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7-31 19:03:05
<스탑 메이킹 센스> 먼저 본 후기
장기하가 덕질한 아티스트의 영화가 개봉했다
“안녕하세요 테이프 하나 틀게요”
<스탑 메이킹 센스>
저희 씨네픽 에디터들이 살짝 먼저 보고 후기 가져왔습니다🕺🏻
41년 만에 처음 한국에서 개봉이기에
토킹 헤즈의 공연을 선명한 화질과 훌륭한 음질로 만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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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아이의 세계, 그 속의 감정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영화를 먼저 관람하고 작성된 리뷰입니다.오마이뉴스에서 [영화 속 감정 읽기] 라는 연재를 합니다. 영화리뷰안에 각 인물이 대표하는 감정을 적고 그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갓난아이들에게 옆에 있는 엄마는 의지해야 할 꼭 필요한 존재다. 먹을 것을 해결해 주고, 아직 뭐가 뭔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엄마는 그 아이의 전부다. 그러니까 엄마가 아이의 세계다. 꼭 엄마만 그런 존재가 되라는 법은 없다. 아빠도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고, 친척이나 다른 누군가가 아이와 오랜 시간 같이 시간을 보내고 도움을 준다면, 그 자체로 아이의 세계에 포함될 수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 아주 좁고 작은 세계지만, 아이에게 그 세계는 무너지면 안 되는 무척이나 큰 세계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주인공 클레오(루이스 모루아-팡자니)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를 어릴 적부터 키운 보모 글로리아(일사 모레노 제고)는 어쩌면 클레오의 전부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게 고향으로 떠나야 할 사정이 생기고 결국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는 클레오의 반응과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주면서 그가 겪는 상실감과 그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클레오는 마음 한 구석이 시리고 슬프다. 흔들리는 클레오의 세계를 영화는 담담하고 강렬하게 담고 있다.
첫 번째 감정 - 클레오의 두려움
클레오의 세계에는 아빠도 있고,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도 있고, 보모인 글로리아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글로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가장 많이 웃고 떠들면서 감정을 공유한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적어도 클레오의 세계에 엄마는 없다. 그 엄마라는 존재를 대신하는 사람이 바로 글로리아다.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친구이자 엄마 같은 존재다. 같이 샤워를 하고, 같이 병원을 가고, 같이 밥을 먹는다. 그러니까 일상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어쩌면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는지 모른다.
영화 초반 클레오와 글로리아의 수다와 장난을 지나면, 고향에 계신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온다. 그 전화를 받고 글로리아가 우는 그 순간부터 클레오에게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조금씩 생겨난다. 슬픔을 잠시 묻어둔 채 클레오를 챙기고 재우는 글로리아의 모습도 그렇게 편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글로리아는 어느 순간에 클레오에게 이제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해 버린다. 클로에는 그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아이가 그렇듯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거냐는 물음을 다시 던진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글로리아의 말에 클레오는 기운이 없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에겐 자신이 알던, 무척이나 친숙했던 큰 세계가 통째로 사라져 버릴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그의 두려움은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운을 없애고 때론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하지만 곧 그 세계는 무너진다. 아빠에게 위로받고 또 장난도 곧잘 치지만, 그런 아빠의 노력이 텅 비어버린 클레오의 세계를 전부 채울 수는 없다.
두 번째 감정 - 클레오의 질투
글로리아가 고향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클레오는 마음속에서 글로리아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글로리아의 고향으로 놀러 가게 된다. 여기서 클레오가 겪는 일들의 대부분은 기쁨의 감정을 느낄 순간들이다. 오랜만에 자신의 모든 세계인 글로리아를 만났고, 그의 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클레오에겐 잃어버린 세계를 찾은 기쁨을 선사한다. 자신의 집이 있는 파리보다는 열악한 시골 섬의 작은 마을이지만 여기저기 다니며 구경도 하고, 바다에서 수영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글로리아에게는 임신한 딸과 아들이 있다. 글로리아의 딸이 출산하게 되면서 그의 집에선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이때부터 글로리아는 자신의 손주를 돌보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클레오는 자신이 받던 글로리아의 사랑을 갓난아이가 빼앗아갔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이 느끼는 온 세상을 그 아이에게 빼앗겼다는 생각이 작은 클레오의 마음속에 큰 질투의 불씨를 불어넣는다. 그가 글로리아의 손주에게 하는 어떤 행동은 조금은 충격적으로 느껴지지만 클레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클레오의 세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으니까.
