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엘2022-12-10 20:46:43
어느 한 유대인이 독일 나치에게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하는 이야기
영화 <페르시아어 수업> 시사회 후기
독일 나치 병사들이유대인들을 총살하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인질은 자신이 페르시아인이라고 병사들에게 거짓말을 하여 독일 나치군이 있는 군사 기지로 끌려가코흐라는 이름의 대위에게 가게 된다. 코흐대위는질에게페르시아어를 가르쳐달라고 명령하고 그 대신질을 독일 나치군의 식사를 담당하는 주방 보조로 일하게 해준다. 잠을 자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페르시아어를 배우는질은코흐 대위에게 페르시아 단어를 가르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막스라는 독일군 병사는질이 페르시아인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지만코흐 대위는 이를 묵인하는데... 과연질은 나치에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코흐 대위가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페르시아어를 가르쳐 달라고 한 걸까?
거짓말하면 죽는다는 코흐 대위의 협박에 질은 어쩔 수 없이 페르시아어를 외워야 했다.
독일 나치군에게 살아남으려면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유대인의 이야기!
코흐 대위는 유럽을 지배한 독일 나치군이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거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전쟁이 끝나고질에게페르시아어를 배워 자신의 동생이 있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으로 가서 독일 음식점을 차리려고 했다. 질에게 특별 대우까지 해주면서페르시아어를 배우게 되지만 나중에 독일 나치군이 불리해지면서 이란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자신이 배웠던페르시아어를 공항 검색대에서 말하지만 가짜였다는 것이 들통나고 결국 체포된다. 살아남은질은 연합군에게 구조되는데 나치가 불태워버린 3만 명의 유대인 희생자 명단을 기억하고 줄줄이 말해 놀라게 만든다. 이 영화를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잔혹한 진압 방식과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유대인들을 가축 취급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었다. 끔찍한 트라우마가 남을 유대인 생존자들은 그때 지옥 같은 삶을 어떻게 버텨냈을지 필자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며
지옥 같은 삶을 살았던 유대인들을
볼 수 있었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JIFF 데일리] 여성, 실패시대
이번,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내가 생각한 특이점은, ‘아르헨티나’ 영화와 여성 스포츠 영화가 많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여성-창작자’와 더불어서 말이다.
올해는 총 세 번의 불면의 밤이 있었는데, 각 회차별로 주제의 핍진성이 좋았다. 영화의 통일된 연결고리가 있어 보다 더 흐름이 자연스러웠다고 할까. 심야상영 1은 <내 생의 마지막 파티>, <배아 애벌레 나비>, <헌팅 데이즈>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리듬감 있는 영화로 구성되었다. 심야상영 2는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그녀는 코난>,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로 부천영화제가 떠오르는 라인업인데, 장르적으로 두각이 나타나는 영화들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관람한 심야상영 3는 <울라>, <플라멩코의 여왕, 싱글라>, <시대의 아이콘, 신디 로퍼>로 여성 아티스트의 전기 영화들로 채워졌는데 특히나 음악과 관련된 영화들이라, 영화관에서 큰 사운드로 들을 수 있음에 참 좋았다.
그리고 시네필전주 섹션으로 “샹탈 아커만 + 아녜스 바르다, 영화로의 여행”을 관람하였는데, 여기서 ‘비바! 바르다’라는 작품과 심야상영에서는 ‘울라’, ‘시대의 아이콘, 신디 로퍼’ 이렇게 세 편이 갖고 있는 공통된 메시지가 있어 하나로 묶어 소개하고 싶었다.
바로 ‘실패하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 (그것도 아주 많이). 그들의 성공에는 늘 수많은 실패가 따라왔고, 수많은 실패가 있었기에 더욱 빛나는 사랑이 있다. 이것은 성공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을 하겠다는 그들의 실패기이다. 실패가 낳은 성공보다는, 실패에도 꺾이지 않은 그 고집들에 용기를 얻는다.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닌, 실패로 향하는 길에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단단함과 사랑이 미련함과 무모함이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보여준다.
<비바! 바르다>
-피에르 앙리 지베르
시놉시스
아녜스 바르다는 프랑스 뉴웨이브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영화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움을 발명했고, 확고한 자신만의 스타일로 단번에 바르다표 영화임을 구분 짓게 하는 영화 세계를 구축했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비바! 바르다”는 누벨바그란 낯설고, 아녜스 바르다의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아녜스 바르다 감독에 대하여 입문하고 싶다면 보기 딱 좋은 친절한 영화다.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이 아녜스 바르다의 전기 영화로, 바르다의 예술의 세계를 시대의 흐름대로 쫓아간다. 그의 사진작가 시절부터 ‘아녜스 바르다’라는 아이콘의 탄생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마치 ‘아녜스 바르다’라는 과목의 기본서를 보는 것 같다. 그가 어떤 계기로 예술을 시작했는지, 바르다가 고집하던 예술적 태도는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사회에서 그의 존재가 희미해졌다가 뚜렷해지는 곡절까지 하여 바르다를 총망라한다.
나는 그저 누벨바그의 유일한 여성 감독 ‘아녜스 바르다’로 알고 있었던 지라 그가 그렇게 많은 실패를 했는지 몰랐다. ‘5시부터 7시까지 클레오’ 이후 조명받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집밖을 나가기 더 힘들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그는 집에 영화 사무소를 만든다. 영화 의뢰를 받는 사무소였는데, 생각보다 제작을 맞기거나 투자해주는 이가 없어 아녜스의 제작 스튜디오로 사용되었다. 그는 자신의 환경에 관해 멈추지 않고, 어떻게든 문제를 돌파한다. 또 그의 거침없는 입담까지 참 매력적이었다. 바르다의 주변인물의 말에 의하면 바르다는 권위적인 사람이었다고 하는데, 언제나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에게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는 것을 보면, 바르다의 권위는 통쾌한 구석이 있다. 늘 밑바닥부터 쳐다보고, 버린 감자일지라도 자신의 영역으로 가져와 그의 창의력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한다. 그의 재기 넘치며, 독창적이고, 꺾이지 않는 태도가 우리가 생각조차 하지 않던 일상을 새로운 것으로 발굴한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바르다의 방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한계가 있더라도 그 한계마저도 창조적 영역의 확장을 이룬다. 이런 그에게 실패란 결국 또다른 창조물의 하나가 되는 셈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여 ‘아녜스 바르다’라는 아이콘까지 만들어냈다. 그의 방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울라>
-아그네즈카 이반스카
시놉시스
<울라>는 슈퍼 8 카메라로 촬영한 재즈 러브 스토리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폴란드 재즈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인 우르줄라 두지악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 영화는 폴란드의 작은 마을 스트라콘카에서 뉴욕 그리고 최고의 재즈 클럽으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을 그린다.
