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2022-12-21 23:53:13
한 왕비의 삶, 보통 여성의 삶 <코르사주>
한 여왕의 일대기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을 공유하는 영화
영화의 제목과 같이 주인공인 엘리자베트는 국가를 대표하는 ‘얼굴’이 역할이었다. 그녀의 뛰어난 지성과 신체력은 ‘여성'이라는 미명하에 국가라는 옷에 달린 왕비라는 코르사주가 되어버린다. 왕비라는 신분은 구속이나 억압 없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엘리자베트는 영화 초반부터 흉부를 꽉 조이는 코르셋 때문에 호흡곤란으로 귀빈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기절한다. 지난 역사 속 여왕의 이야기를 보고 있지만 보통 여성의 삶과는 다르지 않았다. 영화는 여왕이 자신의 코르셋을 조이는 하녀에게 ‘더 조여'라며 엘리자베트가 겪었을 숨 막히는 삶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어떤 비극적인 삶에도 희로애락은 있다. 작고 소소한 일상이 공유될 때 그 사람의 미소와 눈물의 의미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인물의 솔직한 욕망이 드러날 때 우리는 주인공에게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덕분에 한 여왕의 일대기가 아닌 한 여성의 삶을 공유하는 영화로 다가온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의 결말이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현실성 있는 삶이기에, 죽음만큼은 자유로웠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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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로부터 '보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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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관계‧감정‧경험을 포착해 섬세하게 재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은 퀴어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 인물 중에는 여성인 동시에 퀴어인 자들이 많다. 감독은 이들이 마주한 고난과 그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강인함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포착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젠더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성 너머를 상상하게끔 한다. 슬픔이 깃든 퀴어 존재가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를 그녀의 영화를 통해 따라가 보자.
먼저 〈톰보이〉(2011)다. 주인공은 10살 ‘소년’인 미카엘이다. 짧은 머리에 날렵한 체구를 가진 미카엘이 새로 이사 온 동네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축구, 수영, 힘 싸움 등을 능숙하게 해내자 친구들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작 놀이에 나가기 전의 미카엘은 걱정 투성이다.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은 상의 탈의로 팀을 나눈다. 미카엘을 불안케 하는 건 자신이 윗옷을 벗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중 어디에 속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미카엘은 로레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생물학적 여성’이다. 그래서 상의를 벗었을 때 자신의 가슴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라 보일까 걱정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수영복 앞섬이 문제다. 원피스 수영복을 잘라 남자 수영복처럼 만든 미카엘은 수영복 앞섬이 불룩 튀어나오지 않자 고민 끝에 찰흙을 길게 만들어 페니스의 대용물로 수영복 속에 넣는다.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괜히 놀이 도중 침을 뱉는 것도 찰흙으로 만든 페니스와 더불어 미카엘이 ‘부족한’ 남성성을 메꾸는 방식 중 하나다. 이런 것들이 뛰어난 놀이 실력을 가진 미카엘을 위축되게 만든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흥미로운 건 미카엘이 찰흙 페니스를 보관해 두는 장소다. 미카엘은 찰흙 페니스를 자신의 빠진 이와 함께 보관한다. 빠진 이는 ‘자연’이고 찰흙 페니스는 ‘인공’이지만, 몸에서 떼어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다. 그러나 미카엘에게는 빠진 이와 별 차이가 없는 찰흙 페니스가 누군가에게는 ‘결핍’의 기호로 읽힌다. 미카엘의 ‘진짜 이름’이 로레임이 드러난 후, 친구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미카엘의 성별을 확인한다. 미카엘을 ‘남자’로 알고 좋아했던 리사가 직접 미카엘의 성기를 만져 보게 함으로써 말이다. 미카엘의 페니스 ‘없음’은 그저 놀러 나가기를 망설이게 하는 일상적 불편함이었으나 성별 이분법이 군림하려 드는 상황 속에서는 수치심의 근거가 된다. ‘있고 없음’의 차원이 아닌 신체의 다름으로 독해되어야 할 미카엘의 음부가 결정적 낙인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잘못 짝지어진 인과관계다. 엄마의 강압으로 파란 원피스를 입고 친구 집에 찾아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사실’을 말하는 미카엘을 수치심에 휩싸이게 하는 건 그/녀의 성기 모양이 아닌 그 모양에 대한 세상의 폭력적인 독해다. 미카엘은 눈물 흘리며 파란 원피스를 숲에 버린다. 찰흙 페니스와 마찬가지로 파란 원피스 역시 쉽게 몸에서 떼어 낼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아무것도 아닌 찰흙 페니스와 파란 원피스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리사가 미카엘이 미카엘인 동시에 로레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말을 걸어 주기 전까지 미카엘/로레가 감당해야 할 슬픔은 너무 커다란 것이었다.
