하다. 해리슨 포드의 인디아나 존스를 마지막으로 만날 기회니까. 또 떠나야 할 타이밍에 품격 있는 작별 인사를 남길 수 있으니 다행이다. 실제로 그는 세월이 깃든 얼굴로 최고의 인디아나 존스를 보여준다. 칸 영화제가 그에게 공로상을 안겨 준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Poor 형편없음
전설은 잠들어 있을 때 비로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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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보다 나은'이 아닌, '나보다 나은 나'를 꿈꾸며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베러맨> 언론 배급 시사회에 참석하였습니다 :)
<베러맨>은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로, 목소리 연기에 로비 윌리엄스 본인이 참여하였으며, 스스로를 침팬지라고 언급했던 그의 말에서 영감을 받아 주인공 인물이 모션 연기를 통해 침팬지로서 표현되는 것이 특징이다. 한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인물의 성장이 중점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인물이 마주하게 되는 사건에 대한 내면 갈등과 자아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재능은 타고나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도 불구하고 로비는 어린 시절부터 끼를 주체하지 못하며 무대에 오르고 급기야 팝밴드 오디션에 합격해 보이밴드그룹 활동을 시작하고, 큰 명성과 인기를 얻게 된다. 그러나 명성 속에서도 사회에 나가서도 끝나지 않는 비교와 경쟁은 로비를 낙담하게 하고, 팀에서 나와 솔로 활동으로 다시금 도약해보려 하지만, 외부의 수많은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내면에 들어선 불안과 두려움은 점점 커져 그를 압박해온다.
앞서 로비 윌리엄스가 스스로를 침팬지라고 언급했던 바를 그대로 캐릭터로 활용한 것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 영화는 사건 자체나 그를 둘러싼 어떠한 것, 인물의 행위와 업적에 주목하기보다 영화 속 대중들이 보지 못하는 그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에 집중한다. 영화 속 대중들은 알지 못하는 로비의 내면을 <베러맨>이라는 영화를 보고 있는 대중은 알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 관객은 로비의 주변 인물처럼 마치 로비와 친밀한 관계에 놓여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인공 로비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모습은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을 떠오르게 한다. 자크 라캉이 제시한 ‘거울 단계’란, 아이가 거울을 보고 처음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자아를 형성하게 되는 시기로, 거울을 처음 본 아이가 외부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경험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아이가 거울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것처럼 로비는 대중을 비롯해 사회적 자신을 평가하는 사람들을 거울 삼아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찰스 호튼 쿨리가 거울자아 이론을 통해 자아는 사회 속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며 타인이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을 거울로 여기고 그에 따라 형성된다고 설명했던 것처럼, 로비 또한 내면 자아를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들, 특히 대중과 연예계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형성하고, 대중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과 반응을 거울로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거울 단계는 자아 인식 뿐만 아니라 자아를 형성하는 시기로서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유년 시절 로비가 가장 큰 영향력을 받았던 아버지는 재능은 선천적이어야 한다며 로비의 재능과 가치를 제대로 봐주지 않고 심지어는 자신의 꿈을 위해 로비의 곁을 떠난다. 이에 로비는 스스로를 타고난 재능이 없는 아이로, 의기소침한 아이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어야만 한다는 말에 낙담하는 것도 잠시, 로비는 거리에서 몰래 버스킹을 하고, 팝 밴드의 막내로 들어가기까지 한다. 유명세를 누리게 된 로비는 점점 대중에 시선을 의식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들을 가지게 되는데, 대중의 열광과 호응은 그에게 계속해서 불씨를 던지고, 그는 명성과 인기, 부라는 불 속에 점점 타오른다.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던 유명 밴드로서의 삶은 멤버, 그리고 회사와의 갈등으로 인해 마침표를 찍게 되고, 그는 솔로 복귀를 통해 다시 스타의 덤에 오르지만 그의 내면은 점점 자기혐오와 상처, 불안으로 검게 타들어가 그를 조여온다.
대중 앞에 선 로비가 극심한 환각을 겪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그의 앞에 나타난 건 영화 속 로비의 얼굴과 동일한 얼굴을 하고 서로 다른 차림을 한 침팬지들로, 로비의 페르소나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여러 자아들이다. 특히 그들이 로비에게 두려움을 주는 존재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여러 자아 사이에서도 그의 불안정하게 왜곡된 자아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타자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자각하고, 자신을 규정하고 평가하던 그는, 어느새 이상향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타인의 평가에 의존해 자기 자신을 왜곡하며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 넣게 된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로비를 짓누르고 존재는 대중이 아닌 결핍된 자신의 자아, 왜곡 시킨 자기 자신이 된 것이다. 이렇게 로비의 불안정한 자아 인식은, 영화의 후반부 로비가 깨진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는 장면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는데, 여기서 깨진 거울은 여기저기 금이 가 로비의 모습을 왜곡하여 보여주는 존재로, 깨진 거울을 보고 있는 그는 자신의 진실된 본연의 모습은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며 로비 윌리엄스가 아버지와 즐겨 불렀던 노래인 ‘My way’ 가 여러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른 'My way'의 가사처럼 사회적 기대나 규범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그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의 중요성의 이용이 증가하며 타자의 반응에 따라 왜곡된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더욱 쉬워지고, 이상적인 자아의 기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자신이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여겨 스스로를 비난하고, 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그러나 제목이 ‘Perfect man’이라던가 ‘The best man’이 아닌, ‘더 나은’이라는 뜻을 가진 ‘better’을 사용한 만큼, 잠시 평가에 대한 욕심과 기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단지 오늘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의 나를 꿈꾸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다독이며 전진해 보는 건 어떨까? 걸어가는 그 길이 설령 가시밭길 같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을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언젠가 우리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저마다 지나온 시간 속 각자만의 길이 새겨져 있을 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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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팬들에게 준 선물들 정리! (이스터에그)
안녕하세요 마블쟁입니다!!
드디어 스포가 있는 자세한 리뷰 영상입니다!
영화 속에 들어있던 수많은 이스터에그들 중,
이번 영화의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해도 될 캡틴과 아이언맨의 떡밥 및 이스터에그 들을 자세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영상 재미있게 봐주세요~
2018. 04. 27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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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주 최신개봉영화(특송, 하우스 오브 구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청춘적니, 클리포드 더 빅 레드 독)
[WEEKEND CHOICE MOVIE] 2022년 1월 2주차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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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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