나는 ‘재즈’라는 장르에 관하여 잘 알지 못했는데, 어떤 즉흥적 연주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작품에서 보여준 우르줄라 두지악(이하 ‘울라’)의 재즈를 보고, 즉각적으로 변이하는 예술이라 느꼈다. 목소리부터 해서 음악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음악으로 창조해 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그는 줄곧 음악을 하고 싶었고, 그런 과정에서 첫 번째 남자, 미하우를 만난다. 그와 함께 밴드를 꾸리고, 폴란드에서 덴마크 그리고 뉴욕으로 향한다. 울라의 재능은 당연 돋보였고 그 당시의 재즈스타들과 만남도 이어진다. 울라의 경력이 상공으로 향하고 있을 때 미하우와 이별하게 된다. 이후 울라는 ‘주변’이 사라진다. 늘 타인과 같이 섞이며 합을 맞추고 음악을 하였던 울라에게 아무 것도 없다시피 삶이 흘러가버린다. 이후 파트 타이머 일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던 울라였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울라는 다시 자신의 주변인을 모은다. 그리고 동료가 없다 하여도 혼자서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여 그만의 재즈를 만들어낸다. 오로지 울라의 목소로만 가득 찬 재즈는 너무나 풍족했고, 알찼다.
그리고 이후 두 번째 남자를 만난다. 그는 작가였는데 유머러스함에 이끌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이미 아내가 있으며 그전에도 수많은 애인이 존재했다. 그럼에도 울라는 그를 사랑했다. 하지만 중간에 그가 울라에게 ‘울라의 음악’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는데, 여기에 더해서 울라에게 ‘평범함’을 강조한다. 어떻게 이리도 좋은 목소리로, 이렇게도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데 그런 음악만 하려고 하는 것인가. 얼핏보면 ‘칭찬’으로 볼 수 있겠다만, 울라의 음악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 생각했다. 그를 많이 사랑했던 만큼 울라의 마음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울라는 자신의 음악을 선택한다.
울라에게 소중했던 인물들이 안겨준 상처들에 불구하고도 혼자서라도 해내고, 지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색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렇게 울라는 여전히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
-
<시대의 아이콘, 신디 로퍼>
-앨리슨 엘우드
시놉시스
일약 스타덤에 오른 신디 로퍼의 삶과 음악. 더불어 흔들리지 않는 페미니스트이자 지칠 줄 모르는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조명한다. 시대의 아이콘이자 선구적인 아티스트인 신디 로퍼. 그녀의 세계를 탐험하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지금, 여기, 바로 시작한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미국의 페미니스트이자, 활동가이자, 가수인 ‘신디 로퍼’ 그는 참 다양한 직업들이 있으며, 다양한 음악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그것은 그가 단순한 삶에 순응하지 않고 늘 반항하며 다양성을 추구했기에 그의 작업에서도 그 형태가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신디 로퍼는 폭력적인 새아버지에게 벗어나 먼저 독립하고 있던 언니와 생활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언니의 퀴어 친구들과도 어울려 지내며 더욱 더 다양성을 사랑하게 된다.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겠던 신디는 음악으로 뛰어든다. 노래는 잘하나 목을 쓰는 법을 몰랐던 신디는 수없이 많은 모창을 하고 목이 나간 채로 보컬리스트를 찾거나 옷집에 가서 일을 도우며 자신의 코디를 찾고, 같이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료도 찾는다. 그는 늘 먼저 행동하고, 발굴하던 자였다. 이후 재능이 돋보이던 신디는 밴드가 아닌 솔로로 가수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는데, 이때 냈던 첫 음악이 ‘Girls Just Want to Have Fun'이다.
원래는 여자들이 너무나 놀고 싶어서 어쩔 수 없다는 남성의 시선으로 전개되던 노래였다. 하지만 여기서 신디는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 남성보다는 여성의 시점으로 노래를 새로 만든다. 그렇게 재창조된 이 노래는 그야말로 대박을 친다. 이후에 나온 ‘Tine After Time'으로 흥행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후 계속 낙방하고 마는 신디. 연인과도 이별하고, 음악의 변주에 관한 불평과 과도한 미디어의 주목에 많은 걸림돌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신디의 친구가 에이즈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 이를 계기로 노래 ’True Colors'과 탄생한다. 이 노래는 당시 미국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던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되어준 노래로 위치한다. 이후에도 자신이 관심있는 사회적 주제에 관해서도 끝임 없이 노래로 목소리를 냈다. 낙태죄 폐지와 성소수자 청소년의 홈리스 문제, 이외에도 많은 문제들을 신디의 장르로 끌고와서 선보인다.
그중 뮤지컬 ‘킨키 부츠’로 최초로 토니상을 여성이 되었다. 스타성이 많던 신디에게 좀 더 쉽게 길을 갈 수 없냐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비슷한 것을 다시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신디는 늘 색다른 것을 추구했다. 그리하여 신디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탄생했고, 이는 신디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미 큰 성공을 맛보았던 신디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되는 낙방에도 늘 도전했다. 이에 거대한 신디의 세계가 탄생했다. 신디는 자신이란 장르를 만들어 냈다.
