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2-13 04:30:28
1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12월 9일 - 12월 11일
12월 둘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
이번 주 내내 비와 눈 소식과 더불어 한파까지 겹친다고 하니
우산 챙기시고, 모두 감기 걸리지 않게 따뜻하게 입고 외출하시길 바랍니다:)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
12월 둘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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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올빼미> (-)
▶ <올빼미>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 흡입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수려한 미장센, 풍부한 사운드로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주말 동안 (12월 9일 - 12월 11일) 관객 수 46만 8,53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52만 494명을 돌파하였습니다.
2. <압꾸정> (-)
▶ 마동석이 주연의 코미디 영화 <압꾸정>은 말맛 살린 대사와 코미디 요소가 가득한 영화로
다채로운 캐릭터들의 강력한 케미가 돋보인다.
주말 동안 (12월 9일 - 12월 11일) 관객 수 9만 3,520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5만 5,337명을 돌파하였습니다.
3.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NEW)
▶ 한국 누적 판매부수 40만 부를 돌파한 동명의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를 연출한 미키
타카히로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주말 동안 (12월 9일 - 12월 11일) 관객 수 8만 4,92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8만 78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30회 예측 이벤트는 12월 2주차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그래프를 살펴 보면, 1위와 2위를 차지할 영화는 많은 분들이 예측해주신 것으로 나옵니다.
3위의 경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예상과 달리 3위를 차지하며,
굉장히 정답률이 낮음을 알 수 있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30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탄생> (-)
▶ 조선 최초의 신부 김대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탄생>은 '종교인' 김대건이 아닌 '인간'
김대건의 모습에 주목하여 특별함을 선사하였다.
주말 동안 (12월 9일 - 12월 11일) 관객 수 7만 82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24만 598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극장판 뽀로로와 친구들: 바이러스를 없애줘!> (▼1)
▶ 어린 아이들의 대통령 '뽀로로'의 극장판 영화는 2주차 주말에 코스튬 무대인사를 개최하여
관객들을 유입시켰다. 2주 연속 주말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좌석판매율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주말 동안 (12월 9일 - 12월 11일) 관객 수 4만 5,191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3만 4,785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북미 박스오피스 TOP 5는 12월 첫째 주와 동일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가 5주째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다.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는 주말 동안(12월 9일 - 12월 11일) 매출액은
11,100,000 (한화 약 145억)의 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은 409,810,778
달러 (한화 약 5,360억)를 달성하였다.
<북미 박스오피스 TOP 5>
1.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 1,110만 달러 (누적 4억 981만 달러)
2. <VIolent Night> 869만 달러 (누적 2,669만 달러)
3. <스트레인지 월드 >360만 달러 (누적 3,045만 달러)
4. <더 메뉴> 270만 달러 (누적 2,902만 달러)
5. <Devotion> 199만 달러 (누적 1,697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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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12월 둘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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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자와 메시지의 충돌이 낳은 난맥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하정우). 하지만 그에게 금메달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려야 했으니. 이후 그는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더 이상 달리지 못한다.
1947년 서울, 광복 후에도 술로 일상을 버티던 손기정. 어느 날, 그는 냉면집 배달부 '서윤복'(임시완)을 만난다. 그에게서 마라토너의 재능을 발견한 손기정은 윤복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광북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국제대회에서 일본에게 귀속된 한국인의 기록을 되찾기 위해. 정부도 없고,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손기정은 옛 동료이자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배성우)과 함께 서윤복을 마라토너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한다.
전적으로 실화에 의지하다
“1947년은 혼란스럽고 희망이 부족했던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표를 이루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통해 힘과 용기를 전하고 싶다.” 강제규 감독의 포부다. 단언컨대, <1947 보스톤>은 목적을 이뤘다. 서윤복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자긍심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이라는 역경 속에서 세 주인공이 쟁취한 승리의 감동 역시 뜨겁다.
하지만 공허하다. 눈시울이 순간적으로 뜨겁지만, 눈물이 나오기 전에 식는다.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역사가 스포일러다. 서윤복 선수가 1등을 차지한다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어서 감흥이 덜하다. 예상을 벗어나는 내용도 없다. <1947 보스톤>은 제목에 충실하다.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새 국가대표 서윤복이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우여곡절을 정석대로 담았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1947 보스톤>은 영화가 아닌 실화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실화가 선사하는 감동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단점, 영화와 실제 사이 간의 모순이 눈에 띄자마자 실화에 의지하는 감흥은 뜨거워질 때만큼이나 빨리 식는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내용이나 결말이 실제 사건을 그대로인 것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1947 보스톤>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라 엄연히 극영화라는 점이다. 극영화는 한정된 시간 내에 여러 사건을 유기적으로 이어 붙이고 캐릭터가 스크린 위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설령 실화 사건을 차용했다 하더라도.
하지만 <1947 보스톤>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나머지 실화에 힘을 더하지 못한다. 감독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팀을 꾸린다. 선수는 불행한 개인사와 꿈 사이에서 헤맨다. 팀은 갈등에 휩싸이고, 첫 경기 성적은 엉망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어코 기적을 써 내려간다. 이처럼 익숙한 에피소드를 기계적으로 나열한다. 결국 영화는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변화, 감정선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짜임새 때문에 실화의 감동이 약해진다. 서윤복이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보스톤 언덕길에서 어머니와 고갯길을 같이 넘던 추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 대목은 기대만큼 감동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와 어머니의 관계가 피상적인 효자와 현모양처로 묘사되다 보니, 해당 장면이 어떤 의도로 삽입됐는지가 노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자 따로 메시지 따로
물론 클리셰에 충실해도 관객이 기대하는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많다. 하지만 <1947 보스톤>은 아니다. 영화의 만듦새가 헐거워진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와 화자의 부조화가 바로 그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손기정과 서윤복이라는 두 톱니바퀴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1947 보스톤>은 개인의 아픔을 민족과 국가의 좌절로 확장하고, 이를 극복해 카타르시스를 주려한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아픔을 부각한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망국의 설움을 지녔다. 서윤복은 약소국의 설움이 있다. 두 선배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듯이, 그도 태극기 대신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
영화는 이들의 아픔은 하나로 연결한다. 그 중심에는 손기정이 있다. 남의 나라를 국기를 달고 뛰는 설움. 독립했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군분투. 레이스를 통한 치유까지. 손기정이 서윤복을 제2의 손기정으로 길러내는 여정에는 개인과 민족의 아픔을 씻어내는 기승전결이 함께 깃들어 있다.