클레오와 갓난아이가 함께 있는 모습과 클레오가 하는 행동을 본 글로리아는 클레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친다. 그때부터 클레오는 달리기 시작하고, 해변까지 간 클로에는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든다. 폭발하는 질투심과 죄책감이 동시에 그를 괴롭힌다. 어쩌면 클레오의 세계는 이미 없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당황한 클레오의 표정은 그 모든 붕괴를 표현하고 있다. 클레오의 감정은 그가 해변으로 달려가는 그 모든 순간에 완전히 방출된다. 그걸 보고 있으면 보는 이들도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모르게 된다. 클레오의 질투는 자연스럽게 그의 마음속에 일종의 파괴본능을 만들어냈고, 스스로 악마가 되고 싶었던 클레오는 부끄러움에 바다로 몸을 던진다.
세 번째 감정 - 글로리아의 슬픔
이 영화가 클레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글로리아의 감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클레오를 키워온 글로리아 역시 클레오에게 많은 감정을 나눠주었다. 그렇게 서로 나눈 감정은 마치 보이지 않는 끈처럼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다. 고향으로 떠나야 하는 순간에 글로리아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그의 마음에 글로리아의 자리는 꽤나 크게 만들어져 있었을 것이다. 담담히 그 상황을 설명하고 떠나는 글로리아는 자신의 힘으로 키워낸 작은 아이의 세계를 잠시 바라보고 돌아선다.
클레오가 자신의 고향으로 찾아온 방학기간 동안, 글로리아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신만의 사업을 준비하면서 딸의 출산을 돕고, 태어난 아이를 챙겨야 했다. 그러니까 자신에게 잠시나마 찾아온 클레오가 너무나 반갑지만, 온전히 그에게만 신경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글로리아는 자신의 가족을 좀 더 신경 쓰며 챙길 수밖에 없다. 여전히 클레오에게 다정한 글로리아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지나면서 클레오의 세계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영화의 맨 마지막 장면엔 글로리아가 울음을 터뜨린다. 클레오를 공학까지 배웅하며 돌아서는 그의 마음은 복잡하다. 결국 클레오와 완전히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펑펑 눈물을 쏟는다. 아마도 클레오의 방학기간 동안 클레오도 그 사실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을 것이다. 클레오는 비행기로 향하며 울음을 터뜨리진 않았지만 글로리아는 끝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의 눈물은 클레오의 세계에서 완전히 떠나게 된 그 상황에 대한 슬픔이 담겨있다.
영화 <클레오의 세계>는 클레오라는 아이의 시선에서 상황들을 따라간다. 다양한 클로즈업을 통해 클레오가 진짜로 볼만한 장면들을 화면으로 담고, 느낄만한 감정들을 무척 잘 전달하고 있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전환 장면은 수채화 같은 이미지를 통해 클레오의 세계가 가진 따뜻함을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작은 아이 클레오의 성장기라고 할 수 있다. 아주 협소한 작은 공간만 존재했던 클레오의 세계는 아마도 이 영화 속의 일을 겪고 나면 엄청나게 거대해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 모두가 겪은 성장기처럼. 글로리아는 비록 엄마는 아니었지만 클레오에게 중요한 존재였고, 두 사람이 나눴던 감정의 교류는 모두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 영화는 그 거대한 사랑을 클레오의 얼굴과 표정으로 잘 보여준다. 영화의 원제에는 보모의 이름인 글로리아 가 들어간다. 하지만 한국에 수입되면서 <클레오의 세계>로 제목이 바뀌었다.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클레오의 세계가 곧 글로리아였으니.. 어쩌면 이 상황을 잘 표현한 완벽한 번역이 아닐까.
*영화의 스틸컷은 [왓챠]에서 다운로드하였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https://www.notion.so/Rabbitgumi-s-links-abbcc49e7c484d2aa727b6f4ccdb9e03?pvs=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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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가능성을 대하는 태도
우리의 삶은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일생에 한 번의 선택이 그 이후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아주 어린 시절엔 그야말로 무수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화가가 될 수도 있고,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작은 선택들을 해나가면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어나간다. 아주 우연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가능성은 '나'의 모습을 규정짓게 하는 일종의 길이다.
그렇게 가능성의 길을 뚫고 현재의 내가 탄생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현재의 내 모습에서도 다양한 가능성이 따라온다. 미래의 내 모습을 결정할 다양한 가능성은 결국에는 우리가 할 작은 선택에서 나온다. 그런 가능성들을 영상으로 옮겨 보여줬던 <에브리웨어 에브리씽 올 앳 원스>는 다양한 멀티버스에서 존재할 수 있는 한 인물의 여러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모든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건 현재의 '나'라는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다.