미디어는 늘 아이를 과잉보호의 대상으로 표상하지만, 성별이 모호하게 읽히는 아이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이는 어긋난 결핍감으로, 부모는 편견 가득한 수치심으로 괴로워할 뿐이다. 〈톰보이〉는 성별 이분법이 존재에게 얼마나 큰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다음은 성적 지향과 이성애규범성의 문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굉장히 세련되고 치밀한 방식으로 성적 지향과 평등의 문제를 사유한다. 관계의 평등을 위해 영화가 주목하는 건 시선이다.
마리안느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의뢰받는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에 초상화를 그리기 위한 포즈 취하기를 거부하는 엘로이즈에게는 산책 친구로 거짓 소개된다.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주어진 6일 동안 엘로이즈를 면밀히 관찰한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소한 동작까지도 관찰의 대상이다. 일상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사소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면,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된 것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엘로이즈의 성격과 몸짓, 표정을 자신의 몸에서 재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꼼꼼한 관찰과 다른 존재 되기의 과정을 거치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사랑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전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왜 이 집에 왔는지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그린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보인다. 그런데 엘로이즈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게 나에요?”라고 되묻는다. 생명력, 존재감이 없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마리안느는 발끈하여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규칙‧관습‧이념을 철저히 따라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러다 보면 엘로이즈가 제기한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자부심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스스로 망치고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5일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첫 번째 6일이 익숙하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엘로이즈를 관찰하고 그려 내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5일은 마리안느만이 그릴 수 있는 엘로이즈를 그리는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외양, 습관뿐만 아니라 감정을 읽는 법까지 배운다.
둘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깊어지는 건 마리안느가 엘로이즈 또한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다. 엘로이즈는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시선의 객체가 아니었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동안 그녀를 관찰했다. 화가와 대상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는 허물어지고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신중히 탐구하는 상호적 시선이 생성된 것이다. 둘의 사랑이 만개하는 건 바로 이 평등한 시선 위에서다. 이성애자들이 젠더 권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사랑에 실패하고, 그러면서도 규범적 사랑 바깥에 있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경멸하는 동안,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모든 위계적 시선을 거부하고 서로를 동등하게 만드는 시선을 교환함으로써 평등한 관계에 기반한 사랑을 창조해 냈다. 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만큼 사랑 문제에 있어 이성애자의 무능과 레즈비언의 유능을 극명하게 대비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공유하는 평등한 응시의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 있다. 가사노동을 돕는 하녀 소피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하려 한다. 이에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소피를 돕는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낙태는 큰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 조치였다. 마리안느는 괴로워하는 소피를 보고 고개를 돌리지만, 엘로이즈는 그런 마리안느를 돌려세우며 그녀의 고통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엘로이즈에게 시선은 사랑하는 존재를 탐색하는 관능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윤리적 도구이기도 하다. 레즈비어니즘과 그리 연관되어 보이지 않는 낙태라는 주제가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시선으로 인해 주목할 만한 고통, 즉 동등하게 다뤄져야 할 정치적 의제로 부상하는 것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고 윤리적인 사랑을 나눈 둘은 끝내 함께하지 못한다. 엘로이즈는 예정대로 결혼을 해야 하고, 마리안느는 새로 완성한 초상화를 넘긴 후 눈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구축한 세계는 확장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남은 건 둘이 함께한 11일의 기억과 그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 그림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림으로 남겨진 사랑을 ‘보며’ 서로를 추억한다. 그럼으로써 기억을, 서로가 나눈 경험과 관계를 연장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엔딩 장면은 엘로이즈가 마리안느가 일깨워 준 감각을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들어 보지 못한 소리를 들려주었고, 엘로이즈는 몇 년 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격하게 흐느낀다. 마리안느가 일깨운 엘로이즈의 감각이 여전히 닫히지 않은 것이다. 불평한 젠더 권력에 기댄, 편견에 가득 찬 이성애규범성은 여기서 또 한 번 조롱당한다. 사랑이 개인의 의도가 배제된 정략 이성애 결혼이 아닌 이를 금지당한 레즈비언 연인 사이에서 피어올랐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에서 배제된 레즈비언에 의해 ‘보편’의 경지로 승화된 사랑이라는 테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품은 황홀한 아이러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셀린 시아마의 영화에는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비추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을 비추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 셀린 시아마는 이성애 남성의 시선으로 늘 과잉 성애화되어 온 여성 신체를 퀴어 슬픔과 수치심, 여성의 고통, 쾌락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담는다. 그녀의 영화에서 여성의 몸은 멋대로 분절되어 흩뿌려지지 않고 몸의 주인이 느끼고 감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그리고 이런 재현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이어진다. 그녀가 담아낸 밀도 높은 여성들의 세계가 다른 관점으로 여성을 촬영한 장면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란 소리다.
