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11-22 15:25:13
봐서는 안될 욕심을 눈에 담다.
영화 <올빼미> 리뷰
기가 막히는 코믹 연기로 늘 웃음을 주었던 유해진 배우가 '왕'이 되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특히 유해진 배우의 인터뷰 중에 첫 등장부터 웃으면 어쩌나 라는 말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기존의 친숙한 이미지와 왕의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아 이질감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기대되는 가운데, 좋은 기회를 얻어 미리 시사회를 볼 수 있었다. 소현 세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영화 ‘올빼미는 11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뛰어난 침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경수, 그는 동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형익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아 어의가 되어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궁에 들어가며 꽤 오랜 시간 동안 동생과 떨어져야 했던 경수는 그럼에도 동생의 약값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매사에 입조심을 해야 하는 궁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반면 8년 동안 청나라에 갇혀있던 소현세자가 돌아오며 굴욕적인 역사를 마주한다. 아들이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인조의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되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올곧은 시선과 알 수 없는 시선이 교차하지만 좁혀지지 않는다. 조선의 존폐보다는 그때의 치욕이 앞서는 모습이 그가 가지고 있는 욕망의 형태를 비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권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인조는 변화라는 낯선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선의 존폐가 달린 문제에 서로 다른 욕망이 비치며 갈등이 극대화된다. 한편 보이지 않는 탓에 소리에 집중되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밤이 되며 스산한 분위기로 변한다. 그날 밤, 보지 말아야 할 핏빛 욕망을 눈에 담게 되며 그의 운명 또한 많은 변화를 맞이 한다.

욕심에 눈이 먼 자, 진실에 눈을 뜬 자의 영화의 갈래가 나뉘기 시작한다. 살기 위해 진실을 감출 것인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 것을 말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저울질이 시작된다. "안 보는 게 좋다고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더 눈을 크게 뜨고 살아야지."라는 말과 자신을 믿어주던 두 눈이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 선명함에 온 힘을 다하여 진실을 지키지만 자신의 지키려 했던 진실이 권력의 힘에 짓눌린 모습을 마주한다. 무모함을 이길 정도로 그가 믿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모습보다는 권력에 눈이 먼 한 왕의 탐욕적인 모습을 그려 기존의 왕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왕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끊임없이 손에 쥐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이용하면서도 내내 불안한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다만 근엄함과 중후함은 사라진 열등감과 욕망으로 점철된 광기 어린 왕만이 남아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에도 사실에 픽션을 가미한 미스터리 스릴러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펼쳐 그 단점을 감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틈 없는 연기가 영화에 잘 녹아들었기에 극의 몰입을 높였다. 특히 경수와 소현세자가 어둠 속에서 눈을 마주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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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의 사랑’을 ‘보편의 사랑’이라 말하지 말 것
7★/10★
울리히 슈미트가 쓴《동물들의 비밀신호》에는 ‘코끼리 떨림’이라는 말이 나온다. 코끼리를 사냥하기 전, 사냥꾼들의 몸이 덜덜 떨리는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코끼리를 향한 공포, 경외, 정복욕 등을 포괄하는 신비한 경험을 일컫는 단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끼리 떨림에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동물학자들은 코끼리가 우거진 수풀을 거뜬히 통과하는 강력한 음파로 최대 10킬로미터 떨어진 무리와도 소통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코끼리가 뿜어내는 음파가 인간의 가청한계에 미치지 못하는 13~24헤르츠였기에 코끼리 사냥꾼이 소리를 듣지 못하고 떨림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캐롤〉을 다시 보며 《동물들의 비밀신호》가 떠오른 이유가 있다. 〈캐롤〉은 이성애가 규범인 세상에서 위태로운 사랑을 이어가는 두 여성 퀴어의 이야기다. 퀴어와 동물은 남들이 모르는 자신들만의 소통 방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코끼리 떨림은 코끼리들의 정교한 의사소통이지만 이를 제대로 들을 수 없는 인간에게는 공포심을 남긴다. 퀴어도 마찬가지다. 남들 눈에 띄지 않게 가능한 조심스레 진행되는 퀴어들의 정교한 의사소통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남긴다. 두 공포심 모두 코끼리의 언어와 퀴어의 정교하고도 비밀스러운 의사소통을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능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코끼리와 퀴어를 비난한다. 왜 자신에게 불쾌한 공포감을 심어주느냐는 불만이다. 이들의 선택지에 타자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없다. 그들이 가장 힘 있는 존재이고, 모두가 그들의 말을 알아서 해석해주기에 타자의 언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캐롤〉을 비롯한 웰메이드 퀴어 영화가 곧잘 마주하는 평이 있다. ‘퀴어의 사랑은 외피일 뿐, 이 영화는 보편의 사랑을 말한다’라는 평 말이다. 이런 유의 평가는 종종 ‘이 영화는 퀴어 영화가 아니다’라는 말로도 이어진다. 분명 ‘칭찬’이다. '특수한 소재'를 잘 파고들어 '보편적 메시지'를 전했다는 긍정적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특정 소재에 천착한 영화가 ‘보편적 울림’을 준다고 느껴 감동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늘 세심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특수’한 자들이 보내는 ‘비밀신호’가 제대로 독해되기도 전에 ‘보편’을 운운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보편이 특수를 삼켜버리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캐롤〉이 개봉했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레즈비언 로맨스라는 소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두 주인공이 나누는 사랑 자체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감상하자는 유의 주장이었다. 퀴어가 주변부에 자리하는 사회에서 이런 주장은 대개 영화의 퀴어적 성격을 재빠르게 삭제하는 효과를 야기한다. 레즈비언 로맨스여야만 가능한 장면과 감정이 있는데 이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대신 ‘위대한 사랑’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캐롤〉을 다시 보며 두 주인공 캐롤과 테레즈가 퀴어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주목했다. 쇼핑할 때면 긴장하는 귀부인 캐롤(쇼핑하며 긴장하는 귀부인이라니 얼마나 ‘이상’한가!), 책을 ‘과하게’ 많이 보는 테레즈, 결혼한 여성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누군가의 ‘처’라고 부르는 걸 견디지 못하는/본인이 좋다는데 여자가 담배 피우는 게 뭐가 어떠냐는 캐롤(이 말이 얼마나 당대 윤리 규범에 비추어 얼마나 ‘이상’한지 생각해보라!), 벨리벳이라는 체코풍의 ‘특이한’ 성을 쓰는 테레즈와 이를 마음에 들어 하는 캐롤, ‘당신은 못할 짓이 없는 여자야’라는 캐롤 남편의 말(즉 캐롤이 ‘위험한’ 여자라는 말), 이성애 가족의 가치를 행복하게 묘사하는 라디오를 꺼버리는 캐롤, 레코드숍에서 캐롤을 위한 선물을 고르는 테레즈를 노골적으로 응시하는 레즈비언 커플, 린치 당한 후 나무에 매달린 흑인을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이라고 은유한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앨범을 캐롤에게 선물하는 테레즈……. 요컨대 (위험하지만 우아하고, 도전적이면서도 품위 있는) 캐롤과 (레즈비언 이미지로서의 캐롤을 흑인 인권운동의 연장선에 위치시키려는) 선물이 있다. 이외에도 테레즈와 캐롤이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 즉 퀴어임을 보이는 설정과 장면은 영화에 무수히 많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특징들 때문에 캐롤과 테레즈는 서로에게 사랑에 빠진다.