‘아녜스 바르다’, ‘우르줄라 두지악’, ‘신디 로퍼’. 이 세 명의 여성 아티스트는 수많은 실패 속에서 꾸준히 자신의 길을 닦는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소중한 사람이 싫어하더라도, 쉬운 길이 있더라도, 그리하여 실패를 낳는다 하여도 말이다. 그러나 실패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포용하는 고집은 자신이라는 장르를 탄생시켰다. ‘아녜스 바르다’라는 영화, ‘우르줄라 두지악’이라는 재즈, ‘신디 로퍼’라는 노래.
그들에게 실패는 성공을 낳게 된 어머니가 아니다. 자신의 결과물이자, 도전의 상징이었다. 결국, 실패시대란 차곡차곡 세계를 장악해 내가던 시기인 셈이다. 그러니, 실패하여도 문제 될 수 없다. 실패는 내가 세상을 맞설 수 있다는 증거이자 힘이니까. 그리고 그것은 나를 더 뚜렷하게 만들 것이다. 그들처럼.
-
<비바! 바르다>
5/3 19:30 (메가박스전주객사 1관)
5/6 10:30 (CGV전주고사 2관)
5/10 17:30 (CGV전주고사 2관)
<울라>
5/4 21:00 (메가박스전주객사 8관)
5/5 23:59 (메가박스전주객사 4관, 5관, 6관)
5/7 18:00 (CGV전주고사 3관)
<시대의 아이콘, 신디 로퍼>
5/4 21:00 (CGV3전주고사 2관)
5/5 23:59 (메가박스전주객사 4관, 5관, 6관)
5/6 13:3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
- 희로애락이 교차되어 빛나는 삶의 순간
2007년 장편 데뷔작 ‘모두 용서했습니다’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 세자르상 최고데뷔작상 후보에 올랐고,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2009년 ‘내 아이들의 아버지’,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2015년 ‘다가오는 것들’ 등 섬세한 연출로 사랑받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을 보고 왔습니다. 2021년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베르히만 아일랜드’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데 이어 마침내 제75회 칸영화제 독립 부문 감독주간 최우수유럽영화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프랑스 대표 감독으로 우뚝 선 그녀의 최신작이죠.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는 그녀의 시선 덕분에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해 지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이 밖에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작품입니다. 근래 극장가가 조용한데, 얼마나 관람하실지 궁금해지네요. :)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요양원의 할아버지보다 이 책들에서 할아버지가 더 느껴져”
시놉시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예고편│Trailer
원제: Un beau matin, 영제: One Fine Morning│감독·각본: 미아 한센-로브
출연진: 레아 세이두, 멜빌 푸포, 파스칼 그레고리, 니콜 가르시아, 카미유 르방 마르탱 외 多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상영 시간: 113분
국가: 프랑스, 영국, 독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찬란
평점: 평론가 7.0, 왓챠피디아 3.3, 로튼토마토 신선도 92% 팝콘 69%, IMDB 7.0, 메타 스코어 86점
개봉일: 2023년 9월 6일
“삶은 어디에나, 언제나 존재한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스타일이 늘 그러했듯, 이번에도 파리에 사는 주인공 산드라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희로애락을 이끌어냅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은 상실과 슬픔이 존재하고 다른 쪽에는 사랑과 행복이라는 상반된 감정선이 흐르는 그녀의 모습에 빠져들 수밖에 없죠. 자전적 경험을 확장시키는 그의 스타일상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을 상기시키는데, 이번에도 ‘베르히만 아일랜드’ 집필 이후 깊어지는 아버지의 병세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깨달은 가치와 진심을 담은 스토리는 더욱 친밀하게 와닿습니다.
한동안 ‘007’ 시리즈, ‘프렌치 디스패치’, ‘프랑스’, ‘디셉션’, ‘내 아내 이야기’까지 뇌쇄적이고 몽환적이며 혹은 화려하고 강렬한 인물을 연기했던 프랑스 대표 배우 레아 세이두는 주인공 산드라로 변신해 자신의 가치를 빛냅니다.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를 맡아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생생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그녀가 겪는 슬픔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해줍니다. 기본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듯 수수한 스타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싱글맘으로 변신해 매 순간 변화를 맞이하는 산드라의 심경을 전달합니다. 배우 본연이 가진 신비로운 눈빛과 말투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감정의 연장선을 더욱 깊게 연결해 주는 듯했습니다. 그만큼 산드라로 분한 레아 세이두의 연기가 친근함, 그 이상을 이끌어낸 것이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삶에서 찾은 작은 변화로 상실의 빈자리를 극복해 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완성한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이었습니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 놓인 평범한 일상이 담긴 인생의 한 페이지를 통해 여러 순간들을 거쳐 위로와 희망을 얻고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죠. 노쇠한 아버지를 향한 상실감, 새로운 연인 클레망과의 사랑 등 쓰디쓴 인내의 시간을 지나 다시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내일을 향한 기대와 위로를 전하면서 말입니다. 관객과 함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공유하는 미아 한센-러브, 다음엔 또 어떤 장면을 담아줄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네요. :)
-
- 하이재킹 | 역사와 상상 사이에서 항로를 지켜내는 뚝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69년, 동해 상공을 비행하던 공군 파일럿 '태인'(하정우)은 비상사태를 맞이한다. 남파 간첩이 납치한 한국 민항기가 휴전선을 넘기 직전이 되자 민항기를 사격해 엔진을 멈추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것. 하지만 그는 전역한 자기 사수가 파일럿임을 확인한 후, 승무원과 승객의 안전을 우려해 상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결국 비행기는 그대로 북한에 억류되고, 태인은 군복을 벗는다.
2년 후 민항기 부기장이 된 태인'(하정우)은 기장 '규식'(성동일)과 함께 속초 공항에서 김포행 비행에 나선다. 승무원 '옥순'(채수빈)의 안내에 따라 승객들이 탑승한 후 이륙한 비행기. 그러나 '용대'(여진구)가 사제폭탄을 터뜨리자 기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용대는 조종실을 장악한 후 북으로 기수를 돌리라 협박한다. 폭발 충격으로 규식마저 한쪽 시력을 잃은 가운데, 태인은 비행기와 승객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다.
