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1-31 14:29:01
황금 연휴에 몰아보기 좋은 시리즈 영화들
덕후 필수 교양 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덕후 필수 교양 수강…!
이번 연휴에 수강 완료해보자구요!










Relative contents
-
- 영화 <남산의 부장들>, 1026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다
자칫하면 정치적인 색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소재였지만 그 때의 풀리지 않은 궁금증을 그대로 잘 녹여낸 영화 <남산의 부장들>. 굉장히 다크한 정치물 영화이지만 그 속에 감각적인 대사들과 연출을 통해 한없이 무겁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시놉시스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
흔들린 충성, 그 날의 총성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암살한다. 이 사건의 40일전, 미국에서는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이 청문회를 통해 전 세계에 정권의 실체를 고발하며 파란을 일으킨다. 그를 막기 위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과 경호실장 곽상천이 나서고, 대통령 주변에는 충성 세력과 반대 세력들이 뒤섞이기 시작한다.*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연기를 너무 잘해
무슨 내용인줄도 모르고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의 조합만으로 저 영화는 흥행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판단에 박수를 보낸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미 연기를 잘한다는 걸 알고서 봤지만 또 이렇게나 잘했던가...?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 일체감이 굉장했다. 박대통령 역을 맡은 이성민과 박용각 전 중앙정보부장 역을 맡은 곽도원 그리고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을 맡은 이희준은 정말 그 캐릭터에 맞게 살을 빼기도 하고, 살을 찌우기도 하면서 실제 역사 속에 있었던 박정희, 김형욱, 차지철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각적으로 그 모습이 일치하다보니 극인 걸 알면서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내용이 다가왔다. 물론 예외적으로 이병헌의 겉모습은 김재규와 크게 닮지 않았지만 이병헌에게 내가 굉장히 감동했던 부분은 영어를 굉장히 잘 구사함에도 현재는 쓰지 않는 그 시대의 한국영어를 구사하는 연기를 볼 때 눈이 정말 동그래졌다. 그리고 차갑고 이성적이던 김규평이 점점 박대통령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너무나도 섬세하게 표현을 해서 보는 내내 감탄을 하면서 봤다.
김진명의 1026 소설이 떠올랐달까
사실적인 연기들과 시각적인 부분을 볼 때마다 조금 걸렸던 것이 이것 잘못하다가는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뭔가 제대로 된 역사를 알고 있지 않으면 영화 속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을만큼 영화가 풍기는 부위기는 굉장히 사실적이었다. 그 사실적인 묘사에 감동하면서도 불편한 그런 모순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김진명 작가의 1026 작품이 떠올랐다. 책 <1026>은 박정희 암살사건에 대한 배후를 캐면서 현재도 일어날 수 있는 또다른 대통령 암살 사건을 함께 진행하는 내용이다.
책 <1026>에서 가장 주된 의문점으로 제기하는 것은 김재규가 왜 남산이 아닌 육본으로 향했나?다. 그 앞선 과정에 대한 김재규의 심리를 영화에서 세밀하게 잘 표현하고 있어서 이 영화를 보고 책 <1026>을 읽는다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특유의 카메라 무빙과 감각적인 대사
내부자들을 제작한 우민호 감독의 특기라하면 카메라 무빙과 대사들이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가장 먼저 현실 웃음이 나왔던 로비스트의 대사다. “박씨가 청와대 터랑 안맞는다나~” 이 대사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쌍으로 한 번에 보내버린다. 순간적으로 현실이 투영되면서 속으로 혼자 낄낄거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연출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김규평이 남산으로 갈지 육본으로 갈지 고민을 하면서 어디로 간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차량을 도로에서 돌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장면에서 차량을 돌림으로써 자신이 계획한 일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리는 것을 은연중에 표현하고 있어서 마지막 장면을 보는 순간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영화 자체에서 정치적인 색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자 설명이 조금 많긴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과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찰진 대사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었다.