여행을 떠난 둘이 길고 긴 탐색전 끝에 마침내 섹스하는 장면을 보자. 이들이 이성애 커플이었다면 섹스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필요가 없다(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고 침대로 달려가는 영화 속 수많은 이성애 커플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둘은 그럴 수 없다. 서로에 대한 호감이 성애적 암시를 가졌는지를 신중히 살펴야 한다. 혹시라도 오해해서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모든 것을 망칠 수도 있다. 이들의 베드신이 아름다운 건 이 때문이다. 그토록 정교하고 조심스러운 탐색전 끝에야 마침내 서로가 같은 욕망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애타는 감동이 둘의 베드신에서 전해지는 것이다.
사진 찍기가 취미인 테레즈가 캐롤의 모습을 담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이성애자로 살았던 테레즈는 레즈비언 로맨스 덕에 알게 된 새로운 세계의 미학적 상징으로서 캐롤의 아름다움에 몰두하며 그녀를 촬영한다. 즉 테레즈에게 캐롤의 사진을 찍는 일은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인 동시에 여태 알지 못한 미학을 적극적으로 탐닉하는 레즈비언 신참자의 열정이기도 하다.
〈캐롤〉을 레즈비언 선배가 신참자를 못살게 구는 영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풍부한 레즈비언 로맨스 경험, 재력, 연륜을 갖춘 캐롤은 이제 막 레즈비언 로맨스에 눈을 뜬 테레즈에게 여행을 제안하고, 사랑을 나눈 후, 자신의 사정 때문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시 테레즈에게 동거를 제안한다. 레즈비언인 캐롤이 이성애 결혼 제도 안에서 양육권과 이혼 문제로 힘든 시기를 보낸 건 사실이지만, 그녀가 자기 마음대로 테레즈에게 접근했다 버리는 등 멋대로 구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이런 해석을 위해서는 레즈비언 로맨스의 신참과 고참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 격차에 대한 이해와 이성애 규범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레즈비언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이런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관계의 복잡한 맥락을 뭉뚱그려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캐롤〉에는 두 주인공이 레즈비언이었기에 가능한 여러 복잡한 감정선들이 나온다. 〈캐롤〉을 비롯한 웰메이드 퀴어 영화를 ‘보편적 사랑’에 관한 영화라 상찬하기 전에, 왜 이들 영화가 퀴어의 사랑에 천착했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주변부로 밀려난 자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류와는 다른 아름다운 관계의 문법을 창조해낸다. 이러한 권력관계에 대한 인식 없는 퀴어 로맨스 상찬은 퀴어를 계속 주변부에 두겠다는 무의식의 표현에 불과하다. 퀴어 영화를 ‘퀴어’하게 보자. ‘보편적 사랑’ 운운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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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박찬욱 감독의 신작 <도끼>에 차승원, 윤가이, 박희순 배우가 합류했습니다.
<도끼> 원작 '액스' 정보
‘도끼’를 의미하는 ‘액스(The Ax)’는 은유적으로 ‘정리해고 행위’를 뜻한다.
흔히 ‘잘렸다’고 하는 바로 그 표현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액스』는 제목 그대로 대량 인원 삭감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고 합니다.
한 중산층 남자가 해고로 인해 어떻게 피폐한 삶으로 전락하게 되는지, 그리고 재취업을 위해 어떻게 경쟁자들을 제거해나가는지 두 축의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해간다고 합니다.
라이언 레이놀즈 <데드풀> 제작당시 본인의 출연료 작가들에게 지급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 제작 당시 스튜디오의 작품 허가가 불발될것을 염려해, 본인의 출연료의 일부를 포기하고 작가들에게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데드풀>은 5800만 달러의 적은 예산으로 전 세계 7억 8천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R등급 슈퍼히어로 영화로서 이례적인 평가를 얻었습니다.
김다미X손석구 <나인 퍼즐> 2025년 디즈니+ 공개 확정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와, 그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형사 한샘이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영화 <공작>과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으로 호평받은 윤종빈 감독의 신작으로, 김다비와 손석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나인 퍼즐>은 2025년 전 세계 공개 예정입니다.
박찬욱 신작 차승원, 윤가이, 박희순 합류
배우 차승원, 박희순, 윤가이가 박찬욱 신작 출연을 확정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합니다. 해당 작품은 <헤어질 결심> 이후 선보이는 영화로 박찬욱 감독이 수년간 준비해온 스릴러 영화입니다.