과거의 힘을 살린 항공영화
하이재킹.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 미 연방항공청에 따르면 하이재킹은 1968년부터 1972년까지 유난히 자주 발생했다. 5년간 325건에 달할 정도. <1987>의 김경찬 작가가 각본을 맡고, 당시 조감독이었던 김성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하이재킹>은 바로 그 시기에 발생한 '대한항공 F27기 납북 미수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1971년 1월, 속초공항발 김포공항행 여객기가 이륙 30분 만에 홍천 상공에서 납치범 김상태에게 납치당했고, 이강흔 기장과 전명세 조종사는 협박범의 요구대로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비행기는 강원도 고성 바닷가에 무사히 비상착륙했고, 승객도 전원 생존했다. 이강흔 기장이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를 북한의 미그기라고 속이는 기지를 발휘하고, 전명세 조종사가 폭탄을 몸으로 덮는 희생정신을 보여준 결과였다.
<하이재킹>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1987> 느낌이 물씬 나는 역사적 상상력이다. 사람보다 이념이 우선시되던 시대의 그림자와 과거라서 오히려 신선한 당시 시대상을 버무려 기존 항공 영화의 한계를 피하려 했다. 과하지 않게 감정선을 살짝 '넛지(Nudge)'하는 화법도 관객을 승객 중 하나로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그 덕분에 <하이재킹>은 난기류를 만나고도 목적지까지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역사의 것은 역사에게, 상상의 것은 상상에게
실화 사건을 다룬 작품의 관건은 각색의 정도와 방향성이다. 상상과 왜곡은 한 끗 차이니까. 그런데 <하이재킹>은 그 어려운 일을 비교적 잘 해냈다. 역사적 사실을 부각하는 대목과 상상력을 발휘할 대목을 철저히 분리한 선택이 장르적인 측면과 스토리텔링 양쪽에서 득이 됐다.
사실 항공 영화는 상상력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시간대가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그렇다. 숱한 사고를 겪으면서 보안 규정이 나날이 철저해졌기 때문.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만 해도 '류진석'(임시완)이 비행기 표를 사는 첫 장면부터 기내에서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전개가 어색하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하이재킹>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 함정을 피했다. 항공 보안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70년대를 배경 삼아 자칫 억지스러울 상황을 납득시켰다. 선착순으로 비행기 자리를 고르거나 용대가 보안 검사를 뚫고 폭탄을 반입하는 장면은 신선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역사의 빈틈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실제로는 없었던 민항기 격추 명령, 알려진 바 없는 범인의 범행 동기 등을 잘 짜 맞춰서 태인과 용대 사이에 진한 감정선을 불어넣었다. 그 덕분에 다큐멘터리가 될 수 있었던 이야기에서는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는 '이한열'(강동원) 열사와 '이연희'(김태리) 사이의 가상 로맨스를 활용해 6월 민주 항쟁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 <1987>의 장점과도 유사하다.
피해자 VS 피해자
그 덕분에 <하이재킹>은 단순한 항공기 납치 스릴러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다. 전혀 접점이 없는 태인과 용대의 이야기는 대조될 때 함의가 드러나기 때문. 용대는 가해자가 된 피해자의 전형이다. 6.25 전쟁 때 북한 인민군 장교가 된 형 때문에 반공분자로 몰려서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다. 그 사이에 어머니까지 죽은 그는 2년 전 납북 사건 주동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우를 받는다는 소식에 착안해 하이재킹 범죄를 저질렀다.
반면에 태인은 피해자이지만 가해자는 되지 않았다. 그는 2년 전 휴전선을 넘어가는 민항기의 엔진을 쏴서 착륙시키라는 명령을 거부했다. 군에서 사수였던 파일럿과 승무원, 승객 모두가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 대가로 강제전역 당한 후에도 그는 군복을 벗긴 휴머니즘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전투기 사격을 피하고, 한쪽 손만으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면서 2년 전과는 달리 승객도, 승무원도, 자기 부사수도 지켜냈다.
이렇게 보면 두 주인공의 공통점과 차이는 분명하다. 국가 권력의 횡포로 인해 피해자가 됐지만 전혀 다른 답을 볼 수 있으니까. 용대는 피해의식과 정부를 향한 불신에 사로잡혀 자기 인생은 물론 무고한 이들의 인생까지 파괴하려 든다. 반면에 태인은 그 불이익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자기 신념을 증명해 보인다. 북한에서 송환을 거부한 파일럿 사수의 가족을 자기 자족처럼 돌보고, 부기장으로서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그래서일까? 두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대면하는 순간은 <하이재킹>에서 볼 거라 예상한 장면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처럼 피해자로서 고통받은 이를 마주한 후에야 가해자가 된 피해자는 마침내 자기 잘못을 깨닫는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던 용대는 자기처럼 무고한 피해자는 없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태인의 설득에 비로소 흔들린다. 여기에 다소 잔인한 과감한 연출이 더해지면 둘의 관계는 의외로 가슴 아리게 다가온다.
압축과 절제의 미학
다른 길로 빠지지 않고 사건에만 집중하는 구성도 두 주인공의 이야기에 담긴 감흥을 극대화한다. <하이재킹>은 압축과 절제의 미학을 살려 이야기를 러닝타임 100분 안에 눌러 담고, 빠른 템포로 전개하면서 사건과 주인공 둘에게만 시선이 쏠리게 한다.
사실 <하이재킹>의 구성은 자칫 익숙한 신파로 빠지기 십상이었다. 갑작스레 납치된 승객 하나하나의 사연을 풀어놓으면 눈물을 짜내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신혼여행 가는 부부, 아픈 딸 병간호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는 할머니 등. 하지만 영화는 승객에게 그다지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대신 필요한 타이밍마다 장면 하나하나를 알뜰하게 활용하면서 분위기를 고조한다.