페이즈 5를 시작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5를 여는 영화다. 앤트맨인 스캇 랭(폴 러드)의 평범한 삶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화는 스캇과 그 주변인물들이 바라보는 다양한 가능성을 어떤 태도로 보는지에 대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스캇은 평범함에 익숙하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어벤저스 멤버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 때문에 딸에게 잠시나마 자신이 없다는 상실감을 느끼게 했던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스캇은 영웅 역할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어쩌면 스캇은 평범한 삶을 선택하면서 '위험'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하려고 애썼는지 모르다. 타노스로 인한 블립으로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이 죽을 뻔한 상황을 경험하고 나서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스캇의 선택은 심심한 삶일지라도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딸 캐시(캐서린 뉴튼)는 그 위험한 가능성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아빠보다 좀 더 호기심이 많고 과학적 연구를 하는데 관심이 많다. 이건 1대 앤트맨인 행크(마이클 더글러스)의 영향이 컸다. 두 사람은 다른 가족 몰래 양자 영역 세계에 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로 인해 스캇과 캐시, 행크를 비롯한 재닛(미셸 파이퍼), 호프(에반젤린 릴리)까지 양자영역으로 빨려 들어간다.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과거 앤트맨 시리즈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빌런인 정복자 캉(조나단 메이어스)을 등장시켜 좀 더 심각한 분위기로 끌어나가려고 한다. 정복자 캉은 작년에 선보였던 디즈니+의 시리즈 <로키>에 등장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빌런으로 등장한 건 이번 영화부터다. 처음엔 선한 얼굴을 보여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악한 이미지가 드러난다.
앤트맨과 정복자 캉이 가능성을 대하는 다른 태도
정복자 캉은 멀티버스라는 다양한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사람이다. 다양한 우주와 시간대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그는 돌아다니면서 시간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모든 인물을 비롯해 그 우주 자체를 파괴하려 애쓴다. 그러니까 그에게 보이는 다양한 가능성을 억지로 줄이려는 캐릭터로 보인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배타적으로 접근하는 인물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스캇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영화의 후반부 스캇이 어떤 물질의 코어에 접근하려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들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된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그 가능성들은 무한대로 많아지면서 어떤 가능성은 죽고 다른 가능성은 도망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능성들은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내 힘을 합쳐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돕는다. 스캇은 그 수많은 가능성을 두려워하거나 배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최선의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가능성에 대한 다른 태도는 마블이 왜 정복자 캉을 영화 <앤트맨> 시리즈에 처음으로 등장시켰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사실 앞으로 정복자 캉은 많은 마블 영화에 등장하게 될 최종 빌런이다. 그가 가진 멀티버스에 대한 태도와 그가 악행을 벌이는 이유를 잘 설명하기 위해 스캇과 그 가족을 대척점에 세웠다. 그렇게 다양성에 대한 두 캐릭터의 대비는 정복자 캉이 어떤 인물인지를 뚜렷하게 만든다.
이런 대척점을 만들면서 포기한 건, 빌런으로서 가진 위압감이나 카리스마다. 그래서 몇몇 장면에서는 정복자 캉이 엄청난 힘을 가진 것 같이 묘사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 힘이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휘되면서 그 카리스마가 휘발되어 버린다. 인물의 태도와 성향에 대한 것을 뚜렷하게 하고 그가 가진 힘이나 능력은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의 빌런으로서의 위압감은 다른 마블 시리즈의 빌런에 비해서 떨어져 보인다.
빌런의 위압감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발판을 만들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앤트맨>1편과 2편을 연출했던 페이튼 리드 감독이 계속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 양자 세계의 아기자기한 이미지나 스캇이나 그 가족들이 가진 캐릭터들의 특성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필요할 때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앤트맨 스캇의 활약과 1대 앤트맨 행크의 활약도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바로 미셸 파이퍼가 맡은 재닛이다. 양자 세계에 이미 갇혔던 경험이 있는 재닛은 이번 영화에서 꽤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며,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셸 파이퍼가 보여주는 매력이 무척 뛰어나다.
이번 영화는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마블 시리즈는 이제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멀티버스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이전 페이즈에서도 멀티버스를 활용한 이야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 멀티버스가 탄생시킨 빌런 정복자 캉은 이제 막 등장한 셈이다.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들이 이 무수한 가능성들을 어떤 태도로 보고, 어떤 식으로 이용하는지가 마블 팬들이 중점적으로 봐야 할 관전포인트다. 어쨌든 기존 마블 팬이라면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를 챙겨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은 무너지지 않고 있는 마블이 조금 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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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람선 두 척으로 인류의 모든 갈등을 소환시키는 괴력
슬픔의 삼각형
왜 이걸 해야 하지? 무명 모델인 칼은 불편한 자리에 있다. 상의를 탈의한 채로 이상하게 서있는 남자들. 칼은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모델돼서 뭐 하니? 인터뷰 현장에 취재하러 온 의문의 남자는 모델 지망생들에게 비아냥대고 있다. “매일 게이들이 집적대고. 여자 모델의 수입 중 1/3만 떨어지는 게 현실 아니야?” 하지만 이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취업의 꿈이란 절실하다. 특히 칼은 더 그렇다.