그런데 카메라는 정작 서윤복에게 초점을 맞춘다. 냉면 배달 중 미군과 부딪히는 장면, '옥림'(박은비)과의 얕은 로맨스처럼 전개에 필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세심히 다룬다. 그러니 영화는 조화롭지 않다. 화자와 메시지가 따로 놀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실패한다. 손기정의 서사는 불충분하고, 서윤복의 서사는 늘어지면서 양쪽 모두 깊이가 부족해진다.
예를 들어 보스톤 대회는 서윤복만의 경기가 아니다. 손기정이 오래된 한을 떨쳐내는 레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도 영화의 초점은 서윤복에게 쏠려 있다. 그러니 손기정의 서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레이스 중간에 손기정이 자주 등장하면서 흐름이 끊기는 인상도 준다. 결국 마라톤 장면은 클라이맥스라기에는 담백하고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유독 배우의 단점이 잘 보이는 이유
그러다 보니 배우들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아쉬운 지점도 있으나, 캐릭터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그들만의 잘못도 아니다. 일례로 하정우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도 보인다. <수리남>, <비공식작전> 등에서 본 대사와 연기 톤을 반복한다. 이 지점에서 극본과의 괴리가 발생한다. 예스러운 말투의 대본이 배우의 현대적인 톤과 어긋난다.
하지만 기자회견 시퀀스를 보면 배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기정은 기자들 앞에서 오랜 울분을 터뜨린다. 그저 한국인으로서 달리게 해 달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며 개인과 민족의 한을 토로한다. 그런데 가장 극적이어야 할 손기정의 항변은 단순히 대사를 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우의 톤이 아무리 익숙하고, 이질적이라 해도 그전까지 캐릭터의 서사를 제대로 구축했다면 불가능할 일이다.
배성우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극 중 남승룡이라는 인물은 큰 임팩트가 없다. 영화가 그의 입체적인 면모를 살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 어떻게 보면 남승룡은 손기정보다도 한이 더 깊다. 손기정과 달리 금메달을 따지도 못했고, 시상식에서 일장기를 가리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기 아픔을 넉살 좋게 애써 감춘다. 이런 인물을 영화는 평범한 감초 조연으로 소모한다. 개인사와 무관하게 배우의 연기력을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임시완의 경우 배우의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마라톤이 취미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게 그의 달음박질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비중에 비해 역할이 조연에 가깝고, 캐릭터 자체도 평면적이다 보니 그 노력은 미처 다 보이지 않는다.
실화에 잘못 기대다
이에 더해 <1947 보스톤>은 많은 사극과 시대극이 그렇듯이, 실화의 힘을 잘못 활용한다.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빌런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영화 내용과 실제 사건이 충돌하며, 그 결과 영화의 감동도 덜해진다. 실제 사건을 왜곡하고 있으니 영화 말미에 나오는 자료 영상과 사진의 의미가 퇴색되고, 영화의 진실성도 약해진다.
실제로 영화 전반에 걸쳐 미국은 점령국에 가깝다. 미군병사는 무전취식에 항의하는 서윤복을 권총으로 위협한. 미군정은 보증금과 신원 보증을 이유로 마라토너 삼인방의 보스톤행을 방해한다. 대회 측도 서윤복과 남승룡에게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고 고집한다. 심지어 미국의 마라톤 중계 아나운서는 한국선수들의 실력을 조롱한다.
실상은 달랐다. 서윤복의 회고록에 따르면 미군정 하지 장군을 비롯한 미국인이 보증금을 구해주며 대회 출전을 도왔다. 보스톤 마라톤 협회도 두 선수에게 태극기와 미군정청 문장이 병기되어 있는 유니폼을 지급했다. 손기정이 일장기를 가려야 했던 일이 서윤복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서윤복과 손기정의 서사를 연결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수처럼 보인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미군정으로부터의 독립을 연결해 애국심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의도다. 하지만 실화의 힘에 기대면서 정작 실화를 왜곡하고 있으니 자연히 모순과 오해가 발생한다. 아쉬움도 크다. 미국을 악역으로 만드는 대신 한국을 알리려는 일념이나 개인의 성취에 집중하는 선택지도 있었으므로.