감정을 강요하는 대신, 관객이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상황만 조성하고 뒤로 물러나는 셈이다. 사법고시 붙은 아들과 어머니가 대표적이다. 검사가 된 아들이 자랑스러운 어머니와 수화 쓰는 어머니를 창피해하는 아들. 납북을 대비해 신분증을 파괴해야 상황에서 아들은 차마 검사 신분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오히려 신분증을 찢으려 하고, 잘 찢어지지 않자 아예 삼켜 버린다.
부메랑이 된 상상력
다만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 상상력은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특히 과욕처럼 보이는 볼거리가 적지 않다. 물론 인상적인 대목도 있다. 용대가 폭탄을 터뜨려 조종실을 장악하는 장면은 마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속 뉴욕 타임스 스퀘어 장면을 연상시키는 슬로 모션 효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록 같은 퀄리티는 아닐지언정 한계를 극복하려는 대담한 시도 자체는 놀랍다.
하지만 비행 시퀀스로 서스펜스를 쌓는 장면은 다소 무리수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기체에 구멍이 나서 비행기가 급낙하 할 때나, 한국 공군이 민항기를 사격하고 이를 피하는 장면이나, 여객기가 배면비행을 보여주는 것까지. 영화적으로는 긴장감을 극대화하지만, 잠깐이라도 현실성을 따지는 순간에는 맥이 뚝 끊길 수 있는 상황이다. 마치 <비상선언>에서 항공자위대가 민항기에 위협사격을 가하는 순간처럼.
또 비행기 내부 전개에서는 한계가 명확하다. 승객들이 용대를 덮치고, 부기장이 휴전선을 넘은 척 용대를 속이고, 어떻게든 난기류를 이용해 보려는 식으로 여러 사건을 만들어내고자 애쓴다. 하지만 결국 큰 틀에서는 겁에 질린 승객과 난폭한 납치범이라는 구도를 벗어날 변곡점이나 제3의 인물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다 보니 중반부는 같은 장면이 반복되어서 비교적 지루할 수 있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하정우와 성동일만이 이름값을 해냈다. 배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극본의 한계가 드러난 지점에 가깝다. 여진구가 맡은 용대의 경우 태인과 대조되는 사연만 돋보일 뿐,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나 매력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채수빈이 연기한 옥순은 단순히 시나리오의 도구에 불과하다. 없어도 이야기 전개에 문제가 없을 정도다.
이에 더해 <하이재킹>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기술적인 아쉬움도 크다. 대사가 잘 안 들리는 한국 영화의 고질병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비행기 외부 소음과 대사가 섞이거나 파일럿끼리 무전을 할 때는 OTT 자막 기능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배급사가 아닌 컬럼비아 픽처스가 직접 배급하는 작품인데도 고쳐지지 않은 문제라 더욱 안타깝다.
Acceptable 무난함
실화에 상상을 더해 어찌어찌 목적지에는 착륙하다
-
- 연애 감정과 양말 한 짝은 잃어버리는 것
첫 번째 키스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결혼에도 해피엔딩이 있을까. 사랑해서 한 결혼은 늘 각기 다른 이유로 장애물에 부딪힌다. TV 프로그램 속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을 볼 때면 저들은 저렇게 안 맞는데, 어떻게 함께 살게 됐을까 궁금해진다. 같이 사는 것이 그토록 괴롭다면 일찌감치 갈라서는 게 낫다라는 미혼다운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첫 번째 키스>에는 대화가 없는 부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없고 숨 막히도록 무미건조한 부부. 그런데 이혼 서류를 들고 나간 날 남편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생을 마감하고 만다. 남편 카게루를 하루아침에 잃은 아내 칸나는 혼자가 된 채 자신의 삶에 집중해 나간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터널을 지나게 되고, 거짓말처럼 15년 전 남편을 처음 만났던 시절에 당도한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었기에 칸나는 싱숭생숭한 와중에도 어떻게 해야 미래의 카게루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몇 번씩 터널을 오가면서 서로의 첫 만남을 리셋하고 감정을 쌓아간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가 사고를 당하지 않게 하려고 애쓴다. 갖은 수를 써도 소용이 없자 칸나는 자신과의 인연 자체가 시작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15년이나 어린, 과거 속 남편에게 모진 말을 쏟아내지만 결국 카게루는 칸나가 미래에서 왔고 둘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음을 알게 된다.
결혼은 희생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카케루와 칸나 사이에 대화가 끊기기 시작한 것은 그가 꿈을 포기하고 아내와의 안정적인 삶을 이루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러한 경위를 깨달은 칸나는 더더욱 그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좀 달랐을까라고 삶을 돌아본다.
가까울수록 정작 필요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고 생각하거나, 모든 건 다 우리를 위한 거라 치부하며 참고 견디는 나날의 연속이다. 쌓이는 오해와 깊어지는 감정의 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쓸 겨를이 없다. 서로가 너무 달라서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구석만 발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다수의 부부는 왜 수건을 구겨서 걸어 놓을까, 치약을 왜 중간에서부터 짤까 등 사소한 단점을 발견하며 살아간다.
사랑하면 눈이 먼다는 말이 있다. 영화 속 칸나의 말처럼 결혼하면 해상도가 올라간다. 콩깍지는 벗겨지고 4K로 안 좋은 점을 보게 된다. 카게루는 둘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았고,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지만 두 선택지 모두 동일하게 택한다. 달라진 것은 오직 하나, 칸나와의 결혼 생활이다. 대화 없이 차가운 공기만 오가던 부부가 아니라 각각 빵과 밥 다른 메뉴를 먹으면서도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든다.