왜? 칼에겐 여자친구가 있다. 역시 모델인 아야. 칼과는 다르게 아야는 인기가 많다. 유명 브랜드에 초청받아 패션쇼에 참여한 아야. 당당한 표정과 제스처, 걷는 포즈까지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이 봐도 매력적이다. 아야에게 부족한 남자친구가 되기 싫은 칼. 어디 음식점에 갈 때 아야가 계산하는 경우가 잦았기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그러나 이 자존심에 더 스크래치 가는 일이 생겼다. 뭔가 의미심장한 듯한 표정을 짓는 아야. 점점 서로 대화하다 보니 ‘얘가 진짜 나를 사랑하고 있나?’라는 의심이 들었다. 의심이 확신이 되어가는 칼. 아야는 실제로 칼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냥 인스타그램 상에서 인플루언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그런 척 연기한 것이다. 이게 다 돈 문제는 아니야! 체면 구긴 칼. 칼은 아야와 협찬으로 얻은 대형 유람선 티켓에 대해 이야기한다. 탑승객이 된 두 사람. 그리고 그 배 안에 있던 승객들과 직원들은 정말 끝내주게 웃긴 블랙 코미디 한 편을 완성한다.
웃긴 코미디
우선 영화에서 가장 큰 강점으로 뽑고 싶은 부분은 다층적으로 읽힐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후술 하기로 하고, 글쓴이가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작품 자체가 웃기다는 점이다. 글을 쓰면서 <웅남이>가 생각난다. <웅남이>는 뭐랄까 내내 정색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박성광 감독이 개그맨 출신 아닌가. 그 개그맨으로서의 경험치를 다 갈어넣어서 ‘이래도 안 웃어?’라고 계속해서 질문하는 듯한 느낌이 별로 맘에 안 들었다. 이 <슬픔의 삼각형>은 장르로서의 코미디를 잘 잡았다. 어떻게 웃길까? 바로 현실을 들여다보는 방식에 있었다.
영화에서 핵심으로 작동하는 것은 제목에도 들어간 ‘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을 뒤집거나 똑바로 주시하는 것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삼각형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즉 시선에 대한 영화가 이 <슬픔의 삼각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똑바로 바라보는 것, 그건 어떻게 들어갔을까? 첫 장면이다. 이게 예고편에서도 자본주의 미소에 대해 다루면서 발렌시아가와 H&M 사이의 온도차를 다뤘다. 또 인분을 직업으로 다루는 사람이 영화에 등장한다. 여기서 ‘나는 똥 파는 사람이오’식의 말장난이 대사로 제시된다. 이 인물은 자본주의에 대한 감독의 코멘트가 들어간 캐릭터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가 사용하는 유머는 이런 것의 연속이다. 기본적인 설정에서 더 나아가 깊은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가령 2부에서 어떤 사람 둘이 대화하는 부분은 감독이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되 어떻게 비틀 것인가를 염두하고 각본을 쓴 티가 났다.
다음은 삼각형을 뒤집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회 구조를 뒤집어서 영화를 본다는 의미다. 이 부분은 영화의 강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길게 쓰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영화의 코미디에 대해 쓸 때 이 장면들이 빠진다면 섭섭하다. 영화는 특정 러닝타임을 할애해서 작품에서 보여준 전반부에서 보여준 모든 세팅을 다 뒤집는다. 이 뒤집기 방식은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웃음이 나오는 이유가 된다. 솔직히 감독도 영화 만들면서 킥킥 웃었을 것 같다. 이 부분에 관한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 고점 중 고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전부 이해해서 일어날 만한 일만 딱딱 골라 이야기를 만들었다.
유람선 두 척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최고 강점은 다방면으로 읽힐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영화가 다룬 쟁점이 굉장히 많다. 첫 번째는 젠더라는 주제다. 사실 이 부분은 굉장히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영화 1부는 그냥 대놓고 ‘칼과 아야’가 주인공이다. 이 두 사람 사이에 핵심으로 작동하는 문제는 두 사람의 수입이다. 매일 여자친구 아야가 다 결제하니 자존심이 상한 칼. 왜 상했을까? 영화는 이후 이야기 전개를 통해 '어떤 것이 문제였을까' 코멘트를 하는 듯하다. 또한 영화는 상황의 대비로 ‘왜 이것이 문제고, 이런 일들을 멀리 떨어져서 보면 얼마나 웃기는 짓인가?’를 보여준다. 이 연출 방식을 가만 보면 아이디어부터 특별하다. 남녀 간의 성차별적인 시선, 관습을 조롱하기 위해서 갖고 온 소재가 '모델'이다. 모델은 여성들이 주류가 되어 시장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 젠더의 관점에서 남녀차별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뭐 여자 형사나 남자 간호사같이 차별적 시선을 다루는 클리셰(?)를 다루지 않았으면서도 모든 블랙코미디적 요소를 이끌고 갔던 감독의 천재성이 느껴진다.