-
- 지워진 사과
박성훈, 김소은, 임나영 배우가 나오는 <유포자들>은 영화 <바다에서>를 감독하고 <해운대>, <시선>, <새해전야> 등을 각색한 정우철 감독의 각본과 TV 드라마 <골든 크로스>, <완벽한 아내>, <오! 삼광빌라!>를 연출한 홍석구 PD가 감독을 맡는다. 또한, KBS 드라마 스페셜 2022-TV 시네마 작품으로써 CGV에서 2022년 11월 23일 단독 개봉하며 Wavve에서 선공개한 뒤 2022년 12월 22일에 KBS2TV를 통해 방송할 예정인 작품이다.
VIP시사회로 영화 상영 전 감독과 출연진들의 무대인사가 있었다. 범인이 누군지 말하지 말아 달라는 감독님의 요청에 범인이 궁금해졌지만 영화가 시작하고 범인이 궁금해지지 않았다. 범인은 어차피 등장인물 중 한 명이기에,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범인이 아니라 이 사건을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KBS 드라마?
위에서 말했듯, 이 영화는 KBS 드라마 스페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하고 제작 등 KBS라는 이름이 많이 나온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렇게 쓰지 않아도 알만큼 영화는 100분짜리 드라마 같다.
이 드라마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친절하다. 주인공은 자신의 상황을 구구절절 대사로 전하고 인물들은 극단적이며 평면적이다. 더욱이 여성 캐릭터의 역할은 단순 그 자체이다. 이렇게 역할부터 대사까지 친절한데도 불구하고 영화의 짜임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뒤에서 설명하겠다.
히치콕? 맥거핀?
영화에는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 히치콕이 과할 정도로 직접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히치콕또한 이용당했다. 히치콕하면 쉽게 ‘1)스릴러, 2)맥거핀, 3)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갑자기 사건에 휘말리는 일’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영화가 스릴러임은 알겠다. ‘맥거핀’은 영화 등의 줄거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마치 중요한 것처럼 위장해서 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속임수 기술이다. 하지만 맥거핀이 맥거핀으로 작용하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로 맞물리며 촘촘한 짜임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반에 뿌린 떡밥들이 후반부에 회수가 안되기에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이 아니고 듬성듬성 비어있는 엉성한 장치들로 여겨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냐고 하기에 경호원을 대동하며 극존칭의 대화가 오고 가는 부녀지간의 부잣집 딸과의 결혼으로 차와 집까지 바꾼 남성에게는 플롯이 시작하기 전에 이미 플롯을 시작되었어야 할 ‘주인공의 행동변화’가 일어난 셈이다.
전도유망한 남교사
‘전도유망한’은 201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벌어진 성추문 사건에 대해 가해자를 ‘촉망받는 젊은 청년(promising young man)’으로 부르며 죄를 덮으려 했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유포자들> 또한 서울대를 가려는 학생의 불법 촬영에 대해 교사인 주인공은 이를 옹호하며 영화는 이를 비판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새 주인공을 전도유망한 교사인 피해자로 그리며 그의 잘못은 살포시 덮는다.
결론적으로 영화에는 묘하게도 피해자들은 없어지고 가해자들만 남는다. 주인공이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화면에서 사라지고 주인공이 범인을 마주하며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때, 주인공은 용서해야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그 자리를 체감하게 되는 것은 좋은 시도지만 사과 없이 주인공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아무리봐도 있어서는 안 될 영상이 담긴 핸드폰을 가진 자보다 그 영상을 유포시키는 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지는 이 영화를 몰카 탐지 스티커를 나눠주며 홍보하는 것은 ‘불법 촬영’은 소재 그 미만의 도구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다. ‘전도유망한’ 교사의 n번방 피해자썰은 꽤나 불쾌하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promising young man 관련 영화에 대한 글 더보기
=> https://brunch.co.kr/@1-ido/15
-
- 잡아먹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
공포영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간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포, 귀신, 악령 등 초자연적인 현상에서부터 잔혹한 살인마와 같은 실질적인 공포까지. <에이리언 시리즈>는 호러영화 중에서도 크리쳐물에 속하는 장르지만, <쥐라기 공원>, <죠스>, <피라냐>등과는 다른,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와 절망을 자극한다. 바로 이성과 본능의 선과 악을 뒤집는 내용들과 무자비한 성폭력의 메타포 때문이다.