마지막으로 디테일도 올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양변기를 몰라 당황하는 개그 장면, 조선을 무시하지 말라며 외국인에게 일갈하는 장면, 전 국민적인 응원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장면... 감동과 눈물을 짜내는데 최적화된 클리셰가 종합선물세트로 펼쳐진다. 한국영화에서 자주 목격한 익숙한 이 조합 역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합하면 <1947 보스톤>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인드의 결정체처럼 보인다. 실화의 힘을 빌려 애국심을 고취하고, 눈물을 짜내고, 감동을 주면 성공이라는 식으로 직진한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완성도, 서사의 짜임새, 실화 고증 같은 요소는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고 만다. 그 결과 2023년도 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올드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Poor 형편없음
실화를 이용하는 데 그친 클리셰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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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Ⅱ>가 주말 관객 수 31만 명, 누적 관객 수 44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약 4,300억 원의 높은 제작비 대비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작된 <글래디에이터 Ⅱ>가 과연 기존 시리즈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오는 22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지난 6일에 개봉했던 <청설>이 누적 관객 수 52만 명을 돌파하며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배우 박신양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사흘>은 누적 관객 수 15만 명으로 3위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애초 '오컬트' 영화로 홍보가 된 것과 달리, '부성애'에 초점을 맞추어진 내용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에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강세입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5만 명에 그쳤던 <레드 원>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레드 원>은 드웨인 존슨을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하며 제작비가 2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영화입니다. 북미 프리뷰 당시 250만 달러라는 저조한 수익을 올리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현재 누적 수익 약 3,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1, 2위를 차지했던 <베놈: 라스트 댄스>와 Ever>은 한 계단씩 내려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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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로치 할아버지가 묻는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로치 감독이 1936년생이니까 2023년 기준 87세이다. 이제 더 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영화 <지미스 홀, 2014년>을 보여주면서 은퇴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뭔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인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을 가지고 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간다. 이후 영국 북동부 지역의 낙후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나의 올드 오크, 2023>까지 3부작으로 구성된 연작을 완성하게 되었다. 영국 북동부 3부작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켄 로치 할아버지가 묻는 '그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2023> 포스터
복지 수당 받기 더럽게 힘드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다니엘의 부인은 오랫동안 앓았다. 평생 목수로 일했지만, 남은 것은 늙고 쇠약해진 몸뚱이와 간병으로 기울어진 가정뿐이다. 다니엘은 정부에 복지 대상자로 신청해 수당을 받으려고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빙글빙글 여기저기 돌다가 자기네들이 설정해 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나마 신청할 수 있는 복지 사업은 서류를 컴퓨터로 제출해야만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진짜 심각한 지병이 있어서 일하기도 어려운데, 자꾸 근로 능력이 있는데 복지 수당만 챙기려는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노인 대상 복지 체계만 이런 것도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혼자 양육해야 하는 케이티도 마찬가지다. 소통되지 않는 원칙과 각종 서류들, 증빙이 되는 번호들, 성실하지 못해 복지 대상자가 되었다는 따가운 시선들 등 모든 장애물을 넘고 넘어가야 겨우 복지 수당이라는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포스터
자영업자는 아닌데, 노동자도 아니라네요 : <미안해요 리키, 2019>
제인네 가족은 아빠, 엄마, 오빠, 제인. 이렇게 네 식구가 같이 살고 있다. 아빠는 택배 일을 하시고,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계시다. 두 분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제인은 학교가 끝나면 혼자 빈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요리해 놓은 음식을 먹고, 숙제를 한다. 오빠 셉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은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택배 일이나 요양보호사 일은 자영업자는 아닌데, 노동자도 아니란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직종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한다. 회사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에는 자영업자로 내몰리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 유연성을 발휘하려 할 때에는 노동자로 당겨진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사이에 묶인 제인의 아빠와 엄마는 더 많은 근로를 요구받고, 혹사를 당한다. 혹사당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 포스터
똑똑똑, 들어가도 되나요? 저는 난민이에요 : <나의 올드 오크, 2023>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2016년 난민법을 제정하였다. 2024년부터는 한국의 이주민 비율이 공식적으로 5%를 넘기 때문에 '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 사실 미등록 이주민들이 빠진 수치이기 때문에 이미 5%는 진작에 넘었다. 난민법에는 재정착 희망난민제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직접 난민 캠프로 가 그 곳에서 한국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태국의 난민 캠프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미얀마 출신의 가족들이 이 제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만약 재정착 희망난민제로 한국에 들어온 난민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인구 유출이 심각한 문제인 지역에 정착하도록 보낸다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까?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 초반, 더럼 지역으로 버스가 들어온다. 이 버스에는 시리아 난민 캠프에 살던 가족들이 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야라는 동네 사람들의 혐오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올드 오크 사장님 TJ는 마음이 불편하다. TJ는 야라의 카메라는 수리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공간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해 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며 둘은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TJ와 야라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는 영화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있지만, <나의 올드 오크>는 공간명이 제목이 되었다. 물론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그렇지 않은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름을 넣는 것으로 지어졌다. 앞선 두 영화가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나의 올드 오크는 인물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장소가 강조된다. '올드 오크'라는 펍은 원래 40년 동안 단골로 다녔던 사람들이 '우리의 공간'이라고 여기는 곳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 '우리가 아닌 자'들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쉽고, 서운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쉬이 내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돈은 없는데, 돈 들어갈 곳은 많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결과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일은 부지기수며, 인생이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는 순간, 사람 인(人) 글자가 바로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뉴캐슬어폰타인 - 선더랜드 - 더럼 순으로 영국 북동부 3부작 영화의 배경이 이동한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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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품 나는 미술품 도둑들의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매주 다양한 영화들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레드 노티스>는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등 가장 인기 있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영화로 꽤 기대를 받던 영화였다. 꽤 멋진 영상과 배우들의 액션 장면이 담긴 예고편을 통해 그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에는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희대의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라 블랙(갤 가돗)이 등장한다. 존이 미술품 도둑인 놀런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첫 장면을 꽤 흥미롭게 보여준다. 액션은 경쾌해 보이고 두 캐릭터 간의 추격전은 분명히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그 첫 액션 장면 이후 영화는 지지부진을 반복한다.