이 연출 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 각본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야기가 되게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지점이 있긴 있다. 2부에서 3부로 남아 가는 장면이 그렇다. 그런데 영화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 작품 이해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내적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다.
돈 때문에 돌아버려
상황을 대비시켜서 남성주의적인 인류 서사를 뒤집는다. 영화 주인공이 칼이라는 점에서 이 부분은 인물 간의 가장 중요한 갈등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 젠더라는 소재만큼이나 중요하게 밑줄 쳐져 있는 부분은 더 있다. 우선 인류의 이기심 있다. 나만 잘 살면 남은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라는 그 멘탈리티가 2부에서 3부 지나가는 장면 중 핵심으로 제시된다. 또 계급문제에 대한 코멘트도 돋보인다. 영화의 실질적인 진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에 대한 리액션이 작품에서 흥미롭게 제시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갈등이라고 했을 때 빠질 수 없는 소재가 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근현대사 고전 떡밥도 영화가 잘 다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안에 미국 사회에 대한 탄식과 조롱이 있었고 남녀관계 사이에서 이뤄질 수 있는 상하관계 문제도 있었다는 점은 영화가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이 원인일까 생각하는 것이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 대신 2부에서 보여주는 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조롱이 눈 크게 뜨지 않고 보면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은 다른 관객분들에게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일어나는 극 중 사건은 영화 이야기의 흐름이나 메세지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살짝 현학적인 느낌이 있어서 글쓴이도 살짝 딴생각을 했다. 여러분은 눈 크게 뜨고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과연 세계사의 어느 부분을 꼬집고 있는지 잘 보시길 바란다. 영화가 대사를 정말 잘 썼다고 느끼는 장면이다.
존재와 부재
영화에서 몇몇 인상 깊었던 부분 몇몇은 운동 에너지에 있다. 영화는 아래에서 튀어 오르거나 위에서 아래로 수직낙하하는 이미지를 잘 사용했다. 우선 영화 포스터에 누가 구토하는 신이 있다. 또 우리가 잘 아는 <기생충>에서 봤던 장면도 영화에서 보인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윗사람의 존재가 아랫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작품에서 중요하게 묘사된다. 왜? 우디 해럴슨이 맡은 역할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도 영화의 감상 포인트다. 이 사람이 등장하는 선후관계 인물 내적 묘사는 특별하다. 이 역시 사회 시스템에 대한 풍자가 된다는 점에서, 또 후반부에 반대로 우리들의 모순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 영화의 운동 에너지는 작품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와도 관련이 있다. 얼마 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라는 영화를 봤다. 글쓴이는 이 '진짜로~'와 <슬픔의 삼각형>이 다르게 느껴진다. 왜? 전자와는 다르게 후자가 뭔가 우화 같은 느낌이 있다. 이 카메라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에 대한 문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도 보여준 부분이지만 이 <슬픔의 삼각형>에서 더 도드라진다. 옆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느낌? 마치 내가 이 배의 탑승객이 된 듯한 그런 사실감이 아니라 철저하게 거리 두는 채로 이야기를 관람하는 것이다. 이 거리감의 존재는 영화 내내 이 작품이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나름 좋은 연출방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우화 같은 느낌이란 말을 뒤집는다면 이야기가 만들어진 틀대로 움직인다는 뜻과도 통한다. 그런데 영화 보시면서 그렇게 큰 지장이 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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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922억이란 숫자
- 근현대사는 관련 인물들이 실존해 있을 정도로 현재와 밀접한 역사이기에 교과서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만 읽었던 1212사태가 지금의 60대들이 청년기에 겪은 일이라 생각해 보면 자못 놀랍기까지 하다. 불과 2년 전에 사망한 전두환이 신군부세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훗날 광주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까지의 시발점이 된 1212사태가 교과서의 한 줄로 남기에는 애석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아로새겨야 할 역사를 예술을 도구삼아 설파한다.영화 <서울의 봄>은 1212사태를 배경으로 주요 인물들을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조금씩 바꾸어 마치 픽션처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의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이름들을 보노라면 이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기초하였음을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한 마디로 영화 같은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인데 주로 아름답게 표현되던 수식어가 이토록 소름끼치는 것이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역사적 실화를 기초하여 만들었다는 것이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관련인들이 지금까지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1212사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서울의 봄>은 그 현재진행형을 교과서 한편에 문장으로 남겨두지 않도록 애쓰는 노력이자 운동이라 볼 수 있겠다.