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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2-12-04 23:13:02

이대로 떠나야만 하는가 너는 무슨 말을 했던가

<본즈 앤 올> 스포일러 없는 리뷰

 

 

 

 

 

와그작

 

미국의 어느 도시. 평범한 10대 소녀인 매런은 학교를 다니고 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다니는 매런. 다른 국적의 10대들과 다를 바 없이 지내고 있다. 오늘은 우리 집에 올래? 매런을 초대하는 친구들. 매런은 당연히 오케이다. 주인공 매런은 그냥 평범한 10대 소녀다.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매런. 어머니가 아주 어렸을 때 매런 가족의 곁을 떠났다. 아버지와 함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었던 매런. "잘 자요, 아빠!" 다른 날과 비슷하게 아버지에게 인사하는 매런.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대로 자면 뭔가 아쉽다. 일과 때 친구들과 했던 약속이 떠오른다. 방에 있는 창문을 열고 신발을 신은 다음 조심조심히 밖을 나가는 매런. 아버지 모르게 친구 집에 도착한다. "매런, 왔어?" 매런을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들. 친구들과 서로 대화한다. 가장 친한 친구 옆으로 가는 매런. 나른한 피아노와 함께 같이 누웠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매런과 매런의 베프. 그런데 갑자기 매런이 입을 벌렸다. 그리고 그 친구의 손가락을 씹어 먹었다.

 

 

 

아수라장이 된 파티장. 우발적으로 튀어나온 행동에 매런은 당황한다. 도망가는 매런. 집에 도착했다. 당황한 아버지. 아버지의 혹시? 는 사실이 됐다. 사람을 뜯어먹은 매런. 어렸을 때 잊었던 기억이 몇 년을 돌아 다시 부녀에게 들이닥쳤다. 급히 도망가는 매런 부녀. 그렇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될 거 같았다. 천만에. 또다시 연상되는 트라우마에 아버지는 딸 매런을 버리고 도망친다. 매런이 살아오면서 행했던 식인 에피소드를 일일이 녹음한 테이프를 남기고. 혼자가 된 매런.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어머니밖에 없다. 어머니가 있는 미네소타로 향하는 매런. 매런의 세상에는 정말 혼자밖에 남지 않았다. 식인종은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외로운 삶을 이겨내야 할 것 같았던 그녀에게 또 다른 손님이 등장했다. 먹는 취향이 비슷한, 그러니까 같은 식인종인 '리'다.

 

 

 

로드무비

 

영화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안에서 차와 풍경을 활용한 연출이 구석구석 돋보인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보여줬던 아름다운 영상미가 이 영화에서도 장점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와 관련된 근본은 역시 '보니 앤 클라이드'에서 왔다. 우리나라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한글화 되었던 영화. 무료한 일상에 질려 강도질을 시작했던 커플을 소재로 했던 영화는 로드무비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이 <본즈 앤 올>은 이를 보여주듯 두 커플이 어떻게 식인이라는 본성을 유지할 수 있었는가? 에 대한 내용을 품고 있다. 영화에서 모든 이야기에 개연성이 생기는 이유도 이 '로드무비'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런이 배고프다고 했을 때 리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리의 생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어머니는 과연 매런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리와 매런 둘은 어떻게 만났는지, 엔딩 전개를 위한 준비물까지 이리저리 떠도는 인물들의 특성을 이야기에 잘 넣었기에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런 로드무비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이유는 역시 두 주인공 리와 매런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리와 매런은 본질적으로 주류에 낄 수 없는 사람이다. 사람을 죽여 식인 한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런은 사람을 해치기 싫어한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세상이 그대로 나 둘리가 있나. 이리저리 여행한다는 것은 인물의 입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와도 관련이 있다.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와 여행의 동적 이미지가 닿아 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에서 두 번 반복되는 시퀀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산골에서 두 사람만 조명하는 이미지는 텅 비어 보이는 느낌에도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든다. 이 외에도 영화에서 언제 여행을 멈추고 쉬어가는지, 여행을 아예 그만 둘 때는 언제인지 생각하면 이 역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행을 오히려 인물의 고독과 연대라는 이중적인 성격으로 표현한 것이다.

 