영화 속에서 존은 함정에 빠져 미술품 도둑으로 몰리고 결국 놀런과 같이 미술품을 훔치는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 동기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사라를 잡아 결백을 밝히기 위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얽히고 또 만남을 반복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달리 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어져 버렸다. 어쩌면 사기꾼들인 그들의 이야기를 통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이 이야기했던 과거의 일들도 진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벌이는 액션 장면도 누군가에게 공감해서 즐길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의 격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볼뿐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격투 장면들은 배우들의 과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면 자연스럽게 데드풀이 보이고 이 영화 속 캐릭터 역시 데드풀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보인다. 갤 가돗을 보면 원더우먼이 떠오르고, 드웨인 존슨을 보면 과거 그가 등장했던 액션 영화들이 떠오른다. 영화에 이 세 인물이 등장할 때는 <레드 노티스>의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고 배우들의 과거 캐릭터가 떠오르니 영화의 매력은 많이 떨어진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배우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양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많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캐릭터들에 전혀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하품이 났던 액션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로슨 마샬 터버는 <스카이 스크래퍼>, <우리는 밀러 가족> 등을 연출했던 감독이다.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레드 노티스> 도 너무 가볍기만 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레드 노티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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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트홈>, 괴물화의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이유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중 하나, <스위트홈>.
내가 평상시 선호하는 장르(잔인함+ 폭력성+공포/ 크리쳐물)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왜 그렇게 <스위트홈>에 열광하나"하는 궁금증에서 올해 초 정주행을 시작했고, 그 여정은 2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편당 50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체감상 10~20분 정도 되는 것처럼,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이렇게 평상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에 푹 빠진 것도 참 드문 체험이다.
<스위트홈>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전제들!
'정체불명의 원인으로(욕망으로 추정) 괴물화가 되가는 사람들'
누가, 왜 괴물이 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욕망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그 욕망이라는 것도 비구체적이다. 욕망이 없는자가 있겠는가.
절망, 좌절을 심하게 겪은 사람이 괴물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작품 속에서 정말 멀쩡해보이는 사람도, 차분하고 의롭고 냉정해 보이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갑자기 괴물이 된다. 아무 이유없이. 아무 맥락없이. 허무하게.
(그러고보니, 긴급속보를 발표하던 대통령도 생방송 중에 갑자기 괴물이 된다.)
<스위트홈> 속 괴물들 1
<스위트홈> 속 괴물들 2
결국, <스위트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설정, 세계관은 이것이다.
괴물이 되는 자와 여전히 사람으로 남은자 간의 '차이점'이 없다.
모두가 '잠재적 괴물'이다. 누구 한 사람 빠지지 않고. 너도. 나도.어떤 블로그 리뷰에서, <괴물화가 되는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의 논리적 허점>이라고 쓴 것을 보았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괴물화가 되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괴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나만은 절대 "괴물"이 안될 것이라 자신할 수 있는가.
별거 아닌 일에도, '나 지금 피곤하다, 나 지금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괴물같은 모습이 불쑥 불쑥 튀어 나올 때가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더 그렇다.
나에게도 "나쁜 어른, 나쁜 부모"의 모습이 종종 튀어나온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대하면서 "괴물"같은 모습이 되는 순간이 있다.
별거 아닌 일에 소리지르고 화를 내며 윽박지른다. 내가 힘들다는 핑계로.
뉴스 속 괴물 같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럴 수 있어" 라고 욕을 하면서,
나와 그 사람들을 구분지으면서, '에이,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 하면서,
나는 괴물이 아닌 것처럼, 나는 마치 "성숙한 어른"인 것처럼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스위트홈> 속 '괴물'보다 더 악질인 '인간들'
<스위트홈>에도, 괴물보다 더 괴물같은, 진짜 악질 인간들이 등장한다.
여전히 사람의 탈을 쓰고 있으나 그 속은 더이상 사람이 아닌 괴물들.
<스위트홈>에 내가 끌렸던 이유를 이해했다.
원인불명의 괴물화에 수긍한 이유.
'나'도 언제든 '괴물화'가 될 수 있으니까.
<스위트홈> 메인 주인공 '현수'는 '특수감염인'으로 분리된다. 괴물이 되긴 되었는데, 다른 괴물과는 달리 여전히 사람의 본성이 남아 있는 존재! 괴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괴물의 무시무시한 힘과 사람의 자제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특수감염인.
나 역시 특수감염인이 아닌가.
코피를 쏟고 있는 특수감염인 '현수'
현수는 괴물이 되기 기전 폭포수 같은 피를 쏟는다.
'코피'는 중요한 상징이다. 코피가 마구마구 쏟아지는 것은 그 사람이 '괴물화'가 되고 있다는 전조증상이다. 일종의 신호다. '너 곧 괴물된다!'
쏟아지는 코피를 보며 자신이 괴물화가 되고 있음에 충격을 받은 <스위트홈> 속 등장인물
특수감염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괴물이 될 때 '코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스위트홈> 속에서 주인공 현수가 '특수감염인'인 것을 알게 된 주민들이, 현수를 방출할 것인지 남길 것인지 '투표'하는 장면은 참 의미심장하다.
현수를 방출할지 말지 투표하는 생존자 주민들
특수감염인 현수를 추방할 것인가 우리와 함께 지내게 할 것인가.
무서워서 당연히 현수를 방출시키자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으나, 그 결과는 의외였다.
팽팽한 접전! 추방시키자는 사람들, 남기자는 사람들이 반으로 나뉜다.
다들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도 언제든지 괴물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괴물은 무섭고 내쫓고 싶지만, 한편으로 그 내쫓겨지는 것이 언제든 내가 될 수도 있으니,
쉽게 내쫓지도 못하는 것이다.
누군가 갑자기 폭포수 같은 코피를 쏟아내면, 주변 사람들은 '저 사람도 괴물화가 되고 있군!'을 알아채고 겁을 먹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코피'를 쏟아내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스위트 홈> 살아남은 주민들은 괴물화가 되고 안되고의 여부를 떠나, 모두 자기만의 치부를, 자기만의 약점을, 자기만의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자국을 남긴다. 코피처럼 당장에 눈에 확 드러나는 자국이 아니더라도, 그 어떤 자국을 남기고야 만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하거나, 상대방에게 양보하지 않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려 하거나, 상대를 근거없이 의심하고 비방하는 등의 모습들..)