실화를 기초로 각색한 영화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온갖 신파를 끼얹어서 마치 눈물을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화의 기능을 충실히 만들기만 했을 뿐인데도 피가 거꾸로 솟아날 것 같은 공감을 자아내는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가히 후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데, 영화가 꽤나 박진감 넘치지만 실은 담백하게 그려내려 애썼다는 것(오진호소령의 이야기는 놀랍지만 실제로도 총을 쏜 박종규 중령과 막역한 사이였다)이 그 이유이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 이미지를 적극 활용한 것과 화면분할 연출을 통해서 통화내용임에도 마치 액션장면과 같이 박진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것 등에서 영화적 재미와 문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다만 극 중 야망과 자격지심 등이 고루 보이던 악역에 비하여 선역으로 표현되는 이태신의 캐릭터가 다소 단편적인 것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긴 러닝타임 내에 주인공들이 수행해야 할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분명히 나아감에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는 것을 보아 이는 실수보다는 감독의 선택에 가깝다. 더불어 이태신을 이순신에 투영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가져왔을 뿐 이태신은 그 당시 존재했어야 하는 올바른 인간상을 함축하였다고 볼 수 있다.영화는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이다. 영화 <도가니>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를 통하여 법이 개정되기도 하며 <남산의 부장들>들과 같은 영화들을 통해 근현대사를 다시 조망하기도 하고 <명량>을 시작으로 한 이순신 프로젝트 등을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인물을 다시금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다만 영화는 대중예술이라는 점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방해가 되지 않을 때 비로소 관객은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 있고,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영화 <서울의 봄>은 기능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잘 만든 영화라 할 수 있겠다.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각각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태신과 전두광은 선악으로 대비되면서도 그 시대의 인간군상에 대한 적나라한 분류로도 보인다. 더군다나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에서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김희성(변요한)이 카메라 셔터를 마치 총성처럼 누르던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 인물들과 다르지만서도 그들의 이력은 실제로 알림으로써 영화 <서울의 봄>은 자신의 마지막 기능을 다하고 막을 내린다.파주에 전두환의 유해가 안치되는 것과 관련하여 파주시장과 시민들은 학살자가 누울 곳은 없다며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내세웠다. (갈 곳 없는 '서울의 봄' 전두광…파주시장 "전두환 유해 안장 결사 반대" - 뉴스1 (news1.kr)) 전두환에게 채 받아내지 못한 922억의 추징금을 가히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쏘아 올린 포탄이 1212사태를 잘 모르는 연령층에게 불씨로 남아 선대가 미처 다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잊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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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남다른 발상의 조각들
한국 단편 경쟁 - 한국단편경쟁 6
<COMPUTER>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0분
감독 김은성
출연 김일지, 장지훈 등
줄거리
주연은 일지의 게임 중독 때문에 동거하던 집을 나가 버리게 되고, 다시 여자친구 주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주연 앞에서 컴퓨터 부수는 계획을 세운다.
리뷰
<COMPUTER>는 섭리를 어기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목적론'이다. 목적론이란 사물은 목적에 의해 규정되고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이론인데, 쓰임 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컴퓨터가 그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는 상황이 왔을 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어안렌즈를 활용하여 장면을 구성해 굉장히 독특한 이미지를 구현해 냈고, 이러한 연출은 영화 속 뒤틀린 질서에 관해 이야기한 것 같았다. 영화는 목적론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며, 주변 사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했으며, 예측 불가한 전개와 긴장감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였다.
<오로라>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31분
감독 박형진
출연 김니나, 김수희 등
줄거리
어머니의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다단계 강사를 하는 니나. 일을 그만 두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자신의 집에서 빛나는 오로라를 보게 된다. 다음날 어머니의 병원비를 들고 가는 길에 다단계 물품을 환불해 달라고 하는 남매를 만나게 되는데…
리뷰
<오로라>는 다단계 종사자 니나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 한 명을 나쁘다고 칭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니나는 다단계 일을 하며 많은 아픔을 겪으며, 누군가의 호의가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호의를 바라지 않았던 그 순간에 니나는 누군가의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끝은 아름답기보다는 현실적인 엔딩이었다.