거창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어깨에 힘만 들어간 채 헛발질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이와 반대로 셀린 시아마는 페미니스트답게 구체적 삶 경험에서 추상적‧보편적 명제로 나아간다. '보편'이란 게 정말 있다면, 이는 관념과 공상이 아닌 구체적 경험과 감정에서만 도출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렇지 못한 보편은 구체적 경험과 감정을 억누르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셀린 시아마 영화 속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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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렬히 응원하고 싶은 '우정'과 '사랑'
내 인생에 윤슬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그 시절, 모든 걸 나눠주며 나를 빛나게 해 주던 나의 '1번'이 있다면 얼마나 부러운 일일까.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사랑스럽게 담아내면서 동시에 열렬히 응원한다.
박상영 작가가 집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 삼은 '대도시의 사랑법'은 원작에 포함된 단편들 중 '재희' 챕터만 따로 떼어내 영화화하였다. 그래서 주인공 재희(김고은)의 이름은 그대로 사용하고, 영은 흥수(노상현)로 바뀌었다.
원작 소설처럼 성소수자인 흥수의 시선으로 20살부터 33살까지 13년 간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흥수의 연애사와 커밍아웃 고충, 흥수의 비밀을 다루는 방식 때문에 재희와 벌어지는 갈등, 수많은 남자들과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겪으며 성숙해지는 재희의 성장 서사들을 118분에 담아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함께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돌아서고, 화해하고, 의지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린다.
영화 속에서 수위 높은 장면들이나 불편한 상황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억지스럽지 않고 매우 현실적이다. 아직 여물지 않은, 사회적 관념을 깬 두 청춘의 성장 과정은 아슬아슬하며 때로는 거칠다.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은 이를 담백하고 용기 있게 정면승부를 펼친다. 상업적 측면에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는 면면들을 타협하지 않고 우직하게 표현한다. 그 과정을 겪었기에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색깔을 유지하면서 무사히 완주한다.
영화로 공개되기까지 원작 독자들이 궁금해하고 상상해 봤을 재희 캐릭터를 김고은이 연기하면서 통통 튀는 러블리한 캐릭터로 발전됐다. 제멋대로지만 미워할 수 없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키는 미소와 개성 있는 스타일링으로 입체감을 더했다.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법한 캐릭터성이나 에피소드도 김고은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애플 TV+ '파친코' 시리즈로 눈도장받은 노상현 또한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아픔이 있는 흥수의 내면 및 감정선은 물론이며, 김고은과의 앙상블까지 매우 훌륭하다. 백이삭을 잇는 새로운 인생캐릭터 갱신이라고 해도 좋다.
두 배우의 현실 연기를 바탕으로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서사에 과몰입하다가 하이라이트인 재희의 결혼식에서 폭발한다. 축가를 맡은 흥수의 어딘가 모르게 뻣뻣한 댄스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울컥하게 만든다. 미스에이의 'Bad Girl Good Girl'이 이렇게 눈물버튼을 누르는 노래일 줄이야.
원작 소설이 퀴어 작가가 쓴 퀴어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홍보 단계에선 퀴어 요소는 쏙 빠진 채 '사랑법'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소개되다 보니 잘 모르는 관객들은 김고은, 노상현 주연의 청춘 러브스토리로 오해할 수 있다. 심지어 예고편까지 우정과 사랑 사이에 놓인 남녀 캐릭터처럼 표현해 낚시성 아니냐며 온라인에서 논란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퀴어 요소가 아직까지 국내에선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 헤테로 마케팅으로 미끼를 던졌을 것이다. 그 미끼에 낚여서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 영화를 접하면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존중을 충분히 무게감 있게 담아냈고, 동성애의 비밀을 나눈 두 친구의 우정과 성장 서사도 함께 버무려져 있으니 '퀴어 지우기' 아니냐는 오해는 넣어두고 극장에 오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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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을 끌어들이는 서스펜스의 대가
유명한 화가들처럼 그에게는 하나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에 이어 다음 그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가 꽃 한 송이를 영상에 담으면 그것은 곧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 장 뤽 고다르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하나이자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에게는 또 하나의 수식어가 있는데요. 바로, 서스펜스의 거장(the master of suspense) 입니다. 히치콕 감독은 '스릴러'라는 장르를 확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릴러 장르에서 많이 쓰이는 기법을 창출해냈는데요. 아직까지도 영화 제작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히치콕 감독은 영화사 최초로 극장 간판에 얼굴이 실린 "감독"이기도 합니다. 영화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히치콕 감독'의 명작을 지금부터 같이 만나볼까요?
