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yunseo2023-01-02 10:56:37

고양이를 부탁해 / 2001

- 찬란했던 우리들의 청춘에게.

나는 연말이 되면자꾸만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고 싶어진다 해의 마무리에는  당신들의 올해 끝얼굴을 함께 마주봐야 편안해지고포근한 느낌이 든다가족이 아닌 오랜 친구들에게 무언가 복고하는 감정을 느끼는  보면우리가 놓고  중요한 것이 자꾸만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나는 그걸 당신들의 얼굴을 통해 알고 싶어하지만 해를 보고  보아도 공허한 마음은 계속 커져간다우리가 잃어버린 그것이 무언지는 아무도 알려 하지도 수도 없다정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인지 혼자 길을 헤매는 건지도 영문 모를 일이다

 

 

 

  이제  얼굴을 깜박깜박 들여다보면  슬퍼지는 걸까지금의 나는 몹시 충분한 사람인데도 당신들과 마주하고 나면 반토막이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걸까즐겁고 공허한 양가적인 마음이 스무살 때부턴 계속 이어져왔다 알고 싶으면서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그리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손을 쥐고만  있었던.

 

스물셋.. 아니 늦어도 스물 넷에는   영화를 봐야  늦으면 영화는   없거든아무리 봐도 절대로 이해할  없을걸?”

 

먼저  영화를  H언니가 내게 당부하며 말해주었다세상에 그런 영화가 어디있어라는 생각과 호기심으로 가볍게 보았다언니의 말은 정말이었다나는 정말로 서른에  영화를 보았다면 후회했을거야언니해주와 지영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안간힘을 썼을거야.

 

 

 

<고양이를 부탁해>.  영화는 고등학교  절친이었던 다섯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어느덧 졸업을 하고 스물이 되어버린그녀들각자의 삶이 지고 있는 각기 다른 무게를 감당해내느라 바쁘다.

 

 

-

 

 

해주는 증권사의 계약직 직원이다이른 나이에 일찍이 좋은 직장에 취업한 해주는 자신의 직장을 자랑스러워 하며더욱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낮추며 열심히 일한다상사의 무시성희롱 등을 견디면서도

해주는 꿋꿋이 해낸다

 

해주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자신의 직장자신의 외모 자신의 가정사 어른이  해주는 더이상 친구들에게 예전만큼의 관심을 쏟지 않는다대신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맞춰 열심히 나아가기에 급급하다우리의 사회초년생들의모습과 다를  없는 해주너무도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보이지만어쩌면 해주의 방식만이  사회에선 어린 우리가 살아남는방법일지도 모른다

 

 

해주와 가장 친했던 지영지영은 집이 가난하다부모는 일찍이 여의고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고 있다여러 종이를 겹쳐 대충지은 듯한 집에서 사는 지영은 직장에서 잘린 매일을 생활고에 시달리며 살아간다지영에게는 삶이 지옥이다자신의 가난이 끔찍히 싫고벗어나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세상은 자꾸만 그녀를 단념시킨다

 

그럼에도 꿈을 갖고 있는 그녀지영은 텍스타일 아트에 관심이 많다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 지영매일 같이한 칸씩 색을 칠해나간다

 

 

 다른 친구인 태희태희의 집은  찜질방을 운영한다부유한 집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가는 태희는 자신보다 못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매일 같이 장애인 봉사활동을 나가고 봉사활동에서 만난 지체장애인의 시를 대신 써주며 사랑하기도 한다지나치는 작은 것에도 동정을 갖는 태희그런 그녀는 자신에게 올곧은 길만 요구하는 집안이 힘들다자꾸만 멀리 떠나고 싶어하는 태희.

 

그런 태희는 다섯 친구의 관계가 소중하다고등학생  친구였던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유일하게 노력하는 인물이다자신만  관계에 항상 노력하고마음을 쏟는  서운하지만 결국  모든  도맡아하고 있는 그녀그녀를 보면 많은 생각이 들어슬퍼진다.

 

 

 

 

해주미안하다이거 오늘까지  해야한다는데낸들 어쩌냐 생일이라서 안된다고 그럴  없잖아.

 

태희 맨날 내가 전해야 하는건데일일히 연락해서 약속 잡는게 얼마나 신경 쓰이는 일인지 알아결국 나만 연락하잖아 매일.