영화 안에서 '제노모프'로도 불리는 이 괴생명체는, 에일리언 시리즈에서 인간과 제노모프의 기원을 다루는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나오듯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창조주들이 만들어 낸 생물이다. 이 제노모프는 알에서 태어나 '페이스허거'로 불리는 상태로 숙주를 찾아 얼굴에 들러붙고 입에 삽입해 제노모프의 유충을 넣는다. 제노모프의 유충은, 숙주의 DNA와 결합해 숙주에 따라 다른 형태의 성체로 자라난다. 인간의 DNA와 결합한 제노모프는 뛰어난 지능과 포악한 본능으로 생물들을 잡아먹는다.
<에이리언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그 특유의 미술은 기괴한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던 화가 H.R. 기거가 만들었다. 제노모프의 디자인도 애초에 그가 그렸던 한 그림에 나오는 괴물을 모티브로 했다. 바이오메카니즘으로도 불리는 기거의 그림들은, 뼈와 기계 관들을 반복적으로 밖으로 드러내면서 반투명한 미끌거리는 질감을 넣어 무척이나 기분 나쁜 느낌을 준다. 특히 제노모프의 머리는 남성 성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이러한 기거의 디자인은 후에 다양한 곳에 영향을 주었는데, 만화 <베르세르크>의 사도와 5인의 천사들 디자인이 그 예다.
디자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페이스허거는 강제로 얼굴에 들러붙어 삽입을 해서 유충을 몸속에 넣고, 나중에 체스트버스터가 되어서 가슴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이 과정은 그저 인간을 잡아먹는 괴물이라서 무섭다기 보단 성폭행에 의한 강제임신과 출산을 연상시켜 더 끔찍하게 만든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전부 여성이고, 여성이 침을 질질 흘리는 남성 성기모양의 머리를 가진 폭력의 화신인 괴물과 대항해 싸우는 내용이다. 그 세세한 영화 뒷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영화 미술이나 디자인, 연출들이 그걸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끔찍함을 넘어서서 불쾌함으로 다가가 영화 자체를 보기 힘들어할 수도 있다.
또한 제노모프는 태어난 본능으로 인간의 뇌를 주식으로 먹는다. 본능이 이성을 잡아먹는 것이다. 본능과 이성의 뒤집힘은 작중에서 여러 번 나오는데, 앤디와 같은 합성인간이 이성적이라면 제노모프는 본능적이고, 인간은 그 중간에서 이성과 본능을 다 가지고 있다. 인간의 본능은 모두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전혀 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살려는 본능이나, 친구를 살리려는 본능에 이끌려 죽음을 자초한다. 이 와중에 이성만이 극대화된 합성인간들은 합리적인 생각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주인공들이 들어가게 되는 우주정거장은 로물루스와 레무스 모듈로 이루어져 있는데,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로마를 건국한 형제의 이름이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도 전쟁의 신 마르스의 강간으로 낳은 자식이다. 또 로물루스 모듈은 모두 제노모프의 근거지가 되어 승무원들이 잡혀가 숙주가 되어있는데, 역사에서도 로물루스는 로마에 여성이 부족하다고 이웃나라의 여자들을 납치했었다. 레무스 모듈이 그나마 웨이랜드 유타니의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모듈이라면, 로물루스의 연구소는 그들의 끝없는 탐욕의 본능을 드러내는 모듈이다. 이 탐욕은 제노모프보다 더욱 끔찍한 것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모든 본능이 나쁜 것이고, 이성은 합리적이며 옳은 것일까? 망가진 합성인간이 인간성을 되찾고, 인간성은 죽음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한다. 모든 것이 계산대로 완벽할 순 없다. 제노모프도 통제할 수 있다는'합리적 이성'으로 통제하려는 사람들을 본능으로 끔찍하게 이성의 상징인 뇌를 잡아먹으며 죽이지 않은가.