잇츠 CINE PICK!<레베카> (Rebecca, 1940)
드라마, 멜로/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 130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로렌스 올리비에, 주디스 앤더슨, 조안 폰테인씨네pick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작자로 유명한 '셀즈닉 형제'와 손을 잡고 할리우드로 진출한 '히치콕'의 <레베카>는 동명의 영국 서스펜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발매 이후 큰 인기를 끈 소설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라디오극, 뮤지컬로 각색되기도 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코 히치콕의 1940년작 <레베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딕 저택 스릴러의 붐을 일으킨 영화는 로튼 토마토 신선도 100%를 유지하고 있는 명작인데요. 수수께끼 같은 과거, 계속되는 의심, 그리고 수상한 가정부까지 히치콕은 결말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긴장을 쌓아갑니다.
<이창> (Rear Window, 1954)
스릴러, 미스터리 | 112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씨네pick : 뒷 창문이라는 뜻의 이창은 누군가의 삶을 훔쳐보며 만족을 얻는 영화 관객를 풍자한 작품으로, 영화의 윤리적 문제를 스릴러 장르의 관습에 담아낸 명작입니다. 그리고 <이창>에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적 장치, 맥거핀(macguffin)이 등장하는데요. 영화 초반 화단을 자꾸 파헤치는 강아지와 이후 화단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는 사람들까지, 영화는 관심을 '화단'에 집중시키지만 화단에 무엇이 있는지는 끝내 알 수 없습니다. 이렇듯, 히치콕은 관객을 영화에 몰두하게 함으로써 서스펜스를 유도하는 대가였죠.
<현기증> (Vertigo, 1958)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로맨스 | 127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제임스 스튜어트, 킴 노박씨네pick : 박찬욱 감독을 영화감독으로 만들어준 바로 그 영화 <현기증>은 현기증 기법(Vertigo Effect)이라고도 불리는 트랙아웃/줌인 기법을 창시한 영화이기에 역대 영화 100선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요. <현기증>은 사실 개봉 당시 흥행에 참패했던 영화입니다.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느린 전개를 보이는 영화 <현기증>은 영화만큼이나 가치를 인정받는 데까지 오래 걸렸는데요. 히치콕의 고해성사라고도 불리는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코, 현기증 기법을 백분 활용한 계단 씬입니다.
<싸이코> (Psycho, 1960)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 109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 출연 : 안소니 퍼킨스, 베라 마일즈씨네pick : 박찬욱 감독이 현기증의 팬이라면,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꼽았다고 하는데요. <싸이코>는 히치콕 감독의 대표작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영화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영화는 정신분석학, 철학, 페미니즘 등의 관점에서도 연구되었는데요. <싸이코>는 이후 영화의 수위를 한 단계 높여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장면은 샤워씬이겠지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집에서, 지하, 1층, 2층에서 각기 다른 자아를 보이는 노먼의 계단 살인 씬이야말로 영화를 대표하는 씬이 아닐까 싶습니다.
13일의 금요일이자,
히치콕 감독의 생일이기도 한 오늘!
히치콕 명작과 함께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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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 '핑크빛 연설문'일 뿐
- 5★/10★
〈바비〉의 출발은 자못 웅장하다. 태초에는 아기 인형밖에 없었다. 그러다 바비 인형이 나왔다.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바비는 그저 ‘백인 금발 미녀’가 대변하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상징일 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 여러 바비가 만들어졌다. 아기 인형을 보살피며 ‘엄마’라는 미래만 꿈꾸었던 수많은 소녀가 바비를 롤모델 삼아 다채로운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비는 다양성과 페미니즘의 상징이 되었다.
바비들은 자신들끼리 모여 사는 ‘바비랜드’에서 자부심 넘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바비랜드는 대통령, 대법원장, 과학자, 작가 모두가 여자다. 바비 랜드에서는 아무도 늙지 않고, 어제와 같이 행복한 오늘이 내일에도 반복되는 빛나는 미래만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비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늘 하이힐을 신기에 적합한 모양으로 발뒤꿈치가 한껏 들려 있던 발이 평평해지고, 허벅지에는 셀룰라이트가 보인다. 바비는 수소문 끝에 이 문제가 바비 월드 바깥 현실 세계의 인형 주인과 관련된 문제라는 걸 알게 된다. 이에 바비는 어디든 자신을 쫓아다니는 켄(남자 바비 인형인 켄은 바비의 관심이 있을 때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는다)과 함께 현실 세계로 넘어간다. 모두가 페미니즘 다양성을 선물한 자신을 우러러보리라는 기분 좋은 기대와 함께.