신작에는 이미 이병헌, 손예진, 염혜란, 이성민, 유연석이 캐스팅 확저외며 화려한 라인업으로 영화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샤이닝> 셜리 듀발 75세 나이로 별세
11일 외신은 셜리 듀발이 이날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셜리 듀발은 스탠리 큐브릭의 걸작 <샤이닝>에서 주인공 잭 토렌스의 아내 웬디 토렌스 역을 맡으며 영화 팬들에게 인상 깊은 연기를 남겼습니다.
셜리 듀발은 <샤이닝> 외에도 <쓰리 위민>, <포프아이> 등 다양한 영화에서 독특한 매력과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으며, 그녀의 연기 스타일은 많은 팬들과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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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생커플의 로맨스 추억 여행 영화 <실 : 인연의 시작>
스다마사키와 고마츠나나의 결혼이 현재 일본 연예계의 가장 큰 화제일 것이다. 나도 스타벅스에서 과제를 하다가 갑자기 고마츠나나의 인스타에 올라온 두 사람의 결혼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두 사람이 연인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둘의 외모적 조합은 너무 완벽해서, 다양한 작품과 광고를 함께해왔다. 가장 최근 작품 중 두 사람의 조합을 볼 수 있는 작품은 바로 '실: 인연의 시작'이다.
#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대사
일본 드라마나 영화나 애니나,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은 '이것이 명대사입니다'라고 말하는 듯한 대사가 항상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영화도 그런 대사들이 있었다. 많은 일본영화들이 그런 대사들의 억지스러움이 보여서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잘 어우러진 것 같다.
"내가 아오이를 지켜줄게"
일본영화의 단골 클리셰 100% 대표 대사이다.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守る(마모루, 지키다)"한다는 대사. <실 : 인연의 시작>은 초반에 불꽃놀이가 나오면서 클리셰 범벅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거기다가 이 대사까지 나오는 순간 나는 이 영화에게 굉장히 실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 대사가 너무 자주, 여러 사람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자, 감독이 뭔가 전하고자 하는게 있을거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 영화에서 "마모루"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은 이 영화에게 특별함을 더해준다. 첫번째로 렌이 아오이를 지켜준다고 했을때, 아오이는 렌이 자신의 손을 잡자, 이렇게 말한다. "손이 아파" 이 대사가 누군가에게는 그냥 넘어가는 대사였을 지도 모르지만, 이 대사는 곱씹을 수록 엄청난 깨달음을 주었다. 두번째로, 아오이가 동업친구 레이코에게 지켜준다 했을 때, 레이코는 스스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아, 지켜준다는 말이 얼마나 이기적인 말인지 깨달았다. 함부로 누군가에게 책임감을 가진다는게 남을 위한 거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매우 자기 중심적인 사고였다. 나는 그 사람의 손을 놓치지 않으려고 꼭 잡은 것 뿐인데, 그 사람은 그 손이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울고있는 사람이나, 슬퍼하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렴."
이 대사는 렌의 치즈공장에서 만난 아내, 카오리가 자신의 딸 유이에게 항상 해주는 말이다. 이 대사는 이 영화의 눈물 포인트가 되어준다. 후반부에 아오이가 큰 성공에 이은 배신과 실패를 경험하고 지칠대로 지쳐서 어릴 적 자신을 챙겨주던 할머니에게 돌아간다. 할머니는 어릴 적 자신에게 음식을 내어주던 경험에서 시작하여 아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와 재회한 뒤, 조그마한 책상에 앉아 밥을 먹으며 지난 날의 고통을 곱씹으며 슬퍼하는 아오이. 그녀를 보고 유이는 엄마가 말해준 대로 슬퍼하는 아오이를 안아준다.
# 배우들의 연기
유명한 배우 총출동이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일본드라마나 영화를 꽤 본 사람들이라면 못알아볼 배우는 없다. 따라서 연기력에 대해서 사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오랜 스다마사키의 팬으로서, 그의 연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실 이번 작품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연기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그의 특유의 강렬한 연기 스타일이 이번 영화에는 잘 어우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카오리 역을 맡은 에이쿠라 나나 배우의 연기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 스러웠는데, 그녀가 엄마라는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리게 연기한 반면, 스다는 아빠라는 역할에 잘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에이쿠라 나나는 지금까지 연기력 논란이 많았던 배우인데, 이번 역할은 실제로 두 아이를 둔 엄마라서 그런지 소화력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고마츠 나나도 역할이 조금 안어울린다는 느낌이 살짝 들긴 했지만, 연기는 감명깊었다. 특히 위 사진의 타지에서 고향의 음식을 먹으며 무너져버린 자신의 인생에 고통스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정말 완벽했다. 최악에 가정에서 자라, 어린 나이에서 부터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고생하고, 겨우겨우 이뤄낸 성공을, 친구의 배신으로 다 잃어버린 아오이의 마음을 관객들이 정확히 읽어낼 수 있게 표현했다.
# 추억 여행
이 영화는 아마 외국인들에게는 크게 인상깊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에게는 지난 날을 추억할 수 있는 감동적인 영화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헤이세이 시대는 일본인들에게 '상실의 시대'였다. 동일본 대지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하철 사린사건 등 많고 거대한 사건 사고가 있었다. 일본에 있는 나의 한 친구는 원전사고로 입은 피해로 인해 현재까지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영화 '실 : 인연의 시작'은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의 전환점까지 긴 시간을 다루고 있다. 연출적인 면에서도 뭔가 촌스럽고, 옛날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또한 이 영화는 일본의 국민가수 나카지마 미유키의 '실'이라는 곡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 내내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들려오는데, 이는 관객들을 추억 여행으로 데려다주는 듯 하다.(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 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스다마사키도 이시자키 휴이와 함께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파이트'라는 곡을 카라오케에서 부르기도 한다. 이 곡을 부르는 씬들은 청년들의 현실에서의 고통을 표출하는 듯해 마음이 짠해진다.