수많은 시리즈를 낳은 <에이리언>이지만, 이번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그 근본의 메시지에 가장 충실하다. 70년대 사이버펑크가 지닌 우주선의 디자인부터, 남성의 성폭력과 여성이 대항하는 힘, 본능과 이성의 줄다리기. 그리고 <이블데드>를 리메이크하면서 인정받은 페데 알바레즈의 뛰어난 연출력까지. <에이리언 시리즈>가 가진 특징과 재미를 그대로 살려냈고, CG가 아닌 실물이 보여주는 질감과 레트로한 감성은 <에이리언>을 처음 접하는 젊은 관객들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
-
-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줄거리
패션 학교에 합격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런던 '소호'로 온 엘리.
시끄러운 기숙사 분위기와 친구들의 텃새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조용하고 작은방을 얻게 된다.
빨간 네온사인에 휩싸인 방에서 잠이 든 엘리는 꿈에서 60년대의 가수 지망생 샌디로 변하게 된다.
엘리는 매혹적이고 당당한 샌디의 모습에 반해 금발로 염색하고 구제 스타일을 입는 등 샌디처럼 자신을 꾸민다.
화려한 가수의 삶이 펼쳐질 거란 생각과는 달리 샌디는 헐벗은 옷을 입은 채 스트립쇼에서 춤을 추거나, 돈과 권력을 쥔 남성들에 의해 침대에 내던져진다. 엘리가 누워있는 바로 그 방에서 온갖 끔찍한 일들을 당하는 샌디.
화려한 꿈이 점점 지독한 악몽으로 변해가는 그때, 엘리는 빨간 네온사인이 비치는 침대에서 난도질당해 피를 흘리는 샌디를 보게 된다. 살인 사건을 뒤져 보아도 샌디의 죽음에 대한 기사는 찾을 수 없고. 결국 유일한 목격자가 된 엘리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선다.
감상 포인트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가 한순간 전환되면서 엘리가 머무는 모든 공간이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꿈을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로 만들면서 안정적으로 반전 요소를 숨겼다.
다소 뻔할 순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억지 결말보다는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다루는 것에 승산을 건 영화다.
감상평꿈은 매혹적인 소재다. 꿈에서는 현실성 없는 일들이 일어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꿈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면 현실에선 불가능한 것들을 광범위하게 표현하고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꿈이라는 소재에 접근해 본 창작자라면, 그것이 주는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간혹가다가 인기를 끌던 작품들이 마지막에 '아신발꿈' 결말을 내어 분노를 사는 경우가 있다. 꿈이라고 해서 개연성을 박살 내버리면 안 된다. 그것이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다. 꿈을 꾸더라도, 이 꿈을 꾸는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어떤 경로를 거쳐갈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계획도 필요하다.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는 그런 점에서 철저히 방해가 되는 요소는 배제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굉장한 모범생이라고나 할까. 정확한 틀 안에서만 이야기를 유지하고, 그 바깥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안 나가려는 노력이 눈에 보인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난 오히려 그렇기에 더 손뼉을 보낸다. 이런 결정이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말에 대해 예측 아닌 예측을 하게 된다. 사실 저 할아버지가 범인이 아닌 거 아니야? 사실 저 할머니가 샌디 아니야? 이 영화는 관객이 농담처럼 던진 말이 사실이 되어버리는, 쉽게 간파당하는 직선적인 작품이다. 그럼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그 결말만을 위해 달리는 영화이기 때문에 딱히 실망할 이유도 없다.
다만 '라스트 나잇'이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마지막 밤. 샌디의 마지막 밤은 과연 언제일까?
"그 방에서 죽은 여자가 있기는 했어."
샌디는 불구덩이 속에서 나오지 않고 그대로 죽음을 택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것이 샌디의 '소호에서의 마지막 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평생 자신을 옥죄어오던 기억에서, 지옥 같은 소호에서 해방되어 죽음으로 가는 밤인 것.