기대는 보란 듯이 박살난다. 남자들은 바비를 성희롱하기 바쁘고, 여자들도 구시대의 유물인 바비가 획일적 아름다움을 강제하고 성상품화를 부추겼다며 비난한다. 게다가 늘 바비 앞에서 의기소침하던 켄은 현실 세계의 가부장제에 매료되어 바비 몰래 음흉한 계획을 세운 뒤 먼저 바비 랜드로 돌아간다. 바비 몰래 가부장적 역모를 획책하는 것이다. 이에 바비와 그 인형의 소유자, 즉 두 세계의 여성은 바비 랜드와 현실 세계가 부정적으로 닮아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연대한다.
그러나 내내 영화의 기저에서 비집고 나올 틈을 노리던 계몽의 욕망이 절제되지 못하고 끝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면서 〈바비〉의 거대한 야심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영화 결말부, 여러 인물들에게서 쏟아지듯 나오는 페미니즘 계몽의 목소리는 황당하다 못해 질릴 정도다. 메시지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전개와 별다른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메시지의 넘치는 반복이 문제다.
분명 처음에는 좋았다. 바비 랜드는 양면성을 지녔다. 매일이 행복하고 완벽해 보이지만 실은 ‘늙음, 죽음, 추함’과 같은 인간의 필연적 속성이 배제된 곳을 우리는 유토피아라 부를 수 없다. 두 세계를 오고 가는 바비의 모험에는 이 이중적 속성을 지닌 바비 랜드에서 무엇을 빼고 더하여 피상적 페미니즘 유토피아를 넘어 설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겠다는 감독의 야심이 깃들어 있다. 그러나 막상 모험이 본격화되자 영화는 길을 잃는다. 두 세계의 여성들이 남성들의 서열 문화, 맨스플레인, 이성애 욕망을 영리하게 전유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문제는 웃음이 몇몇 풍자 장면에서 단발적으로만 생긴다는 점이다.
영화가 처음에 던진 야심찬 문제의식을 힘 있게 밀고 가지 못하고 이를 단발성 농담으로 대체한 결과는? 그저 ‘핑크빛 연설문’이다. 배우들은 진지하고 감동적인 표정으로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하지만 관객은 어리둥절하다. 그 메시지를 영화의 어떤 장면과 연결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 밖 세계에서 그 메시지를 독해할 단서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시대의 상식에 떠넘긴다.
〈바비〉가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 등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의 작품이라는 데서 의아함은 더 커진다. 그녀의 이전 영화 주인공들에게는 〈바비〉의 인물들처럼 많은 말이 필요 없었다. 주인공들이 자신이 마주한 세계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좇다 보면 관객이 자연스레 영화의 메시지에 감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 짜인 플롯과 캐릭터를 갖춘 영화라면 〈바비〉처럼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안달복달하며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계몽이 목적이었다면 글을 써서 SNS에 올리든, 캠페인을 벌이든, 시민단체를 꾸리거나 후원하든, 유튜브 영상을 찍어 올리든 하면 된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 위한 매체로 영화를 택했다면, 메시지가 영화 내에서 자연스레 드러나게 했어야 한다. 억지 계몽의 향연이 가속화될수록 초반에 번득였던 영화의 야심은 빛을 잃는다. 기발한 상상력과 페미니즘의 당위는 〈바비〉의 알리바이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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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첫사랑의 아련함
누구나 그리운 시기가 있다. 꼭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뿐만은 아니다 그때의 공기, 촉감 감정들이 순간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때가 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일 수도 있고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일 수도 있다.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시절의 기억은 마음속에 남는다. 아픈 기억과 즐거웠던 기억이 교차로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그때의 분위기에 빠져보기도 한다. 그건 현재의 나를 만든 과거이자 지금의 감정을 만들어낸 작은 조각이다. 그 아련함은 젊음을 누리던 시기에 아직 미완의 상태였던 나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첫사랑이다.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최소한 한 사람 정도는 있을 첫사랑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빛나게 한다. 그 사람과 같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과거의 존재는 오랜 기간 동안 만나며 실제로 결실을 맺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헤어지거나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첫사랑은 그리움과 아련함의 존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시기에 아무 조건 없이 상대방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사랑을 원했던 때이기 때문에 더욱더 기억에 많이 남아있기도 하다.
1999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영화
넷플릭스에 업데이트된 영화 <20세기 소녀>는 1999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영화다. 그때 사용했던 삐삐와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해 서투르지만 풋풋한 감정들을 그대로 화면에 옮겼다. 주인공 보라(김유정)는 수술 때문에 잠시 미국으로 떠나는 친구 연두(노윤서)를 대신해 연두가 짝사랑하는 현진(박정우)의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현진의 단짝 친구 운호(변우석)와 안면을 트게 되면서 자신만의 감정이 만들어진다. 영화는 보라의 감정선을 차근차근 따라가게 만든다.