<sub)구독과 조아영#일상>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19분
감독 김국희
출연 조아영, 김국희 등
줄거리
유튜버가 되어 크게 성공하고자 하는 아영은 오늘도 브이로그를 찍어 본다. 그러나 맘처럼 잘 되진 않는다. 어딘가 찍어 올리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런 아영에게 아영의 삶을 늘 위협했던 존재가 다시 찾아온다. 영화는 그런 그녀의 삶을 휴대폰 시점샷과 그녀의 브이로그 셀프캠으로 보여 준다.
리뷰
<sub)구독과 조아영#일상>은 브이로그라는 형식으로 영화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촬영 방식을 택하며 흥미를 유발하였다. 우리가 유튜브에서 흔히 많이 본 요소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의 삶 속에 가장 가까이 있는 휴대폰을 통해 아영의 일상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영화는 가정 폭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감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들이 갈 곳을 잃었던 뉴스를 보고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미지의 행성>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애니메이션 | 한국 | 3분
감독 김성민
줄거리
터널 너머 미지의 행성으로, 그는 매일같이 그리운 누군가가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리뷰
영화 <미지의 행성>은 죽음과 이별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인간의 삶을 남다른 발상을 통해 시각화한 작품이다. 공동묘지 속 무덤들이 마치 각각의 사람이 사는 고유의 행성처럼 표현하며, 애도하는 과정을 누군가의 행성에 놀러 가는 환상적인 여정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사람마다 애도하는 과정이 다르지만, 단순한 슬픔으로만 보이지 않길 바란 감독의 생각이 고스란히 보이는 영화였다. 또한 음악이 더 해져 이러한 의미가 더 잘 다가왔던 것 같다.
<50cm>
ⓒ 전주국제영화제
정보
개요 픽션 | 한국 | 23분
감독 김소정
출연 이진하, 신가영 등
줄거리
시각장애인 가영과 그녀의 애인 은정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마라톤을 준비하지만, 계속해서 다투게 된다.
리뷰
<50cm>는 화면비를 4:3으로 구성하며 가영과 은정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마라톤에서 가영과 은정은 정해진 코스가 아닌 다른 코스로 가면서 화면비가 16:9로 넓어지는 연출을 하였다. 이 연출을 통해 가영과 은정이 세상 사람들이 정해 놓은 길이 아닌 둘만의 길을 갈 때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표현하였다. 또한, 이 연출과 더불어 등장했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는 극의 감정을 더욱더 극대화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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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미가 업이 된다면? <비긴 어게인>
영화 <비긴 어게인>
댄은 음반 프로듀서이다. 그냥 프로듀서도 아니고, 실력 있는 음악인을 발굴해 키워낸 전적이 있는 전문가다.
그러나! 테스트용 CD 꾸러미를 신경질적으로 훑고 CD꾸러미에서 이거다! 싶은 음악을 찾지 못해 분노한 나머지
차창 밖으로 CD를 다 내팽개친다.
그가 하는 행동에서는 프로다운 여유나 인내심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야 아니야 젠장 아니라고!
프로페셔널한.... 댄?
영화 <비긴 어게인>은 크게 두 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된다.싱어송라이터 그레타, 음반 프로듀서 댄.
댄의 시점으로 영화가 진행되기 시작할 때, 시청자가 마주하는 댄의 모습은 흔히 '어느 분야의 프로페셔널'이라고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사뭇 거리가 멀어 보인다.
좁고 지저분한 아파트에서 힘겹게 눈을 떠서 옷을 챙겨 입고 에너지 넘치는 걸음으로 일터로 향하...
지 않고! 다시 누워 잠을 청한다.한 잠을 더 자고 일어나서도 여전히 피곤한 상태로, 한 손에는 테스트용 CD꾸러미를 들고 나선다.
믿음직스럽지 않은 생활환경과 행동이 영 '프로답지 않아'보이던 댄.
그런데, 그날 저녁, 바에서 그레타의 연주에 상상 속 소리를 입히는 모습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이 사람, 진짜 (프로+전문가) 구나!
영화 첫 장면, 기타 반주만으로 담담하게 들려오던 그레타의 곡.
댄은 그 곡에 피아노와 첼로 멜로디까지 얹어서 뇌내 편곡한다.영화 비긴 어게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특선영화 등으로 다시 보게 될 때, 댄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상상해본다. 저 사람도 한때는 음악을 취미로만 여기던 사람이 아닐까?
취미를 본업으로 삼는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던 때와는 전혀 달라진다.
목표로 삼은 기간 내에 특정한 질적 수준을 달성하려면 자신을 쥐어 짜내게 된다. 댄은 그 방법이 알코올이었다.
영화 속에서 댄은 말한다. 술에 취해야만 마법이 벌어지고, 그제야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한다고.
취미가 직업이 된다면 어떨까?