ファイト! 闘う君の唄を闘わない奴等が笑うだろう
파이팅! 싸우고 있는 너의 노래를 싸우지 않는 녀석들이 비웃겠지.
ファイト! 冷たい水の中をふるえながらのぼってゆけ
파이팅! 차가운 물속을 떨면서 올라가라
暗い水の流れに打たれながら 魚たちのぼってゆく
어두운 물살을 맞으면서, 물고기들은 올라 간다.
사실 이 영화가 한국사람들에게, 특히 일본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인상깊은 작품으로 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에게는 헤이세이 시대의 청년들의 아픔과 그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감동적인 영화로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사실 렌과 아오이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 보다 두 사람 각각의 인생에 대해서 얘기하는 장면들이 많아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또한 과도한 우연적으로 엇갈리는 상황들의 연속이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스다마사키X고마츠나나의 조합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재밌었다.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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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묻고, 내게 묻는다
! 이 글은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하얀 설원과 빨간 니트, 그리고 이 대사.
“오겡끼데스까”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 장면만큼은 대부분이 알고 있을 것이
다. 그만큼 <러브레터>는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실제로 <하나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수입된 일본 영화면서도, 개봉한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 실사 영화 국내 관객 수 1위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이와이 슌지’는 이 영화로 영화계에 발을 내딛었고 <4월 이야기>, <릴리 슈슈의 모든 것>, <하나와 앨리스> 등 여러 대표작을 만들어내면서 큰 명성을 갖게 된다. 최근에는 <키리에의 노래> 라는 작품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꾸준한 작품 활동과 교류를 해오고 있다.
<러브레터>는 사고로 연인을 잃게 된 ‘와타나베 히로코’와 그녀의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남)’, 그리고 그와 성별은 다르지만 이름이 같았던 동명이인 ‘후지이 이츠키(여)’.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연인을 떠나보낸 ‘히로코’는 그리운 마음에 그가 어렸을 적에 살았던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연인이었던 그에게서 답장이 온다. 알고 보니 고등학교 시절, 그와 이름이 같은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가 있었던 것이다. ‘히로코’와 ‘이츠키(여)’는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으며 세상을 떠난 ‘이츠키(남)’를 추억한다.
남겨진 자들의 몫
이츠키(남)가 세상을 떠나고, 히로코는 시간이 지남에도 그를 잊지 못한다. 후회, 원망, 그리움 등이 뒤섞인 하나의 응어리가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있다. 이별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도, 그 순간만큼은 처음인 듯이 아프게 다가온다. 쉽게 잊을 수 있다면 크게 아프지 않을 테지만, 지나간 시간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이 떠나간 자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그들이 가시에 찔리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이유는 줄기 위에 달린 꽃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히로코의 편지로 추억 속 이츠키(남)를 회상하는 이츠키(여)는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산다. 어린 나이 아버지를 폐렴으로 잃었고, 본인 또한 심한 기침 감기를 앓고 있다. 그녀는 병원에서 아버지의 환영을 본다. 추억 속 이츠키(남)의 죽음을 알게 된 이츠키(여)는 고열로 쓰러지고, 그녀에게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남겨진 자에게 주어진 또 다른 몫은 떠나간 자의 발자취. 즉, 떠나감의 이유이다.
눈과 추위를 ‘함께’ 맞이하다
각자의 몫을 짊어진 히로코와 이츠키(여). 그러나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그들의 고통은 커진다. ‘히로코’는 이츠키(남)가 자신을 좋아한 이유가 이츠키(여)와 닮아서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츠키(여)는 감기가 낫기는커녕 점점 심해진다. 히로코는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가 사고를 당했던 산을 찾는다. 학교를 찾은 이츠키(여)는 선생님으로부터 이츠키(남)의 죽음을 전해 듣는다. 산을 찾은 히로코는 용기를 내지 못하고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이츠키(여)는 고열로 쓰러진다. 그녀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몫을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그때 누군가 손을 내민다. 사실 그 손은 이전부터 그녀들을 받치고 있었다. 그 손의 주인은 히로코의 선배와 이츠키(여)의 할아버지다. 선배는 오타루로 향하는 히로코의 동행자가 되어주었다. 할아버지는 쓰러진 이츠키(여)를 업고 병원으로 달린다. 그들의 입김은 지금의 추위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그녀들 혼자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듯하다. 그러면서도 가슴 속 응어리를 먼저 풀어냄으로서, 비슷한 상황에서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으로서 그들 각자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에게 묻고, 내게 묻는다
설원을 뛰어가 떠나간 인연을 마주하는 히로코, 병상에서 천천히 눈을 뜨는 이츠키(여).
그녀들의 입에선 똑같은 문장이 뱉어진다. “오겡끼데스까?” 히로코는 크게, 이츠키(여)는 작게.
히로코는 자신의 큰 목소리가 메아리로 울렸을 때 마치 이츠키(남)가 말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이츠키(여)는 자신의 작은 목소리가 속에서 울렸을 때 살아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들은 각각 귀와 마음으로 목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떠나간 이츠키(남)의 평안을 바랬다.
“잘 지내시나요?” 네게 물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너는 대답했다.
“잘 지내시나요?” 내게 물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나는 대답했다.
그녀들은 그렇게 그와의 추억을 가슴 속에 묻었다. 기나긴 시간과 공간의 여정을 통해 이츠키(남)의 죽음은 완성되었다.
그리고, 나카야마 미호
2024년 12월 6일. <러브레터>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재개봉을 앞두었던 터라 그녀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러브레터> 이후에도 여러 시리즈와 영화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던 그녀는 이와의 슌지의 <라스트 레터>(2020)에서도 조연으로 등장하며 보는 이들의 향수를 자극시켰다.
<러브레터>에서의 1인2역은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 캐릭터의 살아온 배경, 성격, 스타일이 다를뿐더러 특수한 분장 없이 비슷한 외형으로 등장했기 때문에 더욱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히로코와 이츠키가 되었다. 특히 “오겡끼데스까”를 내뱉는 교차편집 장면에서는 두 인물의 서로 다른 감정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하였다.