그 코피 만큼이나 빨갛고, 선명하고, 무섭고, 자국이 강하게 남아 여간해서 지워지지 않는 강렬한 무언가를, 밖으로 쏟아내면서 그것이 괴물화의 전조 증상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 수도.
나는 괴물이 아니라고, 괴물과 다르다고,
괴물과 나를 구분지으며, 내 코피를 슬쩍 슬쩍 닦아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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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이별을 알아가는 8살 과거의 나에게
반려견 루와 헤어진 8살 소녀 사야카의 가슴 뭉클한 이별 여정을 담은 성장 이야기로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재일 교포 2세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4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며 나오키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일본 대표 문학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차분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주연을 맡은 니이츠 치세의 연기 또한 이를 확실히 강점으로 만들 만큼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근래 자극적인 영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기에는 더없이 좋았던 시간으로
이런 은은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이시라면 나쁘지 않게 보실 것 같네요.
첨부터 끝까지 이런 분위기예욤
왠지 나랑 똑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8살 사야카는 등에 큰 점이 있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용감하고 당찬 성격에 씩씩하게 다니는 밝은 아이입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집으로 가던 중 거위 소리에 발길을 옮긴 펫샵에서 천덕꾸러기 루를 만납니다.
입양을 가기엔 너무 커버려서 아무도 데리고 가려고 하지 않아 샵 밖에 있었지만
소녀는 루를 보자마자 동질감을 느끼며 운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루를 보러 가던 중 데려가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다 버려지게 될 거라는 직원의 말에
부모님을 설득하게 되는데, 아빠에게서 개는 사람보다 빨리 죽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죠.
그리고 엄마에게서도 어렸을 때 키웠던 개가 죽었을 때 슬펐다면서, 지금도 떠올리면 슬프다는 말을 듣지만,
루에게 빠진 마음이 컸기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서로 친구가 된 루와 사야카는 아침, 저녁으로 동네 곳곳을 누비며 우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몸집이 작은 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바닷가 근처 벽의 조그마한 틈 너머 넓은 들판을 발견하고
둘만의 공간으로 여기고 매일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철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駅までの道をおしえて, 영제 :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감독·각본(각색) : 하시모토 나오키
│원작 :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의 단편 소설│출연진 : 닛츠 치세, 오이다 요시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6분
│개봉일 : 2022년 2월 17일│국가 : 일본│등급 : 전체 관람가│평점 : IMDB 6.6, 야후 재팬 3.4점│시청 가능 서비스 : 17일부터 극장 상영
소중한 친구가 사라진다는 건 상심이 크겠죠.
이별을 받아들이는 8살 소녀의 마음
영화는 반려견 루가 세상을 떠나 그리워하는 사야카를 보여주며,
성인 역의 아리무라 카스미의 내레이션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합니다.
만난 지 그리 반년쯤 지나 병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어린 소녀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낯선 의미였고 볼 수 없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죽음을 받아들이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여주죠.
그리고 루를 만나 온 동네를 누비며 둘만의 추억을 쌓았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만 소중한 친구의 모습을 그립니다.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잔잔하게 깔리는 카스미의 목소리는 그 당시의 순수했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어른이 되고 나서 되돌아보는 기억의 행복과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이는 이별에 대한, 죽음에 대한 단상을 보여줘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죽음은 늘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조금은 덜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둘의 케미가 참 좋아요
이어서 둘만의 공간에서 추억에 빠져있던 소녀는 우연히 갈색 개 루스를 만나 이를 통해
학교 앞 재즈 카페의 주인 후세 할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어갑니다.
처음엔 혼나기도 하지만, 후세 할아버지에게 어릴 적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이치로라는 아들을 잃은 슬픔,
어렸을 때 루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있었다는 사실로 동질감을 느끼며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가 되죠.
결말을 생각한다면 루와 과거의 비슷한 개, 그리고 현재의 루스가 두 사람을 이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게 만들고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준 느낌을 받습니다.
어른들을 위로하는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건 매우 힘든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아직 어린 소녀가 루를 잃은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그리워만 하는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가 아들을 잃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는 모습은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야카가 할머니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마음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토닥여 준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에게도 적절한 위로를 해주는 모습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픈 진실보다는 착한 거짓이라도 배려가 더 좋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죠.
본인의 마음도 아플 텐데 다른 이들을 감싸주는 8살 소녀의 모습은 아마도 이 여정의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강아지 연기력 갑!
마지막에 접어들며 다시금 맞닥뜨린 이별의 순간, 장르가 살짝 판타지 분위기가 바뀌지만
이미 이전 장면들에서 환상을 통해 그런 느낌을 나타냈기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다만, 잔잔하고 슬픈 드라마에서 조금은 많은 듯해 보이는 슬로 장면들은 감정선을
끝까지 이어가기에는 너무 늘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슬픈 이별에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야카를 연기한 닛츠 치세,
소녀와의 우정으로 한층 성장하게 만드는 후세 할아버지의 오이다 요시는 이별을 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줍니다.
여러 면에서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은 물론, 좋은 OST가 가득했고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확실했으며
이를 표현해 준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딸이자, 4살부터 연기 활동을 한 닛츠 치세와 루의 호흡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적절한 템포를 맞췄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잔잔함을 선호하신다면 나쁘지 않게 보실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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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도 뻥끗 못하는 가족들의 생존기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알아보자
'낮말도 괴물이 밤말도 괴물이 듣는다는 마을'
자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예민보스 덕분에
사는게 사는게 아니라는 가족과연 이들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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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자와 메시지의 충돌이 낳은 난맥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하정우). 하지만 그에게 금메달은 씻을 수 없는 상처였다.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려야 했으니. 이후 그는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더 이상 달리지 못한다.