대학생 때, 친한 동기가 취미생활을 한 가지 추천해줬다.바로 게임 실황 시청하기! : 누군가가 게임하는 걸 보는 것.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게임 영상을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험 스트레스를 풀 겸, 깜짝 놀라는 소리와 영상으로 잠 깰 겸. 겸사겸사 공포 게임 실황으로 시작했다. 보다 보니 흥미가 생겨서 이 게임저 게임으로 옮겨가고, 방송자도 골라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게임 크리에이터의 팬미팅 추첨에도 응모했고, 어쩌다 보니 당첨이 되어서 팬 미팅에 참여했다.
그 팬미팅에서, 크리에이터는 말했다.여러분, 작은 취미와 강점도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좋아하는 취미를 일로 삼을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줬다.일을 하면서 어려움도 분명 있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래서 나는 '저 사람은 천직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구나, 행복해 보인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취미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할까?그 팬미팅에 갔을 즈음에는 '나도 행복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내게 있어서 취미란 휴식, 여가다.
그게... 취미니까 (끄덕)꼭 경험을 해봐야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난 취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답을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알았다.
수개월간 공연 생각하며 눈을 뜨고, 공연을 위한 훈련을 하루 종일 하고, 공연 공부를 하다 잠드는 생활을 해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 취미와 일의 경계를 그어 놓는 삶이 편하다는 것.
공연 관람이 공부시간이 되고,영화 관람이 보충수업이 되는 삶은 힘들었다.
공연을 취미로 남겨둬야 내가 삶 속에서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시뮬레이션
: 취미가 일이 된다면 벌어지는 상황한 번은 연극에 관한 강의에서 지정 공연을 관람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마침,학과 친구와 함께 수강하던 강의라서 어떤 공연 일까 유명한 작품이던데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세일즈맨의 죽음(2013), 극단 성북동 비둘기
단이 없는 무대와 무대를 둘러싼 객석 형태, 무대 중앙에 있는 트레드밀과 그 위를 거의 공연 내내 뛰는 주연배우의 모습은 너무 신선했다. 마침 그 날은 공연 후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날이어서 그 이벤트까지 참여했는데 시간 역시 다른 의미로 엄청났다.
배우 혹은 연출가와 팬의 가벼운 이야기가 오간 것이 아니라, 굉장히 열정적인 질의응답이 진행되었다. 관람자 대다수가 공연을 공부하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연극의 구성과 원작의 해석, 작품에 등장한 소품과 장치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이 제작진들에게 향했다.
심지어 연출가는 이런 대답도 두어 번 했다."어.... 그 정도까지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허허.."
본업이 아닌데도 남아있는 흔적
그때 마주쳤던 관객 동기들, 그 열정적이던 질문자들만큼은 아니지만 공연에 꿈을 두고 활동하다 보니 점점 상상 속 세계로 빠져드는 게 더 어려워졌다.
조명이 안 켜진 것, 어떤 소품이 치워지지 않은 것 등이 눈에 더 띈다. 공연 관련자로 가는 트랙을 벗어난 지금도 여전하다.
조명과 무대장치,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극 속으로 몰입하는 게 어렵다.그래도 다른 편으로 본다면, 단 한 번 볼 수 있는 작품을 예전보다 섬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기도 하다.
지나가는 장면과 대사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극을 더 분석적으로 감상하고 이해하고 곱씹어보는 습관을 얻었다.이런 '업으로 삼고자 했던 흔적들'을 다른 분야에서 어떤 방법으로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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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의 리메이크 / 말할 수 없는 비밀 / 판타지 로맨스 멜로 / 도경수, 원진아 주연 / 행복한 잔상의 수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말할 수 없는 비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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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 베이비 2 영화 후기 / 온가족이 즐기는 여름방학 가족영화 / 1편에 못지 않은 재미에 기발함은 그대로 / 형제는 용감했다 / 어른이를 위한 만화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보스 베이비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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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룸 쉐어링> 티저 예고편
"문희 집에 왔으면, 문희 법에 따라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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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더 레치드: 악령의 저주> 메인 예고편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년 ‘벤’.
방학을 맞아 아버지 ‘리암’이 있는 한적한 바닷마을에 찾아간 그는
매일 밤 기이한 소리가 들리는 옆집을 주시한다.
어느 날 옆집 꼬마 ‘딜런’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홀린 듯 기억을 잃은 사이, 아이들은 하나 둘씩 실종된다.
끊임없이 기이한 일이 발생하는 마을.
그리고 사건의 행방을 쫓는 ‘벤’의 눈 앞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끔찍한 존재.
정체 모를 존재의 죽음의 손길을 느낀 ‘벤’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위협당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