멀리 떨어진 친구 연두와 보라의 연락을 지속시켜주는 건 바로 이메일이다. 다음 한메일의 초창기 웹사이트 모습이 화면에 등장하고 하나둘씩 주고받으며 쌓여가는 메일의 모습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이 발달했기 때문에 굳이 이메일을 쓰지 않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언제든 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비싼 전화비를 대신할만한 서비스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메일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아주 저렴하게 멀리 있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굉장히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이메일에 가입하고 아이디를 만들어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꽤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라가 현진의 정보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현진과 운호와도 친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연락에 사용되는 건 삐삐와 공중전화다. 무선 호출기인 삐삐는 1999년 즈음에 한참 유행하기 시작해 핸드폰이 나오기 전까지 많이 썼던 통신기기다. 삐삐에 번호나 음성이 남겨지고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삐삐의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음성을 듣는 일들이 꽤 자주 벌어졌다. 삐삐는 단순한 연락 수단보다는 그 당시 사람들의 감정이 같이 담긴 연락 수단이었다. 자신의 목소리로 메시지를 녹음하고 또 어떤 메시지가 담겼을지 궁금해하며 공중전화를 향했을 그때의 사람들의 기대감들이 삐삐라는 통신 수단에 담겨있었다. 이런 그 당시의 풍경들은 보라가 현진의 삐삐 번호를 얻으려는 과정에서 자주 모습을 비춘다.
이메일, 삐삐, 공중전화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
영화에서 보라의 아버지는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비디오 대여점은 그 당시 동네 골목 곳곳에 하나씩을 있었던 추억의 장소다. 그 비디오 대여점은 보라와 운호의 첫사랑을 이루어지게 한 장소이고 특히 영화 <정사>의 비디오테이프는 그 둘의 마음을 확인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야기 속에서 운호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영상으로 많은 것을 찍는다. 특히나 보라와 운호 모두 방송반에 속해있기 때문에 사진이나 영상 촬영장비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여기에 비디오 대여점이라는 장소 자체가 주는 긍정적인 기대감과 감정이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도 연결되어있다.
이메일, 삐삐, 공중전화 그리고 비디오 대여점은 1999년에 학장 시절을 보내고 대학생활을 보냈던 사람들이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영화는 영리하게 이런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첫사랑의 아한 감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안 그래도 최근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로맨스 장르가 사라져 가고 있는 시기인데, 그나마 OTT 플랫폼에서는 로맨스 장르가 공개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어쩌면 꽤 적합한 시점에 공개되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에는 성인이 된 현재의 보라(한효주)가 등장한다. 과거의 첫사랑에 대한 물건을 우편으로 전달받고 과거를 떠올리며 그때의 감정을 느끼는 보라의 모습은 그 이야기를 보는 관객에게도 그 감정을 그대로 전달한다. 똑같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때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릴 수 있고 친구들과의 관계나 그때 즐겨 이용했던 것들을 다시 상기시킴으로써 1999년의 어떤 순간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첫사랑의 감성에 딱 맞는 배우 김유정
영화의 후반부는 로맨스 장르답게 조금은 신파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은 건 조금은 어리숙한 보라가 느끼는 사랑과 감정들을 초반부터 차근차근 쌓아 터뜨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느끼게 된다. 후반부 보라와 운호의 마지막 대화하는 장면의 주변에 보이는 그때의 기차 모습,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보라가 보게 되는 비디오테이프 속의 영상은 마지막까지 관객들 1999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첫사랑의 감성은 1999년의 복고적인 느낌과 함께 잘 어우러져 있다. 게다가 배우 김유정의 연기는 주인공 보라가 느끼는 희로애락을 아주 발랄하게 전달하고 있다. 다른 어떤 인물들보다 김유정이 연기하는 보라가 이 영화의 감정들을 무척 잘 살리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방우리 감독은 영화의 각본을 쓸 때부터 보라 역할로 김유정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한다. 그만큼 김유정은 보라 역할에 딱 맞는 사랑스러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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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리뷰] 원스 - 실현되어야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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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카니
출연: 글렌 핸사드, 마르게타 이글로바
개봉: 2007. 09. 20 / 2017. 11. 01 재개봉
줄거리
평범한 청소기 수리공인 '그'는 매일 저녁에 자작곡을 거리에서 부른다.
낮에 사람들은 아는 노래만 들을려고 하기 때문에, 밤에만 나와 부르는 ‘그'
어느 날,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그의 음악성을 본 그녀.
그녀 역시, 음악을 좋아하지만 가난한 형편 때문에, 피아노 가게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음악성을 확인한다.