1947년 서울, 광복 후에도 술로 일상을 버티던 손기정. 어느 날, 그는 냉면집 배달부 '서윤복'(임시완)을 만난다. 그에게서 마라토너의 재능을 발견한 손기정은 윤복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기로 마음먹는다. 광북 이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국제대회에서 일본에게 귀속된 한국인의 기록을 되찾기 위해. 정부도 없고,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손기정은 옛 동료이자 베를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배성우)과 함께 서윤복을 마라토너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한다.
전적으로 실화에 의지하다
“1947년은 혼란스럽고 희망이 부족했던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표를 이루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통해 힘과 용기를 전하고 싶다.” 강제규 감독의 포부다. 단언컨대, <1947 보스톤>은 목적을 이뤘다. 서윤복이 결승선을 1위로 통과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자긍심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이라는 역경 속에서 세 주인공이 쟁취한 승리의 감동 역시 뜨겁다.
하지만 공허하다. 눈시울이 순간적으로 뜨겁지만, 눈물이 나오기 전에 식는다. 이유는 여럿이다. 일단 역사가 스포일러다. 서윤복 선수가 1등을 차지한다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어서 감흥이 덜하다. 예상을 벗어나는 내용도 없다. <1947 보스톤>은 제목에 충실하다. 베를린 올림픽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동메달리스트 남승룡, 새 국가대표 서윤복이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우여곡절을 정석대로 담았다.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 <1947 보스톤>은 영화가 아닌 실화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실화가 선사하는 감동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단점, 영화와 실제 사이 간의 모순이 눈에 띄자마자 실화에 의지하는 감흥은 뜨거워질 때만큼이나 빨리 식는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내용이나 결말이 실제 사건을 그대로인 것은 사실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1947 보스톤>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니라 엄연히 극영화라는 점이다. 극영화는 한정된 시간 내에 여러 사건을 유기적으로 이어 붙이고 캐릭터가 스크린 위에서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 설령 실화 사건을 차용했다 하더라도.
하지만 <1947 보스톤>은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나머지 실화에 힘을 더하지 못한다. 감독은 턱없이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팀을 꾸린다. 선수는 불행한 개인사와 꿈 사이에서 헤맨다. 팀은 갈등에 휩싸이고, 첫 경기 성적은 엉망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어코 기적을 써 내려간다. 이처럼 익숙한 에피소드를 기계적으로 나열한다. 결국 영화는 사건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물의 변화, 감정선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지 못한다.
오히려 짜임새 때문에 실화의 감동이 약해진다. 서윤복이 어머니를 회상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보스톤 언덕길에서 어머니와 고갯길을 같이 넘던 추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 대목은 기대만큼 감동적이거나 아름답지 않다. 그와 어머니의 관계가 피상적인 효자와 현모양처로 묘사되다 보니, 해당 장면이 어떤 의도로 삽입됐는지가 노골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자 따로 메시지 따로
물론 클리셰에 충실해도 관객이 기대하는 이야기를 안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도 많다. 하지만 <1947 보스톤>은 아니다. 영화의 만듦새가 헐거워진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와 화자의 부조화가 바로 그 원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손기정과 서윤복이라는 두 톱니바퀴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
<1947 보스톤>은 개인의 아픔을 민족과 국가의 좌절로 확장하고, 이를 극복해 카타르시스를 주려한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아픔을 부각한다. 손기정과 남승룡은 망국의 설움을 지녔다. 서윤복은 약소국의 설움이 있다. 두 선배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듯이, 그도 태극기 대신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
영화는 이들의 아픔은 하나로 연결한다. 그 중심에는 손기정이 있다. 남의 나라를 국기를 달고 뛰는 설움. 독립했는데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군분투. 레이스를 통한 치유까지. 손기정이 서윤복을 제2의 손기정으로 길러내는 여정에는 개인과 민족의 아픔을 씻어내는 기승전결이 함께 깃들어 있다.
그런데 카메라는 정작 서윤복에게 초점을 맞춘다. 냉면 배달 중 미군과 부딪히는 장면, '옥림'(박은비)과의 얕은 로맨스처럼 전개에 필요하지 않은 내용까지 세심히 다룬다. 그러니 영화는 조화롭지 않다. 화자와 메시지가 따로 놀면서 필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실패한다. 손기정의 서사는 불충분하고, 서윤복의 서사는 늘어지면서 양쪽 모두 깊이가 부족해진다.
예를 들어 보스톤 대회는 서윤복만의 경기가 아니다. 손기정이 오래된 한을 떨쳐내는 레이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때도 영화의 초점은 서윤복에게 쏠려 있다. 그러니 손기정의 서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레이스 중간에 손기정이 자주 등장하면서 흐름이 끊기는 인상도 준다. 결국 마라톤 장면은 클라이맥스라기에는 담백하고 힘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유독 배우의 단점이 잘 보이는 이유
그러다 보니 배우들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배우 개개인의 역량이 아쉬운 지점도 있으나, 캐릭터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니 그들만의 잘못도 아니다. 일례로 하정우는 매너리즘에 빠진 것처럼도 보인다. <수리남>, <비공식작전> 등에서 본 대사와 연기 톤을 반복한다. 이 지점에서 극본과의 괴리가 발생한다. 예스러운 말투의 대본이 배우의 현대적인 톤과 어긋난다.
하지만 기자회견 시퀀스를 보면 배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손기정은 기자들 앞에서 오랜 울분을 터뜨린다. 그저 한국인으로서 달리게 해 달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며 개인과 민족의 한을 토로한다. 그런데 가장 극적이어야 할 손기정의 항변은 단순히 대사를 외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배우의 톤이 아무리 익숙하고, 이질적이라 해도 그전까지 캐릭터의 서사를 제대로 구축했다면 불가능할 일이다.