하지만 샌디는 존을 살해하던 그날, 이미 자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그 괴물들을 죽이는 순간부터 이미 당차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소녀 샌디는 더 이상 없으니까. 아니, 어쩌면 더 이전에 죽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스트립쇼 무대에 오른 날에? 아니면 존에게 이끌려 억지로 춤을 추던 도중에? 술에 찌들어 남자들을 대해야 했던 그 무수히 많은 밤에?
샌디는 꾸준히 죽임당했다.
'라스트 나잇'이 언제인지 이미 알아볼 수조차 없다.
그리고 아마 엘리의 엄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지만, 아마 비슷하게 절망적인 일을 겪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할 뿐이다. 꼭 샌디와 같은 일을 겪지 않았더라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임당하거나 삶을 배척당하는 일들이 빈번했을 것이다.
"저만 위해서 가려는 게 아니에요.
엄마를 위해서도 꼭 가고 싶어요."
그렇지만 엘리에게 그날 밤은 '마지막 밤'이 아니었다. 붕괴되고 무너지는 그들의 삶을 보면서도 엘리는 소호를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패션쇼를 열어 당차게 자신의 꿈에 첫 발을 내딛는다. 사실 이 점은 영화 초반에서 이미 드러냈다. 엘리는 좌절하고 절망했던 자신의 엄마를 대신해서라도 꼭 멋지게 성공할 거란 의지가 있다. 그런 점에서 엘리는 새로운 희망과도 같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상상할 때만 하더라도 엄청난 아이디어가 감독의 뇌리를 파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불가능한 것들은 과감하게 쳐내고,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배낭을 잘 꾸렸다. 그래서 러닝타임 내내 적재적소에서 에너지바를 먹고 이온음료를 마시면서 무사히 등산을 마칠 수 있었다. 조금 더 욕심내서 이만큼 더, 저만큼 더,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역량 안에서 꾸릴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게 그 사람의 한계겠네?"
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자신의 역량만큼 표현을 해서 결실을 맺었다는 것은, 그다음엔 더 나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었다는 말과도 같기 때문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이 이전에 내가 리뷰했던 [황당한 새벽의 저주]로 데뷔했다는 사실은 조금 쇼킹하다. 하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씩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 성실한 사람이란 것만큼은 확실한 듯하다.
-
- 넷플릭스 사기 사건의 전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 때문에 <굿 닥터, 2013>가 같이 언급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두 작품의 주인공이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공통점도 있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좋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를 대표하는 드라마들은 많으나 이상하리만큼 영화에서는 작아지는 "주원"분의 신작 <카터>의 조력자는 든든하게 보인다!
바로, "정병길" 감독이다. - <우린 액션배우다, 2008>를 시작으로 <내가 살인범이다, 2012>와 <악녀, 2017>까지 "액션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다. (특히, <악녀, 2017>의 '오토바이 칼싸움 액션'은 <존 윅: 파라벨룸, 2019>에서 오마주를 했다!)어느 건물로 들어간 특수 요원들은 방에 널브러진 한 사람을 발견한다.
그의 이름은 "카터",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는데 전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에 따라 움직여야만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입안에 있는 폭탄이 터진다고 하는데...1. 액션 볼만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영화 <카터>를 만든 "정병길" 감독은 <내가 살인범이다, 2012>와 <악녀, 2017>만으로 '어떤 영화를 잘 만들어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시작부터 몰아붙이는 액션 시퀀스들은 극장 스크린이 아닌 자그마한 핸드폰 액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여기에 "청소년 관람불가"인 만큼 눈살을 찌푸릴 만큼의 표현 수위까지 액션 영화를 기다렸거나 고팠던 팬들에게는 이만한 작품은 없을 거다.
근데, 안 끝났나? - 왜, 질리지?액션에 집중한 오락 영화 <카터>의 러닝 타임은 132분, 2시간이 훌쩍 넘는다!