이제는 우리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을 ‘나카야마 미호’.
그녀가 남긴 대사처럼 모두가 잘 지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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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의 손을 들어주는 첩보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디지털 상으로 모든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엔티티'가 등장하자 세계 각국은 혼란에 빠진다. IMF 역시 '에단 헌트'(톰 크루즈)에게 엔티티를 조종할 수 있는 열쇠를 찾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에단은 엔티티를 조종하기보다는 파괴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엔티티는 인류의 미래까지 통제할 수 있는 위험한 무기이기 때문.
이에 에단은 상부의 명령을 거스르고 '일사'(레베카 페르구손), '벤지'(사이먼 페그), '루터'(빙 레임스)와 함께 엔티티의 열쇠를 지닌 미지의 여인 '그레이스(헤일리 앳웰)를 쫓는다. 그러나 엔티티의 대리자인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 그의 앞에서 나타나면서 에단은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의 생명과 중요한 임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함정에 빠진다.
<미션 임파서블>에게 기대 안 한 재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 7>)은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흥행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우선 톰 크루즈의 존재감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최소한의 흥행을 보장하는 티켓 파워를 지녔다. 작년에도 <탑건: 메버릭>으로 자기 존재감을 증명했다.
또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장수 시리즈의 힘이 있다. 이 시리즈는 팬데믹 이전 기준으로 못해도 500만 관객을 기대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다. 믿고 보는 액션 영화인 점도 한몫한다. 보기만 해도 짜릿한 톰 크루즈 표 스턴트 액션은 늘 화제를 몰고 다닌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위의 기대를 모두 충족한다. 톰 크루즈는 여전히 우리의 '에단 헌트'다. 시리즈 내내 이어진 전통과 팀업 액션은 오래된 팬도, 새로운 팬도 만족시킨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션 임파서블>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은 맛이 유달리 강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팝콘 무비 이상의 시의성과 통찰력이 그것이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 빌런 '엔티티'가 있다.
'엔티티'와 '데드 레코닝'
엔티티는 낯선 존재다. 시리즈 최초로 등장한 인공지능 빌런이기 때문이다. 디지털화된 모든 것을 해킹하는 엔티티는 모든 정보기관의 적이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는 따로 있다. 계산력이다. 모든 사람의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계산해 발생할 일을 예측한다. 마음만 먹으면 전 세계 사람들을 조종해 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실제로 에단과 그의 팀은 잠시라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때마다 임무에 실패한다. 엔티티는 에단을 쥐고 흔든다. 제때 일사에게 가지 못하도. 또 공항에서는 cctv가 해킹당한다. 베니스에서도 통신망을 엔티티에게 내준다. 엔티티가 심고 만들어낸 두려움과 공황 때문에 그들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일쑤다.
이에 에단은 1과 0으로 이루어진 엔티티의 세상에 인간적인 방식으로 맞선다. 싸움을 아날로그 세상에 국한하면서 엔티티에게 일격을 가한다. 부제가 '데드 레코닝'인 이유이기도 하다. '데드 레코닝'은 항해 용어다. 추측항법을 말한다. 외부 시스템에 의존하는 대신 지도만 보고 경로를 정한다는 말이다.
기준점은 가브리엘이다. 엔티티에게 오류가 없을지언정 대리자인 가브리엘에게는 오류가 있기 때문. 에단 앞에서 그는 실수를 연발한다. 엔티티를 없앨 도구 중 하나인 키는 기차에서의 혈투 끝에 빼앗기고 만다. 엔티티의 예측대로 배신자가 될 운명인 패리스를 제거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 대가로 에단은 엔티티의 소스코드에 접근할 권한을 얻는다. 소스코드가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에 있다는 정보도 파악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세계의 충돌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기대치 않은 시의성과 통찰력이 느껴지는 이유다. 비록 종류는 같지 않아도 챗GPT를 비롯한 현실의 인공지능을 엔티티에 겹쳐 보는 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션 임파서블 7>은 짜릿하다. 디지털 세계의 신이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인간 찬가는 부정하기 힘든 소구력이 있다.
인공지능과 첩보물의 만남
<미션 임파서블 7>의 인간 찬가는 다른 이유 덕분에 더욱 빛난다.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불안감을 장르적으로 영리하게 승화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모두 차지해 버린다면?' 같은 우려가 커진다.
<미션 임파서블 7>은 이 불안감을 첩보물답게 풀어낸다. 작중 전 세계는 위기에 빠졌다. CIA는 본인들이 만든 엔티티를 통제하지 못한다. 오히려 엔티티가 권력을 휘두른다. 어떤 국가의 기밀도 알 수 있고, 그 어떤 유력 정치인도 조종할 수 있는 권력이 엔티티 손안에 있다. 모든 국가는 엔티티의 공격을 두려워하면서도 엔티티의 권력을 손에 쥐려 한다.
사실 제 역할을 못하는 국가의 모습은 이미 익숙하다. <위기의 국가>에서 바우만과 보르도니가 지적한 바와 같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초국가적 자본, 기술, 조직에게 권력을 내줬다. 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중재자, 경제 규제의 주체, 안전의 보장자라고 보기 어렵다. '독립체(Entity)'라는 이름을 지닌 인공지능에게 끌려 다니는 첩보 기관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배경은 첩보원이 활약하기 가장 좋은 판이다. 첩보물은 국가의 역할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 영화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다룬다. 첩보원, 첩보 기관, 국가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스펜스가 핵심이다. 달리 말해 과연 국가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지 질문을 던지는 장르다.
에단도 다르지 않다. 그는 IMF 소속이지만 미국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미국 정부가 엔티티를 이용해 전 세계의 군사적 패권을 확보하려 하자 엔티티를 파괴하기 위해 열쇠를 쫓는다. 국가의 이익과 시민의 신념이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묻는 셈이다.