그렇게 영화의 엔딩에서는 건조함 대신 사람 냄새 나는 밝은 분위기가 가득한 집안이 스크린을 채운다.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톡톡히 잘 활용해 낸 것이다. 이따금 지나간 연인이 그립고 놓친 기회에 애달파하며 밤을 지새울 때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건 과연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스스로 가늠해 본다. 그렇게 혼자 내린 결론은 이렇다. 다시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드는 일이라 원하지 않는다 싶다가도 놓친 인연, 설렜던 감정을 되찾을 수 있다면 속는 셈치고 한번쯤 뛰어들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반했던 순간은 생각보다 더 강력하니까.
-
- <트랜짓>의 게오르그
매혹적인 은유 덩어리, <트랜짓>
"그러니까 내가 이 호텔에 머무르려면 이 나라에 오래 머물지 않을 걸 증명해야만 하네요?"
어렵게 마르세유에 도착해 호텔에 잠시 묵으려는 게오르그에게 호텔 주인은 체류 허가증을 요구하며 그가 잠시 머물다 갈 사람임을 증명하라고 한다. 머물고 싶어도 마음대로 머물 수 없고, 떠나고 싶어도 마음대로 떠날 수 없다. 영화 <트랜짓(Transit)>(2018)은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방황을 거듭하는 자들의 딜레마를 조명한다.
<트랜짓>은 선명한 영화가 아니다. 과거와 현재를 기묘하게 점유하는 영화의 배경은 영화의 선명도를 한껏 낮춰 그 자리를 모호함으로 채운다. 선명하지 않다는 말은 곧 규정짓기 어렵다는 말이고, 그렇다면 이 영화는 특정 관점을 견지한다기보단 복합성을 머금었다고 보는 편이 합당하다. <트랜짓>은 그 자체로 시공간대를 중첩하고, 인간상을 교차하고, 다양한 실존적 딜레마 요소를 얽어내어 가공해낸 매혹적인 은유 덩어리에 가깝다. 모호한 기운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무정형의 덩어리 <트랜짓>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는 과정에서, 겹과 겹 사이의 공간이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나타난 난민 문제는 오랜 기간 논의가 되어온 범세계적 사회 이슈다. 이때 나는 조금 디테일한 면에 주목하고 싶다.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오르그를 관찰하려고 한다. 그를 통해 영화에서 난민들의 삶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게오르그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수 없다. 그는 죽은 바이델의 소지품과 편지들을 챙겨 마르세유로 떠난다. 상태가 위독한 동료 하인츠는 마르세유에 도착하기 전에 죽는다. 번듯한 신분증조차 없이 떠돌이 신세로 전락했던 게오르그는 졸지에 두 남자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삶에 직면한다.
두 사람의 빈자리를 채우는 게오르그
누구의 신분도 빌리지 않은 게오르그의 민낯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게오르그는 독일 출신의 난민이다. 하인츠의 아들 드리스가 골키퍼는 독일이 최고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게오르그는 독일인이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데, 현대 독일 국민의 스포츠 문화를 염두에 둔다면 독일인으로서 게오르그가 품은 정체성은 은근슬쩍 뭉그러진다. 영국, 스페인, 독일 등이 축구 문화의 선봉장인데다 자국민들의 관심도도 매우 높고 독일이 축구사에 있어 걸출한 골키퍼를 많이 배출한 국가라는 사실 등이 자연스레 뒤따라온다는 점에서, 게오르그는 분명 소속감이 결여된 타자다. 어쩌면 그에게 정체성이 지워진 껍데기로서의 삶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바이델의 신분으로 위장하거나 하인츠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은 상태의 게오르그는 피상적으로 존재는 하지만, 내면이 텅 비어버린 갈 곳 잃은 유령이다.
우선 게오르그에게 죽은 동료 하인츠의 삶을 대체할 기회가 주어진다. 하인츠의 아내 멜리사와 아들 드리스 역시 게오르그와 같은 불법 체류자로, 정착을 어려워하는 불안정한 존재들이다. 드리스는 게오르그를 통해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고 싶어 한다. 멜리사에게 청각 장애가 있으므로 소통에 있어 제약을 받기 때문에, 게오르그와 드리스의 관계가 더욱 부각되기도 한다. 게오르그는 드리스와 유대를 쌓아가며 아이에게 애착을 느끼게 된다. 의사 리처드가 볼 때 게오르그는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 의사는 게오르그에게 왜 그 아이를 사랑하는데 버리려 하냐고 추궁하지만, 정작 게오르그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상투적인 이유를 거들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소속감이 없는 유령 같은 게오르그는 아무리 자신에게 딱 맞는 자리처럼 보여도 쉽사리 녹아들지 못하며, 이는 곧 게오르그의 텅 빈 정체성을 부각한다. 멜리사와 드리스 모자 역시 끝내 마르세유를 떠나 홀연히 사라진다는 점에서 난민들의 처지에 대한 상징성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게오르그는 죽은 작가 바이델의 신분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멕시코 영사관을 떠올려보자.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요?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 게오르그는 바이델과 마리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참고할 만한 자료는 오면서 읽었던 편지뿐인 상황에서 그는 “나는 더 이상 아내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며 남겨진 이가 먼저 잊을 거라는 암시를 날린다. 이 말은 마리의 말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그녀는 게오르그에게 “남겨진 사람에겐 슬픈 노래와 동정이 있지만 떠난 이에겐 아무것도 없다”라며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다. 영사의 질문은 남녀 관계의 딜레마를 건드리는 아련한 물음이지만 조금 다르게 볼 수도 있겠다. 남편을 떠난 마리는 남편을 계속 그리워하며 찾으려 한다. 독일을 떠나온 게오르그 역시 라디오 수리를 하며 어렸을 적 엄마가 자장가로 불러줬던 노래를 부르며 추억에 잠긴다. 게오르그는 자국의 골키퍼가 유명한 지조차 모르는 독일인이다. 자국에서의 삶은 저 멀리 기억 저편에 묻어둘 법도 하다. 그런 게오르그가 아직도 자신이 떠나온 국가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생경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게오르그의 양가적 면모는 그를 스스로 모호한 존재적 잔상에 갇혀 있도록 만든다.