배성우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극 중 남승룡이라는 인물은 큰 임팩트가 없다. 영화가 그의 입체적인 면모를 살리는 데 실패했기 때문. 어떻게 보면 남승룡은 손기정보다도 한이 더 깊다. 손기정과 달리 금메달을 따지도 못했고, 시상식에서 일장기를 가리지도 못했으니까. 하지만 그는 자기 아픔을 넉살 좋게 애써 감춘다. 이런 인물을 영화는 평범한 감초 조연으로 소모한다. 개인사와 무관하게 배우의 연기력을 지적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나마 임시완의 경우 배우의 노력이 엿보이기는 한다. 마라톤이 취미가 됐다고 말할 정도로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게 그의 달음박질에서 느껴진다. 그러나 비중에 비해 역할이 조연에 가깝고, 캐릭터 자체도 평면적이다 보니 그 노력은 미처 다 보이지 않는다.
실화에 잘못 기대다
이에 더해 <1947 보스톤>은 많은 사극과 시대극이 그렇듯이, 실화의 힘을 잘못 활용한다. 영화는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국을 빌런으로 설정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영화 내용과 실제 사건이 충돌하며, 그 결과 영화의 감동도 덜해진다. 실제 사건을 왜곡하고 있으니 영화 말미에 나오는 자료 영상과 사진의 의미가 퇴색되고, 영화의 진실성도 약해진다.
실제로 영화 전반에 걸쳐 미국은 점령국에 가깝다. 미군병사는 무전취식에 항의하는 서윤복을 권총으로 위협한. 미군정은 보증금과 신원 보증을 이유로 마라토너 삼인방의 보스톤행을 방해한다. 대회 측도 서윤복과 남승룡에게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달아야 한다고 고집한다. 심지어 미국의 마라톤 중계 아나운서는 한국선수들의 실력을 조롱한다.
실상은 달랐다. 서윤복의 회고록에 따르면 미군정 하지 장군을 비롯한 미국인이 보증금을 구해주며 대회 출전을 도왔다. 보스톤 마라톤 협회도 두 선수에게 태극기와 미군정청 문장이 병기되어 있는 유니폼을 지급했다. 손기정이 일장기를 가려야 했던 일이 서윤복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의도는 이해할 수 있다. 서윤복과 손기정의 서사를 연결해 메시지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수처럼 보인다.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미군정으로부터의 독립을 연결해 애국심을 자극하는 드라마를 만들려는 의도다. 하지만 실화의 힘에 기대면서 정작 실화를 왜곡하고 있으니 자연히 모순과 오해가 발생한다. 아쉬움도 크다. 미국을 악역으로 만드는 대신 한국을 알리려는 일념이나 개인의 성취에 집중하는 선택지도 있었으므로.
마지막으로 디테일도 올드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양변기를 몰라 당황하는 개그 장면, 조선을 무시하지 말라며 외국인에게 일갈하는 장면, 전 국민적인 응원에 아리랑이 울려 퍼지는 장면... 감동과 눈물을 짜내는데 최적화된 클리셰가 종합선물세트로 펼쳐진다. 한국영화에서 자주 목격한 익숙한 이 조합 역시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종합하면 <1947 보스톤>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마인드의 결정체처럼 보인다. 실화의 힘을 빌려 애국심을 고취하고, 눈물을 짜내고, 감동을 주면 성공이라는 식으로 직진한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의 완성도, 서사의 짜임새, 실화 고증 같은 요소는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고 만다. 그 결과 2023년도 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올드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Poor 형편없음
실화를 이용하는 데 그친 클리셰 범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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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24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Ⅱ>가 주말 관객 수 31만 명, 누적 관객 수 44만 명을 기록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약 4,300억 원의 높은 제작비 대비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 편의 이야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제작된 <글래디에이터 Ⅱ>가 과연 기존 시리즈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오는 22일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지난 6일에 개봉했던 <청설>이 누적 관객 수 52만 명을 돌파하며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배우 박신양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사흘>은 누적 관객 수 15만 명으로 3위를 기록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애초 '오컬트' 영화로 홍보가 된 것과 달리, '부성애'에 초점을 맞추어진 내용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에서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강세입니다. 국내에서는 누적 관객 수 5만 명에 그쳤던 <레드 원>이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레드 원>은 드웨인 존슨을 비롯해 크리스 에반스, 루시 리우, J.K. 시몬스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하며 제작비가 2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영화입니다. 북미 프리뷰 당시 250만 달러라는 저조한 수익을 올리며,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현재 누적 수익 약 3,400만 달러를 기록하며 한숨 돌리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1, 2위를 차지했던 <베놈: 라스트 댄스>와 Ever>은 한 계단씩 내려와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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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켄 로치 할아버지가 묻는다.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로치 감독이 1936년생이니까 2023년 기준 87세이다. 이제 더 이상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아마도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다. 사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영화 <지미스 홀, 2014년>을 보여주면서 은퇴 선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뭔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마음에 들지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인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을 가지고 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아간다. 이후 영국 북동부 지역의 낙후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나의 올드 오크, 2023>까지 3부작으로 구성된 연작을 완성하게 되었다. 영국 북동부 3부작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켄 로치 할아버지가 묻는 '그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영화 <나의 올드 오크, 2023> 포스터
복지 수당 받기 더럽게 힘드네 :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다니엘의 부인은 오랫동안 앓았다. 평생 목수로 일했지만, 남은 것은 늙고 쇠약해진 몸뚱이와 간병으로 기울어진 가정뿐이다. 다니엘은 정부에 복지 대상자로 신청해 수당을 받으려고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빙글빙글 여기저기 돌다가 자기네들이 설정해 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그나마 신청할 수 있는 복지 사업은 서류를 컴퓨터로 제출해야만 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진짜 심각한 지병이 있어서 일하기도 어려운데, 자꾸 근로 능력이 있는데 복지 수당만 챙기려는 사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노인 대상 복지 체계만 이런 것도 아니다. 어린아이들을 혼자 양육해야 하는 케이티도 마찬가지다. 소통되지 않는 원칙과 각종 서류들, 증빙이 되는 번호들, 성실하지 못해 복지 대상자가 되었다는 따가운 시선들 등 모든 장애물을 넘고 넘어가야 겨우 복지 수당이라는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2016> 포스터