이 질문은 에단을 추적하는 CIA 요원에게 향한다. 그들은 옳은 일을 한다는 처음의 확신을 잃고, 점차 고뇌에 빠진다. 누가 옳은 일을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렇기에 에단과 가브리엘의 갈등 못지않게 에단과 CIA의 추격전 비중도 클 수밖에 없다.
첩보물의 또 다른 매력
동시에 <미션 임파서블 7>은 첩보물의 다른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첩보 영화는 대부분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 마련이다. 흑백의 이분법으로 이루어진 스파이 세계는 다양한 색을 지닌 개개인의 이야기를 짓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번 작품도 다르지 않다. 특히 에단의 죄책감과 존재 의의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돋보인다. 이 감정을 히로인과 빌런에 제각기 투영해 보여주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우선 영화는 에단 헌트의 죄책감을 계속해서 부각한다. 그는 1편에서 팀 전체가 몰살당한 트라우마를 여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는 임무 완수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 사이에서 계속해서 고뇌한다. 엔티티는 에단의 약점을 놓치지 않는다. 그에게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한다. 일사와 그레이스 중 누구를 구할지. 그렇게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에단은 굴하지 않고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IMF에 들어온 선택이 헛되지 않을 거라는 오프닝 대사처럼. 트라우마와 죄책감을 딛고 일어서서 어떻게 살아갈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가브리엘이라는 빌런의 등장이 인상적인 이유다. 과거에 그는 에단과 같이 활동했던 여성을 살해했고, 에단은 이를 계기로 IMF 합류를 '선택' 했다. 가브리엘은 그의 선택과 존재 의의를 환기하는 존재인 셈이다.
가브리엘이 모든 미래를 예측하는 엔티티의 대리자라서 에단의 선택을 거듭 강조하는 연출은 더 의미심장하다. 자기 선택에 따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에단이 그레이스에게 선택지를 주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는 전 세계 첩보 기관의 표적이 된 그레이스에게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일러준다. 범죄로 점철된 과거를 버리고 IMF를 '선택'하라고.
이렇게 보면 <미션 임파서블 7>의 '데드 레코닝'은 단지 임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 위치를 스스로 추정하고, 그다음 경로를 선택하는 추측항법은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미션 임파서블 7>이 스토리에 놀라며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블록버스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날로그 액션으로 방점을 찍다
시의성 있는 소재, 본질을 꿰뚫는 장르, 인생을 통찰하는 드라마. 이들은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액션 안에서 하나 된다. 일례로 에단과 그레이스가 신뢰를 쌓고 한 팀이 되는 일련의 과정은 액션에서도 고스란히 표현된다. 로마에서 도망칠 때 오합지졸인 둘과 추락하는 기차에서 함께 사투를 벌이는 둘을 비교해 보면 차이가 극명하다.
사실 새로운 액션은 없다.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이 많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찍었다는 인상은 확실하다. 시퀀스 하나하나 버릴 것 없기 때문이다. 공항 추격전, 로마에서의 카 체이싱, 베니스에서의 육탄전, 마지막 기차 액션 시퀀스까지 모두 호흡이 길고 촘촘하게 짜여 있다. 사막에서의 오프닝 총격전도 짧지만 강렬하다. 그 덕분에 액션을 간접 체험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주제와 이야기는 직관적으로 각인된다.
달리 말하면 톰 크루즈라는 스타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에단 헌트가 인공지능과 싸울 때 톰 크루즈는 영화 산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듯 보인다. CG로 점철된 블록버스터가 넘쳐 나고, 관객은 영화관을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지금. 톰 크루즈는 직접 발로 뛰면서 '무비 스타'의 가치를 증명한다. <탑건: 메버릭>처럼. 그래서일까? 두 차례나 나오는 톰 크루즈의 트레이드 마크, 전력 질주는 유달리 감동적이다.
어쩔 수 없는 한계와 기대
다만 <미션 임파서블 7>에게도 단점이 있다. '파트 1'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를 넘지 못한다. 캐릭터 활용만 해도 약간 아쉽다. 그레이스가 대표적이다. 그녀가 다음 편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엄연히 답답함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다. 인기 캐릭터인 일사 파우스트가 다소 허무하게 퇴장해서 아쉬움은 더 크다.
또 엔티티와의 결전을 위한 판을 깔아 두는 전개도 양날의 검이다. 생각보다 드라마가 많고, 스토리가 늘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163분이라는 시리즈 역사상 가장 긴 러닝 타임도 한몫한다. 다음 편에서 엔티티의 목적이 더 자세히 드러나야 비로소 서사가 완성된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를 넘지 못한 방증이다. 그럼에도 상당히 깔끔한 결말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TWO>가 이번 편보다 더 짜릿할 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하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톰 크루즈의 달리기에는 항상 진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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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모음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어느새 완연한 봄날씨가 찾아왔는데요, 주말에는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진다고 하니 감기 들지 않게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바쁜 한 주의 끄트머리, 오늘도 씨네랩은 여러분의 주말을 책임질 재미있는 영화추천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애들은 가라! 오늘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 일곱 편을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색감천재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 <개들의 섬>부터
여러 할리우드 영화 연출에 영향을 끼친 콘 사토시 감독의 <퍼펙트 블루>까지!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들을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개들의 섬(2018)
Isle of Dogs
ⓒ 네이버 영화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브라이언 크랜스톤, 코유 랜킨, 에드워드 노튼, 빌 머레이, 틸다 스윈튼 등
장르: 모험, 코미디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인류를 위협하는 개 독감이 퍼지자, 세상의 모든 개들은 쓰레기 섬으로 추방되고, 자신이 사랑하던 개를 잃은 소년은 개를 찾아 홀로 섬으로 떠난다. 소년은 그곳에서 다섯 마리의 특별한 개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사라진 개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기상천외한 모험이 펼쳐지는데… 개를 사랑한 소년, 소년을 사랑한 개 남다른 개들의 색다른 어드벤처가 시작된다!
