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파로2022-11-22 23:15:37
묻어둔 죄책감에 커지는 불안함
영화 세이레 리뷰
아이가 태어난 뒤 7일이 세 번 지날 때까지 21일간 산모의 건강을 도모하고 집 안에 삿된 것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음양오행의 동양 사상, 더 멀게는 단군신화에서도 언급된 삼칠일이라는 금기의 신성기간을 통해 내재된 불안감과 죄책감을 파고드는 심리 미스터리 한국 독립 영화 세이레 리뷰입니다.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박강 감독이 함께한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먼저 접할 수 있었고 기자분들의 질문과 준비된 진행을 통해 관람 이후 좀 더 디테일한 장면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독립·저예산 영화가 많아진 현재 좋은 선택으로 즐거운 감상하셨으면 좋겠네요. :)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세이레 줄거리
자기한테 상갓집에서 뭔가 붙어 온 거야
얼마 전 아기가 태어난 우진과 해미 부부,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간 신앙을 많이 믿는 장모님의 영향으로 아내 역시 그 말을 따라 현관문에 금줄도 치고 금기사항을 철저히 지키지만, 그런 미신이 우진은 썩 이해되지 않습니다. 초보 아빠로 회사 다니며 틈틈이 육아도 돕고 바쁘게 보내던 어느 날, 과거의 연인 세영의 부고 문자가 도착합니다. 가야 할지 고민하는 그에게 해미는 아기가 태어난 집에서 장례식 가는 게 아니라며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녀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악몽도 꾸고 아기가 아프게 되면서 아내가 말한 미신에 대한 불안감을 날로 커지는데...
예고편│ Trailer
영제: Seire│감독·각본: 박강
출연진: 서현우, 심은우, 류아벨 외 多│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상영 시간: 102분│국가: 한국│등급: 15세 관람가
제작: K'ARTS│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개봉일: 2022년 11월 24일
수상 이력: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수상
# 영화 세이레 평점
불안과 두려움으로 잠식되는 정신
마음의 안정을 줘야 하지만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지는 집이지만, 비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동서 관계가 바로 앞 집에 살아서인지 아기를 낳았다는 기쁨에도 남모를우울함도 있고 아내 역시도 약간은 우위에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보입니다. 이런 외적 압박감은 분명 우진을 억누르는 요소로 보이며 진행되지만 반복된 악몽의 원인은 죄의식에 따른 불온감과 이를 숨기는 불안감에 따른 것임을 차차 알려줍니다. 여기에서 유독 새빨갛지만 속은 검게 썩은 사과나, 마주하게 된 쌍둥이 예영의 사소한 습관과 행동은 꿈과 현실을 분간치 못하는 현 상황을 확연히 드러내주며 관객에게 끝까지 긴장감과 혼란을 주는 효과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진의 시선을 따라 줌인과 줌아웃을 반복하는 카메라 움직임은 서서히 죄어오는 인물의 심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혼란으로 초대하는 서현우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펼치며 여러 모습을 소화한 서현우는 이번에도 좋은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서서히 옥죄여오는 세영의 존재는 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 과대망상 환자처럼 행동하는 그의 눈빛은 온전한 정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관객을 초대합니다. 그의 시선에 담긴 이해할 수없이 이어지는 착각과 착시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발단이 무엇이었는지 궁극적인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숨겨둔 과거의 행위와 현재 상황에 대한 죄의식과 책임, 그리고 지금의 가정이 부서질까 두려워하는 불안과 두려움까지 형언할 수 없는 미스터리함이 눈빛으로 전달됩니다. 더불어 1인 2역의 류아벨과 뭔가 서늘함을 풍기는 심은우의 서포트 또한 좋아서 연기와 분위기가 더 맛깔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우진의 전사에 대해 디테일하게 나오진 않지만, 지울 수 없는 과거의 잘못이 현재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법한 민간 토속신앙, 미신이라 여겨지는 삼칠일을 활용해 그러한 믿음의 형태가 묻어둔 죄책감을 가중시키고 팽팽히 조여오는 심리를 펼쳐냈기 때문이죠. 어쩌면 믿음을 떠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막연함이 끝나지 않은 죄의식의 도화선을 건드려 서서히 한 인간을 잠식해가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라 생각됩니다. 이래서 죄를 짓고 살면 안 된다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
한 줄 평 : 깊은 곳에 남은 죄의식이 불러들인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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