자영업자는 아닌데, 노동자도 아니라네요 : <미안해요 리키, 2019>
제인네 가족은 아빠, 엄마, 오빠, 제인. 이렇게 네 식구가 같이 살고 있다. 아빠는 택배 일을 하시고, 엄마는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계시다. 두 분이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제인은 학교가 끝나면 혼자 빈 집에 들어와서 엄마가 요리해 놓은 음식을 먹고, 숙제를 한다. 오빠 셉은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은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택배 일이나 요양보호사 일은 자영업자는 아닌데, 노동자도 아니란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직종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한다. 회사의 보호를 받아야 할 때에는 자영업자로 내몰리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노동 유연성을 발휘하려 할 때에는 노동자로 당겨진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 사이에 묶인 제인의 아빠와 엄마는 더 많은 근로를 요구받고, 혹사를 당한다. 혹사당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 포스터
똑똑똑, 들어가도 되나요? 저는 난민이에요 : <나의 올드 오크, 2023>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2016년 난민법을 제정하였다. 2024년부터는 한국의 이주민 비율이 공식적으로 5%를 넘기 때문에 '다문화 국가'에 진입한다. 사실 미등록 이주민들이 빠진 수치이기 때문에 이미 5%는 진작에 넘었다. 난민법에는 재정착 희망난민제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정부가 직접 난민 캠프로 가 그 곳에서 한국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다. 태국의 난민 캠프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미얀마 출신의 가족들이 이 제도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만약 재정착 희망난민제로 한국에 들어온 난민 가족들을 버스에 태워 인구 유출이 심각한 문제인 지역에 정착하도록 보낸다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까? 이런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너무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 초반, 더럼 지역으로 버스가 들어온다. 이 버스에는 시리아 난민 캠프에 살던 가족들이 타고 있다. 버스에서 내린 야라는 동네 사람들의 혐오를 온몸으로 받아낸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올드 오크 사장님 TJ는 마음이 불편하다. TJ는 야라의 카메라는 수리하도록 도와주고, 자신의 공간에 들어와도 된다고 허락해 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기쁜 일과 슬픈 일을 함께 나누며 둘은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된 TJ와 야라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미안해요 리키>는 영화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있지만, <나의 올드 오크>는 공간명이 제목이 되었다. 물론 <미안해요 리키>의 원제는 그렇지 않은데, 한국에 들어오면서 이름을 넣는 것으로 지어졌다. 앞선 두 영화가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전달한다면, 나의 올드 오크는 인물들이 만나서 대화하는 장소가 강조된다. '올드 오크'라는 펍은 원래 40년 동안 단골로 다녔던 사람들이 '우리의 공간'이라고 여기는 곳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 '우리가 아닌 자'들에게 허락되는 것이 아쉽고, 서운하고, 화가 난다. 그래서 쉬이 내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돈은 없는데, 돈 들어갈 곳은 많고,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결과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는 일은 부지기수며, 인생이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는 것을 포기하면 안 된다. 포기하는 순간, 사람 인(人) 글자가 바로 무너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뉴캐슬어폰타인 - 선더랜드 - 더럼 순으로 영국 북동부 3부작 영화의 배경이 이동한다.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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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품 나는 미술품 도둑들의 이야기
넷플릭스에서 매주 다양한 영화들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레드 노티스>는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등 가장 인기 있는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는 영화로 꽤 기대를 받던 영화였다. 꽤 멋진 영상과 배우들의 액션 장면이 담긴 예고편을 통해 그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에는 FBI 프로파일러 존 하틀리(드웨인 존슨), 희대의 미술품 도둑 놀런 부스(라이언 레이놀즈)와 사라 블랙(갤 가돗)이 등장한다. 존이 미술품 도둑인 놀런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첫 장면을 꽤 흥미롭게 보여준다. 액션은 경쾌해 보이고 두 캐릭터 간의 추격전은 분명히 기대감을 높인다. 하지만 그 첫 액션 장면 이후 영화는 지지부진을 반복한다.
영화 속에서 존은 함정에 빠져 미술품 도둑으로 몰리고 결국 놀런과 같이 미술품을 훔치는 작업에 동참하게 된다. 그 동기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사라를 잡아 결백을 밝히기 위함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인물이 얽히고 또 만남을 반복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반전을 거듭하면서 방향을 달리 해 나간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에서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없어져 버렸다. 어쩌면 사기꾼들인 그들의 이야기를 통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이 이야기했던 과거의 일들도 진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이 벌이는 액션 장면도 누군가에게 공감해서 즐길 수가 없다. 그저 그들의 격투를 지켜보며 그 결과를 볼뿐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격투 장면들은 배우들의 과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라이언 레이놀즈를 보면 자연스럽게 데드풀이 보이고 이 영화 속 캐릭터 역시 데드풀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보인다. 갤 가돗을 보면 원더우먼이 떠오르고, 드웨인 존슨을 보면 과거 그가 등장했던 액션 영화들이 떠오른다. 영화에 이 세 인물이 등장할 때는 <레드 노티스>의 캐릭터들은 보이지 않고 배우들의 과거 캐릭터가 떠오르니 영화의 매력은 많이 떨어진다.
이야기도, 캐릭터도, 배우도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다양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은 눈에 들어오지만 그마저도 많은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캐릭터들에 전혀 정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하품이 났던 액션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로슨 마샬 터버는 <스카이 스크래퍼>, <우리는 밀러 가족> 등을 연출했던 감독이다. 아주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연출해 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레드 노티스> 도 너무 가볍기만 하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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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노티스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