물론, 분량만으로 감독의 역량을 판단할 수는 없다. - 절대 기준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해 몸을 뒤척이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들에게 긴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그리고 "큰 자극에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라는 "베버의 법칙"처럼 아무리, 기깔나는 액션이라고 해도 덤덤해질 것이다.
그렇기에 <카터>도 점점 입을 떼기 시작한다.2. 이야기는 그렇다 해도, 연기들은 왜 그래?
일단, 이야기의 양만 하더라도 보여주는 액션 장면들만큼이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다. - 어느 정도냐면, 세계관까지 준비했다!
여기 "바이러스가 퍼진 한반도"라는 배경에 감염자들의 설정까지 다양한 장르들이 혼합되어 있어 긴 러닝 타임이 이해된다.
근데, 이를 한데 유기적으로 엮어내질 못한다.
가령, "좀비"는 '머리를 맞춰야 멈춘다'라는 것처럼 감염자들의 설정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유발한다. - 근데, 쓰러진 상태에서 몸에 불을 붙이니 구덩이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귀에 걸면 귀걸이"로 소비한다.이외에도 극 중. "기억을 잃은 특수 요원"도 있지만, <페이스 오프, 1997>가 연상되는 외견에 눈물을 글썽이는 미모의 여성까지 풀어야 하는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흥미를 돋고는 다른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으니 시원시원한 액션에 비해 이야기는 그 어느 하나 시원하게 보여주질 않는다.
근데, 문제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의심하게 만든다.
앞서 말했듯이 연기를 잘하는 배우임에도 어째서인지 <카터>에 출연하는 그 어떤 배우도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이 없다.이런 문제에는 어색한 북한 말투와 발성에도 있지만, 대사의 끝맺음에 있다.
"~입니다"에서 갑자기, "~해라" 등 "구어체"와 "문어체"를 번잡하게 혼동시켜 사용하니 관객들에게는 이야기 전달이 안된다.3. 자백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거슬리는 것은 "내레이션"의 형식으로 흘러나오는 설명이다. - 해당 작품을 보다 보면, "FPS (1인칭 슈팅)" 등 게임으로 겹쳐 "튜토리얼"로도 느껴진다.
이런 이유에는 "게임"은 해당 플레어이가 특정 장소로 넘어가야만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는 해당 플레이어의 의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인데, 영화는 그렇지 않아도 진행된다. - 그렇기에 이는 '과한 친절함' 혹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그리고, 자백 아닌 고백을 하자면 영화 <카터>의 액션 진짜 별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런 이유에는 앞서 말한 "빌드업"의 문제도 있겠지만, 보여주는 액션들이 "CG"로 인해 많이 어색해진다. - 특히, 컷과 컷을 연결하는 지점이 그러한데 공간과 공간을 통과하는 구간이 그러한데 <1917, 2019>의 "원 컨티뉴어스 컷"은 기대하지 말자...
여기에 슬로 모션도 잦다. - 이런 이유에는 하나의 장면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려는 것이나 앞서 선보인 액션들 때문인지 무덤덤하다.
마지막에는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결말로 보이는데, 넷플릭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또 당할까?
-
- 국가부도의 날, IMF 경제 위기 속 다양한 인물의 군상을 보여주다
국가부도의 날이 개봉했을 때 김혜수 배우가 출연하다기에 보러가고 싶었으나(사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면 영화를 보러 가는 편이다) 내용이 굉장히 무거울 것만 같아서 포기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1997년 경제 위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기도 했고, 영화관이 아닌 집에서 보기 때문에 그 어두움이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하며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우려와 달리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고, 그렇다고 그 상황을 가볍게 풀어내지 않아서 그 선을 굉장히 잘 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시놉시스
모든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나라. 지금 당장. 1997년,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호황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때, 곧 엄청난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을 예건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은 이 사실을 보고하고, 정부는 뒤늦게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비공개 대책팀을 꾸린다.