유령 난민 게오르그를 구속하는 경유지
게오르그라는 존재는 소속감 없이 부유하는 난민의 공허한 삶의 표상이다. 미국 영사관에서 자신의 신분을 의심하는 듯한 영사의 질문에 게오르그가 바이델의 유작 원고 일부를 읊는다. “여기가 지옥”이라는 그의 말은 비록 바이델의 표현을 빌렸음에도, 게오르그 본인의 처지를 강조하는 역설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지옥 그 자체인 셈이고, 정체성과 목적지를 모두 상실한 방랑자로서의 비참한 최후만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그런데 지옥에서의 삶을 체념하고 받아들여야만 오히려 살아남는 건 아닐까. 재밌게도 게오르그의 곁을 떠나 마르세유라는 경유지(지옥)를 탈출한 사람들은 모두 죽거나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모두가 거쳐가는, 그 누구도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는 경유지가 난민에게만큼은 운명적 공간일 수도 있겠다는 씁쓸함이 몰려온다.
이제 게오르그는 지독한 상실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돈도 있고 장비도 있으니 바텐더에게 게오르그는 산맥을 넘겠다고 말했지만, 모든 걸 포기한 채 마리의 잔상에 취해 있는 그의 뒷모습에선 탈출과 전진을 향한 동력을 찾을 수 없다. 비자도 없고, 점령군의 세력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으며, 사랑하는 이들도 전부 자신을 떠나갔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눈앞의 현실을 헤쳐나갈 힘을 상실한 채 공백에 사로잡혀 끝없는 표류의 세계로 침잠하다가 문득 유령 같은 마리를 마주하길 고대하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오르그의 삶은 정상궤도에 다시 오를 수 있을까? <트랜짓>의 모호한 기운을 빌려 말하자면, 대답할 수 없다. 그저 경유지에 발이 묶여 허우적대는 유령만이 보인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드플레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태초의 신이 있기 전에 클로이 자오 있나니
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던 감독이 MCU의 메가폰을 잡는다고 한다. <노매드랜드>로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았던 클로이 자오가 극본과 연출을 맡았다. 우리나라는 이 요소만큼이나 중요했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이런 요소로 화제를 모았다. 또 영화 내적으로도 이 작품은 중요했다. <어벤저스 : 엔드게임> 이후 새로운 분기점이 필요했던 마블은 올해 영화로는 차기 블랙 위도우를 비롯한 다양한 히어로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해 11월 12일에 한국에서 공식 출시되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포스트 캡틴 아메리카나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에서 다룰 멀티버스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덕후몰이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 답게 세계관을 촘촘하게 잘 만들고 있다.
마블 빠인 나는 개봉날에 이 작품을 보고 왔다. 사실 다 봤어서 하는 이야기긴 하지만 이 작품이 그 정도로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박적으로 챙겨본 이유는 나의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는데, 예전에 마블 히어로라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만 알던 시절에 손흥민 선수의 축구 기사를 읽다 무의식적으로 내린 스크롤바에 스포일러를 당한 기억이 있다. 그래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마블 영화를 챙겨본다. 이렇게 빠르게 마블의 영화들을 보면 장점이 또 있는데, 바로 영화 후기를 쓸 때 읽는 사람들에게 신선하다는 것이다. 이왕에 빠르게 영화를 본 김에 늘 감성적인 글만 쓸 순 없으니 액션 영화 리뷰를 하려고 한다. 오늘도 허접한 나의 글솜씨를 읽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스토리의 완성도는 어떤가요? 꼼꼼하나요?
만약 내가 한 편의 소설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나는 등장인물을 5명 이상으로 설정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것은 당연하다. 글을 읽어서 5명의 주인공들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나는 5명의 캐릭터를 다 살릴 만큼 능력이 없다. 창작자의 관점에서 이런 다수의 등장인물이 주는 단점은 이런 것들일 것이다. 반대로 관객의 입장에서도 다수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개연성이 아다리가 딱딱 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잉여의 등장인물이 있다는 건 줄거리 몰입을 깬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니 그럼 이 사람이 왜 이 영화에 있는 거지?'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이 영화는 이 지점을 깔끔하게 대처했다. 극장을 나왔을 때 10명의 영웅 캐릭터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단순히 MCU의 새 판 짜기로 얼굴 비추는 히어로들이 아니다. 각자가 나름의 역할을 한다. 또 이들이 신들이라고 해서 인간과 다른 먼 세계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연애도 하고 배신도 하고 썸도 타며 질투도 하고 스마트폰에 중독되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잘 묘사하기 때문에 각자의 인물이 가진 감정선을 이해하기가 어렵지는 않다. 왜?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드라마 영화로서는 사실 꽤나 괜찮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가 아예 구멍이 없냐? 이건 아니다. 후반부에 살짝 머리를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감독 클로이 자오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름다운 영상미!' 볼 수 있나요?
<노매드랜드>는 방랑하는 한 인물의 시선을 카메라가 담는다. 이 인물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외로움이다. 미국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사람 한 명이 덩그러니 있는 모습을 통해 고립이라는 이미지를 전한다. <노매드 랜드>가 사용했던 이 카메라 워킹을 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이터널스>는 나름의 영상미를 보여준다. 첫째. CG가 아주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아리솀 캐릭터는 인간형의 신이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의 '도르마무'와 같은 귀신형 신인데,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데 비해 구체적으로 구현을 잘해놓아서 보면서 적지 않게 놀랐다. 이렇게 CG로 만든 시각 디자인도 좋았지만 자연물을 찍었던 영상미도 좋았다고 본다. 후반부 빌런과 격투하는 갯벌 비슷한 곳은 어떻게 그곳을 섭외했는지 살짝 신기할 정도다. 또 중반부 주인공 일행이 길가메시의 집으로 갈 때 이 거처에 대한 묘사도 탁월했다. 현대사회에 있을 법하지만 흔하지도 않아서 이터널스의 신비함을 덧붙이는 연출이었다. 또 영화에서 필수적으로 이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한데, 나무 덩그러니 하나 있는 모습이 테나라는 인물이 가진 외로움을 극대화시켜준다. 이 외에도 세르시가 초반부에 자동차를 장미꽃으로 바꿀 때 '장미꽃'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센스나, 인트로 전에 액션신에 나오는 장소의 분위기가 CG랑도 잘 맞았다. 감독 클로이 자오의 섬세함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액션 맛집 마블, 이번에도 닉값 하나요?