걘 겨우 12살이니까.
우린 애들을 좋아하잖아.
ⓒ 네이버 영화
영화 <개들의 섬>은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인 웨스 앤더슨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견류 독감'의 영향으로 전국의 모든 개들을 쓰레기 섬으로 추방시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했으며, 2018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개막작 및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는데요, 영화는 사랑하는 개 '스파츠'를 찾아 나선 소년 '아타리'와 그를 돕는 다섯 마리의 개들을 주인공으로 했으며 독창적인 컬러감과 구도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이기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답게 <개들의 섬>은 디테일에 있어서 엄청난 놀라움을 자아내는데요, 캐릭터들의 표정과 움직임, 배경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정교한 작업을 위해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 101분을 위해 무려 144,000개의 스틸을 이어 붙였으며, 1초에 24 프레임을 구현하는 기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on ones' 기법과 달리 움직임이 다소 딱딱하고 불온전한 느낌의 'on twos'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초밥을 만드는 장면 하나에 15주가 소요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비주얼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입체적인 캐릭터, 따뜻하면서도 감독 특유의 블랙 유머가 적절히 섞여 들어간 스토리텔링 또한 이 영화의 큰 매력입니다. 인간과 개의 교감을 섬세하게 다뤄 애견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가슴 찡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웨스 앤더슨을 좋아하신다면 그의 또 다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인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또한 추천드립니다.
퍼펙트 블루(1997)
Perfect Blue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이와오 준코, 마츠모토 리카, 치즈 신파치, 오쿠라 마사아키 등
장르: 미스터리,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81분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는 있지만 내리막길만 남아 있는 일본의 소녀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 격인 미마. 롱런을 위해 에이전시로부터 배우로의 전업을 권유받고 그룹을 탈퇴한다. 광적인 팬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핑크빛 공주 의상을 입는 자신에 익숙했던 그녀에겐 갑자기 강간신을 찍는 성인 연기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힘겨운 일. 시골에서 올라온 자연인으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아니면 아이돌 스타로서의 그녀가 진짜 그녀일까? 혹은 누드사진을 찍는 그녀가 진짜일까?
1초 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어째서 동일인이란 걸 안다고 생각해?
단지 기억의 연속성. 그것 만에 기대어
우리들은 일관된 자기 동일성이라는 환상을 만들어 내고 있어.
ⓒ 네이버 영화
영화 <퍼펙트 블루>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곤 사토시 감독의 1997년작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곤 사토시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한데요, 아이돌 그룹 '참'의 멤버였던 '미마'가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어차피 저예산 영화였기 때문에 동화(動畵)를 많이 쓸 수 없으니 움직임이 아닌 미술과 연출로 승부를 걸자고 생각했다고 하며, 결과적으로 작화와 연출 면에서 지금까지도 명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 되어 애니메이션에서 연출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감독은 '상상과 일상의 융합'이라는 테마를 반복적으로 사용, 다양한 명작을 많이 배출해 냈습니다.
최근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이 개봉을 했는데요, 애러노프스키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인 것은 공공연한 사실입니다만 그중에서도 특히 <퍼펙트 블루>를 종종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영화들 중 <레퀴엠 포 어 드림>, <블랙 스완> 등에서 <퍼펙트 블루>와 거의 유사하게 연출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2001년에는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이 <퍼펙트 블루>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려다 결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답니다.
파프리카(2007)
Paprika
ⓒ 네이버 영화
감독: 곤 사토시
출연: 하야시바라 메구미, 후루야 토루, 야마데라 코이치 등
장르: 미스터리, SF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0분
29살의 정신과 치료사 치바 아츠코에게는 또 하나의 자아가 있다. 바로 18살의 대담무쌍한 꿈 탐정 파프리카이다. 파프리카는 사람들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무의식에 동조함으로써 환자의 불안과 신경증의 원인을 밝혀내고 치료한다. 어느 날, 치바의 연구소에서 개발 중이던 혁명적인 정신치료장치 DC-MINI의 프로토타입이 도난당하고 조수마저 실종된다. 장치를 찾아 나선 치바는 무서운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지? 파프리카는 내 분신이잖아.
- 아츠코가 내 분신이라는 발상은 못 하나 봐?
ⓒ 네이버 영화
영화 <파프리카>는 위에서 소개해드린 <퍼펙트 블루>를 만들기도 했던 곤 사토시 감독의 유작입니다. 이 작품의 제작 이후 감독은 췌장암이 발병해 투병 생활을 하다 2010년 사망해 많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파프리카> 역시 <퍼펙트 블루>와 마찬가지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파프리카>의 원작자이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이기도 한 츠츠이 야스타카 본인이 해당 작품을 사토시가 영화화해 주길 원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확장된 상상력과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력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중인격의 인물, 악몽에 시달리는 현대인, 꿈의 영역까지 도달한 과학, 현실과 꿈의 뒤섞임 등 많은 것을 다루고 있는데요, SF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믹스에 여느 영화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와 감독 특유의 탁월한 작화가 돋보이는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물리적 경계가 없는 매체인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영화로,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화면구성이 관객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합니다. 앞서 <퍼펙트 블루>를 오마주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영화들을 언급드렸었데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파프리카>의 기초 설정 및 장면들의 유사성 또한 영화팬들 사이에 꾸준히 회자되는 이야기랍니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2022)
Pinocchio
ⓒ 네이버 영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토프 왈츠, 틸다 스윈튼, 케이트 블란쳇 등
장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7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마법 같은 모험. 오스카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고전 동화가 새롭게 재탄생했다. 생명을 얻은 목각 인형의 이야기가 놀라운 스톱모션 뮤지컬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강력한 사랑의 힘이 펼쳐진다.
삶이 귀하고 의미 있는 건
그 삶이 짧기 때문이야.