 

해주의 생일로 오랜만에 모이게  다섯 친구들하나씩 해주에게 선물을 건넨다비류,온조는 뽕브라를태희는 립스틱 친구들은 스무살에 걸맞는 선물을 준다지영은 길에서 주운 고양이를 해주에게 준다자신이 열심히 손수 그린 텍스타일 포장지로감싼 상자에 담아.

 

 

 

 

 

선물이야이름은 티티야예쁘게 키워

 

 장면이 결국 친구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장면이란 생각이 든다해주는 지영의 선물을 받고는 당장 포장지를 찢어버린다지영의 정성과 꿈이 담긴 텍스타일 그림은 해주에겐 그저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돈도  되는 쓸모 없는 낙서에 불과하다 찢어진 그림을 들어 지영에게 말을 거는 태희

 

 

 

태희이거 네가 그린 그림 맞지멋있는데근데 이거 하나하나  그리려면 조금 지루하겠다

 

태희는 항상 버려지고 찢긴 것을 주워 다시 봐준다정확히는 봐주려고 노력하지만하지만  공감은 전적으로 상대를 위로해주지 못한다그저 씁쓸히 웃어보이는 지영친구들의 관계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다섯 중에서도 해주와 지영은 더욱 친했다같은 무리에서도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는  사람은 그런 특별한 사이였다그렇지만 성인이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며 너무도 달라져버린 지영은 고등학생 때와 다를  없이 해주에게 진심이지만해주는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벌써 어른이 된걸까자꾸만 지영의 마음에 흠집을 내는 해주

 

-

 

해주 서지영진짜 놀랬다 네가 나한테 고양이 선물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영예쁘게 키워.

 

해주근데  요새 뭐해?

 

지영  생각하느라고그냥 있어.

 

해주생각무슨 생각?

 

지영유학 가면 어떨까 생각 중이야요즘 텍스타일 공부하는 사람들 외국으로 다들 나가잖아.

 

해주유학은  아무나 가니돈이 있어야 가지그러지말고 언니가 알바 자리 소개해줄테니까 용돈이나 벌어서 학원이나다녀보던지 어때

 

 

 

(지영은 밖으로 나가버린다.)

 

해주서지영!

 

-

 

해주의 회사에 찾아온 지영자신이  고양이를 버려버린 해주이지만마지막으로 그녀를 믿어보기로 한다하지만 흘리듯 한말을 기억할리 없는 해주지영은 몇시간을 지하철 역에 앉아 기다린다너무도 달라진 둘의 관계.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이 똑같은 경험을 하며 같이 울고 웃던 고등학교 시절과 달리이제는 서로가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모르게  각자가 처한 환경은 이제 너무도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어쩔  없이 멀어져버리는  친구들서로를 향한 마음의 크기는 다르고서운함은 쌓여만 가고  편한 존재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주게 된다

 

 

서로가 없으면   것만 같았던 우리가사회의 발을 맞추기 위해 그렇게 쉽게 멀어질  있다는 사실이  슬프고 연약하게 느껴졌다그녀들의  뒤로 보이는 “좋은 여행영원한 추억이라는 문구가 자꾸만 눈에 띄었다우리에게 영화가 하는  같이 보였다.

 

-

 

 

 

한편 오래된 집이 가라앉기 시작한 지영지영이 처한 현실처럼 그녀를 압박해오기 시작한다점점 좁아지고  곳이 없어지는 지영여기저기 일을 구해보다 태희에게 결국 돈을 빌리게 된다.

 

그런 지영의 부탁에 자신의 전단지 알바를  나눠주곤 

돈까지 빌려주는 태희.

 

태희 사람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맞다까먹기 전에여기 .

 

지영고마워언제까지 주면 ?

 

태희그냥 생기면 갚아.

근데 어디에 쓰려 그래?

 

지영그냥  필요해서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

 

태희네가 전화해서.. 의외였다?

 

지영그래내가 그렇게 전화를 안했나?

 

태희우리 모일 때는 맨날 내가 먼저 연락하지네가 먼저 연락한   번도 없었잖아.

 

 

 

졸업하니까 애들이랑 멀어지는거그게 젤로 섭섭하다?

학교 다닐때가 정말 좋았었는데매일 만나다가 떨어져 지내니까 이젠 만나도 별로  얘기도 없고

 

개인적으로 태희의  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매일 보던 사이가단지 물리적으로 멀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우리들은 이렇게 변해버리는 건가라는 서운함을 스무살  너무  혼란으로 겪었다서로를 낱낱이 알던 때와는 달리 달만에 만나 간간히 그동안의 일상을 전하는 것은  우리의 졸업이란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반갑고 자꾸만  비었던  같다.