그런 그들은 서로 작업을 도와주며, 가까워진다.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그와 그녀.
서로 풍족하지 못하고, 늘 서툴던 서로.
닮은 부분이라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뿐인 그들.
그 둘의 부족함은 음악이 채워주고 둘의 이야기가 적힌 영화 속 스크린이 채워져간다.
Miluju tebe
감독&배우
이름 : 존 카니
필모그래피 :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등
특징 :
매번 음악 영화를 만들며, 원스에선 투박함과 어색함, 거친 영상을 다루어 만들었지만, 그런 어색함이 주는 감성을 잘 살리고,
비긴 어게인에선 몰락한 프로듀서, 바람난 톱 가수, 버림받은 연인의 이야기를 잘 다루었지만 원스의 색채는 잃어버린 듯 했으며,
싱 스트리트 에선, 청춘들의 음악이야기를 잘 다루었다.
매번 음악의 사운드트랙은 CD로 구매하여 소장할 가치가 충분히 있을 정도이다.
이름 : 글랜 핸사드
역할 : 그
필모그래피 : 원스, 원스 어게인,커미트먼트 등
특징 :
긴박한 느낌을 잘 주는 노래 'falling slowly'를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과 여유로운 감성을 주며 적당히 긴박한 느낌도 잘 주면서 불렀습니다.
실제 아일랜드의 인디밴드 'The Frames'의 보컬로 활동합니다.
노래에서는 특유의 감성이 잘 묻어나며, 여유로운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름 : 마르게타 이글로바
역할 : 그녀
필모그래피 : 원스, 원스 어게인
총 평
★★★★☆ 9.5/10.0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으며, &표시가 있는 부분은 스포일러 주의 표시입니다.)
-짧은 평가-
'비긴 어게인'이 프로 가수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안에 생기는 갈등과 음악을 담았다면,
'원스'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존 카니' 감독의 초창기 작품으로 구조만 보면 정말 단순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갈등요소도 없으며, 사족이 하나도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아무 소스도 없는 샐러드 같다는 느낌이 처음에는 강합니다.
하지만, 음악이 등장하면, 위에 발사믹 소스가 뿌려진 듯 합니다.
역경, 갈등 아무것도 없어서 그저 강가에서 멀어저 가는 나뭇잎과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우리(관람객들)들이 그 나뭇잎처럼
잔잔히 흘러가며, 영화 원스라는 강의 한 가운대로 천천히 나도 모른체 가는 듯 합니다.
-더 현실적이라 여운이 남는 결말-
영화의 마지막을 달리다 보면, '그'와 '그녀'는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는 헤어진 전 애인을 잊지 못하였고, 그녀는 사실 이혼하여 아이가 딸린 엄마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는 자신을 사랑하냐 묻고,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체코말로 대답합니다. '너를 사랑해'라고 하지만,
그는 무슨 뜻인지 모른체..
그는 아침식사를 제안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가까워지는 것은 둘 다에게 미련만 남고 돌아오지 못할 관계임을 직감하고,
그에게 내일 남편이 온다며 떠나고, 그는 그런 그녀에게 런던으로 작업을 하러 떠나기 전 피아노를 선물로 남겨주고 떠나며,
둘 다 자신의 바램과 서로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하였지만, 어느 한 편으론 둘다 실패했습니다.
분명 해피엔딩이지만,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과
항상 승승장구 하지 않고, 무언가를 얻으면 잃는다는 일득일실의 느낌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다른 음악영화와의 차이점입니다.
그저 행복한 결말이 아닌 행복하지만, 현실적이며, 어딘가 쑤씨게 만드는 듯한 이 연출은 정말 일품이였습니다.
-10년 가까이 들어도 편안한 사운드트랙-
아마 제가 이 영화를 처음 본게, 초등학교 2학년 시절에 가족끼리 유럽 일주를 하며 유로스타 기차안에서 보았는데,
그 때는 다른 거는 잘 몰라도 음악은 좋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부터 계속 이 음악은 제 DAP와 아이폰,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의 플레이리스트에 항상 빠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글랜 핸사드의 부드러우면서 귀에 딱딱 박히는 듯한 보이스와
영화 특유의 감성과 여유로우면서 긴박한 느낌을 정말 잘 주는 듯한 노래입니다.
그 외로도 전체적으로 사운드트랙이 준수합니다.
-다소 특이한 연출-
이 영화는 꽤나 특이합니다.
주연인 '글렌 핸사드'와 '마르게타 이글로바'의 캐릭터의 이름이 묘사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 다른 영화들을 돌려보며, 이름에 대한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이름은 누군가, 나 혹은 다른 이들의 정체성과 존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면, 유바바가 치히로의 이름을 빼았습니다.