ⓒ 네이버 영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는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을 연출했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스트리밍에 앞서 사전 공개되었던 평론가들을 대상으로 압도적인 호평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원작 동화 피노키오의 맥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인 '전쟁'과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러워 감독만의 새로운 버전의 피노키오가 탄생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영화 곳곳에 심어 둔 사회적인 풍자와 은유적인 메시지, 원작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생의 교훈과 소중함이 버무려져 마냥 아름답지만 않으면서도 따뜻한 작품이라는 평입니다.
감독의 전작들을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는 본래 몽환적이고 기괴한 분위기가 판타지적 세계관에 녹아들어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는 감독입니다. 피노키오를 만들면서도 행복한 분위기보다는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원작 소설의 무서운 면에 더 이끌렸으며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만들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기예르모 델 토로만의 피노키오가 완성되어 아이와 어른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으며,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치코와 리타(2010)
Chico & Rita
ⓒ 네이버 영화
감독: 하비에르 마리스칼, 페르난도 트루에바, 토노 에란도
출연: 에만 소르 오냐, 리마라 메니시스, 마리오 구에라 등
장르: 멜로/로맨스
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3분
1948년 쿠바의 하바나, 야망에 찬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치코는 어느 날 밤 클럽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 리타와 만난다. 젊음과 재능으로 빛나는 그들은 곧 사랑에 빠지지만 열정과 욕망, 질투와 오해가 뒤엉키며 안타까운 이별을 맞이한다. 그리고 네온사인 화려한 기회의 도시 뉴욕, 이제 막 그곳에 발을 디딘 치코는 스타로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리타와 재회하게 되는데… 하바나에서 뉴욕 그리고 파리, 할리우드, 라스베이거스까지, 사랑과 꿈을 좇는 그들의 뜨거운 여정이 펼쳐진다.
나도 당신을 모르지만 내 평생
당신을 기다려 온 것 같은 느낌이야.
ⓒ 네이버 영화
영화 <치코와 리타>는 2012년에 개봉한 스페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1992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르난도 트루에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하비에르 마리스칼, 토노 에란도가 공동 연출했으며 쿠바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음악을 맡은 작품입니다. 국내에서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소개되어 대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50년대의 쿠바,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의 장소를 오가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작화를 맡은 하비에르 마리스칼은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마스코트 '코비'를 디자인한 천재 아티스트로, 투박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일러스트에서 스페인 특유의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쿠바의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베보 발데스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영화 내 흘러 귀를 즐겁게 하며 찰리 파커, 디지 길레스피, 벤 웹스터, 냇 킹 콜 같은 재즈 명장들이 영화 속 캐릭터로 등장해 영화의 재미를 더했습니다. 재즈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음악을 사랑하는 어른의 연애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돼지의 왕(2011)
The King of Pi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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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연상호
출연: 양익준,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등
장르: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96분
회사 부도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이 먹고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자신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 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는데...
이곳은 얼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와
그보다 더 차가운 육신이 나뒹구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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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돼지의 왕>은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잔혹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 성인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부산행>, <정이> 등으로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도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의 작품으로, 본격적으로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소 거칠고 현실적인 삽화체 그림이 특징이며 불편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일부러 불편함을 느끼게끔 디자인한 그림체라고 합니다. 매우 잔혹하고 진지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로,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어린 학생들 간의 학교폭력과 독재권력에 대한 풍자, 사회적 부조리함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돼지의 왕>은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받았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 시드니 영화제, 파리 시네마 영화제,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 영화제 등에 초청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2022년에는 해당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가 제작되었는데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 등이 출연하였으며 원작 이상의 잔혹한 수위와 묘사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잔인한 학교폭력과 이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 모르쇠로 일관하는 어른들은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강력한 규제와 관심이 필요한 상황, 학교폭력으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파닥파닥(2012)
Pad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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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대희
출연: 시영준, 김현지, 안영미, 현경수 등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78분
자유롭게 바닷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너희들은 이미 죽은 거야.
여기 들어온 이상 이미 죽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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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추천드릴 작품 역시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영화인데요, 개봉 전부터 각종 영화제로부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작품으로 주목받았던 영화 <파닥파닥>입니다. <파닥파닥>은 드라마와 뮤지컬이 결합된 일종의 뮤직드라마의 형식을 갖춘 애니메이션 영화로, 횟집 수족관에 갇혀버린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이 자유를 갈망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아닌 전문 성우들이 더빙을 한 것이 특징인데요, 극 중 뮤지컬 부문에서도 성우들이 모든 노래를 직접 불렀으며 한국 독립 영화의 애니메이션에서 배우가 아닌 성우들이 캐스팅되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횟집 수족관은 마치 계급화와 서열화가 만연한 관료주의 인간사회를 축소해 놓은 듯한 공간으로 표현되며, 기회주의자, 냉소주의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군상들이 물고기의 얼굴을 하고 등장합니다. 수족관의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현실에 안주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을 통해서는 꿈을 잊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영화로, 꽤나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연출과 음침한 분위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작품입니다. 12세 관람가로 책정되어 있으나 15세 이상 관람, 나아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로 개봉했어도 납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라 발랄한 콘셉트의 마케팅에 낚인 것을 후회한 가족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총 일곱 편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즐겁고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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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팬, 웬디의 시각으로 새롭게 재해석되다-영화 웬디
올해가 피터팬 탄생 110주년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피터팬을 재해석한 웬디 라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개봉 전 시사회에 참석하여 영화를 관람하고 왔어요!
원작과 마찬가지로 판타지 장르의 성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조금 다른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웬디가 중심 인물이 되어서 피터를 만나면서 한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어요.
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요.
나이 듦에 대한 생각과 아이와 노인을 대비시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냅니다.
특히나 아름다운 섬의 풍경과 신비로운 고래의 모습이 눈길을 잡아두는 영화입니다.
단, 일반 판타지 물의 오락적인 성향은 적은 영화에요. 잔잔하고 진중합니다.
그래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조금 심심한 듯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들은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는 않지만 웬디 역을 맡은 데빈 프랑스의 좋은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봐주세요!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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