한현,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의 시그널을 포착하고 과감히 사표를 던진 금융맨 윤정학은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역베팅을 결심, 투자자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알 리 없는 작은 공장의 사장이자 평범한 가장 갑수는 대형 백화점과의 어음 거래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대책팀 내부에서 위기대응 방식을 두고 시현과 재정국 차관이 강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MF 총재가 협상을 위해 비밀리에 입국한다.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랑,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 1997년,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당 시놉시스는 네이버 영화 정보를 참조했습니다.
위기에 대처하는 다양한 군상을 보여주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경제 위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물들의 다양한 군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위기에 휩쓸리는 사람, 위기를 이용하는 사람,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의 모습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갑수는 IMF체제에 경제적으로 몰락하며 직원들에게 친절하던 사정에서 직원들을 일하는 기계로 보는 사장으로 성격이 변화했다. 그러고 이러한 경제 위기에서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막아보려 동분서주하는 인물 시현과 그 대척점에서 현재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면 상관없다는 재정부 차관, 대한민국이 붕괴되는 순간에도 경제흐름을 활용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종학의 모습까지.
한 나라에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피해를 보는 사람뿐 아니라 역으로 엄청난 경제적 부를 얻는 사람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영화 속에 녹여내고 있었다.
색감의 변화를 활용하다
1997년이라는 현재보다는 아날로그적인 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색감은 ‘차갑다’ 였다. 블루톤의 이미지를 많이 활용하고 조명 자체를 차갑게 써서 해당 시기가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지를 시각적으로 확 다가오게끔 만들고 있었다.
이렇게 블루톤의 이미지만 활용했다면 그 느낌이 크게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다. 갑수가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오렌지톤의 이미지를 주면서 굉장히 따뜻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면서도 같은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살을 결심할 때는 너무나도 창백한 블루톤의 이미지를 활요하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갑수의 절망적인 심리상태를 잘 드러낼 수 있었다.
그리고 경제고위급 관료들만이 있을 때는 따뜻한 조명들을 활용해서 이들이 경제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해당 위기를 국가적 재난으로 봤던 한시현이 등장할 때는 같은 공간에서도 약간 채도가 빠진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러한 섬세한 조명의 사용 덕분에 캐릭터별 감정이나 해당 위기를 인물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잘 드러내 줬던 것 같다.
판단은 관객의 몫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생각보다 강하게 기득권을 비판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그 때 IMF 체제를 선언했고,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던 사람들이 현재 어디 회장 어디 명예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식으로 당시의 위기 상황과 해결 방식을 사실 위주로 전달하고 있었다.
IMF 체제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 감정적으로 다루는 거시 아니라 자막으로 처리를 해서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해 영화 자체가 평가를 많이 자제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크게 누구를 비판해야 되는지 유도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떤 이들에게는 이 작품이 아쉽게 다갈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좋았다. 현재 관객들의 각자 상황 속에서 어떤 인물에 더 집중을 해서 볼지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가치 판단을 어떻게 할지 순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관객의 사회적 위치와 가치관이 변화할 때마다 보면 이입을 할 수 있는 캐릭터와 등장하는 다양한 군상들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달라지는, 관객의 입장에서 역동성 있는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족스러웠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영화의 구성원을 가르기보다 다양한 인물들을 작품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
-
- 아야노 고라는 강렬함 / 무곡
-bgm
The Eden Project - Crazy In Love
-
- 영화 <355> 15초 예고편
인류를 위협하는 사상 초유의 위기 발생! 글로벌 범죄 조직에 의해 전 세계 국가 시스템을 초토화 시킬 일급 기밀 무기를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CIA 요원 '메이스'는 전 세계 최정예 블랙 에이전트를 모아 TEAM'355'를 결성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원팀이 된 TEAM'355'는 역대급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비공식 합동 작전에 돌입하는데.. 월드클래스 블랙 에이전트 TEAM '355' 드디어 그들이 움직인다! 모두가 기다린 초대형 액션 블록버스터가 온다!
-
- 넷플릭스 <마스크걸> 티저 예고편
3개의 이름 3번의 인생 3번의 살인 ""난 마스크걸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8월 18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