 

/

 

 

 

한참을 걷다 길에서 노숙자를 만난 지영과 태희.

 

지영아까  거지 말이야 솔직히 그렇게 될까봐  무섭다?

 

태희글쎄 무섭단 생각은  해봤고가끔 그런 사람들 보면 궁금해서 따라가보고 싶기는 하다매일 뭐하면서 지내는지아무런 미련 없이 자유롭게 떠돌아지낼  있다는  좋은  아닐까?

 

지영그걸 자유라 그러니 그렇게 생각 안해그렇게 다니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어떡해.

 

태희는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연민을 보이는 선한 인물이다하지만그녀는 그들의 입장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한다그건그녀가 그런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항상 부족함 없이 자란 태희는 거지외국인 노동자들고기잡이 배를 보며 “자유 떠올린다하지만 지영은 가난을 안다그것이 자유가 아닌 보이지 않는 감옥이라는 현실의  맛을 직접 겪어본 인물이다지영에게 그것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  자체이기에자꾸만 지영은 걱정한다당장 집이 가라앉으면 어떡하지저러다무슨 일을 당하면 어떡하지하고서 말이다.

 

결국 마음뿐인 연민을 가진 이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가지고 남은 여유로 남들을 돌보는이들과진심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입장을 아는 이의 차이가 무언지 생각해보게 되는 장면

 

-

 

 달이 지나고 다시 만나기로  친구들이번에도 역시 태희의 제안으로 약속은 진행된다지영은 해주와의 저번 일로 아직마음이 상해 더이상 해주를 보고싶어하지 않는다그런  상관 없이그저 지기와 가까운 곳에서 효율적으로 만나고 싶어하는해주 인물들의 성격이  드러난다.

 

 

지영 그래야해

 

태희 달에 한번씩은  만나줘야 한다고그래야 우리 우정에 금이 안가지.

 

해주우정.

 

비류온조그럼 말이  달라지지.

 

해주근데 언제 인천까지 가니니네가 서울로 오면 안돼?

 

비류온조하여튼 얘는   생각만 한다니까.

 

지영 해주한테 가는 거면  .

 

태희우리 넷이 서울을 가는게 낫니 하나가 인천을 오는  낫니?

 

 

 

해주너희 넷이 서울로 오는거 !

 

결국 인천에서 만난 다섯 친구들시작부터 지영은 해주와 말도 섞지 않으며 둘의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태희 지영이한테  그래 자꾸학교 다닐  너네 둘이 제일 친한 사이였잖아.

 

해주예전에 친한 사이였다는  뭐가 그렇게 중요하니현재가 중요하지

 

 

태희현재그래서현재 너한테 중요한  뭐야?

 

해주옷이다됐어?

 

-

 

 

 

 

 

-

 

 

여전히 서로가 소중하지만서로가 가장 중요하진 않게 되어버린 우리들이건 결국 나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스물을 겪은 청춘들이 알게  씁쓸함일 것이다다섯 친구들이 인천에서 쇼핑을 하며 각자 둘러보는 장면은 결국 아무리 친구여도자신의 인생은 혼자 살아가야 하는 것이란 뜻인 것처럼 느껴져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다

 

해주와 지영이태희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과 꿈으로 가득차 멀리 떠나버리기도현실에 안주하기도 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동안에 종종 만나 서로를 바라봐주는 따듯함은 오래 이어지기를 바란다.

 

 

 

지금의  나이는 어쩌면 가장 혼란스럽고바쁘며 치열한 나이인지도 모른다졸업의 끝과새로운 시작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속에 걸쳐있는 우리들앞으로도 우리가  멀어진다는  변함 없는 사실이겠지만문득 생각나면 서슴없이 연락하고 언제나열여덟처럼 깔깔대며 철없는 소리만 하는 우리이길 바란다다들 나와의 여행을 영원한 추억처럼 계속한다면 좋겠어.

 

-

 

태희가 지영에게  말이 자꾸만 남는다.

 

태희지영아나는 니가 도끼로 사람을 찍어 죽였다 그래도 니편이야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거라고 생각해  믿어.

 

가끔은 해주였고 가끔은 지영이었으며 종종 태희였던 모든 방황하는 스물에게 보내는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

작성자 . yunseo

출처 . https://m.blog.naver.com/o85th/222946171773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