음.. 난 이거 솔직히 조금 아쉬웠다. 예를 들어 길가메시는 완력이 엄청 센 인물로 묘사된다. 도입부에 데비안츠 한 마리를 잡기 위해 힘을 충전해 쾅 한번 내려치는 장면이 있다. 이거, 좀 매가리 없이 맞는다. <범죄도시>의 경우의 석도의 액션신에서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 근데 이 작품과는 반대로 그렇게 터치를 많이 하는 게 아닌데도 액션에 현실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맞는 대상이 인위적으로 만든 CG라서 그런지 <이터널스>에서 의 액션이 그렇게 현실적이라고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생동감의 문제는 맨몸액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이카리스라는 캐릭터는 눈에서 레이저빔이 나오는데, 난 조금 오그라든다고 생각했다. 이 오그라듦이 영화를 보는데 어마어마하게 페널티가 있고 이런 건 아닌데 클로이 자오 감독이 액션 영화는 서툴다는 느낌이 들긴 할 정도다.
마동석 배우는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나요?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나 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쓰기엔 스포일러가 된다. (아마 이 부분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난 마블에 어떤 돈도 받지 못했다. 진짜로.)
마블의 <라스트 제다이>? 왜 토마토가 썩었나요?
아마 PC(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 작용으로 평점이 떨어졌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전에 알려진 바와 같이 파스토스 캐릭터가 동성애자로, 마카리 캐릭터가 청각장애로 설정된 건 맞다. 길가메시 캐릭터와 킨고, 세르시가 아시아 쪽 배우들인 것도 맞다. 근데 이런 다양성에 관한 키워드들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크게 장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세르시가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은 죄다 나사 하나 빠진 미친놈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파스토스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또 불필요하게 만들지도 않았으며 PC요소가 줄거리 이해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역시 아니다. 뭐 그들 나름대로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라고는 볼 수 있겠지만 난 이 영화가 나름대로 균형감각을 잘 유지했다고 보는 쪽이다. 또 로튼토마토 지수가 떨어졌던 이유는 기존의 마블 영화와는 다른 느낌 때문일 텐데, 가령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경우 윈터 솔저와 캡틴 아메리카가 맨몸액션을 벌이는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부분이다. 이를 호응하듯 올해 개봉했던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에서의 버스 액션은 정말 좋았다. 마블의 특징을 잘 살린 셈이다. 근데 마블의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은 아니긴 하다. 10명의 신들의 캐릭터성을 다 살려야 하는데 액션까지 생동감이 있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아마 쿠엔틴 타란티노도 이런 것들을 소화하기엔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또 이 영화는 MCU의 차기 핵심인물들이 나온다는 지점에서 각본을 쓰는 사람의 머리가 복잡한 작품이었을 텐데, 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다는 것이 어려운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고정적으로 마블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와는 다른 느낌이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도 평점이 낮았던 건 아닐까?라고 나는 추론한다. 아. 일본의 전범국으로서의 부정행위를 묘사하는 장면이 있긴 하다. 근데 일본이 잘못하지 않았다는 뉘앙스도 아니고 이터널스가 인류의 부조리를 슬퍼한다는 느낌으로 잠깐 묘사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클로이 자오 감독이 일본의 전범국으로서의 행위를 미화시킬 이유가 없지 않나..?
앞으로 MCU에서 어떤 포지션을 유지할 작품인가요?
물론 내가 케빈 파이기는 아니기 때문에 이걸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나는 <블랙 위도우>나 <샹치 : 텐 링즈의 전설>보다 더 중요한 시발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쿠키는 이 작품에서 자주 묘사되지 않았던 색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이 둘은 원작에서 나름의 포지션들이 있는 캐릭터들로 보이는데, 두 히어로들의 등장 시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영화가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타노스의 핑거스냅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어벤저스가 그 이상의 초월자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강화인간 말고도 다른 존재들이 묘사가 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타노스라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외계인들이 필요했던 만큼 추후에 기본 베이스가 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 봐도 될까요?
네. 나는 강추까진 아니더라도 추천하고 싶다.
단순히 마동석 배우가 MCU에 출연했기 때문은 아니다.
난 웃기기도 재밌기도 했어서 나름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3.5/5.0
-
-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리뷰]이케아 옷장에 들어가면 일어나는 일
#영화리뷰#이케아옷장에서시작된특별난여행#최신영화리뷰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리뷰 후기입니다.영상소스
https://www.youtube.com/watch?v=9bswL...
https://www.youtube.com/watch?v=c1WjG...
https://www.youtube.com/watch?v=VbjW9...
음악 출처
Kevin MacLeod의 Heartwarming은(는)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라이선스(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 따라 라이선스가 부여됩니다.
출처: http://incompetech.com/music/royalty-...
아티스트: http://incompetech.com/--
-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관람 전 필히 숙지해야 할 리뷰
영화 흥신소 - 알고보면 쓸데없이 재밌는 영화리뷰
입도 뻥끗 못하는 가족들의 생존기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알아보자
'낮말도 괴물이 밤말도 괴물이 듣는다는 마을'
자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예민보스 덕분에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는 가족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
- 영화 <외계+인 2부> 티저 예고편
2024년 새해부터 [외계+인] 2부의 등장이라? 마침내 완성되는 대서사 예고!
-
-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티저 예고편
"안녕하세요, 정다은 간호사입니다” 정신병동에 처음 근무하게 된 다은이 마주할 다이나믹한 일상 우리들에게 ‘다시’ 좋은 아침이 올까요?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11월 3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