하쿠는 이름을 잊으면 되돌아올 수 없다고 합니다.
여기서 저만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음악에 포커스를 더 두며, 둘의 애정은 음악을 더 돋보이게 만듭니다.
이름은 정체성과 존재라고 했는데, 둘이 서로 이름을 말하며 애정을 나누고 한다면,
이 영화에서 둘의 관계는 밋밋하다 느껴졌지만, 그 느낌이 없어지고 연인같다는 느낌을 줄거 같습니다.
저는 '연인같다는 느낌 = 존재감'을 없애기 위해 이름을 안 주었을 수도 있겠다. 라고 해석을 했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은유적으로 묘사된 부분이 많습니다.
남녀간의 사랑과 음악을 표현한 영화인데, 둘은 실질적으로 애정을 나누거나 한 과정이 없습니다.
그저 말 몇마디와 음악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둘의 관계를 대충 유추하는 듯한 느낌의 연출도 정말 일품이였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뭔가 그냥 영상이 특이합니다
마치, 대학 동아리나 독립 영화나 다큐팀에서 찍은 듯 해서 현장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소니의 6mm 캠코더로 촬영하여, 길거리 공연을 하며 사람들이 이에 호응하는 것이
작위적인 것이 아닌 진짜 호응하는 것이 담겨 더 좋았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전개방식-
우연히 그녀가 저녁에 지나가다 그가 자작곡을 부르는 걸 들었고,
우연히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들은 그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았고,
그렇게 둘은 서로 상부상조 하며 음악을 하며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그 후, 그녀와 작업을 하며 돈 문제와 프로듀싱 관련에서 서로 갈등이 없이 그냥 빠르게 해결됩니다.
다른 음악영화를 보면,
'비긴 어게인'에선 데이브가 그레타와 연인 관계지만, 음반회사의 직원과 바람을 피고, 둘은 헤어지게 되며, 그레타는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댄은 원래는 그래미 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하고 유능한 프로듀서이지만, 영화에선 퇴물로 묘사되며 회사지분도 넘기고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해고되게 되며, 그러다 그레타의 음악성을 보고 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다른 영화에선 갈등요소가 있는데, 이 영화는 전혀 없습니다.
여기서 유심있게 볼 부분은, 두 남녀는 음악을 제외하곤 서로 접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국적도 아일랜드와 체코로 서로 다르며,
직업과 둘의 사회적 위치도 굳이 트러블이 생길 위치가 아닙니다.
그의 직업은 청소기 수리공이며, 그녀는 그저 직업이 묘사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그는 아일랜드 토박이이며, 그녀는 체코 이민자입니다.
서로는 접점이 없으며, 접점이 없다 = 닿는 부분이 없다 = 마찰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도출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 닮은 부분도 비슷한 요소도 없는 둘이 친해지며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음악 하나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그게 더 이 영화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를 먹으며 다시 볼 때마다 느끼는 매번 다른 감정-
이상하게 이 영화를 매년 다시보면,
다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초등학생 저학년 시절 이 영화를 보면, 그저 심심하기 짝이 없었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봤을 땐, 음악이 좋았다고 생각했고
중학생 시절엔 그저 사랑의 아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킨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1~2학년 시절엔 보다 더 현실연인이 헤어지는 듯 했습니다.
지금 다시 보니, 뚜렷한 목표에 다다를수록 무언가 잃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와 그녀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는 뮤지션이 되러 런던에 가듯,
그녀는 가족이 다시 재결합 되듯,
여운이 계속 남게 되는 몇 안되는 음악영화 였습니다.
난 당신을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당신을 원해요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 본 콘텐츠는 블로거 한이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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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7시간 시리즈 20분 요약 + 7분 설명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고질라 대 콩ㅣ고질라 킹콩ㅣ고질라 대 킹콩ㅣ몬스터버스ㅣ건데ㅣ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2021)' 고질라 대 콩 예고편 분석
그리고 몬스터버스(몬스터 유니버스, Monsterverse) 시리즈 요약 정리
1. "고질라"(2014)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장르: 모험, 액션, SF
감독: 가렛 에드워즈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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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테인티드> 메인 예고편
조직에게 버림받고 15년의 수감생활 끝에 출소해 두문불출하던 ‘랜스’는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지고자 또 한 번 위험천만한 제안을 수락한다.
반대파 조직원들을 순식간에 해치운 ‘랜스’의 범행 현장을 목격한 생존자가
경찰의 보호를 받게 되자 위협을 느낀 조직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랜스'를 제거하려하고,
그의 유일한 친구인 ‘안나’에게 마저 손길을 뻗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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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모비우스> 2차 예고편
2022년 1월, 가장 강렬한 마블 안티 히어로의 탄생 구원자인가, 파괴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