식인종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세팅인 '식인'은 단순히 자극적으로만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세팅은 아닌 것 같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누가 봐도 외톨이다. 당연히 식인이라는 습성 때문에도 있지만 이 인물들에게는 큰 결핍이 있다. 외로울 수밖에 없는 매런과 리. 이는 어머니/아버지가 어렸을 때 떠났고 이 둘이 범인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연대를 표현하는 키워드가 되기도 한다. 또 이 둘이 '어떻게 생존을 지속하는가'에 대해서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이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식인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 '본능적으로 하는 식인'은 영화에서 어떤 트리거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과 병치된다. 그러니까 영화에서 두 사람이 먹는 것이 인간으로 표현은 되지만 '소외된 이들이 사랑'을 먹는다라는 의미와도 통한다. 식인이라는 속성이 호러와 로맨스라는 두 극단적인 장르의 구분선을 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인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역시 전 세계 도처에 있는 아웃사이더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숨어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식인은 굉장히 극단적인 세팅이다. 영화는 이 식인을 합리화하지 않는다. 극에서 가족을 등지고 도망치거나 버려졌던 인물들의 특성을 봐도 그렇다. 또 매런과 리 캐릭터의 차이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매런은 식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식인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리는 매런에 비해서 좀 우호적이다. 대신 식인 하는 이유에 나름대로의 원칙을 적용한다. 이 두 속성만 봐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식인에 대해서 '다름을 이해하자!'식의 말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닌 것 같다. 대신 영화는 극단적인 세팅으로 두 사람의 고독과 고립감을 증폭시킨다. 이 고립감은 두 영화가 호러-로맨스의 장르 구분을 뛰어넘는 것과 유사하게 로맨스 영화의 장르 특성을 강화한다. 둘 다 외롭고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기 때문에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다. 소재가 가질 수 있는 아이러니를 잘 잡은 것이다. 또한 본 작은 이런 극단적인 세팅을 소모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중간에 대사로 "우리 같은 사람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입'이라는 신체기관이 두 가지의 생존에 기여한다는 점이나, 두 주인공이 서로를 알아봤던 방식까지, 영화는 끊임없이 아웃사이더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있다. 평생을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해 온 관객들이 있다면 이는 깊은 감정적인 공감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글쓴이를 포함한) 완벽한 사랑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몇 있다. 근데 사실 그런 건 없다.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날도, 좋지 않은 날도 있다. 얼핏 보면, 시선의 전환이 순수한 사랑을 낳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이 시선에 대한 영화다.

 

 

 

캐릭터 칭찬해

 

글쓴이의 관점에서 영화가 좋았던 이유는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첫 번째. 주인공 매런은 공허한 사람이다. 이를 보여주는 영화의 연출과 테일러 러셀의 내면연기가 좋았다. 영화의 분위기를 이끄는 좋은 퍼포먼스였다. 또 남자 주인공이었던 티모시 샬라메는 영화 러닝타임 내내 빛난다. 누가 이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겠는데 헤어스타일 진짜 잘 골랐다. 티모시 샬라메가 극 중에서 깡마른 체형으로 묘사되고 또 워낙 잘생겼기 때문에 이 헤어스타일을 소화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다. 첫 등장부터 연출의 수혜를 받았던 리. 단순히 외모뿐만 아니라 감독의 주특기를 가장 잘 받는 인물이 이 '리'다. 이 영화의 굉장히 큰 강점은 색감이다. 빛, 의상, 물건의 색, 피의 색(빨간색), 이런 색상 배치를 자기만의 영상언어로 감독은 표현한다. 이 톤인톤의 색감을 티모시 샬라메는 훌륭하게 소화한다. 이 인물은 개인의 작중 행적에서도 각본의 혜택을 받는다. 영화는 리는 이 인물이 어떻게 하면 더 로맨틱하게 보일 수 있을까?를 전부 다 구현하는 서사를 갖고 있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캐릭터에 대한 존재감을 쾅쾅 남긴다.그러나 이 리 캐릭터에게 아쉬운 점도 있다. 영화 후반부에 터닝포인트가 되는 지점이 있다. 여기서 엔딩까지 좀 갑자기 전개되는 감이 있다. 이 사이에 인물의 내면 묘사가 어느 정도 있었으면 몰입이 더 깊지 않았을까? 

 

 

 

아. 위의 두 캐릭터만큼이나 엄청난 존재감을 풍기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마크 라이런스가 맡은 '설리'다. 이 인물은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다. <더 배트맨>의 리들러가 연상되는 말투를 뽐내며 매런에게 말을 거는 설리. 어딘가 좀 돌아이 같은 이 캐릭터가 영화 끝까지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는지를 주시한다면 영화의 재미가 넓어질 것이다. 이 영화가 각본의 힘이 좋았던 이유는 언제 어디서 어떤게 튀어나올지 예상이 안 되지만 극 내부에서 거의 대부분 설명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캐릭터들이 생동감이 있어 살아 숨쉬지만 특히 설리라는 인물은 더더욱 그랬다. 아마 마크 라이런스는 주요 시상식에서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뭐 단순히 연출 내적으로 인물들이 또렷하긴 했다. 그러나 글쓴이가 이 인물 연출에서 더 좋았던 점은 이 인물들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매런. 매런의 어머니. 매런의 아버지. 리. 리의 어머니. 리의 여동생. 리의 아버지. 설리. 중간에 만나는 인물. 다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 인물들은 사랑을 갈래만 다른 채로 표현하고 있다. 영화에서 인물 간의 대비를 훌륭하게 조명했기 때문에 이 사랑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글쓴이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재미는 '각기 다른 사랑'이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알아챌 때 왔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이 사랑에 대해서 어느 쪽에 가중치를 둔 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이 뭘까? 나라는 존재를 긍정할 수 있는 것. 그런게 사랑 아닐까? 좀 잔인하긴 해도 커플들이 보기 좋은 영화다. <아바타 : 물의 길> 이전에 <더 메뉴>와 함께 보면 좋은 웰메이드 로맨스 영화다.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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